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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항암제 SC제형 개발선언 지아이이노베이션...실현 가능성은
-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바이오 의약품 피하주사(SC)제형 개발 열풍이 거세다. SC제형 의약품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로 조 단위 기술이전을 체결한 알테오젠 사례가 국내 기업들에게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지아이이노베이션도 SC제형 개발을 선언했다. 특히 알테오젠과는 다른 기술 및 성장 전략으로 SC제형 개발에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은 최근 개발중이던 면역항암제 ‘GI-102’ SC제형 개발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8일 GI-102 SC제형 개발을 위해 기존 임상 계획을 변경하는 신청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또 조만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SC제형 개발을 위한 임상계획 변경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임상 계획이 승인되면 GI-102는 SC제형 단독요법 임상을 진행하게 된다. GI-102는 앞서 단독요법 임상 1/2a상을 통해 표준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5건의 부분관해(PR)를 확보한 바 있다.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GI-102는 종양미세환경에서 조절 T 세포를 억제하고 효과 T 세포와 자연살해(NK) 세포의 증식과 활성을 촉진하는 기전이다. 장명호 임상전략총괄(CSO)은 “GI-102 단독요법 임상 결과만으로도 빅파마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개발 트렌드에 발맞춘 피하주사 제형 개발로 약물의 기술이전 밸류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피하주사(SC) 개발 현황.(자료=지아이이노베이션)◇블록버스터 항암제 SC제형 변신...병용 파트너 가치 내다본 전략지아이이노베이션의 핵심 파이프라인 SC제형 전환 시도는 기업 지속성장 전략과 맞물려 있다. 이 회사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은 단독요법 개발도 진행 중지만, 블록버스터 약물과의 병용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미국에서 GI-101·GI-102와 머크 키트루다와 같은 PD-1 항체, 로슈 티쎈트릭이 타깃하는 PD-L1 항체 등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 대한 특허를 통해 독점권리를 확보했다.키트루다와 티쎈트릭, 옵디보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현재 SC제형 전환이 대세다. 키트루다는 머크가 알테오젠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도입해 SC제형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로슈 티쎈트릭은 할로자임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도입, 지난 1월 유럽에서 티쎈트릭 SC제형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BMS는 지난해 11월 옵디보 SC 제형 개발에 성공했다. 이들 제품은 특허만료를 앞두고 SC제형 변경을 통한 방어 전략을 펼치고 있고, 1~2년내 SC제형 면역항암제가 치료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지아이이노베이션도 이를 염두하고 SC제형 개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단독요법뿐만 아니라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의 병용 파트너로서도 기업 실적과 밸류를 키울 수 있는 만큼, SC제형으로 전환된 블록버스터 약물에 발맞춰 같은 SC제형으로 또 다른 경쟁 병용 파트너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알테오젠이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글로벌 기업에 기술이전 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은 SC제형 개발을 통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SC제형의 병용 파트너로서 가치를 높인다는 상반된 전략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글로벌 트렌드가 특허 만료로 SC제형으로 변경되고 있고 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 회피 전략이다. 또 글로벌 트렌드가 병용 전략으로 가고 있기에 병용약제도 SC제형을 바뀌어야 하는 것은 필수다. 기존 블록버스터들과 병용 파트너로서 전략을 가지고 가고 있는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서는 SC제형 개발이 당연한 상황”이라며 “최근 GI-102는 정맥주사(IV) 단독임상에서 획기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어 이번 임상 디자인 변경을 통해 SC제형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GI-102 임상은 단독임상, SC제형 임상, 화학항암제 병용, 키트루다 병용 등 4파트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GI-102 임상개발 계획.(자료=지아이이노베이션)◇알테오젠 기술 안쓰고 직접 SC개발...가능한 이유는지아이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C개발은 갑작스러운 게 아닌 오래전부터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GI-102 전임상부터 SC제형 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정맥주사(IV) 제형 임상을 먼저 한 이유는 안정성과 유효성을 먼저 확인해야했다”며 “IV제형에서 혹시 문제가 생기면 굳이 SC제형을 개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GI-102는 제조 공정상 당화(당-단백질의 공유결합)를 조절해 안정적으로 암 특이항원인 당사슬에 부착하는 기술로 제형변경 없이 정맥주사와 피하주사 모두 가능한 물질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피하주사 제형에 대한 원숭이모델 독성시험에서 피부 독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60~65% 수준의 생체이용률을 보이는 등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지아이이노베이션의 SC제형 개발은 알테오젠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등의 타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자체 공정을 통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항체의약품과 이중융합단백질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체의약품은 당단백질인 시알산이 붙을수 있는 곳이 한두 군데밖에 없다. 