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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하마드 알리'도 투병 파킨슨병 잡나...줄기세포 임상 치료 성공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박사 졸업생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한인 과학자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임상 치료에 성공했다. 지난 달 파킨슨병 환자 본인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변형해 뇌에 이식하는 치료에 성공한 것이다.의학 분야 국제 저널인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은 김 교수팀이 환자 피부세포를 변형해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생성하고, 이를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주입한 결과 면역체계의 거부반응 없이 구두끈을 다시 묶고, 수영과 자전거를 탈 정도로 운동능력을 회복했다고 소개했다.의료진의 수술 모습.<사진=한국과학기술원>김 교수는 신경과학과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모교인 KAIST에서 해외초빙 석좌교수와 총장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만성 퇴행성 뇌 신경계 질환이다. 국내에만 11만 명에 달하는 환자가 있고, 전세계에 600만에서 1000만명의 환자가 있다.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 前 세계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등도 투병했다.파킨슨병은 뇌에서 신경 전달 물질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발병해 근육의 떨림, 느린 움직임, 신체의 경직, 보행 및 언어 장애를 유발한다.지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신야 야마나카 교수가 ‘유도만능 줄기세포’ 제조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 기술이 뇌 질환 환자치료에 적용해 성공하지 못했다. 전 세계에서 한 명의 환자가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이용해 세포치료를 받았지만, 병이 호전되지 않았다.김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환자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로 파킨슨병 환자를 임상 치료했다.파킨슨병의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하려면 환자의 체세포를 안정적으로 줄기세포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도파민 세포로 분화시켜 뇌에 이식해야 한다. 모든 과정은 유해성이나 부작용이 없어야만 가능해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 연구가 이뤄져 왔다.김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09년과 2011년에 각각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 세포로부터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해 파킨슨병 동물 모델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또 도파민 신경의 분화 메커니즘을 알아내 줄기세포를 효율적으로 분화하는 원리를 제시하고, 2017년에 역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사 변화 메커니즘을 알아내 임상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역분화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들을 활용해 제조한 도파민 신경세포를 파킨슨 동물 모델에 이식한 결과 부작용 없이 파킨슨 증상이 호전됐다.김 교수는 20여년 연구해 온 기술을 활용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받고 FDA 요청으로 지난 2017년과 2018년 2차례에 걸쳐 69세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파민 신경세포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PET, MRI 영상 등 후속 시험을 거쳐 지난달 임상 치료 성공을 발표했다.수술을 받은 환자는 조지 로페즈씨로 의사이자 사업가이며 발명가다. 그는 맞춤형 줄기세포의 신속한 연구와 파킨슨병 정복을 위해 애써 달라며 김 교수팀을 지원해 왔다.로페즈씨의 뇌 이식 수술을 직접 집도한 의사인 매사추세츠 제너럴 병원의 제프리 슈바이처 박사는 “매우 고무적인 임상 치료결과”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안정성과 효능성 입증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필요하며, FDA 승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10여년 정도 후속 연구를 수행하면 맞춤형 세포치료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보편적 치료 방법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발기부전, 줄기세포 치료로 증상개선 기대”
-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노화로 인한 중·장년층의 고민인 발기부전은 최근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젊은층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발기부전의 주요 원인으로는 흡연, 음주, 당뇨, 고혈압, 비만, 뇌혈관질환, 해면체이상 등을 꼽을 수 있다.복합적 요인에 의한 발기부전 치료는 그동안 약물이나 수술적 방법을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가 새로운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약물 복용기간이 길어지면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줄기세포 전문기업 미라셀 바이오연구소(대표 신현순)는 “줄기세포는 자가재생능력과 분화능력을 갖추고 있어 폐·간·신장·피부 등 신체 어느 조직으로든 분화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염증을 감소시키고 손상된 조직을 스스로 찾아가 재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혈관을 재생하여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등 혈관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줄기세포는 당뇨, 고혈압, 뇌질환 등 다양한 혈관 질환에 적용할 수 있어 발기부전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영국 선데이타임스도 덴마크 연구진이 발기부전을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법을 발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암으로 전립선을 제거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2000만개의 줄기세포를 남성기 기저 부분에 주입해 신경과 혈관을 재생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줄기세포 클리닉 셀피아 의원 의료진은 “줄기세포를 음경해면체에 직접 투여하면 노화·흡연·음주 등으로 음경 부위의 좁아진 혈관을 재생하고 신생혈관을 형성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성기능을 높일 수 있다”며 “자신의 혈액을 채취해 배양이 아닌 최소조작을 통해 얻어진 줄기세포를 다시 자신의 몸에 이식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이 없는 안전한 시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줄기세포와 함께 지방도 주입해 자연스러운 성기능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의료진은 효과적인 성기능 회복을 위해 줄기세포 치료와 함께 금연, 금주, 유산소 운동 등 평소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미라셀 연구원이 스마트프렙으로 최소조작을 통해 얻어진 줄기세포를 들고 있다. (사진= 미라셀)
