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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데몬' 송강, 총 맞은 김유정 살리고 소멸… 이대로 끝나나
  • '마이 데몬' 송강, 총 맞은 김유정 살리고 소멸… 이대로 끝나나
  • (사진=SBS ‘마이 데몬’ 방송화면)[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마이 데몬’ 송강이 김유정을 살리고 소멸을 선택했다.지난 19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마이 데몬’ 15회에서는 ‘악마’ 구원(송강 분)이 노석민(김태훈 분)의 총에 죽음을 맞은 도도희(김유정 분)를 살려내며 기약 없는 이별을 맞았다. 인간의 생과 사에 관여한 구원이 자연 발화되어 소멸한 것. 검은 재가되어 사라지는 구원을 붙잡는 도도희의 오열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15회 시청률은 평균 4%, 순간 최고 5.4%(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타깃 2049 시청률은 1.7%를 나타냈다.이날 구원은 떠나기 위해 주변을 정리했다. 인간을 지옥으로 이끄는 ‘데몬’이라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도도희를 불행으로 이끈다고 생각했기 때문. 구원은 박복규(허정도 분)에게 ‘선월재단’과 함께 십자가 목걸이를 맡기고 도도희의 행복을 바라며 떠났다. 한편, 도도희는 다시 본래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별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셌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허전한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구원이 없는 집안은 적막하기만 했고, 그와의 추억으로 물든 일상은 문득문득 구원을 떠올리게 했다.구원의 빈자리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갔다. 도도희는 구원이 자꾸만 주위에 맴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것 또한 이별의 후유증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구원은 항상 도도희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도도희의 귀갓길을 지켜보는가 하면, 그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밤마다 옆에서 따뜻한 온기를 채웠다.도도희는 일에 몰두하며 혹독한 생활을 보냈다. 구원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애기 위해 또다시 스스로 괴롭히기 시작한 것. 매일같이 야근으로 하루를 보내는 도도희를 두고볼수만 없었던 신비서(서정연 분)는 도망치기만 해선 시간이 약이 되지 않는다며 “충분히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내 감정에 충실한 시간이어야 된다”라며 위로를 건넸다. 결국 퇴근길 우연히 흘러나온 ‘당신만이’ 노래에 도도희는 애써 참고 있던 감정을 터트리고 말았다. 노래에 맞춰 함께 블루스를 추던 날을 떠올리며 구원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 도도희는 그 길로 선월재단으로 향했다.도도희는 박복규에게 진심을 털어놓았다. 박복규는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도도희의 모습에 구원이 보고 싶을 때 도움이 될 거라며 ‘십자가 목걸이를’ 건넸다. 도도희는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잠이 들었고, ‘월심(김유정 분)’의 마음이 깃든 ‘십자가 목걸이’는 도도희에게 전생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구원의 인간 시절 기억 속 월심의 정체가 자신이었다는 것, 죽음을 결심했던 월심을 살린 이가 이선(송강 분)이었다는 사실은 도도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각성한 도도희는 구원을 만나러 가기 위해 곧장 집을 나섰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위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째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생사여부가 오리무중이었던 노석민(김태훈 분)이 도도희 차에 잠입해있었다. 노석민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구원이 찾지 못하도록 불로 지져 반쪽 얼굴을 지워버린 것. 노석민은 도도희를 인질로 삼아 구원을 불러내려 했다. 도도희를 칼로 찌르려던 순간, 구원이 나타났다. 인간을 죽이면 악마가 소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노석민은 구원을 더욱 자극했다. 구원은 노석민을 죽일 듯 폭주했고, 도도희는 구원을 끌어안으며 만류했다. 그제야 분노가 잠재워진 구원은 정신을 차리고 도도희를 마주했다.그리웠던 만큼 서로를 품에 안으며 안도하는 두 사람. 그때, 어디선가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원이 도도희를 살피는 사이, 노석민이 이들을 향해 총을 겨눴다. 총이 발사되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주저앉는 도도희에 구원은 절망했다. 이어 구원은 곧바로 자신의 희생을 선택했다. 도도희에게 숨을 불어넣듯 입을 맞추자 도도희가 눈을 떴다. 구원은 “날 살린 거야”라는 말을 뒤로 서서히 발화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검은 재로 변해버리는 그를 붙든 채 세상을 잃은 듯 오열하는 도도희의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며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고조시켰다.‘마이 데몬’ 최종회는 오늘(20일) 시간을 앞당겨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
2024.01.20 I 윤기백 기자
 황금빛 바다보며 마음을 빼앗기다
  • [인싸핫플] 황금빛 바다보며 마음을 빼앗기다
  • 2018년 12월에 찍은 와온해변 일몰 풍경. 와온마을 해변 앞 솔섬 뒤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이 모습에 지금껏 많은 문인들이 앞다퉈 와온에 찬사를 바친 바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와온 사람들아, 저 해를 오늘은 내가 훔쳐 간다.”시인 나희덕은 전남 순천에 있는 와온해변의 일몰을 보고 이렇게 노래했다. 그는 와온의 일몰에 한껏 소유욕을 드러냈다. 그만큼 와온의 일몰은 매력적이다. 일몰의 풍경은 드넓은 갯벌 위에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인근 용산전망대의 낙조가 화려하다면 이곳의 일몰은 처연하지만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와온해변은 순천만의 동쪽 끄트머리인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 앞바다를 일컫는다. 동쪽으로는 여수시 율촌면의 가장리, 남쪽으로는 고흥반도 및 순천만과 접해 있다. 와온은 이름처럼 ‘따뜻하게 엎드린다’는 뜻이다. 혹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도 붉은 빛으로 물드는 갯벌의 온기가, 이 풍경이 옛사람들도 참 좋았나 보다. 사실 와온의 특별한 볼거리는 이 갯벌이 전부다. 비어있는 듯 보이지만 짱뚱어며 새꼬막, 숭어, 맛조개 등이 풍부한 생명의 마당이다. 아침저녁엔 해와 달을, 낮에는 꼬막을 캐며 살아가는 와온사람들을 품은 곳이다.내로라하는 문인들도 극찬한 와온해변의 일몰해변 앞바다에는 솔섬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 학이 납작 엎드린 모양이라고 해 ‘학섬’이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섬 안에 주막이 있어 펄 배를 타고 조업을 나갔던 어부들이 목을 축이고 돌아왔다. 지금은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는 무인도지만, 솔섬 품은 와온의 낙조를 담으려는 사진가들에게는 의미 있는 섬이다.해가 떨어지면서 와온 바다가 석양에 물드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아마도 솔섬 너머로 지는 와온의 일몰이 그리움을 가득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은은하게 하늘과 바다를 적시는 황금빛이 마음을 훔쳤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지금껏 많은 문인이 앞다퉈 와온에 찬사를 바쳤다. 시인 나희덕은 물론이고, 소설가 박완서는 와온 갯벌에서 일하는 아낙들을 보며 “봄날의 꽃보다도 와온 바다의 갯벌이 더 아름답다”며 꼭 한번 살아 보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시인 송상욱은 와온의 갯벌을 보고 “속옷 갈아입은 듯 맨살 드러낸 뻘밭에 바닷물이 든다”고 표현했다.지난 3월 중순에 찍은 와완해변의 일몰 풍경.와온 바다에 대한 애정을 가장 격하게 고백한 이를 꼽으라면 단연 시인 곽재구다. ‘사평역에서’를 발표해 일명 ‘사평역 시인’이라 불리던 그가 2012년, 13년 만에 펴낸 시집이 ‘와온 바다’다. 와온에 대한 그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금도 그 멋진 풍경에 이끌려 많은 사진작가가 이곳을 찾고 있다.
2022.03.25 I 강경록 기자
 알록달록 무지갯빛 도로, 365일 '노품달' 품다
  • [인싸핫플] 알록달록 무지갯빛 도로, 365일 '노품달' 품다
  • 무지갯빛 해안도로[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끔 사진 한장을 보고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최근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경남 사천의 ‘무지갯빛 해안도로’가 딱 그런 곳이다. 사천시가 지난해 용현면 종포에서 남양동 미룡까지 6.2km 구간에 걸쳐 조성한 해안도로로, 방호벽 연석을 빨주노초파남보로 칠했더니 포토존 명소로 이름나기 시작했다. 낮에는 푸른 하늘과 바다가, 저녁에는 붉은 노을에 물든 풍경이 어우러진 모습에 색다른 인생샷을 찍을 수 있어서다. 여기에 굽이굽이 펼쳐진 무지갯빛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사천의 아름다운 남해를 감상할 수도, 잠시 내려 거닐어도 좋다. 최근에는 무지개의 알록달록한 일곱빛깔로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 주목받고 있다.색다른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도 곳곳에 있다. 첫번째 포토존은 전어로 유명한 대포항에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드라마에서는 리정혁(현빈 분)이 윤세리(손예진 분)를 남쪽으로 밀항시키는 장면을 여기에서 찍었다. 포토존은 약 200m 길이의 대포항 방파제 끝에 있다. 여성 얼굴 옆모습 윤곽선 모양의 ‘그리움이 물들면’(최병수 작가) 조형물이다. 무려 6m 높이의 거대한 실루엣이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작품을 완성한다. 노을이 지는 해질녘이라면 ‘좋아요’를 보장하는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쉽게 찍을 수 있다.인싸핫플_무지갯빛해안도로 인기 포토존인 부잔교갯벌탐방로두번째 포토존은 부잔교갯벌탐방로다. 알록달록한 부잔교를 건너다보면, 마치 바닷길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 푸른 하늘과 넓은 갯벌, 부잔교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바람개비 모양의 조형물 감상은 물론, 자연에 발을 담그는 친환경적인 느낌, 여러 바다 생물을 가까이서 접하는 경험이 가능해 아이와 함께하면 더 좋은 곳이다. 하트 모양 포토존을 시작으로 길이 150m, 폭 4m의 부잔교가 갯벌 깊숙이 뻗어 있다. 석양이 반사되는 갯벌은 겉모습도 아름답지만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온통 게 천지인 갯벌에 정신이 팔린 아이는 엄마가 부르는데도 고개를 박고 일어날 줄 모른다.마지막 세번째 포토존은 올해 5월 중포마을 해안도로에 설치한 ‘노품달’(노을 품은 달)이다. 푸른 바다와 함께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노란 색의 초승달 포토존이다. 특히 노을 지는 시간대에 노란 불을 밝히는 데 이때가 가장 인기가 많다. 인싸핫플_대방항 그리움이물들면 조형물
