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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사건 모르고 산 집, 거래무효 가능한가요
-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021년 12월 제주에 집을 산 A씨. 급매라서 시세보다 저렴한 덕에 여기서 아낀 비용으로 리모델링을 마쳤다. 집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사실은 살면서 알았다. 먼저 알았더라면 절대 집을 사지 않았을 텐데, 매도인은 말해주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인도 몰랐다. 계약을 취소하느라 소송까지 내야 했다. 그러나 리모델링 비용은 다 돌려받지 못했다.한국인이 가진 자산의 전부이다시피한 주택. 대부분은 ‘손 바뀜’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중고 재화이자, 앞선 이가 ‘철저히 사적 영역’으로 삼아온 공간이다. 이런 터에 파는 이가 말하지 않으면 사는 이는 집에 얽힌 사연을 알 길이 없다. 정보 비대칭이 불러오는 거래 당사자 간 갈등은 사회적 비용을 가져오고, 불가피하게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쪽은 상당수가 매수자다. 사후에라도 비용을 보전할 방법은 무엇일까.(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정되는 하자21일 부동산 매매 시장 설명을 종합하면, 앞서 A씨가 매수한 매물은 전형적으로 매도자가 관련 사실을 알렸어야 하는 사례이다.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 거래에서 상대방이 고지받았더라면 거래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면 고지 의무가 있다’고 정한다. 여기에 ‘살인 범죄가 일어난 주택’은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 견해다. 즉, 주택의 하자를 알리지 않고 이뤄진 거래는 무효라는 것이다.여기서 언급하는 하자는 무형에 해당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거주 여건만 두고 보면 이런 주택의 하자를 인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강력범죄가 발생한 공간에서 주거하는 것이 직접적으로 주거 평안을 해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범죄가 발생했으니 치안이 불안하다는 정도라면 주택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일 수 있으나, 계약을 아예 무효로 할 수준은 아닐 수 있다.그러나 눈에 보이는 하자가 전부는 아니다. 앞서 A씨 사건에서 법원은 이런 점을 고려해 전향적인 판단을 내놓았다. ‘잔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다섯 달이 지난 주택에서 거리낌 없이 일상을 생활하면서 편하게 거주하기란 일반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거 공간의 기억이 하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임대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2010년 당시 20대이던 여성 B씨는 부산 오피스텔을 월세로 임차한 지 한 달 만에 끔찍한 소식을 들었다. 이전 임차인이 오피스텔에서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계약한 B씨는 임대인에게 계약 취소를 요구했다. 소송으로 번진 이 사건에서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젊은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살인 사건은 사전에 반드시 알렸어야 하는 중요한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극단적 선택, 때로는 계약상 주요 변수극단적 선택이나 자연사도 고지 의무 대상일까. 개별적인 사건에서 사망이 주요한 계약상 변수인 것은 사실이다. 2014년 9월 서울 은평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노인 자살 사건이 사례다. 유족은 빌라를 매도하면서 이 사실을 감췄고, 매수인은 뒤늦게 사망 사실을 알고 원인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매도인은 매수자에게 병사라고 둘러댔다. 나중에 거짓말이 밝혀지면서 이 계약은 무효가 됐다.이를 두고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주택에서 발생하는 사망 사고는 형태가 다양해서 모든 경우를 고지 대상으로 삼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다만 매수자가 매수 목적을 밝혔는데도 매도자가 정보를 고지하지 않았고, 이게 매수자 의사 결정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면 계약 파기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쟁 우려되면 “특약 명시해 권리 보호”다만 일률적으로 모든 사망 사실을 고지 의무 대상으로 삼자는 데에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해 보인다. 