- [주목!e기업]압타머사이언스 “바이오 플랫폼 선도기업 되겠다”
-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압타머 분야에서 바이오 플랫폼 기업으로 꾸준히 결실을 맺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뚜벅뚜벅 꾸준히 가는 것 외엔 답이 없겠죠.”최근 기술성 평가를 한 번에 통과하고 오는 11월 코스닥 상장예심청구를 앞 둔 압타머사이언스 한동일 대표의 말이다. 압타머사이언스는 2011년 포스텍(포항공대)에서 스핀오프한 바이오벤처 회사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압타머를 자체 발굴하는 기술(SELEX)을 보유하고 있다. ◇ 亞 유일 압타머 추출기술 보유압타머란 항체와 달리 면역 거부반응 없이 3차원적 형체를 인식해 타깃단백질(질병)과 결합,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고분자물질을 말한다. 항체에 비해 단기간 생산·개발이 가능하고, 화학적 변형이 쉽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처음엔 포스텍 기술산학협력단으로 꾸려졌지만, 포스코가 바이오사업을 접으며 독자노선을 걷게 됐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설립 초기인 2000년대 중반 미국 소마로직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특허인 압타머 선별·최적화 기술을 확보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250여개 표적물질에 대해 1500여개의 압타머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다. 한 대표는 “1990년대 시작된 압타머 관련 특허가 2010년과 2016년에서야 만료되면서 압타머 기반 신약개발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며 “압타머사이언스는 세계 최초의 압타머 기반 폐암진단 제품을 캐시카우로 삼아 신약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한동일 압타머사이언스 대표◇ 폐암진단키드 4분기부터 매출 발생 현재 폐암 조기진단과 관련해선 제대로 된 바이오마커가 없고, 정확도가 다른 암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다. 압타머사이언스의 폐암진단키트는 식약처에서 3등급 허가, CE인증 등을 받았지만, 신의료기술(NECA)로 인증받진 못했다. 이 경우 판매가 불가능하지만, 다행히도 올 하반기부터 ‘선 진입 후 평가제도’가 시행되며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그는 “다지표 체외진단 제품으로 혈액에서 7종의 단백질 농도를 측정,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폐암의 위험도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고위험군 대상 폐암검진사업이 정부지원으로 올해부터 본격 실시돼 불명확한 폐결절에 대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국내뿐 아니라 중국 바이오기업 BGT(Beijing GenomePrecision Technology)사와 독점계약을 체결, 중국 내 인허가와 판매를 준비 중이다. 현재 국내 폐결절 대상 진단보조검사 시장은 약 900억원 규모이고, 중국 고위험군 선별 검사시장은 약 2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압타머사이언스는 폐암진단키트 외에도 췌장암 조기진단, 당뇨망막병증 조기진단 제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동일 압타머사이언스 대표◇ 당뇨치료제 등 압타머 신약개발 `박차`신약개발 분야는 알로스테리 신약개발(AlloMAp)과 다기능 압타머 신약개발(BiFAp) 등 2개의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인슐린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 개발과 함께 인슐린 효과를 배가시키는 민감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한 대표는 “개발 중인 당뇨치료제는 비임상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N제약사와 물질이전계약(MTA)을 완료하고, 공동개발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신약개발 프로세스에 5~8년이 소요되는 데 비해 압타머 활용 신약개발은 3년 내에도 완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압타머 발굴 기술을 토대로 혁신적인 신약후보 물질을 계속 개발해나갈 수 있다”며 “소마로직처럼 압타머 필드에서 프론티어로서 꾸준히 결실을 맺는 그런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바이오사업을 큰 틀로 포트폴리오를 짰던 만큼 바이오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오는 11월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인 압타머사이언스는 3분기 중 프리IPO도 계획하고 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현재 한동일 대표 등 경영진이 39.3%를 보유 중이고, 키움인베스트먼트, 지엔텍벤처투자 등 벤처캐피탈이 45.4% 수준을 가지고 있다. 상장주관사는 키움증권(039490)이다.△특허가 만료된 2010년이후 압타머 관련 논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 생존율 낮은 베체트병 환자의 심장이식, 국내 최초 성공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베체트병(Behcet‘s Disease)’ 환자에 대한 국내 첫 심장이식 치료가 성공을 거뒀다. 1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윤영남·이승현 교수팀과 심장내과 강석민·심지영·오재원 교수팀은 “베체트병으로 인해 심장이식을 받은 남성이 4개월간의 회복단계를 마치고 최근 일상생활로 완전 복귀했다”고 밝혔다.우리나라 최초의 ‘베체트병 심장이식 환자’로 기록될 주인공은 올해 50세 된 남성 이승영 씨. 이 씨는 지난해 말 세브란스병원에서 공여자의 심장을 이식 받았다. 장기간의 재활·약물 치료과정을 거쳐 지난 5월 초, 의료진으로부터 일상생활로의 완전복귀 가능 판정을 받았다.이 씨는 지난 해 1월,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베체트병이 있음을 알게 됐다. 평소 입안이 자주 헐고 아팠으나, 바쁜 일상 탓으로 여겨 소홀히 여겼던 것이 질환을 키우는 원인이 됐다. 