2021.10.15 I 강경록 기자
 철줄에 묻힌 끈적한 서정…김영목 '언제고 함께 하자꾸나'
  • [e갤러리] 철줄에 묻힌 끈적한 서정…김영목 '언제고 함께 하자꾸나'
  • 김영목 ‘언제고 함께 하자꾸나’(사진=갤러리내일)[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구불구불한 철사를 얼기설기 엮어낸 장면. 그래도 스토리는 읽힌다. 갈대 한 줄 뽑아든 꼬마와 엄마가 나란히 길을 걷는 중이 아닌가. 저 너머로는 뉘엿뉘엿 해가 지고, 푸른 땅과 맞닿은 하늘은 온통 오렌지빛이다. 작가 김영목(42)은 철사그림을 그린다. 작가가 경험하고 느꼈다는 세상의 모든 사랑·그리움을 철사란 매개체로 배배 꼬아 놓은 식인데. 굳이 출발을 찾자면 ‘어릴 때’란다. “그 시절 철사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다가 철사가 주는 딱딱하면서도 완곡한 양가적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철사와 씨름만 하면 다 나오는 그림은 아니다. 밑작업도 단순치 않은데 캔버스에 돌가루를 얹고 아크릴물감으로 채색해, 철사의 스토리를 받쳐줄 배경을 만드는 일부터다. 철의 견고함에 어울릴 만한 바닥을 다져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거다. 노을이 스민 듯 불그스름하게 물든 두 사람의 한때를 잡아낸 ‘언제고 함께 하자꾸나’(2020) 역시 그렇게 나왔다. 녹 묻은 차가운 철줄에서 따뜻하고 끈적한 서정이 잔뜩 묻어나는 건 작품이 단순한 ‘철사 걸이’ 이상이란 뜻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작가만의 기량이다. 10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3길 갤러리내일서 여는 초대전 ‘소망과 철사’(Wish and Wir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돌가루·아크릴 채색·철사. 71×63㎝. 작가 소장. 갤러리내일 제공. 김영목 ‘당신의 꽃이 내눈에 피었다’(2021), 캔버스에 돌가루·아크릴 채색·철사, 162.2×112㎝(사진=갤러리내일)김영목 ‘고마워, 사랑해요’(2017), 알루미늄판에 돌가루·아크릴 채색·철사, 72×61.4㎝(사진=갤러리내일)
2021.09.29 I 오현주 기자
유진 생사여부→엄기준 심판…최종회 '펜트하우스2'가 풀 과제 셋
  • 유진 생사여부→엄기준 심판…최종회 '펜트하우스2'가 풀 과제 셋
  • (사진=SBS ‘펜트하우스2’)[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오늘(2일) 밤 최종회를 앞둔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2’ 측이 방송 시청 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마지막 해결과제’ 세 가지를 되짚었다.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2’(극본 김순옥/연출 주동민/제작 초록뱀미디어)는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서스펜스 복수극.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린다. 무엇보다 ‘펜트하우스’ 시즌1에 이어 안방극장을 강렬함으로 물들게 한 ‘펜트하우스2’는 지난 12회에서 순간 최고 시청률 31.5%를 기록하면서 주간 전체 드라마 1위에 등극했다. 뿐만아니라 시즌1, 2를 통틀어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 절대강자의 위력을 발휘했다.특히 지난 12회 방송에서는 오윤희(유진 분)와 심수련(이지아 분)이 만들어낸 ‘나애교 살인사건’으로 천서진(김소연 분)과 주단태(엄기준 분)가 체포되는 대반전 전개가 펼쳐졌다. 그러나 오윤희는 딸 배로나(김현수 분)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심수련에게 속죄의 편지를 남기고는 한강 다리에서 사라지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매회 허를 찌르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폭발시킨 ‘펜트하우스2’가 어떠한 결말로 이르게 될지, ‘마지막 해결과제’ 세 가지를 정리했다.◇오윤희의 죽음?지난 12회에서 오윤희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행보로 안방극장에 거대한 충격을 선사했다. 심수련과 완벽한 공조로 천서진, 주단태의 복수를 이룬 오윤희가 자신의 집에서 짐을 정리하는 모습으로 심상치 않은 긴장감을 자아냈던 것. 이후 자취를 감췄던 오윤희는 한강 다리 위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심수련에게 “그때 난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며 주체할 수 없는 욕망으로 심수련의 딸 민설아(조수민)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과거를 자책한 데 이어 “벌 받을게. 언니한테 할 수 있는 마지막 속죄할게. 안녕”이라는 편지를 남기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했다. 결국 한강 다리에 서있던 오윤희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끝내 오윤희는 속죄의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한 것인지 궁금증을 고조시키고 있다.◇천서진&주단태, 법의 심판 받을까?주단태의 손아귀에서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던 천서진은 주단태를 ‘나애교 살인사건’ 범인으로 만들자는 오윤희의 공조 제안을 수락, 주단태의 옷가지와 차 키를 건넨 데 이어, 펜트하우스 현관 복도에 진흙 발자국을 남기면서 증거를 조작했다. 그러나 주단태가 체포된 후 심수련이 살아있다는 사실과 자신을 별장으로 가게 한 것이 오윤희의 함정이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던 터. 끝내 심수련-배로나(김현수)의 납치 및 감금, 폭행 혐의로 체포되고 말았다. 또한 주단태는 나애교의 진짜 정체가 심수련이었고, 자신이 2년 전 죽인 사람이 전 연인 나애교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미친 듯이 절규했다. 더욱이 나애교를 이용해 정보를 빼냈던 정두만(유준상) 대표에게까지 배신을 당하면서, 과연 천서진과 주단태는 그동안 서슴없이 저질러왔던 모든 죄에 대한 벌을 받게 될지 귀추를 주목시키고 있다.◇심수련♥로건리, 사랑 이루어질까?시즌1에서 심수련과 로건리는 민설아의 삶을 짓밟은 사람들을 향한 복수 공조를 결의하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위로하는 모습으로 묘한 기류를 자아냈다. 그러나 시즌1 최종회에서 주단태의 음모로 심수련이 죽는 비극적인 사건이 펼쳐졌고, 로건리는 심수련을 향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었다. 그리고 2년 후 나애교가 심수련임을 알아차린 로건리는 심수련과 감격적인 재회를 이루면서 “다시는, 내 앞에서 사라지지 마요”라고 자신의 진심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최종회 예고를 통해 반지 케이스를 바라보고 있는 로건리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심수련과 로건리의 애절한 서사가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제작진은 “2일(오늘) 그려질 최종회에는 시즌2 결말과 함께 시즌3 문을 여는 키가 곳곳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며 “첫 장면부터 마지막 단 한 장면까지 놓치지 말고 주목해 달라”고 전했다.
2021.04.02 I 김보영 기자
원어스, '로드 투 킹덤' 파이널서 신곡 '컴백홈' 첫 공개
  • 원어스, '로드 투 킹덤' 파이널서 신곡 '컴백홈' 첫 공개
  •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그룹 원어스가 신곡 ‘컴백홈’(COME BACK HOME) 콘셉트 필름을 전격 공개했다.(사진=RBW)원어스는 지난 12일 Mnet ‘로드 투 킹덤’ 파이널 경연곡 ‘컴백홈’ 발매와 함께 콘셉트 필름을 선보였다. 공개된 영상 속 인간 세상을 다스리던 군주 원어스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질투를 사 온 세상이 잠드는 영원한 밤으로 추방, 인간의 피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저주를 받아 ‘뱀파이어’로 탄생한다.그럼에도 인간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여섯 군주는 저주를 깰 예언의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10년간의 긴 참혹한 전쟁을 이어간다. 여섯 군주와 신하들 간의 마지막 전투에서 마침내 군주는 승리했지만, ‘붉은 달이 떠오르는 날, 아이를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의미심장한 내레이션이 흐르며 불길함을 예고한다.이후 밤하늘이 붉게 물들고, 웅장한 사운드 위로 원어스 만의 섹시하고 강렬한 군무가 공개돼 신곡 ‘컴백홈’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특히 영화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스케일의 콘셉트 필름이 시선을 압도하며, 이후 펼쳐질 스토리에도 K팝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원어스는 오는 18일 ‘로드 투 킹덤’ 생방송 파이널 경연에서 신곡 ‘컴백홈’ 무대를 최초 공개한다. 더욱이 원어스는 이번 신곡 ‘컴백홈’을 통해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치명적인 퍼포먼스로 또 한 번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일 예정으로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컴백홈’은 국내 최고의 히트메이커 김도훈을 필두로 RBW 사단 프로듀서 박우상, 이상호가 참여했으며, 작사에는 멤버 레이븐과 이도가 힘을 보탰다. 더이상 곁에 없는 이에 대한 처절한 그리움을 극적이게 표현한 곡으로, 헤어진 이가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몽환적인 가사와 읊조리는 듯한 랩핑, 메인보컬 서호의 4단 고음까지 다이내믹한 전개로 압도적인 스케일이 돋보인다.