항체는 시알산 붙는 곳이 없어서 치료제가 투약되면 이물질로 인식해 대식세포 및 수지상세포한테 잡아먹힌다. 따라서 SC제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알테오젠(196170)처럼 기존 약물에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첨가해 이를 회피하고 약물확산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이에 비해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약물은 항체의약품이 아닌 이중융합단백질(CD80+IL-2 변이체)이라서 당화가 많이 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CD80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수용체 CTLA4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당화가 잘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당이 많이 붙으면 피하주사시 약물이 혈관으로 잘 들어갈 수 있다. 이는 시알산이 붙어 피하주사시 대식세포 및 수지상세포를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화가 잘 되는 물질이라면 자체 기술을 활용해 GI-102 뿐만 아니라 다른 파이프라인에도 SC제형 기술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가요계 괴물 되겠다"… 티아이오티, 음방 1위 정조준
- 그룹 티아이오티(TIOT)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 SOL 페이 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열린 데뷔 앨범 ‘킥-스타트’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괴물 신인 아닌 괴물이 되고 싶습니다.”가요계에 정식 데뷔한 그룹 티아이오티(TIOT)가 듣고 싶은 수식어로 ‘괴물’을 꼽았다. 보컬과 랩, 퍼포먼스 실력을 두루 갖춘 멤버들이 뭉친 만큼 완벽한 무대로 괴물 같은 역량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티아이오티 금준현은 22일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 SOL페이 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열린 데뷔앨범 ‘킥-스타트’ 쇼케이스에서 “프리 데뷔를 거쳐 이제야 정식 데뷔를 하게 됐다”며 “이번 활동을 열심히 준비한 만큼 더 많은 대중에게 관심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티아이오티라는 그룹을 말했을 때 퍼포먼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이 그룹 멋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신인 아이돌이 나오면 ‘괴물신인 누구’라는 말을 하지 않나. 티아이오티는 ‘괴물 신인’이 아닌 ‘괴물’이 되고 싶고, 괴물 티아이오티로 불리고 싶다”고 바랐다.김민성은 “다섯 멤버가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활동에 임하고 있다”며 “프리 데뷔 때는 1위 후보에 올랐지만, 정식 데뷔에서는 음악방송 1위를 목표로 하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새롭게 팀에 합류한 신예찬은 “꿈에 그리던 데뷔를 티아이오티와 함께 해서 기쁘다”며 “형들과 오래 연습을 안 했는데도 합이 잘 맞아서 데뷔 준비를 재밌게 했다. 형들과 팬분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을 생각에 설레고 기대된다”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최우진은 “그토록 꿈에 그리던 정식 데뷔다. 너무 행복하다”며 “팬 여러분 덕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티아이오티로 시작하는 첫 정식 활동인 만큼, 새로운 시동을 건다는 앨범명인 ‘킥-스타트’에 걸맞는 활동을 하고 싶다”며 “가요계를 향해 새로운 시동을 걸고, 멋지게 나아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홍건희는 “팬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티아이오티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 같다”며 “부담감이 컸지만 팬들의 응원으로 부담을 태워서 나온 만큼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티아이오티(김민성·금준현·홍건희·최우진·신예찬)는 22일 오후 6시 데뷔앨범 ‘킥-스타트’(Kick-START)를 발매하고 정식 데뷔한다.‘킥-스타트’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앨범이다. 연습생 시절부터 정식 데뷔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티아이오티의 땀과 눈물을 앨범에 담아 이 시대 청춘에게 뜨거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전망이다.데뷔곡 ‘락 땡’(ROCK THANG)은 소울 앤 힙합 장르의 곡으로, 낯설고 혼란스러운 청춘의 감정을 음악을 통해 신나게 털어내 보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멤버 김민성과 금준현이 작사에 참여해 티아이오티만의 에너지 넘치는 힙합 스웨그와 환상적인 하모니를 완성한다. 티아이오티는 ‘락 땡’을 통해 듣는 이들에게 멤버들의 패기와 꿈을 향한 열정을 전할 예정이다.이밖에도 티아이오티의 당찬 포부가 담긴 ‘구스범스’, 우정과 청춘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가나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멜로디가 돋보이는 ‘파라다이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모두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가사에 녹여낸 ‘아기상어’까지 총 5개의 트랙이 이번 앨범을 채운다.
