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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팝, 구멍이 뚫린 상자
-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이데일리 고규대 기자]케이팝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 티빙(tving) ‘케이팝 제너레이션’이 파트1를 마치고 오는 3월16일 파트2를 준비하고 있다. 케이팝 산업 발전의 맥락을 짚은 팩추얼 엔터테인먼트로 주목받은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제작기를 참여 스태프를 통해 6회에 걸쳐 들어봤다. <편집자 주>내겐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딸이 있다. 딸의 독립된 우주는 빠르게 세상을 빨아들이며 학습한다. 그 세상엔 케이팝도 포함된다. 딸의 케이팝 우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팽창하여 블랙핑크와 르세라핌, (여자)아이들을 지나 뉴진스와 엔믹스에 이르렀다. 그 어려운 가사도 척척 외우고, 언니들이 카메라 앞에서 짓는 표정을 그대로 복사해 나에게 보여준다. 멋지다. 이 언니들은 당당하고, 자신 있고, 누가 뭐라고 하든 나 자신을 사랑한다. I LOVE MYSELF! 이 얼마나 다행인가! 걸그룹이 달라붙는 의상을 입고 몸을 쓸어내리거나, 볼에 바람을 넣어 애교를 부리는 구애의 시대가 이젠 과거의 일이 되었다는 게!“엄마! 나 뚱뚱해도 예뻐?”얼마 전이었다. 딸이 이렇게 물은 게.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이 내려앉은 가슴을 부여잡고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저 멀리, 저녁으로 오렌지 하나를 먹고 윗몸 일으키기를 100개씩 하지 않으면 잠들지 못했던 14살 여중생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케이팝 제너레이션’ 2화 ‘Zero To One’과 6화 ‘Outside the Box’의 연출을 맡아, 두 편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문득 세어보니 100명에 육박한다. 여기에는 아티스트, 케이팝 산업종사자, 팬, 머글(케이팝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 평론가, 타 분야 전문가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케이팝에 대해 의견을 들려주었고, 이 의견들을 곱씹고 엮어내는 편집 과정은 나에게 큰 배움의 시간일 수밖에 없다. 6화 ‘Outside the Box’의 경우, 흐름을 도출해내는 작업 자체가 큰 도전과제였다. ‘케이팝 낯설게 들여다보기’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아이돌에게 주어지는 터부, 연습생 처우, 유사 연애, 젠더표현, 퀴어 문화에 대한 포용 등 쉽게 다룰 수 없는 소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다 보니, 늘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던 사이, 이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구멍이 크게 뚫린 상자’의 은유적 이미지를 떠올렸다.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하나의 독립된 영역을 표현하기 위해 상자의 모양을 상정하고, 이 상자는 결코 밀폐되어 있지 않다는 뜻에서 구멍을 냈다. 이 구멍을 통해서 케이팝은 많은 것을 세상에 흘려보냈고, 반대로 세상의 변화는 구멍 안으로 흘러들어와 케이팝에도 영향을 주었다. ‘Outside the Box’는 케이팝 상자 밖에서 벌어진 세상의 변화가 케이팝 안쪽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에 관한 회차다. 제도적인 개선, 아티스트 인권, 사생활에 대한 감수성 등 많은 것이 변해왔고 내가 만난 그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말 중에서 유의미하지 않은 것 하나 없지만, 유독 케이팝이 여성의 신체를 다루는 방식이 ‘뚱뚱해도 예쁘냐’는 딸의 말과 함께 오래도록 마음에 울린다.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그래, 너는 너를 사랑하겠지. 그렇게 예쁘고 날씬하니까. 그럼 나 같이 생겨도 날 사랑할 수 있나?”인터뷰이 중 ‘일다’ 박주연 기자는, 최근의 걸그룹이 제창하는 ‘나 타령’, 즉 ‘LOVE MYSELF’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여성의 신체를 향한 잣대는 과거보다 오히려 더 획일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당당하고 멋진 여성이려면 일단 예쁘고 날씬해야 할 것. 아마 살이 찌면, 나이가 들어 피부가 처진다면,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힘들 걸?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S.E.S의 ‘I’m your girl’ 뮤직비디오를 입 벌리고 보던 나도 케이팝이 주장하는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 이미지에 영향을 받은 아이 중 하나였다. 14살, 저녁 식사를 오렌지 하나로 버티던 몇 달의 시간 끝에 나는 꿈의 40kg대에 도달했지만, 결말은 병원행이었다. 의사는 나를 혼냈고 나는 예전의 식사 습관과 체중을 되찾았지만, 엄마마저도 내 마른 몸을 보고 ‘예쁘다’며 칭찬했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다.나와 유사한 경험을 인터뷰이 중 한 명인 ‘퀴어돌로지’의 저자 연혜원도 갖고 있다. 그는 ‘소녀시대를 보고 인생이 바뀌는 듯한 경험을 했다’고 증언한다. “여자가 저렇게 마를 수도 있구나, 나도 저렇게 말라야 사랑받을 수 있겠다.” 나는 케이팝 소비자들의 자존감에 대해서도 다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케이팝의 신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도 질문을 했다. 기획사 측도 당연히 사정이 있다. 우리가 좋아서 그러냐. 아이돌은 물론 사람이지만 판타지를 파는 상품이고, 더 나은 상품을 만들려면 1%의 확률이라도 올릴 수밖에 없다. 투자하는 돈이 얼만데. 주주들이 얼마나 압박하는데. 사회가 마른 사람을 원하는 이상, 체중 관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수적이다.‘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더 나은’ 케이팝이란 존재할까?물론이죠, 다양한 체형이 사랑받는 케이팝이죠. 어린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제발 고려해주세요.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케이팝이 지속할 수 있도록 연료가 되어주는 게 무엇인지, 그 중심에 어떤 시각적 이미지가 있는지 떠올려보면, 덮어놓고 기획사를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판타지는 비일상적인 것일진대, 현재 사회가 원하는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판타지일 수 있는가? 6화에서 다루는 그 어려운 이야기들 - 연애, 결혼 등 아이돌에게 주어지는 터부, 미성년자 노동을 둘러싼 관점, 다양한 젠더표현에 대한 문제 등 - 한가운데 ‘모순’이라는 단어가 자리하는 이유다. 6화는 이 모순을 감히 해결하지 않고 질문들을 던진 채로 마무리하고자 한다.단, 이 질문들에 대한 고민은 6화를 마무리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붙잡고 있을 것 같다.“나 뚱뚱해도 예뻐?”에 대한 대답만큼은 똑바로 하기 위해서.△글=이예지 머쉬룸컴퍼니 대표①‘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차우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②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야? / 김선형 PD·머쉬룸 컴퍼니 대표③케이팝 뒤에 사람 있어요 / 하박국 스토리 프로듀서④케이팝, 구멍이 뚫린 상자 / 이예지 머쉬룸 컴퍼니 대표⑤“케이팝, 왜 하세요?” / 김윤하 스토리 프로듀서⑥그래서, 케이팝은 어떻게 되나요? / 임홍재 제작 책임 프로듀서
