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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투자증권 "한은이 먼저 금리 내리고 정부가 추경한다"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먼저냐,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 편성이 먼저냐. 하이투자증권은 6일 ‘추경과 금리 인하 적정 시점 추정’이라는 보고서에서 채권시장이 금리 인하와 추경 편성을 저울질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물가 저점은 7월, 금리 인하 후 추경 온다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에 정부 대응이 먼저 이뤄지고 한은이 대응한다면 시장금리 궤적은 ‘2분기 상승 후 하반기 하락’이 되고, 한은이 먼저 대응하고 하반기 정부가 대응하면 ‘2분기 하락 후 하반기 상승’이 될텐데 누가 먼저 경기 대응에 나설 것인지는 물가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한은 전망대로 3.5%로 보지만 물가 저점은 3분기께라고 내다봤다. 1분기 4.7%, 2분기 3.2%, 3분기 2.8%, 4분기 3.3%로 전망되며 올해 최저점은 7월 2.5%로 예상했다. 작년 7월 물가상승률은 6.3%로 올 7월은 기저효과가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달이기도 하다. 김 연구원은 “산유국의 기습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올해말 90~95달러 수준까지 오르더라도 올해 7월까지 유가는 국내 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3분기 중반 이후에는 공공요금 인상, 유가 상승분 변동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일시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기초로 한은이 2분기말~3분기초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 또는 시그널을 주고 이후 세수 부적 누적에 대응해 정부의 추경 집행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김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를 하회하며 3.2%대에 안착해 추가 매수(추가 금리 하락)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긴 하나 시장금리는 더 내려갈 수 있다”며 “특히 2분기는 경기침체 악재로 금리 인하 시기가 컨센서스인 4분기보다 빨라질 수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채권 매수, 듀레이션 확대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3년물 금리 저점은 3.05%, 10년물은 3.08%를 전망했다. 특히 4월 물가상승률이 3.7%를 하회할 경우 3년물 금리는 2%대 후반 진입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 세수부족에 국채·전기요금 동결에 한전채, 폭탄 되나다만 3분기 중반 이후부턴 금리 인하보다는 추경 집행으로 인한 국채 발행 등 초우량물 발행 확대, 물가 상승 불안에 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국고채 발행 물량 부담은 지금도 잔존한다. 세수부족 등으로 정부는 2분기 국고채 발행 계획을 45조~55조원으로 1분기 대비 최대 10조원 더 늘렸다. 이미 1분기 발행액은 45조3000억원으로 올해 총 계획(167조8000억원) 대비 27%를 달성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예상 국세수입 400조5000억원 중 법인세가 104조9000억원으로 26%를 차지한다. 정부가 경기둔화와 중간예납 이연세수 기저효과 등을 고려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법인세가 걷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부가 세입 예산을 한 시점에 예상했던 것보다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는 변수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국고채 발행을 최대 55조원으로 제한했다고 해도 향후 필요시 국고채 발행 증액을 통해 세수결손을 막을 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국고채 발행 물량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며 “공급부담은 금리 상승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채도 부담이다. 한전은 올 들어 3월말까지 8조원의 신규 한전채를 발행하며 작년 같은 기간 누적 발행액(6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정부가 2분기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 조정이 유보되면서 한전채 물량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통한 원가 회수율이 약 70%에 불과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구입대금을 회사채를 찍고 지급하는 구조다. 한전법을 개정해 사채발행한도를 기존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두 배에서 5배로 확대했지만 하반기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을 경우 한전채발 시장금리 급등이 재현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한전채 과다 공급 가능성으로 작년 하반기 5%대 후반의 고금리인 한전채가 과다 공급되면서 국내 채권시장 수요를 잠식하고 국채 및 크레딧 금리를 동반 상승시켰던 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 리튬기업 앨버말, 월가 혹평에 주가 ‘뚝’ (영상)
