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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사과를 해”, “니나 가만히 계세요”…국감 이틀째, 곳곳서 고성
- [이데일리 박기주 배진솔 기자]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여야의 정쟁으로 연일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여부와 ‘윤석열차’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양측의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이 이어지자 의원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연이어 연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라는 발언까지 나오며 갈등이 격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행정안전위원회 김교흥 민주당 간사(오른쪽)와 이만희 국민의힘 간사 (사진= 국회사진기자단)◇윤석열·이재명, 국감 도마 위…“사과는 무슨 사과”, “니나 가만히” 고성국정감사 첫날 ‘버르장머리’ 발언으로 이미 여야가 한 차례 격돌한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장은 또다시 고성으로 얼룩졌다. 시작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일부에서는 ‘이재명 먹튀 방지법’이라고도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해당 법안은 당선무효형으로 선거비용 반환의무가 발생했을 때 정당이 이를 반환하지 않으면 정당보조금을 회수하거나 향후 보조금을 차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표가 언급되자 행안위 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이 “1심도 끝나지 않았는데 이걸 가지고 무슨 선거비용 반환을 얘기하는 건 정쟁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이를 제재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이 대표 사건은) 언론 보도와 수사기관의 공소장을 통해 공개된 사안”이라며 “(국감에서 의원의)발언 자체를 통제하려는 의도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의 발언에 김 의원은 “무슨 사과를 해. 사과 같은 소리하고 있어”라고 소리쳤고 야당 의원들도 “무슨 사과를 하냐”고 호응했다. 이채익 행안위원장이 자제를 촉구했지만 양측의 설전은 이어졌고, 결국 감사는 중지됐다.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국감장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반말과 고성을 주고받는 낯 뜨거운 상황이 연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어린이집 방문 일정에서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 캠페인)의 의미를 물었던 장면을 두고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현장 소통을 시도해서 그런지 대통령이 현장만 가면 논란이 된다”고 지적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여당 간사 강기윤 의원은 “대통령이 아나바다를 아느냐, 모르느냐 같은 부분을 침소봉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했고, 김 의원은 “본인은 본인 질의 시간에 대통령을 옹호하든 복지부를 옹호하든 해당 발언을 설명하든 해라. 가만히 계셔라”라고 맞받았다. 이후 강 의원은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라고 김 의원을 쏘아붙였고, 김 의원은 “지금 뭐라고 하셨나. 사과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굽히지 않고 “내가 니라고 왜 못해. 당신이 나를 훈계할 수 있느냐”고 큰 소리를 냈고, 회의장은 어수선해졌다. 결국 복지부 감사는 중지됐다.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이용호 국민의힘 간사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윤석열차` 논란, `초부자 감세` 논란 등 여야 격돌고등학생의 만화 ‘윤석열차’를 둘러싼 논란이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장에서도 이어졌다. 문체위 야당 간사 김용덕 의원은 “(‘윤석열차’와 관련해) 문체부가 협박성 보도자료를 두 차례나 낸 작금의 현실이 어처구니 없다”며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가 다시 떠오른다. 그때는 밀실에서 이뤄져서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번엔 아예 공개적으로 예술인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김 의원은 “예술인에게 경고한 문체부를 엄중히 경고하며,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어떤 시도도 중지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여당 간사 이용호 의원은 ”마치 문체부가 잘못한 것처럼 예단하고 말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조세정책) 국감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 효과를 두고 여야가 맞붙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약 80개 ‘초대기업’이 4조1000억원을 감세받고, 10만 개에 달하는 중소·중견기업 감세액이 2조4000억원에 불과한 ‘초대기업 편향 세제개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낙수효과를 기대하신다는 건데, 하버드대 교수들도 ‘감세 성장은 사기꾼 감언이설, 가짜 만병통치약’이라고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비판에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낙수효과 논란이 부질없다고 느끼는 것이, 낙수는 당연히 있고 긍정의 낙수와 부정의 낙수가 있는 것인데 대기업 법인세 감소로 투자 확대가 됐을 때 협력업체 중소·중견기업과 골목상권까지 다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주력기업이 잘 되면 골목상권까지 햇빛이 쨍쨍 쬐는 것이고, 주력 기업이 힘들어지면 전체가 싸그리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 돈벌이에 내몰리는 의사들…만성적자 필수의료 외면
