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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 댄스·뮤지컬 노래·드로잉, 세종문화회관에서 배워요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는 오는 9월 11일부터 12월 12일까지 ‘나의 문화예술 감수성 충전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하반기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3개의 실기 강좌와 5개의 이론 강좌, 스포츠 강좌 등으로 구성됐다.세종문화회관 2023년 세종예술아카데미 하반기 정규강좌. (사진=세종문화회관)하반기 새롭게 선보이는 ‘뮤지컬 보컬 스테이션’(9월 11일~12월 4일 매주 월요일 오후 12시 5분~1시)은 뮤지컬 ‘웃는 남자’, ‘그날들’, ‘영웅’ 등에 출연한 뮤지컬배우 김승대에게 직접 뮤지컬 장르의 특징을 듣고 주요 뮤지컬의 대표 넘버를 배워보는 시간으로 꾸려진다.지난 상반기 인기 강좌 ‘스테들러 여행 드로잉’의 수강을 망설였던 입문자들을 위한 드로잉 기초 과정도 새로 개설했다. 드로잉 아티스트 정승빈의 강의로 진행되는 ‘여행 드로잉(기초)’(10월 16일~12월 4일 매주 월요일 오후 7~9시)이다. 드로잉의 시작과 공간의 이해, 채색 기초 등 여행 드로잉 입문자들을 위한 기초 강좌로 진행한다.오는 2028년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인 제2세종문화회관과 세종문화회관 리빌딩을 앞두고 세계의 문화예술 공간을 탐방하며 문화예술 공간의 역사와 건축의 의미를 이해하는 시간인 ‘세계의 문화예술 공간’(9월 14일~12월 7일 매주 목요일 오후 7~8시 30분)도 준비돼 있다.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와 함께 전시장, 공연장, 미술관 등 문화공간의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를 보다 깊게 탐구하는 시간이다.여름특강 ‘한여름 밤의 아카데미’에서 큰 인기를 얻은 미술 테라피 강좌는 8주간의 정규과정으로 확대해 새롭게 선보인다. 미술치료사 이지안의 ‘명화테라피-치유의 미술관’(9월 12일~11월 7일 매주 화요일 오후 7시~8시 30분)은 로버트 플루치크의 8가지 감정을 통해 화가의 삶과 명화의 마음에 다가감으로써 지친 일상에 위로를 건넨다.이밖에도 음악 칼럼니스트 김주영의 ‘정오의 음악회’(9월 15일~12월 1일 매주 금요일 오후 12시 5분~1시), 소프라노 김은경의 ‘히든보이스’(9월 12일~12월 5일 매주 화요일 오후 12시 5분~1시), 음악 비평가 문학수의 ‘클래식의 맥락’(9월 13일~12월 6일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12시 30분) 등 마티네 강좌도 마련한다. 스타 도슨트 김찬용의 ‘퇴근길 미술 한 잔’(11월 14일~12월 12일 매주 화요일 오후 7시~8시 30분)도 만날 수 있다.서울시체육회와 공동 진행하는 무료 강좌 ‘스포츠 in 아트 스테이션’(9월 11일~11월 24일 오후 12시·7시·8시)도 계속된다. 기존 리듬체조, 댄스스포츠 강좌뿐만 아니라 여름 특강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K팝 댄스, 브레이크 댄스 강좌를 추가로 선보인다. 외국인 대상 특별 과정도 운영한다. 오는 31일까지 수강 신청 시 전 과정을 20%의 할인된 금액에 수강할 수 있는 조기 등록 이벤트를 진행한다. 전 과정을 40% 할인된 가격에 수강할 수 있는 올패스 패키지도 마련했다. 외향적인 시민을 위한 ‘E패키지’는 실기과정 3개 강좌를 30% 할인된 금액에 수강할 수 있으며, 내향적인 시민을 위한 ‘I패키지’는 이론과정 5개 강좌를 30% 할인된 금액에 수강할 수 있다. 2023년 세종예술아카데미 하반기 정규강좌는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 홈페이지 및 콜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 '시간과 공간을 엮다' 안양 공공예술PJT 'APAP7' 25일 개막
- [안양=이데일리 황영민 기자]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APAP7’이 오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70일간의 여정을 시작한다.안양시가 주최하고 안양문화재단이 주관하는 APAP7은 안양의 역사·문화·지형·개발 등 변화하는 현대 도시의 맥락과 환경을 미술·조각·건축·디자인·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공예술 작품으로 풀어내 선보이는 행사다.오는 25일 APAP7 개막식이 진행될 옛 농림축산검역본부 내 국형걸 작가의 ‘팔렛세움’ 전경. 산업용 폐 팔렛트를 사용해 과거 로마의 검투장이었던 콜로세움을 형상화했다.(사진=안양시)올해로 7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안양시 ‘시’(市) 승격 50주년을 맞아 오뚜기와 삼화페인트 등 다양한 업체와 협업을 통해 색약자를 위한 컬러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 소외되는 사람없는 무장애 축제이자 열린 축제로 기획됐다.특히 실외에서만 진행됐던 이전 행사와 달리 야외공간인 안양예술공원과 실내공간인 옛 농림축산검역본부 그리고 타 지역 및 해외에서도 관람이 가능한 온라인 등 3곳에 전시공간을 마련해 다양성을 더했다.총 24개국 48팀, 88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총 70일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 등은 휴관일로 운영하지 않으며, 공휴일이 있는 주간은 휴관일이 변경될 수 있다. 