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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 고민, 환율 고민"..식품업계 내년 계획 들여다봤더니
- [이데일리 이성재 기자] 원자재 가격, 환율 등 불확실한 시장 상황과 유럽발 악재,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등으로 식품업체들이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혼선을 빚고 있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097950)과 대상(001680)은 내년 달러-원 환율을 각각 1060원과 1080원으로 잡고 공격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 중이다. 반면, 동원(003580)F&B와 오뚜기(007310)는 1100원대로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다. 업계는 시장 논리로 이뤄져야 하는 가격조정이 정치논리로 가로 막히면서 환율과 정치 논리에 끼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소비자들은 갈수록 지갑을 닫고 있어 내년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는 최근 ‘2012년 유통업 전망보고서’에서 내년 국내 소매시장 규모가 올해 대비 6.9% 성장한 232조원으로 예상했다. 성장률은 전년대비 약 2%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매년 약 1조4000억원 가까이 원자재를 수입하는 CJ제일제당은 수출보다 원자재 수입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환율이 전체 경영계획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내년도 환율과 국내외 시장의 다양한 변수로 경영 계획을 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럽발 악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측이 어렵고 이러한 상황이라면 내년도 사업 계획에 대한 변수가 많아 다양한 시나리오를 적용해 경영계획을 수립중이다”고 말했다. 내년도 달러-원 환율을 올해 1200원에서 1060~1080원으로 책정한 CJ그룹은 상황별 시나리오를 가격대별 1차·2차·3차까지 구성했다. 아울러 바이오사업을 축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통한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더욱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1080원의 달러 원 환율을 책정한 대상은 현재 1차 사업 계획을 세운 후 환율 변동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상은 내년도 시장이 어렵지만,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간다는 전략이다. 오는 2016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2016 CREATE 5’라는 비전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2016년까지 대상과 국내해 자회사의 매출을 5조, 영업이익 5000억원, 해외거점을 50군데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내년은 비전 달성을 위한 첫번째 해로 기존의 순창고추장, 청정원 홍초 등 식품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미래 역량 강화를 위한 바이오 신소재 개발과 전분을 이용한 친환경 도료용 소재 등의 신소재 개발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오뚜기는 CJ와 대상과 달리 1100원~1200원대의 다소 보수적으로 환율을 책정했다. 오뚜기의 주 전략은 불황에 강한 1등 브랜드(카레, 케챂, 참기름, 마요네스 등)를 앞세워 시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냉동식품에 대한 취급 증대와 신제품 개발을 통해 매출 증대를 이끈다는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는 “각 업체의 내년도 경영계획은 기업별로 차이가 있지만 공격적인 시장 확대 보다는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곳이 많다”라며 “투자보다는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CJ제일제당, 국내산 원초 `김` 제품화 나서
- [마켓in][5th 커버]슬픈 이카루스 LG,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 마켓in | 이 기사는 10월 31일 15시 58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이카루스는 어리석음과 과욕을 상징하는 그리스 신화속 인물이다. 왕비의 부정을 도왔다는 이유로 미노스왕에게 미움을 산 아버지와 함께 감옥에 갇혔는데, 새의 깃털과 밀납으로 날개를 만들어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새처럼 나는 것이 신기한 나머지 너무 높이 날지 말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잊었고, 태양에 가까워지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바다에 빠져 죽게 된다. 이카루스의 추락처럼 LG전자의 등급 강등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정확히 1년전 S&P가 LG전자의 등급 전망을 낮출 때부터 실제 등급 하향이 단행될 것이라는 공포가 조금씩 엄습해왔고,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고야 말았다. 