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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물회가 봄맛을 당기는구나
  • [여행] 포항물회가 봄맛을 당기는구나
  • 경북 포항시 북부시장 입구의 명천회식당이 내놓은 물회. 꽁치나 청어 등 등푸른생선을 주재료로 각종 채소와 미역 등과 함께 올린다. 여기에 장류를 넣어 버무리면 무침회가 되고 물을 부으면 물회가 된다.[글·사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물회. 경북 포항시로 향한 이유는 오직 이 때문이다. 물회는 포항에서 가장 흔하면서 대표적인 음식이다. 갓 잡아올린 청어나 꽁치 같은 등푸른생선이나 오징어를 날로 잘게 썰어 고추장·파·마늘 등을 넣고 양념으로 버무린 뒤 물을 부어서 먹는다. 싱싱한 생선을 채치듯 썰어 장류와 비비면 무침회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회무침이라 부르는 음식이다. 여기에 물을 더한 것이 물회다. 주로 고추장을 기본 양념으로 만들지만 제주도와 남해 일부 지역에서는 된장을 쓰기도 한다. 고추장을 양념으로 쓰면 구수한 맛은 덜하지만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난다. 물회의 본고장답게 포항에는 물회와 무침회 전문식당이 부지기수다. 예전에는 제대로 포항물회를 맛보려면 발품 깨나 팔아야 했다. 지금은 서울에서도 2시간이면 포항에서 물회를 먹을 수 있다. 지난해 고속철도(KTX)를 개통한 덕분이다. ◇싱싱한 동해를 탐미하다 “행님(형)만 믿고 온나.” 포항토박이인 ‘아는 행님’은 달랐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찾아온 ‘아는 동상(동생)’이 물회가 먹고 싶다는 말에 ‘아는 행님’은 생업을 뒤로 하고 달려나왔다. ‘아는 행님’은 곧장 포항 동비내항의 북부시장으로 이끌었다. 포항 전통의 물회와 무침회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란다. 북부시장은 재래시장이다. 1955년 즈음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1980년대에는 활어와 고추장, 물만으로 맛을 낸 물회집이 번창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포항시청이 남구 대잠동으로 이전하면서 점점 쇠락해 갔다. 그래도 여전히 물회 전문점은 성업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포항특미물회’ ‘오대양물회’ ‘새포항물회집’ 등. 이들 식당에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으로 늘 자리가 붐빈다. 하지만 ‘물회 명소’들을 뒤로하고 ‘아는 행님’의 손에 이끌려 찾은 곳은 북부시장 입구의 무침회 전문점인 ‘명천회식당’(054-253-8585). 주변 식당에 비하면 규모나 외관은 초라한 수준이다. ‘아는 행님’은 말없이 엄지손가락만 꼿꼿이 세운다. “믿어봐”라는 무언의 강요다. 경북 포항시의 대표 음식인 ‘무침회’. 북부시장 입구의 명천회식당에서는 청어나 꽁치 같은 등푸른생선을 재료로 쓴다.맛은 둘째 치고 일단 가격이 착하다. 청어나 꽁치로 만든 무침회가 9000원, 물회는 1만원이다. 오징어물회는 이보다 좀더 비싼 1만 2000원. 공기밥은 1000원이다. 회의 주재료인 꽁치와 청어 등 등푸른생선은 조금만 신선도가 떨어져도 금방 비린내가 나는 생선이다. 산지가 아니면 회로 즐기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계절에 따라선 멸치나 전어 등 싱싱한 횟감을 대신 올리기도 한다. 주문하자마자 잘게 썬 회와 각종 채소·미역을 함께 버무려 냉큼 내온다. 여기에 매콤달콤한 양념을 올리고 쓱쓱 비비면 바다향 듬뿍 품은 무침회다. 물회는 여기에 물만 부으면 끝. 무침회는 술안주로도 좋지만 찬밥이나 국수를 훌훌 말거나 비비면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물회는 무침회와 달리 양념이 강하지 않지만 고소하고 개운하다. 그릇을 깨끗이 비우자마자 ‘아는 행님’에게 살포시 엄지를 세우며 만족감을 전한다. 이곳 말고도 포항에는 물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지천이다. 주로 설머리지역과 구룡포항, 죽도시장과 북부시장에 전문점이 몰려 있다. 전통을 고수하는 옛집부터 퓨전을 내세우는 갓 시작한 식당까지 취향 따라 즐길 수 있다. 맛있고 재밌게 포항물회를 즐기는 방법이다. 경북 포항시의 대표음식인 ‘무침회’에 공기밥을 넣어 비비면 한끼 식사로도 훌륭하다. 북부시장 입구의 명천회식당에서는 청어나 꽁치 같은 등푸른생선을 재료로 무침회나 물회를 만들어 낸다.◇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죽도시장’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서 다시 ‘아는 행님’을 따라간 곳은 죽도시장.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규모의 어시장이다. 넓이만 13만 2000㎡(약 4만평). 시장 안에 점포만 1300여개, 노점은 300여개다. 그중 횟집이 200여개.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다. 김·파래·매생이 등 해조류부터 상어·고래고기까지 북쪽을 제외한 동서남의 수산물이 시장 골목골목마다 빼곡하다. 이곳은 단순한 어시장이 아니다. 경북과 강원 일대의 농수산물이 집결해 유통하는 요충지다. 농산물·식품·청과는 물론 떡집과 방앗간, 의류·신발, 한복·이불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대형 전통시장인 셈이다. 1960대까지만 해도 작은 시장이었지만 1970년대 초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대형 상설시장이 됐다. 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북쪽을 제외한 동서남의 수산물이 시장 골목골목마다 빼곡하다.죽도시장을 찾은 이유는 또 다른 명품 먹거리인 ‘전복죽’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찾아간 곳은 죽도시장 안쪽에 자리한 ‘유화초 식당’(054-247-8243). 전복죽으로 포항 시내에서 둘째가 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식당이름부터 꽤 특이해서 물어보니 이곳 식당주인의 이름이란다. 그래서인지 걸쭉한 ‘욕바가지’는 이곳만의 차별화한 서비스다. “저리 가서 처앉아라” “안 처묵고 뭐하고 있노” “주는 대로 처묵어라” 등. ‘처’라는 단어에 악센트가 붙은 억센 말투에 군말 없이 ‘처먹어야’ 한다. 그런다고 인심까지 팍팍한 것은 아니다. 주인 할머니는 손님이 없어 적적할 때 혼자 막걸리 안주로 먹으려던 횟감을 스스럼없이 내준다. 매번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단서를 달자면 주인 할머니가 기분이 좋을 때만이다. 주인 할머니의 서비스를 에피타이저 삼아 먹다 보면 어느새 메인메뉴인 전북죽이 나온다. 전복죽은 굵직하게 썬 전복에 참기름을 넣고 끓인 죽. 그래서 고소한 풍미가 별다르다. 여기다 내장을 함께 넣고 끓이면 더 깊은 맛이 난다. 그 맛에 반해 숟가락으로 훌훌 떠먹다 보면 금세 바닥을 보인다. 간혹 향이 강해 호불호가 있다. 유화초의 전복죽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비릿한 향이 거의 없다. 오히려 담백하고 깔끔하다. 유화초 전복죽의 하이라이트는 ‘멍게젓’이다. 멍게의 고유한 향이 전복죽과 오묘하게 어울린다. 최고 인기메뉴라며 주인 할머니의 자랑이 대단하다. 그릇을 비우고 일어서자 주인 할머니의 다정한 인사말이 울린다. “다 처묵었으면 또 처묵으러 온나.” 전복죽에 얼큰한 욕사발까지. 식당을 나와서도 유쾌한 뒷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동해안 최대 규모 어시장인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내 자리한 유화초 식당의 전복죽. 굵직하게 쓴 전복에 참기름을 두르고 끓여 고소한 풍미가 별다르다. 여기다 내장을 함께 넣고 끓이면 더 깊은 맛이 난다.◇아름다운 천혜의 해안을 따라 걷다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면 포항 여정의 마지막 코스로 향해보자. 해안을 따라 난 길을 걷는 일이다. 포항시는 한반도 최동단지역인 호미반도권에 해안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다.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쭉 뻗어 나와 있는 동해면과 구룡포·호미곶·장기면까지 해안선 58㎞를 연결하는 트레킹로드다. 해맞이와 석양이 아름다운 천혜의 해안을 따라 기암절벽과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무념으로 한나절을 걸을 수 있는 힐링코스다. 아직 길의 전부가 이어진 건 아니지만 ‘맛보기’로 일부 구간을 최근 공개했다. 동해면 입암리 선바우에서 마산리 하선대까지 700m의 짧은 코스다. 찾아가는 길은 간단하다. 포항시내를 벗어나 호미로에 올라타 구불구불 오래된 어촌마을과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길을 가다가 입암2리로 들어서 부두로 내려가면 된다. 주의할 점은 포항에는 입암리가 두 곳이 있다는 거다. 죽장면에 있고 둘레길이 있는 동해면에도 있다. 간혹 내비게이션만 믿고 가다 보면 엉뚱한 곳으로 안내할 수 있으니 꼭 알아두는 게 좋다. 경북 포항시는 한반도 최동단지역인 호미반도권에 총 58㎞의 해안둘레길을 조성 중이다. 최근 동해면 입암리 선바우에서 마산리 하선대까지 약 700m의 짧은 코스를 먼저 공개했다. 천혜의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기암절벽과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무념으로 한나절을 걸을 수 있는 힐링코스다. 하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힌디기 바위에 뚫린 큰 구멍에서 바라본 해안둘레길과 포항 앞바다.길의 시작은 입암2리 부두부터다. 데크가 시작하는 지점에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바위이름은 ‘선바우’. 풀이하자면 ‘서 있는 바위’, 한자로 ‘입암’(立巖)이다. 입암이라는 마을이름이 생겨난 이유다. 반대편에서 보면 그 모양이 꼭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 모양새인데 속설로는 마을이 번창하라는 뜻이 들어있다고 한다. 선바우를 지나면 하선대가 바다 한가운데 솟아 있다. 이곳에도 전설이 있다. 옛날 용왕이 매년 칠석날 선녀들을 초청해 춤과 노래를 즐기곤 했는데 그중 얼굴이 빼어나고 마음씨 착한 선녀에게 끌렸단다. 용왕은 선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태평을 없애 바다를 고요하게 했는데 옥황상제가 이에 감복해 선녀와의 혼인을 허락했다는 것. 이후 선녀는 하선대에 내려와 용왕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 데크가 끝나는 시점에는 하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 있다. ‘힌디기’라 불리는 곳이다. 옛날 노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여기에 정착하면서 ‘흥’(興)하게 해달라는 의미로 그렇게 불렀단다. 큰 구멍이 있는 흰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부자가 된다는 전설도 있다. 이곳을 찾아 전설을 전해 들은 여행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조용히 눈을 감고 간절히 기도한다. “부자되게 해주시옵소서.” 경북 포항시는 한반도 최동단지역인 호미반도권에 총 58㎞의 해안둘레길을 조성 중이다. 최근 동해면 입암리 선바우에서 마산리 하선대까지 약 700m의 짧은 코스를 먼저 공개했다. 천혜의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기암절벽과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무념으로 한나절을 걸을 수 있는 힐링코스다. 하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힌디기 바위 앞으로 데크가 있다.◇여행메모△가는길=서울·대전 방면에서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대구 도동 IC를, 부산방면에서는 경부고속도로 경주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각각 포항방면으로 진입하면 된다. 서울에서는 4시간 30분가량, 부산에서는 1시간 40분가량 걸린다. 코레일은 서울역에서 포항역까지 고속철도를 하루 10회 운영한다. 2시간 13분가량 걸린다. △잠잘곳=지곡단지 내 숲속에 영일대호텔(054-221-9452~3)이 자리하고 있다. 포항제철소를 건설하는 동안 숱한 귀빈이 다녀간 포항의 역사가 담긴 숙소다.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은 아예 이곳을 숙소 삼아 제철소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포항을 방문할 때면 이곳에서 주요 인사를 만나 업무를 처리했고, 김수환 추기경도 생전에 다녀간 포항의 ‘명소’다. △먹을곳=포항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궁물촌’(054-275-3091)은 소고기국(8000원)과 곰탕(9000원)이 유명한 곳. 먹는 방법이 독특하다. 국물에 밥을 말기 전 우선 고기 몇점을 건져 내 배추에 올려 쌈을 싸 먹는다. 소고기의 두툼하고 쫄깃한 식감이 배추의 아삭함과 어우러져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경북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자리한 궁물촌의 소고기국. 국물에 밥을 말기 전 우선 고기 몇점을 건저내 배추에 올려 쌈을 싸 먹는다.경북 포항시 북부시장 입구. 1980년대 활여와 고추장, 무만으로 맛을 낸 물회집이 번창했던 시장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쇠락하기 시작했다.경북 포항시 북부시장 내에는 일본식 가옥이 여럿 남아 있다.경북 포항시 북부시장 입구의 명천회식당이 내놓은 물회. 꽁치나 청어 등 등푸른생선을 주재료로 각종 채소와 미역 등과 함께 올린다. 여기에 장류를 넣어 버무리면 무침회가 되고 물을 부으면 물회가 된다.경북 포항시의 대표 음식인 ‘무침회’. 북부시장 입구의 명천회식당에서는 청어나 꽁치 같은 등푸른생선을 재료로 쓴다.경북 포항시 북부시장 입구의 명천회식당이 내놓은 물회. 꽁치나 청어 등 등푸른생선을 주재료로 각종 채소와 미역 등과 함께 올린다. 여기에 장류를 넣어 버무리면 무침회가 되고 물을 부으면 물회가 된다.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북쪽을 제외한 동서남의 수산물이 시장 골목골목마다 빼곡하다.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북쪽을 제외한 동서남의 수산물이 시장 골목골목마다 빼곡하다.동해안 최대 규모 어시장인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내 자리한 유화초 식당의 전복죽. 굵직하게 쓴 전복에 참기름을 두르고 끓여 고소한 풍미가 별다르다. 여기다 내장을 함께 넣고 끓이면 더 깊은 맛이 난다.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북쪽을 제외한 동서남의 수산물이 시장 골목골목마다 빼곡하다.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북쪽을 제외한 동서남의 수산물이 시장 골목골목마다 빼곡하다.경북 포항시 입암리 선바위의 뒷모습. 마치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모습이다.경북 포항시가 최근 공개한 해안둘레길 초입의 입암리 선바위. 입암이란 마을이름이 이 바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경북 포항시는 한반도 최동단지역인 호미반도권에 총 58㎞의 해안둘레길을 조성 중이다. 최근 동해면 입암리 선바우에서 마산리 하선대까지 약 700m의 짧은 코스를 먼저 공개했다. 천혜의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기암절벽과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무념으로 한나절을 걸을 수 있는 힐링코스다. 하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힌디기 바위 앞으로 데크가 있다.경북 포항시는 한반도 최동단지역인 호미반도권에 총 58㎞의 해안둘레길을 조성 중이다. 최근 동해면 입암리 선바우에서 마산리 하선대까지 약 700m의 짧은 코스를 먼저 공개했다. 천혜의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기암절벽과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무념으로 한나절을 걸을 수 있는 힐링코스다. 하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힌디기 바위 앞으로 데크가 있다.경북 포항시는 한반도 최동단지역인 호미반도권에 총 58㎞의 해안둘레길을 조성 중이다. 최근 동해면 입암리 선바우에서 마산리 하선대까지 약 700m의 짧은 코스를 먼저 공개했다. 천혜의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기암절벽과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무념으로 한나절을 걸을 수 있는 힐링코스다. 하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힌디기 바위 앞으로 데크가 있다.경북 포항시는 한반도 최동단지역인 호미반도권에 총 58㎞의 해안둘레길을 조성 중이다. 최근 동해면 입암리 선바우에서 마산리 하선대까지 약 700m의 짧은 코스를 먼저 공개했다. 천혜의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기암절벽과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무념으로 한나절을 걸을 수 있는 힐링코스다. 하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힌디기 바위 앞으로 데크가 있다.경북 포항운하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포스코 야경.경북 포항운하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포스코 야경.경북 포항운하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포스코 야경.경북 포항운하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포항의 일몰
2016.03.11 I 강경록 기자
밸런타인데이 와인과 함께 즐기는 찰떡궁합 안주
  • 밸런타인데이 와인과 함께 즐기는 찰떡궁합 안주