작품 관람 이외에도 도슨트투어, 나이트투어 등을 포함한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체험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며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프레-메인-포스트, 과거·현재·미래를 담다APAP7의 주제는 ‘7구역 - 당신의 상상공간(ZONE7 - Your Imaginary Space)’으로 ‘7구역’ ‘당신(의)’ ‘상상공간’ 세개의 주제어로 구성된다.먼저 ‘7구역’은 현실을 넘어선 상상공간의 은유적 표현이자 7회를 맞이하는 본행사를 의미한다. 공공의 대체어로 쓰인 ‘당신’이라는 주제어는 곧 ‘우리’를 내포하며 ‘모든 사람을 위한 공공예술’이자 ‘모든 사람에 의한 공공예술’을 지향한다. 마지막 주제어인 ‘상상공간’은 모든 이들의 예술적 꿈들이 현실화되는 예술 공론장이자 생산적 상상을 꿈꾸는 공간으로 APAP의 변화를 제시한다.전체 프로젝트는 시간대별로 ‘프레 프로젝트-메인 프로젝트-포스트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지난해 안양 시민이 직접 참여한 프레 프로젝트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아트 캠프, 아트 펜스, 비주얼 아카이브를 진행했고 결과물은 메인 프로젝트의 실내 전시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시민 간담회와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APAP에 대한 다양한 비판적 의견을 수렴하고, APAP7의 방향성을 설정해 메인 프로젝트에 적극 반영한다.APAP7 ‘메인 프로젝트’는 ‘야외 전시’, ‘실내 전시’, ‘온라인 전시’로 구성된다. (구)농림축산검역본부와 안양예술공원 일원에서 진행되는 ‘야외 전시’는 설치적 구조물, 건축적 파빌리온, 하천변 부조형 조각으로 구성해 역대 APAP가 추구해 온 예술, 건축,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야외 공공예술을 펼친다.또한 APAP 최초로 대규모 ‘실내 전시’를 도입해 도심 속 유휴 공간인 옛 농림축산검역본부 본관동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해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실내 전시 공간을 ‘휴먼 스페이스 - 에코 스페이스 - 스마트 스페이스’로 범주화해 미래도시에 관한 담론인 ‘인간-생태-테크놀로지’를 탐구하고 제시한다.직접 관람이 어렵더라도, ‘온라인 전시’를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APAP7만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든 출품작을 실제로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실감 나는 동영상과 함께 상세한 콘텐츠를 아카이브로 구축한 이번 ‘온라인 전시’로 행사 기간동안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APAP7을 즐길 수 있다.APAP7 기간 중 안양시 옛 농림축산검역본부 안에 전시될 이병찬 작가의 ‘크리처’.(사진=안양시)◇도슨트 없이도 언제나 작품해설 ‘큐피커’ 도입한편, APAP7은 다채로운 전시 경험과 깊은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전시 오디오 가이드를 선보인다. 4종의 오디오 가이드를 (주)피플리와 협력 제작해 모바일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큐피커(Qpicker)’를 통해 서비스 한다. 전시 공간 곳곳에서 ‘큐피커’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QR코드가 안내되며, 앱에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검색하면 행사에 대한 정보와 전시해설을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4종의 오디오 가이드 중 미션 수행형 어린이 콘텐츠인 ‘APAP7 어린이 예술 탐험단’은 공동으로 운영해 능동적인 작품 감상 방법인 드로잉, 상상하기, 대화 등으로 전시 감상 경험을 넓히고 ‘30초 하이라이트’를 통해 현대 미술의 어렵고 낯선 이미지를 허무는 콘텐츠를 제공한다.APAP7 개막식은 옛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문 부근에 설치된 국형걸 작가의 작품 ‘팔렛세움’에서 오는 25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된다. 참여 작가에 대한 소개와 김성호 예술감독 진행하에 실내 전시 작품 관람 등 행사 전반에 대한 소개가 예정돼 있다.또 8월 26일에는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국제 학술 컨퍼런스’가 열린다. 안양문화예술재단과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국제 학술 컨퍼런스는 ‘당신의 상상공간’이라는 주제로 상상과 공공예술 그리고 커뮤니티의 관계성을 다학제적으로 모색한다.컨퍼런스는 1부 상상력 탑재하기: 공공예술과 도시 헤테로토피아, 2부 공공예술과 커뮤니티 개발: 지역 역량 강화로 나눠 진행된다. 국내외 연사들이 참여해 각 주제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전문적 이론과 현장 지식을 공유하는 학술행사의 장이 될 예정이다.메인 프로젝트가 준비되고 종료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공유하는 ‘포스트 프로젝트’는 청년 비평가 육성을 위한 서포터즈, ‘APAP7 프렌즈’와 더불어 ‘시민·전문가 사후 평가회’로 진행되며 이 ‘포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더욱더 발전된 모습의 APAP8을 모색한다.