- 압수수색 사전심문제가 뭐길래?…검찰vs법원 대충돌
-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대법원이 압수수색 영장도 사전에 판사가 심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검찰 등 수사 기관들은 범죄 대응능력이 대폭 약화 될 것이라며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캔디(엑스터시), 케이(케타민), ㅍㅌ(펜터민), 펜디(펜디메트라진) 등 은어를 사용해 마약을 거래하는 채팅 내용 (사진=대검찰청)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지난달 입법예고한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나 변호인을 심문하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를 도입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아울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변호인 또는 피압수자에게 (압수수색) 집행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수사기관이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려면 영장 청구서에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와 ‘검색 대상 기간’ 등 영장 집행계획을 써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대법원은 이번 개정안이 그간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압수수색을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전자정보 압수수색 요건과 통제 장치가 없으면 사생활 비밀의 자유, 정보 자기결정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수 있어 최소한의 제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등 수사기관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은밀하고 신속한 범죄 수사가 어려워지며, 특히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하는 마약범죄 대응 능력이 대폭 약화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개정안에 대해 “수사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조치”라며 “피의자 인권 보호도 물론 중요하지만,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검찰은 개정안 중 ‘전자정보 압수·수색영장 집행 방법 제한’은 마약 범죄 수사를 사실상 못하게 하는 규정이라고 지적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압수·수색영장 청구 시 전자정보 검색에 사용할 ‘검색어’를 미리 정해서 제출해야만 한다. 그동안 검찰이 파악한 마약·판매상을 지칭하는 은어 중엔 ‘케이’ ‘코코아’ ‘보약’ ‘구찌’ ‘술왕’ ‘통술’ ‘뻐꾸기’ ‘후리’ ‘예술’ 등이 있다. 이들 은어는 정해진 규칙 없이 개인이 마음대로 만들며 수시로 변한다.이와 관련해 검찰 고위관계자는 “‘마약 팝니다’ ‘마약 삽니다’고 당당하게 걸어놓는 범죄자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들 다양한 은어를 사전에 정확하게 파악해서 압수수색 전에 영장에 적어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검찰은 마약을 ‘사탕’이라고 부르는 조직의 정보를 입수하고 ‘사탕’을 검색어로 수색을 펼치겠다는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수사에 돌입한 결과 조직이 마약을 ‘사탕’이 아닌 ‘별사탕’이라고 부르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검찰은 ‘별사탕’이라는 검색어를 사용해 전자정보를 수색해서는 안 된다.또한 이들 조직이 ‘사탕수수’라는 은어로 또 다른 마약을 거래한 사실을 포착해도 ‘사탕수수’라는 검색어를 사용해 전자정보를 수색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 검찰은 ‘별사탕’ ‘사탕수수’라는 검색어로 수사하겠다는 내용의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받아야 하며, 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조직원들은 증거를 숨기고 도주할 위험이 크다. 관계자는 “만약 검찰이 영장을 새로 받지 않은 채 ‘별사탕’ ‘사탕수수’ 검색어를 사용해 범죄자들을 잡으면 오히려 변호인 측은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증거수집’이라고 맞설 것”이라며 “실제로 증거 능력을 상실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만큼 검찰 수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기 전에 사건 피의자, 변호인, 관계자 등을 불러 대면 심리하도록 하는 개정안 내용도 수사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사 상황이 피의자에게 실시간 노출되고, 별도의 심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만으로 수사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아울러 압수수색 참여권 보장 대상으로 ‘피의자, 변호인 또는 피압수자’를 명시한 개정안은 피의자가 압수·수색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 증거인멸·도망 위험을 높이고, 간첩 사건처럼 장기간에 걸친 증거수집이 필요한 수사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공수처도 최근 대법원의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공수처는 영장 발부 전 판사의 대면 심리 도입에 대해 “피해자 보호에 역행하고 수사의 밀행성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아울러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 ‘집행계획’을 미리 쓰도록 한 것에 대해선 “예기치 못한 현장 상황에 대처할 수 없어 불완전한 압수수색에 따른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경찰 역시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 저해를 우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이처럼 수사기관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대법원은 오는 9일부터 이틀 동안 충남 부여군에서 전국법원장 간담회를 열어 압수수색 영장 실무 현황과 적정한 운용 방안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 檢 “마약을 마약이라고 부르는 범죄자가 어딨습니까?”
