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사망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긴급 기사가 나가자마자 박기수 보건복지부 부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어이없는 주문을 늘어놓았다.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질환이라면 당연히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게 보건 당국이 가장 우선시해야할 사항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대응은 29일 내내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의인성 CJD로 인한 사망자가 지난 9월 발병했는데도 2개월이나 지난 후 발표한 이유도 석연치 않았고, ‘인간 광우병’과 의인성 CJD가 조직학적으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설명도 없이 ‘인간 광우병’이 아니라는 주장만 끊임없이 반복됐다.
취재진의 아우성에 복지부는 당초 취소하려던 긴급 브리핑을 부랴부랴 진행했다. 박 부대변인은 브리핑 중 “인간 광우병은 소고기와 관련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산업의 주가도 왔다갔다 한다”고 엉뚱한 답변만 반복했다.
복지부는 곧바로 인간 광우병이 아니라는 해명 자료를 냈지만, 수술도구로 감염이 가능한데다 정부 발표를 뒤집는 증거가 일본에서 나왔다는 질문과 관련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또 발표 시점이 2개월이나 늦은데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부검을 통해 뇌조직 검사, 병력 추적, 동물 실험,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치느라 늦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광우병과 전혀 무관하다며 소고기는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몇명 걸리지도 않는 질환이 대중매체에 보도됨으로서 대다수 국민이 불안감에 휩싸이기 때문에 명백한 사실도 숨겨야 한다는 게 ‘의인성 CJD 사망 발생’ 사태에 직면한 복지부의 논리였다.
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로또 확률로 의인성 CJD에 감염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복지부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의인성 CJD에 걸리는 사람은 앞으로 계속 나올 게 분명하다. 따라서 애써 감추고 축소하기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사실을 명확히 알리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세우는 게 본연의 임무가 아닐까.
하필 의인성 CJD로 떠들썩했던 날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에 서명한 날이었다. 이날 내내 진행된 복지부의 어이없는 대응이 미국 소고기와 관련된 잡음이 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호들갑이 아닐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것은 기자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