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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삼성전자의 무선사업을 책임지는 고동진 사장은 최근 몸무게가 5kg 빠졌다고 했다.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야심작인 갤럭시S8의 언팩 행사를 앞두고 식단을 조절한 탓도 있지만, 그동안 말 못할 마음고생이 많았다. 그는 “아프고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고로 삼성은 출시한 스마트폰을 모두 회수하는 전례 없는 아픔을 겪었다. ‘배터리가 터지는 스마트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혔다.
고 사장은 “처음에는 분노가 끌어 올랐다. 그런데 일주일 열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왜 진작 이렇게 안 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고백했다.
오랫동안 삼성은 배터리를 별도로 검사하지 않았다. 배터리의 검사는 배터리 회사가 하는 거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검사 결과를 문서로 확인했다.
고 사장은 “배터리에 대해 잘 몰랐었던 것 같다. 배터리에 대해 공정 깊숙이 들어가보지 못했던 것 같다”고 스스로 질책하면서 “하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힘을 줬다.
쓴 맛을 본 고 사장은 이제 고진감래(苦盡甘來,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오듯,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옴을 이르는 말)를 기대한다.그는 “무선사업부장으로 막대한 경영손실을 끼쳤는데 이게 비용이 아니라 반드시 투자로 만들어야겠다고 느꼈다. 큰 금액을 잃었지만, 상환해 내겠다. 이 투자가 삼성전자에 큰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명예 회복의 첫 신호탄이 갤럭시S8다. 갤럭시S8의 프로젝트명은 ‘드림’이었다. 고 사장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의 시선은 이미 한참 앞으로 가 있다. 그는 접는 형태의 혁신적인 스마트폰인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해 “꼭 할 것이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구현되려면 휘어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휘어지는 배터리 등이 필요하다. 고 사장은 “여러 부품의 혁신을 촉발할 수 있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아직 확신이 안서지만,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 순간 확신이 서면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미래 기술의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런 걱정을 잘 알고 있지만, 미래를 위한 혁신은 결코 멈출 수도 없고 멈춰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