김성호 APAP7 예술감독은 “APAP7은 옛 농림축산검역본부 유휴 공간을 활용해 역대 APAP 중 처음으로 대규모의 실내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야외 전시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회화, 설치, 퍼포먼스 아트,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공공예술 콘텐츠를 실험하고 선보이고자 한다”며 “APAP7의 모든 출품작을 실감 나는 동영상과 친절한 해설로 선보이는 온라인 전시와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했으니 두루 살펴보시고 공공예술을 위한 따스한 격려뿐만 아니라 따끔한 비판적 조언을 함께 부탁드린다”고 밝혔다.최대호 안양시장은 “기존 실외에서만 진행하던 행사를 실내와 실외에서 같이 진행하는 것과 국내외 유명작가 및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한다는 것에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70일간 진행될 공공예술 전시를 안양시민뿐만 아니라 타 지역 많은 분들께서도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자료=안양시)
- "60초 영상에 담은 혁신부품" LG이노텍, 숏폼 공모전 시상
-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LG이노텍은 자사 혁신부품을 소개한 영상을 ‘2023 대학생 유튜브 숏폼 공모전’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9일 밝혔다.지난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이노텍 마곡 본사에서 열린 ‘2023 대학생 유튜브 숏폼 공모전’ 시상식에 참가한 수상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LG이노텍)LG이노텍(011070)은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공모전에서 건국대 학생인 김창호씨가 올해 대상을 받았다고 밝혔다.해당 영상에는 스톱모션 영상으로, 연필로 직접 스케치하는 아트 드로잉 기법으로 차량용 통신모듈,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등 LG이노텍의 주요 제품들을 표현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다양한 기기에 탑재돼, 편리한 일상을 책임지는 LG이노텍의 혁신 부품들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다.이번 공모전 주제는 △LG이노텍의 기술·제품이 제공하는 차별화된 고객가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통한 구성원 경험 혁신 등 2가지다. 이 중 한 개를 선택해 1분 이내 분량의 유튜브 ‘숏츠’ 영상을 만드는 것이 과제였다. 지난 5월부터 진행한 이번 유튜브 공모전에는 총 37팀이 참가했다.최종 심사는 LG이노텍 임직원 온라인 투표를 통해 진행됐다. 득표 순으로 대상 1팀, 최우수상 2팀, 우수상 2팀, 장려상 2팀이 선정됐다. 7개 수상작 모두 연출 창의성, 영상 구성력, 주제의 적합성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LG이노텍은 대상 300만원, 최우수상 200만원 등 총 1000만원 상당의 상금을 수상팀에 각각 지급한다. 7편의 수상작 및 각 수상팀의 인터뷰 영상은 다음달 LG이노텍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허 찌르기' 한판…리움미술관은 왜 김범의 13년 침묵을 깼나
-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이 기획한 김범의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에 나온 설치작품 ‘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2010). 앞과 뒤에서 각각 바라본 전경은 여느 교실 풍경과 다르지 않다. 다만 ‘만석’의 의자를 채운 이들은 선풍기, 저울, 화병, 커피포트, 물뿌리개, 스프레이 살충제 등. 작은 TV 브라운관 안에만 존재하는 강사는 칠판 바로 옆에 ‘놓인’ 채 이들 사물 청중을 대상으로 ‘주입식 교육’이 한창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새들은 종류가 아주 다양해. 봐봐. 얘는 키위라고 하는 애야. 더운 나라에 사는데, 거기엔 타조도 있어. 얘는 아주 빨리 달릴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날 필요가 없었어.” 작은 모니터 안에서 무릎에 두툼한 책자를 올린 한 남자가 강의 중이다. 어깨 너머 뒤로는 온갖 새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도 붙여뒀다. 내용은 들리는 그대로다. 책장을 넘기고 사진을 가리켜 가며 새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는다. 그것도 장장 87분 30초에 걸쳐서. 관심을 가진 누구나 들을 수 있게 만든 ‘인강’(인터넷 강의)쯤 되려나 싶지만, 아니다. 대상이 정해진 강의니까. 그렇다면 청중은 누구? 글쎄, 이 부분이 좀 난감하다. 나뭇가지 위에 걸터앉은 돌이니까. 남자는 지금 1m 남짓 떨어진 돌덩어리에게 열강을 하는 중이다. 그 강의 끝에 결국 자신을 새라고 믿게 된 돌덩어리가 나뭇가지와 함께 세상에 나왔고(‘자신이 새라고 배운 돌’ 2010). 김범의 ‘자신이 새라고 배운 돌’(2010). 12인치 평면 모니터 속 단채널비디오에 든 한 남자가 1m 남짓 떨어진 돌을 상대로 세상의 모든 새에 대해 강의 중이다(87분30초·오른쪽). 그렇게 돌은 새처럼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채 세상에 나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당황스러운가. 어쩌나. 이게 끝이 아닌데. 