정밀검사 결과 베체트병에 의한 염증이 대동맥과 대동맥판막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침범했음이 밝혀졌다. 대동맥 판막부전으로 인한 심한 호흡곤란과 폐부종, 대동맥박리증까지 동반한 상태였다.이 씨는 즉시 염증 손상 부위를 인공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는 등 2018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의 인공판막 교체수술과 면역억제제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았지만 심장혈관을 침범한 염증이 워낙 넓었기에,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의료진은 심장이식을 결정했다.심장이식 공여자를 기다리는 동안 이 씨의 몸 상태는 점점 악화일로에 빠졌다. 염증 수술 부위의 다량출혈과 심정지가 찾아왔고 약해진 심장기능은 회복되지 않았다.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체외막산소화장치(ECMO)에 의존하게 됐으며, 신장기능 저하에 따른 혈액투석 치료까지 병행됐다.다행히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 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앞선 수술들로 장기유착이 극심했으며 작은 자극에도 출혈이 발생하는 몸 상태 탓에 의료진은 큰 부담을 안고 수술에 돌입했다. 의료진은 보다 철저한 수술계획을 세우고 철저한 주비과정을 거친 후 심장이식 수술에 임했다. 이식수술 후, 장기간 이어진 회복단계에서도 의료진들은 맞춤형 심장재활치료와 염증을 막고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 할 수 있는 약물치료에 정성을 다했다. 또한, 심장 외 다른 신체부위의 베체트병 발현을 조기진단하기 위해 류마티스내과·안과 같은 연관 임상과와의 협진을 통해 면밀히 추적했다.심장이식과 회복 과정을 주도한 윤영남 교수는 “베체트병 염증이 심장주변 주요혈관으로 침범했을 경우 생존율이 매우 낮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최초 베체트병 환자에 대한 심장이식 시행으로 일상에 복귀시킨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통증을 동반한 구강점막 궤양이 자주 생기거나 베체트병 진단을 받은 환자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심장초음파를 포함한 정기적인 심혈관계 검사를 실시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기 진료를 받으러 온 이승영 환자와 윤영남 교수(오른쪽).
- 인공지능으로 신장이식 거부반응 빠르게 찾아낸다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신장이식 후 나타날 수 있는 거부반응을 진단하기 위해 그 동안 신장에서 채취한 병리 조직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병리과 전문의가 직접 분석해 왔지만, 모든 부분을 다 분석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해 일부분만 판독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 기술로 신장이식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거부반응 여부를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 병리과 고현정 교수팀은 병리 조직 슬라이드를 판독해 신장이식 수술 후 항체매개면역거부반응 여부를 진단해내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적용한 결과, 병리과 전문의가 직접 판독한 정답과 비교해 약 90%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29일 밝혔다. 판독 시간도 평균적으로 약 13분밖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으로 신장 조직을 분석한 후 병리과 전문의가 추가적으로 판독하면, 혹시 모를 진단 오류 발생 가능성과 진단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신장이식 수술 전 기증자와 수혜자 사이의 면역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조직적합성항원 검사 등 여러 검사를 미리 실시하지만, 신장이식 후 나타날 수 있는 거부반응 중 하나인 항체매개면역거부반응을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다. 따라서 수술 후 항체매개면역거부반응이 의심되면 환자의 신장 조직을 채취한 후 특정 면역염색 기법을 적용해 세뇨관 주위 모세혈관(peritubular capillary)의 개수를 세야 한다. 염색된 모세혈관이 일정 기준보다 많으면 신장이식 거부반응이 실제로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한다.지금까지는 병리과 전문의가 직접 현미경으로 수백 배 확대해 육안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모세혈관이 매우 많다보니 일일이 다 보는 것이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일부분만 보더라도 눈에 피로가 쌓여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만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최대한 빠르게 실제 거부반응 여부를 진단해내, 필요하다면 면역억제제 용량을 증가시키는 등 추가적인 치료에 즉시 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연구팀은 먼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신장 병리 조직 슬라이드 200개를 면역염색한 후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인공지능에는 인간의 신경망을 본 뜬 합성곱 신경망(CNN) 기술이 적용됐으며,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180개의 신장 병리 조직 슬라이드를 이용해 인공지능 기술의 유효성을 검증했다.그 결과 신장 병리 조직 슬라이드에서 세뇨관 주위 모세혈관이 있어 꼭 분석해야 하는 영역들을 인공지능 기술이 약 12분 만에 평균 147개씩 찾아냈다. 또한 검출된 영역 중에서 병리과 전문의가 판독한 정답 대비 무려 90%의 정확도로 세뇨관 주위 모세혈관을 약 1분 만에 찾아내, 총 13분 정도 만에 신장이식 거부반응 여부를 판독해냈다.고현정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토대로 앞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신장이식 후 거부반응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되면, 적절한 치료법을 조기에 적용해 재이식 수술 혹은 투석 가능성이 줄어들어 신장이식 수술의 성공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로 그 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이 유독 힘들었던 병리 분야에서 더욱 효율적이고 정확한 인공지능 개발의 가능성을 보았다”면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병리 판독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최근 게재됐다.고현정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가 현미경으로 신장 병리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하고 있다.