문제는 추락의 속도와 기간이다. 이카루스가 감옥을 떠나 자유를 향해 날았지만 하늘을 품기에는 날개의 힘이 턱없이 미약했듯이 LG전자에 대한 리스크는 단순히 부진한 휴대폰 사업의 개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LG전자 휴대폰 사업 부진은 표면에 드러난 결과 중 하나일 뿐 그룹의 총체적인 경영 전략과 전술을 새로 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하더라도 LG전자의 위상이 지금과 같이 떨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하기 힘들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LG전자는 연 평균 13.6%의 매출 성장세를 나타냈고, 2006년 2.5%였던 영업이익률은 2009년에 6%로 오르는 등 그야말로 잘 나갔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어닝서프라이즈의 중심에는 휴대폰 사업이 있었다. LG전자 MC사업부는 같은 기간 연평균 23%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수익성 역시 9%에 육박할 정도로 알짜 사업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하지만 수익 개선에 기여한 MC사업부는 국내 스마트폰의 보급과 경쟁이 본격화 된 2010년 들어 날개가 완전히 꺾여버렸다. 영업이익률은 곤두박질쳤고, 회사 전체 수익성 악화의 장본인이 돼 버렸다. LG전자의 MC사업부가 불과 1년사이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부서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이유는 이미 알려졌다시피 스마트폰 시장의 대응 능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동안 LG전자 휴대폰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은 경쟁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기술력 보다는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LG전자는 주로 초콜릿폰, 블랙라벨 등으로 대변되는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왔지만 스마트폰 시대에는 디자인 차별화가 불가능한데다 삼성전자의 아몰레드, 애플의 어플리케이션 등 경쟁사에 대항할 만한 확실한 병기(兵器)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스마트폰의 출발선상에서 완전히 뒤처져 멀찌감치 떨어진 LG전자가 하루아침에 경쟁사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기도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든 상황에서 기존 범용폰의 약발도 떨어져서 3분기와 4분기 수익 뿐만 아니라 마켓쉐어 역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Again 2000년…LG정보통신의 추억 휴대폰 사업의 부진이 LG전자의 신용등급 하락의 촉매제가 된 것은 확실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취약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쟁보다는 인화(人和)를 강조하는 LG그룹의 오너 마인드, 패배를 두려워하는 ‘2등주의’ 경영 전략이 불러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그 동안 LG전자는 경쟁사 제품에 대한 벤치마크로 성장해 왔다”며“이 같은 ‘2등주의’는 선발 주자의 강점은 그대로 살리되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시장을 주도할 혁신적이고 일관된 철학이 없다는 점은 LG전자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LG전자를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10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최근 10년 동안 5년 정도를 주기로 하락과 상승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난 2000년 LG정보통신이 LG전자에 흡수합병되면서 2000년대 중반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010년까지 나아지는 모습을 나타낸 바 있고, 최근들어 또 다시 꺾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정보통신은 PCS 브랜드 ‘사이언’의 제조회사로 경영 사정이 여의치 않자 지난 2000년 모회사인 LG전자에 흡수합병됐다. 이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이같은 부침(浮沈)을 보이는 이유는 트렌드를 잘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내부적인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얼마 전 LG전자를 퇴사한 한 연구원이 인터넷에 개재한 글은 회사의 사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LG전자 MC사업부에 몸담았었다고 본인을 소개한 전직 연구원은 “3~4개월씩 들어가는 합숙 휴대폰 개발을 마치면 개발자들이 마구 퇴사한다”며 “개발자들이 나가버려 휴대폰을 팔고 난 뒤 사후 지원을 제대로 못하는 게 LG전자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과거에는 회사에서 타사 제품을 쓰지 못하게 해 다른 회사 제품이 얼마나 앞서있고 우월한지 알지도 못했다”며 “눈앞만 보고 이 같은 목소리를 무시하면 LG전자는 앞으로 2년, 3년씩 뒤쳐질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자 계열사로 옮겨붙는 공포 