-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지수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부진한 경제지표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나스닥지수의 낙폭(-1.1%)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날 공개된 3월 ADP 비농업부문 고용 변화를 보면 신규 일자리가 14만5000건 증가해 지난달 26만1000건은 물론 시장예상치 20만건을 크게 밑돌았다. 또 3월 ISM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도 51.2에 그치며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점인 50을 웃돌고 있는 만큼 여전히 확장 국면으로 볼 수 있지만 전월 55.1, 예상치 54.5를 크게 밑돌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가 침체를 향해 가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통화정책을 과도하게 긴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7월 열리는 FOMC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으로 보는 시장 참여자 비율이 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특징주 흐름은 다음과 같다.◇존슨앤드존슨(JNJ, 165.61 ▲4.49%) 세계적인 헬스케어 및 가정용품 제조사 존슨앤드존슨 주가가 4.5% 상승으로 마감했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탈크(활석)관련 소송 해결을 위해 89억달러 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키로 원고측에 제안, 원고 상당수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피해자들은 존슨앤드존슨 베이비파우더의 탈크 성분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있어 난소암이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소송이 수천건 진행중이며 소송 참여자만 7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6만여명이 이번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존슨앤드존슨은 베이비파우더 제품 조사 결과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베이비파우더에 탈크 대신 옥수수 전분을 사용키로 했다. 다만 수요가 급감하면서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한편 존슨앤드존슨은 이번 소송과 관련한 법적 책임 문제를 다루기 위해 지난 2021년 설립한 자회사 LTL 매니지먼트LLC의 파산보호를 재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에도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페덱스(FDX, 229.93 ▲1.52%) 다국적 운송 기업 페덱스가 비용절감 및 조직 효율화 등을 이유로 조직개편에 나서면서 주가가 상승 마감했다. 배당금 인상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페덱스는 현재 국제운송, 육상운송, 트럭운송(B2B), 서비스, 기타 운영 부문 등 5개로 분리된 조직을 2개로 통합키로 했다. 트럭운송 부문은 독립 조직으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다 통합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조직개편을 내년 6월까지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페덱스는 또 분기배당금을 종전 주당 1.15달러에서 1.26달러로 10.5% 인상키로 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NVDA, 268.81 ▼2.08%) 세계적인 반도체칩(GPU) 설계 기업 엔비디아 주가가 2% 하락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GOOGL)이 자체 개발한 AI칩이 엔비디아칩(A100)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주장한 영향이다. 이날 알파벳은 “4000개 이상 최신 칩으로 구동되는 AI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엔비디아의 A100칩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보다 최대 1.7배(1.2~1.7배) 빠르고, 전력효율도 1.9배(1.3~1.9배) 더 높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A100보다 업데이트된 신제품 ‘H100’을 최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앨버말(ALB, 196.71 ▼6.14%)미국 최대 리튬 생산업체 앨버말 주가가 6% 넘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월가에서 혹평이 나온 여파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앨버말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262달러에서 195달러로 25.6% 하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배터리용 리튬인 탄산리튬 가격이 지난해 11월 미터톤당 9만달러에서 최근 3만3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리튬가격 하락은 앨버말의 수익성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 안동현 “디지털 금융환경의 부작용, 패닉 무차별 확산…결국 신뢰관리가 생명”[송길호의 파워인터뷰]
-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최근 은행 연쇄도산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은 뱅크런이 발생해도 유동성 지원을 통해 막아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시장에 심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송길호 이데일리 논설위원 겸 에디터] 미국 16위 규모의 중형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으로 파산한데 이어 167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크레디트스위스(CS)은행도 보유자산 부실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비이성적 공포가 전염병처럼 급속히 번지는 ‘뱅크데믹’(Bankdemic·은행+ 팬데믹)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금리인상의 후폭풍이 금융시장에 파열음을 내며 굴지의 은행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신용위기가 도래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의 데자뷔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 2월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으로 위촉돼 금융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부터 현 상황의 진단과 해법을 들었다. 