2020.06.13 I 윤기백 기자
알지 못했던 뉴욕과 서울의 역사, '100년 후의 도시를 설계하라'
  • [새책]알지 못했던 뉴욕과 서울의 역사, '100년 후의 도시를 설계하라'
  •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우리는 하루종일 얼마나 많은 빌딩을 지나치며, 얼마나 많은 거리를 활보할까. 그저 시멘트에 갇혀 있을 것 같은 많은 빌딩에도 저마다의 스토리와 나름의 얼굴이 있음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서있는 다양한 모양의 빌딩과 수많은 거리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출간됐다. 새책 ‘100년 후의 도시를 설계하라’는 저자가 지난 3년간 미국 댈러스를 비롯해 시카고와 뉴욕을 다니며 한국과는 다른 모양의 도시를 둘러본 이야기를 활자로 담았다.댈러스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도시는 아니다. 그러나 이곳은 백주 대낮에 현직 대통령 암살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곳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유명해진 도시다. 이런 역사적 아픔을 안고 있는 댈러스는 1841년 존 브라이언이라는 변호사로부터 시작됐다. 1841년 트리니티 강가에 내륙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교역 거점의 필요성을 느낀 존 브라이언은 주변 지역으로 광대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교통망 건설이 용이한 댈러스를 선택했다. 이후 1890년 텍사스에서 인구 규모가 가장 큰 도시로 성장했으며, 대통령 암살이라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바람의 도시 시카고는 인구 규모는 물론 경제적 활력성에서도 미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곳이다. 문화 예술 차원에서도 현대 모더니즘 건축을 주도한 시카고 스쿨’(Chicago School)과 ‘프레리 스쿨’(Prairie School)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화려한 장식을 배격하고, 미니멀리즘을 수용한 모더니즘을 탄생시키며, 불필요한 장식을 최대한 제거한 건축물이 시카고의 스카이 라인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모더니즘을 배격하고 가장 화려함을 자랑하는 포스트 모더니즘 역시 시카고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건축학에서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뉴욕은 세계의 수도라 불린다. 전 세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이며, 잠들지 않는 도시, 세계 최대 대중 교통 시스템, 가장 강한 경제력과 외교력을 견인하는 곳으로 가히 세계의 수도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도시다. 뉴욕 이야기에서는 자연스럽게 서울을 떠올린다.그러나 뉴욕은 여전히 그리움의 도시, 떠나고 싶지 않은 곳, 혹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남아 있는 반면, 서울은 더 이상 조용필 노래 속 그리움의 도시가 아니다. 여전히 서울은 불도저식 도시 개발 철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관료주의 개발에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 당장이 아니라 100년 후를 바라보며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이 그리움이 깃든 도시, 서울만이 만들어갈 수 있는 역사의 도시, 그러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이끄는 도시로 발전해야 함을 강조한다.저자인 조재성 원광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영국 서섹스대에서 박사후 연구과정과 미시건주립대와 미시건대 교환교수를 역임한 도시 건설 및 건축학 전문가다. 한국-대만-일본 도시계획학과 국제학술대회를 비롯해 아시아 도시계획학 학술대회, 세계도시계획학 학술대회 등 다수의 국제 학술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학술 연구를 이어왔다. 2008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조재성 지음 /326쪽/ 1만9000원/ 도서출판 새빛
2019.06.15 I 이진철 기자
 세밑 낙조, 묵은 해를 보내다
  • [여행] 세밑 낙조, 묵은 해를 보내다
  • 와온마을 해변 앞 솔섬 뒤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이 모습에 지금껏 많은 문인들이 앞다퉈 와온에 찬사를 바친 바 있다.[전남 순천=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제 한 해도 고작 며칠 남짓이다. 지난 한 해 돌이켜보면 많은 일이 있었다. 저마다 사정으로 한 해를 건너온 이야기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며칠 남지 않은 한 해를 떠나보내고자 한다면 전남 순천을 권한다. 저무는 시간의 아름다움을 가장 화려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어서다. 순천의 해안을 끼고 이어지는 순천만과 여자만은 저무는 하루를 가장 아름다운 노을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갈대밭이 너울거리는 순천만의 감동과 훈훈한 내음을 풍기는 낙안읍성의 따스함. 힘껏 해를 그러안고 물드는 와온 바다의 격동, 그리고 김승옥부터 곽재구까지 순천의 매력에 젖은 문인들과 작품까지…. 저무는 것들의 시간 속으로 올해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순천만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흑두루미(사진=순천시청)◇노을·갈대·철새에 한 해를 떠나보내다순천만의 겨울은 단아하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만들어 낸 순천만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모습을 바꾸며 마음을 뒤흔든다. 시인 곽재구는 그의 책 ‘포구기행’에서 순천만 노을에 감동해 무릎을 꿇었다고 했고, 김승옥은 소설 ‘무진기행’에서 순천만의 새벽 물안개를 소재로 신기루 같은 상상의 공간을 써 내려가기도 했다.순천만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게 겨울 철새들이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은 철새들에게는 천혜의 아지트인 셈. 이 일대에는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큰고니, 황새 등 150여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순천을 ‘생태관광 1번지’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순천만의 넓은 갈대 군락은 새들에게 훌륭한 은신처가 되고, 주변의 때 묻지 않은 논과 칠면초, 갯벌은 철새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터전이다. 겨울이면 갈대밭을 탐방하는 길목이 철새를 보는 코스로 이어진다. 물길 따라 와온해변까지 다녀오는 선상투어와 나무데크·갈대숲을 지나 용산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도보투어를 할 때에도 철새의 화려한 날갯짓은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대대들판 전망대에서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순천만 생태관 인근의 음식점을 개조해 만들었다. 늦은 오후 무렵이면 넓은 들녘에 수천마리의 흑두루미와 고방오리가 모여들어 삼삼오오 짝을 이룬다.순천만 갈대숲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고방오리순천만의 갈대밭과 용산전망대의 낙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순천만 갈대밭은 순천의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갯벌 앞부분까지 5.4㎞에 이른다. 순천만의 갈대는 햇살의 농도나 바람의 세기에 따라 다르게 누워, 본디 색깔을 짐작하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햇살에 따라 은빛이었다가 때로는 잿빛으로, 금색으로 색을 바꿔 가며 마음을 위무한다. 순천만 갈대밭을 서정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대대포구의 ‘무진교’를 건너 갈대밭 사이 지그재그로 난 목제 데크를 따라 걸으면 그 느낌을 온전히 체득할 수 있다.서걱대는 갈대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해 ‘용산’이라 이름 붙은 용산전망대에 이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S자 수로는 사진깨나 찍는다는 이들에게 출사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다. 특히 낙조로 물든 S자 수로는 비애감마저 불러일으킨다.와온마을 해변 앞 솔섬 뒤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이 모습에 지금껏 많은 문인들이 앞다퉈 와온에 찬사를 바친 바 있다.◇ 내로라하는 문인들도 찬사를 바친 ‘와온마을 일몰’와온마을 해변 앞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이 모습에 지금껏 많은 문인들이 앞다퉈 와온에 찬사를 바친 바 있다.순천의 또 다른 일몰 명소는 해룡면 와온마을이다. 용산전망대의 낙조가 화려하다면, 와온마을의 일몰은 처연하지만 따뜻하다. ‘따뜻하게 엎드리다’ 혹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는 뜻에서 ‘와온’(臥溫)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마도 붉은빛으로 물드는 갯벌의 온기가, 이 풍경이 옛사람들도 참 좋았나 보다. 사실, 와온의 특별한 볼거리는 이 갯벌이 전부다. 비어있는 듯 보이지만 짱뚱어ㆍ새꼬막ㆍ숭어ㆍ맛조개 등이 풍부한 ‘생명의 마당’이다. 아침저녁엔 해와 달을, 낮에는 꼬막을 캐며 살아가는 와온 사람들을 품는다와온해변은 순천만의 동쪽 끄트머리인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 앞바다를 일컫는다. 동쪽으로는 여수시 율촌면의 가장리와 남쪽으로는 고흥반도 및 순천만과 접했다. 해변 앞바다에는 솔섬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있는데, 학이 납작 엎드린 모양이라 해 ‘학섬’이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섬 안에 주막이 있어 펄 배를 타고 조업을 나갔던 어부들이 목을 축이고 돌아왔다고 한다. 지금은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는 무인도지만, 솔섬 품은 와온의 낙조를 담으려는 사진가들에게는 의미 있는 섬이다.해가 떨어지면서 와온 바다가 석양에 물드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아마도 솔섬 너머로 지는 와온의 일몰이 그리움을 가득 품어서 일 게다. 은은하게 하늘과 바다를 적시는 황금빛이 마음을 훔쳤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지금껏 많은 문인이 앞다퉈 와온에 찬사를 바쳤다. 시인 나희덕은 “와온 사람들아, 저 해를 오늘은 내가 훔쳐 간다”고 와온 일몰에 대해 한껏 소유욕을 드러냈다. 또 소설가 박완서는 와온 갯벌에서 일하는 아낙들을 보며 “봄날의 꽃보다도 와온 바다의 갯벌이 더 아름답다”며 꼭 한번 살아 보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여기에 시인 송상욱은 와온의 갯벌을 보고 “속옷 갈아입은 듯 맨살 드러낸 뻘밭에 바닷물이 든다”고 표현했을 정도다.그러나 와온 바다에 대한 애정을 가장 격하게 고백한 이를 꼽으라면 단연 시인 곽재구다. ‘사평역에서’를 발표하며 일명 ‘사평역 시인’이라 불리던 그가 2012년, 13년 만에 시집을 펴낸 것이 ‘와온 바다’다. 와온에 대한 그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금도 그 멋진 풍경에 이끌려 겨울철이면 많은 사진작가가 이곳을 찾는다.낙안읍성 마을 앞산 너머로 붉게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과거의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마을 ‘낙안읍성’낙안읍성 마을 앞산 너머로 붉게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전남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충민길 30)의 낙안읍성. 수백년 동안 같은 집, 같은 골목, 같은 마당에서 주민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전통마을이다. 조선시대 읍성들 가운데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한 곳으로 꼽힌다. 아마도 수백년을 거스르는 시간여행을 한다면 조상들은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았을까. 낙안읍성은 과거의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마을이다. 조선 중기 만들어진 석성 내부로 행정구역상 세 개의 마을 100여가구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어둠이 짙게 내린 이른 새벽, 낙안읍성은 안개가 가득하다. 발을 옮기자 안개가 걷는 이의 발을 따라 마을로 걸음을 옮긴다. 자욱한 안개와 더불어 아득하게 보이는 초가집들 사이 골목길을 따라 조선을 시간여행한다. 서둘러 남문 성곽에 올랐다. 마을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마을을 감싸 안고 자욱하던 안개가 점점 물러나기 시작하자 하나씩 펼쳐진 초가집들이 눈에 가득하다.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고택들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성곽을 따라 마을을 둘러본다. 원래는 토성으로 담장을 둘렀지만, 조선 중기 북벌운동으로 유명한 임경업이 군수로 부임해 석성으로 개축했다. 현재까지도 허술한 담장 하나 보이지 않는 이 석성은 1.4㎞를 이어가며 마을을 감싸고 있다. 인위적으로 옛 모습을 갖춘 민속촌이나 명망 있는 양반들의 기와 가옥이 남아 있는 경우는 전국적으로 여러 곳이 있지만, 초가집 노란 지붕으로 마을을 이룬 일반 백성들 삶의 터전을 지금까지 유지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마을은 물레방아가 마을 공동의 물길을 따라 움직이고 장독보다 더 낮은 돌담만이 남방식 초가집 사이로 경계를 짓고 있다. 민속장터와 기념품점, 짚풀 공예와 길쌈, 대장간 등 옛 모습을 추억하는 체험코스 등이 찾는 사람들을 더욱 즐겁게 한다. 동헌, 객사 등 성안의 옛 행정기관들이 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초가집들은 남방 특유의 툇마루가 발달한 형태를 그대로여서 민속학 자료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겨울을 나기 위해 이엉작업을 하고 있는 낙안읍성 주민들◇여행메모△가는길= 수도권에서 출발하자면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장성분기점에서 고창~담양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다시 담양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에 올라 서순천 나들목으로 나오면 순천만이다.△먹을곳= 순천만국가정원 인근의 청해한정식은 꼬막정식이, 순천역 인근의 신화정은 한정식이 유명하다. △잠잘곳= 순천만국가정원 인근에 자리한 ‘순천만에코촌유스호스텔’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형 유스호스텔이다. 2013년 5월 개관했다. 순천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한옥형 숙박시설이다. 2013년 5월 개관했다. 총 4개동 43실 규모다.