  •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연인들을 위한 날, 밸런타인데이다.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지출이 많은 설 명절 연휴와 겹치면서 주머니가 얇은 젊은 연인들에게 부담스러운 하루다.이럴 땐 근사한 도심의 레스토랑보다는 아늑한 집에서 분위기 있는 와인 한잔을 즐기며 소소하지만 로맨틱한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집에서 특별한 조리 없이도 와인과 곁들이면 좋은 실속 있는 안주들을 소개한다.◇레드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프리미엄 연어캔’연어는 칼로리가 높지 않아 와인 안주로 제격이다. 연어를 활용한 요리가 부담스럽다면 특별한 조리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안주가 되는 프리미엄 연어캔은 좋은 대안이 다.사조해표(079660)의 ‘연어레시피’는 비타민D와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한 연어의 맛과 영양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연어캔이다. 소비자들이 보다 더 쉽게 연어를 즐길 수 있도록 생 허브, 생 후추 등 천연 향신료로 맛을 내 특별한 조리 없이 바로 취식할 수 있다. 연어가 통살 형태로 담겨 있어 살코기 덩어리째 구워 먹어도 연어의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으며, 샐러드나 스파게티 등에 간단한 만들 수 있는 안주 요리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와인의 텁텁함을 날려주는 소포장 ‘포션 치즈’와인 안주로 잘 알려진 치즈는 단백질, 지방, 칼슘 등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된다. 특히 치즈에 들어있는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 성분은 체내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춰 덜 취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자극적이지 않아 와인 안주로 제격이다.매일유업(005990) 상하치즈의 ‘한입에 치즈 2종’은 국내 최초의 큐브타입 포션 치즈로 일반 슬라이스 치즈의 약 1/3용량이 한입 사이즈로 포장되어 있어 와인 안주로 즐기기에 좋다.‘한입에 고다치즈’는 네덜란드산 고다로 만들어져 고소한 풍미가 특징이고, ‘한입에 레몬크림 치즈’는 크림치즈 속에 10% 이상의 풍부한 레몬과즙을 넣었다.◇와인에 담백함을 더하는 ‘크래커’와 ‘프리미엄 맛살’레드 와인은 담백한 크래커와 함께 하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스톤월 키친의 ‘크래커 컬렉션’은 올리브오일, 로스티드 갈릭, 로즈마리 파마산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10여가지 크래커로 와인과 궁합이 맞는 크래커를 선택할 수 있다. 크래커만으로는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맛살과 크림치즈 등 토핑을 얹은 카나페로 즐기면 파티에서 볼법한 훌륭한 핑거푸드가 된다.대림선의 프리미엄 고급 맛살인 ‘스노우크랩’은 동해바다의 국내산 붉은대게 다리살을 넣어 게살 본연의 맛과 함께 입안에서 눈처럼 사르르 녹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2016.02.14 I 김태현 기자
 추억 팔고 그리움 삽니다…전통시장 속으로
  • [여행] 추억 팔고 그리움 삽니다…전통시장 속으로
  •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시장 야채가게 풍경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가볼 만한 여행지라면 단연 전통시장이다. 특히 온양온천시장은 서울서도 찾아가기 쉬운 데다가 온천과 다양한 먹거리를 동시에 접할 수 있어 겨울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뻥이요.” 모두 귀를 막는다. ‘뻥!’ 소리와 함께 모락모락 김이 난다. 갓 튀겨낸 구수한 뻥튀기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당시 설을 맞는 시장의 흔한 모습이었다. 그곳에는 추억과 수많은 이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있다. 전통시장으로의 여행은 그래서 늘 기다려진다. 한국관광공사가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가볼 만한 여행지로 전통시장을 추천했다. 콘셉트는 ‘재미를 사고파는 즐거운 전통시장’이다. 전국의 수많은 전통시장 가운데 고르고 골라 5곳을 선정했다. ‘남도음식의 비법이 숨어 있는 광주의 말바우시장’ ‘항구의 정취와 펄떡펄떡 희망이 오가는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푸짐한 인심과 먹는 즐거움이 어우러진 경주 성동시장’ ‘젊은 상인들의 웃음이 가득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기차역 앞 배부르고 등 따뜻한 아산 온양온천시장’ 등이 그곳이다. 광주 말바우시장의 대표 먹거리인 ‘팥죽’ (사진=한국관광공사)◇남도음식 비법을 알려주마 ‘광주 말바우시장’광주 북구 우산동에 자리한 말바우시장은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끝자리 2, 4, 7, 9일에 장이 선다. 대형마트에 밀려 전통시장이 죽어간다는데 이곳은 갈수록 사람이 많아진다. 장날에는 평균 2만명이 찾을 정도다. 마트에서 결코 기대할 수 없는 가격과 신선함, 재미를 시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설시장에 등록된 점포 500여개, 장날 문을 여는 노점이 800개가 넘어 장날이면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말바우시장은 신선한 채소가 특히 유명하다. 구례와 순창, 곡성과 담양에서 첫차를 타고 올라와 직접 키운 채소를 파는 할머니가 많다. 기름진 땅에서 난 잡곡이 넘치고 남도 잔칫상에 올라가는 홍어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의 명물은 ‘할머니 골목’이다. 시멘트벽 사이 좁은 골목에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앉아 채소와 나물을 판다. 소박하게 차려놓은 채소를 보면 이 정도 팔아서 차비나 될까 싶지만 할머니들은 장에 나오는 자체가 큰 의미다. 광주에는 이외에도 송정5일장과 양동시장이 있다. 광주광역시청 관광진흥과 062-613-3633. △추천코스=말바우시장→국립아시아문화전당→5·18민주화운동기록관→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강원 강릉시 주문진수산시장에서 임연수어를 말리는 할머니. (사진=한국관광공사)◇항구의 정취 물씬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영동지방 제일로 꼽히는 강원 강릉시 주문진수산시장에서는 어민의 활기찬 삶과 동해의 싱싱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항구로 돌아오는 어선에는 복어, 임연수어, 오징어, 도치, 가자미, 대구 등 제철 생선이 가득하다. 생선은 경매를 거쳐 순식간에 사라지고 횟집과 난전으로 뿔뿔이 흩어져 손님을 기다린다. 난전에서 가벼운 승강이를 벌이며 흥정하는 맛도 쏠쏠하다. 말만 잘하면 오징어와 멍게를 덤으로 받을 수 있다. 주문진항은 1917년 부산에서 원산을 잇는 동해 뱃길의 기착지로 개발됐다. 이후 다목적 어항으로 발전해 오늘에 이른다. 방파제 길이가 920m에 이르며, 어선 500여척이 정박할 수 있다. 주문진수산시장을 제대로 보려면 이른 아침에 찾는 것이 좋다. 해 뜰 무렵 주차타워에 올라가면 붉게 물든 바다를 가르며 귀항하는 어선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어선이 속속 들어오면 항구는 분주해진다. 경매장 바닥에는 펄떡펄떡 뛰는 생선들이 눈을 껌뻑껌뻑 뜨며 새 주인을 기다린다.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420. △추천코스=주문진수산시장→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경북 경주시 성동시장에서 뷔페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한국관광공사)◇푸짐한 인심을 맛보는 재미 ‘경주 성동시장’ 성동시장은 경북 경주시를 대표한다. 경주역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시장이라 경주시민은 물론 여행객도 많이 찾는다. 원래 성동시장은 지금 시내 중심가 명동의류공판장 자리에 있었다. 규모도 약 1300㎡(400평)로 작았다. 의류나 공구, 간단한 먹거리 등 저렴한 물건만 팔아서 염매시장으로 불렸다. 염매는 ‘염가판매’의 줄임말이다. 성동시장이 지금의 자리로 옮긴 때는 1971년이다. 당시에는 3300㎡(1000평) 규모. 큰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경주시가 점점 커지면서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지금은 약 1만 3200㎡(4000평)에 달하는 경주 최고의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떡집 골목이 보인다. 인절미, 송편, 수수팥떡, 절편 등 갓 만든 떡이 쌓여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떡집 골목을 지나면 생선 골목이다. 어물전마다 조기, 갈치, 고등어, 문어, 오징어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각종 어류가 다 나와 있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문어다. 어물전 입구에 커다란 문어 여러 마리를 길게 걸어놓은 풍경도 성동시장의 볼거리다. 뷔페골목은 성동시장의 먹자골목을 대표하는 명소다. 경주사람들은 이곳을 ‘합동식당’이라고 부른다. 6㎡(약 2평)도 안 되는 식당 10여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기다란 테이블에는 20가지가 넘는 반찬이 수북하게 올라 있다. 콩나물무침, 두부조림, 버섯볶음, 오이무침, 멸치볶음, 동그랑땡, 달걀말이, 불고기 등 먹음직스러운 반찬을 단돈 5000원에 맛볼 수 있다. 경주시청 관광컨벤션과 054-779-6078. △추천코스=성동시장→대릉원→첨성대 야경→동궁과 월지 야경 전북 전주시 남부시장 청년몰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젊은 상인들의 넘치는 활기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전북 전주시 남부시장은 전동성당에서 풍남문로터리 쪽으로 길을 건너면서 시작된다. 오랜 시간 전주사람과 함께한 곳이다. 하지만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이를 극복하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생긴 공간이 남부시장 6동 2층에 자리한 청년몰이다.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문전성시)으로 시작했다. 2012년 5월에 12개 상점이 문을 열었고, 사업을 마무리한 2013년 이후에도 상인들이 뜻을 모아 시장을 키운 덕에 현재 32개 상점을 갖추고 있다. 공간도 독특하다. 1층 상가를 오고 갈 때 잘 보이지 않는 2층에 자리한 것이다. 덕분에 청년들이 오붓한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남부시장 청년몰은 시장의 활력을 되찾게 한 명물이다. 청년몰의 슬로건인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에는 젊은 상인들의 삶이 행복할 수 있도록, 그 행복을 주변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잘 살자는 뜻이 담겼다. 그래서인지 청년몰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손님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웃음, 손님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터져 나오는 웃음이다. 남부시장의 또 다른 명물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에 시작되는 야시장이다. 작은 이동 판매대 35개에 나와 있는 음식과 수공예품이 다양해 전주시민과 여행자에게 인기를 끈다. 자만벽화마을, 여명카메라박물관, 전주부성의 동서남북을 잇는 부성길도 함께 돌아보기 좋은 관광지다. 경기전관광안내소 063-287-1330. △추천코스=한옥마을 여명카메라박물관→경기전→전동성당→남부시장 청년몰→풍남문→전주부성길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시장의 맛내는 거리. (사진=한국관광공사)◇기차 타고 시장 가자 ‘아산 온양온천시장’ 기차와 전통시장, 온천은 추억여행의 매개다. 기차를 타면 닿는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시장은 ‘배부르고 등 따뜻한’ 시장이다. 장항선 온양온천역에서 내려 큰길 하나 건너면 북적거리는 장터가 나온다. 온양온천시장 골목에서 불현듯 만나는 추억의 온천탕은 겨울이면 훈훈함을 더한다. 온양은 휴양기능을 하는 행궁이 자리한 왕의 휴양지였다. 온양장터는 행궁 수라상에 식재료를 공급했다. 그 명맥을 이은 온양온천시장은 상설시장과 함께 ‘맛내는 거리’ 등 다양한 테마거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시장 소머리국밥은 온천과 더불어 추운 겨울을 뜨끈하게 데워주는 별미다. 온양온천시장은 2008년 수도권 전철이 온양온천역까지 이어지며 삶터와 가까운 장소로 변모했다. 기차 외에도 전철을 타고 느긋하게 다녀올 수 있다. 2010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며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먹거리촌과 온천이 함께 들어서 겨울여행에 안성맞춤이다. 온양온천시장은 사통팔달의 요지에 있다. 인근 관광지로 가는 버스도 시장 앞 정류장에서 대부분 탑승할 수 있다. 온양온천역 관광안내소 041-540-2517. △추천코스=온양온천시장→외암민속마을→현충사→온양온천
2016.02.05 I 강경록 기자
 바다와 하늘이 함께 걷는 '해파랑길'
  • [포토] 바다와 하늘이 함께 걷는 '해파랑길'
  • 바다와 하늘이 함께 걷는 ‘해파랑길’바다와 하늘이 함께 걷는 ‘해파랑길’바다와 하늘이 함께 걷는 ‘해파랑길’[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대한민국에서 최장거리 걷기여행길 해파랑길 21코스이자 동해안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덕블루로드 B코스는 걷기여행길 종합안내 포탈에 등록된 대구ㆍ경북 지역 길 중 가장 많이 접속한 길이다. 영덕 해맞이공원에서 바닷가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작은 산을 하나 넘으며 해파랑길 21코스(블루로드 제B코스) 대장정에 오른다. 블루로드 가운데 가장 많은 바닷길이요, 그래서 타이틀마저 “환상의 바닷길” 이자, “바다와 하늘이 함께 걷는 길”이다. 파도소리 따르며 숲 속도 지나고 갈대숲도 지나다 보면 해안 바위산 앞에 당도한다. 도로 길을 걸어 노물항에 도착. 돌미역이 유명한 노물항 포구를 돌아돌아 블루로드를 잇는다. 이번엔 바다로 향한다. 빨간 표지등과 바위 곳곳에 걸터앉은 낚시객들이 조화롭다. 세월을 낚아 올리는지 저마다 말이 없다. 멀리 경정3리 어촌마을이 보인다. 여기서부턴 경정3리-경정1리-경정2리가 뒤섞인 순으로 이어진다. 50여 가구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며 일궈가고 있는 작은 어촌-경정3리. 마을중심엔 오메 향나무가 풍채를 자랑하며 서 있다. 대게원조마을, 대게들의 가장 좋은 서식지로서 타 지역보다 맛과 질이 단연 우수한 곳, 또한 타 지역에서 잡은 대게를 들이지 않는 곳, 원조마을을 지키려는 마을주민들의 의지와 철학이 돋보인다. 직접 잡아들인 대게를 겨울부터 봄까지 횟집에서 팔고, 전국 각지로 배송도 한다. 블루로드 다리를 지나 죽도산 전망대에서 축산항 일대 전체를 조망하는 기분은 가슴이 뻥 뚫리는 그 자체이다.◇코스경로 : 영덕해맞이공원~(1.9km)오보해변~(5.2km)경정해변~(5.1km)축산항/거리 12.2km/소요시간 4시간 30분/난이도 쉬움/영덕군청문화관광과 (054)730-6514, 한국의길과문화 (02)6013-6610~2▶ 관련기사 ◀☞ [e주말] 연초에 다녀오면 좋은 축제 여행지 'Best 6'☞ [여행] "응답하라 춘천·강촌"…추억까지 지울 순 없다☞ [여행+] 시티투어 버스타고 지역전통문화 체험하자☞ [르포] 유커 '나홀로여행' 꽂혀…명동이 바뀐다☞ [e주말] 반전매력 넘치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여행
2016.01.29 I 강경록 기자
 한겨울 뜨끈한 국물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 [e주말] 한겨울 뜨끈한 국물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 붉은대게로 끓여 얼큰하고 시원것이 특징이다.울진의 겨울맛을 보여주는 붉은대게탕[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울진의 겨울은 춥지만 한편 뜨겁기도 하다. 겨울을 기다린 진객 대게 덕분이다. 대게철이 시작되는 12월이면 후포항은 하루 종일 분주하다. 시린 바닷바람을 뚫고 대게 작업을 끝낸 어선이 포구로 들어오면 곧장 경매가 시작되고, 낙찰 받은 대게는 전국 각지로 실려 나간다. 먼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 울진의 겨울을 맛보러 온 여행자를 위해 후포항이 준비한 겨울 별미는 대게탕과 물곰탕이다. ◇얼큰 달콤한 게살의 부드러운 유혹대게는 보통 찜으로 많이 먹지만 뜨끈하게 속풀이를 하고 싶다면 탕으로 먹는 게 좋다. 얼큰하면서도 게살에서 흘러나온 달큼한 맛이 더해져 국물이 부드럽다. 먹기 좋게 잘라놓은 다리에 젓가락을 넣어 살짝 밀면 게살이 쏙쏙 빠진다. 게살 발라먹는 재미도 있고, 국물을 넉넉히 부어 밥에 말아먹으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 대게 두 마리로 4인 가족이 배불리 먹는다. 대게는 겨울부터 초봄이 제철이다. 12월 이전에는 금어기로 아예 잡을 수가 없다. 붉은대게는 대게보다 한 달 일찍 금어기가 풀린다. 붉은대게는 대게에 비해 붉은 빛이 많이 돌아 홍게라고도 부르는데, 붉은대게로 탕과 찜을 해도 대게에 뒤지지 않는 쫄깃하고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게와 붉은대게는 칼슘, 철분, 인 등 필수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다. 후포항 방파제 앞에 넓게 자리한 왕돌초광장은 주차장이 넓고 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과 울릉도행 여객선을 탈 수 있는 후포항여객선터미널이 있고, 대게와 회를 취급하는 식당도 여럿 자리해 있다. 그 중 한 식당에서는 일반적인 찜통이 아니라 가마솥에 대게를 찌고 있어 눈길을 끈다. 찜통에서 하얀 김이 뭉게뭉게 오르고, 수족관을 가득 채운 해산물을 보니 울진의 겨울 풍광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시린 바다에서 건져 올린 붉은대게◇진하고 개운한 국물맛에 반하다 ‘물곰탕’아침부터 대게를 먹기 부담스럽다면 물곰탕이 제격이다. 물메기를 울진 일대에서는 물곰이라 부른다. 아귀에 대적할 정도로 못생겼는데 막상 끓여놓으면 진하고 개운한 국물에 반하고 만다. 맑게 끓이기도 하고 김치를 송송 썰어 넣어 얼큰하게 먹기도 한다. 껍질만 벗겨내고 뼈째 끓이면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감칠맛이 난다. 뽀얀 국물이 잘 우러난 물곰탕은 해장국으로 그만이고,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도 좋아한다. 부드럽고 물컹한 살이 국물과 함께 후루룩 넘어간다. 왕돌초광장 중앙에 자리한 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은 이름 그대로 대게와 붉은대게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대게와 붉은대게, 청게의 생김새와 차이점을 알려주고, 옛날부터 전해지는 대게 잡이를 입체 조형물로 보여준다. 대게 잡이 어선 조립하기, 대게 퍼즐, 대게잡기 게임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대게 먹는 요령, 대게로 만든 요리 등 작은 공간에 비해 전시 내용이 알차다. 옥상에 마련된 전망대에 서면 후포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왕돌초는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km 정도 떨어진 바다 속에 형성된 암초지대로 대게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의 보금자리로 알려져 있다. 후포항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진 길은 해안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 대게 잡이의 원조마을로 알려진 거일리 해안에는 거대한 대게 조형물이 여행자를 반긴다. 대게 조형물을 지나면 거칠 것 없이 펼쳐진 동해 풍광을 감상하며 걷기 좋은 산책로가 이어진다. 해안도로 옆으로 길게 줄을 엮어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은 동해안의 겨울 풍광을 완성해주는 소품이다. 