절정은 어느 교실 풍경을 옮겨놓은 또 다른 장면이 아닐까. ‘히포크라테스’ ‘반 헬몬트’ ‘수소 매트 암모니아’ 등 모를 단어들이 적힌 칠판을 바라보며 정렬한 작은 의자들이 ‘만석’이다. 그 자리를 채운 이들은 낯설지 않다. 어디선가 한번쯤은 마주쳤을 ‘사물’들이니까. 선풍기, 저울, 화병, 커피포트, 물뿌리개, 스프레이 살충제 등등. 역시 작은 TV 브라운관 안에만 존재하는 강사는 칠판 바로 옆에 ‘놓인’ 채 이들 사물 청중을 대상으로 ‘주입식 교육’이 한창이다. ‘가장 안전한 네 현실은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란 내용으로 말이다(‘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 2010).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드넓은 기획전시실을 채운 작품들은 거의 이런 식이다. 상식을 뒤집고 현실을 비틀고 고정관념을 깬다. 한마디로 ‘허를 찌르는’ 장면·화면의 연속이다. 아예 “당신이 보는 것이 보는 것의 전부가 아니다”란 ‘경고성 일침’까지 내걸었는데.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작가 김범(60)이란 카드다. ‘바위가 되는 법’이란 타이틀을 걸고 작가 최대 규모의 개인전을 열었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물이 오른 2010년대 중반까지 30여년을 꿰뚫는다. 김범의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에 나온 회화작품 ‘26개의 제목 없는 드로잉’(1991∼1996). 본질을 뒤집는 ‘전복’과 예상을 뒤엎는 ‘반전’으로 딱딱한 고정관념의 허를 찌르는 작가 작업에 출발점이 된 작품들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망치라고 임신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작가의 이름이 낯설다면 당연하다. 국내 미술계에는 드물게 소개된 데다 작가 자체도 그다지 나서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작품 수는 더욱 적다. “과작하는 작가”란 말을 미술관이 여러 차례 귀띔했을 정도로 작품 발표가 잦지 않았다. 덕분에 신작 없이 그간의 작품 히스토리를 내보이는 ‘서베이전시’ 형식으로 마련한 이번 개인전조차 13년 만이란다. 미국의 클리브랜드미술관, 뉴욕 아트 오마이, 홍콩 엠플러스 등 국내외 소장처와 소장자를 수소문해 작품 70여점을 옮겨왔다. 그렇다면 왜 굳이 김범이어야 했나. “이제라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획에 직접 나선 김성원 부관장은 “가장 많은 생각을 가장 적게 보여준 작가”라며 “미술계, 특히 1990년대 한국미술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작가를 소개했다. 드러나진 않지만 가장 원초적인 역할인, 미술계의 ‘뿌리’쯤에 위치시킨 거다. 13년간 지켜온 침묵을 깰 가치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김범의 ‘캔버스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캔버스를 도려낸 뒤 서로 연결하고 단추까지 달아 ‘내면의 주머니들’을 상징한 ‘자화상’(1994·왼쪽)과 실로 한땀 한땀 점처럼 찍어 형상을 만든 ‘기도하는 통닭’(1994)(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가치는 한국미술사, 범위를 좁혀 개념미술사를 놓고 볼 때 도드라진다. ‘모든 문제는 우리가 가진 인식체계에서 비롯된다’는 걸 단박에 일깨워주는 직관적인 작품들이 말이다. 한마디로 본질을 뒤집는 ‘전복’이고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다. 가령 작가가 ‘망치가 임신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치자. 아마 대답은 ‘네’ ‘아니오’가 아니라 ‘정신 나갔네’에 가깝지 않겠나. 이 틈새서 보인 작가의 반응이 ‘임신한 망치’(1995)다. 멀쩡하게 생긴 망치의 나무 손잡이가 불룩한 이 작품은 보는 이의 복잡한 생각이 스치게 만든다. ‘망치가 진짜 임신을 했네’ ‘망치의 손잡이는 배였구나’ 등을 앞세워 ‘망치라고 임신하지 말란 법이 있는가’까지. 어차피 뭔가를 생산해야 하는 역할을 가진 공구라면 말이다. 김범의 ‘두려움 없는 두려움’(1991·왼쪽)과 ‘임신한 망치’(1995). 1990년대 작가가 고민했던 화두 두 가지를 옮겨낸 대표작이다. ‘이미지의 비현실성과 회화의 현실성 사이의 간격’ ‘사물에도 생명이 있다는 생각’. 개가 거칠게 벽을 뚫고 나온 듯한 ‘두려움…’은 드로잉을 공간에 입체적으로 제작한 작품이고, ‘임신한…’은 일상의 사물을 동물적 생명력과 연결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장 입구에 걸린 거대한 영상 ‘볼거리’(2010)는 반전과 전복으로 이어지는 작가세계의 서막쯤 된다. 치타가 뛰니 영양이 덩달아 뛰는 숱하게 봐온 ‘동물의 왕국’ 그거다. 그런데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 1분 7초짜리로 짧고 굵게 편집된 이 영상은 ‘도망가는 치타와 뒤쫓는 영양’의 다이내믹한 ‘도주 신’을 담고 있으니까. 작가가 직접 나서 좀더 선명한 의도를 전한 작품도 있다. 31분짜리 ‘노란 비명 그리기’(2012)다. 25호쯤 되는(66×86㎝) 하얀 캔버스를 앞에 둔 작가가 ‘노란 비명’이란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한다. 그저 묵묵히 한 획씩 그어가는 모습일 거란 예측은 작가가 붓질을 하는 순간 여지없이 깨지는데. ‘아아아악’ 하는 비명에 맞춘 붓질이 한참 동안 이어지니까.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회화작품으로 보이는, 부드럽고 따뜻한 ‘노란 비명’(2012)에 담긴 비화를 작가 스스로 공개하고 나선 거다. 