2018.12.28 I 강경록 기자
신선이 살 것 같은 지리산청학선원 `삼성궁`
  • 신선이 살 것 같은 지리산청학선원 `삼성궁`
  •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바람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고운 단풍잎을 흔든다. 단풍잎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떨어진 낙엽은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말해주는 듯 그렇게 가을은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 그리움이 밀려오는 가을의 끝자락, 가장 화려한 색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곳. 겹겹이 쌓여 아무리 풀어헤쳐도 다 알 수 없었던 따뜻한 엄마의 품처럼 가장 푸근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을 품어줄 지리산에 안겨본다.사색매력 가슴 뛰는 ‘지리산’ 우리나라 최초의 산악형 국립공원 지리산.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 471.758㎢로 3개 도와 4개군, 15개 읍·면의 행정구역이 속해 영·호남 내륙지역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산 생김새가 큰 만큼 고도와 남북방향에 따라 다른 생태환경과 자연환경을 보여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명산의 아름다움과 넉넉함은 시간이 흘러도 계절이 바뀌어도 변치 않으니, 변화무쌍한 사람의 마음을 달래기엔 이곳만 한 곳도 없다. 가을 명산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가듯 산의 아름다움에 빠져 한 발 한 발 오르막을 기꺼이 오르게 한다. 지리산은 넓은 만큼 탐방코스도 다양해 개개인의 체력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산행초보자나 가족동반 여행자라면 비교적 난이도가 낳은 구룡계곡코스가 좋겠다. 3.1km로 2시간 정도면 멋진 풍경에 풍덩 빠질 수 있다. 더 쉬운 코스는 4.7km로 1시간거리 노고단이다. 구비구비 이어지는 단풍 물결은 보는 이의 가슴도 일렁이게 한다. 고산지대 산행은 가급적이면 산행경험이 있는 사람과 동반하는 것이 좋고, 급작스러운 기후 변화를 대비해 여벌옷과 간식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신선이 살 것 같은 청학선원 ‘삼성궁’ 지리산 가을 정취는 등산을 하지 않고도, 색다른 풍경에 매료되는 곳이 있다. 신선이 살 것만 같은 지리산 청학선원 ‘삼성궁’이다. 1983년부터 33만㎡의 터에 고조선 시대의 소도를 복원한 곳이다. 묵계 출신 강민주(한풀선사)가 건립한 시설로 천궁, 건국전, 청학루, 무예청, 연못, 솟대 시청각실 등이 있다. 배달겨레의 성전인 이곳은 환인, 환궁, 단군을 모시고 있는 곳으로 기묘한 형상의 1,500여 개 돌탑과 아름다운 산세는 신비로운 세계를 걷는 기분이다. 오색 단풍은 삼성궁 거북 연못을 둘러싼 붉은 물결 앞에서 절정에 다다른다. 눈으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죽여 있던 세포들이 다시 깨어나는 듯 아름다움에 전율을 느낀다. 지리산 힐링공간 산청 ‘라움펜션’대 자연을 품고 있는 지리산에 특별한 힐링 공간 산청 라움펜션이 오픈되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펜션주의 미적 감각으로 완성한 이곳은 물 흐르는 계곡을 따라 펜션 동과 수영장을 배치함으로써 자연 조경은 펜션과 조화를 이룬다. 부대시설로 야외 수영장과 카페, 족구장, 공용샤워실, 계곡평상, 개별 바비큐장 등이 있다. 커플이 이용하기 좋은 예그리나 객실은 탁 트인 지리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수피아, 푸르미 객실은 객실과 거실이 분리된 공간으로 단풍이 물든 계곡전망이다. 복층형 모두랑 객실은 온돌룸 독채로 최대 10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실내 인테리어 곳곳에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며 편리한 동선과 천연 자연 조망권은 꿀맛 같은 하룻밤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개별테라스 앞으로 펼쳐지는 붉은 단풍 물결은 어느새 여행자의 가슴 속까지 붉게 물들게 한다. 11월말까지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이니 연인, 가족, 친구들과 손잡고 깊어가는 지리산의 품으로 가장 화려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2018.11.05 I 심보배 기자
 이별을 예감한 사랑 '연오랑 등대'
  • [여기어때] 이별을 예감한 사랑 '연오랑 등대'
  • 연오랑등대[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바다 사이 등대」와 영화 「해운대」에서는 주인공 남녀의 절절한 사랑이 등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처럼 한 자리에서 변함없이 빛을 밝히는 등대의 특성은 오랜 시간을 거쳐 ‘사랑’의 코드로서 우리 삶에 녹아들어 왔다. 그렇다면 잔잔한 서해와 뜨거운 낙조를 한 몸에 안은 인천의 등대에는 어떤 사랑이 숨어 있을까. 총 42개의 등대 중 북두칠성 별자리의 모양으로 위치한 주요등대 7개소에서, 숨은 7색의 사랑 빛을 느껴보자. 이번에 소개할 등대는 연오랑 등대다. 정식명칭은 이천항역무선방파제 등대로 지난 1934년에 설치했다. 높이는 11미터이다.연오랑 등대는 활기참과 즐거움으로 분주한 연안부두에 놓여있다. 서해 바다에 흩뿌린 미지의 섬을 향해 떠나는 발걸음, 싱싱한 생선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인천종합어시장, 밴댕이회무침거리 등 설렘을 물씬 풍기는 연안부두의 풍경을 뒤로하고 저 멀리 바닷가에 놓인 연오랑 등대와 붉은 노을은 어쩐지 그들만의 사연 깊은 대화를 이어가는 듯하다.연오랑 등대의 명칭은 신라시대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 부부의 슬픈 설화에서 비롯됐다. 하루는 연오가 바닷가에서 해초를 따고 있던 중 갑자기 바위가 연오를 싣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세오가 남편을 찾아 헤매다 남편이 벗어둔 신을 보고 그 바위에 올라 하염없이 그리워하니 하늘이 감동하여 바위가 또 세오를 일본으로 실어갔고 부부가 재회하게 된다. 연오랑 등대는 노을을 따다 먹은 애잔한 붉은 빛을 5초에 한 번씩 뿜으며 이별하는 이들의 그리움을 흘려보내고 있다. ‘갈매기도 슬피 우는 이별의 인천항’을 노래한 옛 노랫말이 절로 떠오른다.그러나 슬픈 사랑이야기와는 달리, 잘록한 허리에 붉게 물든 몸체와 등대의 불빛은 잔인하리만치 아름답다. 이 붉은색은 사실 인근에 위치한 흰색, 노란색의 인천항 연안항구 남, 북 방파제 등대와 함께 신호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흰색 등대는 등대의 왼쪽으로, 붉은 등대는 등대의 오른쪽으로 드나들라는 의미이며 노란 등대는 인근에 공사구역과 같은 시설이 있어 위험하니 주의하라는 신호이다. 알록달록한 등대의 색채가 인천의 삶과 생명을 살찌운 인천항을 수호하고 있는 것이다.동인천역에서 12번 버스를 타고 ‘방파제 입구’정류장에 내리면 금세 역무선방파제에 다다른다. 바다 속 풍경이 생생한 벽화와 고전의 대명사 ‘심청전’이 그려진 방파제 길의 끝에는 인천대교와 팔미도를 조화롭게 품은 청정 바다가 펼쳐진다. 이 때, 가까이 다가오는 아련한 뱃고동 소리와 함께 인천항을 굽어보는 연오랑 등대의 실루엣에서 오늘도 짙은 그리움이 찬찬히 배어나온다.연오랑 등대
2018.01.21 I 강경록 기자
 억새 그리고 단풍 가을을 담다
  • [e주말] 억새 그리고 단풍 가을을 담다
  • 경기도 포천 명성산 억새꽃축제가 10월 한달간 열린다.(사진=경기관광공사)경기도 동두천 소요단풍제가 이달 29일부터 39일까지 열린다.(사진=경기관광공사)고양호수축제(사진=경기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 가을 더없이 화사한 축제가 당신을 기다린다. 가을의 색으로 치장한 단풍과 감각적인 예술 공연. 군침 도는 맛있는 축제와 지식의 목마름을 해결할 다양한 축제들. 파란하늘에 대비되는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원 없이 날려보는 셀카는 덤이다. 이래도 그냥 집에 갈 텐가. 가을 사진 찍기 좋은 경기도의 대표 가을 축제를 소개한다.◇ 잊지못할 가을 추억 ‘동두천 소요단풍제’동두천 소요단풍제가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소요산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단풍 여행지다. 소요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알리기 위한 소요단풍제는 올해로 31회를 맞는 동두천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다. 올해는 단풍의 최절정기로 예상되는 오는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소요산국민관광지 내 야외음악당에서 개최된다. 축제 동안 전통민요 재현과 문화예술 공연, 전문 초청 공연팀과 연예인의 초청공연이 열린다. 행사장 곳곳에 각종 체험행사, 흥미로운 전시부스가 설치돼 한층 풍성해진 이번 단풍제는 소요산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또 하나의 가을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단풍제의 메인이벤트는 뭐니 뭐니 해도 요석공주선발대회! 매년 동두천시의 여고생과 여성 시민을 대상으로 요석공주 선발대회를 실시한다. 아울러 10월 문화의 달을 맞아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단체가 일 년 동안 준비한 각종 전시회, 전통공연, 무대예술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동두천시 전역에서 펼쳐진다.◇ 흩날리는 억새가 물든 ‘명성산 억새꽃축제’그림 같은 산정호수를 품은 명성산. 산 정상은 1950년대에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어 생활하던 곳이다. 지금은 집터 흔적만 남아있고 밭에는 모두 억새가 자라고 있다. 한동안 잊혔지만 등산객들 사이 억새 군락지가 소문나면서, 주민들이 힘을 합쳐 억새를 관리하고 축제를 열어 홍보하면서 연간 5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발전했다. 올해는 명성산 억새꽃축제가 열린지 20주년이 되는 해로 명성산과 산정호수 일대에서 다채로운 행사와 공연이 펼쳐진다. 명성산 등산로에서는 억새음악회가 열리고 은빛 억새가 파란 가을하늘과 대비되는 정상 팔각정 부근에는 편지를 써서 부치면 1년 후에 받을 수 있는 빨간우체통이 운영된다. 산정호수 수변산책로와 호수공원 주변에서는 축제 개·폐회식과 억새체험존, 억새꽃가요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또한 인근 군부대의 장병을 초청하여 ‘뒤에 계신 분은 제 어머니가 맞습니다!’를 유행시킨 추억의 ‘우정의 무대’ 재현행사와 일반인이 군복과 군화는 물론 군장과 방탄모를 착용하고 달리는 ‘군장마라톤 대회’ 등 흥미로운 이벤트가 이어진다. 기간은 1일부터 이달말까지다. ◇예술 거리로 나오다 ‘고양호수축제’6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한국의 대표적인 거리예술축제인 고양거리예술축제(GYLAF)는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움직이는 역동적인 타악 ‘움직이는 드럼’, 공중에서 펼쳐지는 인생 서커스 ‘소다드, 그리움’ 등 해외 초청작과 슈퍼맨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사회를 그린 ‘맨오브스틸’, 무기력 시대에 절망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린 ‘멀리 있는 무덤 : 거리에서’ 등 국내 초청작과 특별 프로그램이 고양의 화려한 낮과 밤을 수놓는다. 시민참여프로그램 중에는 누구나 부담 없이 따라 하며 즐기는 댄스타임 ‘GYLAF와 함께하는 다함께 댄스타임’이 인상적이다. 그 외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예술단체들이 시민들과 함께 준비한 인형극, 탈춤공연, 청소년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며 민화, 생태, 공예 체험이 무료로 진행된다.