더 큰 문제는 LG전자의 등급 하락이 사정이 좋지 않은 다른 전자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으로 전이되면서 그룹 전체의 크레딧 리스크로 확대, 발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LG전자에 대한 매출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LG이노텍에게 캡티브 마켓의 불황은 곧 수익 악화와 재무구조 악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LG이노텍의 실적은 작년 말을 기점으로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작년 4분기 360억원의 영업손실과 19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각각 기록한 바 있는 LG이노텍은 올 상반기 현재까지 영업손실 14억원, 순손실 165억원으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장사가 제대로 안되니 재무구조 역시 나아질 리 없다. 빚은 늘고, 현금은 줄면서 같은 기간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LG디스플레이 회사채 발행과정에서 나타난 에피소드는 LG그룹 전자계열사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담고 있다. 총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시장 수요 조사를 진행했던 LG디스플레이는 생각보다 수요처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금리를 높여줘도 선뜻 투자에 나서겠다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핑 기간이 늘어지면서 다급해진 LG디스플레이는 금리와 발행규모를 조정한 뒤에야 어렵사리 발행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AA급 회사채 발행이 이토록 난항을 겪은 것은 흔치 않은 일. LG전자의 등급 강등이 현실화 되면서 크레딧 리스크가 고스란히 LG디스플레이로 옮겨 붙어버린 셈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단순한 업황 사이클상으로 겪게 되는 침체라기 보다는 수요의 구조적 변동을 포함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낙폭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LG전자의 수요 비중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 등급 강등의 여파는 불가피 할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룹에 발목잡힌 LG화학 그룹 리스크에 발목을 잡힌 또다른 회사는 LG화학이다. LG화학은 최근 호남석유화학의 등급 상향이 단행되면서 같은 화학업종 내 등급 재조정 대상으로 꼽혔지만 LG전자를 필두로 LG그룹 계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등급 상향이 무산된 케이스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LG화학의 매출 규모는 19조4700억원. EBITDA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호남석유화학의 경우 매출은 12조4000억원, EBITDA는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얼마전 등급이 `AA+`로 오른 호남석유화학과 같은 등급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마지막 등급 상향 시점이었던 지난 2009년 3월 이후 수익성이 나아지고,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회사의 규모도 커진만큼 시기적으로도 충분히 등급이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예상했다. 하지만 증폭되고 있는 계열 리스크는 LG화학의 등급 상향 논거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LG화학이 전자 계열사들의 크레딧 리스크에 영향을 받을만한 요인은 상대적으로 적다. LG이노텍처럼 LG전자쪽 매출이 절대적인 경우 전방 산업 악화에 직격탄을 맞는다는 점에서 계열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이 크지만 LG화학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전자 계열의 비중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의 등급 상향이 이뤄지기 힘든 이유는 등급 평정의 한 요건인 그룹의 계열 지원 가능성 항목 때문이다. 지금은 주춤하고 있지만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이 LG그룹의 주축이었던 만큼 이들의 리스크 확대는 결국 LG화학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로 전이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흐름으로 봤을 때 LG그룹내 계열 지원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1%의 가능성도 등급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은 LG화학의 등급 상향이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