고지 의무를 넓게 볼수록 매도자 재산권을 과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망과 연관한 주택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에서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 은평구의 개업 중개사는 “집에서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유족이 충격을 달래고자 급매로 처분하려는데, 왜 매도하는지 자세히 고지하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반대로 매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사고 물건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이 붙는다. 이런 사고가 집에서 집중하는 탓에 묻어두기만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부동산 전문의 김경식 법률사무소 심재 대표변호사는 “주택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를 모두 고지 의무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는 아직 법원에서 정립된 의견이 나온 적 없다”며 “고지 의무 위반으로 발생할 분쟁이 우려되면 계약서에 특약을 넣어 권리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 상속받은 땅 가보니 누군가 공짜로 쓰고 있다?[상속의 신]
-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 상속에 관한 용어들이 혼동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사전증여, 유증, 사인증여 등의 말속에는 증여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으나 미묘한 차이가 있다. 사전증여는 생전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주는 것이고, 유증은 유언으로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죽은 후에 재산을 주겠다고 하는 것이고, 사인증여는 피상속인이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죽은 후에 재산을 무상으로 주는 것을 약정하는 것이다.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하는 것은 같으나 이전의 방법이나 시기가 다르다. 유증은 유언이라는 형식으로 자신의 재산을 누구에게 줄 지를 유언자가 정하는 것이다. 유증은 포괄적 유증과 특정 유증으로 구분된다. 재산을 어떠한 비율로 주는 것은 포괄적 유증이고, 특정한 재산을 지정해 주는 것이 특정 유증이다. 포괄적 유증은 상속의 효과와 같기 때문에 포괄적 유증자는 법률상 상속인으로 간주된다. 사례를 보자. 유언을 한 피상속인이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이사장으로서 운영했다. 해당 법인은 이사장 소유의 토지에 건물을 완공했으나 임료를 지속적으로 지급하지 않았다. 피상속인은 토지를 자식에게 유증을 하고 사망했다. 자식은 유증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자식의 채권자는 자식이 토지의 임료를 해당 법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임료채권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한 후에 추심의 소를 제기했다. 해당 법인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고, 자식이나 그 채권자는 해당 법인에 대해 민법 제1085조에 의해 토지에 대한 해당 법인의 권리를 소멸하는 청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법 제1085조는 “유증의 목적이 물건과 권리가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경우에는 수증자는 유증의무자에 대해 그 제3자의 권리를 소멸시킬 것을 청구하지 못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유언자가 다른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한 유증의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발생 당시의 상태대로 수증자에게 주는 것이 유언자의 의사라는 것이다. 결국 수증자는 유증의 목적물을 유언의 효력발생 당시인 유언자의 사망시의 상태대로 취득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증의 목적물에 설정돼 있는 제3자의 권리는 그대로 존속되는 것이고, 이러한 권리의 말소를 상속인이나 유언집행자에게 청구할 수도 없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제3자의 권리’에 사용대차의 차주로서의 권리가 포함되느냐이다. 해당 법인이 건물을 사용하면서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용대차의 차주로서의 권리다. 피상속인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해당 법인에게 무상으로 토지를 사용할 권리를 줬는데 돌아가신 이후에는 그것의 변경이 허용되는가의 여부가 쟁점이었다. 민법 제1085조에서 ‘제3자의 권리’에 대한 제한이 없으므로 용익물권, 담보물권 등의 제한물권뿐만 아니라 임차권을 포한한 채권들도 모두 포함된다. 이에 대해 대항력 없는 채권을 가진 제3자가 유증이라는 사정만으로 갑자기 대항력이 생기는 것 같은 효과를 누린 것에 대한 비난도 있다. 그러나 수증자는 이러한 상태의 유언 목적물을 받지 않고 싶다면 유증을 언제라도 포기할 수 있어 수증자에게 가혹하지 않으므로 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유언자가 어떤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제3자에게 유증을 하는 경우, 그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임대차가 있는 경우 수증자가 상속인에게 임대차의 말소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수증자는 임차권이 있는 상태대로 그대로 유증의 효력이 생기므로, 별도로 상속인에게 임대차를 말소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없다. 