해풍에 사나흘 말린 오징어는 주전부리나 술안주로 최고다. 후포항의 겨울 별미 물곰탕◇펄펄 끓는 온천탕은 피부에 양보하세요울진 여행이 겨울에 제철인 이유는 대게뿐만이 아니다.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고 보들보들하게 만들어주는 온천이 두 군데나 있다. 그 중 하나인 백암온천은 이미 조선시대 때부터 치료를 위해 온천욕을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지하 400m에서 분출된 온천수는 53℃이며, 실리카 성분이 함유되어 온천욕이 끝난 뒤에 만져보면 피부가 미끈해진 느낌이 든다. 백암온천지구 내에 위치한 온천시설 가운데 한화리조트는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마실 수 있는 온천수와 족욕장이 야외에 마련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백암온천에서 5km 거리에 있는 신선계곡을 따라 계곡 트레킹을 한 다음 온천욕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백암온천에서 후포항 나가는 길에 잠시 차를 멈춰 향암미술관에 들러보자. 동양화가인 향암 주수일 교수가 설립한 곳으로 자신의 대표작과 함께 조선 중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품 3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중국 작가의 작품과 수석, 야외전시장에 조각 작품까지 다수 전시하고 있다. 불영사는 절 자체가 지닌 고즈넉한 멋스러움도 좋지만 일주문을 지나 불영계곡을 따라 절까지 이어진 길도 무척 아름답다. ‘명상의 길’이라는 팻말이 붙은 숲길은 오로지 걸어서만 갈 수 있다. 징검다리와 아담한 나무다리로 계곡을 건너고, 금강송이 울창한 숲과 부도밭을 지나니 절 입구에 닿는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는데 당시에는 구룡사라 했다가 산 위에 부처 형상을 한 바위가 연못에 비쳐 보여 불영사라 개칭했다. 응진전, 대웅보전, 영산회상도 등 보물 3점과 다수의 문화재가 산재한 고찰이다. 부처님 형상이 연못에 비친다는 불영사◇여행메모△당일여행코스= (명소탐방 코스)후포항→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향암미술관→백암온천/(겨울별미 탐방 코스) 백암온천→후포항→해안 드라이브→죽변항△1박2일코스= 후포항→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향암미술관→백암온천(숙박)→ 망양정→울진엑스포공원→불영사△가는길▷버스= 서울-후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회(07시10분, 15시25분) 운행, 약 5시간 소요. 서울-죽변,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2회(07시10분~20시05분) 운행, 약 4시간 소요. 대구-울진, 대구동부정류장에서 직행은 하루 12회(09시~18시10분) 운행, 약 3시간 소요. ▷자가용=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소백로→죽령로→중앙로→광복로→상망교차로에서 울진·봉화 방면 우회전→원당로→창평터널→파인토피아로→갈산로→봉화터널→영양터널→영양로→문암삼거리 좌회전→한티로→평해삼거리 우회전→월송정로→삼율교차로 좌회전→정실1길→울진대게로→후포항/ 익산포항고속도로 포항 IC→새마을로→대련 IC에서 영덕 방면 오른쪽→동해대로→삼율교차로에서 후포 방면 오른쪽→정실1길→울진대게로→후포항△잠잘곳= 온정면 온천로의 백암스프링스호텔(054-787-3007), 백암온천호텔피닉스(054-787-3044), 백암온천 한화리조트(054-787-7001),북면 십이령로의 구수곡 자연휴양림(054-789-5470), 금강송면 불영계곡로의 통고산 자연휴양림(054-783-3167)△먹을곳= 대게탕과 대게요리는 왕돌수산(054-788-4959), 물곰탕은 대우수산(054-788-2730)이 유명하다. 해물칼국수는 망양정횟집(054)-83-0430)이 맛있다. △주변 볼거리= 망양정, 월송정,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 울진엑스포공원, 죽변항, 죽변등대, 폭풍의언덕 촬영지, 덕구온천 등 부드러운 온천수로 유명한 백암온천 전경가마솥에 쪄낸 붉은 대게후포항 위판장에서 붉은대게 경매가 진행중이다해안도로 옆에서 오징어를 말린다▶ 관련기사 ◀☞ [여행] 뜨거운 겨울유혹이 왔다…노천온천 열전☞ [여행+] 귀가까지 책임져요…'곤지암 어린이 스키교실'☞ [e주말] 기차타고 편하게 다녀오는 새해 일출 여행☞ [여행] '설국치악'…사람도 풍경도 예술이 되다☞ [여행+] 재미·교육 한번에…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에듀스마일
2015.12.19 I 강경록 기자
 왕의 들녘에 올라 사도 그리다 '경기 화성'
  • [e주말] 왕의 들녘에 올라 사도 그리다 '경기 화성'
  • 경기도 화성 궁평항[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화성시는 서쪽으로 황해와 접한다. 해안선이 152km에 달한다. 역사적으로는 삼국시대부터 주요한 바다였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당성(당항성)이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신라의 경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의 한반도 길목이다. 전곡항과 궁평항이 있는 남양만은 당성의 서쪽 바다다. 그 가운데 화옹방조제 북쪽과 접한 궁평항은 별미가 어우러진 겨울나들이에 적합하다. 궁평(宮坪)은 궁(宮)에서 관리하던 염전이나 들(坪)이다. 자연스레 기름진 땅의 풍요로운 자원을 짐작케 한다. 한때는 교역항으로 또 한때는 어항의 역할을 했겠지만 근래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바다 여행지다.우선 좌우로 팔을 뻗듯 바다를 끌어안은 방파제가 푸근하다. 왼쪽 방파제는 다시 바다 쪽으로 나무 데크를 설치하고 끝자락에 그늘막 쉼터를 꾸몄다. 바다낚시터라 이름 붙였지만 방파제에서 뻗어 나온 산책로는 한 폭의 그림 같다. 내년 봄까지는 보수 관계로 들어가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궁평항을 찾은 여행객의 기념 촬영 배경으로 자주 쓰인다. 방파제 초입 궁평항 전망카페의 벽에는 천사의 날개 벽화가 그려졌다. 하늘 같기도 하고 바다 같기도 한 파란색 배경의 벽에 기대 추억 사진 한 장을 남겨도 좋겠다. 바다낚시터 반대편 방파제는 전통정자가 쉼터 역할을 한다. 궁평낙조를 촬영한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들이다.간재미로 끓인 겨울 별미 간재미탕◇ 평범한 속에 숨은 특별한 화성의 맛산책을 즐긴 후에는 궁평항의 맛이다. 화성에는 ‘남양원님 굴회 마시듯’이라는 말이 있다. 화성에 부임하는 원님들이 굴 맛에 반해 씹지도 않고 먹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좌우 방파제 가운데는 수산물직판장이 있어 누구나 남양원님이 될 수 있다. 위판장과 직판장으로 나뉘는데, 직판장에서 해산물을 구매 후 현장에서 먹는다. 굴은 물론 키조개, 백합, 바지락 등의 싱싱한 어패류나 대하, 활어회 등 종류가 다양하다. 조개구이의 겨울 정취가 각별하다.조금 더 특별한 먹을거리를 원할 때는 간재미를 추천한다. 간재미는 서해 일대에서 가오리를 부르는 말이다. 그 가운데 주로 상어가오리나 노랑가오리를 일컫는다. 간재미는 사계절 잡히는데 그럼에도 바닷물이 차가운 겨울을 제철로 친다. 지역 토박이들은 조개구이의 낭만보다 간재미의 미감을 찾는다. 이맘때 간재미는 육질이 두툼하고 뼈가 딱딱하지 않아 씹는 맛이 좋다. 간재미를 무침으로 내는 것 또한 오독하게 씹히는 고유한 식감을 제대로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궁평항에서는 신서해회집 등이 간재미 요리를 잘한다. 신서해회집은 외갓집에서 낳아 외자라는 이름을 얻은 유외자 씨가 운영한다. 생 간재미를 손질한 후 고추장, 참기름, 식초 등과 쑥갓, 오이, 양파 등을 넣고 쓱쓱 무쳐내는 과정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손맛이란 미묘한 차이를 만드는 법이다. 유외자 씨는 장류를 직접 담근다. 싱싱한 간재미와 더불어 장맛이 다른 집과의 차이라면 차이란다. 간재미탕도 끓여내는데 구수한 국물 맛이 추위를 녹인다. 궁평항에서 잡은 간재미만 가져다 쓰는 까닭에 미리 예약하고 찾지 않으면 헛걸음을 하기 십상이다. 식후에는 궁평해수욕장 쪽으로 옮겨간다. 1800여 그루의 해송이 군락을 이룬 산책로를 느긋하게 거닐며 식후 여운을 만끽한다.겨울 간재미는 오독하게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화성의 또 다른 맛이 궁금할 때는 북쪽 송산면으로 향한다. 송산포도의 유명세는 전국구다. 겨울에는 색다른 방법으로 즐긴다. 샌드리버 와이너리의 김승원 대표는 10여 년째 송산포도로 와인을 빚고 있다. 2008년 지역의 사강(沙江) 이름을 응용한 포리버(forRiver)를 출시한 후, 송산포도만의 특징을 살린 와인을 빚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는 화이트와 레드 두 가지 종류를 판매한다. 그는 우리 품종으로 유럽 와인을 만들 수 없듯, 유럽 와인으로 우리 와인을 만들 수 없다 말한다. 그래서 와인의 기준을 서구에 두지 않는다. 우리 땅이 빚은 우리 와인의 맛을 탐구한다. 포리버는 과일 향이 짙고 달콤하며 뒷맛이 개운하다. 그가 포리버에 담은 애틋한 가족애는 그 향을 한 번 더 음미하게 한다. 샌드리버는 와인카페도 운영해 가벼운 식사를 겸해 포리버를 맛볼 수 있다. 와이너리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와인 시음이나 와이너리 견학도 가능하니 미리 문의해봄직하다. 융릉은 여느 능과 달리 정자각과 능이 일직선을 이루지 않는다◇ 사도를 그리는 정조의 마음 담긴 명소화성은 근래 들어 영화 <사도>로 주목받고 있는 고장이다. 화성시 동쪽의 융건릉과 용주사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는 정조의 마음이 담긴 명소들이다. 융건릉은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인 건릉과 추존황제 장조, 즉 사도세자와 헌경왕후(혜경궁 홍씨)의 합장릉인 융릉이 있다. 조선 왕릉 가운데 아버지와 아들의 무덤이 이처럼 가까운 사례는 드물다. 그 가운데 융릉은 정자각과 능의 배치가 특이하다. 보통 일직선상에 위치하는데 정자각이 조금 비켜서며 능의 시야를 연다. 정조가 뒤주에서 죽은 아버지를 위해 그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홍살문 오른쪽의 연못 곤신지 등을 고려하면 풍수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비각에 나란한 비석은 정조의 효성이다. 정조가 사후에라도 아버지 사도세자가 왕으로 추존될 것을 바라 비석의 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융릉 가는 길은 소나무가 빼곡해 영화 <사도> 이전부터, 능을 오가는 이들에게 일상의 여유를 제공했다. 용주사 또한 정조의 효심이 깃들었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시고 명복을 빌기 위해 세웠다.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에서 사찰을 세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효찰대본산 용주사라는 호칭과 경내의 효행박물관이 정조의 효성을 대변한다. 용주사나 융건릉을 찾았다면 인근의 소다미술관도 꼭 둘러볼 일이다. 소다미술관의 소다(SoDA)는 ‘Space of Design and Architecture를 뜻한다. 찜질방으로 짓다만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했다.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골조를 살려두고 컨테이너를 가미해 새롭게 단장했다. 미로 같은 야외 전시 공간이나 너른 잔디 정원, 옥상의 콘크리트 전시실 등이 흥미롭다. 찜질방의 축에 새롭게 미술관의 축을 더하며 삼각형의 공간들이 생겨났는데, 이를 차용한 공간의 소품이나 구조도 눈여겨 볼 일이다. 커피 한 잔을 하며 여행을 갈무리하기에도 알맞다. 2층 옥상 전시장에서 바라보는 해 질 녘의 경관 또한 빼어나다. 융릉 비각에는 정조 때와 고종 때 세운 두 개의 비가 있다◇여행정보<당일여행코스>미식 여행 코스 / 궁평항→점심→ 샌드리버 → 소다미술관 , 역사 여행 코스 / 궁평항→ 점심→ 융건릉 → 용주사 <1박2일 여행코스> 궁평항→점심→샌드리버→공룡알 화석지→당성→숙박→융건릉 → 점심→용주사→소다미술관 △가는길= 평택시흥고속도로 송산마도IC 남양 방면 → 화성로 7.5km → 서신사거리 직진 → 궁평항로 6.6km → 궁평항△잠잘곳= 프린스모텔(화성시 서신면 궁평항로, 031-355-2270), 제이에스부티크호텔 (화성시 큰재봉길, 031-8015-0009), 용주사 템플스테이 : 화성시 용주로, 031-235-6886)△먹을곳= 신서해회집(간재미회무침,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로, 031-357-3160), 중앙회센터(굴밥, 화성시 송산면 사강로, 031-357-7219), 화성별궁(생갈비, 화성시 세자로, 양념갈비, 031-221-6700)경기도 화성 궁평항 방파제는 바다낚시터이기도 하다경기도 화성 궁평항 수산물직판장궁평항에서 궁평해수욕장 해송숲 가는 길궁평항전망대카페 벽화는 궁평항 기념 촬영지다남쪽 방파제 바다낚시터의 낭만적 풍경소다미술관 옥상 전시장에서 본 풍경송산포도로 빚은 샌드리버의 포리버와인 시음 모습신서해회집의 간재미회무침옛 찜질방의 콘크리트 골조를 활용한 소다미술관▶ 관련기사 ◀☞ [e주말] 동해바다 겨울별미 '양미리와 도루묵'☞ [e주말] 바다의 인삼 '굴의 유혹' 충남 보령☞ [e주말] 한과에 불어넣은 예술혼, 경기도 포천☞ [여행] 겨울의 木소리…이 길이 명품이로세☞ [여행] 섬, 예술과 썸타다…제주 문화기행
2015.12.05 I 강경록 기자
 동해바다 겨울별미 '양미리와 도루묵'
  • [e주말] 동해바다 겨울별미 '양미리와 도루묵'
  • 알이 꽉 찬 도루묵찌개. 도루묵은 12월이 제철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동해바다에 반가운 초겨울 손님이 찾아왔다. 알배기 도루묵과 양미리가 주인공이다. 노릇노릇 고소한 도루묵구이, 얼큰한 도루묵찌개, 술안주로 일품인 양미리구이, 짭짤한 밑반찬 양미리조림까지 지금 강원도 동해안 일대 횟집과 식당 어디나 양미리와 도루묵이 지천이다. 날이 더 추워지면 곰치, 도치, 장치 등 못난이 삼형제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줘야 하니 서두르자. ◇ 겨울이 제철 ‘양미리·도루묵’ 요즘 속초항 양미리 부두는 하루 종일 활기가 넘친다. 이른 아침 양미리 잡이 어선이 부두로 들어와 그물을 부려놓으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능숙한 솜씨로 그물코에 박힌 양미리를 일일이 떼어낸다. 한쪽의 포장마차에서는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고, 부지런한 여행객은 일찌감치 간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양미리와 도루묵을 굽기 시작했다. 둘이서 만 원이면 금방 잡아온 양미리 13~15마리와 도루묵 서너 마리를 배부르게 먹는다. 저렴하게 구입도 가능하다. 양미리가 30~40마리에 만 원, 알배기 도루묵은 15~20마리에 만 5천 원~2만 원 선이다. 도루묵은 인근 대포항 등에서 이곳으로 온다. 서해안에서 봄에 잡아 액젓을 담그는 까나리를 동해안에서는 양미리라 부른다. 알을 낳으러 연안으로 몰려오는 초겨울에 그물로 잡는다. 칼슘과 철분, 단백질이 매우 풍부하며, 생으로 구워 먹거나 꾸덕꾸덕하게 말려 간장에 조려 먹는다. 도루묵도 양미리처럼 차가운 물에 서식한다. 동해를 비롯해 캄차카 반도, 사할린, 알래스카 등 북태평양 해역에 주로 분포하고, 양미리와 비슷한 시기에 산란을 위해 떼를 지어 동해에 나타난다. 우리나라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부터 거진, 아야진, 양양, 속초, 주문진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의 크고 작은 항구가 일제히 분주해지는 때가 바로 이때다. 도루묵의 본래 이름은 ‘목어’ 또는 ‘묵어’다. 목(묵)어가 도루묵이 된 데는 재미난 사연이 있다. 조선 선조가 피란길에 목(묵)어라는 생선을 먹어 보고는 하도 맛이 좋아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는데, 전쟁이 끝난 뒤 한양으로 돌아와 다시 맛본 은어 맛이 전과 다르자 밥상을 물리며 “은어 대신 도로 목(묵)이라 하라”고 해서 도루묵이 됐다는 것이다. ‘아무 소득이 없는 헛된 일이나 헛수고’를 속되게 이르는 말, ‘말짱 도루묵’은 이렇게 해서 생겨난 관용구로 알려져 있다. 도루묵은 지느러미와 꼬리 정도만 떼어낸 후 끓이거나 굽거나 조려 먹는다. 고춧가루, 마늘, 파 등 갖은 양념에 얼큰하게 끓인 도루묵찌개 한 냄비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톡톡 터지는 도루묵 알은 표면이 진득한 점액질이라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노릇하게 구운 도루묵구이는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다. 젓가락으로 발라내지 말고 과감하게 손으로 들고 후륵후륵 먹는 것이 요령이다. 고소한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고 탱탱한 알은 쫀득하게 씹힌다. 팬에 무를 깔고 도루묵을 올린 후 양파, 마늘, 대파, 양념장을 넣고 조리면 애주가들에게 최고의 안줏감인 도루묵조림이 된다. 강원도 속초의 속초항 아침 풍경◇볼거리 많은 속초 여행길초겨울 별미를 찾아 나선 속초 여행길에는 볼거리도 많다. 속초항과 가까운 동명항은 매일 아침 잡아온 활어를 경매로 구입해 판매하는 활어유통센터가 있어 자연산 활어회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1층에서 횟감을 구입하고 2층 식당으로 올라가 먹는다. 속초 8경 중 하나인 속초등대전망대를 비롯해 영금정, 해돋이정자가 동명항 근처에 있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테디베어팜을 추천한다. 오징어 배를 탄 테디, 빙벽 등반하는 테디, 스키 타는 테디 등 앙증맞고 귀여운 곰 인형이 가득해 아이들이 좋아한다. 어른 키보다 큰 곰 인형을 직접 만져보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설악산 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진 정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테디도 만나보자.우리나라 등반 역사와 기록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산악박물관도 흥미롭다.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고산체험실과 암벽체험실, 산악교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근대 등반의 역사와 한국 산악사를 빛낸 위대한 산악인 50여 명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3층 상설전시실이 특히 인기다. 옥상에 올라가면 시원하게 트인 설악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652년(진덕여왕 6)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신흥사(창건 당시는 향성사)는 가람을 둘러싼 웅장한 설악산 경관이 빼어나다. 청초호수공원에 조성된 해상 정자 ‘청초정’은 포토존으로 사랑 받는다. 청초호 전경과 속초 시내 야경을 볼 수 있어 언제 찾아도 좋다. 일몰 후 야간조명이 들어오면 더욱 아름답다. 속초관광수산시장도 빼놓으면 서운하다. 싱싱한 수산물과 젓갈, 명물 닭강정, 씨앗호떡, 수수부꾸미,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튀김과 전 등 속초 별미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맛 기행 명소로 인기가 높다. ◇여행메모△여행코스= (당일) 속초항→동명항→영금정→속초등대전망대→속초관광수산시장→청초정, (1박2일)첫째 날 / 속초항→동명항→영금정→속초등대전망대→속초관광수산시장→청초정/둘째 날 / 신흥사→테디페어팜→국립산악박물관△가는길= 춘천동홍천고속도로 동홍천 IC→속초?인제 방면→44번 국도→인제터널→한계터널→용대터널→미시령터널→동명동 사거리에서 시청, 법원, 검찰청 방면 우회전→속초항△잠잘곳 = 메모리즈 모텔(영금정로6길, 033-636-9415, http://memoriesmotel.kr (굿스테이), 호텔 아마란스(온천로, 033-535-5252, www.hotelamaranth.com (굿스테이)), 산과 바다 대포항(동해대로, 033-635-6644 (베니키아)), 더 클래스 300 호텔(동해대로, 033-630-0900, www.theclass300.com) △먹을곳= 사돈집( 물곰탕·도루묵찌개, 영랑해안1길, 033-633-0915), 옛골(도루묵조림·도루묵구이, 청초호반로, 033-631-5010), 옥미식당(곰칫국·두루묵찌개, 중앙부두길, 033-635-8052), 동명항생선숯불구이(모둠생선숯불구이·도루묵조림, 번영로129길, 033-632-3376)△볼거리= 아바이마을, 설악산, 척산온천 ▶ 관련기사 ◀☞ [여행] 섬, 예술과 썸타다…제주 문화기행☞ 기차 타고 문화유산 여행 떠나요☞ "중국, 동남아 여행시 불합리한 일정 없앤다"☞ [여행+] 역사의 뒤안길서 찾은 보물'방짜수저'☞ [여행] 멀리 가기엔 너무 가까운 단풍