-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대법원이 압수·수색 영장도 사전에 판사가 심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마약범죄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하면서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개정안은 마약범죄 대응 능력을 대폭 약화시키고 상황 악화를 부추길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캔디(엑스터시), 케이(케타민), ㅍㅌ(펜터민), 펜디(펜디메트라진) 등 은어를 사용해 마약을 거래하는 채팅 내용 (사진=대검찰청)◇ “마약 은어 미리 영장에 적어라?…불가능한 일”8일 이데일리가 만난 검찰 고위관계자는 대법원이 내놓은 개정안에 대해 “수사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조치”라며 “피의자 인권 보호도 물론 중요하지만,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검찰 관계자들은 개정안 중 ‘전자정보 압수·수색영장 집행 방법 제한’은 마약범죄 수사를 사실상 못하게 하는 규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압수·수색영장 청구 시 전자정보 검색에 사용할 ‘검색어’를 미리 정해서 제출해야만 한다. 그동안 검찰이 파악한 마약·판매상을 지칭하는 은어 중엔 ‘케이’ ‘코코아’ ‘보약’ ‘구찌’ ‘술왕’ ‘통술’ ‘뻐꾸기’ ‘후리’ ‘예술’ 등이 있다. 이들 은어는 정해진 규칙 없이 개인이 마음대로 만들며 수시로 변한다.의도적으로 오탈자나 특수문자를 넣기도 한다. 필로폰을 의미하는 널리 알려진 은어로 ‘아이스’가 있는데, 마약사범들은 수사망을 피하려 ‘아이☆스’ ‘아이S’ ‘아이s’ ‘I스’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론적으로 무한한 변형이 가능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고위관계자는 “‘마약 팝니다’ ‘마약 삽니다’고 당당하게 걸어놓는 범죄자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들 다양한 은어를 사전에 정확하게 파악해서 압수수색 전에 영장에 적어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검찰은 마약을 ‘사탕’이라고 부르는 조직의 정보를 입수하고 ‘사탕’을 검색어로 수색을 펼치겠다는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수사에 돌입한 결과 조직이 마약을 ‘사탕’이 아닌 ‘별사탕’이라고 부르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검찰은 ‘별사탕’이라는 검색어를 사용해 전자정보를 수색해서는 안 된다.또한 이들 조직이 ‘사탕수수’라는 은어로 또 다른 마약을 거래한 사실을 포착해도 ‘사탕수수’라는 검색어를 사용해 전자정보를 수색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 검찰은 ‘별사탕’ ‘사탕수수’라는 검색어로 수사하겠다는 내용의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받아야 하며, 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조직원들은 증거를 숨기고 도주할 위험이 크다. 관계자는 “만약 검찰이 영장을 새로 받지 않은 채 ‘별사탕’ ‘사탕수수’ 검색어를 사용해 범죄자들을 잡으면 오히려 변호인 측은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증거수집’이라고 맞설 것”이라며 “실제로 증거 능력을 상실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만큼 검찰 수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몰래, 빠르게 수색해야 물증 얻는데…압수·수색 전에 대면?”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기 전에 사건 피의자, 변호인, 관계자 등을 불러 대면 심리하도록 하는 개정안 내용도 수사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사 상황이 피의자에게 실시간 노출되고, 별도의 심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만으로 수사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아울러 압수수색 참여권 보장 대상으로 ‘피의자, 변호인 또는 피압수자’를 명시한 개정안은 피의자가 압수·수색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 증거인멸·도망 위험을 높이고, 간첩 사건처럼 장기간에 걸친 증거수집이 필요한 수사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이 관계자는 “마약범죄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수사하면 100% 실패한다. 은밀하고 신속한 수사로 반드시 물적증거를 확보해야만 한다”며 “마약하는 사람들의 진술은 대부분 일관성과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그러면서 “법원은 수사기관의 ‘편의’보다 인권 보호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수사 편의는 단순히 검찰이 일을 쉽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범죄행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잡아내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관계자는 또 “개정안이 불러오는 문제점들은 비단 마약범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범죄 수사에도 적용되는 문제”라며 “실제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찰 없이 함부로 만들어진 규정은 우리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없게 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케이팝 뒤에 사람 있어요!"