임차인이 있는 상태대로 수증자가 소유자가 되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해 임차인에게 임차보증금을 반환하고 명도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유증의 효력이 발생할 당시 부동산에 저당권이나 전세권이 설정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 수증자가 해당 부동산을 통해 획득하는 가치는 전체 부동산의 가치 중에서 이러한 제한물권이 차지하는 가치를 뺀 것이다. 그런 복잡한 부동산을 받기 싫으면 민법 제1074조에 의해 언제든지 유증을 포기할 수 있으니 포기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
- [마켓인]규제 여전하지만 STO 스타트업 생태계는 ‘꿈틀’
- (사진=이미지투데이)[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토큰증권발행(STO) 관련 법안 통과가 미뤄지면서 시장 활성화에 제동이 걸렸지만 업계에서는 새로운 상품과 플랫폼을 출시하고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STO 시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 토큰증권 플랫폼 소유, ‘핫플’ 성수에 오피스 조각투자 공모 나서 부동산 토큰증권 플랫폼 소유는 핫플레이스 상권 성수동에 조각투자할 수 있는 오피스를 선보였다. 소유 운영사인 루센트블록은 서울 3대 업무 지구인 강남·여의도·광화문 권역에 이어 신흥 오피스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성수 오피스 ‘성수 코오롱타워’를 9호 부동산으로 출시, 지난 18일부터 공모를 시작했다. 소유의 9호 부동산은 2010년 준공된 지하 3층, 지상 20층 규모의 지식산업센터인 코오롱타워 606호로 계약 면적 80.82평의 업무시설이다. 제일저지와 5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어 5년간 건물을 운영한다. 해당 기간 동안 연 5%의 배당금을 지급하며 공모 청약 기간은 이날부터 내달 10일까지다. 전체 공모 금액은 17억 6000만 원이다.루센트블록이 운영하고 있는 소유는 부동산을 증권화해 소액 단위로 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서비스다. F&B, 숙박, 문화예술, 오피스 등 다양한 성격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끔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부동산 STO 사업을 영위 중이다.◇ 아이티아이즈, 토큰증권 등록부터 거래까지 가능한 플랫폼 선보여아이티아이즈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토큰증권 발행 솔루션 ‘FASTO-CS(패스토)’를 공개했다. 패스토 솔루션은 ‘STO 발행 플랫폼’과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이동빈 아이티아이즈 사업부문 대표는 패스토에 대해 “증권사 및 금융사 토큰 증권 발행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패스토 솔루션은 △STO 관리자 기능 △대사와 정산 보고서 지원 △상품 팩토리 △발행과 배정 청약 관리 △공통 조회 △기간계 연계 등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기초자산 등록 기능을 갖췄다. 회사 측은 기초자산 등록 뿐만 아니라 공모, 청약, 발행까지 기존 증권시스템과 효율적 연계를 보장하는 ‘내외부 연동 서비스 환경’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상장사 아이티아이즈는 지난 2012년 출범한 클라우드와 핀테크 전문 기업이다. 금융산업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면서 금융기관에 전문 솔루션을 납품하고 IT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각투자 플랫폼 ‘피나트’에 갤러리K 미술품 공급하기로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이안프론티어는 갤러리K와 ‘STO및 증권형 조각투자 미술품 공동사업’ 진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 고객만이 누릴 수 있는 ‘STO 및 증권형 조각투자 미술품 공동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갤러리K의 기초자산인 미술품을 이안프론티어의 조각투자 플랫폼 ‘피나트(FINART)’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안프론티어는 조각투자 플랫폼 피나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펀딩 형태로 TV 프로그램, 미술품 등의 투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안프론티어는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자로 분류돼 자본시장법에 따라 소액투자자에게 크라우드펀딩 공모와 사모 방법으로 투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미술품, 주얼리 등의 조각투자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받지 못한 상태다.
