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증권사에 다니는 오덕훈씨는 점심시간에 애인 선물을 샀다. 기념일을 깜빡하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 쇼핑몰이 생기면서 남는 시간을 틈타 바로 쇼핑을 할 수 있었다.
여의도 C회사를 다니는 김정은씨는 평일 저녁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예전 같으면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 영화를 평일에 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른 출근 시간과 잦은 야근 때문이다. 그러나 지척에 극장이 생긴 덕분에 퇴근하자마자 바로 영화를 보러 갈 수 있었다.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서울의 여의도 직장인들의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주말이면 오가는 사람이 없어 ‘유령도시’가 되는 여의도의 주말 상권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에 국제금융센터(IFC) 쇼핑몰이 문을 열었다. 오피스 3개 동과 콘래드 서울 호텔로 구성된 IFC 서울 지하 1층부터 3층 사이에 쇼핑몰이 들어선 것. H&M, 자라, 에잇세컨즈, 홀리스터 등 국내외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CGV 영화관, 영풍문고, 레스토랑 등이 입점했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지만, 여의도 직장인들의 호응은 폭발적이다.서울 도심, 강남과 함께 서울의 3대 업무 지구 중 하나로 꼽히는 여의도지만, 유독 상업시설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IFC몰 식당가의 단골이 된 장석진 KTB투자증권 홍보팀장은 “여의도백화점이 있긴 했지만, 사실 식당가가 주로 있는 시설이었다”면서 “서점과 영화관 등이 시설이 갖춰진 대형 쇼핑몰이 생겨 반갑다”고 말했다. 이정화 HMC투자증권 대리도 “새로 생겼다기에 직장 동료와 구경을 갔다”면서 “여의도를 출퇴근 지역으로만 생각했는데, 여가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혜주 AIG부동산개발 마케팅 담당 전무는 “설문 조사 결과 여성의류, 영화관, 서점 등을 원하는 수요 층이 많았다”면서 “IFC서울의 오피스동 하루 상근인구만 약 2만5000명에 달해 별도의 인구 유입이 없더라도 안정적인 쇼핑몰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높은 물가와 시스템 구축 미비 등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4일 IFC몰에서 만난 한 증권사 직원은 “시스템 미비 등의 이유로 아직 식당 예약을 받지 않아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또 잘 못 찾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식당이 몰려 있는 지하 3층에 화장실도 많지 않다는 점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식당가가 잘 꾸려져 있긴 한데,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면서 “여의도 물가도 만만찮은데, 그보다도 살짝 비싼 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