- ‘케이팝 제너레이션’ 2화 ‘ZERO TO ONE’[이데일리 고규대 기자]케이팝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 티빙(tving) ‘케이팝 제너레이션’이 파트1를 마치고 오는 3월16일 파트2를 준비하고 있다. 케이팝 산업 발전의 맥락을 짚은 팩추얼 엔터테인먼트로 주목받은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제작기를 참여 스태프를 통해 6회에 걸쳐 들어봤다. <편집자 주>음반을 사면 포장을 뜯고 부클릿을 꺼낸 후 뒷장부터 보는 버릇이 있다. 보통 그곳에는 음반에 참여한 이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크레딧 란이다. 음악을 듣는 형태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바뀐 후부터 앨범 소개 글에서 ‘더 보기’를 눌러 크레딧이 있는지 확인한다. 적힌 이름을 하나하나 훑은 후 이를 바탕으로 내가 듣게 될 음악을 상상하고 음반을 플레이한다. 내가 상상한 게 맞는지, 아닌지. 혹시라도 크레딧을 함께 남기지 않는 음원이 있으면 아쉬운 기분이 든다. 해당 음원을 발매한 기획사의 이름을 데스노트(?)에 적은 후, 곡을 하나하나 클릭해 작사·작곡·편곡자를 확인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머지 스태프의 이름을 확인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했다. 내 삶에 대중음악이 긴밀히 스며들기 시작한 순간을 그때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음반이 발매되는 날마다 레코드 가게에 달려가 음반을 사고, 친구들과 그가 컴백 무대에서 립싱크했는지 아닌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노래하고 춤추는 퍼포머로도 훌륭했다. 그 전에 자신의 음악을 직접 만들고 콘셉트를 기획하는 프로듀서였다. 그를 따라 벙거지를 사고 회오리 춤을 따라 췄다. 그보다 더 관심 있던 건 프로듀서로서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 모든 걸 만들었는가였다.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이후에도 내 관심사는 거기에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인기를 얻은 듀스도 다른 친구들은 키 크고 스타일 좋은 김성재를 좋아했지만, 내가 관심 있는 멤버는 곡을 만드는 이현도였다. 이들 덕분에 ‘랩’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레코드 가게에서 추천받아 구입한 크리스 크로스의 음반도 결국은 프로듀서인 저메인 듀프리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후 룰라, UP, 쿨, R.ef 등 댄스 가요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그 즈음에도 나는 작곡가인 최준영·윤일상·장용진·김형석과 같은 이름을 먼저 확인했다.그렇게 음악을 만드는 이가 궁금해했던 아이는 커서 무엇이 됐을까. 짜잔. 음반을 제작하고 프로듀스하는 인디 레코드 레이블 대표가 됐다. 운명의 장난인지 내가 인디 레코드 레이블을 만든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발표됐다. 그게 어떻게 케이팝이라는 게임을 바꿨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케이팝은 유튜브와 SNS를 타고 섬나라와 다를 바 없는 한국을 뛰어넘어 어느새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와 동시에 블랙홀처럼 한국 대중음악과 그 주변 산업을 흡수하고 경계를 허물었다. 내가 낮에는 인디 음반을 만들고 밤에는 케이팝 글을 쓰며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스토리 프로듀서 일을 하게 된 이유다.그러니 케이팝을 만드는 사람을 다루는 ‘케이팝 제너레이션’ 2화 ‘ZERO TO ONE’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 만드는 이를 동경해 인디 레코드 레이블을 만든 걸로 모자라, 이들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에까지 참여한다니. 역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법인가? 언제나 케이팝 뒤의 사람들이 궁금했다.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ZERO TO ONE’은 캐스팅과 트레이닝부터 곡 작업, 비주얼 작업 그리고 공연까지 케이팝이 만들어지는 이면에 있는 모든 과정을 담은 화다. 직접 궁금증을 파헤치고 왜 그들이 중요한지 이야기한다.SL8 전지훈, 강동연(왼쪽부터) 뮤직비디오 감독. Stray Kids ‘CASE 143’, aespa ‘Savage’ 등을 연출했다.대중음악의 역사는 새로운 자극이 기존의 것을 밀어내는 형태로 쓰였다. 록 음악의 디스토션 걸린 기타의 파열음 소리는 기존 음악에 존재하지 않던 음역의 서브 베이스를 내는 힙합 비트로 대체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필터 걸린 신시사이저소리와 화려한 무대효과의 EDM 페스티벌이 대중음악의 주인공이 됐다. 케이팝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어느 음악보다 자극적이다. 젊고 누구나 동경할만한 외모를 가진 이가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 모여 빈틈없는 동작으로 춤추며 노래를 부른다. 일반적인 음악 서너 곡을 섞어 놓은 듯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다. 화려한 색감의 세트장, 패션, 그래픽 효과, 빠른 트랜지션과 컷으로 구성된 케이팝 뮤직비디오는 또 어떤가. 기존 음반의 네다섯 배 크기에 두꺼운 화보집, 엽서, 포토 카드, 스티커 등 온갖 요소가 들어 있는 케이팝 음반은 종합선물 세트를 연상하게 한다.임수호 작곡가. 아이유 ‘라일락’, 여자친구 ‘시간을 달려서’ 등을 만들었다.과잉과 자극의 음악 케이팝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케이팝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것도 정말 많이. 케이팝을 블랙홀이라 표현한 이유다. 2화 첫 장면에서 화사는 이와 같이 말한다. “저에게 케이팝이란 수많은 사람이 함께 일궈 낸 아름다운 혼종?”. 수많은 사람이 모여 케이팝이라는 하나의 점을 향해 전속력을 향해 달려간다. ‘ZERO TO ONE’을 보고 있으면 연인과 함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황홀한 감정이 솟구쳐 탈진할 것 같은 그런 기분. 케이팝보다 100배는 작은 규모의 음반을 제작하고 있지만 같은 일을 하는 이로써 출연하는 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이입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ZERO TO ONE’을 다 본 나는 탑승했던 롤러코스터에서 내린 아이 같은 기분으로 엔딩 크레딧을 바라본다. 아이유의 ‘라일락’을 작업한 작곡가 임수호는 인터뷰에서 “음악 혼자 못해요. 같이 해야 해요. 그래야 오래 해요.”라고 말한다. 그렇다. 케이팝은 혼자 만들 수 없는 음악이다. 케이팝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다. 