- 대한민국 장기 이식의 산실 가톨릭 성모병원, 장기이식 50주년 맞아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1969년 3월 25일 서울 명동소재 성모병원에서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환자의 대한민국 최초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 우리나라 의학사에 한 획을 그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가 50주년을 맞았다. 장기이식은 신장, 간장, 소장, 췌장 등 장기가 질병으로 본래 기능을 상실했을 때 다른 사람의 새 장기로 대체하는 의학이다. 하지만 장기이식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은 혈관이 막히지 않게 혈액을 통과하게 하는 봉합기술과 수술 후 이식한 장기가 거부반응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면역억제기술이 필요하다. 그러한 이유로 이식은 인류가 꿈꾸어 왔지만 실현하기 힘든 난제로 알려져 왔었다 1950년대 세계적으로 혈관 외과술과 이식면역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장기이식 분야도 태동을 시작하고, 1954년 미국에서 일란성 쌍둥이에서 세계 첫 번째 신장이식이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한국 전쟁 이후 1960년대 들어서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의학 수련을 마친 국내 의학자가 신 의료기술을 임상에 적용하기 시작하는 단계로 의학의 꽃인 장기이식 수술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그러던 중 1969년 3월 25일 명동 성모병원에서 만성 신부전증을 앓았던 환자의 국내최초 신장이식을 성공한 것이다. 이는 세계최초의 신장이식수술이후 15년만에 이루어 진 일로 그 당시의 의학수준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역사적인 도전이었다. 이러한 도전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 가톨릭의대 이용각·민병석 교수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이식이 가능할 것을 대비하여 동물을 이용한 신장·간이식 연구와 혈관외과 술기 연습이 활발히 이뤄졌다. 이러한 기초연구와 동물연구는 국내최초의 장기이식이 가능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을 성공한 후 강남성모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을 거치면서 장기이식분야를 선도해 1983년 국내 최초 동종골수이식, 1993년 뇌사자로부터의 간이식, 1995년 심장이식, 1996년 신장과 췌장 동시이식, 2002년 골수이식 후 간이식 등을 성공시켰다. 2004년 고난이도 이식 수술인 소장이식, 2012년 신장과 조혈모세포를 동시에 이식, 2014년 간 제외 소화기계 6개 장기 변형다장기이식 모두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고, 지난해 국내 소장이식 최다 수술을 달성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로 새 생명을 얻어 30년 이상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환우는 20명, 20년 이상은 188명이다. 이 중 신장이식 후 가장 오래된 환자는 94차로 이식을 받은 84세 남성 환자로 38년을 경과하였으며, 간이식은 1993년 처음으로 시행한 56세 남성 환자가 2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장기이식은 난치성 이식영역에 도전하여 이식의 이정표를 마련하였다. 지난 2015년에는 위장관희귀질환 소아에게 뇌사자의 장기 6개를 동시이식하는 국내 최초 변형다장기이식수술에성공하였다. 또한 백혈병과 만성신부전을 동반한 환자에서의 동시이식, 재생불량성빈혈환자의 신장이식, 간과 신장 동시이식, 골수 이식 후 간 이식 등 고난도 장기이식이 성공함에 따라 병원의 위상도 같이 향상됐다. 양철우 장기이식센터장은 “새로운 반세기를 맞이하며 장기이식 수술 외에는 생명을 유지할 별다른 방법이 없는 환자와 보호자의 희망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의료진들과 최선을 다할 것이며, 임상과 기초연구가 융합된 이식면역 중개연구에 박차를 가하여 새로운 이식영역 도전, 우수한 연구인프라 구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센터로 도약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 생명유지 장치로 연명하던 환자, 뇌사자 심장이식 '새생명'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이대목동병원(한종인 병원장)이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지난 11월 초 급성심근경색으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을 찾은 황(56)모씨는 곧바로 심혈관 중재 시술을 받았다. 기존 혈관 손상 정도가 심했던 황 씨는 시술 후에도 혈압과 활력 징후가 불안정해 중환자실에서 에크모(ECMO: 혈액 내 산소를 주입 한 뒤 펌프를 이용해 전신 순환을 이루어주는 장치)를 이용한 집중 치료에 들어갔다.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황 씨의 심장 기능은 회복되지 못했고, 심장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태에 이르러 한국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등록 후 공여자를 기다렸다. 첫 번째 공여자가 나타났지만 황 씨와 체격 차이가 커 수술 후 위험성이 높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황 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의료진과 가족이 긴장하던 중 때마침 황 씨와 체격 조건이 잘 맞는 두 번째 공여자가 나타났다.