- 국내 첫 소장이식 생존 20년, 장기이식 역사 새 희망 쓰다!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죽도 지금 한 공기씩 먹거든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아요.”2004년 4월 28일, 대한민국 여러 언론사는 짧은 창자 때문에 식사를 할 수 없어 고통속에 지냈던 중년 여성이, 장기이식 수술 후 입으로 음식을 떠 먹는 모습을 뉴스로 전했다. 국내 처음 소장이식 수술이 성공한 순간이었다. 소장은 다른 장기에 비해 거부반응이 심하고 감염이 쉬워 이식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20년 전 난공불락의 소장이식을 정복하고 우리나라 장기이식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를 수립한 날이다.환자 이 모씨(1947년생,당시 56세)는 소장과 대장 대부분을 잘라내어 정맥주사로 영양을 공급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조금 남아 있던 장까지 막히는 합병증으로 소장 이식 말고는 더 이상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2004년 4월 9일 생명이 꺼져가던 이씨는 딸로부터 소장을 이식 받았다. 딸의 소장 끝부분 1.5m를 잘라내 남아 있던 십이지장과 대장에 직접 연결했다. 환자는 수술 후 19일 만에 소감을 전하며 소장이식 시대를 열었다. 이처럼 여러 질환을 이유로 소장을 대량 절제한 단장증후군 환자는 장이 짧아져 식사만으로는 정상적으로 살 수 없다. 태아 때 생기기도 하지만, 환자 대부분은 후천성이다. 질병이나, 수술, 외상 때문에 소장을 많이 잘라내거나, 장이 짧지 않더라도 가성장폐색 등 최근 장 질환 증가로 후천성 단장증후군이 늘고 있다. 장의 길이에 따라, 흡수정도에 따라 주기적으로 영양주사를 맞으며 지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다. 또한 영양수액을 지속적으로 투여받으면 정맥영양공급으로 인한 간부전 및 영양수액을 투여하기 위한 중심정맥관의 감염, 혈관의 혈전으로 인한 소실 등의 합병증으로 영양수액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경우 사망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경정맥영양공급 없이 식사로만 생명유지를 위해 소장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 소장이식 수술을 시도했던 당시, 국내에는 경험하지 못했기에 국내 장기이식법에 소장은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으며, 불법 논란까지 있었다.세계적으로도 소장이식은 장기이식 중에서도 초고난도 수술이라 발전이 더뎠다. 소장은 1억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있는 복잡한 기관으로 우리 몸에서 큰 면역기관으로 다른 장기보다 높은 면역항원성을 지닌다. 다른 장기에 비해 면역거부반응이 강해 면역억제제를 더 강하게 써야해서, 이식받은 환자의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다. 게다가 이식된 소장은 대변이라는 오염원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성이 이식 장기 중 가장 높다.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도 감염으로 패혈증까지 진행될 수 있다.이처럼 어려운 첫 소장이식의 기적같은 성공 이후, 국내 장기이식 분야의 개척자 가톨릭의대 이명덕 명예교수와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은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전해왔다. 가톨릭 다장기이식팀은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황정기(팀장)· 김미형,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정재희·간담췌이식외과 최호중·소화기내과 박재명·이식감염내과 김상일·이식면역진단의학과 오은지·병리과 정찬권 교수 등 여러 임상과 전문의가 다학제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성모병원의 소장이식 건수는 18건으로 국내 최다이다. 소장이식을 받은 환자는 성인 뿐 아닌 선천성 질환으로 생명이 위험해진 소아도 있었다. 특히 2015년에는 소아에게 소장 뿐 아니라 소화기계 장기 6개(위,십이지장, 췌장, 비장, 소장, 대장 등)를 이식하는 국내 최초 변형다장기이식 수술을 성공하기도 하였다. 위장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2세 소아가 뚜렷한 원인 없이 갑작스런 가성 장폐색증상이 나타났지만 병명조차 몰랐었고, 소장 운동성이 약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하지 못하여 영양결핍과 창자 속 음식물의 부패로 패혈증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장기간에 걸친 의료진의 진료와 숭고한 뇌사자 기증으로 가능할 수 있었던 장기이식 수술로 현재 10년간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2024년 4월 22일 오후 12시, 대한민국 장기이식 역사를 이어온 서울성모병원은 장기이식센터 주최로 ‘국내 첫 소장이식 성공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서울성모병원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심포지엄에 앞서 서울성모병원 영성부장 차바우나 신부의 시작기도로 2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장기이식센터장 박순철 교수는 개회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불모지였던 소장 이식분야를 선도적으로 시행해오신 이명덕 교수님과 당시 이식팀은 물론, 꾸준하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현재 소장이식팀과 다장기 이식팀에도 감사를 드린다”고 하였다. 이어서 심포지엄을 공동주최하는 대한이식학회 서경석 회장, 대한이식학회 황신 이사장, 한국경정맥영양학회 김경식 회장, 가톨릭의대 외과 조현민 주임교수의 축사가 진행되었다. 서울성모병원장 윤승규 교수는 격려사를 통해 “소장이식은 거부반응이 심하고 면역조절이 특히 어려운 분야로 성공적인 수술뿐 아니라 감염관리와 영양치료 등 다학제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의료진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곧 치료받은 환자들의 생명과 행복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서울성모병원은 고난이도 중증 질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이명덕 교수 뒤를 이어 위장관재활과 소장이식을 받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정재희 교수는 “20년간 총 18명의 장부전환자들이 소장이식을 받았고 2024년 4월 기준 1년 생존율이 78%, 5년 생존율 72%, 10년 생존율 65%로 외국의 1년 86.4%, 5년 61.2%와 비교하여도 높은 수준이다”라고 ‘서울성모병원 소장이식 20년’의 학술적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소장이식을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이번 소장이식 성공 20주년 기념행사가 희망을 전달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장 황정기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기념식에는 첫 소장이식 수술 성공 환자 이 모씨와 보호자가 참석하여 의미를 더했다. 20년 전 치료 과정을 함께했던 의료진들은 환자의 건강을 기원하며 격려 인사를 건넸다. 소장이식 당시 사진들을 보며 눈물이 났다는 이 씨는 “감회가 새롭고, 의료진들을 다시 만나 진심으로 감사하고 앞으로도 건강하시기를 바란다”며 소감을 전했다. 