혼자 글을 쓰거나, 작은 규모의 인디 비즈니스만 해 온 내게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지금까지 해온 가장 큰 팀 작업이었다. 내가 한 건 아주 작은 일일 뿐인데, 이렇게 멋진 결과물이 탄생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잘 믿기지 않는다. 함께 한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탄생할 수 없을 것이다. 모쪼록 케이팝을 들을 때, 우리 다큐멘터리를 볼 때도 한 번쯤은 크레딧을 유심히 봐주길 권한다. 장담하건대 분명 즐겁고 입체적인 경험이 될 거다. 케이팝 뒤에 사람이 있다. 사람이 있기에 케이팝도 있다.하박국 스토리 프로듀서△글=하박국 스토리 프로듀서. 인디 레코드 레이블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를 운영하며 음악과 산업에 관한 글을 쓴다. ‘콘텐츠 워커’라는 정체성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이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돕는다.①‘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차우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②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야? / 김선형 PD·머쉬룸 컴퍼니 대표③케이팝 뒤에 사람 있어요 / 하박국 스토리 프로듀서④상자를 부수는 사람들 / 이예지 머쉬룸 컴퍼니 대표⑤“케이팝, 왜 하세요?” / 김윤하 스토리 프로듀서⑥그래서, 케이팝은 어떻게 되나요? / 임홍재 제작 책임 프로듀서
- 빌리, 28일 컴백 확정… 미니 4집 발매
- (사진=미스틱스토리)[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그룹 빌리(Billlie)가 오는 28일 미니 4집으로 컴백한다.빌리(시윤·션, 츠키, 문수아, 하람, 수현, 하루나)는 오늘(6일) 0시 11분과 11시 11분 공식 SNS에 미니 4집 ‘더 빌리지 오브 퍼셉션: 챕터 쓰리’의 컴백 포스터를 차례로 선보였다.공개된 포스터에는 교복을 입은 멤버 션이 버스 정류장에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 속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누군가 어떤 일들은 느닷없이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했어’, ‘우리가 많이 웃었던 게 생생하게 기억나’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있어 궁금증을 높였다.빌리는 데뷔 이래 ‘보랏빛 비가 내리던 11일, 사라진 빌리 러브(Billlie Love)’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모든 앨범에 유기적으로 녹여내며 주목받았다. 기존 K팝신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빌리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만큼 신보로 풀어낼 이야기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뿐만 아니라 빌리는 컴백마다 국내외 음원 및 음반차트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입증했다. 이들의 미니 2집과 미니 3집은 미국의 타임, 빌보드, 애플뮤직, 틴보그, 나일론, 영국의 NME, 데이즈드, 아랍에미리트 더 내셔널 등 해외 유수의 매체가 선정한 ‘2022년 베스트 케이팝 앨범/노래’에 이름을 올려 미니 4집으로 거둘 성과에도 기대가 쏠린다.컴백에 앞서 빌리는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콘텐츠 페스티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 쇼케이스 무대에 오른다. 이는 빌리의 첫 글로벌 행보로, 빌리만의 독보적인 음악성과 스토리가 담긴 무대로 현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 [마켓인]뉴패러다임인베, 지난해 13개사 신규 투자…AUM 425억 달성
-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중소벤처기업부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운영사이자 TS인베스트먼트(246690) 자회사인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3개 스타트업에 신규 투자했다고 2일 밝혔다. 이로써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포트폴리오사는 지난해 말 기준 52개로 늘었다.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커머스, 메타버스, 반려동물, 헬스케어 등 혁신적인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이다. 지난해 말 결산 기준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가 스타트업 투자에 운용하는 총 자산규모는 425억 원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투자인 고유 계정 101억 원, 조합 계정 324억 원이다. 지난해 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6호 조합(116억 원)을 결성했고, 올해에도 200억 원 규모의 7호 조합을 결성할 계획이다.뉴패러다임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은 총 52개사로 늘었다. 지난해 13개사에 대한 신규투자와 3개사에 대한 후속투자를 통해 총 79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전문의약품 헬스케어 커머스 플랫폼 블루엠텍과 친환경 전기추진선박 빈센, 조각투자 플랫폼 바이셀스탠다드 등이 있다. 올해에는 15개사에 대한 신규 투자와 최대 10개사에 대한 후속 투자를 통해 총 100억 원의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뉴패러다임은 지난 2021년 팁스 운영사로 선정된 후 2021년 3개사와 2022년 11개사를 추천했고, 14개사가 모두 팁스에 선정되면서 2년 연속 100% 선정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 밖에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로부터 3년 연속 개인투자조합에 출자하는 운용사로 선정되기도 했다.뉴패러다임으로부터 신규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아기유니콘 성장 프로그램에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총 603개사가 신청해 46:1의 경쟁률을 뚫고 총 13개사가 아기유니콘 육성 프로그램 선정된 바 있다. 주요 기업으로는 △마이페어 △이매지니어스 △애즈위메이크 △백스다임 △문카데미 △에듀템 △그레이스케일 △케이팝맵 △아트라미 △트리팜 △베텍코리아 △노즈워크 △넥스트페이먼츠가 있다. 박제현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올해 신설된 딥테크 팁스를 포함해 팁스 추천이 필요한 기업을 우선적으로 선발해 투자할 예정”이라며 “성장지표를 보유하고 있고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의 용기있는 도전을 기다릴 것”이라고 전했다.