김경진 교수는 “황 씨는 에크모를 거치하고 있는 위험도가 높은 환자인 만큼 건강한 상태의 심장 이식을 받는 게 중요했다”면서 “다행히 위급한 순간에 나타난 두 번째 공여자는 황 씨와 체격 조건이 잘 맞았고 활력 징후가 안정적이어서 흉부외과와 긴밀하게 상의한 후 이식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황 씨의 심장 이식 수술이 결정된 후 흉부외과 서동만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이대목동병원 심장이식팀은 곧바로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모든 이식 수술 환자는 장기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력을 매우 낮은 상태로 유지한다. 이 때문에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수술 준비 과정에서 무엇보다 안전에 초점을 두었다. 중환자실 내에 황 씨를 위한 격리 병실을 만들고 철저한 소독 후 황 씨가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직원들의 출입을 삼가면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질 환자 상태에 맞춰 감염 관리에 온 힘을 기울였다. 지난 11월 12일 공여자의 장기이식수술이 시작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황 씨의 수술도 시작되었고, 곧이어 이대목동병원에 도착한 공여자의 건강한 심장은 서동만 교수의 집도로 무사히 황 씨에게 안착됐다. 에크모 등 많은 생명 유지 장치를 달고 수술실로 들어간 황 씨는 어떠한 장치도 하지 않은 채 중환자실로 다시 돌아왔고, 빠르게 호전되어 일주일 만에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었다. 지난 12월 13일 황 씨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응급실로 실려 온 지 50여일 만에 건강한 심장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날, 첫 심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룬 의료진도, 당장 내일 생사 여부를 알 수 없어 마음을 졸이던 가족들도 건강해진 황 씨의 퇴원 모습을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서동만 흉부외과 교수는 “앞으로 면역 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여정이 많이 남아 있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 큰 축복” 이라면서 “이번 수술은 황 씨의 삶이 한 단계 나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대목동병원의 의료 수준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황 씨가 퇴원 전에 의료진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창 흉부외과 교수, 이종화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서동만 흉부외과 교수, 황 씨 부인, 황 씨, 김경진 순환기내과 교수, 문병인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장, 한종인 이대목동병원장, 권기환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 이화의료원 제공
- ‘간이식 환자 기적의 출산’... ‘엄마 되는 꿈’ 이뤄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여서 영어 ‘러블리(Lovely)’를 줄여서 아이의 태명을 ‘블리’로 지었어요. 이렇게 가슴에 안고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지난 8월 3일 이대목동병원 모자센터에서 만난 박혜령 씨(35)와 그의 남편은 갓 태어난 딸을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일반적인 부부에게는 아이를 가지고 출산을 하는 것은 평범한 일상이 주는 축복일 수 있지만, 박 씨 부부에겐 어려운 도전이었다. 박 씨가 5년 전 간이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생아 담도폐쇄증으로 카사이 수술을 받고 결국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이대목동병원 소아외과, 이식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소화기내과 등 의료진의 다학제적 협진과 헌신으로 건강을 되찾고 계획적으로 임신을 준비해 결국 ‘엄마가 되는 꿈’을 이뤘다. 박혜령 환자의 지난날은 이대목동병원의 역사와 같이 한다. 35년 전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황달 증상을 보인 박 씨는 지금은 이대목동병원과 통합된 이대동대문병원에서 신생아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신생아 담도폐쇄증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배출될 통로 즉 담관이 폐쇄되어 황달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즉각 수술하지 않으면 간 기능 저하로 간이 손상되고 이는 간경화와 간부전으로 이어져 생후 2세 이전에 사망하게 된다. 수술이 잘 된다고 해도 상당수의 환아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해서 간이식을 받게 된다. 박 씨는 태어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아 소아외과 최금자 교수로부터 간문부와 소장을 직접 연결해 담도를 만들어 주는 카사이(Kasai)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박 씨는 잘 회복되어 비교적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박 씨는 급작스럽게 간 기능이 저하되어 다시 이대목동병원을 찾아 민석기 외과 교수와 김태헌 소화기내과 교수의 진료를 받게 되었다. 박혜령 환자와 같이 신생아 담도폐쇄증으로 치료받는 환자 및 보호자는 출생 시부터 간이식을 받게 될 때까지 병원에서 많은 어려운 일들을 겪게 된다. 박 씨의 어머니도 가슴에 뭔가 응어리진 답답함이 오랜 기간 항상 있었다고 간이식 상담을 할 때 고백했다. 