고려대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자본시장연구원장을 거친 그는 금융위기 시절 영국 대표 은행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의 퀀트전략본부장으로 투자전략을 담당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최고의 금융석학 중 한 명으로 꼽힌다.안 교수는 최근 서울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SVB사태는 트위터가 유발한 최초의 뱅크런(the first Twitter-fueled bank run)”이라며 “디지털화에 따른 금융환경의 변화가 패닉을 급속히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새로운 위기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뢰를 잃고 패닉에 빠지면 멀쩡한 은행도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시대”라며 “신뢰관리를 위해선 은행은 파산하지 않는다는 믿음, 설령 뱅크런이 발생해도 금융당국이 유동성 지원을 통해 막아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를 심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상황별 비상계획, 컨틴젼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통해 방어선을 차례로 만드는 등 위기대응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정치적 합의와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당국자들의 면책범위를 넓혀주는 등 신속한 대처를 위한 능동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스마트 기기 일상화…뱅크런 위험 상존 ▶SVB사태가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뱅크런은 1930년대 대공황을 상징하는 장면중 하나입니다. 당시 은행 1만개가 뱅크런으로 문을 닫았어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영국 노던록은행에서 크게 일어났지만 사실 1980년대 이후 뱅크런에 의한 은행 파산은 거의 사라졌죠. 금융당국이 사전규제 및 사후감시, 그리고 예금자보호제도와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을 통해 금융시장에 패닉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됐다고 보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뱅크런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고전적 뱅크런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SVB사태는 복고형 파산입니다. 새로운 위기국면이 나타난 거죠.” ▶지금 금융시장의 혼란은 기존 금융위기 상황과는 다르다는 거군요. “2008년 금융위기때처럼 최근의 은행 파산은 대차대조표상 차변(자산)항목이 원인인 경우가 일반적이에요. 위험자산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부실로 이어지죠. 그런데 SVB는 보유 자산의 60%정도가 신용도 높은 미국 국채로 구성됐어요.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평가손은 늘었지만 만기까지 보유하면 모두 상환되는 자산입니다. 문제는 고객 분산이 제대로 안 돼 있었다는 거예요. 이 점이 중요합니다. 고객 대부분이 스타트업으로 거의 동질하고 뭉치돈이 많이 들어와 예금이 한번 빠지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어요. SVB만의 특수한 케이스는 아니에요. 미국 지역은행 대부분은 대변·차변 항목 모두 분산이 안 돼 있습니다. 지역마다 유사한 비즈니스로 경기사이클에 따라 예금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쏠림현상이 심하죠. 그런 면에서 이번 파산은 차변이 아닌 대변(부채·은행으로선 예금)쪽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데 주목해야 해요. 금융위기 이후 항상 은행 보유자산의 분산을 강조했는데 이번 교훈은 위험관리 차원에서 예금 고객도 분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CS의 파산은 공격적인 투자가 원인이었지요.“CS의 경우는 금융위기의 후속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유럽계 은행이 고위험 고수익의 IB(Investment Banking)업무를 축소하고 전통적인 CB(Commercial Banking)업무로 복귀하기 시작했어요. 오직 CS만 예외였습니다.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IB업무에 치중했죠. 그러다보니 초고위험 헤지펀드나 상업용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투자를 너무 많이 했어요. 그러다보니 투자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매몰비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죠. CS는 SVB와는 달리 2008년 금융위기때의 전형적인 은행 파산처럼 차변 항목이 원인이 돼 무너진거죠. 종합하면 이번 은행 연쇄파산은 1907년과 1930년대 경험했던 뱅크런(SVB)과 2008년 금융위기때 관찰됐던 보유자산 부실에 따른 자본상각형 파산(CS)이 동시에 발생한 겁니다.”▶SVB와 CS는 원인은 다르지만 연쇄 도산하면서 금융위기 국면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는 사소한 이벤트로 촉발됩니다. SVB사태는 지난해 11월 JP모건의 리서치 리포트에서 시작됐어요. SVB가 보유하고 있는 국채의 듀레이션(현재가치를 기준으로 채권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봤을때 30% 이상의 평가손이 났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후 시장에 불안감이 형성된 거죠. 문제는 SNS와 스마트 뱅킹이 불안심리를 전염병처럼 확산시켰다는 겁니다. 