- "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어야 할까"
- 티빙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3화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이데일리 고규대 기자]케이팝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 티빙(tving) ‘케이팝 제너레이션’이 파트1를 마치고 오는 3월16일 파트2를 준비하고 있다. 케이팝 산업 발전의 맥락을 짚은 팩추얼 엔터테인먼트로 주목받은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제작기를 참여 스태프를 통해 6회에 걸쳐 들어봤다. <편집자 주>여전히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는 중학생 시절 기억 중 하나. H.O.T. 해체가 사실상 확실해졌다고 술렁이던 무렵, 무서워하던 중3 ‘일진‘ 언니가 복도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언니는 강타 사진으로 래핑한 교과서를 품에 안고선 목 놓아 엉엉 울었다. 너무 울어서인지 정교하게 붙였을 속눈썹이 떨어져 볼까지 내려왔던 그 얼굴. 난 잊을 수 없다. 가슴에 (자기 명찰 대신) 안칠현 이름이 새겨진 흰색 명찰을 달고 다니다 학생 주임한테 혼나기도 하고, H.O.T. 멤버의 생일에는 전교생에게 박하사탕을 돌리던, 교내에서는 유명한 ‘클럽 H.O.T’였다. 그때 나는 “H.O.T. 그들이 뭐라고, 저 언니의 세상을 무너뜨렸을까” 다소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케이팝 제너레이션’ 인터뷰에 응한 H.O.T 멤버 강타.“보이그룹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리고 10년. 세월이 흘러 Mnet ‘보이스코리아’ 시즌1 코치진으로 섭외된 강타를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막내 조연출입니다.” 꾸벅 인사를 할 때, 복도에서 통곡하던 그 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언니는 여전히 H.O.T.를 사랑하고 있을까, 언니에게 강타는 여전히 ‘우리 오빠‘이자 나의 우상일까.‘케이팝 제너레이션’의 3화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일명 ‘보이그룹편’은 “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어야 해?”란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현역 보이그룹 멤버가 결혼을 하면, 아빠가 되면, 흡연을 하면,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노는 게 ‘적발’ 되면…. 그때도 아이돌일 수 있을까. 보이그룹에게 ‘퇴직’ 혹은 ‘졸업’은 없는 거야? 조금 이상한 점이, 대한민국은 남자들에게 너그럽고 여자들에게 엄격한 분위기인데, ‘보이그룹‘에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아, 물론 그런 기준을 들이밀 수밖에 없는 이유는 통계적으로 걸그룹보다 보이그룹이 유난스럽게도 사건 사고가 많은 것도 사실일 수 있다. 3화 편집을 하면서 ‘웃픈’ 포인트 중 하나는 2세대 이하 보이그룹은 데뷔 때의 단체사진을 당당하게 쓸 수 있는 팀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각기 다른 이유들이 있지만 (탈퇴 멤버, 사고친 멤버, 스캔들에 얽혀 퇴출당한 멤버 등등) 온전한 ‘완전체‘ 보이그룹을 찾기가 무척 어려웠다. 샤이니 민호여러 보이그룹 멤버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들이 ‘보이그룹’ 혹은 ‘아이돌’이라는, 이 일을 대할 때의 태도와 마음가짐이다. 샤이니 최민호는“이 일을 하면서 일반적인 걸 꿈꾸는 건 욕심 같다”며 “우리가 사랑받은 만큼, 누리는 만큼 포기할 것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멤버 전원이 미성년자였던 2008년에 데뷔해 15년 동안 험난하고 변덕 심한 이 업계에서 여전히 ‘유의미한‘ 보이그룹으로 살아남기까지 그가 수년간 다지고 가꿔온 신조가 없었다면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기획사 대표 10명 중 9명이 원하는 아이돌상’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룹 하이라이트의 양요섭 또한 자신을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제약을 건다”라고 인터뷰 한 바 있다. 그렇게 하는 게 자기가 더 즐겁고 마음이 편하다면서. 양요섭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매니저의 증언. “요섭이 쟤는, 무슨 재미로 사나 몰라. 술도 안 마시고 스케줄 끝나면 운동만 죽어라 해. 어디 갔다놔도 사고 안 칠 애라 걱정이 없어.”보이그룹이 보이그룹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각자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에게 맞는 방식을 터득한다. 카메라가 있는 곳과 없는 곳에서도 자아를 일치시켜 살아간다는 멤버가 있다. 반면 스케줄 후 집 현관을 들어오는 순간 ‘연예인‘이란 꼬리표를 내려놓고 자연인으로서 자아를 ’스위치온‘한다는 멤버도 있었다. 많은 보이그룹 멤버들은 자신들이 하는 ‘이 일’을 ‘직업’이라고 명명했다. 또 그에 따른 ‘프로정신’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들을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팬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 및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 어떤 보이그룹도 이제는 예전처럼 반짝 빛났다가 사라지는 ‘스타‘를 꿈꾸지 않는다. 