2015.11.29 I 강경록 기자
 바다 있어 더 풍요로운 가을…강원 양양
  • [e한가위] 바다 있어 더 풍요로운 가을…강원 양양
  • 강원도 양양의 낙산 공연거리(사진촬영= 서영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양양은 가을이 매혹적이다. 산, 하천, 바다에서 흥미로운 체험들이 쉴새 없이 쏟아진다. 설악 오색에 단풍이 물드는 10월이면 양양은 송이, 연어축제로 떠들썩하다. 올해 송이축제는 10월 1일부터 4일, 연어축제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는다. 양양은 해양레포츠의 메카로 진화중이다. 수산항에는 요트 마리나가 들어섰으며 죽도, 기사문해변 일대는 서핑을 즐기려는 청춘들이 가을 해변을 두드리고 있다.송이관 송이조형물(사진촬영= 서영진)◇연어의 고장 ‘양양’양양은 연어에게 ‘어머니의 고장’이다. 북태평양에서 3~5년 치열하게 성장한 연어들은 가을이 되면 양양 남대천으로 되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연어축제는 연어들의 힘찬 몸짓과 생애를 직접 보고 느끼는 축제다. 남대천 일대에서 펼쳐지는 축제 때는 연어 맨손잡이 체험, 연어 탁본뜨기, 용왕제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인근 동호리 해변에서는 10월 24, 25일 전통방식으로 멸치를 잡는 멸치 후리기 체험도 곁들여진다. 연어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면 남대천 양양연어사업소에 방문한다. 이곳 연어생태체험관에서는 연어의 성장 과정, 이동 루트, 실제 표본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연어의 수컷과 암컷을 구별하는 방법이며, 우리나라 하천을 찾는 연어의 70% 이상이 남대천으로 회귀한다는 설명도 귀담아 들을 수 있다. 남대천에 사는 산천어 등의 서식장도 마련돼 있다. 연어사업소 뒷길은 남대천으로 연결된다. 축제기간에는 어미 연어가 남대천 수로를 따라 거슬러 오르는 광경을 탐방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굳이 연어 구경이 아니더라도 남대천은 가을이면 빼어난 정취를 만들어낸다. 양양대교와 낙산대교 사이의 남대천 하류에는 갈대밭을 따라 나무데크 길이 조성됐다. 누렇게 고개 숙인 나무데크길을 걸으면 양양의 푸른 물길과 퐁당퐁당 뛰노는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다가선다. 양양의 가을을 더욱 향긋하게 단장하는 게 오동통한 송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양양 주민들은 구룡령, 오대산 등 산자락으로 송이를 캐러 나선다. 1년 중 주민들의 얼굴이 가장 상기될 때다. 양양 송이캐기 체험(사진촬영= 서영진)◇꽁꽁 숨은 송이를 찾아라 ‘송이밸리 자연휴양림’송이축제때는 양양의 송이를 직접 캐고 맛보는 풍요로운 체험이 어우러진다. 송이보물찾기, 송이산지 방문 등 체험 행사외에도 양양장터에서 송이버거, 송이빵 등을 맛볼수 있다. 1등급으로 치는 송이는 길이가 8cm 이상이고 갓이 퍼지지 않으며 자루의 굵기가 균일해야 한다. 최상급 송이는 가격이 몇 십 만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최근 송이와 관련돼 주목을 끌고 있는 곳이 송이밸리 자연휴양림이다. 송이산 인근에 들어선 자연휴양림은 송이의 생태, 효능 등을 살펴볼수 있는 송이관이 위치해 있다. 축제기간에는 송이보물찾기도 진행된다. 나무로 직접 미니가구를 만들어 볼수 있는 목재문화체험장 등은 꼬마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짚라인, 산림문화휴양관 등도 함께 휴양림 안에 들어서 낮에는 다양한 놀이와 함께 송이를 따고, 밤에는 별을 따는 훈훈한 하룻밤이 가능하다. 송이밸리 전망대에 오르면 양양읍내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낙산사, 하조대로 대변되는 양양의 바다는 최근 진화중이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는데도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찾아든다. 해양 레포츠를 즐기려는 청춘들이다. 죽도해변, 기사문 해변 등은 서핑 마니아들이 단골로 방문하는 ‘서퍼들의 천국’이다. 가을 파도가 무색하게 보드를 들고 바다로 뛰어든 열혈청춘들을 만날 수 있다. 양양의 8경중 상대적으로 한적했던 죽도정 일대는 서핑관련 대여점, 카페 등이 들어서며 어촌 분위기와 어우러져 이색광경을 연출한다. 연어생태체험관 내부(사진촬영 서영진)◇해양레포츠의 천국이 되다손양면 수산항은 최근 요트마리나와 어촌체험마을이 조성되며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곳이다. 수산항에서는 투명 카누, 미니 요트 승선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 체험이 기다린다. 파도가 높은 날에도 방파제 안쪽에서 사계절 바다체험을 즐길 수 있다. 배낚시, 선상통발, 해초비누 만들기 등도 함께 체험마을에서 진행된다.낙산사 초입, 낙산 해변 일대는 올해 공연 거리가 조성되며 젊은 연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모래사장 길을따라 다양한 조각작품들이 세워졌고 주말 등에는 즉석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해질무렵이면 조명도 따뜻하게 불을 밝혀 파도 소리와 함께 운치 있는 저녁을 만끽할 수 있다. 파도와 바위의 앙상블을 엿보려면 휴휴암을 방문하면 좋을 듯. 파도를 받아내는 거북 모양의 바위와 사찰 아래 들어선 찻집 등이 운치 있게 다가선다. 가을 체험을 두루 즐겼으면 양양의 먹거리로 배를 채운다. 이 지역 별미 중 하나로 손꼽히는게 문어숙회다. 문어숙회는 양양 주민들이 제삿날이면 상위에 올리는 필수 음식이다. 동해에서 나는 참문어를 쓱쓱 썰어 내놓는데 쫄깃쫄깃한 맛이 탁월하다. 메밀 막국수와 함께 먹어도 좋은 궁합을 이룬다. 양양의 해변에서 흔하게 건져올린 째복(민들조개)으로 요리한 째복물회와 째복장국 역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별미다.양양여행의 마무리는 온천욕으로 푼다. 한계령 끝자락에 위치한 오색그린야드 호텔의 온천탕은 혈액순환에 효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산온천탕,노천탕 등에서 피로를 풀며 양양의 가을을 돌이켜 음미하기에 좋다. ◇여행메모△여행코스= 송이밸리→남대천→양양 연어사업소→수산항→낙산해변→(숙박)→죽도해변→죽도정→휴휴암→양양시장→오색온천△가는길▷버스=서울-양양,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7회(06:30~23:30)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24회(06:30~18:40) 운행 약 2시간 40분소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자동차=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현남을 지나 하조대 나들목에서 빠져나오 7국도를 따라 양양읍내까지 들어선다.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동홍천 나들목을 나와 인제를 거쳐 한계령을 넘어면 양양읍내다. △잠잘곳= 낙산씨사이드모텔(강현면 일출로 033-672-2111 (굿스테이)), 송이밸리 자연휴양림(양양읍 남대천로, 033-670-2644 www.songivally.co.kr0, 오색그린야드호텔(서면 대청봉길. 033-670-1000, www.greenyardhotel.com0, △먹을곳 = 송전메밀국수(문어숙회·메밀국수, 손양면 송평길 033-672-3711) 수산항물회(째복물회, 손양면 수산2길 033-671-0750), 송이버섯마을(송이전골, 양양읍 안산1길 033-672-3145), 단양면옥(냉면, 양양읍 남문6길 033- 671-2227) △주변 볼거리주전골, 물치항, 양양곤충생태관, 오색약수 오색그린야드 호텔*사진촬영 서영진)
2015.09.26 I 강경록 기자
 가을의 속살은 하얗다…오감만족 강원 평창
  • [여행] 가을의 속살은 하얗다…오감만족 강원 평창
  • 강원 평창군 봉평면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무대로 유명하다. 수만평에 이르는 메밀꽃밭과 생애 단 한번 사랑을 나누었던 허생원과 성씨 처녀의 애틋한 소설 속 이야기가 곁들여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곳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하얀 메밀꽃이 피었다. 메밀의 붉은 꽃대가 이슬에 젖어 항라적삼처럼 하늘거린다. 시기가 이른 탓에 꽃은 자잘하다. 산허리에 드문드문 핀 메밀꽃은 싸락눈이 온 듯 희끗희끗하다. 열흘쯤 지나면 제대로 만개할 거다. 그래도 제법 풋풋한 향기가 알싸하다. 껑충 큰 노란 마타리꽃이 불쑥 고개를 주억인다. 어느새 사람 키만큼 자란 억새도 바람에 건들거린다. 햐얀 개망초꽃과 노란 달맞이꽃은 지천에 널렸다. 물봉선화는 종종 모여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보랏빛 쑥부쟁이는 이미 기세등등하게 활짝 피었다. 가을이 온 거다. 아침저녁으로 바람도 선선하다. 살갗에 연한 소름이 돋을 정도다. 메밀꽃이 필 무렵 강원 평창군의 풍경이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 인근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밀국수와 전병 등의 메밀요리. 한약재료와 과일 등 20여가지 재료로 육수를 내 달콤하면서 감칠맛이 도는 ‘메밀국수’, 메밀싹을 곁들여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은 메밀비빔국수, 메밀묵과 메밀싹에 들기름과 참깨의 조화로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감싸는 메밀싹묵무침, 엄선한 평창한우의 싱싱한 육회와 메밀싹, 들기름이 조화를 이룬 메밀싹육회, 배추잎을 기본으로 만든 전통방식의 메밀전 등이 별미다.◇메밀꽃 향기 머금어 구수하고 담백한 ‘봉평메밀국수’평창으로 가는 길. 인천과 동해안을 잇는 영동고속도로가 가장 빠른 길이다. 하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완행도로가 된다. 우회도로인 6번 국도는 양평에서 횡성을 지나 평창으로 이어지는 멋진 드라이브길. 팔당댐의 맑은 물을 지나 남한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횡성을 거쳐 해발 1000m 가까운 구불구불 고갯길로 들어선다. 태기산(1261m)을 넘어가는 양두구미재다. 차창을 내리고 달리면 삼림욕장에 들어선 듯한 상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태기산 너머 평창군의 봉평면이 이번 여행지의 목적지다. 먼 길 돌아왔으니 일단 배부터 채우자. 평창은 한우도 유명하지만 이맘때는 역시 메밀요리가 별미다. 이곳 봉평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곳.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5일장인 봉평장은 메밀요리가 유명하다. 봉평 최고의 특산물인 메밀국수와 메밀묵 등을 장터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초가을 음식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봉평장은 1930년대 전국에서 가장 큰 장터 중 하나였다. 매월 2일과 7일이 되면 오전 7시부터 상인들이 모여든다. 봉평의 메밀과 온갖 약초, 산나물, 잡곡 등이 넘쳐난다. 수수부꾸미 하나 입에 넣고 장터를 기웃댄다. 메밀 모주와 막걸리를 연거푸 들이켜는 어르신이며, 메밀전병과 메밀전을 앞에 놓고 자지러지게 웃어젖히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보자니 시간이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메밀국수집이 열댓 곳 있는데 메밀과 감자요리가 주를 이룬다. 원조격인 식당은 ‘현대막국수’ ‘진미막국수’ ‘봉평막국수’ 등. 40년 전부터 봉평장터에서 국수를 말아 팔기 시작했으니 역사와 전통은 인정해줄 만하다. 봉평장 초입의 ‘미가연’은 일반 메밀보다 알갱이가 작은 쓴메밀로 유명하다. 음식 빛깔이 일반메밀보다 조금 더 노릿하다. 묵과 노란 새싹을 들기름에 무쳐낸 메밀싹 묵무침, 메밀싹나물 비빔밥, 메밀싹 육회 등 메밀싹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봉평장 옆 이효석문학관 앞에도 메밀요리전문점이 늘어서 있다. 그중 ‘메밀마당’은 메밀전병과 메밀전, 메밀만두 등 메밀음식 외에도 쫀득쫀득한 감자송편과 감자전이 맛깔나다. 칠족령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의 비경.◇동강이 간직한 최고 비경 ‘칠족령’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가벼운 트레킹으로 가을 숲을 느껴볼 차례. 목적지는 마하리의 백운산 자락의 칠족령이다. 동강의 최고 비경을 간직한 칠족령에 이르려면 미탄면 문희마을을 찾아가야 한다. 미탄면 소재지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백운리 쪽으로 향하다 물길을 따라 우회전해 가다 보면 마하리 어름치마을을 만난다. 민물고기생태관이 들어서 있는 여기서부터 동강을 바짝 옆에 붙이고 달리는 시멘트도로다. 길옆의 강변에는 줄배가 매여 있고, 그 배로 건널 수 있는 강 건너편에는 띄엄띄엄 낡은 집이 들어서 있다. 그 길의 막다른 끝에 문희마을이 있다. 동강의 물길이 푸근하게 내려다보이는 마을이다. 문희마을에서 칠족령까지는 1.8㎞. 등산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고 순하디순한 길이어서 어른 걸음으로 40분 정도면 올라간다. 산허리를 감아도는 등산로 오른편의 가파른 비탈 아래로 동강이 흐른다. 워낙 빼곡히 나무가 들어서 있어 등산로 중간에선 좀처럼 물길이 내려다보이지 않는다. 칠족령이란 이름은 고개 건너편 제장마을에서 옻을 굽던 집의 개가 이 고개 마루턱을 넘나들며 발자국을 찍었다고 해서 ‘옻 칠(漆)’자에 ‘발 족(足)’자를 붙여 지었다고 한다. 20여분 쯤 오르자 돌탑이 나온다. 옛날 평창과 영월의 경계로 삼았던 성터의 흔적이다. 여기서 10분 정도 더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칠족령 정상을 넘는 길이고, 오른편은 전망대로 향하는 내리막길이다. 오른편으로 내려가자 까마득한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나무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 서자 병풍처럼 둘러친 산맥이 이어지고 그 아래로 물길이 용틀임을 하며 흘러가는 장쾌한 풍광이 펼쳐진다. 평창강이 휘두른 넓은 들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암산 활공장’.◇평창의 하늘 날다 ‘장암산 패러글라이딩’산행을 마쳤다면 차를 타고 올라 멋지게 굽이치는 평창강의 물줄기와 산줄기를 감상할 차례. 내륙 산간 고지대니 산봉을 감싸고 흐르는 물줄기도 심하게 굽이치는 사행천이 대부분이다. 이 풍경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곳이 평창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암산(836m)이다. 평창읍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미탄면 쪽으로 가다가 노론리 쪽으로 좌회전해 차로 10여분 오르면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인 장암산 전망대에 이른다. 가을철이면 이곳 장암산은 인파로 붐빈다. 대부분이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다. 장암산 활공장은 국내서 천혜의 비행 환경을 갖춘 곳이다. 조나단 패러글라이딩 스쿨(033-333-2625)의 김동술 대표는 우연히 이곳을 찾았다가 반해 6년 전 아예 귀촌을 했다. 그는 “이·착륙장은 물론 풍광까지 초급자부터 고급자까지 두루 비행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엄지를 세웠다. “하나, 둘, 셋, 뛰엇!” 장비를 착용하고 강사의 구령을 뒤로한 채 낭떠러지로 달릴 때의 짜릿함은 최고다. 막상 땅에서 발이 떨어지고 활공을 시작하면 두려움은 날아가고 초록 세상 위를 부유하는 상쾌함만 남는다. 평온한 마음이 되면 주변으로 눈이 간다. 형형색색의 기구들이 하늘을 수놓는 장관이 펼쳐진다. 평창읍내와 말굽모양으로 휘감아 도는 평창강의 절경이 발아래로 끝없이 이어진다. 시야를 멀리 두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과 이제 곧 황금빛으로 변해갈 논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10분 전후 하늘에 머무는 탠덤비행(강사와 함께 타는 초급자용 2인 비행)에 드는 비용은 8만원이다. ◇여행메모△가는길=봉평 메밀꽃을 보려면 강릉 방향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면온IC를 나와 봉평면으로 가면 된다. △잠잘곳=평창에는 숙소가 많지 않다.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인근의 리조트를 추천한다. 알펜시아리조트(033-339-9000), 휘닉스파크(033-330-6000), 용평리조트(033-335-5757) 등이 있다. △먹을곳=메밀마을인 봉평에선 현대막국수(033-335-0314), 봉평막국수(033-335-9622) 등이 유명하다. 조금 발품을 팔아 대화면 백조막국수(033-333-2280)를 찾아도 좋다. 인근 주민이 즐겨 찾는 집으로 정통 산골 막국수를 낸다. 대화면 우회도로를 타면 간판이 보인다. △볼거리=4일부터 13일까지 ‘2015 평창 효석문화제’가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가산 이효석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축제다. 올해 주제는 ‘연인과 사랑’. 소설 속 주인공인 허생원과 성씨 처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와 메밀꽃의 꽃말인 연인을 결합해 주제로 정했다. 문화제 기간 동안에는 독서토론회, 보물찾기, 민속놀이, 굴렁쇠 굴리기, 제기차기, 봉숭아 물들이기, 목발집기, 도리깨질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연다. 또 대형 분틀을 이용해 직접 메밀국수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문화제 기간 내내 봉평면 지역 음심점들은 방문객에게 음식값의 10%를, 펜션은 숙박비의 50%를 할인해 준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무대로 유명하다. 수만평에 이르는 메밀꽃밭과 생애 단 한번 사랑을 나누었던 허생원과 성씨 처녀의 애틋한 소설 속 이야기가 곁들여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곳이다.평창강이 휘두른 넓은 들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암산 활공장’.
