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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동문제硏, 11일 '北 개발역량 강화' 국제학술회의
-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는 독일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FNF)과 공동으로 오는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연구소 정산홀에서 ‘북한의 개발역량 강화와 국제협력을 위한 지식 공유’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서는 △북한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지식 공유 △농업협력에서 북한의 역량 강화 △관광사업의 개발역량과 지식공유에 대한 국제협력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외국인을 대상으로 북한 관광사업을 진행해 온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Young Pioneer Tours)’의 가레스 존슨 매니징 디렉터(Managing-Director)와 트로이 콜링스 북한 담당자(DPRK Manager)가 참석해 노하우를 공유한다.2012년부터 북한 여성 교육 사업을 진행한 ‘조선교류(Chosun Exchange)’의 닐스 와이젠지 기업프로그램 코디네이터가 ‘북한의 비즈니스 여성’에 관해, 북한에서 4개 농장과 협력해 쌀 수득률을 향상시킨 미국 프렌드교회 사회복지사업회의 린다 루이스 북한담당자가 관련 경험을 발표한다.또한 김해순 중앙대 교수와 이주성 월드비전 북한사업팀장,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등이 북한의 여성·농업협력·관광사업 등에 관해 발표한다.이밖에 김귀옥 한성대 교수와 조영주 동국대 교수, 임상철 상지대 교수,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 이봉희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용석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선다.윤대규 극동문제연구소장은 “현재 북한과 국제사회 간의 협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국제학술회의가 북한의 개발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협력 방안 도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南北, 개성공단 최저임금 5% 인상 합의☞ 정부, 개성공단에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 추진☞ 염 추기경 일행 "개성공단서 평화통일 가능성 확인"(종합)☞ 朴대통령 "한반도 통일, 남북한 모두에 행복·번영"☞ 통일교육원, 학교통일교육 전문과정 개설…10일까지 신청접수
- 법정지도(法頂之道). 텅 빈 충만에 다가가는 길
- [조선일보 제공]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네 개의 섬 중 가장 작고 이렇다 할 관광지가 적은 시코쿠(四國). 이곳은 백번 양보해도 일본 최고의 여행지라고 우기긴 어려운 곳이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 도쿄의 마천루도, 일본적인 것이 무언지를 보여주는 교토의 천년고찰도, 대자연의 위용을 마음껏 드러내는 홋카이도의 드넓은 평야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크게 관심 갖지 않는 이곳에 처음 오게 된 것은 순례가 아니라 순전히 한 줄기 우동 면발 때문. 영화 '우동'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우동에 관한 장엄한 내레이션을 듣는 순간, 죽기 전에 반드시 이곳을 찾아 그 유명한 사누키 우동 한 그릇을 먹어봐야겠다는 숙명 비슷한 것이 생겼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도쿄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은 500여 군데, 그런데 인구 100만명이 사는 사누키의 우동집은 무려 900여 군데. 사누키는 한마디로 우동의 천국이다." ▲ 아름다운 침묵이 충만한 사찰, 서울 길상사. 