- [마켓in][5th 커버]슬픈 이카루스 LG,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이카루스는 어리석음과 과욕을 상징하는 그리스 신화속 인물이다. 왕비의 부정을 도왔다는 이유로 미노스왕에게 미움을 산 아버지와 함께 감옥에 갇혔는데, 새의 깃털과 밀납으로 날개를 만들어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새처럼 나는 것이 신기한 나머지 너무 높이 날지 말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잊었고, 태양에 가까워지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바다에 빠져 죽게 된다. 이카루스의 추락처럼 LG전자의 등급 강등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정확히 1년전 S&P가 LG전자의 등급 전망을 낮출 때부터 실제 등급 하향이 단행될 것이라는 공포가 조금씩 엄습해왔고,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고야 말았다. 문제는 추락의 속도와 기간이다. 이카루스가 감옥을 떠나 자유를 향해 날았지만 하늘을 품기에는 날개의 힘이 턱없이 미약했듯이 LG전자에 대한 리스크는 단순히 부진한 휴대폰 사업의 개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LG전자 휴대폰 사업 부진은 표면에 드러난 결과 중 하나일 뿐 그룹의 총체적인 경영 전략과 전술을 새로 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하더라도 LG전자의 위상이 지금과 같이 떨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하기 힘들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LG전자는 연 평균 13.6%의 매출 성장세를 나타냈고, 2006년 2.5%였던 영업이익률은 2009년에 6%로 오르는 등 그야말로 잘 나갔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어닝서프라이즈의 중심에는 휴대폰 사업이 있었다. LG전자 MC사업부는 같은 기간 연평균 23%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수익성 역시 9%에 육박할 정도로 알짜 사업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하지만 수익 개선에 기여한 MC사업부는 국내 스마트폰의 보급과 경쟁이 본격화 된 2010년 들어 날개가 완전히 꺾여버렸다. 영업이익률은 곤두박질쳤고, 회사 전체 수익성 악화의 장본인이 돼 버렸다. LG전자의 MC사업부가 불과 1년사이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부서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이유는 이미 알려졌다시피 스마트폰 시장의 대응 능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동안 LG전자 휴대폰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은 경쟁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기술력 보다는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LG전자는 주로 초콜릿폰, 블랙라벨 등으로 대변되는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왔지만 스마트폰 시대에는 디자인 차별화가 불가능한데다 삼성전자의 아몰레드, 애플의 어플리케이션 등 경쟁사에 대항할 만한 확실한 병기(兵器)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스마트폰의 출발선상에서 완전히 뒤처져 멀찌감치 떨어진 LG전자가 하루아침에 경쟁사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기도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든 상황에서 기존 범용폰의 약발도 떨어져서 3분기와 4분기 수익 뿐만 아니라 마켓쉐어 역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Again 2000년…LG정보통신의 추억 휴대폰 사업의 부진이 LG전자의 신용등급 하락의 촉매제가 된 것은 확실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취약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쟁보다는 인화(人和)를 강조하는 LG그룹의 오너 마인드, 패배를 두려워하는 ‘2등주의’ 경영 전략이 불러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그 동안 LG전자는 경쟁사 제품에 대한 벤치마크로 성장해 왔다”며“이 같은 ‘2등주의’는 선발 주자의 강점은 그대로 살리되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시장을 주도할 혁신적이고 일관된 철학이 없다는 점은 LG전자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LG전자를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10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최근 10년 동안 5년 정도를 주기로 하락과 상승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난 2000년 LG정보통신이 LG전자에 흡수합병되면서 2000년대 중반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010년까지 나아지는 모습을 나타낸 바 있고, 최근들어 또 다시 꺾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LG정보통신은 PCS 브랜드 ‘사이언’의 제조회사로 경영 사정이 여의치 않자 지난 2000년 모회사인 LG전자에 흡수합병됐다. 