이런 뉴스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어떤 은행도 안전할 수 없어요. 여기에 은행으로 직접 달려가 줄을 서지 않아도 이젠 모바일앱으로 클릭 몇 번하면 예금을 즉시 인출할 수 있잖아요. SVB가 유동성 위기로 증자계획을 발표하는 순간 공포심리가 무차별적으로 전염되면서 스마트폰으로 단 하루 만에 420억 달러의 예금이 빠져나갔어요. 파산까지는 단 36시간이 걸렸지요. 그래서 SVB 사태를 ‘트위터가 유발한 최초의 뱅크런’ 이라고 합니다. 디지털화에 따른 금융환경의 변화가 패닉을 급속히 확산시켰다는 면에서 우려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뱅크데믹(Bankdemic·은행+팬데믹)…공포의 확산 ▶SNS와 스마트기기가 루머와 공포를 만들고 확산시키는 기제가 됐군요. “사실 은행업의 본질상 뱅크런이라는 위험요인은 피할 수 없어요. 은행의 고유기능은 단기예금을 장기대출로 전환하는 이른바 유동성 전환(liquidity transformation)을 통해 실물투자, 즉 산업자본의 형성을 도모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있습니다. 이에 따른 위험요인이 바로 뱅크런입니다. 예금을 대출이나 비유동성 투자와 같은 장기자산 형식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예금자들이 어떤 이유로든 한꺼번에 인출하면 감당할 방법이 없는거죠. 이는 은행의 펀더멘탈과도 무관해요. 돌발적인 대규모 예금인출에 대비하려면 대부분의 자산을 유동성 자산으로 보유해 지불준비금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유동성 전환이 이뤄지지 않아 은행의 본질이 훼손됩니다. 그런데 예전 뱅크런은 앞줄에 서야 인출을 할 수 있는 달리기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싸움이 됐어요. SNS나 인터넷을 통해 차변쪽에 약간이라도 불안하다는 루머가 돌면 일단 예금을 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형태의 뱅크런은 앞으로 자주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안 교수는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디빅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공동연구를 통해 밝힌 태양 흑점 균형(sun spot equilibrium)이론을 통해 뱅크런을 설명했다. “묘하게 이들이 노벨상을 탄 후 지금 이 사건이 터졌어요. 이들이 다룬 논문의 주제가 바로 뱅크런이었거든요. 결론은 사람들의 기대를 변화시켜 곡물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태양흑점처럼, 뱅크런도 펀더멘털과 관련없이 돌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를 수리적으로 증명한 거에요. 갑자기 사람들이 패닉이 돼서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 옆 사람도 동참하게 되고 그러면 파산하는 거죠. 은행이 건전하다고 파산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물론 예측도 불가능하죠. 공포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인간 심리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재연되느냐 아니냐라는 논쟁은 별 의미가 없겠군요. “금융위기 당시 업계에서 트레이드 데스크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이지만 좋은 트레이더는 예측을 잘하는 트레이더가 아니라 그때그때 시장 상황에 잘 대응하는 트레이더에요. 이들이 돈도 잘 법니다. 얼마나 즉각적으로 신속히 잘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바둑을 두는데 상대방의 수를 모두 예측해 둘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예상과 달라도 그때그때 전략을 수정해 대응하는거죠. 정책도 마찬가지예요. 예측에만 기반한 정책은 한계가 있어요. 시장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잖아요. 비상상황에 따른 대응계획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관건이에요.” ▶금융당국이나 중앙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군요. “그런 면에서 이번 Fed의 대응은 굉장히 서툴렀어요. SVB사태 발생 후 처음엔 파산시키겠다고 했더니 난리가 났죠. 미국 예금자보호한도가 25만달러인데 대부분 기업고객이라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지역은행들로 위기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니 그 다음날 백악관이 나서서 예금자 전액을 보장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음날 주가가 반등하고 위기는 지났다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미국의 이런 지역은행이 얼마나 많은데 문제가 생길때마다 이걸 다 막을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 겁니다. 뱅크런처럼 은행 구제에도 순서가 생겨버린거죠. 그래서 엘런 재무장관이 JP모건을 비롯한 대형은행에 예금을 채워주라고 한겁니다. 시스템에 따라 처리한 게 아니라 그때그때 임시방편 미봉책 (ad-hoc response)으로 봉합한거죠.” ◇선제적 모니터링 그리고 상황별 비상계획 ▶Fed도 새로운 위기 상황에 허둥지둥한 거군요. “만약 패닉 초반에 SVB보유 국채를 담보로 Fed가 유동성 지원을 해주겠다, 빠져나간 돈만큼 모두 메워주겠다고 했으면 추가적인 예금인출을 막고 은행파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그런 생각까진 못한 거예요.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회사들이 모럴해저드에 빠져 성과급 챙기려고 위험자산에 투자한 게 아니잖아요. 최후의 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은 (이런 비이성적 패닉으로 발생한) 유동성위기는 다 막아주겠다는 의지를 처음부터 확고히 보였어야 했어요. 돈을 메꿔주는 그 자체보다 예금자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지, 즉 어떻게 최소비용으로 예금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지, 1차·2차 방어선 등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우리 금융당국과 중앙은행도 반면교사로 삼아야겠군요. “다시 강조하지만 사람들이 신뢰감을 잃고 패닉에 빠져버리면 어떤 금융기관도 안전할 수 없어요. 