(edaily리포트)TJ의 `딱 한가지 아쉬움`

  • 등록 2004-12-16 오후 4:24:50

    수정 2004-12-16 오후 4:24:50

[edaily 김병수기자] 지난 15일 청암(靑巖) 박태준씨가 포항에서 희수(喜壽)를 맞아 출간된 자신의 평전 출판기념회를 열었습니다. 민족의 해방시기엔 군인으로, 근대화의 주역으로, 문민정부로 넘어가는 정치적 격동기엔 정치인으로서 우리나라 역사에서 그만큼 소용돌이속을 헤집고 다닌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생각됩니다. 그의 근대화 터전인 포항의 포항공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다녀온 산업부 김병수 기자가 청암이 얘기한 `아쉬움`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박태준(TJ) 명예회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딱 한번 썼습니다. 현재의 포스코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말입니다. "지금 포스코 잘하고 있다. 광양공장을 준공하고 나면 포스코가 국가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기여해야 하는가 생각해 왔다. 그래서 회사내에서 연습을 해봤다. 초고속 케이블을 광양·포항·서울에 깔고, 영상회의도 해보고…. 그렇게 해서 얼마나 능률이 올라가는지 직접 시험을 해봤다.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광양에 대한 투자가 92년에 잘 끝나서 93년에 사후정리를 좀 하고, 94년부터 포스코는 IT산업의 인프라가 될 수 있는 초고속 케이블을 깔 계획을 세우고, 포스테이타라는 집행회사를 만들었다. 그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분들 예컨데 삼성컴퓨터 이영택 회장, 일본 손정의 사장 이런 분들하고 협조해서 그 분들을 고문으로 모시고, 특히 손정의씨는 일본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식도 좀 빌리고, 미리 깔아놓으면 고속망을 이용하는 회사나 개인에게 커다란 봉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기에는 6개사가 고속통신망을 갖고 있는데, 얘길 들어보니까 6개가 혼합돼 있어서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대로 (당초 계획이) 추진됐으면 IT 통신대국으로 가는 데 더 좋아질 수 있게, 더 경쟁력 있게 발전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쇳물을 뽑아내 우리나라의 기반산업을 일으킨 그가 93년께부터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면서 깔아놓은 철도망을 대신할 사회적 인프라를 구상했다는 사실을 엿볼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 시기는 청암의 입장에서 보면 최악이었습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게임(?)에서 진 뒤 그는 망명아닌 망명생활로 해외를 떠돌았습니다.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의 최대 작품인 포스코는 처음으로 `낙하산` 회장에게 넘어가는 비운을 삼켜야 했습니다. 단순히 신규사업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아니라 `인생의 아쉬움` 입니다. 평전에서도 YS에 대한 인간적 배신과 쓰레기 같은 정치판에 대한 분노는 아주 생생히 그려졌습니다. JP(김종필)가 YS와 결별했을 때 그가 혼자말로 내뱉은 말은 "드디어 걷어차였군" 이었다네요. 자신의 인생에서 최대 고난기를 안겨준 YS에 대한 `증오`에 가까운 비난이 그대로 묻어있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YS가 TJ를 껴안았다면 우리의 경제부흥은 좀 더 앞당겨질 수 있었을까? 1997년 정축국치(丁丑國恥)는 없었을까? 역사에서 가정문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호기심을 억누를 필요까지는 없을 듯합니다. 이날 참 많은 하객들이 출판기념회를 다녀갔습니다. 줄잡아 800여명의 손님들이 포항을 찾았고, 서울-포항간 비행기는 거의 전 시간대 만석으로 운행했습니다. 포스코가 포항을 먹여살린다는 우스갯 말이 실감나는 상황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혁규 의원을 보내 그에게 축하를 보낸듯 합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김덕규 국회 부의장이 나섰습니다. 한나라당 대표로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꼽힐만하군요. YS 계보의 한 축이어서 다소 찜찜하긴 하지만…. 그런데, 청암의 트레이드마크인 `근대화의 주역`이라는 위상은 저의 처음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포항제철을 일으켜 경제개발을 주도하다가 정치에 입문해 곤욕을 치른, 그래서 "경제인으로 남았으면‥" 하는 평을 듣고 본인도 그러길 바라는 눈치지만, 근대화를 같이 이끈 우리나라 재계 인사들은 현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참여정부 들어 재계인사들이 가장 크게 외치는 소리를 종합해보면 `과거 근대화의 주역들을 욕되게 하지 말라`는 겁니다. 여러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지긋지긋한 대한민국의 가난을 떨치게 한 주인공들이라는 얘깁니다. 박 회장도 그 한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겠죠. 그러나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또한 종합해보면, 박 명예회장과 재계 인사들과의 관계는 그렇게 쉬운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40대 초반에 투(Two)스타를 달고 역시 40대에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 포항제철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일으킨 그였지만, `공기업 포철`이라는 한계는 재계 인사들과 그를 갈라놓는 무언의 벽일 수밖에 없는 듯 합니다. 특히 DJT(김대중-김종필-박태준) 연합이 성사된뒤 그가 추진한 각종 재벌개혁 정책들과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추진된 주력업종 육성을 위한 `빅딜` 아이템들은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과의 관계를 추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93년께 그의 `IT 통신대국` 아이템이 실현됐다면, 우리나라는 또한 포스코는 어떻게 됐을까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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