욕망을 버린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조선영상미디어 하루의 한 끼는 무조건 우동을 먹고 사는 '우동왕국'의 자취를 찾아 시코쿠 섬을 뒤지던 중 우연히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손에 쥔 한 거룩한 순례자를 발견했다. 저 사람은 대체 누구이고,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일까.시코쿠에는 오헨로(お遍路) 혹은 헨로미치라고 불리는 88개의 순례길이 있다. 그러니까 그녀는 지금 이 위대한 순례길을 홀로 걷는 중. 1번부터 88번까지 시코쿠의 크고 작은 절들을 돌아보는 시코쿠의 순례길은, 대다수가 불교도인 일본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최고의 여행 코스다. 헨로미치가 이처럼 위대한 순례 코스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무려 1200여 년 전의 일. 시코쿠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은 위대한 고승 홍법대사,구카이(空海)의 여정을 사람들이 하나 둘 따라 걷기 시작하면서 첫 번째 절 료젠지(靈山寺)부터 88번째 절 오쿠보지(大窪寺)에 이르는 아름다운 88개의 순례길이 만들어졌다. 홍법대사는 일본의 알파벳으로 불리는 '히라가나'를 만들어낸 인물로, 단순히 승려를 넘어 '글의 위대함'을 세상에 알린 고승. 글로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했다는 점에서 어쩐지 최근 입적한 법정 스님의 삶이 연상된다. 길상사를 향해 걷는 동안 시코쿠의 순례길이 떠오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길상사가 자리 잡은 성북동은, 크게 관심 받지는 못하지만 알고 보면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가득 안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시코쿠와 비슷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1400㎞에 달하는 긴 순례길은 없지만 세속적인 가치를 좇으며 아등바등 살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기에 충분한 아름다운 길들이 길상사를 향해 고즈넉하게 펼쳐져 있다. 길상사는 바로 그 성북동의 고갯마루에 있는 '사연 많은 사찰'이다. 원래 이곳은 밤 문화를 주도하는 고급 요정으로 유명했으나 법정 스님의 저서에 감명받은 김영한 보살이 자신이 소유한 대원각의 대지 7000여 평과 건물 40여 동을 불교의 수행도량으로 써달라고 기증의 뜻을 비치면서 대원각의 대대적인 환골탈태가 시작됐다. 처음 법정 스님이 대원각 기증 제안을 받았던 것은 1987년의 일. 하지만 법정 스님은 "평생 주지 노릇은 해본 일도 없고, 앞으로도 주지가 될 생각은 전혀 없다"며 한사코 김영한 보살의 제안을 거절했다. 훗날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을 이끌며 시민운동에 앞장선 법정 스님이 대원각 시주를 받아들이게 된 것은 모임의 근본 도량을 만드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 8년의 기다림, 네 차례의 사양 끝에 전한 긍정의 답변이었다. 길상사는 사찰로 치면 아직 엄마 젖도 떼지 못한 유년기의 절에 가깝다. 오래된 절에서 풍기는 시간의 냄새 대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한결 충만하게 흘러나온다. 열정은 다치기 쉽고 위험하다는 말은 다행히 길상사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법정 스님이 입적한 후 세상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이곳은 여전히 동요하는 기색 없이 차분하게 법문을 읽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기쁨이나 슬픔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표정의 무소유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강인하게 서려 있다. 아름다운 침묵, 텅 빈 충만이 고요하게 흐르는 사찰이다. 나무에 걸터앉아 명상에 젖어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선 시코쿠 순례길을 걷고 있던 사람들의 평온한 표정이 겹쳐 보인다. 