기념식에는 괴사성 장염으로 소장을 다 절제하고,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태어나자마자 종합영양수액제를 맞으며 병원에서 생활을 했었던 김 모군도 참석하였다. 김 모군의 보호자는 소장이식을 받고 건강해진 다른 환자들의 경험을 전해 들었고, 의료진에 대한 신뢰로 두 살 때 이식을 결정하였다. 소장이식 수술 후 현재까지 수액주사 없이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며 건강히 지내고 있다며 “아이가 태어나고 집 보다 병원 생활을 더 오래 했었는데, 교수님이 가족보다 우리 아이를 더 챙겨주시고 보호자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셨다”며 의료진에 감사를 표했다. 스물 하나의 나이에 소장이식 없이 살 수 없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모씨도 참석하였다. 병원에 입원한 시간이 많아지던 중 2008년 12월 31일 숭고한 뇌사자 기증자가 발생하여, 국내 전례가 없는 뇌사자 소장이식이 시도되었다. 수술 성공 후 후 16년째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한 씨는 “이명덕 교수님은 지금까지도 소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분들이 수술 받았던 날을 두 번째 생일로 기억하시면서 매해 잊지 않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따뜻한 의사 선생님”이라 하였다. 지금까지도 소장이식을 받은 환우들과 소통하며 이식 후 건강을 살피고 있는 이명덕 교수는 “소장이식을 처음 시작 할 때만 해도 의료 선진국에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수술 때 마다 걱정이 많았고, 단순히 넣고 이어줬다고 해서 이식이 끝난게 아니라, 환자가 주사 끊고 밥 먹고 살 붙는걸 봐야 성공이라 할 수 있어서 수술이 끝나도 환자들이 건강하게 회복되는 날까지 하루하루 마음을 같이 졸였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 교수는 “장기이식과 관련된 모든 병원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보탠 결과라 생각하며, 난이도가 높은 수술에 늘 긴장했지만 환자와 보호자분들이 어려운 과정을 잘 극복해 나가고 건강하게 생활하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20년 전 국내 첫 소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던 환자 이 모씨와 수술을 집도한 가톨릭의대 명예교수 이명덕 교수(오른쪽)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2005년 이후 최장 기간 1위…1178만 '파묘'가 남긴 흥행 기록들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오컬트 장르의 새로운 역사를 쓴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의 흥행 신화는 끝나지 않았다. 이에 ‘파묘’가 올해 새롭게 세운 흥행 기록들을 공개했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가 경신한 다양한 신기록들이 화제다.오컬트 장인 장재현 감독과 대배우, 대세배우가 만나 화제를 모은 영화 ‘파묘’는 개봉 당일 오전 7시 21분 기준 실시간 예매율 54%, 사전 예매량 36만 9990장을 돌파했으며, 개봉 첫날 33만 명을 동원하며 2024년 개봉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했다. ‘파묘’는 개봉일,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이후 2024년 최고 일일 관객수 851,600명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흥행 포텐을 터뜨렸다. 파죽지세 흥행을 이어간 ‘파묘’는 개봉 8주차 누적 관객수 1156만 9310명을 돌파하며 ‘부산행’(누적 관객수 1156만 7816명)을 제치고 역대 박스오피스 1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전 세계에서 신드롬과 같은 열풍을 낳은 ‘파묘’는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이자 그의 첫 천만 영화가 됐다. ‘화림’ 역의 김고은과 ‘봉길’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도현도 ‘파묘’로 필모그래피 최초 천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라, 최민식은 ‘명량’(2014)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천만 영화를, 유해진은 ‘왕의 남자’, ‘베테랑’, ‘택시운전사’에 이어 네 번째 천만 영화를 품에 안게 되었다.개봉과 동시에 흥행 돌풍을 몰고 온 ‘파묘’는 34일 연속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2022년 이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장 기록을 세웠다. 신작인 ‘댓글부대’ 개봉일을 제외하면 총 47일간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흔들리지 않는 흥행 파워를 입증했다. 이는 2004년 2월 5일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총 49일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했던 기록을 잇는 수치로 눈길을 끈다. 또한 7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파묘’는 4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서울의 봄’보다도 오래 주말 극장가를 책임지며 거침없는 흥행 저력을 이어 나갔다. 2024년 최고의 흥행 기록으로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 ‘파묘’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 [류성의 제약국부론]적신호 켜진 원료의약품 자급화
- [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걸쳐 공급망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는 데 필수적인 의약품 공급망의 소중함은 지난번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백신 및 치료제 부족 사태를 거치면서 크게 부각된바 있다.안정적인 의약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 필수조건은 원료의약품의 자급화다. 원료를 자국에서 생산, 공급하지 않고 수입에 의존할 경우 언제든 완제 의약품의 공급부족 사태가 터질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율이 아직도 11.9%(2022년 기준) 수준에 그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원료의약품의 특성상 가격이 저렴하고 마진이 낮아 국내 기업들이 외면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원료의약품 업체들에 대해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지 않으면 원료의약품 자급율은 더욱 바닥으로 향할 전망이다.