홍근 간센터 교수는 간이식 상담 중에 그 응어리진 것이 간이식을 통해 풀어질 수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씨는 이미 간경변증까지 진행되어 식도 정맥류 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하였고 간기능은 계속 나빠져 자신의 간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어 간이식이 필요했다. 마침 홍근 교수가 2013년 4월부터 이대목동병원에서 간이식 프로그램을 시작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중이었고, 소화기내과에서 치료 중 이었던 박 씨는 김태헌 교수의 의뢰로 간이식을 받았다. 기증자는 갓 군대를 제대한 동생이었다. 누나의 건강 악화 소식을 듣고 흔쾌히 기증을 결심했다. 오누이가 나란히 누워 진행된 수술은 10시간에 걸친 대수술로 다행히도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수술 후 경과는 매우 양호하였고 다른 수혜자들에 비해 회복 속도가 빨랐고 빠르게 건강을 되찾고 있었다. 하지만, 수술 후 10일째 배액관을 모두 제거하고 퇴원을 앞두고 박 씨가 급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며 힘들어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담즙이 새어 나오는 합병증이 생긴 것을 알았다. 홍근 교수는 “담관 합병증은 간이식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한번 발생하면 재발을 잘 하고, 시술 후에 장시간 배액관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당시 박씨는 퇴원을 앞두고 배액관을 모두 제거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거한 부위에 배액관을 다시 넣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합병증 치료를 위해서는 다시 개복 수술을 하거나, 담즙이 고인 곳에 배액관을 삽입하고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영상의학과 최선영 교수와 협진으로 배액관을 삽입하고 이후에도 여러 번의 시술을 통해서 담즙이 새는 곳까지 배액관을 거치시키는 데 성공했다. 수술을 다시 하지 않고 시술만으로 결국 박 씨의 상태가 나아져 35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퇴원 후 3개월 만에 다시 담관이 좁아지는 합병증으로 병원을 찾은 박 씨는 ‘경피 경간 담관 배액술’을 시술 받았지만 담관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가 많았다. 오랜 병원 생활 중 홍근 교수는 하루에도 여러번 박씨의 병실을 찾아 상태를 확인하면서 박씨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평소 환자들과 가깝게 지내던 홍 교수는 박 씨와 도 가까워졌고 병실에서 완치에 대한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상태가 호전돼 배액관을 제거하고 박씨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박 씨는 장기이식센터에 청첩장을 들고 병원을 찾았다. 2015년 9월, 간이식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생각하지도 못했을 결혼식이었다. 30여 년 전 박 씨를 안고 이대동대문병원을 찾았던 박 씨의 어머니는 결혼식장에서 만난 홍근 교수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손을 잡고 아무 말도 없이 눈물만 흘렸다.결혼 후 다시 황달과 가려움증이 발생했다. 결국 경피경간 담도배액술을 다시 시행하였고 배액관을 이전보다 오랜 기간 가지고 있기로 하였다. 장기간 가지고 있던 배액관으로 담관이 자리를 잘 잡은 것을 확인한 후 홍교수는 배액관 제거를 결정했다. 이후에 합병증도 없고 간 기능도 잘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홍근 교수는 2017년에 이르러 임신 계획에 대해 조심스레 확인한 후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에게 협진을 했다.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는 산전 진찰 결과 간 기능이 유지가 된다면 임신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홍근 교수는 박미혜 교수의 의견을 바탕으로 곧바로 박 씨의 임신을 위해 면역억제제 등 먹고 있는 약들을 태아에 독성이 제일 적은 것으로 검증된 약으로 바꾸고 약의 용량을 최대한 줄였다. 홍근 교수와 박미혜 교수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간이식 환자의 임신이기에 출산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식 환자들은 이식받은 장기의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러한 약물들은 태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면역억제제 용량을 줄이게 되면 이식 받은 간에 대해 거부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담도합병증 등 간이식에 의한 합병증이 다시 생기면 약물 복용을 추가로 해야 하고 조영제를 이용한 영상 검사와 엑스레이 촬영도 해야 해서 태아가 위험할 수 있다. 간이식 후 임신 및 출산 과정은 산모 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위험이 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있어서 어려운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가임기의 간이식 환자가 출산을 하는 것이 흔하지 않은 이유는 의료진도 경험이 많지 않고 이러한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 씨의 남편도 임신 기간 내내 마음을 졸였다. 결혼 후에도 합병증으로 입원해 힘든 병실 생활을 보아온 터라 아내의 건강이 항상 걱정이었는데, 아내 배 속에 아이까지 있으니 그 걱정은 2배, 3배 이상으로 컸다. 