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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국 위기, 투자자 발동동]"자산가들 美달러·주식, 사모펀드에 투자"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은퇴 후 금융자산 10억원에 의지해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는 박노형(62)씨는 얼마 전 증권사 투자상담사를 찾았다. 지난해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가입한 유럽쪽 신흥국 펀드 수익률이 3개월 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상담사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은 박씨는 최종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 펀드와 채권으로 갈아타기를 결정했다. 최소한 원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자산가들이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11일 이데일리가 국내에서 신흥국 채권 등을 주로 중개한 주요 대형 증권사 4곳(미래에셋·NH·한국투자·신한금투) 프라이빗뱅커(PB)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고액자산가들은 미국 달러와 주식, 부동산 관련 사모펀드 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B들도 적극적인 신흥국 투자를 권하지 않았다. 투자방법으로는 자산의 일부분을 분할해 투자하거나, 무역분쟁이 완화되는 이후로 미루길 조언했다. ◇ 금융자산가 “달러현금·사모펀드에 관심”금융자산가들이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투자처 갈아나기에 나선 이유는 무역분쟁, 금리인상 흐름이 보다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는 단연 미국이다.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상무는 “자산가들은 달러현금을 꾸준히 사 보유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환율차익은 비과세라서 떨어질 때 사들이는 방법으로 달러 중심의 외화트레이딩을 많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환 신한 PWM 산본영업소 PB팀장 역시 미국 달러 자산에 직접투자 하는 것과 미국 증시 중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을 고액자산가에게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부동산 관련 사모상품도 고액자산가들이 찾는 주요 투자처다. 조영환 팀장은 “요즘 자산가들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상품과 메자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해외자산을 구조화시킨 DLS(파생결합증권), 신탁 등에 투자를 한다”고 전했다.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이 결합된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김동의 NH투자증권 대치WM센터 부장도 “글로벌 변동성이 크다보니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을 선호하지 않고, 쿠폰(이자)이 꾸준한 코코본드나 부동산 관련 채권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형 사모헤지펀드 중에서는 롱숏이나 프리(Pre) IPO 펀드를 선호하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롱숏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사고,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도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고 프리 IPO는 상장 전 지분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바닥까지 내려온 신흥국…“아시아에 분할 투자”국내 주요 증권사 PB들은 최근 신흥국 채권과 주식 등이 역사적 바닥권이기는 하지만 적극 투자할 상황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서재연 상무는 “브라질 채권의 경우 높은 이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맞다면 지금 바닥권이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면서도 “다만 강력하게 추천할 정도로 안정적 투자처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 상무는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계속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이 바닥이라고 몰빵투자 하지말고 자산의 일정부분을 분할 투자하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대치PB센터 차장은 “저가 매수라는 의견도 간혹 들리긴 하지만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위기설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 때까지 관망한 후에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영환 팀장 역시 “신흥국 시장의 수익률 개선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무역 압박 두 가지 모두 마무리 되는 국면에 이뤄질 것”이라며 “지금 당장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라고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반면 하반기 달러화 약세를 전망해 저가 매수를 권유한 PB도 있다. 김동의 NH투자증권 대치WM센터 부장은 “하반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이머징 국가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투자 매력은 높아질 것”이라며 “그런 관점이라면 지금이 저가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신흥국 중에서는 아시아 신흥국가들이 추천됐다. 김동의 부장은 “경제 기초가 약한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는 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구구조가 젊고 성장성이 큰 베트남이 더 매력적”이라고 봤다. 서재연 상무는 중국 주식을 추천했다. 그는 “중국 주식이 미구과 무역분쟁으로 많이 빠져있어 중국 주식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분할매수하고 있다”며 “알리바바와 텐센트, 샤오미가 들어가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시진핑 무역전쟁, 2년내 독한 금융전쟁 부른다"