2016.10.02 I 강경록 기자
 해넘이·해맞이 한곳서 '명소12'
  • [가는해오는해] 해넘이·해맞이 한곳서 '명소12'
  • 전남 순천시 순천만 용산전망대에서 4㎞가량 떨어진 와온해변으로 해가 떨어지고 있다. 와온해변에선 느긋하게 산책길을 걸으며 드넓은 갯벌 위로 펼쳐지는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병신년 새해가 코앞이다. 가는 해를 보내고 오는 해를 맞이할 때다. 해넘이와 해맞이 중 어느 곳으로 발길을 향할지 고민에 빠질 때다. 일몰을 보자니 새해가 아쉽고, 일출을 보자니 가는 해가 마음에 걸린다.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홍길동처럼 시공을 옮겨다니는 초능력자가 아니라면 일몰과 일출을 한번에 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곳에서 다 볼 수 있다면 가능하다. 떨어지는 해를 보며 남은 미련을 털어내고 뜨는 해를 보며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충남 당진 왜목마을…석문산 정상 관람포인트 왜목마을은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에 있다. 당진 장고항 용무치와 경기 화성시 국화도를 사이에 두고 위치를 바꿔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이곳의 일몰·일출은 노적봉(남근바위)에 해가 걸리는 10월 중순에서 2월 중순까지가 가장 아름답다. 관람 포인트는 마을 뒤편에 자리한 석문산. 마을에서 석문산 정상까지는 15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뒷동산 또는 동네 뒷산이라고 부르지만 해넘이와 해맞이를 볼 수 있는 명소인 만큼 가는 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출 포인트인 선착장에서 바라본 해맞이(사진=한국관광공사).△충남 서천 마량포구…송림이 연출하는 장관은 ‘덤’왜목마을처럼 지형이 바다로 돌출한 마량포구에서 일몰과 일출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일몰은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름답다. 독수리부리처럼 바다 쪽으로 길게 내민 뭍끝의 포구에 서면 동·서쪽 어디를 보아도 한눈 가득 수평선이 들어와 마음이 평온해진다. 인근 춘장대도 일몰 명소다. 해수욕장 주변 송림과 갯벌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볼 수 있다. 일출은 선착장에서 보면 된다. 12월 말에서 1월 초에 해뜨는 방향이 남쪽으로 기울어질 때 서천 앞바다에 붉은 해가 떠오른다. △충남 태안 안면도…솔섬 위로 붉게 물드는 ‘마법의 시간’안면도 서쪽해안에서는 일몰을, 동쪽 천수만을 배경으로는 일출을 볼 수 있다. 일몰 명소는 할미·할아비바위가 있는 꽃지해수욕장이 최고다. 일출 명소는 황도해변과 안면암. 황도해변에서는 솔섬이 포인트다. 안면암에서 쌍둥이 여우섬으로 건너는 부잔교를 마주하고 뜨는 해를 기다리면 된다. 비록 야산에서 떠오르지만 햇살이 퍼지며 갯벌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일몰과 일출을 한자리에서 보고 싶다면 안면도 최남단인 영목항이 좋다. 충남 태안의 꽃지해변. ‘할미·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명품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전남 무안 도리포…막 찍어도 화보가 되는 곳도리포는 무안·영광·함평이 경계를 이루는 해제반도 북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서남해안에 치우쳐 있지만 북쪽으로 튀어나온 지형이다. 이 덕에 일몰과 일출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함평만과 칠산 앞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은 은빛물결과 섞여 장관을 이룬다. 명당은 돌머리 해변 끝자락이다. 갯바위 위에 조성한 정자에 앉아 임자도 방향으로 잠기는 해를 바라보는 멋이 각별하다. 일출은 함평방향에서 보는 것이 그만이다. 포구 끝 바다를 향해 서 있는 팔각정, 어선과 어우러진 풍경이 멋스럽다. △전남 진도 첨찰산…기상전망대 오르면 사방팔방 탁 트여첨찰산은 정상까지 차로 오를 수 있는 게 장점. 점점이 흩어진 부속섬의 수려한 자태가 발아래 펼쳐진다. 일몰과 일출은 첨찰산 기상전망대에서 함께 볼 수 있다. 기상대 앞에 서면 동쪽은 물론 서남쪽 바다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런 지형조건 때문에 백제시대에는 산성을 쌓았고, 조선시대에는 봉수대를 만들었다. 굳이 꼽자면 일몰이 더 아름답다. 한국의 낙조 가운데 손꼽힌다는 세방낙조가 바로 진도에 있다. 굽이굽이 산너머로 해가 떨어지는 모습이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전남 해남 달마산…그리움은 진도 앞바다로 흘러달마산 정상까지는 차량을 이용해 오를 수 있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조금씩 이동하면서 일몰·일출과 발아래 풍광을 담을 수 있다. 도로 끝에 서면 마봉마을과 진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서서히 붉게 물드는 풍광을 지켜볼 수 있다. 일몰 포인트는 도솔암과 마황사. 발아래 펼쳐진 다도해 사이로 지는 해를 조망하는 맛이 일품이다. 일출은 도솔암 가는 길목이나 암자 인근이 좋다. 완도의 섬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멋스럽다. 충남 태안 항도해안은 안면암과 함께 안면도 일출여행지로 유명하다(사진=한국관광공사).△전남 순천 순천만…시시각각 천의 얼굴 지닌 갯벌 도화지해질녘 갈대밭과 갯벌, 잔잔한 바다를 검붉게 물들이는 순천만의 일몰·일출 풍경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순천만 일원을 시시각각 색을 달리하는 한장의 거대한 도화지로 만들어버린다. 멋진 일몰과 일출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은 화포해변. 일몰만을 꼽자면 용산전망대와 와온해변이 좋다. 대대포구에서 갈대숲 탐방로를 지나 용산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는 순천만의 해질녘 풍경은 유명하다. 일출은 마산리 거차마을에서도 볼 수 있다. △전남 영광 불갑산…“저 타는 붉은 노을 가슴에 새기네” 불갑산은 불갑면 모악리와 함평군 해보면에 걸쳐 있다. 원래 이름은 모악산. 백제시대 불교가 법성포를 통해 들어와 이곳에 으뜸(甲)으로 절을 짓고 불갑사로 부르면서 산 이름도 불갑산으로 바뀌었다. 산정상 연실봉에서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다. 일몰 포인트는 서해바다가 보이는 방향이면 어디든 상관없다. ‘일출은 경주 토함산, 낙조는 영광 불갑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갑산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유명하다. 일출 포인트는 정상인 영실봉이다. 전남 순천의 화포해변은 순천만의 아래에 위치해 광활한 갯벌과 구불구불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경남 거제 여차-홍포 해안도로…4㎞ 거리 거대한 전망대‘여차~홍포 해안도로’는 전 구간이 일출·일몰 전망대나 다름없다. 거리는 고작 4㎞ 남짓이지만 품은 풍경은 거대하다. 대병대도·소병대도 등 크고 작은 섬이 죽 펼쳐져 있고 멀리 대마도가 아련하다. 대병대도·소병대도 사이에서 해가 떠 통영 쪽으로 질 때면 홍포(紅浦)란 이름에 걸맞은 풍경이 펼쳐진다. 상동동 계룡산(566m) 자락의 포로수용소 유적지도 유명한 일몰 포인트다.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거가대교 등 주변 볼거리를 돌아보자면 하루해가 짧다. △경남 하동 금오산…남녘 다도해의 장쾌한 풍경 하동과 남해 경계 어름에 있는 금오산에 오르면 남녘 다도해의 장쾌한 풍경 위로 해가 뜨고 지는 장면을 마주할 수 있다. 정상까지는 차로 올라갈 수 있다. 남해고속도로 진교나들목에서 불과 11㎞ 거리에 있다. 정상 바로 아래 달바위 전망이 일품이다. 지리산 연봉과 남해의 조망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멀리 사천대교와 창선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일몰·일출 포인트는 금오산 정상. 특히 금오산 일출은 하동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경남 하동 금오산에서 바라본 다도해 일출(사진=한국관광공사).△부산 다대포…서쪽바다와 동쪽바다 번갈아 모두 감상다대포는 부산에서 일몰과 일출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포인트는 몰운대 남단의 하조대. 몇발짝만 옮기면 서쪽바다와 동쪽바다를 번갈아 볼 수 있다. 일몰은 몰운대를 나와 오른쪽으로 다대포 꽃지에 서서 보는 게 좋다. 해송이 어우러진 울창한 숲과 빼어난 절벽 등 바다 이외의 주변 절경도 빼어나다. 일출은 몰운대 왼쪽 다대포 선착장에서 바라보면 된다. 선착장의 나무다리와 등대, 인근의 모자섬 등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인천 영종도 거잠포…바지락칼국수·조개구이 먹거리도 풍성수도권에서 일몰과 일출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공항철도 용유임시역 앞 거잠포다. 무의도 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곳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해넘이와 해맞이를 한곳에서 할 수 있다. 매랑도와 사렴도 등 두 개의 무인도가 있는 등 주변 풍광도 아름다워 평소에도 여행객이 즐겨 찾는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역을 운행하는 공항철도 덕분에 언제든 쉽게 찾을 수 있고 바지락칼국수와 조개구이 등 먹거리가 풍부해 사계절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진다. 부산 다대포 몰운대 일출은 왼쪽 다대포 선착장이 포인트. 선착장의 나무다리와 등대, 인근의 모자 섬 등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사진=한국관광공사).드넓은 모래사장에서 바라보는 부산 다대포의 일몰은 화려하고 강렬하다(사진=한국관광공사).충남 태안의 꽃지해변. ‘할미·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명품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
2015.12.31 I 강경록 기자
'감성 보컬' 김형중, 컬러프로젝트 두번째 주인공 낙점
  • '감성 보컬' 김형중, 컬러프로젝트 두번째 주인공 낙점
  • 김형중(사진=제이뮤직)[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가수 김형중이 컬러프로젝트의 두번째 주인공으로 낙점됐다.김형중은 컬러프로젝트의 두 번째 이야기인 ‘Color vol.2’의 음원 ‘사랑에 물들다’를 7일 공개한다. ‘Color vol.2’는 가을의 정취와 그리움의 색깔인 ‘브라운(Brown)’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사랑에 물들다’는 미디엄 템포의 팝 넘버로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며 밤새 고민하고 적어 내려간 한편의 시와 같은 노랫말이 인상적이라는 평이다.이번 앨범을 제작한 제이뮤직 측은 ‘사랑에 물들다’에 대해 “‘그랬나봐’, ‘그녀가 웃잖아’, ‘좋은사람’ 등 많은 히트곡으로 사랑을 받은 김형중의 세련된 감성과 매력적인 보이스를 느낄 수 있는 ‘사랑의 세레나데’같은 곡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랑에 물들다’는 김형중이 가창은 물론 현재 다양한 OST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종수와 공동 작곡해 완성했다. ‘고삼이 집나갔다’, ‘일등당첨’ 등으로 유명한 웹툰작가 미티(홍승표)와 015B 객원보컬이자 레드플러스(RED+)의 조성민이 공동 작사를 했다. 전작 ‘Color vol.1’의 ‘중얼거린다’를 작사, 작곡한 일리(illi)가 편곡에 참여했고 싱어송라이터 슌의 코러스와 컬러프로젝트의 총 프로듀서인 김수진 음악감독의 프로듀싱으로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지난 2월 이예준이 부른 ‘중얼거린다’가 담긴 ‘레드(Red)’ 콘셉트의 ‘Color vol.1’으로 첫 선을 보인 컬러프로젝트는 국내 정상급 뮤지션들과 함께하는 디지털 싱글 앨범 프로젝트로 다양한 색깔의 음악과 실력 있는 뮤지션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프로젝트이다. 매번 참여하는 가수와 장르가 변화되기 때문에 각 싱글마다 고유의 색깔을 지니는 것이 특징이다.실력파 아티스트와 국내 정상급 세션들의 손을 거쳐 탄생되고 있는 컬러프로젝트는 높은 퀄리티의 음악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2014.10.07 I 김은구 기자