특히 (비보험 자산인 예금이 주요 부채인) 은행은 취약할 수밖에 없죠. 이런 식의 위기가 우리라고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어요. 2008년 금융위기때와는 달라요. 이젠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면 그 자체가 위기가 돼 버립니다. 위기라고 생각하는 순간 위기가 오는 겁니다. 그래서 패닉을 없애는 방법은 신뢰밖에 없어요. 은행이 파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사람들이 한꺼번에 돈을 빼지 않고 만약에 뺀다 해도 어떤 식으로든 금융당국이 유동성 지원을 통해 이를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해요.” ▶선제적 대응을 통해 위기 발생 확률을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더 중요한 건 신속한 사후대처라는 거군요. “지금 같은 시스템에선 SVB사태같은 일이 발생하면 Fed처럼 우왕좌왕할 거에요. 오히려 법적, 정치적 위험이 큰 우리 체제에서는 정책당국자가 즉각적으로 대응하는데 제약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상황에 따른 비상계획을 철저히 마련해야 해요. 컨틴젼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제도적으로 한은, 금융위, 기재부의 역할 등을 미리 정리해놓고 사후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면책기능을 넓혀 당국자가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동안 구조조정이나 베일아웃(bail-out)으로 유동성 지원을 해준 후 검찰에 불려가지 않은 장관이나 행장이 없잖아요. 나중에 문책의 소지가 있다면 공무원들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직권남용으로 걸면 안 걸릴 수가 없어요. 평시에는 별 문제 없지만 진짜 위기가 터졌을때는 자기 목을 걸고 해결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위기대응은 속도전이에요.”◇국내 기관,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비상 ▶우리는 지역은행은 물론 2금융권에 동질성 있는 금융기관이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역 특화은행 육성 방안 등은 재고해야 합니다. 고객층이 비슷한 저축은행, 단위신협, 새마을금고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죠. 이중 새마을 금고는 규제의 사각지대예요. 은행과 유사한 업의 본질을 볼 때 행안부 밑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동일행위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금융당국 규제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사전규제는 금융위와 행안부가 비슷하게 맞춰놨을 겁니다. 중요한 건 사후 모니터링이에요. 금융기관들은 모두 금융당국의 감시 대상인데 행안부 관할인 새마을금고만 빠져 있습니다. 대체투자, 특히 부동산PF 대출을 새마을금고의 중앙회 외에 각 지점에 위임한 것이 문제입니다. 지점에 전문인력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런 무분별한 투자에 대해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거죠” 행안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업 대출잔액은 2019년 말 27조2000억원에서 올 1월말 56조4000억원으로 배가 넘게 급증했다. 반면 연체율은 2.5%에서 9.2%로 3.7배 치솟았다.▶부동산 PF 부실은 2금융권 전반에 확산돼 있죠. “1차적으로는 증권사가 문제죠. 지난 연말에 레고 사태로 인한 부동산 PF문제로 몇개 무너질뻔 했잖아요. 정부가 막지 않았으면 7개사 정도는 문을 닫을 뻔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증권사들은 해외대체투자도 많이 했는데 대부분 인프라나 상업용 부동산이에요. 해외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니 익스포져가 큰 기관들은 위험에 처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외국계에서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에 대해 가장 먼저 물어보는게 해외부동산 익스포져가 어느 정도냐는 겁니다. 이미 위험을 감지했다는 거죠. 상업용 부동산이 무너지면 파괴력이 매우 큽니다. 국민연금, 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LP)들도 지난 20여년 동안 해외에 가장 많이 투자한 대상이 상업용 부동산이었어요.” ▶위기의 뇌관은 상업용부동산이 되겠군요. “우리나라 부동산은 리스크 대비 리턴이 너무 높아요. 그러다보니 부동산불패신화가 생기고 거의 10년에 한번씩 버블이 꺼지는데 그럴때마다 직격탄을 맞는 금융회사들이 있어요. 금융위기 후 이명박정부시절 부동산가격이 30%정도 빠질때 저축은행 PF사태가 있었고 이번엔 부동산 대체투자를 과도하게 한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이 위험한 거죠. 여기까지가 주거용 부동산 문제였다면 해외발 위험은 상업용 부동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에요.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다 지금 빠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금융위기 때는 주거용모기지담보부증권(RMBS)이, 이번엔 상업용모기지담보부증권(CMBS)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에 SVB처럼 불안심리가 확 퍼지면 한밤의 도둑처럼 위기가 터질 가능성이 높아요.” ▶위기국면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요.“폭탄이 떨어진 진원지 한 가운데에 있을때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터지고 난 후 한참 후에야 알 수 있죠.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바닥이 어딘지 미리 예측을 해서 투자하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그런데 자꾸 예측하려고 하죠. 리먼브러더스 파산때 우리도 그랬어요. 당시 산은 회장이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 바닥이라고 생각하고 인수하려고 했죠.