작가 김범이 직접 나서 강연 형식으로 제작한 영상 ‘노란 비명 그리기’(2012, 단채널 비디오 31분 6초) 중 두 장면을 뽑았다. 움직이는 붓선에 작가의 비명소리를 담아내는 과정을 담아냈다. 비명 한 번에 노란선 한 획씩이 캔버스에 그려진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김범의 ‘노란 비명’(2012·66×86㎝). 작가의 거친 비명소리를 먹고 부드럽게 완성된 유화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캔버스는 비딱한 상상에 수시로 불을 붙인 도구라고 할까. 남들은 물감으로 꽃단장시키는 캔버스를 작가는 온전히 내버려 두질 않았다. ‘물성’이라 말하는 그 태생 자체에 의문을 던진 건데. 뚫어내는 건 기본. 빈 공간을 철망을 연결하고(‘철망 통닭 #1’ 1993), 모조리 뜯어낸 뒤 여러 개의 직사각형으로 얼기설기 꿰매 붙이고(‘벽돌 벽 #1’ 1994), 곡물을 다닥 붙여 긴 문장을 적어놓기도 했다(‘허수아비’ 1995). ◇허점은 당신의 생각과 인식에 있다시작은 어이가 없고, 과정은 유머러스하며, 끝은 긴 여운이다. 작품의 허점인 듯 운을 뗀 뒤 가장 익살스러운 방식으로 종국엔 당신의 허점이란 걸 친절하게 알려주니까. 가장 부드러운 도구로 본능·관성·진리의 원칙이란 걸 모조리 째고 아낌없이 부수는 식이니까. 김범의 ‘철망 통닭 #1’(1993·58.5×87.5㎝). 1990년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작가의 ‘캔버스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한 점이다. 캔버스를 통닭 모양으로 오리고 빈칸을 철망으로 채웠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굳이 작가의 그 DNA를 캐보면 전혀 안 잡히는 것도 아니다. 회화·조각·설치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은 아버지인 조각가 김세중(1928∼1986), 작품보다 더한 작품명을 다는 재주는 어머니인 시인 김남조(96)에게서 받았을 거다. 아버지는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제작한 작가로, 어머니는 ‘가난한 이름에게’ ‘심장이 아프다’ 등의 시집을 펴낸 1960∼1970년대 대표시인으로 꼽힌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독특한 작품세계에 유려하게 설명을 붙여줘야 할 작가가 끝내 ‘공식적인 등장’을 하지 않은 거랄까. 작고작가 혹은 해외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엄연히 생존해 있는 작가의 개인전에서 그 작가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흔치 않으니까. 과연 이조차 ‘뒤통수치기’의 마지막 한 점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겠다 싶다. 작가가 줄창 일러준 대로라면 ‘안 보이니 없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전시는 12월 3일까지. 김범의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 전경. 전시장에 발처럼 내걸린 ‘무제’(2002)의 일부다. 종이를 오려 사람과 사람이 선과 발로 연결된 모양을 ‘빚어’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한·미·중 꿰뚫다 뒤늦게 알아본 아내 그림…특급 외조 나선 정치석학
- 작가 신미선(왼쪽)과 남편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신 작가의 작품 ‘스탠퍼드의 귀퉁이’(2023·왼쪽)와 ‘캘리포니아 포피의 꿈틀거림’(2023)을 사이에 두고 서서 활짝 웃고 있다. 신 작가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서 연 ‘제30회 한국미술국제대전’에서 ‘국제미술상’ 수상자격으로 참여했다. 13점을 출품한 신 작가의 데뷔개인전이기도 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멀찌감치 부산스러운 한 남자가 보인다. 정리를 하는 모양이다. 손에 종이봉투 몇 개가 들려 있다. 그 모습이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럽다. 눈이 마주치자 “작가의 매니접니다”라고 먼저 자신을 소개하며 활짝 웃는다. 매니저의 그 하루는 꽤 분주할 듯했다. 장대비가 내리는 금요일 아침, 오픈에 맞춰 줄줄이 찾아드는 손님 맞이는 기본이고, 벽에 걸린 작품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틈틈이 작가의 컨디션 체크에도 여념이 없다. 도대체 어떤 작가길래 이토록 충직하고 ‘능력있는’ 매니저까지 대동한 채 전시를 연 건가. 달랑 방명록과 팸플릿이 전부인 작은 테이블에서 전시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미선 개인전’이라고.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 인사동길에 즐비한 여느 갤러리와 다를 게 없는 풍경이지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매니저와 작가는 범상치 않다. 작가 신미선(60)의 이름이 익숙지 않다면 매니저의 이름은 어떤가. 신기욱(62). 공식 직함은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이다. 한국·미국·중국이 얽히고설킨 고차함수는 물론, 일본·북한이란 변수, 또 중국·대만과의 관계까지, 들이대는 복잡한 문제마다 명쾌한 분석으로 세계권력지도를 다시 그려낸다. 한마디로 태평양을 사이에 둔 나라들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터지기만 하면 전화벨이 가장 먼저 울리는 정치·외교분야 석학이다. 그런 그이가 한국, 그것도 인사동 한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의외라고 할 수밖에.