홍종호 국전약품 대표. 회사 제공국내 대표적 원료의약품 전문업체인 국전약품의 홍종호 대표를 만나 원료의약품 업계의 현황과 회사의 미래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국전약품은 원료의약품만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1위 제약기업이다.“K바이오는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제네릭의 특성상 값싼 중국, 인도 원료의약품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염병이나 전쟁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제약시장은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구조다.”홍대표는 “완제의약품 제조사의 경우 자사 원료를 사용한 제네릭에 대해 일부 약가 우대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작 원료의약품 제조사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이후 원료의약품 자급율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말뿐인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매년 큰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36.5%에 달하던 자급도는 2021년에는 24.4%로, 그 이듬해에는 그마저도 반토막이 났다. 사실상 원료의약품 대부분을 수입해 사용한다는 의미다.홍대표는 이런 열악한 사업환경 속에서도 국전약품의 원료의약품 제조기술력을 글로벌하게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선진 의약품 시장인 일본에 원료의약품을 수출한 경험 자체가 글로벌 기술력을 입증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그는 원가경쟁력이 중요한 제네릭 원료의약품 시장에서 주요 경쟁자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 인도 제약사지만 최근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홍대표는 “중국과 인도는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환경규제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강한 가격경쟁력을 과시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중국은 미중갈등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인건비가 급상승하면서 주춤하고 있고, 인도는 법률 및 사무처리 시스템이 복잡하고 부조리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그는 강화되는 규제에 대응 가능한 품질관리시스템 운영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연구개발 및 제조)과 원가관리(공급망관리) 역량으로 중국 및 인도 제약사와 경쟁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국전약품의 충북 음성 전자소재 공장 내부 모습. 회사 제공올해 국전약품(307750)은 수년간 추진해온 전자소재 사업 분야에서 공급계약을 따내면서 결실을 볼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전약품은 500억원을 들여 지난해 충북 음성에 소재 생산 공장을 완공했다. 올해로 창립 52년을 맞은 전통 제약사인 국전약품이 제2 도약을 위해 사업다각화라는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국전약품처럼 오래된 전통 제약사가 전자 소재와 같은 전혀 다른 사업분야로 진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드둘다.홍대표는 전자 소재 사업 진출에 대해 “원료의약품과 소재사업은 화학물질의 합성 기술, 안전 및 규제 준수, 고객이 요구하는 물질 제공 등과 같은 핵심역량을 공유한다”면서 “국전약품이 보유하고 있는 자본과 인프라를 활용, 소재사업으로 진출한다면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미 다수 글로벌 기업에서 음성공장 실사를 끝마쳤고 공급계약이 논의되고 있어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2027년 이 공장에서만 매출 500억원 이상 거두면서 사업다각화가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있다.항암치료제 제조사업도 홍대표가 기대하는 새로운 성장축이다. 국전약품과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의 조인트벤처인 케이에스바이오로직스는 올해초 독일 항암제 전문회사인 아크비다와 항암제 유럽 판매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항암치료제를 2026년부터 유럽시장에서 판매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국전약품의 사업다각화는 사업의 핵심 성공요소를 공유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전자 소재사업은 최종 고객이 다른 새로운 시장의 진출이지만 고객이 필요한 화학물질을 제공하는 것은 기존 원료의약품 사업과 다르지 않다.”‘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홍대표의 새로운 도전이 바이오라는 틀에만 갇혀 있는 K바이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할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 "'악기의 제왕' 오르간으로 프랑스 낭만주의 선사합니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69)이 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의 매력을 담은 무대로 오는 6월 4일 롯데콘서트홀을 찾는다. 롯데콘서트홀이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의 무대를 선보이는 ‘오르간 시리즈’를 통해서다.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 (사진=롯데문화재단)우스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오래 전 한국에서 연주했을 때 관객의 집중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 관객은 매우 세심하면서 즐겁게 음악을 감상하기 때문에 연주자에게 큰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고 이번 공연에 기대를 나타냈다.우스텐은 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에 대한 세계 최고의 해석가이자 권위자이다. 1970년 열다섯 살에 데뷔해 오르가니스트라는 한 길만을 걸어왔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낭만주의 전통을 되살리려 한 노력을 인정받아 1998년 ‘문화예술공로 기사훈장’, 2011년 ‘예술과 문학 훈장’을 받았다. 