부부의 노력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헌신으로 박 씨는 지난 8월 3일 3.5kg의 건강한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 홍근 교수는 “결혼 전에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결혼해서 출산까지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임신 중에 간이식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각종 검사와 약물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임신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가임기 이식환자가 대부분”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가임기 이식 환자들에게 계획적으로 준비하여 임신과 출산을 한 경우는 매우 드문 일로서 이번 출산의 경험은 이식을 앞두고 있는 여아와 가임기 여성 환자들에게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큰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출산이 이식을 필요로 하는 가임기 여성 환자와 소아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했다. 간이식 후 출산까지 한 박혜령 씨 가족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홍근 교수, 박혜령 씨, 박혜령 씨 남편, 박미혜 교수)
- [미래기술25]①재생의료, 해삼처럼 손상된 조직 만든다
- [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도마뱀은 천적을 만나거나 위협을 느끼면 꼬리를 잘라 도망치고, 다시 꼬리가 돋아나 약 6개월 후에는 말끔해집니다. 해삼도 천적을 만나면 내장을 몸 밖으로 쏟아내는데, 수 개월 후면 다시 내장이 생깁니다. 심지어 해삼은 토막을 내도 3개월이면 절단 부위가 자연 치유합니다. 정말 놀라운 능력입니다.사람의 경우는 어떨까요. 사람도 손톱은 매달 3.5㎜, 머리카락은 매일 0.5㎜ 자랍니다. 피부도 어느 정도 상처가 생기면 새살이 돋아나 아물기도 합니다. 사람의 간도 재생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간 절제 수술로 70% 정도를 없애도 약 2달 후에는 다시 원래 크기까지 자라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재생능력은 도마뱀·해삼 등과 달리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 손상된 인체 세포와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다시 생기도록 만드는 의료기술이 바로 ‘재생의료’입니다.재생의료는 인체의 세포와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복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 몸이 스스로 재생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모두 의미합니다. 초기 재생의료는 주로 새로운 치료용 세포와 조직을 만드는 기술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기술을 시도하고 발전하면서 현재는 약물과 바이오 소재, 의료기기 등을 이용해 손상된 인체 부위 재생을 돕는 기술까지 모두 재생의료로 봅니다.◇살아있는 ‘세포’로 손상된 기능 복구하는 ‘재생의료’재생의료는 기존 의료기술 개념을 바꾸고 있습니다. 기존 수술·약물치료는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손상된 인체 구조 및 기능을 원래 형태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반면 재생의료는 손상된 조직과 기능을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 효과를 기본적인 치료 개념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재생의료의 핵심은 살아있는 ‘세포’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구성됩니다. 사람의 경우 약 37조개의 세포로 이뤄졌습니다. 사람과 동물 등의 세포를 의약품처럼 치료제로 사용, 세포를 교체하거나 재생하는 것을 ‘세포치료제’라고 합니다.세포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분열과 증식을 반복하면서 고유의 구조와 기능을 갖는 것을 ‘분화’라고 합니다. 이미 분화해 일자리가 정해진 세포는 체세포이며, 이를 활용해 만든 약이 ‘체세포 치료제’입니다. 피부·연골 등 조직에 맞는 체세포를 넣어 조직을 재생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줄기세포’는 아직 일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미분화’ 상태의 것을 의미합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지 14일이 안된 배아상태에 있는 세포는 ‘배아줄기세포’라고 하며, 인체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이를 연구하는 것에는 윤리적인 논란이 있습니다. 이미 성숙한 체세포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다시 미숙한 줄기세포로 만드는 기술도 있습니다. 체세포 시계를 거꾸로 돌려 다시 배아줄기세포 특성을 갖도록 만드는 ‘유도만능줄기세포’입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일본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2006년 생쥐 피부세포를 연구하다가 발견한 것으로,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 얻을 수 있어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이 특징입니다.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이에 대한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치료제 개발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성체줄기세포’입니다. 