벚꽃에 파묻혀 시름을 잊는다, 천혜의 군항 진해
  • 벚꽃에 파묻혀 시름을 잊는다, 천혜의 군항 진해
  • [경향닷컴 제공] 봄바람이 벚꽃 가지를 흔든다. 하얀 꽃비가 대지를 흩날리듯 적신다. 벚꽃 멀미가 난다. 옆집 창가에도, 골목길 담 언저리에도, 한번쯤 들렀던 골짜기에도 고개를 내민다. 강물 속에도 어린다. 4월 진해는 벚꽃을 머금고 산다. 진해로 가는 길에는 벚꽃이 요란하다. 수줍은 듯 꽃봉오리가 살포시 머금었더니 며칠 새 희디흰 속살을 한껏 뽐낸다. 다른 벚나무의 기세에 눌릴세라 앞 다투어 꽃망울을 활짝 핀다. 새하얀 꽃송이들이 겹겹이 포개고 얽히니 벚꽃 안개로 자욱하다. 만개한 벚꽃과 길섶 위에 떨어진 벚꽃 두덩이 화려하다. 도시 전체가 벚꽃 천지다. “잊혀지는 게 두려워” 벚꽃에 취한 도시 ▲ 다양한 동식물 서식지이자 시민 휴식처인 내수면 환경생태공원. <진해시청 제공>진해군항제는 진해 전체가 벚꽃으로 휩싸이는 시기인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열린다. 이 기간 동안 진해는 벚꽃 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굳이 공원이나 벚꽃터널을 찾지 않아도 된다. 길가에 벚꽃 세상이다. 이해인 시인은 “꽃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향기에 취해 멀미가 난다”고 했다. 눈부시게 피어난 벚꽃 향기에 취해 사람들은 함박 미소를 짓는다. 만개한 벚꽃도 아름답지만 한꺼번에 비 내리듯 떨어지는 벚꽃도 아름답다. 김영남 시인은 “쥐어뜯어 꽃잎처럼 바람에 흩뿌리겠네. 뿌리다가 창가에 보내겠네. 저 벚꽃처럼”이라며 벚꽃의 그리움을 노래했다. 10일 동안 하얀 물감을 뿌린 벚꽃은 사방으로 색(色)을 흩뿌리며 사그라진다. 봄비와 바람에 벚꽃이 우수수 진다. 떨어지는 꽃에 닿으면 금세 하얀 색깔이 물들 것 같다. ‘일 년 중 가장 좋은 풍경이 모춘(暮春) 10여 일에 불과하므로 이때를 헛되이 보낼 수 없다’는 조선시대 문인 이덕무의 글이나 소동파(蘇東坡)가 노래한 ‘봄밤의 한 시간은 천금을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시구 모두 벚꽃이 떨어질 때의 허무함과 절묘하게 맞닿는다. ‘낙화유수’(落花流水)라고 했던가. 떨어지는 꽃의 한 순간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는 진한 아쉬움이 깃들여 있다. 진해 벚꽃은 가까이서, 멀리서도 봐도 다 좋다. 진해의 벚꽃은 제주도 원산인 ‘왕벚나무’이다. 꽃이 크다고 해서 왕벚꽃이 아니라 나무가 크고 꽃도 많이 피기 때문에 ‘왕벚나무’라고 한다. 일제는 진해를 영구 지배하기 위해 관광수나 가로수로 벚꽃 10만500그루를 심었다. 광복 후 주민들은 군(軍)시설 등 통제구역이나 장복산이나 안민고개 등 사람이 가기 힘든 곳을 제외한 시내에 있던 벚나무를 일본 나라꽃인 줄 알고 모조리 없애버렸다. 1960년대에 관광도시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 꽃임이 판명이 되고 관광수로 결정이 나자 본격적으로 조경에 나섰다. 현재 30만여 그루 넘게 심어져 옛날보다 더한 ‘벚꽃의 고장’이 됐다. 일제의 아픔을 딛고 시민 휴식처로 태어나 제황산은 옛 이름이 부엉등 또는 부엉산이었다. 그런 것이 이 산의 북방에서 제황이 탄생한다는 속설이 전해지면서 제황산이라 이름 붙여진 것이다. 산마루에 지금은 진해관광탑(진해탑)이 세워져 있지만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러·일 전쟁 승전 기념탑이 서 있었다. ▲ 철로 양쪽으로 벚꽃이 만개한 경화역. <진해시청 제공>기념탑을 만들 때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향토연구가 황정덕씨가 쓴 <우리 고장 문화유산>을 보면 공사기간 중 일본인 감독관과 석공이 죽고 다치는 참사를 겪고 1929년에 준공했다. 밤에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산신령이 나타나 “내 머리 위에 무거운 짐을 얹어놓아 몸을 쓰지 못하겠다. 영적을 보여주겠다”며 사라졌다. 다음 해에 끔찍한 사고가 두 번이나 일어났다. 장복산 터널을 내려오던 열차가 알 수 없는 고장으로 터널 복판에서 멎고 말았다. 진해요새사령부 임시 공연장에서 어린이를 위한 영화 상영 중에 원인 모르는 화재가 일어나 일본인 관람객 105명이 불타 죽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광복과 더불어 이를 해체 철거하고 공사비 1350만원을 들여 1967년 9월에 지금의 진해탑을 준공했다. 군함 윗부분을 모형으로 한 높이 28m의 9층 전망대에 서면 진해 앞바다와 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진해탑에 오르는 길은 세 갈래이다. 정면에서 오르는 계단은 365개로 일명 ‘1년 계단’이라고 한다. 최근에 노약자나 다리가 불편한 이를 위해 진해탑까지 모노레일을 설치했다. 오른쪽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37계단과 38계단이 있다. 김수경 진해시립박물관장은 “일제가 러일전쟁이 반발한 1904년과 전쟁에서 승리한 1905년인 메이지 37년, 38년을 기념하기 위해 계단을 만들었다”며 “철거를 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일제의 역사적 흔적을 가르칠 수 있어 그대로 뒀다”고 말했다. 나머지 한 갈래는 중앙시장에서 시작해서 동쪽에서 오르는 200계단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동물원이 있었다. 가족·연인과 걷고 싶은 공원 ▲ 여좌천의 벚꽃 야경. <김해시청 제공> 장복터널을 지나 진해의 입구인 파크랜드에서 진해여고까지는 여좌천을 따라 약 1.5㎞의 벚꽃터널이 펼쳐진다. 데크로드를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경관조명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밤에도 탐스런 벚꽃 세상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벚꽃 길은 연인과 손잡고 걸으면 결혼에 이른다고 해서 ‘혼례길’이라고도 부른다. 드라마 <로망스>를 촬영한 곳으로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여좌천 끝은 내수면 환경생태공원과 맞닿는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1928년에 만든 양어장이 광복 후 민물고기 보호·육성을 담당하는 ‘내수면연구소’로 바뀌었다. 저수지, 어류, 수생식물, 송림, 습지 등 자연 생태와 여기에 깃들여 사는 조류가 있다. 지난해부터 시는 연구소의 큰 저수지와 그 주변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마련했다. 환경생태공원은 호수, 습지, 솔밭 등 유수지 주변 83.897㎢를 특색 있고 가치 있는 청소년 체험학습장 및 관광 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호수 주변에는 배롱나무, 물벚꽃, 수양버들, 팽나무, 회양목 등이 자라고 있으며, 희귀어종인 꼬치동자개, 황쏘가리 등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책로와 벤치, 목교, 데크로드 등 기본 시설과 습지보전 체험을 할 수 있는 관찰습지 등이 있어 시민의 생활 녹지공간 및 환경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쾌적하고 깨끗한 산림문화 휴양지 지난 2월 20일 개장한 드림파크는 진해시 청사 뒤 풍호동 삼불산 일대 195㏊에 324억원을 들여서 만든 것이다. 생태숲과 목재문화체험장, 광석골 쉼터, 청소년수련원 등으로 이뤄진 대규모 시설이다. 생태숲에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희귀식물 약 90여종을 관찰 수 있는 식물관이 있다. 총 145종 약 7만종의 난대림 식물을 볼 수 있는 자연생태 체험 학습공간이다. 특히 전시관은 생태숲 속의 다양한 동식물의 생태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목재문화 체험장’에서는 나무의 생성 과정에서부터 가꾸기, 활용하기까지의 목재의 이용 가치와 산림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다. ▲ 산림문화 휴양지인 드림파크. <진해시청 제공>광석골 쉼터에는 시원한 계곡물과 단풍나무숲, 중앙광장, 관찰데크, 잔디광장 등 다양한 휴식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누구나 관광 휴식, 체력 단련, 자연 학습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청소년 수련원은 청소년들이 자연과 더불어 다양한 수련 활동을 통하여 건전한 놀이 문화 보급과 정서 함양에 기여하고자 만들었다. 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곰메바위 서진해 쪽에서 동쪽에 바위가 솟아 있는 산, 웅천지역에서 본다면 북쪽에 해발 653m 정상에 우뚝 솟은 거암을 ‘곰메바위’(높이 10m, 둘레 약 50m) 또는 ‘곰바위’라고 부른다. 한자로 표기하면 웅산(熊山)이라고 한다. 또 바위의 생김새가 시루를 얹어 놓은 것과 같다고 하여 ‘시루바위’ 또는 ‘시루봉’이라고도 한다. 예전에 해병훈련소가 있을 때는 훈련병들이 이 곰메바위를 몇 바퀴 돌고 난 후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애인 이름을 목청껏 부르면서 훈련의 고달픔을 달래기도 했다. 산세가 수려하고 좌우간 막힘이 없어 진해 시가지와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맑은 날엔 대마도까지 보이고, 전개되는 해경은 지중해 못잖은 절경을 선사한다. 가을에는 잔잔한 억새와 상록수 군락이 볼 만하다. 명성황후가 전국의 명산에 무당을 보내어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축원을 올릴 때 여기에서도 100일 동안 축원을 올렸다고 한다. 시루봉 줄기가 남으로 뻗어 이룬 곳에 위치한 해발 502m의 천자봉은 중국 명나라 태조 주원장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의 제왕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크고 작은 섬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천상으로 가는 벚꽃도로에서 사진 찍기 ▲ 수령 100년 이상 된 왕벚나무들이 잘 보존된 기지사령부 영내. <진해시청 제공> 진해 최고의 벚꽃 관람 지역은 기지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이다. 입구에서 2㎞ 이상 길 양편으로 수령 100년 이상 된 벚나무가 4월이 되면 머리 위를 뒤덮는 벚꽃 구름을 만든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이로 가족, 연인들이 사진 찍느라 도로를 가득 메운다. 모두 벚꽃 그늘 아래에서 ‘예쁜 짓’하기에 바쁘다. 기지사령부 안의 유적지로는 일제시대에 건립된 기지사령부 본관과 해양의료원, 옛 해군작전사령부 본관과 별관, 그리고 고(故)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 등이 있다. 앞의 건물들은 정교한 벽돌쌓기와 간결하고 짜임새 있는 붉은 벽돌 건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해 현재도 사용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은 과거 일본군 통신대가 사용하던 것을 1945년 해군에서 인수, 이를 개조하여 별장으로 사용하다가 1979년에 보수공사를 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별장은 대지 302평에 건평 66평으로 한옥과 양옥을 절충한 ‘ㄱ’자형으로 배치됐다. 