- 캠코, 국유부동산 229건 대부·매각
-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총 229건의 국유부동산을 온비드를 통해 대부 및 매각한다고 19일 밝혔다.캠코는 활용 가능한 유휴 국유부동산을 선별해 매주 온비드를 통해 대부 및 매각을 실시하고 있다. 국유부동산은 소유권이 국가에 있어 근저당, 임대차 등 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고, 믿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번 공개 입찰에는 경작용 토지, 주거용 건물 등 다양한 신규 물건 125건 및 최초 대부/매각예정가보다 저렴한 물건 104건이 포함되어 있으며, 25일 개찰 예정이다.입찰에 참여하기 전, 온비드 홈페이지에 회원가입 후 공인인증기관으로부터 전자입찰용(범용)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아 온비드에 등록해야한다. 또한, 부동산의 형태, 위치 등 현황을 사전 확인하는 것이 좋으며, 각 부동산의 행위 제한 등 상세 이용 조건을 고려해야한다.자세한 공고 사항 및 입찰정보는 온비드 홈페이지 또는 스마트 온비드 앱* 내 ‘부동산 → 공고 → 캠코 국유재산’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사설]불통 정치의 종말, 민심 바로 봐야
- 어제 실시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 확실해졌다. 오후 6시 투표 마감 직후 공개된 KBS 등 각 방송사의 출구 조사가 모두 야권의 압도적 승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부터 수검표가 추가돼 개표 소요 시간이 1~2시간 늘어난 탓에 최종 결과는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여소야대 구도엔 틀림이 없을 전망이다. 오늘 새벽에 끝난 지역구 투표함 개표에 이어 오후 늦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비례대표 투표 결과도 조국혁신당 돌풍을 알리고 있다. KBS 출구 조사는 민주당 178~196, 조국혁신당 12~14석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두 당이 손잡을 경우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무력화는 물론 헌법 개정 및 대통령 탄핵 소추까지도 가능하게 돼 국정과 함께 정치권 지형에 일대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은 87~105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거야 견제에 큰 구멍이 뚫렸다.잠정 투표율이 67%로 32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번 총선은 막말과 네거티브가 난무하면서 사상 최악이라는 혹평을 들어왔다. 여야가 모두 위성정당 폐지를 약속했지만 선거법 협상에서는 이를 가볍게 걷어찼다. ‘떴다방’ 정당이 속출하면서 무려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투표지에 이름을 올려 유권자들을 당혹케 했다. 함량 미달의 불량 후보도 어느 때보다 많았다. 지역구 후보의 3분의 1인 230여명, 비례대표 후보의 4분의 1인 60여명이 전과기록을 가진 것은 작은 예에 불과했다. 마을금고 사기대출 논란에 휘말린 후보, 이대 총장이 제자들을 미군에게 성상납했다고 주장한 후보, ‘난교 발언’ 등으로 공천이 취소된 후보들까지 의원 배지를 달겠다며 유세장을 누볐다.조국혁신당엔 2심에서 2년형을 선고받은 조국 대표는 물론 1심에서 3년형을 받은 황운하 의원 등 재판, 수사를 받고 있는 후보가 상당수 포함돼 있어 ‘범죄자 도피처’ 비판을 자초했다. 민주당이 참가한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서는 반미·종북 활동가들의 후보 추천으로 큰 논란이 빚어졌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 의혹 재판을 변호한 5명의 변호사가 공천을 받아 “수임료 대신이냐”는 보은·사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각 당이 정의와 공정을 외치고 지도부가 입만 열면 정권 심판, 거야 심판을 호소했어도 민심의 귀에 와 닿지 않은 이유다.무소불위의 의회 권력이 야권에 쥐어진 이상 윤석열 정부의 국정 추진 동력은 치명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임대차보호법, 양곡관리법 등 21대 국회에서 경험한 거야의 입법 독주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큰 반면 윤 정부가 24차례 민생토론회를 통해 밝힌 청사진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부가가치세 5% 인하 등 국회 동의가 필요한 법 개정도 험난한 벽에 부닥치게 됐다. 메가시티 서울 구상, 공시지가 현실화 폐지 등 역시 같은 코스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민주당이 추진했다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막힌 간호법, 방송3법 등은 상당한 재추진 탄력을 받게 됐다.4·10 총선 결과는 한마디로 민심이 윤 정부의 불통과 오만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법질서와 사법 정의의 틀까지 훼손하며 입법 권력을 행사하라고 야당에 막강한 권한을 준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거야의 독주로 협치와 대화의 싹이 아예 잘려나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교육·연금·노동·의료 개혁 등 나라의 미래와 민생에 직결된 개혁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부·여당에 반성과 참회를 요구한 민의는 거대 야당에 겸손과 절제, 그리고 포용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2027년 대선에서 정권 탈환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의 여부는 오늘부터의 행보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