- 아산병원 신관 입구에서 들여다본 내부 모습.(사진=이지현 기자)[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소아암을 전공한 수도권 A대형병원의 B교수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후임을 뽑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장으로부터 거절당했다. “내가 퇴임하면 누가 소아백혈병 환자를 진료하는냐?”고 물으니 병원장은 “그럼 앞으로 소아백혈병 환자들 보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C병원의 D 성형외과 전공의는 ‘하지 재건수술’을 한 다음 날 병원 이사장의 호출을 받았다. 가급적 재건수술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보내라는 지시였다. 8시간의 수술에 들어가는 의료진은 의사 4명, 간호사 4명 등 총 8명이지만, 수술비용은 저수가 항목에 해당돼 500만~6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D의사는 다음날 사표를 썼다. 의사들이 돈벌이에 내몰리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의료계에 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돈이 되지 않는 환자는 받지 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의 특정 과목 기피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다. 문제는 국민의 건강권이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아픈 사람은 있어도 고칠 사람은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과목별 전공의 지원 양극화…의정 협의에도 입장차 뚜렷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평균 3000명의 전문의가 배출돼 지난 6월 기준 활동 중인 전문의는 9만339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에 진학하면 26개 정도의 전공분야를 결정해 4년간의 수련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특정 분야 쏠림이 나타나며 필수의료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과목별로 전공의들의 지원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미달과목은 핵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병리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가정의학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외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이었다. 선호 학과는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피부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안과 순이었다. 혼자 개업해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곳으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한 관계자는 “산부인과 의사 무과실에도 보상금액의 30%를 의무 지급하도록 하는 의료분쟁 특례법이 정해져 있다”며 “산부인과 의사의 꿈을 포기하고 다른 과를 찾아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소아청소년과의 전공 지원율도 낮아지고 있다.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다 보니 수입을 국가가 정한 의료 수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공의협의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소아 환자 수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해마다 출산율 전망도 낮아져 3년 전까지 88%의 지원율을 유지했던 소아청소년과는 2022년 기준 23%의 지원율로 추락했다”고 말했다.전공의 기피 현상의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30대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했다. 문제는 병원에서 쓰러졌지만,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뇌질환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는 3명인데 ‘외과 수술’이 가능한 2명은 학회 참석이나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웠다. 이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이후 필수·응급의료 공백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와 병원, 병원·의사단체가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가 쉽지 않다. 양측 모두 인력 양성과 재정 투입을 강조했지만 차이는 분명하다. 정부는 수가 일부 인상과 공공의대 추진을, 의사협회는 충분한 수가 인상과 더불어 공공의대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수가 올려줘도 ‘미달’ 공공육성은 ‘먹튀’…NICU 확대 적용의료 현장에서는 수가 인상과 공공의대 설립 모두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복지부는 과거 흉부외과 전문의 확충을 위해 건강보험 수가 100% 인상과 가산금액 대비 30% 이상 지원을 약속했다. 이밖에 수련보조수당, 전공의 해외 단기연수 지원 등도 지원했지만, 흉부외과 지원율은 2017년 이후 지원율이 60%대에 그치고 있다. 김남중 대한감염병학회 이사장은 “과중한 업무 탓에 유인책에도 지원자가 없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감염전문의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공공의대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공공의대는 의사자격증 취득 이후 10년간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구조다. 국방부는 군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해 장기복무 군의관 제도를 운영 중인데 숙련의로서 활용도가 가장 높은 40대 초반에 전역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공공의대 도입시에도 유사한 먹튀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의료계 일각에서는 복지부의 성공사례였던 신생아집중치료센터(NICU) 모델을 확대 적용한 지역거점병원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위험 신생아 치료는 첨단장비와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의료기관들은 경영 적자를 이유로 운영을 기피해왔다. 이에 복지부는 2008년부터 신생아 집중치료 병상이 부족한 지역 대학병원에 시설·장비비와 운영비 등을 100% 국비로 지원했다. 그 결과 미숙아 생존율은 2007년 83.2%에서 2015년 87.9%로 상승했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정책이사를 맡고 있는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부교수는 “정부 지원으로 해당과 전문의들은 병원으로부터 적자주범이라는 비판 없이 환자만 볼 수 있게 됐다”며 “이런 시스템이 지역거점병원에 잘 갖춰진다면 서울 수도권으로의 환자 쏠림도 줄어 현장 의료진의 업무 과중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