현재 헤이그 국제 오르간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우스텐에게 오르간은 운명과 같다. 그의 아버지는 아마추어 오르가니스트이자 피아니스트였고, 어머니도 피아노를 연주했다. 우스텐은 “여섯 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오르간 연주회를 찾아다녔고, 아버지가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할 때 가끔 저에게 찬송가 반주도 시켰다”며 “열한 살 때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처음 임명됐는데, 그때 전문 오르간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우스텐이 꼽는 오르간의 매력은 “무한대의 음색과 역동적인 가능성을 통해 조용한 명상부터 황홀경에 이르는 다양한 분위기와 정서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우스텐은 “모차르트는 오르간을 ‘악기의 제왕’이라 불렀고, 샤를마리 비도르는 ‘모든 악기 중에서 끝이 없는 음색을 가진 유일한 악기이자 불변성과 지속성, 영원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유일한 악기’라고 했다”며 “그만큼 오르간은 매혹적이고 독특한 악기다”라고 강조했다.오르가니스트 벤 판 우스텐. (사진=롯데문화재단)우스텐의 내한공연은 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채운다. 1부에서는 비에른의 ‘세 개의 즉흥곡’ 중 ‘주교의 행렬’, 프랑코의 코랄 제1번 마장조, 비도르 오르간 교향곡 제5번 바단조 중 1악장을 연주한다. 2부는 뒤프레의 ‘수난 교향곡’ 전 악장을 선보인다. 실연으로 들을 기회가 많지 않은 작품이다.우스텐은 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작품의 특징으로 “우아한 멜로디, 다채로운 화음, 명료한 구성”을 꼽았다. 그가 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에 매료된 것 또한 아버지의 영향이다. 우스텐은 “아버지가 낭만적인 피아노·오르간 연주를 좋아했다”며 “1960년대 초 한 유명 오르간 연주자의 공연에서 1762년 작곡된 프랑스의 오르간 음악을 처음 접했고, 1970년 이 음악을 제대로 된 악기로 연주하는 걸 다시 들으면서 ‘이것(프랑스 낭만주의 오르간 음악)이 내 음악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수난 교향곡’에 대해서는 “교회 교향곡 음악의 위대한 작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우스텐은 “4악장으로 구성된 이 장대한 작품에서 뒤프레는 그리스도의 생애를 음악적으로 묘사한다”며 “뒤프레의 전기 작가 아베 로버트 델레스트레 또한 이 작품에 대해 ‘오르간으로 사람들이 영혼의 환희를 함께 나눈다’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우스텐은 오르간이 “위대한 작곡가에게 영감을 준 매혹적인 악기”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 세기에 걸친 풍부한 오르간의 문화유산이 존재하는 한 사람들은 항상 오르간 연주를 듣고 싶어 할 것”이라며 “더 많은 이들이 오르간과 그 음악에 열광하려면 오르간 연주가 매력적이고 수준 높아야 한다. 그것만이 오르가니스트들이 오르간의 매력을 성공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 10년 품은 용암 토해내듯…첫 음부터 심장 강타 원해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예측불허’다. 그만의 해석을 담은 연주는 물론, 대중 앞에서 하는 그의 발언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다.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유니버설뮤직)지난 19일 새 앨범 ‘쇼팽: 에튀드’를 발표한 날에도 임윤찬의 ‘예측불허’ 매력은 빛났다. 이날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진정 위대한 예술은 일곱 겹 갑옷을 입은 뜨거운 용암과도 같다”는 글을 남겼다.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1901~1961)가 남긴 말이다. 이번 앨범에 대한 임윤찬의 마음이 집약돼 있다.◇근본 있는 음악가의 뿌리 따라가고파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유니버설뮤직)“10여년 동안 마음에 있던 용암을 밖으로 토해낸 느낌입니다.” 앨범 발매를 기념해 19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임윤찬은 이번 앨범을 용암에 비유했다. 쇼팽 에튀드는 임윤찬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연습해온 곡이다. 그만큼 마음에 오래 품어왔다는 의미다. 그는 “이 나이에 이 산(쇼팽 에튀드)을 넘고 싶다는 의지가 이 앨범을 만들게 했다”고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임윤찬이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음악원(NEC)에서 유학 중인 관계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이번 앨범은 임윤찬이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뒤 처음 발표한 앨범이다. 쇼팽 에튀드 작품번호 10번과 25번을 수록했다. 임윤찬이 쇼팽 에튀드를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들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는 알프레드 코르토(1877~1962), 이그나츠 프리드만(1882~1948) 등 “거대한 우주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쇼팽 에튀드를 연주해 왔다”며 “어릴 때부터 이들처럼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그 뿌리를 따라가고 싶었다”고 말했다.“제가 생각하는 ‘근본 있는 음악가’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두려움 없는 표현을 하며 진실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음악가, 그리고 첫 음을 치자마자 음악을 귀로 들을 시간도 없이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가입니다. 하지만 심장을 강타하는 연주는 시대가 내린 천재나 축복받은 사람만 할 수 있어요. 저는 평범하기에 매일 연습하며 진실하게 연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데카 레이블 데뷔 앨범 ‘쇼팽: 에튀드’ 커버. (사진=유니버설뮤직)새 앨범 녹음 과정에서도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하는 임윤찬의 집요함과 끈기를 엿볼 수 있다. 임윤찬은 쇼팽 에튀드 작품번호 25번 중 7번 ‘첼로’를 가장 어려웠던 곡으로 꼽았다. 처음 두 마디를 연주하기 위해 무려 7시간이나 연습했다. 그는 “첫 음을 누를 때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연습했고, 그렇게 다음 음으로 넘어가서도 똑같은 연습을 반복했다”고 말했다.