군항제 기간에는 영내가 개방돼 관광객들이 벚꽃이 만개한 영내 전경과 영내에 있는 함정, 실물크기 거북선, 해군 박물관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이 기간 외에는 영내 출입이 금지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시에서 일 2회 군항문화탐방을 실시해 관광버스(20인 이상)를 동반한 단체에 한해서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 신청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탐방일로부터 내국인은 5일 전까지 외국인은 10일 전까지이다. 벌써 5000여명이 다녀갔다. 055-548-2835. 가는길/ 김해공항-진해해군교육사령부 간을 공항 리무진 버스가 하루에 4번 운행한다. 승용차로 갈 경우에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마산IC에서 빠진 다음 2번 국도를 타면 된다. 진해까지 바로 가는 고속버스는 없다. 마산이나 창원으로 간 뒤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부산, 울산이나 진주에서도 진해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있다. KTX로 갈 경우에는 서울-밀양으로 간 뒤 밀양-진해 철도를 환승하면 된다. 연락처/ 진해시 문화관광과 055-545-0101 진해시 관광안내센터 055-1330 진해시 시립박물관 055-548-2053 진해문화원 055-544-8880 진해시외버스터미널 055-547-8424 맛집/ 동방횟집/이동 롯데마트에서 남쪽 방향으로 150m가량 가면 있다. 자연산회와 가오리조림으로 유명하다. 봄철에는 도다리미역국(7000원)이 맛있다. 055-545-0409 사공추어탕/제황산공원 입구 근처에 있다. 추어탕(5000원) 한 가지 메뉴에 점심에만 문을 연다. 탕은 담백하며 밑반찬은 정갈스럽다. 055-546-0655 진상/진해시청을 지나 3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약 500m쯤 가면 이동골프연습장 맞은편에 있다. 생대구탕, 대구뽈찜, 대구매운탕 등 대구요리 전문점이다. 해초비빔밥(8000원)도 맛있다. 055-547-1678 신생원/진해역과 중원로타리 가운데쯤에 있다. 사천자장면과 오향장육을 잘한다. 특이하게 놋그릇에 단무지와 양파를 준다. 055-545-1452 숙박/ 오페라모델/중원로타리 근처에 있어 여좌천과 재황산공원과도 가깝다. 055-544-6766 하이트모텔/진해-거제를 오가는 카페리 부두 옆에 위치해 있다. 055-545-3633 국일장모텔/해군기지시설단 옆에 있으며 바다 전망이 좋다. 055-544-6077▶ 관련기사 ◀☞가슴으로 느끼며 자연을 달린다☞꽃길 따라 박물관 따라 ''봄나들이''☞서울랜드 "''왕벚꽃축제'' 오세요"
(정장진의 Tour & Culture)한 시인의 죽음 -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부쳐
  • (정장진의 Tour & Culture)한 시인의 죽음 -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부쳐
  •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 “국화빵 팔러 나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바라보던 저녁 노을이 그립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기 직전에 하신 말씀이다. 한 고위 성직자가 죽음에 앞서 남긴 이 짧은 한 구절의 말 속에는 야릇한 애잔함과 진한 그리움이 들어있다. 빈한했던 지난 세월의 무게도 느껴지고 무엇보다 거추장스러웠을 수도 있는 무거운 성직자의 옷을 내려놓게 한 죽음 앞에서 다시 어머니를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한 어린 소년의 낮은 울부짖음도 들린다. 말들이 서로의 어울림을 통해 일상의 사나움을 벗어나 여러 사물들을 동시에 말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을 때 울림이 나오며 이 울림을 우린 흔히 시라고 부른다. 한용운, 서정주의 시를 떠올려 보자. 불경도 그렇고 한시도 그러하며 성경의 빼어난 글들도 그렇다. 추기경을 추모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십만의 인파가 명동 성당을 찾았다. 신드롬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인근 편의점에서는 휴지가 동이 났다고 한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야 했기 때문이다. 내 가족도 아닌데 울어버린 것이다. 아니 모두들 그렇게 울고 싶었던 것이다. &nbsp;▲ 명동성당 내부&nbsp;이 긴 행렬을 이룬 사람들과 추모 행렬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TV를 통해서나마 추모를 한 수많은 사람들이 추기경의 죽음을 보면서, 진정으로 슬퍼하며 마음 속 깊이 깨달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늘에 계신 천주님이었을까? 아니면 언제라도 위협받을 수 있는 민주화를 지켜주실 사회의 큰 어른이 사라지셔서? 아니다. 우리 모두는 추기경이 다시 한 소년이 되어 “국화빵 팔러 나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바라보던 저녁 노을이 그립다”고 소리 죽여 읊은 이 한 편의 시를 찾고 있었고, 그 시를 다시 만난 것이다. 이 시는 어쩌면 나이 90 가까운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침대 머리맡에 곰 인형을 놓을 수 있었던 추기경만이 쓸 수 있는 시였는지도 모른다. 죽은 시인의 사회 플라톤은 시인을 공화국에서 추방하자고 했다. 하나의 언어가 오직 하나의 사물만을 지칭하는 세계가 이상이라고 보았고 여러 의미를 지향하는 시는 혼란스러우니 위험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흔히 로고스의 세계로 지칭되는 이 이상의 세계는 그러나 도달할 수 없는 세계다. 도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요가 시작되면 시인은 설 자리를 잃는다. 시인이 설 자리를 잃은 사회를 정치 용어를 빌리면 독재 체제라고 부른다. 정치적 독재, 경제적 독재, 사회적 독재 등 독재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더 쉬운 말로 하면 차별이다. 빈부 차별, 학벌 차별, 남녀 차별…… 추기경만이 아니라 인간은 모두 시인들이다. 언어를 사용하는 순간부터 시인이 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김춘수의 시다. 언어는 이렇게 새로운 세상의 탄생을 도우며 말로써 꽃을 피운다. 그러나 인간은 언어를 배울수록 사물을 분류하고 범주를 만들며 급기야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 전형적인 예가 법률 체계다. 법은 사라지고 시스템만 남는다. 정밀하기로는 종교도 법에 못지 않다. 급기야 하나님은 사라지고 기독교만 남거나 부처님은 온데간데 없고 불교만 남는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진다. 정치는 사라지고 정권이나 파당만 남거나 경제는 없어지고 재벌과 돈만 남기도 한다. 시인의 언어는 이 구분과 세세한 범주들이 도를 넘었을 때 저절로 터져 나온다. 가장 앞에서 가장 먼저, 본능적으로, 총알을 맞는 이들이 그들이다. 한두 마디의 말로 삶 전체를 아우르는 시인의 언어는 우리로 하여금 다시 처음 언어를 배우던 신비한 순간으로 되돌아가 “꽃의 이름을 부르게 한다”. 죽음을 앞둔 추기경의 눈 앞에 떠오른 저녁 노을은 어머니의 색깔이다. 이것은 거의 동물적인 감각이 떠올리는 색이다. 그러므로 추기경은 자신의 어머니만 그리워한 것이 아니다. 모든 소년의 가슴 속에 드리워져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한 것이며, 이제 한 마리 어린 짐승으로 돌아가 늙은 육체의 숨길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인 어머니를 찾은 것이다. 추기경은 시인이 되어 고해성사를 하신 것이다. 아직도 어머니가 그립다고. 이 그리움은 성모로 표현될 수도 있고, 언어 이전의 초월적 세계에 대한 형이상학적 그리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추기경은 그가 한 인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털어놓았다. 이 한 편의 시로 쓰여진 고해는 그가 남기고 간 각막처럼 빛이 되어 각박한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어야 할 것이다. 추운 겨울 명동을 찾았던 우리 모두는 시인의 시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날카롭게 날 선 파편과 조각들을 모두 아우르는 저녁 노을 빛에 물든 언어인 시를. 따라서 추기경의 시는 시인이 죽은, 시 없는 사회에 대한 경고였다고 볼 수도 있다. 여행·문화·예술 포탈 레 바캉스(www.lesvacances.co.kr) 대표 정장진
2009.03.10 I 정장진 기자
기노사키 온천을 찾다
  • 기노사키 온천을 찾다
  • ▲ 기노사키에 있는 7개 소토유(外湯) 중 하나인 고쇼노유(御所の湯) 입구./기노사키 마을 개천.&nbsp;[조선일보 제공] "기노사키 온천역입니다." 오전 8시 13분에 오사카역(大阪驛)을 출발한지 2시간 40분여. 깜빡 잠들었다 '기노사키(城埼)'라는 말에 놀라 눈을 떴다. 오전 10시 53분. 차창 밖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가득했다. 역사(驛舍)를 나서자 검푸른 비구름에 물든 듯한 낡은 목조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기노사키였다. 1913년 10월 18일 일본 효고현(兵庫縣) 기노사키(城埼)에 폭우가 쏟아지던 날, 당시 30세이던 작가 시가 나오야(志賀直哉)는 병든 몸으로 이곳을 찾았다. 그는 미키야(三木屋) 료칸(旅館)에서 21일간 머물며 요양을 했고, 이후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기노사키에서(城埼にて)'라는 단편을 발표했다. 시가 나오야는 일본 문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신진 작가들의 모임 시라카바파(白樺派)의 중심 인물로, 이후 '소설의 신' '일본문학의 고향' 등으로 불리는 유명작가 반열에 올랐다. 1971년 사망했다. 시가 나오야는 기노사키에 매료됐고, 미키야 료칸을 사랑했다고 한다. 요양차 첫 방문을 한 이후 그는 10여 차례나 기노사키를 찾았고, 매번 미키야 료칸에 머물렀다. 기노사키는 예로부터 병을 고치기 위해 온천 치료를 하는 장소로 유명했다. 특히 작가들이 많았다. 기노사키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쇼와(昭和) 일왕시대 인물로만 한정해도 이곳을 찾은 대표적인 문인과 묵객만 30명이다. 그 말석에 일본의 국사(國師)로 불리는 '료마가 간다'의 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7일 방문한 기노사키는 한폭의 묵화(墨畵)였다. 대부분의 건물은 일본의 전통 목조건물. 고개를 들면 마루야마강(圓山川)이 바다가 멀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 듯 느릿느릿 흐른다. 기노사키를 에워싼 산에는 온통 안개다. 시가 나오야가 머물렀던 미키야 료칸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70대 할아버지 종업원이 문밖까지 뛰어나와 반겼다. 한사코 사양하는데도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들고 2층으로 안내했다. 2층 다다미방에 짐을 풀고 앉자 '고요함'이 엄습했다. 동해에서 밀려왔을 구름은 비만 잔뜩 머금은 채 하늘에 우두커니 머물고 있었다. 시가 나오야 의 단편에 나왔던 벌집도 사라졌는지 미키야 정원도 조용하기만 하다. '삐걱삐걱삐걱….' 정적을 깨고 여관 종업원이 오래된 목조 계단을 조심스레 밟으며 올라왔다. 시가 나오야가 머물렀던 방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곳이 시가 나오야 선생이 머물렀던 방입니다. 이 방은 도로와 면해있지 않은 탓에 조용해서 선생께서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낡은 책상과 책 몇 권, 사망하기 몇 년 전의 얼굴을 담은 시가 나오야의 초상화가 장식의 전부다. 