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연 ‘제30회 한국미술국제대전 특별초대전’에 마련한 ‘신미선 개인전’ 전경. 신 작가의 ‘장독대’(2023·왼쪽)와 ‘타호호수의 에지우드 골프’(2023)가 나란히 걸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아내 데뷔전 준비부터 손님맞이·작품소개 등 “이번 전시는 아내 신미선의 데뷔전이다. 이쪽(미술분야)으로는 잘 모르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묻고, 찾고. 그게 가장 어려웠다.” 전시 일정은 잡히고 당장 작품을 한국으로 보내야 하는 일부터 말이다. 포장은 어찌 하고, 배로 띄워야 하는지 비행기로 날려야 하는지, 살면서 다신 없을 줄 알았던 ‘맨땅에 헤딩’하는 경험을 새삼 겪은 셈이니. 그런데 그 어려움을 말하면서도 신 교수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전시에는, 처음 겪는 고충도 즐겁게 감내해낸 신 교수의 매니징에 힘입은 작품 13점이 걸렸다. 굳이 묶어낼 한 줄 테마라면 ‘스탠퍼드의 일상과 추억’ 정도 될까. 집 정원의 전경을 담아낸 ‘가든파티’(2023), 야자수 늘어선 거리풍경을 옮긴 ‘스탠퍼드의 메모리얼 처치’(2023), 스탠퍼드대 캠퍼스를 슬쩍 들여다본 ‘스탠퍼드의 귀퉁이’(2023), 미국땅에서 발견한 ‘작은 한국’이라 할 ‘장독대’(2023) 등. 작가 신미선이 ‘제30회 한국미술국제대전 특별초대전’에 마련한 개인전 부스에 건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탠퍼드의 메모리얼 처치’(2023), ‘아름다운 성숙’(2023), ‘오렌지와 노랑의 사이 그 어디쯤…’(2023), ‘무제’(2023), ‘사슴 가족 나들이’(2023)(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데뷔전’이란 소개로 보듯 신 작가는 늦깎이 신진작가다. “그림을 시작한 건 채 5년이 안 된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으로 치면 문화센터쯤 되는 커뮤니티센터에서 붓을 처음 잡았다.” 계기라면 ‘갱년기 불면증’이란다. “3시까지 잠을 못 이루는 고통을 겪었더랬다. 그림을 시작한 뒤론 시간이 너무 잘 가더라. 무엇보다 아이 셋을 키우며 느꼈던 ‘내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게 가장 크다.” 이제껏 작품 수는 150점 남짓. 오일과 아크릴을 쓴 회화작품은 물론 오일파스텔, 아이패드 등 도구를 따지지 않고 작업한 드로잉 등이 다채롭다. 이번 전시에 건 ‘정물 있는 풍경’ 외에도 일상 곳곳에서 찾아낸 인물·동물·사물 등을 화면에 옮겨낸다. 그렇다고 과거 신 작가가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았던 건 아니다.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 대학에서의 전공은 피아노다. 미국에 자리를 잡고선 교회음악(오르간)으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교회에서 반주를 하며 쌓은 경력도 30년에 달한다고 했다. 신미선의 ‘샌프란시스코의 가을’(2023).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연 ‘제30회 한국미술국제대전 특별초대전’에 마련한 ‘신미선 개인전’에 건 13점 중 한 점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남편 전폭적 지원 입고 ‘한국미술국제대전’ 수상까지그런데 이 ‘신진작가’의 붓질이 보통이 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국제교류협회가 주최하는 ‘제30회 한국미술국제대전 특별초대전’. 18일까지 12개국 작가의 300여점으로 꾸린 자리에 신 작가는 미국 대표로 출품해 ‘국제미술상’을 수상한 자격으로 개인전 부스를 냈다. 이후 11월 뉴욕으로 장소를 옮겨 이어갈 전시에도 신 작가의 작품이 걸릴 예정이다. “혼자서는 못했다. 자신 일처럼 나서는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처음부터 오늘 이 자리까지 말이다. 작가로선 늦었지만 서두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싶은 걸 그리다 보면 뭐든 그려지지 않겠나.” 따지고 보면 짧지만 긴 여정이었다. 기어이 여기까지 올 거였다면 말이다. 그 길을, 물론 부부가 함께 걸어온 거고. 이제 신 교수가 분석하는 냉철한 세계정세가 들리든, 신 작가가 그려내는 정감 있는 세상풍경이 보이든, 어느 하나를 떨어뜨려 생각할 순 없게 됐다. 그걸 아는 건지, 뒤돌아 나오는 길에 울리는 ‘작가’와 ‘매니저’의 앙상블이 들린다. “이제 시작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작가 신미선(오른쪽)과 남편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신 작가의 작품을 사이에 두고 섰다. 뒤로 ‘가든파티’(2023·오른쪽부터), ‘타호호수의 에지우드 골프’(2023), ‘장독대’(2023)가 보인다. 신 작가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서 연 ‘제30회 한국미술국제대전’에서 ‘국제미술상’ 수상자격으로 참여했다. 13점을 출품한 신 작가의 데뷔개인전이기도 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오래된 사이에서 느끼는 따뜻한 애정…일상 속 미온의 기쁨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어느 순간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너무 보편적인 의미로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사랑과 좋아하는 감정도 차이는 분명 존재하거든요. 