2015.09.04 I 강경록 기자
 누가 강릉에 바다만 보러 가는가
  • [여행] 누가 강릉에 바다만 보러 가는가
  • 강원 강릉시의 노추산 자락에 자리한 모정돌탑길. 1㎞ 남짓한 산길 양쪽으로 3000여기의 돌탑이 연이어 있다.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차옥순씨가 생전에 무려 26년간 공들여 쌓은 탑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여름을 보내는 동시에 가을을 부르는 비다. 어느덧 펄펄 끓는 가마솥 같던 기나긴 여름도 끝자락을 드러냈다. 언제나 그렇듯 계절이 지나갈 즈음엔 늘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점점 짧아지는 해를 바라보며 여름의 절정을 즐기지 못했다는 자책도 인다. 아마 여름을 다 채우지 못한 마음의 여백일 것이다. 이번 여행지는 강원 강릉시. 대관령 너머에 있는 강릉은 예부터 자연경관이 수려해 여행자가 즐겨 찾는 곳 중 하나다. 멀어져 가는 여름을 위한 이별식을 치르기에 손색없는 곳이다. 식어버린 바닷물에 몸을 담그기는 늦었지만 내년 여름을 기약하기에는 아쉽지 않은 곳이다. 강원 강릉시의 노추산 자락에 자리한 모정돌탑길. 1㎞ 남짓한 산길 양쪽으로 3000여기의 돌탑이 연이어 있다.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차옥순씨가 생전에 무려 26년간 공들여 쌓은 탑이다.▲돌탑에 새긴 모정…노추산 모정돌탑길 강릉 가는 길. 시간을 좀 넉넉히 해서 강원 내륙을 거쳐 가보기로 한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곁들이고 싶다면 영동고속도로 강릉방면 진부 IC(나들목)에서 나와 33번 국도를 타는 게 좋다. 오대천 맑은 계곡이 시종 나란히 하는 데다 오가는 차량도 적어 운전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멋진 코스다. 나전에서 42번 국도로 갈아타고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인 강릉 왕산면 대기리에 자리한 노추산(1322m)으로 향한다. 노추산은 율곡 이이가 붙인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공자가 태어난 노나라와 맹자가 태어난 추나라를 합쳐서 붙인 이름이란다. 강릉사람들은 율곡이 노추산 오장폭포 꼭대기에서 공부를 했다고 믿고 있다. 노추산을 첫 목적지로 삼은 이유는 모정탑 때문이다. 모정탑은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3000여기의 돌탑. 2011년 숨진 차옥순 씨가 1986년부터 26년 동안 노추산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쌓은 돌탑길에 마을주민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사연은 이렇다. 스물셋에 강릉으로 시집온 서울 처녀 차옥순. 네 자녀 가운데 아들 둘이 먼저 죽고 남편은 정신병을 앓았다. 끝없는 우환에 지친 그녀는 돌탑 3000기를 쌓으면 근심이 사라진다는 꿈을 꾸고 노추산을 찾아와 탑을 쌓았다. 26년 동안 혼자서 3000기를 쌓고서 그녀는 예순여덟 살에 하늘로 갔다. 1986년부터 2011년까지 노추산 자락에서 벌어진 진짜 이야기다. 모정탑은 대기리 산촌체험학교에서 정선군 구절리 방향으로 4㎞ 남짓 가면 노추산 계곡을 따라 1㎞ 넘게 이어져 있다. 들머리는 소나무 숲 사이에 자리한 오토캠핑장부터. 캠핑장 반대편 갈림길로 들어서면 붉은 금강 소나무 숲길이 나오는데, 덜 다듬어져 울퉁불퉁 거친 이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여행객이 쌓아놓은 돌탑이 하나둘 눈을 잡는다. 피톤치드로 기분 좋게 샤워하듯 걷다 보면 어느새 나무다리.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돌탑 군이 이어진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돌탑 둘레도 엇비슷하고 높이도 마치 줄을 맞춘 듯 일정하다. 둥글게 이리저리 돌기도 하는 것이 마치 지형지물을 이용해 쌓은 듯 안정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다가 돌탑으로 담을 쌓은 길 끝에 도착하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크고 작은 돌탑이 계곡을 가득채우고 있기 때문. 이게 정녕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들 정도다. 경외스럽다는 표현이 딱 맞다. 가만히 돌탑 위에 손을 얹어 매일같이 돌을 날라 차곡차곡 쌓았을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얼큰한 국물맛이 일품인 동화가든의 ‘짬뽕순두부’▲대한민국 두부의 교과서…초당두부짧은 산행 후에는 바다향 가득한 음식으로 허기부터 달래자.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는 요즘, 여름 동안 허해진 몸을 보양하기 위해선 차가운 음식보다 따뜻한 음식이 좋다. 제격인 음식으로 추어탕이 알려져 있지만 강릉에는 추어탕만큼 몸에 좋은 음식이 있다. 바로 두부다. 두부는 콩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추출해 응고시킨 식품. 저칼로리 고단백식품으로 다이어트에도 인기가 높다. 특히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에 효과적이다. 강릉에서는 단연 초당두부다. 일단 초당두부를 맛보려면 경포대 해변에서 남쪽방향으로 1㎞쯤 내려가 초당마을을 찾아야 한다. 큰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초당마을은 들머리부터 20여개의 순두부전문점이 늘어서 있는데, 전국의 많은 식객이 한번 먹어본 이곳의 순두부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드는 곳이다. 초당두부는 사연도 맛도 깊은 음식. 문헌에 따르면 허균과 허난설헌의 부친 허엽이 집 앞 샘물로 콩물을 끓이고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그 맛이 좋아 자신의 호 ‘초당’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두부를 만든 샘물이 있던 자리가 바로 지금의 초당동이다. 초당두부라는 이름은 그렇게 전해졌다. 수백년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초당마을의 두부는 바닷물을 간수로 쓰고 국산 콩을 이용해 두부를 만드는 통방식을 고수한다. 불린 콩을 갈아 면포에 내리면 투박한 가루는 비지가 되는데 이때 맑은 콩물만 가마솥으로 옮긴다. 한 시간 남짓 콩물을 펄펄 끓이는데 그것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손길은 쉴 틈이 없다. 두부가 엉기지 않게 주걱으로 계속 저어야 하기 때문. 끓인 콩물을 식힌 뒤 간수를 섞을 때도 한꺼번에 쏟아 부어서는 안 된다.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순두부를 만들려면 바가지로 조금씩 부으면서 양을 조절해야 한다. 초당두부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이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오롯이 순두부만 맛볼 것을 권한다. ‘초당할머니 순두부집’(033-652-2058)은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손두부가 유명하고, ‘동화가든’(033-652-9885)의 짬뽕순두부는 얼큰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두부 입맛 까다로운 인근 주민도 알아줄 정도다. 직접 볶은 커피콩으로 커피를 내리는 ‘보헤미안’ 까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드립커피를 즐기고 있는 여행객.▲커피 한잔 속에 담긴 동해바다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이제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겨볼 시간. 안목항 커피거리는 어느새 강릉을 대표하는 명소가 된 곳이다. 한집 건너 한집 꼴로 커피전문점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커피전문점만 30여곳. 어촌 해변임에도 활어횟집보다 커피점이 더 많을 정도다. 이곳이 커피거리로 알려진 건 2000년대 초반. 당시 불과 500m 길이의 도로에 80대 이상의 커피자판기가 있었다. 그래서 ‘길카페’로 통했다. 원래 안목 해변에도 횟집들이 죽 늘어서 있어 여느 해변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던 것이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경포해수욕장을 벗어나 조용한 해변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풍경이 바뀌었다. 이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여기서 힌트를 얻은 자판기사업자들이 자판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던 것. 이후 소문을 들은 시내 직장인도 점심식사 후 자판기 커피를 마시러 안목해변을 찾았다. ‘단골자판기’를 두는 이들까지 있었다. 요즘에도 커피자판기는 남아 있지만 그 풍경을 이젠 커피전문점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커피거리에선 흔한 다방커피를 비롯해 원두를 직접 볶는 로스팅커피, 뜨거운 물을 내려 만든 드립커피, 작은 기구에 커피를 채우고 열을 가해 뽑아내는 모카포트식이나 직접 알코올램프에 가열해 커피를 추출하는 사이펀식, 유리비커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더치커피 등 커피의 모든 맛을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커피전문점으로는 핸드드립의 고수로 꼽히는 ‘보헤미안’(033-642-6688), 커피공장으로 통하는 ‘김용덕의 테라로사’(033-648-2760) 등. 비릿한 바다내음을 누르는 커피향의 대명사다. 안목항의 커피전문점은 대부분 2층 야외 테라스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 야외 테이블과 창가 테이블은 커피 맛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까지 더한 명당이다. 때문에 휴일에는 이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손님들이 일찌감치 장사진을 치기도 한다고 업주들은 귀띔한다. 매년 가을마다 커피축제(10월 8~11일)도 연다. 안목항 커피거리에서 보헤미안을 운영하는 박이추 선생이 직접 볶은 커피콩을 잘게 빻은 원두를 섞어 물을 부어 걸러내는 드립커피를 만들고 있다.◇여행메모△가는길=서울 청량리역(www.korail.com)에서 강릉역까지 하루 7회 무궁화열차를 운행한다. 첫차는 아침 7시, 막차는 밤 10시 40분에 출발한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IC에서 나가면 된다. △먹을곳=사천항쪽에 물회 전문집이 몰려 있다. 물회는 오징어와 가자미를 주로 사용하는데 전복이나 해삼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황토전복물회(033-641-8210)와 장안횟집(033-644-1136) 등이 유명하다. 옛 카네이션(033-641-9700)은 대구머리찜 전문집이다. 성산면 쪽에 있다. △묵을곳=조금 여유가 있다면 최근 강릉 경포대에 새로 문을 연 6성급 씨마크(Seamarq) 호텔을 추천한다. 투숙객에게는 인피니티 풀이 있는 실내외 수영장과 사우나가 무료다. 객실 내 미니바의 맥주와 음료 등도 무료로 제공된다. 가격은 40만원대다. 초당마을 인근의 허난설헌 생가 주변에는 소나무 숲이 있어 전통 한옥과 어우러져 더욱 멋스럽다.초당마을의 짬뽕순두부전통 초당순두부를 맛볼 수 있는 토담순두부.고소한 맛이 일품인 토담순두부의 ‘모두부와 순두부’
2015.08.25 I 강경록 기자
 예가 무릉도원이어라…동해 무릉계곡
  • [e주말] 예가 무릉도원이어라…동해 무릉계곡
  • 무릉계곡의 쌍용폭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동해시는 산과 바다, 계곡을 두루 갖춘 이상적인 피서지다. 망상, 대진, 추암 같은 청정 해변을 비롯해 산세가 빼어난 두타산과 청옥산, 트레킹과 물놀이 장소로 각광받는 무릉계곡까지 입맛대로 골라 가는 재미가 있다. 이중 동해안의 내로라하는 해변을 제치고 강원도 국민관광지 1호로 지정된 곳이 두타산과 청옥산 등반의 들머리인 무릉계곡이다. 이곳의 이름은 신선이 노닐었다는 중국의 무릉도원에서 따왔다. 매표소부터 약 3km 구간에 맑고 풍부한 계곡물과 기암괴석,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이름값을 한다. 하이라이트는 계곡 트레킹 끝 무렵 등장하는 쌍폭이다. 바위를 타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앞에 서면 이마의 땀은 어느새 사라지고 팔뚝엔 오스스 소름이 돋는다. 쌍폭까지 한 시간 안팎 걸리는 트레킹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하다. 울창한 나무 터널이 뜨거운 햇볕을 가려 시원하고, 무릉반석과 삼화사, 학소대, 선녀탕 등 변화무쌍한 절경이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3단 폭포인 용추폭포의 하단.△무릉계곡의 명물 ‘무릉반석’ 매표소를 지나면 가장 먼저 거대한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1000명이 앉아 쉴 수 있다는 무릉계곡의 명물 ‘무릉반석’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나선 피서객이 곳곳에 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고, 바위를 적시며 흐르는 계곡물엔 빨갛고 노란 튜브가 가득하다. 텐트만 치지 않으면 자유롭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선인들도 이곳에서 더위를 피하고 풍류를 즐긴 모양이다. 바위에는 조선 전기 4대 명필 중 한 사람인 봉래 양사언이 강릉부사로 있을 때 썼다는 석각을 비롯해 수많은 시인 묵객의 시가 새겨졌다. 무릉반석을 지나면 두타산과 청옥산을 병풍 삼아 아늑하게 들어앉은 삼화사를 만난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삼화사 적광전에는 철조노사나불좌상(보물 제 1292호)이 봉안되었고, 적광전 앞마당에 삼층석탑(보물 제 1277호)이 있다. 템플 스테이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삼화사 경내를 둘러보고 울창한 숲길을 10분쯤 걸으면 깎아지른 바위를 타고 폭포가 쏟아지는 학소대의 장관이 펼쳐진다. 감탄사는 아껴둘 것. 발걸음을 재촉해 물빛이 옥처럼 맑은 옥류동,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선녀탕을 지나면 이윽고 쌍용폭포의 압도적인 자태가 드러난다. 왼쪽 폭포는 계단 형태 바위를 타고 층층이, 오른쪽 폭포는 단숨에 내리꽂히며 절묘한 이중주를 선보인다. 감탄사는 이곳에서 터뜨리자. 아닌 게 아니라 쌍폭 앞에서 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 촬영에 여념이 없다. 주변에 안전을 위한 난간이 설치되어 마음 놓고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쌍폭에서 2분 더 올라가면 용추폭포다. 3단으로 구성된 용추폭포의 마지막 단에는 깊은 소가 형성되어 있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 폭포와 소를 바라보면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싸 지금이 여름인가 싶다. 국내 유일하게 도심 한복판에 있는 ‘천곡동굴’△더위야 물렀거라 ‘천곡동굴’폭포 못지않게 오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또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심 한복판에 있는 천곡동굴이다. 4억~5억 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동굴은 1991년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동굴 안 조명을 모두 끄고 헤드 랜턴만 가지고 동굴을 관람하는 ‘천곡동굴 야간 공포체험’ 프로그램이 7월 25일~8월 23일에 진행된다. 천둥과 번개, 귀신 출현 등 공포감을 극대화한 이벤트다. 동해시에는 멋진 해변도 즐비하다. 울창한 솔숲과 눈부신 백사장, 수심이 얕은 바다가 매력인 망상해변이 대표적이다. 국내 1호 오토캠핑장인 망상오토캠핑리조트는 오토캠핑 사이트뿐만 아니라 캐러밴, 캐빈 하우스, 아메리칸 코티지 등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갖춰 휴가철이면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망상해변 남쪽 대진해변은 서핑을 즐기는 청춘 남녀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삼척과 경계에 위치한 추암해변은 기암괴석과 촛대바위가 만드는 수려한 풍경이 일품이다. 조선 세조 때 강원도 제찰사로 있던 한명회는 그 풍경에 반해 능파대(미인의 걸음걸이)라 부르기도 했다. 묵호의 과거와 현재를 알려주는 ‘논골담길’△시원한 물회 먹고 논골담길에서 벽화보고바닷가에 왔으니 싱싱한 회 한 접시, 시원한 물회 한 그릇 맛보자. 묵호항 활어판매센터에서 횟감을 구입할 수 있고, 횟집명소거리에 맛있는 물회를 내는 식당이 많다. 물회는 그날 잡힌 재료를 쓴다. 요즘은 오징어, 붉은가자미 등이 제철이다. 묵호에 가면 묵호등대와 논골담길에 꼭 들러야 한다. 푸른 동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묵호등대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등대 바로 아래 펜션을 겸하는 예쁜 카페가 있다. 묵호항의 역사와 묵호항을 배경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벽화로 표현한 논논골담길은 묵호의 과거와 현재를 알려주는 감성 충만한 공간이다. 논골1·2·3길과 등대오름길로 구성되는데, 어느 길로 올라가든 묵호등대에서 만난다. 끝 자리 3?8일에 열리는 북평오일장은 장날에 맞춰 여행을 계획해도 좋을 만큼 전통시장 특유의 재미와 활기가 넘친다. 1700년대 말에 시작됐다는 북평장은 강원도에서 가장 큰 오일장답게 큰길가에서 안쪽 골목까지 농산물, 수산물, 임산물, 공산품 등이 빼곡하다. 소머리국밥, 메밀전병, 묵사발, 어묵, 족발, 찹쌀 도넛, 찐빵 등 군것질거리도 넘쳐난다.◇여행메모△여행코스=무릉계곡(주차장-무릉반석-삼화사-학소대-두타산성 입구-쌍폭-용추폭포)→추암해변→천곡동굴->망상해변->(숙박)-> 묵호항→묵호등대→논골담길△가는길▷대중교통= [버스] 서울-동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0여 회(06:30~23:30) 운행, 약 3시간 5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0여 회(6시30분~21시35분)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자가용= 동해고속도로 동해 IC→7번 국도(삼척 방향)→효가사거리 우회전(정선 방향)→42번 국도→삼화삼거리 좌회전→무릉계곡 주차장△잠잘곳= 동해보양온천컨벤션호텔(033-530-0700), DQ모텔(033-535-2903), 뉴동해관광호텔 (033-533-9215), 동해현진관광호텔(033-539-2000), 망상오토캠핑리조트(0330539-3600~2, 묵호등대펜션(033-531-6777)△먹을곳= 동북횟집(물회, 회덮밥, 033-532-7156), 부흥횟집(모둠회,물회, 033-531-5209), 천곡해물탕(해물탕,해물찜, 033-533-7013), 보리밭(산채비빔밥,백반?,옻닭, 033-534-7051)
2015.08.08 I 강경록 기자
 "고향 그리운 아바이들 어여 오시라요"
  • [여행] "고향 그리운 아바이들 어여 오시라요"