시가 나오야가 늘 앉았다는 자리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에는 이곳에서 글을 쓰거나 사색하는 이외의 어떤 행위도 불경스러워질 것 같은 경건함이 느껴졌다. 오후 4시. 유카타(浴衣·기모노의 일종)를 차려 입었다. 기노사키에는 7개의 소토유(外湯·료칸을 끼지 않고 일반 손님을 받는 온천)가 있다. 내키는 곳을 찾아 온천을 즐기는 것을 '소토유메구리(外湯めぐり)'라고 한다. "아무래도 목욕 가운을 입고 밖으로 돌아다니기가 부끄럽다"고 하자 여관 종업원은 "들어올 땐 그랬겠지만 지금쯤 나가면 모두 유카타 차림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미키야를 나서자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쥐 죽은 듯 조용했던 길거리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딸깍딸깍' 하는 게다(일본 나막신)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료칸별로 다른 형형색색의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좁은 골목을 따라 줄지어 늘어서 소토유메구리를 나선 것이다. 기노사키는 걸어서 25분이면 '기노사키의 끝'에 도착하는 작은 마을. 하지만 역사는 14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노사키에서 작성한 연표에는 1400년에 걸쳐 기노사키를 사랑했고 일본 문학의 전통을 이어온 문인들의 이름이 촘촘히 기록돼 있다. 마을 중심을 흐르는 작은 하천을 따라 올라가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소토유 '코우노유(鴻の湯)'가 있다. 7세기 중반 황새가 다리에 상처가 났는데 이곳에서 고쳤다는 전설이 붙어있다. 기노사키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다. '고우노유'에서 나와 개천을 따라 아랫 마을로 걸어 10분쯤 내려가면 '이치노유(一の湯)'가 나타난다. 에도(江戶) 시대에 '천하제일' 온천으로 꼽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일본 천하를 얻기 위해 각 지역에 할거하던 다이묘(大名)들이 들리곤 했다는 설명도 붙었다. '기노사키에서'라는 단편에도 등장하는 온천이다. 이곳 온천은 수질보다 '이야기'를 더 앞세웠다. 그래서 문인들이 사랑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치노유'를 나서 '미키야'로 향했다. 오후 6시. 방안에는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가니(게)즈쿠시'라는 요리였다. 게 찜, 구이, 스시가 일단 차려졌다. "이제 입을 즐겁게 할 차례죠. 아까 길에서 보신 사람들도 지금쯤 다들 료칸이나 식당에서 게 요리를 먹고 있을 겁니다." 칼집을 정교하게 넣어 힘들이지 않고 죽 잡아 당기면 길다란 게 다리가 세로로 톡 반쪽으로 잘려서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뒤에 나오는 탕과 죽도 모두 게가 주 재료였다. 게 요리 코스가 다 끝나자 7시 30분. 어느새 바깥은 깜깜한 밤이었다. "밤에는 대개 뭘 합니까?" "게를 먹은 후 좀 쉬다 다시 소토유메구리를 하죠." 다시 밖으로 나섰다. 게다 소리는 밤 공기를 타고 더 크게 울렸지만 낮에 비해 다니는 사람은 훨씬 줄었다. 온천 보다는 작은 개천을 따라 양 옆으로 이어지는 골목길 산책이 더 좋을 듯 했다. 낮에 들렀던 '기노사키문예관'을 떠올렸다. 400엔을 내고 들어간 그곳은 시가 나오야가 중심이 돼 움직였던 '시라카바파' 작가들을 중심으로 그 밖에 시바 료타로 등 일본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언제 기노사키를 방문했고 어떤 작품에 키노사키를 등장시켰는지 꼼꼼하게 정리해 둔 곳이었다. 그들의 육필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공간은 너무 작았다. 별것 아닌것을 명소로 만드는 놀라운 상술(商術)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가로등도 거의 없는 오솔길을 걷다 보니 문예관에서 본 문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뒤를 돌아보면 그들도 어슬렁거리고 있을 것 같았다. 문호들과 같이 산책하는 듯한 행복한 착각에 빠지게 해 준 것만으로도 문예관의 할 몫은 다한 셈. '상술'인었는지 '배려'였는지 헷갈려하며 미키야로 돌아갔다.&nbsp;◆기노사키에 가려면? ▲ 기노사키온천역에서 내려 바라본 기노사키 시내 모습.오사카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 편하고 빠르다. 오사카역에서 기차로 약 2시간40분. 기차요금은 지정석 5450엔(자유석은 510엔 할인). 오전 8시13분, 9시10분, 9시32분, 10시11분에 출발하는 기차는 갈아탈 필요 없이 한번에 갈 수 있다. 기노사키에는 80여개의 료칸이 있다(기노사키온천여관조합 가입 기준). 대부분 체크인 시간은 오후 2~3시다. 오전에 도착하면 여행용 짐이 부담스럽다. 기노사키온천여관조합은 기노사키온천역 바로 앞에 안내소를 운영하고 있다. 료칸 체크인 시간에 앞서 도착한 여행객은 이곳에 짐을 맡기고 가벼운 차림으로 관광에 나설 수 있다. 짐은 이곳에서 예약한 여관으로 체크인 시간에 맞춰 옮겨준다. 료칸 예약객은 무료다. 당일치기 손님은 물건 1개당 300엔을 내고 맡겨둘 수 있다. 자전거(2시간 400엔·1일 800엔)도 빌릴 수 있다. 날씨 변화가 심한 이곳에서 필수인 우산도 무료로 빌려준다. 비어 있는 료칸도 소개받을 수 있다. 대중 온천인 소토유(外湯)는 7개가 있다. 료칸 숙박객에게는 무료이고 단순히 온천만 하러 온 사람에게는 600~800엔을 받는다. 료칸은 겨울에는 1박에 1인당 2만엔, 여름에는 1만5000엔 내외이다. 겨울과 여름의 가격차는 "게 요리가 나오느냐 나오지 않느냐는 차이"라고 온천여관조합 측은 설명했다. 게의 계절(3월까지)이 끝나면 '타지마규(但馬牛·지역에서 생산된 소고기)' 요리가 주를 이룬다고 한다. ◆여행마켓 플레이스 '옥션여행(tour.auction.co.kr)'은 문학과 예술의 전설이 녹아내린 기노사키 온천마을과 간사이 주요도시를 체험하는 '기노사키 온천마을+간사이 오감체험' 상품을 옥션여행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한다. 옥션여행(http://tour.auction.co.kr) 검색창에서 '간사이 오감체험'을 검색하면 된다. 3박4일 기준 가격 99만원(매일 출발). 문의 1644-6747. ▶ 관련기사 ◀☞대청호 스치는 바람결에 그리움이 묻어있네☞제주 숲에서 봄을 만났습니다☞''서울의 봄'' 보려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라
''그리움이 무거울 때면 바람 부는 무의도로 가라’
  • ''그리움이 무거울 때면 바람 부는 무의도로 가라’
  • [노컷뉴스 제공] 여행이란 목적지가 어디인가보다 가슴 속에 무엇을 채우는가(혹은 비우는가)에 그 의미가 좌우된다. 그래서 여행은 계획이 아닌 가슴을 따라 가는 여정이다. 주말을 맞아 서울에서 멀지 않은 섬 하나를 찾았다. 목적지는 인천 중구에 있는 무의도. 인천국제공항에서 222번 버스를 타고 무의도선착장을 거쳐 5분여 배를 타고 들어가면 만나는 곳이다. 섬의 이름을 본 순간 마음이 동했다. 반복되는 일상의 피로감과 누적된 그리움의 무게를 훌훌 털고, '무심(無心)'의 경계로 다시금 자신을 돌려줄 것만 같았다.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선 전철을 타고, 공항에서 다시금 택시를 타서야 겨우 막배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무의선착장에 도달했을 때 세상은 해의 여광에 물들어 더없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다. 같은 장소라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그것과 조우하는 일은, 마치 많고 많은 인연 중에 단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닮았다. 그래서 여행자는 풍광 앞에서 감동하고 설레인다. 배는 금세 뭍에 닿았다. 이제 막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한 섬은 적막했다. 속살 드러낸 갯벌 위에 비스듬히 누운 배들은 마치 제 할일을 끝내고 바다 앞에 선 늙은 어부와 닮았고, 저 멀리 수평선을 향해 밀려나간 바닷물은 그리움을 좇아 홀로 울고 있는 이의 뒷모습과 흡사했다. 그리고 이제 막 간판을 밝히는 횟집들의 불빛은 홀로 깨어 어미를 찾는 아이의 눈과 닮아 괜스레 마음이 짠해졌다. 주말의 짧은 여행, 더없이 편한 벗과 함께 와 숙소에 짐을 풀고 그저 발길 닫는 술집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손님 하나 없어도 여유로운 주인은 허영어린 무채 더미로 장식하지 않은, 진솔한 우럭회 한 접시와 정성드려 만든 밑반찬을 상에 올려놓았다. 옛 말에 한 평생 벗은 하나로 족하다 했던가. 사는 일이 바빠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벗이지만 그저 어제도 만난 듯 익숙하고, 그렇다한들 지겹거나 할 말이 궁색하지도 않다. 술만이 아닌 그 무언가에 취하고 또 취해 밤이 깊어갔다. 둘째날 아침, 가벼운 숙취를 느끼면서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마음을 내서 온 곳이니 만큼 섬 곳곳을 꼼꼼히 둘러보고 싶었다. 첫 장소는 숙소에서 멀지 않은 실미해수욕장. 초승달 모양의 모래사장과 아름드리 소나무가 옹기종기 모인 해변가는 이른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제법 붐비고 있었다. 해변가에서 지척에 보이는 실미도는 바닷길이 열리면 금세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웠으나 물때를 맞추지 못해 그저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지난 역사의 파편. 유골조차도 가족 품에 안기지 못한 무고한 젊은이들의 넋이 바다 건너 어디선가 흐느끼고 있을 것만 같다. 아픈 역사는 기억하는 자에게 슬픔과 의무를 전한다. 모랫가에 누워 바람과 햇살을 음미한 뒤,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섬에서 가장 큰 갯벌을 가진 하나개 해수욕장. 실미해수욕장보다 규모도 크고 관광객을 위한 위락시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해수욕장 입구 왼편에는 연인들에게 더없는 낭만을 선사할 방갈로가 줄지어 서 있고, 반대편 끝에는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영된 권상우·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이 세워져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그 외에도 말마차와 4륜자동차, 수상보트 등 다양하게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놀이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작은 섬을 여행하는 장점은 여유롭게 길을 걸어도 하루이틀 안에 주변을 다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 정상에 서면 아담한 섬 하나가 한 눈에 들어오니 서두를 것도 아쉬울 것도 없이 그저 만족스러울 뿐이다. 오후 무렵,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여행자의 마음은 그제서야 바빠진다. 해변을 빠져나와 간단히 밥을 먹고 일부러 선착장에서 멀리 내려 벗과 함께 천천히 걷는다. 서로의 역사를 고스란히 아는 벗과의 여행. 이 여행에서 돌아간다 한들 마음 속에 가시지 않는 그리움과 혼자만이 짊어져야할 삶의 무게가 덜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놓인 그 숱한 문들을 다시금 열고 싶은, 열 수 있는 설레임과 용기를 갖고 돌아가는 것이다. 앞서 걷는 벗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세상, 참으로 짧고도 감동스럽구나…'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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