오래된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정된 감정을 찾다보니 ‘fondness’라는 단어가 떠올랐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좋아함X좋아함X좋아함…’ 정도의 감정인 것 같아요(하하).”어느날 아내와 말다툼했다. 화가 나서 감정이 상하기도 했지만,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다 보니 금세 화난 마음이 풀어졌다. 상대방이 나를 미워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신뢰’가 마음속에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다툼이 끝나고 나니 마치 아내와 한바탕 춤을 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오른손은 아내의 허리에, 왼손은 서로 맞잡은 채 춤을 추는 남녀의 그림은 그렇게 탄생했다.윤형택의 ‘Fondness’ 시리즈(사진=PBG).일상에서 차곡차곡 수납된 행복을 기록하는 작가 윤형택(38)의 개인전 ‘Fondness’가 오는 16일까지 서울 용산구 PBG한남과 부산 프린트베이커리 센텀시티점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다. 국내 미술품 대중화에 앞장섰던 프린트베이커리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브랜드 PBG로 사명을 변경한 후 전속작가인 윤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을 기획한 것이다.‘Fondness’의 사전적 의미는 ‘좋아함’이다. 작가에게 있어 ‘Fondess’는 한번에 밀려오는 거대한 행복이나 따뜻함이라기보다 일상 속에서 적당한 기쁨과 미온의 온기가 쌓인 감정층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드로잉, 오브제 등 52점의 원화와 35점의 드로잉 신작을 선보인다. 2021년 시작한 3부작 ‘fondness’ 시리즈의 마지막 전시다. 최근 PBG한남에서 만난 윤형택 작가는 “누구에게나 포근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며 “익숙하고 편안한 관계에서 오는 다정함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그 다정함을 통해 내 일상을 유지하는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윤 작가의 작품은 넉넉한 여백을 두면서 단순한 선만으로 눈·코·잎 형상과 친근한 표정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 안정감을 주는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따뜻한 스토리를 전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서로 안고 있는 두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 키가 큰 오른쪽 여성을 ‘엄마’로, 왼쪽 여성을 ‘딸’로 보겠지만 윤 작가는 그 반대를 생각하고 그렸다. “사실 작품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든 그건 관람객의 몫이에요. 그저 작품을 그린 배경을 설명하자면, 어렸을 땐 한없이 커 보이던 부모님이 세상의 많은 것을 모르는 ‘친구같은 어른’으로 보이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아내 역시 부모님에게 집을 지어주기 위해 고향을 방문했다가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림으로 그려봤어요.”윤형택의 ‘Fondness’ 시리즈(사진=PBG).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면 작가의 실시간 드로잉 작업을 볼 수 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을 보면서 2층 공간이 마치 교실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교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학생처럼 직접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 전시기간 이곳에 상주하고 있단다. 윤 작가는 “드로잉을 하다가 완성된 그림을 액자에 넣어서 걸어놓기도 하고, 작업이 끝나는대로 벽에 붙이면서 ‘갓 나온 스케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책을 읽으며 소파에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 책상에 앉아 고뇌하는 듯한 남성의 모습을 그린 블루톤의 그림도 있다. 윤 작가는 “책상에 앉아 머리를 감싸고 있는 사람은 사실 나의 모습”이라며 “전시를 준비하면서 ‘fondness’ 소재를 하나씩 다 쓰는 느낌이 들었다. 소재를 다 써버려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표현해 봤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내 그림의 최종 목적지는 전시장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이라며 “그림을 집안에 걸어놓고 한번쯤 사라져가는 독서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그는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국내 대표적인 공간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다 화가로 전업했다. 그림을 올려놓는 목재받침, 철줄로 둘러싼 하얀 의자 등 그가 직접 만든 소품들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윤형택의 ‘Fondness’ 시리즈(사진=PBG).윤형택 작가(사진=PBG).