  • 강원 속초시의 중심인 중앙동에서 청호동 아바이마을로 건너가려면 속초항 구수로를 오가는 갯배를 타야 한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 속초시 청호동. 소위 아바이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이 마을이 유명해진 건 피란민들이 고향에서 먹던 음식인 순대가 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부터다. 지금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또 전문식당에서 주머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국민음식’이 됐지만 하지만 이곳 아바이마을에서 순대는 그 의미가 좀 더 각별하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 속초에 뿌리내린 피란민들이 고향을 그리며 먹던 추억의 맛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뒤엔 밤새 거센 바다와 바람을 맞으며 고기잡이에 나선 아바이의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 주던, 삶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기도 하다. ▲아바이도 어마이도 쇠밧줄 당겨야 물 건너 “우리는 뱃길 북쪽으로 돌릴 수 없어/ 우리 힘으로는 이 무거운 청호동 끌고 갈 수 없어/ 와이어로프에 복장 꿰인 채 더러운 청초호를 헤맬 뿐/ 가로막은 철조망 넘어 동해에서/ 청진 원산 물이 가자고/ 신포 단천 물이 들어가자고/ 날래 따라나서라고 날마다 아우성인데/ 우리는 동력도 키도 없어.”이상국의 ‘청호동 갯배’의 한 구절이다.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피란민의 아픔을 갯배에 담았다. 시 내용처럼 속초 시내 중앙동에서 청호동 아바이마을로 건너가려면 속초항 구수로를 오가는 갯배를 타야 한다. 갯배는 두 지역을 연결한 쇠밧줄에 꿰어 있어 배를 탄 이들이 힘을 모아 쇠밧줄을 당겨야 움직이는 원시적 형태의 무동력선이다. 물론 새로 놓은 도로로 건널 수도 있지만 돌아가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다. 갯배는 이런 수고를 덜어준다. 폭 30m의 갯가 수로를 5분만 가면 된다. 뱃삯도 200원이니 공짜나 다름없다. 마을 근처로 들어오면 ‘갯배 타는 곳’이란 플래카드가 군데군데 걸려 있다. 갯배지기 영감님은 “이거 한번 당겨봐, 꽤 재미지지”라며 배를 끄는 쇠스랑을 넘겨준다. 갯배를 끌어보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선상에서 갈매기와 청초호, 항포구의 정취를 동시에 느껴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동해와 청초호를 분리하는 모래톱 위에 들어선 아바이마을은 전국 유일의 실향민 집단정착촌이다. 대다수가 어부였던 함경도 출신 피란민들은 바다와 가깝고 텅 빈 모래시장이었던 속초의 황량한 이곳에 정착했다. 고향과 가깝다는 게 이유였다. 급히 고향을 떠나온 터라 빈손이던 그들에게 속초는 그나마 고향에 갈 날까지 입에 풀칠할 일거리도 많이 만들어줬다. 남정네는 고깃배를 타고 나가서 어부로 일하고 아낙네는 포구로 돌아온 고깃배 그물에서 생선을 떼어내며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다. 피란민들의 삶은 고단했다. 고기잡이를 하며 사람 허리 정도의 깊이로 땅을 파고 창문과 출입구만 지상으로 내놓은 토굴집이나 판잣집을 지어 살았다. 속초 시내와 아바이마을을 잇는 ‘갯배’. 두 지역을 연결한 쇠밧줄에 꿰어 있어 배를 탄 이들이 힘을 모아 쇠밧줄을 당겨야 움직인다.▲함경도 실향민의 맛 ‘아바이순대’ 함경도 음식으로 알고 있는 아바이순대. 정작 함경도에는 아바이순대가 없다. 정확하게는 아바이순대라고 부르지 않는다. 함경도가 이전부터 순대로 유명했고 한국전쟁 때 청호동에 정착한 함경도 실향민이 즐겨 먹으면서 생긴 말이다. 정확하게는 함경도순대가 맞는 표현이다. 함경도에서는 마을잔치나 경사가 있을 때 돼지대창에 속을 채운 순대를 만들었다. 특징은 남쪽과 달리 순대 속을 꽉 채우는 것. 소금으로 박박 문질러 씻은 대창에 무청시래기, 다진 돼지고기, 선지, 마늘, 된장 등을 버무려 속을 채웠다. 껍데기는 두껍고 시래기가 들어가 씹는 맛이 거칠다. 그래서 아바이순대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좋아한다. 약간의 누린내도 있어 즉석음식에 길든 요즘 세대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맛이다. 최근에는 선지 대신 찹쌀을 넣어 돼지냄새를 없애기도 한다. 돼지대창 외에도 다양한 재료로 순대를 만들어 먹었다. 지금이야 돼지대창이 구하기 쉬운 재료지만 과거에는 귀한 것이었기 때문. 설밑이면 제철 생선인 명태에 속을 채워 만든 순대를 제삿상에 올렸다. 명태의 내장과 뼈 등을 빼내고 두부·된장·녹두·숙주나물·배추 등과 명란·애 등을 버무려 속을 채운 독특한 순대다. 함경도는 명태의 주산지. 속초 일대 또한 남한 최대의 명태 어획고를 올리던 곳이었으니 피란민들은 설 제사상에 명태순대를 차례상에 올린 건 어찌보면 당연했던 일. 명절이면 더욱 깊어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명태순대로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여름철에는 오징어가 명태를 대신했다. 오징어 몸통에 갖가지 야채와 당면, 오징어 다리 삶은 것을 잘라 속을 채웠다. 이곳 아바이마을 식당가에서는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가자미회냉면, 명태회냉면 등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아바이순대나 오징어순대를 공장에서 받아다 쓴다는 점. 하지만 감자가루와 고구마가루로 만드는 함흥식냉면은 대개 직접 면을 뽑아서 쓴다. 강원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의 ‘아바이순대’, 돼지의 대창 외에도 겨울에는 명태, 여름에는 오징어 몸통에 속을 채워 내는 것이 특징이다.▲씹을수록 곰삭은 맛, ‘식해’아바이마을의 어느 식당을 들어가도 순대와 함께 나오는 것이 있다. 식해다. 식해는 각종 해산물을 숙성발효해 저장해두고 먹어온 우리 전통 젓갈의 한 종류. 재료에 곡물과 야채 등을 섞어 삭힌다는 것이 일반 젓갈과 다른 점이다. 생선 따위를 토막내 좁쌀밥이나 쌀밥, 무·마늘·파 등 채소류를 썰어 넣고 고춧가루와 버무려 숙성시킨다. 식해의 재료도 일반 젓갈의 재료만큼이나 다양하다. 가자미식해, 갈치식해, 멸치식해, 도루묵식해, 노가리식해, 명태식해, 오징어식해, 낙지식해 등 수십종을 헤아린다.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게 가자미식해다. 가자미를 토막 내 메조밥·고춧가루·무·생강·마늘 따위와 섞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숙성시키면 잘 발효된 가자미식해가 만들어진다. 시원하고 매콤한 맛으로 함경도 출신 실향민의 향수를 자극하는 대표음식이다. 아바이마을의 김송순(87) 할머니는 정통 가자미식해 맛을 재현해내는 1인자다. 북청 출신으로 1·4후퇴 때 내려와 생선장사 등을 하며 60년 넘게 이곳에 살고있는 실향민. “비린내가 없고 매콤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곰삭은 맛”이 김 할머니가 귀띔하는 가자미식해의 본맛이다. 동해안 일부 식당에서 가자미식해를 반찬으로 내지만 대개는 가자미토막보다 밥알을 많이 넣고 단맛을 강조한, 남쪽 사람들 입맛에 맞게 변형한 것들이다. 김 할머니가 알려준 가자미식해 담그기를 따라 해볼까. 가자미를 토막 내 소금에 절여 사나흘 정도 숙성시킨 뒤 표면의 진(기름기)이 다 빠질 때까지 씻어낸다. 메조밥을 섞어 윗목에서 이불을 씌우고 날씨에 따라 7~15일간 다시 숙성시킨다. 여기에 고춧가루·마늘·파·생강과 소금에 절인 무를 썰어 넣고 버무려 저장한다. 재료의 양은 그때그때 손맛을 봐가며 결정하는데 여름에 담글 땐 무를 넣지 않아야 꼬들꼬들한 맛이 유지된단다.대표적인 이북음식 중 하나인 ‘가자미식해’. 아바이마을에서는 김송순 할머니가 정통 가자미식해 맛을 재현해내는 1인자로 알려져 있다.◆여행메모▲가는법=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IC에서 속초 인제방면으로 가면 된다. 속초해수욕장 가기 전 고속버스터미널 옆에서 청호동, 갯배, 아바이마을 등 팻말을 보고 좌회전해 들어간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까지 간 뒤 7번 국도를 타고 양양을 거쳐 속초로 가도 된다. ▲잠잘곳=가족단위 여행객이라면 속초 쪽에선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033-630-5500)를 권할 만하다. 국내 최초 온천 테마파크 설악워터피아가 때 이른 더위를 맞아 야외시설을 전면 개장했다. 글램핑존도 인기다. 텐트 대여를 포함해 생삼겹살과 생목살, 닭꼬치, 소시지를 제공하는 바비큐세트는 3~4인 13만원, 5~6인 15만원이다. 밥과 컵라면을 포함하면 2만씩 추가된다. 8만원에 바비큐 집기류를 추가한 텐트만 별도로 대여 가능하다. ▲먹을곳=아바이마을 식당은 아바이순대와 식해가 기본이다. 신다신(033-633-3871)은 가리국밥이 유명하다. 유진이네(033-632-2397)는 아바이마을에서 식당 중 유일하게 피란민 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바이순대와 순대국밥, 튀김 등을 맛볼 수 있다. 등대물회(033-633-3630)는 생선구이가 유명하다. 김송순 어마이젓갈(033-632-6908)에서는 가자미식해와 명태식해, 명란식해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등대물회의 생선구이.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촬영해 유명해졌다.신다신의 가릿국밥. 가리는 갈비를 일컫는 말이다. 말하자면 갈비탕인 셈인데, 얼핏 보면 서울의 탕반과 비슷하지만 내용물이 더 푸짐하다. 밥에 삶은 고기 썬 것과 선지, 우둔살을 채 썰어서 무친 육회와 두부를 얹고 사골과 양지머리를 푹 고아 만든 육수를 부어 먹는다.신다신의 가리국밥과 아바이순대
2015.06.30 I 강경록 기자
 '오지 중 오지' 비밀의 숲을 찾다
  • [여행] '오지 중 오지' 비밀의 숲을 찾다
  • 경북 울진의 백암산 아래 좁고 긴 골짜기인 신선계곡. 가파른 비탈에 놓인 나무데크 아래로 크고 작은 소와 폭포가 어우러져 말 그대로 ‘신선의 비경’을 빚어낸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그야말로 적요한 산길이다. 숲길에 들리는 건 그저 청아한 물소리와 새소리뿐. 가끔 길섶의 야생화 꽃잎 사이로 토종 꿀벌이 잉잉거리는 소리가 뒤섞일 뿐이다. 오지 중의 오지라는 경북 울진의 왕피천계곡과 신선계곡의 풍경이다. 이제 정말 사람의 손발이 닿지 않은 마지막 남은 물길을 따라가는 오지 트레킹. 그 어떤 소리도 없는 그런 길이다. 자동차나 그 어떤 기계음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제 발자국소리만 데리고 적막강산 계곡의 물길을 따라간다. 그러다 너럭 바위를 발견하기라도 하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계곡에 발 한 번 담궈봐도 좋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간섭받을 일이 없어 더 좋은 곳. 깊은 산중에 그동안 교만해진 나를 내려둔다. 나 자신도 거대한 자연의 일부에 불과했던 것을. ▲바람과 물, 억겁이 시간 품은 ‘왕피천계곡’울진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야성미 넘치는 계곡트레킹이다. 울진의 계곡이라면 불영계곡을 먼저 떠올리지만 오지계곡의 대명사로 불리는 왕피천도 빼놓을 수 없다. 왕피천은 트레킹 마니아들이 최고로 꼽는 곳. ‘계곡트레킹 1번지’ ‘계곡트레커의 로망’이라는 별칭이 붙어다닌다. 왕피천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울진군 서면 왕피리와 구산리를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길이 61㎞의 그리 길지 않은 물길이다. 험준한 산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아 우리 땅 최고의 오지이자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금도 산양, 수달 등 멸종위기 동물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트레킹 코스는 근남면 구산리 상천동에서 서면 왕피리 속사마을까지 5㎞ 구간. 차도가 없어 호젓한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왕피천 트레킹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물길을 따라 자갈밭을 걷고 바위를 오르는 계곡트레킹과 계곡을 따라 산자락에 조성해 놓은 생태탐방로를 따르는 방법. 물론 왕피천의 비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물길 바로 옆을 걷는 것이 좋다. 여기서 ‘팁’ 하나. 왕피천 트레킹은 교통이 불편해 물길과 탐방로를 적절히 이용하는 게 좋다. 굴구지마을에서 상류에 있는 속사마을 쪽으로 간다면 갈 때는 탐방로를 이용하는 게, 올 때는 물길을 따라 걸어오는게 조금 더 편하다. 왕피천의 으뜸 절경은 용소. 굴구지마을에서 상류 쪽으로 4㎞ 떨어져 있다. 수심이 왕피천에서 가장 깊은 약 10m에 이른다. 물길이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위험하기 때문에 계곡트레킹을 하더라도 이 구간만은 생태탐방로로 우회하는 것이 좋다. 구명조끼와 튜브를 이용해 건너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물이 휘도는 소는 안전을 위해 피하는 게 정석이다. 생태탐방로는 계곡에서 조금 떨어진 산자락을 따라 이어진다. 가파른 구간도 일부 있지만 계단을 깔거나 밧줄을 쳐놓아 위험하지는 않다. 하지만 탐방로를 이용한다면 왕피천의 비경을 제대로 감상하긴 힘들다. 탐방로가 산으로 올라가는 지점에서 물가로 난 길을 따라가면 용소를 만날 수 있다. 입구인 상천동 초소에서 용소까지는 약 30분 정도 걸린다. 용소를 지나 상류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탐방로를 타야 한다. 탐방로 중간중간에 왕피천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용소 위쪽으로는 쉬기 좋은 학소대가 있다. 널따란 바위인 학소대에 앉아 바라본 용소는 또 다른 용의 모습이다. 제일 앞의 바위는 용의 머리를 닮았고 그 뒤로 몸통처럼 보이는 암벽들이 줄지어 서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는 것이 왕피천 용소의 매력이다. 경북 울진의 왕피천계곡은 절벽에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아 트레킹 마니아 사이에서 ‘로망’으로 불린다. 비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물길 바로 옆을 걷는 것이 좋다.▲신선들의 놀이터 ‘신선계곡’신선계곡은 울진의 숨어 있는 명품계곡이다. 왕피천 계곡도 처음 들어봤다는 사람이 많지만 신선계곡은 왕피천 계곡보다도 훨씬 덜 알려져 있다. 신선계곡은 백암온천이 솟는 백암산(1004m) 북동사면의 좁고 긴 형태의 골짜기. 대부분이 암반으로 이뤄져 있고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소와 폭포가 어우러져 말 그대로 비경을 빚어낸다. 신선계곡 트레킹은 미끈한 나무데크 위를 걷는 코스. 그렇다고 신선계곡이 유순한 계곡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너무 가파르고 험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나무데크를 설치한 것이다. 신선이라는 이름도 사람들은 들어가기가 어렵고 신선들이나 놀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붙였다고 한다. 워낙 외진 곳이어서 대한제국 말기 의병장 신돌석이 몸을 숨길 수 있었고, 계곡 상류 ‘독곡’이라는 곳에서는 1970년대 중반까지 화전민이 밭을 일구며 살았다. 그렇다 보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전문 트레커만 찾았던 곳이다. 지금은 나무데크와 다리 덕에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게 됐다. 물론 계곡의 원시림을 훼손했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나무탐방로는 지형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깊은 계곡 속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비탈에 놓인 나무데크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은 절경의 연속이다. 신선계곡을 더욱 멋지게 만드는 것은 금강소나무다. 이 계곡은 온통 우람한 금강송의 바다다.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형상이라는 ‘매미소’(馬飮沼)를 지나 나무데크에 오르면 곧 신선탕이 보인다. 예로부터 신선이 목욕하며 놀았던 곳이라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신선탕은 아름다운 경치를 여러 사람이 즐긴다고 해서 ‘다락소’(多樂沼)라고도 부른다. 재미있는 이름은 이뿐만이 아니다. 하늘을 가리는 수직절벽은 ‘참새눈물나기’라고 한단다. 하늘을 나는 참새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험준한 곳이라는 뜻이다. ‘다람쥐한숨재기’는 암석이 수십개의 층계를 이루고 있어 다람쥐도 한달음에 뛰어오르지 못하고 숨을 돌려야 오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신선계곡 역시 최고의 비경은 용소다. 그래서 나무데크가 이어지는 계곡 끝까지는 편도 6㎞에 달하지만 대개는 용소까지만 돌아본다. 계곡입구에서 용소까지는 왕복 4㎞ 정도. 예전에는 계곡 아래로 내려가 용소를 정면에서 바라봤지면 지금은 계곡을 잇는 나무다리 위에 올라 공중에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왕피천의 용소가 웅장한 규모로 찾은 이들을 압도한다면, 신선계곡의 용소는 그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깊게 파인 절벽이 아스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북 울진의 백암산 아래 좀고 긴 형태의 골짜기인 신선계곡에서도 가장 명소로 꼽히는 용소. 웅장한 규모로 압도하는 맛은 엇ㅂ지만 깊게 파인 절벽이 아스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여행메모△가는 길=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풍기IC나 영주 IC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울진으로 향하면 된다.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동해 IC에서 7번 국도를 따라갈 수 있다. △먹거리=요즘 울진의 대표 먹거리는 단연 물회다.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과 조막하게 썬 졸깃한 회가 초여름 잃어버린 입맛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죽변리의 정훈이네횟집(054-782-7919)이 맛있다. △잠잘 곳=신선계곡 쪽 한화리조트 백암(054-787-7001)은 울진의 대표적인 숙소다. 리조트 뒤편 온천학습관 마당에선 온천수가 솟는다. 계곡트레킹 등으로 지친 몸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무료 족탕시설도 갖췄으니 발의 피로를 풀어도 좋다. 바다횟집 물회경북 울진의 왕피천계곡은 절벽에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지만 비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물길 바로 옆을 걷는 것이 좋다.경북 울진의 왕피천계곡은 절벽에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지만 비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물길 바로 옆을 걷는 것이 좋다.경북 울진의 백암산 아래 좁고 긴 형태의 신선계곡은 가파른 비탈에 놓인 나무데크 아래로 그코 작은 소와 폭포가 어우러져 말 그래로 ‘신선의 비경’을 빚어낸다.경북 울진의 백암산 아래 좁고 긴 형태의 신선계곡은 가파른 비탈에 놓인 나무데크 아래로 그코 작은 소와 폭포가 어우러져 말 그래로 ‘신선의 비경’을 빚어낸다.▶ 관련기사 ◀☞ [여행+] 파도 가를 사람 '후포항'으로 오라
2015.06.23 I 강경록 기자
 신선 논 강선계곡에서 만난 천상의 화원
  • [e주말] 신선 논 강선계곡에서 만난 천상의 화원
  • 신선이 머물다 간다하여 이름붙은 강선계곡[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 보는 점봉산(1424m)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존지역이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식물의 북방 한계선과 남방 한계선이 만나는 지점으로,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사람의 발길도 드물어 원시의 생태가 잘 보존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능선에 자리한 곰배령(1164m)은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야생화 천국이다. 점봉산 입산은 금지되지만 강선계곡부터 곰배령까지 약 5km에 생태 탐방 구간이 조성되어 귀하고 아름다운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여름까지 군락을 이루는 투구꽃▲탐방로 따라 이어진 계곡과 숲, 그리고 야생화산림청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강선계곡 입구에 자리한 점봉산생태관리센터로 가면 출입증을 발급받아 탐방을 시작한다. 안내원은 따로 없고 정해진 탐방로를 따라 오르며 계곡과 숲, 야생화를 만난다. 곰배령 정상과 가까운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비교적 완만해서 고운 자태를 뽐내는 야생화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신선이 내려와 놀고 간다는 강선계곡 물소리를 음악 삼아 설레는 발걸음을 옮긴다. 3~4년 만에 한 번 모습을 보인다는 조릿대 꽃이 정원을 이루고, 초여름까지 무리 지어 피는 괴불주머니와 투구 모양을 닮은 투구꽃도 인사를 건넨다. 다른 지역에서는 8월말에서 9월에 꽃을 피우는 투구꽃은 강선계곡의 기후적 특성 때문에 늦봄부터 여름에 꽃을 볼 수 있다.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는 속새 군락 사이로 홀아비바람꽃이 귀여운 얼굴을 내민다. 몇 걸음 옮기자 너도바람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장마가 지나면 피기 시작할 박새 군락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기를 달리하며 피고 지는 수많은 야생화가 계곡 주변의 울창한 숲 속에 서식한다. 펜션이 모여 있는 강선마을을 지나면 계곡은 좁아지고 숲은 더 울창해진다. 점봉산은 흙보다 돌이 많아서 돌무더기가 계곡 주변에 작은 정원을 만든다. 물이 잘 빠지는 돌밭과 계곡의 적절한 습기, 고산지대의 바람이 야생화 서식에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꽃이 지고 잎만 남은 야생화부터 이제 막 절정에 들어선 야생화, 여름 개화를 준비하는 야생화가 어우려져 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미나리냉이와 전호, 눈개승마가 환한 얼굴로 반기고, 피나물과 줄딸기가 숲의 그늘을 밝혀준다. 다른 지역에서는 봄에 피는 세잎양지꽃이 계곡의 그늘 속에서 반가운 얼굴을 내밀고 물참대는 초록 이파리에 작고 하얀 꽃잎을 가득 달고 손을 흔든다. 광대수염, 족도리풀, 졸방제비꽃, 뫼제비꽃이 허리를 숙이게 만든다. 어여쁜 개별꽃이 무리 지어 작은 꽃밭을 이루었다. 울창한 침엽수림이 이어지는 탐방로▲정상까지 이어진 싱그러운 초록 세상고도가 천천히 높아지며 모습을 달리하는 숲을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다. 높이 자란 소나무 군락을 지나기도 하고,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에 이끼가 자라는 원시의 계곡을 만나기도 한다. 벚꽃같이 하얀 잎을 떨군 귀룽나무와 꽃봉오리를 다부지게 만든 함박꽃나무도 비탈면을 따라 자생한다. 돌 틈마다 자란 관중이 거대한 초록 이파리를 뽐내고, 곰배령 정상에 가까워지면 제법 넓게 군락을 이루어 싱그러운 초록 세상을 보여준다. 금빛 테두리가 독특한 금강애기나리, 꽃잎이 바늘처럼 가는 삿갓나물,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연령초를 만나며 야생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때쯤 경사가 급해지며 머리 위로 하늘이 언뜻언뜻 비치기 시작한다. 바람 소리도 강해진다. 곰배령에 가까워진 것이다. 가파른 탐방로를 오르느라, 주변에 핀 야생화를 살피느라 걸음이 두 배로 느려지는 구간이다. 키 작은 관목 숲을 지나며 하늘이 열리고, 마침내 곰배령의 드넓은 평원이 가슴에 안기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난다. 점봉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작은점봉산의 둥그런 봉우리를 기둥 삼아 펼쳐진 곰배령은 ‘곰이 하늘로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형상’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인제의 현리와 진동리, 양양의 서면에서 산나물을 뜯으러 온 아낙네들이 만나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던 곳,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쨍한 햇살에 나물을 널어 말리던 곳이다. 