쇼팽 에튀드 작품번호 25번 중 9번 ‘나비’에서는 임윤찬만의 남다른 해석도 담았다. 이그나츠 프리드만이 이 곡을 악보와 다르게 연주한 것에 영감을 받았다. 임윤찬은 “왼손 마디를 대놓고 연주했는데, 디렉터(앨범 프로듀서 존 프레이저)도 ‘굉장히 특별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앨범은 내가 원하는대로 마음껏 연주한 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를 수 있어 좋았다”고도 했다.◇“클라이번 콩쿠르 연주, 진짜 모습 아냐”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유니버설뮤직)임윤찬이 존경하는 또 다른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는 “음표 뒤에는 숨겨진 내용이 있다. 음악을 해석하는 사람은 음표 너머에 있는 내용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임윤찬이 마음에 깊이 품고 있는 말이다. 그는 “저 역시 음표 너머의 내용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은 굉장히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임윤찬은 지난달 손 부상으로 해외 공연 일부를 취소했다. 다행히 부상은 회복했다. 임윤찬은 “손은 1~2주 쉬면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피아노 연주에 아무 지장이 없다”며 웃었다. 연주 활동도 재개한다. 첫 연주는 미국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25·26·28일)이다. 2022년 우승을 차지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출전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마린 알솝이 지휘한다. 다음달에는 스위스 루체른 심포니, 일본 센다이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6월엔 한국에 돌아와 팬들이 기다려온 앨범 발매 전국 순회 리사이틀을 가진다.이날 간담회에서 임윤찬은 2년 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연주에 대해 “그때 연주는 저의 진짜 모습이 아니다”라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콩쿠르라 딱딱하고 갇힌 연주였다는 것이다. 임윤찬의 또 다른 ‘예측불허’였다.“지금은 그때보다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무대에서 여유도 더 생겼어요. 개인적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기에 저의 음악도 달라졌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 野 민생복지지원금은 경제성장에 도움될까?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4·10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이 민생복지지원금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은 총선 전부터 현금성 복지가 필요하다고 강변했습니다. 이들의 논리는 가처분 소득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쓸 돈을 쥐어 주면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전체적으로 국가 경제 성장률도 높아진다는 데 있습니다. ◇“현금 줍시다” 주장하는 야당 지난 18일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 우리 사회 취약계층에 10만원씩 주는 민생복지지원금 지급을 주장했습니다. 이 돈만 해도 대충 13조원 가량 든다고 추산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시장에 13조원 가량의 돈이 더 풀리게 되고 이에 따라 소비 활성화에 대한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18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이개호 정책위의장(사진 오른쪽 첫번째, 사진=뉴시스)이는 이재명 대표가 누누이 강조해왔던 ‘성장률 3% 목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경제성장률 둔화는 유일하게 돈을 쓸 수 있는 정부마저 돈줄을 죄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곤 했습니다. 기업과 가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라도 돈을 풀어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죠.이는 일견 맞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국내총생산(GDP)는 기업과 가계, 정부라는 경제 주체가 중심이 되고 여기에 순수출이 더해집니다. ‘Y=GDP’라고 한다면 ‘Y=C + I + G + NX’가 됩니다. C는 소비, I는 투자, G는 정부 구입(정부지출), NX는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수치)이 됩니다. 소비의 주체는 가계, 투자의 주체는 기업이 됩니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까지 시원치 않으니까 ‘정부 지출을 늘리고 소비를 키워 Y를 높이자’가 민주당의 생각이었습니다. 민주당의 이러한 주장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톡톡히 낸 적이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정국 때입니다. 전세계적인 팬데믹으로 가계의 소비가 줄고 기업의 투자활동이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막대하게 지출을 하면서 ‘지나친’ 경기 침체를 막은 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지 않았다면 한국 경제는 침체의 깊은 늪에 빠질 뻔 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현금성복지는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본 것이죠. ◇현금살포 → 인플레이션 자극 → 구매력 저하 여권이 현금성 복지정책에 대한 우려로 했던 것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지난 총선에서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야당의 현금 살포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뜩이나 2022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현금성 복지를 또다시 시행한다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죠. 이는 지극히 당현한 걱정입니다. 통화량이 늘면 당연히 물가를 자극하게 됩니다. (일본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쉽게 말해 ‘화폐를 주고 살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의 공급량이 그대로인데, 시중의 화폐량이 늘어나게 된다’면 물가는 올라가게 됩니다. 