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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메달 건 남북 복서…임애지-방철미, 나란히 시상대에 [파리올림픽]
-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임애지(화순군청)와 방철미가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 가운데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탁구 혼합복식에 이어 남북한 선수들이 한데 모이는 장면이 탄생했다. 대한민국 복싱 대표팀 임애지 선수가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진행된 복싱 여자 54kg급 시상식에서 선수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튀르키예 해티스 아크바스(은메달), 중국 장위안(금메달), 북한 방철미(동메달), 임애지. (사진=뉴스1)9일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복싱 여자 54㎏급 결승전이 끝나고 메달 시상식이 진행됐다. 맨 앞에 선 채 시상대로 향한 임애지는 환한 미소로 관중에게 인사했다. 바로 뒤에 있던 방철미는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메달 수여자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장훙(중국)이 등장했을 때도 두 선수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환한 표정의 임애지와는 다르게 방철미는 굳어 있던 얼굴을 풀지 않았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임애지와 북한 방철미가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날 임애지와 방철미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창위안(중국)이 금메달을,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가 은메달을 받았다. 임애지와 방철미는 지난 4일 준결승전에서 패배해 동메달을 확정한 지 나흘 만에 메달을 받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가 같은 색깔의 메달을 따는 것은 여자 복싱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복싱 대표팀 임애지 선수가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진행된 복싱 여자 54kg급 시상식에서 선수들과 빅토리 셀피를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튀르키예 해티스 아크바스(은메달), 중국 장위안(금메달), 북한 방철미(동메달), 임애지. (사진=뉴스1)이후 중국의 오성홍기, 튀르키예 국기에 이어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경기장 위쪽을 향해 올라갔다. 조직위 관계자와 가까이 서 있던 임애지는 삼성 스마트폰을 건네받고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과 함께 ‘빅토리 셀피’를 찍었다. 임애지와 창위안, 아크바시는 메달을 들고 촬영에 임했지만 방철미는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다만 촬영을 위해 모든 선수가 시상대 중앙에 올라야 하는 순간 임애지가 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먼저 위쪽에 있던 방철미가 손짓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임애지와 북한 방철미가 시상식을 마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시상식이 끝난 뒤 임애지는 공동취재구역에서 “(방철미 선수가) 말 못 하는 사정이 있구나 싶어서 나도 말을 걸지 않았다”며 “곤란하구나 싶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이어 “그런 분위기에서 내가 ‘언니’라고 부르면 오히려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더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김호상 한국 복싱대표팀 감독은 “시상식에 오기 위해 우리와 북한 선수단 둘만 버스에 탔다. 북한 지도자가 쳐다보니까 선수가 말을 못 하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여자 복싱 동메달을 딴 임애지(오른쪽)와 북한 방철미가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두 사람의 상반된 모습은 시상식이 끝나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동메달 소감에 대해 임애지는 “파리 올림픽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행복했다. 관중 함성을 들으며 더 힘을 얻었다. 올림픽같이 축제를 즐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방철미는 “1등을 하자고 생각하고 왔지만, 3등밖에 쟁취하지 못했다. 올림픽은 여느 경기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취재진이 ‘남북 선수가 올림픽 동메달을 딴 소감’을 물었을 때도 둘의 답변은 갈렸다. 임애지는 “지금은 (남북이) 나뉘었지만, 같이 힘을 내 메달을 따서 좋았다. 다음에는 (방철미와)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반면 방철미는 “선수로 같은 순위에 선 것에 다른 것은 없다. 다른 감정이 전혀 없다”고 했다.‘집에 메달을 가져가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걸어주고 싶나’라는 질문에 임애지는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움받은 사람이 너무 많다. 만나는 사람 다 한 번씩 걸어줄 것 같다”고 답했으며 방철미는 “동메달이 내가 바라던 그런 것(금메달)이 아니니까 별로 소감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일본 기자가 ‘준결승 끝나고 임애지 선수가 시상식에서 방철미 선수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실제로 안아줬는가’라고 묻자 임애지는 한참을 답하지 못하고 “비밀로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답변이 끝나자 방철미는 임애지와 눈이 마주쳤고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임애지가 낸 성적은 한국 여자 복싱 최초의 올림픽 메달로 기록됐다. 값진 동메달을 거머쥔 임애지는 한순철이 런던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기게 됐다.
- 한-필리핀 외교장관 회의…11월 해양대화 인천서 개최 합의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한국과 필리핀이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양국 관계 격상과 외교안보를 비롯해 경제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사진=외교부)외교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7일 공식방한 중인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과 한-필리핀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양 장관은 △외교?안보 △경제 △인적교류·영사 분야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주요 지역·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조 장관은 필리핀이 동남아 국가 가운데 우리의 첫 수교국이자 6.25 전쟁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최대 규모의 병력(7420명)을 파병해 준 혈맹이라고 강조하고,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이한 양국이 앞으로도 공고한 유대와 신뢰를 토대로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특히 양 장관은 방산, 해양, 인프라, 농업, 개발, 에너지 등 미래지향적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양국 관계를 반영해 올해 중 관계 격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은 “필리핀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이니셔티브의 맥락에서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앞으로 몇 달 안에 한국과 필리핀 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수립하는 새로운 장을 여는 데 필리핀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조 장관은 인태지역 내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한국과 필리핀이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한국산 호위함이 필리핀의 전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필리핀의 방위력 증강사업에 한국 기업이 계속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또한 양 장관은 양국간 해양분야 협력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한-필 해양대화의 제3차 회의를 올해 인천에서 11월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양 장관은 지난해 9월 서명된 한-필리핀 FTA의 혜택을 양국 국민과 기업이 누릴 수 있도록 조속한 비준과 발효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200여 한국 기업이 필리핀 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고 하고, 특 히 필리핀 정부가 추진중인 대규모 교량 및 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사업에 우수한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조 장관은 쌀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필리핀을 위해 아세안+3 차원의 쌀 공여와 함께 다목적 댐 등 인프라 구축과 농업 기계화 등을 통해 필리핀의 쌀 생산성 향상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마날로 장관은 한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고, 현재 필리핀 내 추진 중인 한국 농기계 산업단지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조 장관은 우리의 중점 개발협력 파트너인 필리핀에 대해 스마트 대중교통 체계 구축, 공공분야 디지털화 사업 등 필리핀의 신규 수요분야를 중점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특히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 대한 개발협력사업을 지속함으로써 민다나오 평화 프로세스의 이행도 지원해 나가겠다고 하였다. 필리핀의 원전 개발에 있어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원전 분야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조 장관은 작년 필리핀을 방문한 외국인 가운데 최다 인원(145만명)인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게 여행하고 체류할 수 있도록 필리핀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였다. 특히 우리 기업인 살인사건 관련 최근 필리핀 법원의 항소심 결과를 평가하면서 정의 실현을 위한 필리핀측의 협조를 요청했다.양 장관은 주요 지역·글로벌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였다. 조 장관은 북한의 복합도발과 러북간 불법적 군사협력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데 우려를 표했다. 조 장관은 그간 필리핀이 북한의 긴장고조 행위 중단 및 안보리 결의 준수 촉구 등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해온 것을 높이 평가하고, 아세안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분명하고 단합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도록 필리핀의 적극적인 역할과 지원을 요청했다.양 장관은 한국의 인태전략 및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 이행과 함께, 올해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아 추진중인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수립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아울러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도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