지금은 나무 데크가 깔린 짧은 탐방로 외에는 사람의 발길이 허락되지 않는다. 강선계곡을 오르며 만난 야생화가 한자리에 모이는 평원에서는 아득히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도 볼 수 있다. 곰배령 정상에서는 야생화를 가까이 보는 대신 군락을 감상하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이 땅의 소중함을 느낀다. 곰배령 정상의 풍광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부터 가을까지 절정이다. 이 시기에 야생화가 천상의 화원을 만든다. 하루 탐방 인원이 300명으로 제한되고, 오전 9시와 10시, 11시에 탐방객을 들여보내는 등 규칙이 까다롭다. 곰배령에서는 오후 2시까지 탐방을 마치고 하산해야 한다. 3~5시간이 걸리는 왕복 10km 코스인데다, 야생화 감상까지 고려하면 시간 점검이 필수다.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인 만큼 지정된 탐방로를 지키는 예절은 기본이다. 탐방로에서 만난 고사목방태산자연휴양림은 방태산(1444m)의 울창한 숲과 계곡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탐방지다. 수량이 풍부한 이단폭포를 지나 소나무 숲과 낙엽송림을 잇는 생태관찰로가 조성되어 아이들 손잡고 산책하기 좋다. 우렁찬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머무르는 산림문화휴양관이 멋지고, 캠핑 마니아를 위한 야영 데크도 넉넉하다. 여행길에 방동약수도 들러보자.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과 철분 함량이 높아 소화를 돕고, 위장병에도 효험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맛이 좋고 울창한 숲 속 깊이 파인 암반 사이에서 솟아나는 약수가 신비롭다. 옛날 어느 심마니가 산삼을 캐낸 자리에서 약수가 솟구쳤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진다. 점봉산생태관리센터(033-463-8166), 방태산자연휴양림. 033-463-8590. ◇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곰배령 생태 체험▷1박 2일 여행 코스= 방동약수→방태산자연휴양림 생태관찰로 탐방→숙박→곰배령 생태 체험△가는길▷버스= 서울-현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회(08:15~17:36) 운행, 약 2시간 10분 소요. 현리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설피밭·꿩바치·밤골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진동2리 정류장 하차, 하루 3회 운행(06:20~17:20) 도보 약 3km 거리에 점봉산생태관리센터.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동차= 서울춘천고속도로→동홍천 IC→속초·인제 방면 오른쪽 도로→설악로 따라 약 6km 이동→철정교차로에서 상남·내촌·국군홍천병원 방면 우회전→아홉사리로 따라 약 46km 이동→진방삼거리에서 방동리 방면 우회전→조침령로 따라 약 22km 이동→진동삼거리에서 진동리·양수발전상부댐 방면 좌회전→설피밭길 따라 약 6.5km 이동→곰배령 주차장→도보 153m 거리에 점봉산생태관리센터△잠잘곳= 세쌍둥이네풀꽃세상(기린면 설피밭길, 033-463-2321, www.sulpi.net), 설피밭지수네(기린면 설피밭길, 033-463-0411, www.sulpibat.com), 풍경소리(기린면 설피밭길, 033-463-1209, www.pungkungsori.com)△먹을곳= 고향집(두부 요리, 기린면 조침령로, 033-461-7391, 곰배령끝집(나물전·라면, 기린면 곰배령길, 033)463-0046, www.곰배령끝집.kr), 설피민국(곤드레밥·나물전, 기린면 설피밭길, 033-461-7242), △주변 볼거리= 내린천, 미천골자연휴양림계곡에 기대어 피어난 괴불주머니초여름까지 만날 수 있는 너도바람꽃계곡의 그늘을 밝혀주는 전호독특한 모양의 광대수염개별꽃 무리를 관찰하는 가족나들이객고산지대 수목의 특성을 볼 수 있는 탐방로방태산자연휴양림의 2단 폭포
2015.06.07 I 강경록 기자
 '신록' 싱그러움 '바다' 향긋함 품은…경북 포항
  • [e주말] '신록' 싱그러움 '바다' 향긋함 품은…경북 포항
  • 기청산식물원. 아름다운 식물원으로 손꼽히는 이곳에는 토종 들풀과 수목, 각종 꽃 등 식물 2500여 종이 자란다. 5~6월이면 작약, 초롱꽃, 약모밀, 쪽동백, 당조팝나무 등이 환하게 꽃을 피운다. 새들이 지저귀고 온갖 꽃과 나무가 울창한 식물원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내연산 계곡. 봄 풍경을 만끽하며 트레킹을 즐기기 좋다. 계곡 따라 산길이 이어지는데, 곳곳에 폭포가 즐비해 지루할 틈이 없다. 내연산계곡의 입구 격인 보경사에서 경상북도수목원까지 12.8km 숲길에 데크 로드와 안전 펜스 등이 설치되어 남녀노소 모두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여행하기 가장 좋은 5월, 포항으로 떠난다. 내연산계곡~기청산식물원~죽도시장~영일대해수욕장~구룡포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전복죽, 활어회, 물회, 국수, 찐빵 등 먹거리도 다양하다. 첫 목적지 내연산계곡은 봄 풍경을 만끽하며 트레킹을 즐기기 좋다. 계곡 따라 산길이 이어지는데, 곳곳에 폭포가 즐비해 지루할 틈이 없다. 내연산계곡의 입구 격인 보경사에서 경상북도수목원까지 12.8km 숲길에 데크 로드와 안전 펜스 등이 설치되어 남녀노소 모두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내연산계곡의 좋은 점은 굳이 모든 코스를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연산폭포까지 다녀와도 내연산계곡의 하이라이트는 다 구경하는 셈이다. 아이와 함께 걸어도 왕복 2시간이면 넉넉하다. 내연산계곡 최고 절경은 연산폭포다. 연산폭포 가기 전에 구름다리가 아찔하게 걸려 있고, 그 아래로 관음폭포가 흘러내린다. 출렁이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굉음과 함께 쏟아지는 연산폭포를 만난다.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불리는 겸재 정선이 청하현감으로 재직할 때 〈내연산삼용추도〉라는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니, 내연산의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연산계곡에서 나와 찾을 곳은 기청산식물원이다. 아름다운 식물원으로 손꼽히는 이곳에는 토종 들풀과 수목, 각종 꽃 등 식물 2500여 종이 자란다. 5~6월이면 작약, 초롱꽃, 약모밀, 쪽동백, 당조팝나무 등이 환하게 꽃을 피운다. 새들이 지저귀고 온갖 꽃과 나무가 울창한 식물원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양치식물원, 자생화원, 아열대원, 희귀멸종위기 식물원 등이 있는데, 아이들은 커다란 낙우송이 있는 곳에 가장 흥미를 보인다. 나무 둘레에 뿌리가 송이처럼 솟아났기 때문이다. 뿌리로 숨을 쉬는 희한한 모습에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식물원에서 나와 포항 시내로 가는 길, 사방기념공원도 들러볼 만하다. 1960~1970년대 사방 사업에 종사하며 국토 녹화에 힘쓴 사방 기술인의 자료를 전시한 곳이다. 당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포항 물회. 물회는 고기를 잡느라 바쁜 어부들이 한 끼 식사를 빨리 해결할 요량으로 먹던 음식. 방금 잡은 물고기를 회 쳐서 고추장 양념과 물을 넣고 훌훌 들이마신 데서 유래했다.자, 이제 출출해질 시간이다. 죽도시장에 가면 전복죽과 물회 등 포항의 별미가 기다린다. 죽도시장은 포항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상설 시장이자, 경북과 강원도 일대의 농수산물이 집결·유통되는 요충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작은 시장이었지만, 1970년대 초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대형 상설 시장이 되었다. 2000여 점포가 빼곡하며, 김과 파래, 매생이부터 상어, 고래 고기까지 동?서?남해안에서 나는 수산물이 거래된다. 어시장 구역 외에도 농산물거리와 먹자골목, 떡집골목, 이불골목, 한복골목 등이 있다. 시장 구경에서 음식이 빠질 수 없는 법. 죽도시장의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물회다. 시장 한쪽에 물회골목이 있다. 물회는 고기를 잡느라 바쁜 어부들이 한 끼 식사를 빨리 해결할 요량으로 먹던 음식. 방금 잡은 물고기를 회 쳐서 고추장 양념과 물을 넣고 훌훌 들이마신 데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어부 사이에서 유행하다가 차차 주민에게 알려지면서 ‘포항물회’라는 지방 특유의 음식으로 정착했다. 죽도시장 입구에 자리한 ‘운하회대게식당’은 가자미, 광어, 우럭, 도다리, 노래미 등 제철에 나는 흰 살 생선으로 물회를 만든다. 배, 마늘, 미나리, 양파, 오이, 당근, 쪽파, 고추장, 참기름, 김 등 양념도 12가지나 들어간다. 갖가지 해산물 반찬에 매운탕을 곁들이는 것도 특징이다. 매콤하고 시원한 물회 한 그릇 비우면 나른한 몸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전복죽도 유명하다. 굵직하게 썬 전복에 참기름을 두르고 끓이는데, 고소한 풍미가 남다르다. 내장을 함께 넣고 끓여 깊은 맛이 난다. 그 맛에 반해 숟가락으로 훌훌 떠먹다 보면 금세 바닥이 보여, 배가 부르지 않으면 한 그릇 더 먹고 싶을 정도다. 뜨끈한 수제비도 지나치면 섭섭하다. 시장 한쪽에 수제비를 파는 좌판 식당이 늘어선 골목이 있다. 메뉴는 수제비와 칼국수, 칼제비가 전부. 감자와 부추 등을 넣고 팔팔 끓인 멸치 국물에 칼국수와 수제비를 넣고 김 가루를 뿌려 낸다. 탁자마다 양념장과 다진 청양고추가 있어 취향에 따라 넣어 먹는다. 칼국수와 수제비 중 뭘 먹을지 고민이라면 ‘섞어’로 통하는 칼제비를 선택한다. 한 그릇에 칼국수와 수제비를 반씩 담아준다. 죽도시장 앞으로는 포항운하가 흐른다. 1970년대 초 포항제철을 준공하며 물길이 막힌 동빈내항 일대에 오염물이 쌓여 죽도시장까지 악취가 진동했는데, 이를 과거의 모습으로 복원하면서 1.3km 길이의 물길을 냈다. 포항운하관에 가면 동빈내항의 역사, 운하의 설립 배경과 건설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영일대해수욕장은 따뜻한 봄 바다의 정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원래 이름은 북부해수욕장이었지만, 해상 누각인 영일대가 세워지면서 영일대해수욕장으로 바뀌었다. 해수욕장 뒤편으로 카페와 레스토랑, 횟집 등 유흥 시설이 밀집해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기에도 좋다. 전복죽. 굵직하게 썬 전복에 참기름을 두르고 끓이는데, 고소한 풍미가 남다르다. 내장을 함께 넣고 끓여 깊은 맛이 난다. 그 맛에 반해 숟가락으로 훌훌 떠먹다 보면 금세 바닥이 보여, 배가 부르지 않으면 한 그릇 더 먹고 싶을 정도다.이왕 나선 걸음이니 구룡포까지 가보자.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어부들의 부지런한 모습, 생선을 손질하는 여인네들의 웃음소리, 바다를 분주히 오가는 고깃배의 모습이 정겨운 곳이다. 요즘 구룡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근대문화역사거리다. 좁다란 골목 양쪽에 1910년대 일본인 어부들이 살던 적산 가옥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특히 1938년 구룡포어업조합장을 지내면서 큰 부를 쌓은 하시모토 젠기치(橋本善吉)의 이층집이 눈길을 끈다. 일본에서 공수한 건축자재로 지은 이 건물은 부쓰단(?壇), 고타쓰(炬?), 란마(欄間), 후스마(?), 도코노마(床の間) 등 일본 건축양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지금은 구룡포 근대역사관으로 사용되며, 건물 내부에는 당시 구룡포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었다.골목 가운데 자리한 일본식 찻집 ‘후루사토야(古里家)’도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해준다. 일본어로 ‘고향 집’이라는 뜻의 일본식 목조 가옥으로, 일본 장식품과 인형, 다기 세트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방이 일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녹차, 호지차(ほうじ茶), 커피 등을 판매하는데, 다다미방에 앉아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다. 구룡포에는 아주 오래된 국수 공장이 있다. 1971년 문을 연 ‘제일국수공장’이다. 당시 구룡포에는 국수 공장이 일곱 개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이 집만 남았다고 한다. 일흔이 훨씬 넘은 이순화 할머니가 지금도 소금물로 반죽하고 재래식 기계로 면을 뽑아 바닷바람 부는 건조장에 내다 말린다. 자연 건조를 고집하는 이유는 온풍기로 말리면 염분이 국수 표면에 달라붙어 짠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 집 국수는 탱탱하고 쫄깃해 씹는 맛이 좋다. 공장 뒷마당으로 가면 국수 말리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다. 봄 햇살에 말라가는 국수 가닥이 고운 무명실처럼 보인다. 맞은편에 자리한 ‘할매국수’는 제일국수공장의 국수만 사용해 멸치국수를 말아 내는 집. 고명으로 시금치와 깨소금을 단출하게 올린 국수가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준 국수를 떠올리게 한다. 구룡포초등학교 앞의 ‘철규분식’은 찐빵으로 유명하다. SBS-TV 〈생활의 달인〉에서 찐빵 최강 달인으로 소개될 만큼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다. 구룡포 지역의 토속 음식 모리국수도 맛보자. 큼지막한 솥에 그때그때 잡힌 생선과 채소, 고춧가루, 칼국수 등을 듬뿍 넣고 걸쭉하게 끓인다. 어부들이 뱃일을 마치고 먹던 음식으로, 매콤한 국물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게 한다. ‘많다’는 뜻이 있는 일본어 모리(森)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포항 영일대. 따뜻한 봄 바다의 정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원래 이름은 북부해수욕장이었지만, 해상 누각인 영일대가 세워지면서 영일대해수욕장으로 바뀌었다. 해수욕장 뒤편으로 카페와 레스토랑, 횟집 등 유흥 시설이 밀집해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기에도 좋다.◇여행메모△가는길=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대련 IC→동해대로→보경로→보경사(내연산계곡 입구)△잠잘곳 - 베니키아호텔 포항 : 남구 중앙로, 054)282-2700, www.benikeapohang.com (베니키아) - 갤럭시관광호텔 : 북구 해안로, 054)251-9988, www.galaxyhotel.kr - 영일대호텔 : 남구 행복길, 054)221-9452, www.yeongildae.co.kr - 네이처풀빌라 : 북구 청하면 해안로, 010-6700-1200, www.naturepoolvilla.com - 씨캐슬펜션 : 북구 청하면 해안로2000번길, 054)261-1600, www.seacastlepension.com△먹을곳 - 운하회대게식당 : 물회, 북구 죽도시장길, 054)246-5656 - 유화초전복죽 : 전복죽, 북구 죽도시장2길, 054)247-8243 - 제일국수공장 : 국수,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221번길, 054)276-2432 - 후루사토야 : 호지차,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 054)276-9461 - 할매국수 : 멸치국수,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054)284-2213 - 철규분식 : 찐빵,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054)276-3215 - 까꾸네 모리국수 : 모리국수,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 054)276-2298△주변 볼거리= 호미곶, 오어사, 칠포해수욕장, 포항함, 일월지 등▶ 관련기사 ◀☞ [e주말] 나들이…왕처럼 하루를 '조선왕가 힐링스힐'☞ [e주말] 나들이…전통민속의 보존 '부천 한옥체험마을'☞ [e주말] 나들이…강가의 로맨스 '북한강 드라이브길'☞ [e주말] 나들이…천하명당서 애절한 사부곡 '융릉.건릉'☞ [e주말] 나들이…온가족 즐거운 '경마공원'
2015.05.03 I 강경록 기자
"철의 도시에도 봄은 왔는가"…청보리밭의 유혹
  • "철의 도시에도 봄은 왔는가"…청보리밭의 유혹
  • 경북 포항 대포면 구만리 일대의 청보리밭. 보리 새순은 지금부터 하루가 다르게 자라 5월 말 황금빛으로 물들기 전까지 싱그러운 초록바다를 일렁인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봄 문턱을 넘어선 삼월. 바람은 차가워도 지천에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산과 들판에는 지난겨울 동안 더 단단해진 가지를 뚫고 올라온 연록색 새순이 봄 잔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 가운데 제왕은 보리. 밭에선 한발 앞선 진초록의 봄빛이 벌써 선연하다. 잔디만큼 자라오른 보리순이 아직은 차가운 들판에서 따뜻한 봄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보리 새순은 지금부터 하루가 다르게 자라 5월 말 황금빛으로 물들기 전까지 싱그러운 초록바다를 일렁이며 봄축제를 선도해 나간다. 보리 새순 소식이 궁금해 찾아간 곳은 ‘철의 도시’ 경북 포항. 포항에 가까워질수록 봄 풍경은 더욱 또렷해진다. 온기를 머금은 봄바람은 해안선을 따라 후후 불어오고, 먼 바다부터 겹쳐지는 파도가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겨우내 깊게 잠든 대지를 깨운다. 그 바다를 바라보며 날개를 접고 몰려 앉은 갈매기떼를 헤아리노라면 가슴 가득 청량감이 밀려든다. 동해안 최대 상설시장이라는 죽도시장과 포항운항, 입맛 돋우는 음식에서도 포항의 봄은 지천으로 널려 있다. 하선대에서 바라본 영일만 전경. 영일만은 동쪽에 돌출된 호미곶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 일대에 해안단구가 잘 발달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925번 지방도를 타면 길 옆 반대 연안으로 포항제철소와 포항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봄기운 가득한 해안도로 드라이브포항 호미곶으로 가는 길. 포항시내를 벗어나 925번 지방도에 오른다. 구불구불 오래된 어촌마을과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길이다. 바다는 줄곧 오른편에서 떠날 줄 모른다. 느리면 느릴수록 더디면 더딜수록 더 정겨운 길이다. 천천히 다가가면 속속들이 꺼내 보여주는 봄 소식을 만날 수 있어서다.도구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승용차로 30분. 해안가 낮은 언덕을 굽이굽이 오르내린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작은 포구와 검은 갯돌해안, 금빛 해변이 띄엄띄엄 보인다. 가까이 포구마을이 보이면 반듯한 도로를 버리고 갯가 둑 위로 난 좁은 샛길로 들어선다. 봄기운 가득한 바다풍경이 좀 더 가까워 정겹게 느껴진다. 과메기와 오징어를 덕에 척척 걸어 놓는 촌부의 활기찬 손놀림에 덩달아 기운이 생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해안도로에는 오밀조밀한 풍경이 가득하다. 하선대와 선바위, 장군바위와 두꺼비바위 등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행진 끝 부분, 까꾸리개라 이름 붙은 갯바위 해안을 만난다. 까꾸리개는 경상도 사투리로 ‘갈퀴’를 의미한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셀 때 해안 가까이 회유하는 청어떼가 갯바위까지 떠밀려와 갈퀴로 쓸어 담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독수리 모양의 바위가 우뚝 선 해안에는 지금 청어 대신 갈매기떼가 하얗게 바다를 뒤덮고 있다. 이 또한 장관이다. 포항 호미곶이 있는 대보면 구만리 일대를 가득 채운 청보리밭. 잔디만큼 자라오른 보리 새순이 아직은 차가운 들판을 싱싱하게 달구고 있다. 보리밭 가운데 다섯소나무가 고고한 학처럼 기품을 잃지 않고 있다.◇초록물결 넘실… 호이곶 청보리밭까꾸리개에서 호미곶 등대로 넘어가면 파도에 밀려온 바람에 넘실대는 거대한 초록물결을 마주한다. 대보면 구만리 일대에 펼쳐진 청보리밭이다. 이곳을 가득 채운 66만㎡(약 20만평)를 넘는 청보리밭은 드넓은 들판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바닷가 언덕까지 이어졌다. 겨우내 모진 추위를 꿋꿋이 이겨낸 보리들이 이젠 봄 햇살에 푸름을 더하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한없이 일렁인다. 이곳 일대는 바닷바람이 강해 쌀농사가 힘들어 본래부터 보리밭 천지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대보 처녀는 시집갈 때까지 쌀 서 말을 못 먹는다’는 말이 있을까. 그만큼 쌀 구경하기가 들었던 곳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리밭 사잇길로 하얀색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이색적인 풍경을 그리며 한가롭게 돌고, 연초록 보리밭이 산과 바다를 향해 지평선과 수평선을 그린다.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보리밭 가운데 선 다섯 그루의 소나무는 고고한 학처럼 기품을 잃지 않고 터줏대감처럼 서 있다. 소문 듣고 찾아온 사진작가, 지나던 길에 멈춰 선 관광객들이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 앞바다에 세워진 ‘상생의 손’을 배경으로 셀프카메라 찍기에 여념이 없는 여행객들. ◇과거 속으로 풍덩…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청보리밭에서 호미곶까지는 지척이다. 해안가로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수면 위로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편 거대한 조형물이 나타난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과 그 앞바다에 조성한 조각 ‘상생의 손’이다. 