분화의 방향이 거의 정해져 있고 분화능력은 낮지만 비교적 안전한 세포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성체줄기세포는 사람 몸의 장기와 기관에 존재하면서 신체가 손상됐을 때 재생작용을 하는 줄기세포입니다. 골수와 탯줄(제대혈) 등에 있는 조혈줄기세포와 중간엽줄기세포 등이 대표적입니다.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로는 △자신의 건강한 연골을 분리·배양한 후 손상된 연골부위에 이식해 연골 재생을 유도하는 ‘연골 줄기세포치료제’ △여러가지 난치성 질환 치료에 대비해 제대혈을 분리·보관했다가 백혈병·혈액질환·선천성 면역질환 등이 생기면 치료에 사용하는 ‘제대혈 줄기세포치료제’ △자신의 건강한 뼈세포를 분리·배양한 후 뼈가 손상되면 이를 이식해 재생을 유도하는 ‘뼈 줄기세포치료제’ △순수지방세포를 분리해 주름·가슴성형 등에 주입하는 ‘지방 줄기세포치료제’ 등이 있습니다.또 치료 방법에 따라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것은 ‘자가줄기세포치료제’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것은 ‘동종유래줄기세포치료제’ 등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동종유래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원래 자신의 몸에 있던 것을 이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 등의 문제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이종줄기세포치료제’도 윤리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됩니다.줄기세포치료제 외에 유전자치료제도 재생의료 범위에 포함됩니다. 부족하거나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유전자를 몸 밖에서 공급해 본래 기능을 복원하기 때문입니다. 유전자치료제는 △환자 몸에서 유전자를 전달하고자 하는 세포를 채취해 이 세포에 치료 유전자를 전달한 후 다시 환자 몸 속으로 넣는 ‘생체 외’(Ex vivo) 방식 △치료 유전자를 포함한 유전자 전달체를 환자 몸에 직접 주입해 알아서 타깃 세포를 찾아 들어가도록 하는 ‘생체 내’(In vivo) 방식이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 또는 암 환자 혈액에서 면역세포 일종인 ‘T세포’를 추출·분리, 암세포를 잘 찾아 파괴할 수 있는 유전자를 주입·증폭해 다시 투여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 발현 T세포’(CAR-T) 치료제도 유전자치료제 기술 중 하나입니다.체내 장기와 기관 등을 자동차 부품 갈아 끼우듯 바꿀 수 있는 ‘조직공학’ 분야도 재생의료로 분류합니다. 인공피부와 인공뼈, 연골조직, 인공혈관 등이 주요 사례입니다. 특히 3차원(3D)프린터로 원하는 인체 장기를 찍어내 실제 기능을 하도록 만드는 인공장기 분야에서 최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보형물과 뼈를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인공 각막을 만들고, 임상시험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몸 속 장기와 비슷한 장기유사체인 ‘오가노이드’를 제작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위험성 동반한 혁신…세계 시장은 성장이처럼 재생의료가 인류 건강 관리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성도 큽니다. 배아연구와 이종이식 등에 대한 윤리 문제와 세포 주입 과정에서의 감염 등 안전성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미국 재생의료협의회(ARM)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재생의료 분야 전체 투자액은 전년대비 51.7% 감소한 52억 20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2015년 재생의료 분야 총 투자 규모가 전년대비 106% 증가한 108억달러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세포치료제 분야는 29억 7000만달러로 전년대비 57.6% 줄었고, 유전자치료제 분야는 27억 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59.9% 감소했습니다. 조직공학분야도 4억 6000만달러로 전년대비 42.9% 줄었습니다. 이는 유전자 치료제 분야 대표주자였던 미국 주노테라퓨틱스가 2016년 상반기 진행한 항암치료 임상에서 5명의 사망자가 발생, 안전성 문제가 부각된 이유가 컸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꿈의 항암제라 불리는 ‘CAR-T’ 유전자 치료제 노바티스의 ‘킴리아’를 처음으로 허가하면서 안전성 문제에 대한 불안감은 일부 해소되는 분위기입니다. 재생의료 분야에서 인수·합병(M&A)도 활발한 추세입니다. 이와 관련 미국 셀진이 올해 1월 주노테라퓨틱스를 90억달러에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암을 정복하는 유전자 치료제가 향후 성장을 견인할 미래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입니다.재생의료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5억달러였던 세계 재생의료 시장 규모는 연평균 17.3%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26년 308억 6200만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줄기세포 분류 및 생성 과정(자료=한국생명공학연구원)2016년 기준 글로벌 재생의료 각 분야별 투자 금액 현황. 전체 재생의료 분야, 유전자치료제 분야, 세포 치료제 분야, 조직공학 분야 순서.(자료=미국재생의료협의회)재생의료 시장 발전방향(자료=프로스트앤설리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