두 길 모두 무언가를 열심히 얻으러 가는 대신 내면의 욕망을 시원하게 버리러 가는 여정이라는 점에서 통하는 면이 많다. 버리는 자는 진정한 평온을 얻게 되는 것일까. 사찰을 맴도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무소유의 평온이 흐른다. 발끝의 힘을 빼고 모두 날아갈 듯 걷고 있다. 이것이 바로 순례길을 걷는 묘미. 멀어도 힘겨워도, 무언가를 버리러 떠나는 길은 언제나 즐겁고 신명나는 일이다. ◆ 함께 걷기 좋은 성북동 순례길 한성대입구 역(차로 5분, 걸어서 15분)→ 길상사(걸어서 15분)→ 시 '성북동 비둘기'가 태어난 비둘기길(걸어서 20분)→ 작가 이태준 선생의 집을 개조해 만든 전통 찻집 수연산방(걸어서 10분)→ 만해 한용운 선생이 한때 기거하며 원고를 썼던 심우장(버스로 5분)→ 한성대입구 역 ◆ 찾아가는 길 길상사로 가는 여정의 시작은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 역 6번 출구다. 이곳으로 나와 1111, 2112번 마을버스를 타고 홍익 중고등학교 앞에서 하차. 목욕탕 골목으로 들어와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길상사를 알리는 간판이 보인다. 갈림길마다 길상사 안내 표지가 잘 마련되어 있으니 헷갈릴 염려는 거의 없다. ▶ 관련기사 ◀☞삶의 현장에서 바다를 맛보는 포구여행☞달빛 아래 즐기는 창덕궁의 아름다움☞“어기야디여차~” 노랫가락에 굵은 땀방울을 씻고
- 대한항공, 내년 6월 시즈오카 신규취항
- [이데일리 정태선기자] 대한항공(003490)은 일본의 상징 후지산을 품고 있는 시즈오카(靜岡)에 내년 6월쯤 정기편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대한항공은 22일 이내규 일본지역본부장이 시즈오카현을 방문, 이시카와 요시노부 지사에게 내년 개항 예정인 ‘후지산시즈오카공항’ 정기편 취항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공항 개항과 동시에 인천~시즈오카 노선을 개설하고, 149석 규모의 B737-800 기종을 투입해 매일 운항하게 된다. 출발편은 오전 9시20분 인천을 출발해 오전 11시20분 시즈오카에 도착하게 되고, 귀국편은 오후 12시20분 시즈오카를 출발해 오후 2시35분 인천에 도착할 계획이다.일본 중심부에 위치한 시즈오카는 일본 최고봉(3776m)인 후지산과 함께 맑은 강과 호수, 바다 등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아타미, 이토, 슈젠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과 함께 골프∙해양 스포츠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다. 또 시즈오카는 도쿄와 나고야에서 고속도로로 2시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일본 수도권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달 1일 김포~오사카 노선을, 이어 17일에는 인천~오사카~괌 노선을 신설, 현재 일본 14개 도시 24개 노선을 취항하고 있다.▶ 관련기사 ◀☞외화자산 재평가도 주목..항공·해운株 수혜☞대한항공, 골프 유망주 나상욱 선수 후원☞(투자의맥)달러 약세 수혜주 15選
- [업글! 아시아] 교토, 전통 속을 경쾌하게 누비다
- [조선일보 제공] 10년 전 처음 교토(京都)에 갔다. 한창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 가장 흔한 패턴인 오사카-교토-나라 3종세트로 묶어 가서 ‘잠만 자고 나오는’ 비즈니스 호텔을 대충 골라 교토서 1박만 했다. 기요미즈데라(淸水寺)-킨카쿠지(金閣寺)-긴카쿠지(銀閣寺)를 점 찍고 서둘러 나라의 도다이지(東大寺)와 사슴 공원으로 떠났다. 교토 스타일을 찬찬히 느끼기에는 마음이 바빴고, 환율이 무서웠고, 일본 특유의 끈적한 습기 때문에 너무 더웠다. 사찰과 신사가 2000여 군데에 달하고 아직도 기모노와 버거운 머리장식 차림의 게이샤들이 거리를 오가는 교토. 진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도 은각사 근처 ‘철학의 길’을 걸으며 든 생각. ‘어, 여기 예쁘장 하네? 다음에 오면 슬슬 산책하고 싶다….’ 첫째날: 기본 떼기…히가시야마 인천서 일찍 떠나도 교토 도착하면 오후. 일단 기요미즈데라 인근 산넨자카→니넨자카 산책부터 마칠 것. 교토에 단 하루 있는다면, 역시 교토 관광의 엑기스, 1번지라할 히가시야마(東山)쪽 구경에 나서야 한다. 요즘에는 고다이지(高台寺)에서 5월초까지 야간 조명(라이트 업) 행사 중이다. 