- 이랜드갤러리, 아시아 최대 아트 페스티벌 '어반브레이크 2023' 참가
- 이랜드그룹 제공.[이데일리 문다애 기자] 이랜드갤러리는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되는 ‘어반브레이크 2023’에 참가한다고 6일 밝혔다. 어반브레이크 2023은 어반&스트리트 아트(도시거리예술) 중심의 아트페어로 코엑스 B홀에서 열린다. 2020년 시작돼 올해로 4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45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350명의 작가 3000여 작품을 소개한다. 이랜드갤러리는 코엑스 B홀 G7부스에서 국내 및 해외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파주에 위치한 이랜드갤러리 헤이리와 NC백화점 VIP 라운지 전시에서 고객 반응이 좋았던 작품중심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어반브레이크 2023에는 국내 작가 8명, 해외 작가 4명이 참여한다. 대표적인 국내 작가로는 김우진, 정우재, 가수정, 박재광, 서동진, 서연, 영재, 최마고가 참여하며, 해외 작가는 중국의 꾸즈, 류화신, 멍샹치 및 일본 오지리 아야카의 회화, 조각, 판화,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이랜드갤러리 전시장에 방문하면 2020년대 현대미술계의 블루칩 작가로 알려진 김우진 작가의 대표 작품 ‘DEER’ 조형물이 눈에 띈다. 사슴 작품은 스테인레스 등을 활용해 만든 1.8m 높이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중국 MZ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꾸즈의 ‘에피소드 - 조용히 기다리다’ 작품도 전시된다. 꾸즈 작가는 전통적인 공필화 기업으로 현대의 맥락을 예술적으로 표현해 일상 속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관람객과 소통하고 있다.아울러 체험을 중요시하는 전시 트렌드에 발맞춰 관람객을 위한 색다른 이벤트도 준비했다. 이달 13일과 15일 오후 2시에 박재광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쇼’를 진행한다.이랜드갤러리 관계자는 “이랜드가 역량 있는 미술인들을 발굴하고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오며, 전시 기회 및 대중에게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랜드는 1996년 중국 시장 진출 이후 중국 5대 미술대학 장학사업을 펼쳐, 3,000여명의 신진작가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해 오고 있다. 또한 국내 작가 발굴과 육성을 위해 2009년부터 매년 청년작가 공모전을 열어 창작 지원금과 전시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3’ 개최
- 사진=콘진원[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코엑스가 공동 주관하는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3’(이하 캐릭터 페어)이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다.올해로 22년째를 맞이하는 ‘캐릭터 페어’는 매년 10만명 이상의 관람객과 국내외 캐릭터 라이선싱 선두기업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라이선싱 비즈니스 행사다. 올해는 ‘콘텐츠의 파도를 타고 캐릭터의 세계로!’를 주제로 개최된다.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에 발맞춰 캐릭터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부스 판매는 5월 12일 조기 완판됐다. 국내 104개사, 해외 7개사 기업이 참여하여 기획관을 포함, 총 576부스 규모로 개최된다. 6월 중순 이후 시작된 입장권 판매 또한 전년 대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보다 높아진 K캐릭터와 콘텐츠 IP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뽀롱뽀롱 뽀로로’·‘꼬마버스 타요’의 아이코닉스, ‘핑크퐁’·‘아기상어’·‘베베핀’의 더핑크퐁컴퍼니, ‘콩순이’·‘시크릿쥬쥬’의 영실업, ‘로보카 폴리’·‘도레미 프렌즈’의 로이비쥬얼, ‘헬로카봇’의 초이락컨텐츠컴퍼니 등의 국내 캐릭터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더불어 콘텐츠산업을 이끌어갈 신진 창작자 50인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루키프로젝트’와 롯데월드, 카카오, 오뚜기, BGF리테일 등 대기업의 캐릭터 IP 협업사례를 기획 전시하는 ‘타분야 협업 기획관’ 그리고 캐릭터 머그컵 만들기, 쿠키런 토이쿠키 만들기 등의 ‘어린이 관람객 체험 프로그램’을 행사장 내 마련했다.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웹툰특별관’에서는 레트로 감성을 연출하기 위해 드로잉 아티스트 김신아 작가가 참여하여 전 연령층 참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또한 재담미디어, 락킨코리아 등 국내 정상급 웹툰 스튜디오와 한국웹툰산업협회가 웹툰 콘텐츠를 전시한다. 특히, 재담미디어는 16일 인기 크리에이터 궤도의 사인회도 진행하며, 락킨코리아는 200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의 원작 만화 ‘풀하우스’의 원수연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 만화와 웹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조망할 예정이다.올해 캐릭터 페어에는 △일본 캐릭터브랜드·라이선스협회 CBLA(Character Brand License Association) △가도카와 △카미오재팬 △NKT3 등 3개 기업, 창작자 9명으로 구성된 일본공동관이 처음으로 참가한다. 그중 가도카와는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회사를 거느린 종합 콘텐츠기업이다. 지난 2021년 1월 카카오가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2022년에 기업 역대 최대매출을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 일본의 대표 콘텐츠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캐릭터 강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협회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K캐릭터 시장의 확장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해외 기업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산리오, 다카라토미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일본의 캐릭터브랜드ㆍ라이선스협회 CBLA와 한국캐릭터협회는 양국 간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해 캐릭터 페어 현장에서 13일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콘진원은 한류 관계부처 및 기관과 협력하여 ‘K콘텐츠×연관산업 비즈니스 네트워킹 데이’를 13일 진행하는 등 콘텐츠기업과 식품, 소비재 기업 간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캐릭터기업의 해외 저작권 출원 및 등록을 돕기 위해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협력하여 저작권 출원에 관한 상담과 출원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조현래 콘진원 원장은 “K콘텐츠의 성장과 더불어 캐릭터 IP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행사를 통해 다시 되살아난 캐릭터 시장의 활기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게임, 드라마 등 캐릭터 IP의 영역과 활용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캐릭터 페어는 관심 있는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참가 안내 등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