이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이같은 부침(浮沈)을 보이는 이유는 트렌드를 잘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내부적인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얼마 전 LG전자를 퇴사한 한 연구원이 인터넷에 개재한 글은 회사의 사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LG전자 MC사업부에 몸담았었다고 본인을 소개한 전직 연구원은 “3~4개월씩 들어가는 합숙 휴대폰 개발을 마치면 개발자들이 마구 퇴사한다”며 “개발자들이 나가버려 휴대폰을 팔고 난 뒤 사후 지원을 제대로 못하는 게 LG전자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과거에는 회사에서 타사 제품을 쓰지 못하게 해 다른 회사 제품이 얼마나 앞서있고 우월한지 알지도 못했다”며 “눈앞만 보고 이 같은 목소리를 무시하면 LG전자는 앞으로 2년, 3년씩 뒤쳐질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자 계열사로 옮겨붙는 공포 더 큰 문제는 LG전자의 등급 하락이 사정이 좋지 않은 다른 전자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으로 전이되면서 그룹 전체의 크레딧 리스크로 확대, 발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LG전자에 대한 매출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LG이노텍에게 캡티브 마켓의 불황은 곧 수익 악화와 재무구조 악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LG이노텍의 실적은 작년 말을 기점으로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작년 4분기 360억원의 영업손실과 19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각각 기록한 바 있는 LG이노텍은 올 상반기 현재까지 영업손실 14억원, 순손실 165억원으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장사가 제대로 안되니 재무구조 역시 나아질 리 없다. 빚은 늘고, 현금은 줄면서 같은 기간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LG디스플레이 회사채 발행과정에서 나타난 에피소드는 LG그룹 전자계열사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담고 있다. 총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시장 수요 조사를 진행했던 LG디스플레이는 생각보다 수요처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금리를 높여줘도 선뜻 투자에 나서겠다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핑 기간이 늘어지면서 다급해진 LG디스플레이는 금리와 발행규모를 조정한 뒤에야 어렵사리 발행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AA급 회사채 발행이 이토록 난항을 겪은 것은 흔치 않은 일. LG전자의 등급 강등이 현실화 되면서 크레딧 리스크가 고스란히 LG디스플레이로 옮겨 붙어버린 셈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단순한 업황 사이클상으로 겪게 되는 침체라기 보다는 수요의 구조적 변동을 포함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낙폭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LG전자의 수요 비중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 등급 강등의 여파는 불가피 할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룹에 발목잡힌 LG화학 그룹 리스크에 발목을 잡힌 또다른 회사는 LG화학이다. LG화학은 최근 호남석유화학의 등급 상향이 단행되면서 같은 화학업종 내 등급 재조정 대상으로 꼽혔지만 LG전자를 필두로 LG그룹 계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등급 상향이 무산된 케이스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LG화학의 매출 규모는 19조4700억원. EBITDA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호남석유화학의 경우 매출은 12조4000억원, EBITDA는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얼마전 등급이 `AA+`로 오른 호남석유화학과 같은 등급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마지막 등급 상향 시점이었던 지난 2009년 3월 이후 수익성이 나아지고,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회사의 규모도 커진만큼 시기적으로도 충분히 등급이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예상했다. 하지만 증폭되고 있는 계열 리스크는 LG화학의 등급 상향 논거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LG화학이 전자 계열사들의 크레딧 리스크에 영향을 받을만한 요인은 상대적으로 적다. LG이노텍처럼 LG전자쪽 매출이 절대적인 경우 전방 산업 악화에 직격탄을 맞는다는 점에서 계열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이 크지만 LG화학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전자 계열의 비중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의 등급 상향이 이뤄지기 힘든 이유는 등급 평정의 한 요건인 그룹의 계열 지원 가능성 항목 때문이다. 지금은 주춤하고 있지만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이 LG그룹의 주축이었던 만큼 이들의 리스크 확대는 결국 LG화학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로 전이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흐름으로 봤을 때 LG그룹내 계열 지원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1%의 가능성도 등급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은 LG화학의 등급 상향이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