벚꽃과 단풍 시즌에 펼쳐지는 교토 ‘라이트 업’은 색색 조명이 아닌, 그저 화이트 톤인데 분위기가 더욱 산다. 거리에 유치찬란, 난리 난 간판이 없어 조명이 산다. 어둠이 깊어지면 본토초(先斗町)로. 교토를 흐르는 가모강(교토 도시샤대 2학년 와타나베 유코양은 “가모강변이야 말로 교토에서 가장 낭만적인 곳”이라고 말한다)에 붙은 유흥가다. 사람 둘이 나란히 가면 어깨를 스칠 만큼 좁은 길 양 옆으로 전통 이자카야부터, 사케 바, 프렌치 레스토랑, 교야사이(교토 야채) 전문점까지 미니 가게들이 줄줄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간판과 문짝과 창문이 예뻐서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금방 고를 수가 없다. 유흥가라 하면, 축축, 퀴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긴 그런데 너무 깨끗하다. 당장 청결검사를 해보자는 심정으로 이 코너 저 코너를 뒤져도 완벽한 정리정돈의 흔적만 발견할 뿐이다. 본토초 초입 ‘우미(海)’는 200종 이상의 청주와 200 종 이상의 일본 소주를 갖춘 전통주점. 술 이름을 적은 종이로 실내가 온통 도배돼 있다. 술은 한 잔에 500엔 대부터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부어라’ ‘마셔라’ 폭음할 만한 저렴한 술집은 아니지만, 한 잔에 35도 이상도 있으므로, 취하는데 문제는 없다. ‘교토매실주(12도)’가 한 잔에 890엔. (075)213-1860 ▲ 아라시야마 덴류지에서 노노미야신사를 지나 기오지 쪽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청량감 만점의 대나무숲.둘째날: 아라시마야 산책 교토역에서 28번 버스 타고 교토 시내 서북쪽 벚꽃놀이·단풍놀이 명소 아라시야마(嵐山) 도착. 점심은 오반자이(교토 가정식)로 결정했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점 ‘가게쓰엔후쿠야(花月園 福家·075-861-0225)’에서는 오반자이가 2625엔. 식당 입구에서 ‘스미마셍(실례합니다)’이라고 부르니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이 종종 걸음으로 달려 나와 마루에 쿵 하고 무릎을 꿇는다. 이어 또 다른 종업원이 달려 나오더니 역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다시피 공손하게 손님을 맞는다. 이 집 오반자이는 다른 집에 비해 좀 더 스타일을 살렸다. 손바닥 만한 바구니에 한폭의 산수화, 아니 작은 우주를 담았다. 보들보들 달걀말이는 한쪽 꼬리를 살짝 들어 올린 자태. 한 송이 매화 모양의 어묵은 반쯤만 살짝 핑크 물을 들였고 은행은 한 귀퉁이에 금박 장식을 달고 있다. 새우는 허리에 김 장식을 날렵하게 둘렀다. 이건 인건비가 장난이 아니겠다. ‘이러니까 교토 물가가 비싸지’란 생각이 절로 든다. 맛은? 쨍한 맛에 익숙한 한국 관광객의 혀에는 애매모호 찝찔 짭짤. 그러나 엄청난 공을 들인 스타일링에 이미 압도당해 맛이 있고 없고는 큰 문제가 아닌 것이 돼 버렸다. 음식 나르는 종업원도, 먹는 손님도 모두 소근소근. 속이 뒤집어져야 후련하게 먹었다 싶은 관광객은 절대 가면 안 된다. 그래도 조심조심 먹다보니 배는 부르다. 이어 대나무 길 산책이 기다리고 있다. 아라시야마 덴류지(天龍寺)옆으로 해서 노노미야신사(野宮神社)쪽으로 걸어가면 대나무길을 만난다. 덴류지 북문을 지나면서 줄기는 굵어지고 빛깔은 연청록에서 청회색으로 깊어진다. 이끼 정원으로 유명한 기오지(祇王寺)를 찾아가는 길에는 주택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공방 정원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인형, 옛날 가옥 마치야를 개조한 찻집 등이 전통을 세련되게 디스플레이하는 ‘교(京)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준다. 푹신한 융단같이 펼쳐진 기오지의 연한 올리브색 이끼 정원 위로 한 송이 붉은 동백이 떨어져 있다. 당장 액자에 담고 싶은 풍경. 휙휙 돌면 5분이면 다 보고 나올 스케일인데 입장료는 300엔. 밤에는? 당연히 다시 본토초로. ▲ 후시미이나리다이샤에서는 붉은 도리이 터널 속을 걷는 특이한 산책을 할 수 있다.셋째날: 좀 더 낯선 산책…후시미이나리다이샤 교토 시내 남쪽에 자리잡은 후시미이나리다이샤(伏見稻荷大社·JR 이나리역)는 일본 만화, 그 중에서도 요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이다. 