밀레니엄을 앞두고 1999년 12월 세운 상생의 손 조각은 본래 두 개다. 대부분 사진으로 봤던, 바다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 거대한 손이 ‘오른손’이고, 나머지 ‘왼손’은 육지공원광장에 있다. 이 사실 알게 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손가락 끝에 갈매기 한 마리가 앉은 모양새가 고즈넉하다. 호미곶에는 ‘상생의 손’ 외에도 수평선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새천년기념관)와 그림 같이 예쁜 등대가 있는 국립등대박물관도 있다. 호미곶을 나와 구룡포까지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아기자기한 해변을 따라 도착한 구룡포에는 일제강점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역사거리. 구룡포항 인근 구룡포우체국을 돌아들어 가는 작은 골목. 안으로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어부들이 황금어장인 이곳 구룡포로 이주하면서 형성된 거리다. 당시 지어진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한 세기가 지나도록 작은 골목길을 사이로 두고 머리가 맞닿을 듯 서 있다. 우리가 흔히 ‘적산가옥’이라 부르는 건물이다. 적산가옥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 지어진 일본인들의 집. 목조가 주를 이루며 군더더기 없는 외형과 창이 많은 점 등이 특징이다.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포항운하와 크루즈. 지난해 3월 개통한 포항운하는 형산강과 동빈내강을 잇는 길로 물길이 원활해져 수질이 좋아졌다.◇다시 뚫린 물길 위에 낭만도 흐른다…포항운하 포항 도심 경관이 확 달라졌다. 지난해 3월 포항운하를 개통하면서다. 형산강과 동빈내강을 잇는 길이 1.3㎞, 폭 15~26m의 포항운하는 지난 40여년 동안 끊겼던 물길을 다시 잇기 위해 뚫었다. 운하가 개통되면서 송도해수욕장이 있는 송도동은 섬이 됐고, 물의 흐름이 원활해져 수질이 좋아졌다. 운하 주변은 군데군데 설치미술 작품이 있는 깔끔한 산책로로 탈바꿈했다. 포항운하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포항크루즈를 타는 방법이 가장 좋다. 포항크루즈는 A코스와 B코스로 운항한다. A코스는 크게 도는 코스로 약 8㎞, 40분 정도가 걸린다. 요금은 1만원. B코스는 기상이 안 좋을 때 A코스를 줄여 단축 운항하는 코스. 왕복 6㎞로 30분 정도 소요된다. 요금은 6000원. 포항운하관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작은 배를 타고 아기자기한 도심을 유랑하는 맛이 제법 낭만적이다. 승선 전에 선장이 ‘새우맛 나는 과자’를 사라고 호객하는데, 미리 사오지 않았다면 이때 무조건 사는 게 좋다. 이 과자 덕에 몰려드는 갈매기에 잃어버린 동심을 찾을 수 있다. 크루즈는 파도가 높은 날을 제외하면 운하, 요트 계류장, 포항함 체험관, 여객선 터미널을 거쳐 영일만의 넓은 바다로 나간 뒤 다시 포항운하관으로 돌아온다. 포항운하관에는 포항운하의 복원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운하전시관과 바다 쪽으로 큰 창이 난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다. 바다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그윽하다. 철규분식 찐빵. 고급스럽지 않은, 그래서 더 인공적이지 않아 더 정감가는 맛이다.◇여행메모△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대구까지 가서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간다. 경부고속도로에 올라서 김천으로 가서 김천∼포항 간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4월 초에는 포항까지 가는 길이 가까워진다. 코레일이 4월 2일부터 서울역~포항역을 잇는 KTX를 20여편을 운행한다. △묵을 곳= 지곡단지 내 숲 속 영일대호텔(054-221-9452~3)이 자리하고 있다. 포항제철소를 건설하는 동안 숱한 귀빈들이 다녀간 포항의 역사가 담긴 숙소다.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은 아예 이곳을 숙소 삼아 제철소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포항을 방문할 때면 이곳에서 주요 인사를 만나고 업무도 처리했고 김수환 추기경도 생전에 다녀간 포항의 ‘명소’다. △먹을 곳▷철규분식(054-276-3215)=구룡포초등학교 앞 50년 전통의 찐빵집이다. 평일 주말 구분 없이 늘 손님으로 북적인다. 특이한 점은 찐빵을 단일메뉴로 먹을 확률이 거의 없다는 점. 가게로 들어서자마자 주인장의 “찐빵 없어요”가 먼저 울린다. 그래도 포기하지 마시길. 일단 국수나 팥죽을 시켜놓고 찐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기다림의 끝은 달콤한 전통 팥빵. 국수(2000원), 팥죽(2000원), 찐빵(3개 1000원)이다. ▷다미촌(054-283-0046)=생고기 전문점이다. 육회와 뭉태기, 갈비살이 대표음식. 하지만 생고기보다 유명한 것은 바로 이곳 주인장인 함순복 씨다. 일명 ‘폭탄주 달인’으로 불린다. 모 주류회사에서 명예홍보대사 1호로 선정했을 정도. 총 여섯 가지 폭탄주를 제조하는데 단골을 위한 주인장의 특별 서비스인 셈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칵테일 제조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예술성이 뛰어나다. 하선대에서 바라본 영일만 전경. 영일만은 동쪽에 돌출된 호미곶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 일대에 해안단구가 잘 발달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925번 지방도를 타면 길 옆 반대 연안으로 포항제철소와 포항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925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갯가 둑 위로 난 좁은 샛길로 들어서면 과메기와 오징어를 덕에 척척 걸어 놓는 촌부의 활기찬 손놀림도 볼 수 있다.925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갯가 둑 위로 난 좁은 샛길로 들어서면 과메기와 오징어를 덕에 척척 걸어 놓는 촌부의 활기찬 손놀림도 볼 수 있다.구룡포과메기 덕장.호미곶 전망대에서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여행객.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 전경. 양 쪽 건물이 작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닿을 듯 서 있다.포항크루즈로 몰려드는 갈매기떼.포항크루즈로 몰려드는 갈매기떼.㎦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포항운하의 포항크루즈.포항운하의 야경. 운하 주변으로는 군데군데 미술 작품이 있는 깔끔한 산책로로 탈바꿈했다.
2015.03.03 I 강경록 기자
해안절경 품고 쪽빛바다 지나 거친계곡으로…경북 울진
  • 해안절경 품고 쪽빛바다 지나 거친계곡으로…경북 울진
  • 죽변항 죽변 대가실해변의 드라마촬영장에 조성된 ‘어부의 집’이 한폭의 그림처럼 떠 있다. 죽변 대가실의 ‘드라마촬영장’은 죽변등대, 죽전(竹箭)숲, 하트해변과 일출, ‘용의 꿈길’로 명명된 대숲길을 품은 생태관광 울진군의 명소. 푸른 동해의 싱싱한 수산물 먹거리의 보고인 죽변항과 연접해 관광객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사계절 생태관광명소’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울진은 깊은 골짜기와 푸른 동해를 품고 있다. 태백산맥 준령에 가로막혀 도서지역을 제외하고 서울서 가장 먼 곳이기도 하다. ‘등허리 긁어 손 안 닿는 곳’이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 지세도 험해 겨울에 왕피천 은어길은 왕피천 하류 지점인 구산2리 성산지에서 출발해 까치소, 터널수로, 전망대를 거쳐 구산3리 물병골에 이르는 약 2.2km 편도길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울진이다. 그래서일까. 울진은 원시 그대로의 것들이 참 많다. 천연기념물 산양과 수달 등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인 금강 소나무숲길을 비롯해 관동팔경에 속하는 망양정과 월송정, 후포갓바위·죽변등대·하트해변·촛대바위 등. 여기에 자연 용출 온천수의 덕구계곡과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왕피천계곡·불영계곡·신선계곡 등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곳이 즐비하다. 탁 트인 쪽빛바닷길 풍경 감상은 덤. 이맘 때에는 대게가 제철이라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경북 울진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갯바위에 서서 바다 낚시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시 사철 손맛이 좋아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망향정~후포항’ 해안도로 달리며 관동팔경 만끽 속초나 부산에서 출발한다면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7번 국도를 타고 가길 권한다. 시간은 좀 더 걸릴지 몰라도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동해안의 멋진 비경들 덕에 한결 여유롭다. 7번 국도는 파발마가 달리던 서생을 지나 아름다운 주전 해변을 돌아서 포항·울진·삼척을 지나 강릉을 거쳐 속초로 올라가는 긴 해안도로. 언제 가도, 몇 번씩 달려도 그때마다 새로운 표정과 빛깔로 다가온다. 찌들고 주눅 든 마음을 구석구석 매만져주고 위로해주는 그런 길이다. 울진의 대표적인 해안도로는 ‘망향정~후포항’을 잇는 102㎞ 코스. 이 길의 하이라이트는 망양정에서 덕신리까지 이어지는 20km 구간이다. 소위 ‘쪽빛바닷길’로 불린다. 울진의 전형적인 어촌마을을 가로질러 짭조름하고 비릿한 바다냄새의 포구를 기웃거리며 느릿느릿 이어진다. 그 길에서는 여행자와 주민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너나없이 어우러진다. 그래서인지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이 길의 소요시간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울진의 명승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망향정과 월송정은 관동팔경에 속해 있는 대표 명승지. 망향정 바로 옆 해맞이 공원에서 일출을 감상하거나 월송정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숲을 걸어도 좋다. 울진 최남단에 자리한 후포항은 국내 최대의 대게잡이 항구다. 요즘 후포항은 제철을 맞은 대게·오징어잡이배가 분주하게 드나들며 활기를 띠고 있다. 후포 등대와 등기산 공원, 그 바로 아래 갓바위 전망대는 이 일대 최고의 일출 명소다. 산포3리를 지나 진복리 방면으로 가다 보면 우뚝 솟은 바위가 눈에 띈다. 촛대바위다. 뾰족한 바위 꼭대기에 자라는 소나무가 마치 초 위에 촛불이 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도보여행자도 드라이브를 즐기던 이들도 이쯤에서 꼭 한 번씩은 카메라를 까내 든다. 드라이브 코스의 종착지인 오산항은 아담한 항구와 방파제,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작은 백사장 등이 어우러져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계곡 트레킹 1번지 ‘왕피천 트레킹’ 울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야성미 넘치는 계곡 트레킹이다. 울진의 계곡이라면 불영계곡을 먼저 떠올리지만 오지 계곡의 대명사로 불리는 왕피천도 빼놓을 수 없다. 왕피천은 트레킹 마니아들이 최고로 꼽는 곳. ‘계곡 트레킹 1번지’ ‘계곡 트레커의 로망’이라는 별칭이 붙어 다닌다. 왕피천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울진군 서면 왕피리와 구산리를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길이 61㎞의 물길이다. 험준한 산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아 우리 땅 최고의 오지이자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금도 산양, 수달 등 멸종위기 동물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트레킹의 시작점은 왕피천 중간쯤에 자리한 근남면 굴구지마을이다. 울진에서도 오지인 굴구지마을은 아홉 굽이 산자락을 돌아가야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아 군청에서 별도로 마련해준 승합차가 하루 세 번 마을과 읍내를 왕복한다. 여기서 출발하는 트레킹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물길을 따라 자갈밭을 걷고 바위를 오르는 계곡트레킹과 계곡을 따라 산자락에 조성해 놓은 생태탐방로를 따르는 방법. 물론 왕피천의 비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물길 바로 옆을 걸어야 한다. 왕피천의 으뜸 절경은 용소. 굴구지마을에서 상류 쪽으로 4㎞ 떨어져 있다. 왕복 8㎞를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중간쯤인 상천 환경감시 초소까지 자동차로 올라가도 된다. 트레킹 초보자에겐 왕피천 은어길이 좋다. 왕피천 하류 지점인 구산2리 성산지에서 출발해 까치소, 터널수로, 전망대를 거쳐 구산3리 물병골에 이르는 약 2.2㎞ 편도길.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양쪽 어디에서 출발해도 상관 없지만 구산2리 성산지 방면에서 시작하는 것이 수월하다 .울진해양스포츠센터 잠수풀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할 수 있다. 전문 강사가 일대일로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하며 안전을 책임진다. ◇바닷속 산봉우리·멍게동산…신비한 해저 탐험울진은 스쿠버다이버들에게 보배와도 같은 곳이다.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무어해저 오봉 포인트와 국내선 보기 힘든 거대한 멍게들이 군락을 이룬 나곡수중 꽃동산 포인트는 초보 스쿠버다이버라면 꼭 나서야 할 울진의 바닷속 세상이다.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시설이 있다는 것도 이유다. 원남면 오산리에 있는 울진해양스포츠센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문교육시설. 수심이 5m에 달하는 국내 최고의 다이빙전용 풀장과 스킨스쿠버 교육 중 발생할 수 있는 잠수병을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챔버 치료실, 2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휴게실, 풋살경기장 등의 편의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스쿠버다이빙 이론과 장비소개, 체험다이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체실(50인), 오션뷰와 마운틴뷰(8인실), 18명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벙크베드 등이 있어 가족 단위나 단체 해양캠프로도 적당하다. 잠수풀 체험다이빙은 호흡법과 수신호, 잠수장비 등 간단한 이론교육 후부터 가능하다. 잠수풀의 크기는 35m×18m. 전문강사가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한다. 체험자는 강사의 지도하에 모든 장비를 갖추고 물에 입수하고 강사는 체험자를 천천히 풀 아래로 유도한다. 1m마다 강사는 수신호로 체험자의 상태를 끝까지 확인한다. 직접 바다로 가는 개방수역 체험다이빙도 할 수 있다. 역시 강사 인솔하에 5~10m 수심 정도에서 수중세계를 탐험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울진의 청정 바닷속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울진의 대표 먹거리 대게는 초겨울 살이 오르기 시작해 초봄까지 다리마다 살이 포실하게 들어찬다.◇여행메모△가는 길=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풍기 IC나 영주 IC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울진으로 향하면 된다.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동해 IC에서 7번 국도를 따라갈 수 있다. △먹거리=요즘 울진의 대표 먹거리는 단연 대게다. 초겨울에 살이 오르기 시작해 초봄까지 다리마다 살이 포실하게 들어찬다. 대게를 먹고 싶다면 후포리의 왕돌회수산(054-788-4959)과 죽변리의 후계자울진대게센타(054-783-8918)를 추천한다. 동해의 졸깃한 물회가 먹고 싶다면 죽변리의 정훈이네횟집(054-782-7919)이 맛있다. △잠잘 곳=덕구계곡 초입에 덕구온천관광호텔(054-782-0677)이 있다. 구수곡 자연휴양림(783-2241)도 주말이면 방을 구하기 힘들 정도. 신선계곡 쪽에선 한화리조트 백암(054-787-7001)이 꼽힌다. 리조트 뒤편 온천학습관 마당에 온천수가 솟는다. 마실 수도 있다. 무료 족탕 시설도 갖췄다. △즐길 거리=‘2015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27일부터 3월 1일까지 후포항에서 열린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게 생산량과 우수한 품질을 홍보하기 위해 2000년부터 열리고 있다. 울진군이 주최하고 울진대게 축제집행위원회와 경북 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이 주관한다. 싱싱한 대게와 붉은 대게를 공짜로 관광객에게 나눠준다. 한 사람 당 대략 반 마리 정도다. 4인 가족이면 2마리인 셈. 한 가족이 오순도순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울진군은 지난해보다 제공하는 양을 두 배 정도로 늘렸다고 귀띔한다. 축제장 도착과 동시에 무료시식 시간 체크는 필수. 이외에도 대게 빨리먹기, 게살 발라내기, 대게국수 빨리먹기 등의 이벤트가 수시로 열린다. 울진대게와붉은대게축제집행위원회 054-787-1331. 경북 울진의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만나게 되는 풍경. 거칠게 몰려오는 짙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하나같이 거친 듯 부드럽고, 무거운 듯하면서도 가볍게 느껴진다.울진의 대표 먹거리 대게는 초겨울 살이 오르기 시작해 초봄까지 다리마다 살이 포실하게 들어찬다.‘망향정~후포항’을 잇는 해안도로 코스 중 ‘쪽빛바다길’ 옆에 솟은 ‘촛대바위’. 뽀족한 바위 꼭대기에 자라는 소나무가 마치 초 위에 촛불이 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2015.02.24 I 강경록 기자
김래원 "마음 따뜻해지는 강원도 겨울바다"
  • [고향으로 초대합니다]김래원 "마음 따뜻해지는 강원도 겨울바다"
  • 김래원.[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설 연휴는 18일부터 5일간 이어진다. 국내 명소를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또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잠시 옆으로 빠져 맛집을 다녀오는 것도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스타들이 추천하는 자신의 고향의 맛과 멋을 들어봤다.<편집자주>SBS 월화 미니시리즈 ‘펀치’. 박경수 작가의 필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빚은 웰 메이드 드라마로 남았다. 그 중심에서 극을 이끈 배우 김래원은 ‘펀치’ 촬영 중, 잊고 있었던 따뜻한 감성에 젖은 적이 있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그가 촬영을 핑계 삼아 고향을 오랜만에 찾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얼마 전 ‘펀치’ 촬영 차 속초 바닷가에 간 적이 있어요. 얼마 만에 강원도 행(行)이었는지, 괜히 설레더라고요. 역시나 한적한 강원도의 겨울 바다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참 따뜻하게 데워주더군요. 속초 바다를 거닌 짧은 시간이 빠듯한 촬영 일정 중 제게 큰 위로가 됐어요.”포털사이트에 ‘강원도 출신 연예인’이라고 치면 가장 먼저 뜨는 이름이 바로 김래원이다. 그 외에도 수 많은 스타가 강원도를 고향으로 하고 있지만 최근 안방극장(‘펀치’)과 스크린(‘강남1970’)을 오가며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강원도의 자랑’이 김래원인 셈이다. “중학교 때 서울로 올라와서 강원도에 대한 기억이 아주 많진 않아요. 하지만 ‘고향’이라는 곳이 나고 자란 공간이라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게 있잖아요. 설 명절에 많은 분들이 한 동안 잊고 지낸, 연락이 뜸했던 가족들과 만날 텐데, 그런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연휴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강원도에 들러 바다 바람도 만끽하시고요.”△볼거리-속초 해수욕장(강원도 속초시 조양동 1464-11) 속초시내에서 가깝고 수질이 깨끗한 곳이라 동해안에서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백사장에는 산책하기에 좋은 목재 데크도 설치되어 있다. 해변 앞에는 ‘조도’라는 섬이 떠 있어 풍광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 준다.△먹을거리-만석닭강정(강원도 속초시 중앙동 471) 속초 중앙시장에서 3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먹을거리다. 200℃가 넘는 온도에서 튀김기계가 아닌 가마솥에 튀겨, 일반 닭강정보다 바삭한 게 특징이다.
2015.02.17 I 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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