- 지난 6월 이후 본격화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서막에 불과하다. ‘위험한 미래’의 저자 김영익의 판단이다. 현재의 무역전쟁은 금융전쟁으로 가는 수순에 불과하다는 거다. 결국 그 끝은 2020년쯤 몰아닥칠 또 한 차례의 ‘세계경제대위기’라고 했다(사진=이데일리 디자인팀).[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멀쩡하게 생긴 다 큰 어른들 싸움 한번 구경하자. 체면이 있으니 육탄전은 못하고 대신 화려한 설전이다. 미국인 A씨와 중국인 B씨다. “우리 위대한 미국에서 그만큼 벌어갔으면 이제 좀 써야 하지 않겠어요?”(A씨) “월마트에 한번 가보시죠. 우리 중국인민들이 미국 소비자를 위해 얼마나 싸게 상품을 내놓는지. 당신네 무역적자가 늘어난 건 너무 많이 소비해서 그런 거예요.”(B씨) “국민이 쓰는 걸 어찌 막습니까. 당신네 중국이 너무 급한 건 아니고요? 듣자하니 금융강국에 군사강국까지 넘본다면서요.”(A씨) “심한 건 그쪽이죠. 30센트 들여 100달러 지폐를 찍어내선 옷 사고 신발 사고, 무기까지 만들어 세계를 상대로 경찰놀이 하는 거 아닙니까.”(B씨) “어쨌든 경제력이나 군사력이나 중국이 우릴 따라오는 건 못 봐주겠군요. 우리가 중국에서 연간 5000억달러쯤 수입하는데 전부 규제할 수 있다는 것만 알아두세요.”(A씨) 잠시 쉬어가자. 여기까지 1라운드다. ‘물건 사고파는 일’을 두고 벌인 신경전. 사람들이 ‘무역전쟁’이라 부르는 그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쯤에서 승패가 갈릴까. 좀더 지켜봐야겠다. “우리 상품을 그렇게까지 규제하면 미국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생각해봤나요? 정히 그렇게 나온다면 우린 1조 2000억달러에 이르는 국채를 팔 수도 있습니다. 달러가치가 확 떨어지면 물가는 더 춤을 추겠지요.”(B씨) “음. 끝내 금융전쟁으로 가자는 거군요. 당신네가 금융강국으로 가려면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을 왕창 개방해야 할 거고,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은행이 줄줄이 무너질 텐데, 괜찮겠어요? 뭐 한번 붙어봅시다.”(A씨) 다소 길어졌다. 하지만 그럴 만하다. 이 말싸움에 지난 얼마간, 또 앞으로 얼마간 펼쳐질 각본이 다 들어 있으니까. 무역전쟁에 이은 ‘금융전쟁’까지 예고하질 않았는가. 눈치들 챘나. 미국인 A씨는 트럼프 대통령이고 중국인 B씨는 시진핑 국가주석이란 걸. 전작 ‘3년 후의 미래’(2014)로 세간의 관심을 끈 금융통 경제학자가 추린 ‘2020년 세계경제대위기 가상 시나리오’의 예고편이다. △무역마찰은 서막일 뿐…2020년 혹독한 금융위기로 지난 6월 미국 트럼프행정부는 500억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부과를 결정했다. 7월 1차 대상에 340억달러 545개 품목을 뽑았다. 이대로 당할 순 없다는 중국의 대응은 즉각적이었다. 미국산 제품 659개 품목에 똑같은 25% 관세부과를 결정. 역시 1차로 7월 같은 날부터 340억달러 545개 품목에 ‘맞불’ 보복 관세폭탄을 터트린 거다. 이 실제 상황을 토대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금융전쟁으로 비화하는, 저자의 ‘현실성 있는’ 가상 시나리오는 내년 4월쯤 대반전을 예고한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거다. 수입을 아무리 규제해도 대중 무역수지적자가 나아지질 않자 내린 결단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팔 수도 있다’던 1조 2000억달러 미 국채를 정말 팔아치운다. 미국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가치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앞다퉈 미국 주식을 매도, 글로벌 주가하락이 본격화하는 대혼란이 펼쳐진다. 중국 역시 타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금융강국은 포기 못 한다.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을 축소시켜 위안화 위상을 높일 수 있지 않나. 소비중심으로 성장하는 계기도 만들고. 그리고 저자가 예측한 2020년.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중국의 구조조정’이다. 상하이종합지수 2000선(최근 2700선)이 무너지고 GDP 대비 168%에 이르는 기업부채 문제, 부동산 거품 붕괴와 함께 GDP 대비 60%가 넘는 ‘그림자 금융’ 문제까지 터진 마당이니.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금융전쟁이 낳을 결과물은 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2020년쯤 몰아닥칠 또 한 차례의 세계경제대위기. 미국과 중국의 대결국면 외에 가장 큰 원인은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전적이란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자고 과감한 재정·통화정책을 써댄 건 좋았는데 후유증이 생긴 거다. 경제주체가 힘을 못 쓸 정도로 부실해진 것. 선진국 정부부채가 GDP의 100%를 넘어설 정도니. 결국 앞으로 2년 남짓 세계 곳곳에선 부채에 의한 성장의 한계, 자산가격의 거품붕괴 현상이 무차별적으로 나타날 거란 얘기다. 저자가 볼 땐 특히 중국이 문제란다. 실제로 금융위기 직후 10% 이상씩 성장하던 때는 ‘아 옛날이여’가 돼버린 거다. 2016년 채권시장에서 거품이 빠지고 올초엔 가상화폐시장이 부풀었다가 꺼졌다. 1월 말 이후 중국주가는 25% 정도 하락했는데 주식시장의 거품붕괴 조짐이란다. 이 상태로라면 내년엔 부동산시장마저도 위험해질 거라 했다. △고래싸움에 낀 한국…중국서 국부 챙겨야 자, 그렇다면 고래싸움에 처절히 끼여 있는 한국은 어찌 될 건가. 중국 경제가 10%대의 고공행진을 할 때 한국은 그 혜택을 톡톡히 봤다. 대중 수출비중이 2000년 10.7%에서 2018년 상반기에는 26.7%까지 치솟았으니까. 그런데 중국의 구조조정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소비·투자가 위축하고 경제성장률이 4∼5%로 떨어지는 그 만큼 한국 경제 역시 타격이 적잖을 거란 뜻이다. 저자는 2020년까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 안팎으로 전망한다. 그럼에도 위기는 늘 있던 것이고 관건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렸다는, 열린 결말을 달았다. 수출 손실이야 수순이지만 개인·국가의 부를 늘릴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생긴다는 것.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국의 자산가격이 급락할 거니 한국은 이 틈새를 공략해 중국에서 금융을 통한 국부를 챙기란 소리다. 10년 내 0%로 떨어질 거란 제로금리시대의 개인 대비책도 내놨다. 그중 하나가 ‘계속 오래 일하면서 작은 근로소득이라도 챙길 것.’ 2000만원을 가졌든 2억원을 가졌든 금융흐름은 다르지 않을 테니 근로소득을 꾸준히 발생시키는 게 유리하단 계산이다. ‘위험한 미래’인 건 맞다. 하지만 ‘시대에 당하지는 말라’고 한다. ‘경제대위기 시나리오’에 담은 저자의 경고이자 당부가 그렇다. 빠르고 드라마틱한 현실 탓에 가상 시나리오가 ‘가상’으로만 보이지 않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