여기서는 여우가 추앙 받는다. 방울을 달거나 흰 수건을 두른 여우상이 곳곳에 서 있다. 이나리산(233m)을 따라 4㎞쯤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촘촘히 세워놓은 빨간색 ‘도리이(보통 신사 앞에 세워놓는 문)’가 신비로운 터널을 만든다. 걷다 보면 공동묘지도 만나고, 사당도 만난다. 어두컴컴한 실내를 들여다보니, 한 가운데 한 쌍의 여우를 사이에 두고 거울을 모셨다. 그리고 그 앞에서 타오르는 촛불. 은근히 겁이 나다가도 도리이 기둥마다 적힌 이름을 보면 분위기 ‘깬다’. ‘○○주식회사 △△대표이사’ 등 수백만~수천만엔의 기부금을 낸 기업인들의 명단이 줄줄이 이어진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분위기가 뒤섞인 공간이다. 점심도 해결할 겸 교토 중심가 ‘니시키 시장(錦市場)’ 구경을 갔다. 400m 남짓한 거리에 126개의 점포가 밀집된 이 시장은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 1620년에 창업했다는 생선가게, 50가지 어묵을 파는 50년 된 어묵 가게, 70년 된 야채절임 전문점 등이 하나같이 얄밉도록 똑 떨어지는 진열과 포장의 기술을 자랑한다. 예쁘다 못해 교태를 부리는 듯한 교토 화과자, 손님 도착 직전, 욕조에 뜨거운 물 받고 뚜껑을 덮어놓는 료칸, 길이 1㎝, 폭 5㎜ 짜리 쓰케모노(절임) 한 점 위에 굳이 초미니 레몬 조각을 붓 터치처럼 올리는 상차림…. 전통으로부터 요즘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한 현대적 감각을 뽑아내는데 귀신이다. ‘이 사람들, 왜 이렇게까지?’ 싶다가도 즐거운 닭살이 살짝 살짝 돋는 재미가 있는 곳이 교토다. 가는 길|인천~오사카 간사이 공항까지 비행시간은 이륙 후 약 1시간20분. 간사이 공항서 JR하루카 열차 타고 교토까지 75분. 자유석 2980엔/지정석3690엔. 대략 매시 16분·46분 출발. 100엔=약 800원 쇼핑|교토역 교토 시내 화과자점에 들를 시간이 없었다면, 교토역 ‘JR 중앙 출구’ 옆 ‘京名菓’에서 사가면 된다. 딱히 ‘교토스러울’ 필요가 없다면, 평범한 카스텔라나 모나카, 찹쌀떡 등은 간사이 공항 면세점에서 사도 된다. 열차 시간까지 1시간 반 넘게 남았다면 이세탄 백화점 6층의 찻집 ‘쓰지리(都路里)’에 들려보자. 기온에 본점을 둔, 교토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찻집 겸 카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 자취를 감춘 ‘파르페(여기서는 ‘파훼’)’가 있다. 녹차 아이스크림과 떡을 유리잔 안에 타워처럼 쌓아 놓았다. 토요일 점심에 갔더니, 30분 줄 서고, 20분 기다려서야 ‘파훼와 떡 세트(1155엔)’를 먹을 수 있었다. 맛 보다는, 거의 모든 여행 가이드에 등장하는 ‘유명한 곳에서 파훼를 먹었노라’ 정도로 만족. 교토에서 건진 게 없어 허전한 여행자라면, 마지막 날 눈을 뜨자마자 그냥 간사이 공항으로 가 버린다. 공항에 짐 맡기고 ‘린쿠(Rinku)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셔틀버스(100엔)를 타고 간다. 편도 30분.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등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지만 엄청난 것을 건질 것이란 기대는 금물. www.premiumoutlets.co.jp 자세한 교토 관광 문의는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 (02)777-8601, www.welcometojapan.or.kr 여행문의|①오사카·교토 자유 호텔팩 4일=일본항공 이용. 3박 4일. 43만 9000원~45만 9000원선. 6월 말까지 가격. 인천~오사카 항공권·비즈니스 호텔 세미 더블 3박, 공항세, 유류 할증료 별도. ②교토·고베·나라·오사카+온천 4일 (1일 자유)패키지=대한항공 이용. 3박 4일. 69만 9000원선. 문의 넥스투어 (02)2222-6652, www.nextour.co.kr 교토 먹거리 ▲ ①‘사바 즈시 세트(1785엔)’. 소금에 절인 고등어에 식초·설탕·소금으로 간한 밥을 올리고 김밥 싸듯 꾹꾹 누르고 하루 정도 숙성 후 썰어 먹는다. 시모가모 신사 인근 ‘사바카이도 하나오레(花折)’. www. hanaore.co.jp▲ ② ‘오반자이(2625엔)’ 중 메인 요리. 아라시야마 ‘가게쓰엔후쿠야’.