- 화가·작가·배우, `하정우의 세 얼굴`
- [이데일리 스타in 신상미 기자] 하정우(33)는 2009년부터 1년 가까이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연변 남자(‘황해’)로 살다가 법정스릴러 `의뢰인`을 만나 스타 변호사 강성희로 옷을 갈아입었다. 두 작품 사이 휴식기는 고작 한달 여 남짓. 그는 `의뢰인` 첫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유난히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생소한 법정용어에 변신의 간극이 커 긴장이 더했다. 새 작품 `의뢰인`은 시작부터 만만찮은 작품이었다. 국내 첫 법정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답게 법정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치열한 변론이 주를 이루는데, 법정 장면의 생생한 현장감이 관건이었다. 하정우는 “스토리가 전형적일 수 있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가 더 커야한다고 느꼈다”며 “박희순과 장혁 선배가 무게감 있게 긴장감을 고조시켰다면 나는 그것을 계속 환기시키는 위트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극시절 경험 총동원, 새영화 `의뢰인`이를 위해 하정우는 여러 준비를 했다. 평소 타고난 재능에 더해 노력까지 아끼지 않는 배우로 정평이 난 그답게 법조인을 만나 취재를 하기도 하고 손영성 감독, 박희순, 장혁과 더불어 대본 각색작업까지 참여했다. 연극 시절의 경험도 총동원됐다. 그는 “대사 톤과 동선, 손동작 하나까지 철저히 계산해가며 연기했고 동선도 직접 짰다”고 말했다. 특히 엄청난 대사량과 생소한 법률용어는 중앙대 영화과 졸업 후 20여 편의 연극을 통해 연기역량을 쌓은 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법정 특유의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컷을 나누지 않고 한 호흡으로 길게 찍는 촬영 방식이 특히 큰 긴장감을 유발했다. 제작보고회 당시 하정우, 박희순, 장혁 세 배우 모두 입을 모아 "상대가 연기를 할 때도 끊임없이 긴장이 됐다. 진짜 법정 같았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박희순·장혁, 형들이 힘 많이 실어줘" `의뢰인`은 무엇보다 세 배우의 과감한 연기변신과 뛰어난 호흡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영화다. 함께 출연하는 박희순과 장혁은 어떤 영화에서라도 단독 주인공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인지도를 갖춘 배우들이다. 세 배우가 모인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의뢰인`은 충분히 이슈가 된다. 이에 대해서 하정우는 “선배들이 무게감을 갖고 긴장감을 고조시켰다면 나는 재밌게 띄웠다”며 “막내여서 든든했다. 형들이 힘을 많이 실어줬다”고 두 선배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29일 개봉하는 `의뢰인` 외에도 윤종빈 감독과 세 번째로 함께한 `범죄와의 전쟁` 촬영을 마쳤으며, 공효진과 함께하는 로맨틱코미디 `러브 픽션`도 26회차나 찍었다. 그는 “다작은 집안 내력이다. 아버지(배우 김용건)는 25년 째 다작중이시다. 크게 버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작가·화가·배우 `만족을 모르는 예술가`하정우는 개인전을 세 차례나 연 `프로 화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황해`에 3점 소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제게 그림은 생존이고 또다른 업이에요. 배우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기도 하죠. 캐릭터의 재료가 되는 나 자신을 건강하게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지난 5월엔 자전적 에세이 `하정우, 느낌 있다`(문학동네)도 펴냈다. 하정우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고, 쉼 없이 그림을 그리며, 글을 쓰는 것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에게 이것은 숨 쉬는 일만큼 자연스러워 보인다. 또 이것들은 서로 따로 떨어져 있거나 전혀 다른 일들이 아니다. 그의 표현처럼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얼굴들”이다. 그림에서 건강한 에너지를 얻은 하정우는 어느덧 카메라 앞에서 철저한 `캐릭터 분석가` `지독한 연습벌레` `야심만만한 예술가`로 변해 있다. (사진=김정욱 기자)▶ 관련기사 ◀☞`의뢰인` 하정우 "첫 대사 떼기도 어려웠다"☞의리男 하정우, 현 소속사와 재계약☞`의뢰인` 하정우 "연극 하듯 연기 준비해"☞[포토]장혁-박희순-하정우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세 남자`
- 남자가 본 `공공의 적` 성시경은 어땠을까(인터뷰)