나중에 보니 저점은 파산(2008년 9월) 후 반년이 지난 그 다음해 3월이었어요. 너무 성급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위기 후 반등은 V자형이라기보다는 W자형으로 갑니다. 회복을 확인한 후 행동해도 늦지 않습니다.”안 교수는…△1964년 예천 출생 △고려대 경영학과 ·경영학 석사 △뉴욕대 경영학 박사 △고려대 경영대 조교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학 재무학 부교수 △RBS 퀀트전략본부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기초경제1분과 위원 △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자본시장연구원장 △(현)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 '금값 랠리' 올라타자…금시장·펀드·코인 활활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금값 랠리’가 투자자 손길을 끌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롤러코스터 장세 속 출렁인 투심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양상이다. 경기 침체 우려와 지정학적 충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앙은행의 금 매수가 맞물리며 금에 대한 중장기적 관심도 유효하다는 판단이다.금시장, 펀드, 코인 등 금 투자에 편승할 방법은 다양하다. 달러의 향방과 수수료와 환금성, 환율 변동 등 요인을 감안해 접근하란 조언이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치솟는 금값…“단기 급등에도 중장기 맑음”5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는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이 8만4980원에 마감했다. 장중 8만5000원선을 넘어서며 2014년 3월24일 금시장 개장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온스당 2038.20달러에 마감했다. 약 1.5% 더 오르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다.금 가격은 연초 이후 양호한 경제지표와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재부각되며 달러·채권 수익률이 반등하자 하락했다. 그러나 SVB 사태 이후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상승 전환했다. 이날은 미국 제조업·고용 지표 부진에 더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은행 사태 여파의 장기화,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했다.당분간 금에 대한 시각은 긍정적이지만,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 마무리 국면 경기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단기 급등한 만큼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질 때 조정될 수 있어 온스당 2050달러로 상단이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 금 선물 ETF·공모펀드부터 코인까지 ‘쑥쑥’금 관련 금융 상품이 눈길을 끈다. 금 펀드는 에프앤가이드 기준 1개월 평균 수익률이 8.67%다. 국내 주식형 펀드(2.89%)를 상회한다. 금과 금광업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공모펀드부터 금 가격 상승의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한국투자ACE골드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1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 공모펀드와 ETF 투자 시 수수료와 변동성, 환헤지 등을 유의하란 조언이 따른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 ETF는 실시간 거래, 저렴한 수수료, 연금 계좌를 통한 투자와 절세 효과가 있지만, 실물 인출이 불가능하고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며 “금 선물 추종 펀드는 선물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는 점, 금광업 주식 공모펀드는 배당소득세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금 ETF는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 헤지형(H)을, 반대의 경우 헤지형 표시가 없는 상품이 유효하다”며 “단 헤지형은 현 시점 연 1~2%의 비용이 총보수와 별도로 추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금 연동 토큰도 덩치를 불리고 있다. 가격을 금에 고정한 스테이블 코인 팍스 골드(PAXG)는 시가총액이 연초 이후 약 5000만달러 늘어난 5억5000만달러, 테더 골드(XAUT)는 약 4억9000만달러 규모다. 두 상품의 시총 합이 10억달러를 넘어섰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상품 금 수요와 비교해 금 바, 코인과 같은 실물 금 수요가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 금시장으로 현물 투자·금 통장으로 소액도 가능KRX 금시장을 통해 금 현물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KRX 금시장에 상장된 금 현물 종목은 △1kg △미니 금(100g) 두 가지다. 금값이 올라 팔 경우에도 장내매매 거래인 만큼 세금을 떼지 않는다. 증권사에서 KRX 금 계좌를 개설해 증권사별로 상이한 수수료(온라인 0.2~0.3% 안팎)가 부과된다. KRX 금시장 관계자는 “유일한 장내시장인 KRX 금시장에서 금 거래를 할 경우 일반 금은방보다 저렴하게 사고,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골드뱅킹’으로도 불리는 금 통장은 입금한 금액만큼 무게로 환산해 투자되는 방식이다. 0.01g 단위로 거래돼 소액 투자를 할 수 있고, 입출금이 가능하다.김찬영 본부장은 “국제 금 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 차익 혹은 금으로 자산 배분하는 투자자는 금 ETF와 KRX 금시장이 유리하다”며 “실물 금이나 금 통장은 각종 수수료가 높아 실물 금이 필요하지 않다면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