국민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이치인 것이죠. 2020년 재난지원금이 풀렸을 때 서민들이 많이 사 먹는 삼겹살 등 서민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적이 있습니다. ‘통화량이 늘면 가격이 오른다’라는 명제가 어김없이 맞아 떨어진 것이죠. 한국소비자원 5월 돼지고기·소고기 판매가격 조사 발표 자료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2022년 고물가의 역습을 받은 것도 통화량의 급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국만 예를 들어도 2020년 3월부터 2022년 6월까지 통화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때 연방준비제도가 푼 달러의 수준을 훌쩍 넘는 것이죠. 2022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그간 ‘무지막지하게 풀었던 화폐의 역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또 금리 상승을 자극합니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금리를 높이게 됩니다. 기업의 투자가 부진해지는 원인이 됩니다.) 자료 :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정부 재정적자가 우려되는 이유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지금 정부의 적자재정 상황이 꽤 오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야당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 12조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2년 64조원 적자에 이르기까지 4년 연속적자를 냈습니다. 2023년도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36조8000억원이란 점을 생각하면 5년째 적자입니다. 2024년도인 올해도 세수부족에 따른 재정수지 적자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2020년 들어와 적자 수준은 이전과 비교불가일 정도가 됐습니다. 통합재정수지 = 세입(경상수입+자본수입)-세출 및 순융자관리재정수지 = 통합재정수지 - 사회보장성기금수지(사회보장성기금 수입 - 사회보장성기금 지출)출처 : 기획재정부(한국통합재정수지)문제는 이런 정부 재정의 악화가 내수경기에 악영향을 누중적으로 끼친다는 점입니다. 중단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의 투자가 억제될 우려가 큽니다. 저축에 대한 경제 이론을 최대한 단순화하면, 정부의 재정 흑자분은 공공저축에 들어갑니다. 우리가 소득에서 소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을 저축하듯이, 정부도 거둬들인 세금에서 지출을 뺀 남은 돈은 잉여자금으로 모아둡니다. 따라서 정부가 계속해서 재정 적자를 낸다면 우리사회 내 공공부문 저축의 양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저축의 양이 줄게 됩니다. 저축의 공급이 줄게 되면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더 비싼 금리를 내고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해야합니다. GDP를 구성하는 한 축인 투자(I)가 부진해지는 것이죠. 저축(S)을 바라보는 이론적 관점. T는 세금, C는 소비를 뜻한다. 민간저축은 전체 GDP에서 세금과 소비를 뺀 잉여분을, 공공저축은 세금(세수)에서 정부지출(G)를 뺀 것을 의미한다.이론이 아닌 현실 금리의 관점에서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바로 국채를 통해서죠. 정부는 가계와 달리 적자분을 채권을 발행해 보충합니다. 적자가 커질 수록 국채의 발행량도 늘어나게 됩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채권시장이 발전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채 발행량의 증가는 기업들의 회사채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회사채로 갈 수요가 국채에 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수요는 줄게 됩니다. 이는 회사채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기업들의 조달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기업들의 금리부담은 커집니다. 일부 기업은 채권 발행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정부(G)가 지출을 늘려 소비(C)를 늘린다고 해도 투자(I)가 줄어들면 전체 경제규모가 늘어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잠재성장률만큼 성장률이 나오지 않은 것도 소비(C)의 문제도 있지만 투자(I)의 문제도 클 수 있습니다. 투자가 늘지 않다보니 국민 일자리와 소득이 늘 수가 없는 것이죠. 출처 : 한국은행 ‘국민계정’ 총고정투자율 = (실질 총고정투자액 ÷ 실질 GDP) × 100.한 예로 총고정투자 증가율이 정부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던 2020년 이후 둔화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에 따르면 실질GDP에서 차지하는 총고정투자율은 2020년 30.3%, 2021년 30.0%, 2022년 29.1%, 2023년 29%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2014년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액수로보나 비율로보나 투자 영역이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뭐 하나 제대로 못한 정부·여당, 표만 보는 야당 이를 잘 알고 있을 정부·여당이 야당의 주장을 포퓰리즘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일견 타당합니다. 그러나 본인들이 긴축재정을 선언했음에도 세수예측 실패, 부자감세 등으로 나라빚을 줄이지 못한 것은 분명 비판 받아야할 부분입니다. 내수 경기 활성화, 재정 건전성 개선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잡지 못했습니다. 야당도 경제 성장은 현금살포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잘 알아야 합니다. GDP를 이루는 경제 주체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보조금 지급은 제한적으로 용인될 수 있으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뿌리는 것은 지양해야 할 부분입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더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더 고민해봐야 합니다. 책임정당으로 국가 경제를 전체적으로 생각한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