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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B, 사상 첫 자이언트스텝 초강수…"내년 침체 온다"(재종합)
-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치솟는 물가에 대응해 예상을 깨고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그동안 완화 정책을 고수하던 ECB가 초강경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는 경기 침체를 각오한 긴축이라는 점에서 ‘울며 겨자 먹기’라는 진단이 많다.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FP 제공)◇ECB, 사상 첫 자이언트스텝 초강수ECB는 8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50%에서 1.25%로 75bp(1bp=0.01%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ECB는 지난 7월 당시 11년 만에 금리를 올리면서 25bp 베이비스텝이 아닌 50bp 빅스텝을 밟았고, 곧바로 자이언트스텝으로 이어갔다. 2002년 유로화를 도입한 이후 ECB가 한 번에 75bp 금리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CB는 아울러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0.75%와 1.50%로 75bp씩 인상하기로 했다.일본은행(BOJ)과 함께 유독 완화를 고수해 왔던 ECB의 긴축 모드는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ECB는 2016년 3월부터 6년 이상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이례적인 초강경 긴축은 그만큼 물가 폭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유로존(유럽연합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의 경우 20% 넘게 치솟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돈 풀기로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가운데 유럽은 러시아발(發) 에너지 위기의 직격탄까지 맞은 탓이다.ECB는 통화정책방향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장기간 목표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 일부 부문의 수요 압박, 공급망 차질 등이 물가 상승세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박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해 강화돼 물가는 단기적으로 더 치솟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CB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8.1%, 내년 5.5%, 2024년 2.3%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어 “차기 몇 차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더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이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울며 겨자 먹기’ 긴축…침체 불가피 다만 ECB의 이례적인 긴축은 울며 겨자 먹기식이라는 분석이 많다. 에너지 위기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물가 안정이 쉽지 않은 와중에 공격 긴축을 감행하면 경기가 급격하게 식을 수 있는 탓이다. 실제 ECB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1분기에 걸쳐 유로존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ECB는 내년과 2024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9%, 1.9%로 하향했다.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되돌아가기에는 금리 수준에 한참 떨어져 있다”며 자이언트스텝의 이유를 밟히면서도 “러시아가 유로존에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경우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CB가 예상 밖 긴축에 나섰음에도 유로화 가치는 떨어졌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0.9932달러까지 내렸다(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 시장은 ECB가 금리를 올려도 인플레이션 완화는 쉽지 않은 대신 침체로 들어설 우려는 크다고 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유럽 주요국 증시는 보합권에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9% 올랐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33% 하락했다.(사진=AFP 제공)
- 예상 깬 자이언트스텝…ECB, '울며 겨자 먹기' 긴축 강행(종합)
-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두고 예상 밖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그동안 완화 정책을 고수하던 ECB가 초강경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는 경기 침체를 각오한 긴축이라는 점에서 ‘울며 겨자 먹기’라는 진단이 많다.(사진=AFP 제공)ECB는 8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50%에서 1.25%로 75bp(1bp=0.01%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ECB는 지난 7월 당시 11년 만에 금리를 올리면서 25bp 베이비스텝이 아닌 50bp 빅스텝을 밟았고, 곧바로 자이언트스텝으로 이어갔다. ECB는 아울러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0.75%와 1.50%로 75bp씩 인상하기로 했다.그만큼 물가 폭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ECB는 7월 회의 당시 시장의 25bp 인상 전망을 깨고 50bp를 올렸고, 이번에도 빅스텝이 아닌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일본은행(BOJ)과 함께 유독 완화를 고수해 왔던 ECB의 긴축 모드는 그 자체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ECB는 2016년 3월부터 6년 이상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이는 근래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역대급’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유럽연합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의 경우 20% 넘게 치솟았다. ECB는 통화정책방향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장기간 목표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 일부 부문의 수요 압박, 공급망 차질 등이 물가 상승세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박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해 강화돼 물가는 단기적으로 더 치솟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CB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8.1%, 내년 5.5%, 2024년 2.3%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어 “차기 몇 차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더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이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다만 ECB의 이례적인 긴축은 울며 겨자 먹기식이라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발(發) 에너지 위기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물가 안정이 쉽지 않은 와중에 공격 긴축을 감행하면 경기가 급격하게 식을 수 있는 탓이다. 실제 ECB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1분기에 걸쳐 유로존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ECB는 내년과 2024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9%, 1.9%로 하향했다.이에 유럽 주요국 증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장중 1% 안팎 하락하고 있다.
- 사상 첫 빅스텝의 이유…"단기적 성장 손실보더라도 물가 잡아야"
-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물가에 우선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높은 인플레에 과감한 금리 인상”…물가 대응 우선한은은 8일 발표한 ‘2022년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빅스텝 인상은 2000년대 초반 이후 20여년 만이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것은 지난 7월 금통위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지난 5월 빅스텝을 밟은 뒤 6월과 7월 연이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긴축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고강도 통화긴축 정책을 펴는 것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 필요성 때문이다. 최근 주요 선진국의 물가 상승률은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8~10%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국, 캐나다,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및 유로지역 등 9개국을 기준으로 한 주요국 물가 상승률(가중평균치)은 지난 7월 1일 기준 8.5%로 198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률도 빠르게 오르는 중이다. 미국의 향후 1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20년 2.7%에서 올해 5.2%까지 2배 가까이 올랐고, 민간부문 시간당 임금 기준 임금상승률은 6.6%를 기록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981년 7.2% 이후 최고치, 임금상승률 역시 같은해 8.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상승하면서 물가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3%대 물가 상승률이 5%대가 될 때까지 7개월이 걸렸으나, 5%대에서는 한 달 만에 6%대로 올라서는 등 상승 속도가 급격히 가팔라졌다. 8월 들어서는 전년 대비 5.7%, 전월 대비 -0.1%로 물가가 꺾인 모습이나, 높은 오름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6% 내외 수준을 나타낸 후 내년 1분기까지 5%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나타내다가 내년 하반기 들어서야 3%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요인뿐만 아니라 수요 압력도 커져 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도는 품목 비중이 50%에 이르는 등 물가 오름세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는 탓이다. ◇美 긴축에 따른 환율 상승이 다시 물가 자극해 악순환한은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물가 상승 압력도 이번 빅스텝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환율의 물가 전가율 추정치를 2022년 1분기 0.06 기준으로 적용해 산출한 결과 올 상반기 중 환율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0.4%포인트 정도 높인 것으로 추정됐는데, 최근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 재확인에 따라 환율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7일 기준 장중 고가, 종가 기준으로 1388.4원, 1384.2원으로 치솟았다. 고가 기준으로는 2009년 4월 1일(1392.0원),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31일(1383.5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높여감에 따라 달러화 대비 주요국의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절하되고 있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각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위스 등은 자국 통화 절하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을 빅스텝 배경의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자본유출 위험성이 커지고, 이는 다시 원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한은이 작년까지 최근 20여년의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 변동률과 국내총생산(GDP)대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비율은 서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변동률이 10%포인트 오르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해당 분기에 바로 0.5%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약세 기대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력을 높이고 이는 다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비율이 1%포인트 떨어지면 이는 1분기 시차를 두고 환율 변동률을 1%포인트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높은 물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물가 상승 압력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성장 손실을 보더라도 인플레이션에 우선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한은 관계자는 “고인플레이션 대응 과정에서 단기적인 성장 손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물가를 빨리 안정시키는 것이 성장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이익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