이들의 공통된 바람은 “할 수 있는 한 영원히 누군가의 아이돌이고 싶다”이다. 그래서 ‘how’를 고민해가며 살아간다. 왜냐하면 ‘아이돌’이란 타이틀은 타인이 그렇게 불러줘야 유효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티빙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연출자로서 나는 보이그룹이란 존재를 입체적으로 다루고 싶었다. 이들이 평소에는 내비치지 못하는 유약한 부분들을 꺼내보고 싶었다. 1세대부터 4세대에 이르기까지 반복되고 답습되는 보이그룹이란 유니버스의 질서를 탐구해보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서 이런 의지가 읽혔다면 다행이다. 아니라고 해도 아쉬울 건 없다. 왜냐하면 소위 말하는 ‘성공한’ 보이그룹 위주의 서사만 담았기 때문이다. 더 현실적이고 날 것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인터뷰이의 표본을 넓혔어야 했다. 요즘 방영하는 JTBC ‘피크타임’과 Mnet ‘보이즈 플래닛’의 이회택 연습생(펜타곤 ‘후이‘)을 보며, 내가 3화에서 그린 보이그룹 유니버스의 한계를 느낀다. ‘보이그룹’은 멋지면서 동시에 연약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밝게 빛나는 그 찰나의 시간이 아름답다. 꾸준하게 사랑해주고 길게 보며 예뻐해줘야 한다. NCT 도영이 배시시 웃으면서 이야기한 말. ‘보이그룹이란 멋진 직업’이라는 뜻을 이들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김선형 PD·머쉬룸 컴퍼니 대표△글=김선형 PD·머쉬룸 컴퍼니 대표. Mnet ‘M Countdown’ ‘MAMA’ 등을 거치며 수없이 많은 보이그룹의 데뷔와 성장, 해체를 지켜본 PD. 의외로 가장 애정하는 ‘보이그룹’은 에픽하이다. 타블로가 강혜정과 결혼 발표를 했을 때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①‘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차우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②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야? / 김선형 PD·머쉬룸 컴퍼니 대표③케이팝 뒤에 사람 있어요 / 하박국 스토리 프로듀서④상자를 부수는 사람들 / 이예지 머쉬룸 컴퍼니 대표⑤“케이팝, 왜 하세요?” / 김윤하 스토리 프로듀서⑥그래서, 케이팝은 어떻게 되나요? / 임홍재 제작 책임 프로듀서
- 에이펀인터렉티브 아뽀키, 5th 싱글 ‘Mood V5’ 공개
-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에이펀인터렉티브(대표 권도균)는 VV엔터테인먼트 소속 버추얼 아티스트 아뽀키(APOKI)가 다섯 번째 싱글 ‘Mood V5’를 27일 발매했다고 밝혔다. 작년 8월에 발매한 ‘West Swing feat. E-40’를 이은 두 번째 영어 싱글 앨범이다.아뽀키는 2021년 2월 ‘Get It Out’으로 데뷔한 이후 버추얼 아티스트로서의 독보적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소셜미디어에서 490만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정보 사이트 ‘버추얼휴먼스(Virtual Humans)’가 보도한 ‘대한민국 출신 버추얼 인플루언서 Top 10’의 1위를 차지했다.‘Mood V5’는 몽환적이면서도 파워풀한 느낌의 팝으로, 초호화 프로듀서들이 총집합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계적인 히트곡을 만들고 다수의 그래미 어워즈를 수상한 멜라니 폰타나와 린드그렌, 안드레아스 칼슨이 작사·작곡에 참여했다.안드레아스 칼슨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 싱크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곡을 탄생시킨 월드클래스 프로듀서다. 믹싱은 토니 마세라티 스튜디오가 담당했으며, 벡커 마스터링의 데일 벡커가 믹싱 엔지니어로 참여했다.뮤직비디오에는 지난 1월 소니 혼다 모빌리티가 미국 ‘CES 2023’에서 발표한 전기차 아필라(AFEELA)의 프로토타입이 등장했다. 소니 혼다 모빌리티가 아뽀키의 혁신성과 예술성, 창의성을 높이 사 이번 앨범의 뮤직비디오에 아필라 프로토타입을 등장시키는 것을 매우 반겼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뮤직비디오는 아뽀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아뽀키는 일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소니뮤직 솔루션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음악성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미디어 유통회사인 ‘더 오차드’를 통해 전 세계에 배급되고 있다. Mood V5는 멜론, 지니,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음원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다.에이펀인터렉티브 관계자는 “버추얼 아이돌이 등장하고, 버추얼 팬덤 문화가 생기는 등 케이팝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며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커짐에 따라 ‘아뽀키’를 글로벌 아티스트로 구현해 낸 당사의 3D 콘텐츠 제작 기술이 더욱 주목 받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케이팝 제너레이션' 어떻게 시작되었나?