▲ ③1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야채상 ‘가네마쓰’ 2층에 있는 식당 ‘야오야노 니카이’의 ‘장수 (長壽)런치 세트(2100엔)’. 손님은 오전 11시부터 하루 200명만 받는다. 담백한 교토 야채 요리로 유명한 집. http://nishiki-kanematu.com/nikai.htm, 예약 이메일(한국어 가능)은 kyotoyaoyanonikai @yahoo.co.jp▲ ④ 말차와 화과자(1020엔선). 난젠지 인근 화과자점 ‘세이칸인(淸閑院)’. www.seikanin.co.jp호텔 VS 료칸 깔끔한 일본풍 욕실에서 낭만 꿈꾼다면 '호텔' 영화 속 주인공 같은 하루 원한다면 '료칸' ▲ 하얏트 교토 ""딜럭스 발코니 룸"" 욕실(하얏트 호텔 사진)하얏트 리젠시 교토 교토역에서 택시 타고 가면서, 히가시야마라는 고풍스러운 동네에 하얏트라는 국제 체인 호텔 건물이 어울릴까 싶었다. 운전 기사가 ‘다 왔다’고 해서 두리번 두리번. 하얏트 호텔은 교토국립박물관 맞은편에 거의 숨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조용하게 들어앉아 있다. 법적으로 외관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30년 된 구식 건물을 내부만 개조해 지난해 문 열었다. 로비에서부터 인테리어를 맡은 수퍼포테이토 그룹(서울 파크 하얏트 디자인)의 내공이 느껴진다. 로비 천장에는 하얀 종이판 곳곳에 자를 대고 칼로 섬세하게 오려 낸 듯한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했다(저녁에 불이 들어오면 더욱 장관이다). 딱, ‘컨템포러리 교(京)스타일’이다. 방(딜럭스룸)은 천장도 낮고 넓지 않지만 창밖에 심어놓은 대나무, 종이 바른 조명 갓, 비단을 덧대 놓은 듯한 침대 머리맡 장식까지, 하나도 튀는 것이 없고 마무리가 완벽하다. 욕실에는 작은 나무의자를 배치해 히노키 욕조 없이도 일본풍 욕실 분위기를 완성했다. 딜럭스 룸은 비수기 주중 기준으로 2만엔대부터. 벚꽃 시즌 등 성수기에는 3만엔대로 뛴다. (075) 541-1234, http://hyattregencykyoto.com ▲ 히이라기야 료칸 객실(히이라기야 사진)료칸 히이라기야 일본의 3대 여관 중 하나. 1818년에 문을 열었다. 오카미상(료칸 여주인) 니시무라 아케미씨는 창립자의 6대손이다. ‘어디서 묵냐’는 교토 사람의 질문에 찰리 채플린도 자고 가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묵었다는 ‘히이라기야’라고 대답하는 순간, 인상이 확실히 업그레이드 된다. 그렇다고 포시즌스풍의 럭셔리를 기대하면 안 된다. 문짝, 복도, 계단, 그리고 방 안의 탁자, 경대, 시계, 연필꽂이, 재떨이까지 시간의 때가 묻어 있으면서도 완벽하게 계승되고 관리돼, 반들반들 윤기가 나는 모습을 눈 여겨봐야 한다. 낡아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처음에는 좀 실망. 최근 확장 공사를 마쳤다는 ‘신관’을 구경하러 갔다. 일본 곳곳에서 문을 열고 있는 최신 스타일 료칸이다. 고야마키로 만든 욕조는 구관보다 큼지막하고, 누드톤 나무로 꾸민 객실은 더욱 환하고 현대적이다. 그런데 구경을 마치고 다시 구관으로 돌아오니,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같은 낡은 방이 더 근사해 보인다. 일본 료칸이 비싼 건 밥 때문이다. 어차피 교토에서 저녁식사로 교토 요리의 정수 가이세키를 예약해서 먹을 생각이라면 료칸에 머무는 것이 편하다. 꽃잎을 띄운 핑크색 전통주는 벚꽃이 만발한 교토의 봄. 색색 건더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꼭 연못 같은 국 그릇을 들여다 보면 작은 물고기가 휙 지나갈 듯 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쓴 료칸은 북쪽에 따로 있지만, 이곳 히이라기야에서는 비 내리는 풍경에 푹 빠졌다고 한다. 미시마 유키오도 머물렀다. 평범한 여행자라도 날카롭게 깎아놓은 연필로 반 투명 편지지에 뭔가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분위기다. 1인당 3만엔(신관은 3만5000엔부터)부터. 조식·석식 포함. 노천탕이나 대욕탕은 없다(가족탕은 있다). 결론은 숙박시설이 여행의 경험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는 것. 아침·저녁 먹는 캬라멜 마키아토 한달만 끊고 가볼만 하다. (075)221-1136, www.hiiragiya.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