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자신의 주요한 정책 수단인 기준금리를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국고채 매입 등 공개시장조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오히려 국채 발행이라는 외부 변수가 침입하는 데도 손 놓고 있으면 그 거야말로 진짜 직무유기인 셈이다.
“기준금리보다 더 뛰는 대출금리, 그냥 두고 보라고?”
한은은 작년 8월부터 11월, 올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고 그 결과 기준금리는 연 1.25%가 됐다. 기준금리는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말하는데 사실 7일 이하부터는 금리가 동일하다고 보고 한은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1일물 콜금리를 최대한 기준금리에 가깝게 운영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25%라고 공표하는 순간 콜금리가 시장 신뢰 하에 정확히 1.25%가 된다. 이러한 초단기 금리를 기준으로 1개월물, 3개월물, 1년물, 3년물 등으로 각기 만기에 따라 또는 시장 수급이나 경기 판단, 정책 기대 등에 따라 금리를 형성한다.
한은이 외려 중장기물 금리가 오르는 데도 `나 몰라라` 한다면 결국 중장기물 금리 상승이 단기물에도 영향을 주고, 이는 가계대출 금리를 기준금리 이상으로 자극해 결국 기준금리 결정을 훼손하고 의도치 않은 경기 위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추경을 지원하는 국고채 매입이 아니라 한은의 기준금리를 지키기 위한 국고채 매입인 셈이다.
‘국고채 단순매입’은 공개시장 조작 수단
|
2020년 코로나19로 네 차례나 추경을 하고 174조5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했을 때에도 한은은 국고채를 11조원이나 매입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당시엔 기준금리를 동결해 엇박자라는 지적은 받지 않았으나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타이틀이 씌워졌다. 그러나 이 역시도 맞지 않다.
국고채 단순매입은 또 다른 공개시장 조작 수단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국고채 단순매입이란 카드를 자주 사용하지 않았지만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밥 먹듯이 하니 국고채 단순매입이란 카드도 자주 등장하게 된 것이다.
금리 인상기라도 한은이 금통위가 결정한 기준금리 1.25%보다 과도하게 시장 금리가 올라가도록 놔둔다면 왜 그냥 보고만 있느냐는 탓해야 할 일이다. 실제 기준금리는 연 1.25%인데 가계 일반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작년 말 각각 5.12%, 3.63%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2%를 넘어가던 2014년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결정보다 대출금리가 더 빠르게 올라간 것이다. 반면 기업대출 금리는 3.14%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더 낮다.
한은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추경 지원을 위한 국고채 매입’이라는 외부의 잡음보다 똑같은 기준금리 정책이 왜 가계와 기업에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지에 대한 고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