-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케이팝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 티빙(tving) ‘케이팝 제너레이션’이 파트1를 마치고 오는 3월16일 파트2를 준비하고 있다. 케이팝 산업 발전의 맥락을 짚은 팩추얼 엔터테인먼트로 주목받은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제작기를 참여 스태프를 통해 6회에 걸쳐 들어봤다. <편집자 주>‘케이팝 제너레이션’ 포스터.케이팝(KPOP)과 케이팝 팬덤에 관심을 가진 건 언제였고 어떤 계기였나요? 이제까지 이런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00년 이후 전세계 팝 산업의 변화 중에서 케이팝이야말로 가장 주목할 만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 모델을 들여다보면 아티스트들이 먼저 보이고 다음으로 팬덤, 마지막으로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만드는 쪽이나 소비하는 쪽 모두 케이팝을 음악이 아닌 콘텐츠로 이해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게 중요했다.‘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케이팝은 다양한 가치관과 비즈니스와 정체성이 충돌.음악과 콘텐츠는 왜 다를까. 콘텐츠는 ‘네트워크에 올려진 멀티미디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콘텐츠는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개념이다. 예전의 음악은 음악 그 자체로 문화가 되고 상품이 됐다. 그런데 지금은 음악이 문화와 상품일 뿐 아니라 ‘또다른 뭔가’다. 그리고 이 ‘또다른 뭔가’에 대한 정의는 지난 20여 년 간 수시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케이팝은 바로 이 ‘또다른 뭔가’의 적절하면서도 이상한 사례다.케이팝을 정확히 다루고 싶다‘케이팝 제너레이션’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케이팝을 정확히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때 ‘정확히’란 무엇일까. 케이팝이 ‘또다른 뭔가’라면 이것을 하나의 개념이나 현상으로 정의하긴 어려울 것이다. 케이팝은, 알다시피 매우 많은 모순을 갖고 있다. 우리가 이제까지 알던 싱어송라이터, 팝 스타와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고, 만들어진다. 케이팝 팬덤의 행동과 생각도 다른 분야의 팬덤과는 꽤 다르다. 그런데 또 비슷하다. 케이팝이 하나의 거대한 상자라면, 이 안에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가치관과 비즈니스와 정체성이 충돌하고 뒤섞인다.그래서 케이팝을 정확히 다루고 싶다는 방향성을 지키는 게 매우 힘들었다. 다만 특징적인 요소들, 팬덤이나 산업의 구조 혹은 그 안의 모순들을 비교적 자세히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는 모든 회차를 관통하는 목표였다. 팬의 목소리, 아티스트의 목소리,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 기획자와 실무자의 목소리가 중요했다. 8회 동안 이런 방향성은 점차 구체적인 지도로 그려졌다.‘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케이팝은 뉴 제너레이션의 대중문화2021년 5월, 홍대 인근 어느 카페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는 2023년 1월, 티빙(tving)에서 ‘케이팝 제너레이션’이라는 다큐멘터리로 구현되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확인했고, 새롭게 배운 것도 많다. 그 중 하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케이팝을 각자의 방식으로 정의하지만(나도 그 중 하나다) 사실은 정작, 이것이 새로운 세대의 문화라는 것을 간과한다는 점이었다. 말 그대로 케이팝은 뉴 제너레이션의 대중문화다. 이것을 전제로 해야만 케이팝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같은 이유로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단지 케이팝의 면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시리즈는 콘텐츠 업계의 여러 문제와 이슈들을 조금씩 다양하게 건드린다. 팬덤 비즈니스를 고민하든, IP 비즈니스를 구상하든, 혹은 급속도로 경계가 사라지는 콘텐츠 업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라면 ‘케이팝 제너레이션’이 나름의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그런 마음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만들었다.△글=차우진(케이팝 제너레이션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음악평론가)①‘케이팝 제너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차우진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②보이그룹은 언제까지 아이돌이야? / 김선형 머쉬룸 컴퍼니 대표③케이팝 뒤에 사람 있어요 / 하박국 스토리 프로듀서④상자를 부수는 사람들 / 이예지 머쉬룸 컴퍼니 대표⑤“케이팝, 왜 하세요?” / 김윤하 스토리 프로듀서⑥그래서, 케이팝은 어떻게 되나요? / 임홍재 제작 책임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