- ▲ 성시경(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버터 왕자, 건방진 X, 공공의 적. 가수 성시경(32)을 보는 수많은 남자의 속마음 혹은 오해이자 편견이다. 군대를 다녀오면 비호감이던 연예인도 안티가 줄어들기 마련인데 성시경은 그렇지만도 않다. 기자도 남자다. 그를 싫어한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았다. 물론 그의 노래는 괜찮다. 그런데 이 남자, 만나자마자 대뜸 "제 기사에 말도 안 되는 댓글들이 달린다. 상처받는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된다"며 "군대를 연예 사병으로 다녀온 것도 아닌데 억울해서라도 이제 좀 잘 돼야겠다"고 툴툴댔다. `오호통재라. 발언이 수위를 넘나는다. 결국 이 사람이 또 안티를 부르겠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우리나라에서는 겸손이 미덕이잖아요. `제가 뭘 알아요` 이래야 하는데 저는 그걸 잘 못해요. 미움받기 좋은 캐릭터죠. 부자도 아닌데 `왕자` 이미지로 굳혀졌어요. 건전하게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에잇, 또 칭얼댄다고 좋아하시지 않을 것 같아요. 결국 전 `프로 연예인`은 못 되는 것 같아요." 한바탕 하소연부터 늘어놓은 그는 "자, 이제 인터뷰를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참 넉살 좋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이답지 않은 그의 내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호감의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래도 왠지 생각보다 친근감이 갔다. 오래된 친구와 술 한 잔 나누면서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아차! 그는 가수지` 다시 정신을 차렸다."전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연예인이 아니고요. 제 꿈이 연예인이었으면 모르겠는데 가수였고, 지금 열심히 음악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그런데 연예인으로서는 부딪히면서 상처받고 배워가야 하는 건데 아직도 답을 모르겠어요. 그런 점에서 전 헛똑똑이인 것 같아요."데뷔 초부터 유독 남자들의 미움을 산 성시경 아닌가. 그는 정말 남자들이 왜 자신을 미워하는 지,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지 모르는 걸까? 대중의 반응을 예측하고 슬쩍 한 번쯤 망가져 보거나 적당히 타협의 손길을 내밀 수도 있을 텐데."전 그런 것 못해요. 치밀하게 전략을 짜서 싸우는 것이 아닌 그냥 한 단계 한 단계 1차원 적으로 싸우는 스타일이기 때문이에요. 부당한 것이나 제가 납득이 안 되면 못 견디니까요. 틀리고 억울한 것 싫다고 얘기하는 게 (뒷말 하는 것 보다) 떳떳하고 자랑스러워요. 그래서 더 욕을 먹나 봐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 성시경(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남자들에겐 `공공의 적`인 반면 여자들한테는 무한 사랑을 받고 있는 성시경. 혹시 `그의 이미지는 과대 포장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이러한 질문을 받은 그의 목소리가 다소 격앙되게 느껴졌다. 어쩌면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그가 느슨해진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럼요! 직업에 대한 환상이잖아요. 제가 왜 황태자고 왕자예요? 기자들이 붙여준 거죠. 힙합은 모두 전사, 발라드는 왕자. 이런 공식은 분명히 환상일 뿐이에요. 특히 `버터 왕자`가 제일 컸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굳어진 이미지가 한방에 저를 훅 가게 할 수도 있는 거였어요. 그래도 다분히 노력해서 살아남았다고 생각해요." 남자들이라면 이즈음에서 꼭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성시경이 라디오 DJ를 했을 때 항상 말하던 `잘자요`라는 클로징 멘트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래도 그는 자신의 `느끼함`을 부인할 수 있을까?"제가 다정다감하긴 해요. 집에 누나가 둘이니까 여자를 더 잘 알고 세심한 편이기도 하죠.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이기도 해요. 아버지의 안 좋은 점만 닮더라고요. 좋은 점만 닮아야 하는데…. 아버지의 그런 면을 보고 자라서 여성들에게 더 다정하고 더 신사적이게 하려고 노력했던 면은 있는 것 같아요."닮고 싶지 않아도 아버지를 닮아가는 아들. 그러고 보니 그의 음악이 그렇다. 한동준, 신승훈, 윤종신, 유희열 등 선배 발라드 가수들을 닮은 정통파 발라드 가수 성시경이기에. 그는 작곡은 하면서도 작사는 하지 않는다. 달콤하고 여성적인 노랫말이 그에게는 사실 어색할 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장미 같은 남자다. 아름답지만 너무 아름다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가 돋힌 장미. 그는 남자가 봐도 꽤 괜찮은 남자였다.아직도 그가 미운 남자들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글이 있다. 장미는 아름답다. 그 옆에 서 보고 싶고, 그 옆에 서서 장미 때문에 나도 더 황홀해지고 싶다.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시기심도 생기도 그가 장미처럼 태어났다는 걸 생각하면 은근히 질투도 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나대로,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 <도종환 산문집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中>▶ 관련기사 ◀☞성시경, 7집 전곡 음원차트 돌풍..`난 좋아`☞성시경, 티저 영상서 조여정과 10초당 한번 꼴 키스☞성시경-조여정, 홍콩서 심야 데이트?.."뮤비 촬영中"☞김중만 작가, 성시경에 `통 큰` 사진 선물☞성시경, 다이어트 성공..면도날 턱선 `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