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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수희 “尹, 야당에 총리 후보 추천 요청해야”[특별인터뷰]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다음 달 30일 개원하는 제22대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 스킨십을 활발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다시 재현된 ‘여소야대’ 국면에선 야당 의원들의 도움 없이는 국정 운영이 어려운 만큼 자주 연락하고, 만나서 식사도 함께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와 야당 간 가교 역할을 할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서울 성수동 모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DJ, 김중권 비서실장 중용처럼 인사 바꿔야제17·18대 국회의원과 제48대 복지부 장관을 역임하며 정무적 감각과 실무 역량을 겸비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진 전 장관을 14일 서울 성수동 모처에서 만나 향후 정국 전망과 각종 현안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진 전 장관은 “이제 용산(윤 대통령)에서 야당 쪽에 손을 내밀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만나고 여당 의원보다 야당 의원들에게 전화도 많이 하고 같이 밥도 먹어야 한다”며 “불편함이나 어색함을 참고 야당한테 손을 벌리고 만나면 훨씬 더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공식적인 만남 제안이나 여당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것보다 평소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택해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 등 입법과제 추진에 야당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 전 장관은 “대통령께서 손을 먼저 내밀면 이제 민주당도 마냥 비판과 공격만 하기는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민적 심판의 화살이 언제든지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공격 일변도에서 벗어나서 대안 해결과 방안을 제시하며 정부와 컨센서스(합의점)를 만들어가는 책임 있는 수권 정당으로서 면모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새로운 대야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선 비서실장과 총리 인선이 중요하다고 진 전 장관은 강조했다.그는 “지난 2년 간 인사를 보면 굉장히 인재 풀(pool)이 협소하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많이 줬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폭넓게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최근 방송에서 김대중(DJ) 대통령 집권 초기 영남 출신의 민정당 소속 김중권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예를 들었다. 그는 “그때 사람들이 많이 놀랬는데, 그 정도의 인선이 이뤄져야 국민들에게 이제 대통령이 바뀌려나 보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차기 비서실장감에 대해서는 “꼭 쓴소리를 많이 했던 사람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비서실장은 거의 24시간 대통령이랑 의견을 주고받고 소통하기 때문에 격 없이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야단 맞을 각오로 얼굴도 붉히면서 바깥 민심을 전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했다. 차기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대국민 이미지는 고려하되 대통령과 가까울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진 전 장관은 “총리 후보는 야권에서 추천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진정한 협치 차원에서 민주당에서 마음을 담아서 추천해달라, 그러면 내가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식으로 윤 대통령이 추천 의뢰를 하는 게 국회에서 인준을 받는 과정에서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야권 추천 인사가 국무총리에 오르면 개각 시에도 민주당 의원들 의견도 듣고 반영하는 협치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서울 성수동 모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의정갈등 ‘컨틴전시 플랜’ 짜놓고 했어야”이명박 정부 시절 복지부 장관(2010년 8월~2011년 9월)을 지내며 가정상비약 편의점 판매를 관철시켰던 그는 국민적 관심사인 의정 갈등 해법도 제시했다. 단계적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정부가 의료계 내 직역 간 이해관계 조정,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는 정부 파트너(장·차관 등 실무진) 교체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대형병원 의사, 개원의사, 의대 교수, 전공의 생각이 다 다른데, 지금 갈등의 촉발은 정부가 했다고 본다”면서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정부가 9번 시도했다가 9번 실패했다. 그러면 정부가 그간 모두 실패했던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의료계 저항에 대비해 시나리오를 마련해 1·2·3차 대응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짜놓고 시작했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의대 정원을 한해 2000명 늘리는 것도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다는 게 진 전 장관의 설명이다. 더욱이 내년 입시에서 서울·수도권은 배정되지 않고 지방 의대에 집중 배치된 점도 지적했다. 의대 교수와 학생, 강의실만 마련한다고 지방 의대가 제대로 된 의료 인프라를 갖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충분한 준비도 없이 길게 끌고 가는 매우 불리한 싸움을 시작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의대 증원 규모 조정과 이번 전공의 파업 사태로 드러난 대형병원의 구조적 문제(전공의 저임금 노동 실태 등) 등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각 직역 간 갈등을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 전 장관은 “의대 증원 규모나 각 집단 갈등 중재를 위해 정부가 여기저기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합을 맞추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정 신뢰가 떨어진 만큼 새로운 라인업으로 대화 파트너도 바꿔서 진솔한 대화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 정부 실무진들도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는 차원보다는 뭔가 일이 되는 쪽으로 새 인물들로 바꿔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라스트 마일' 경계감 더 커져, 금리인하 기대 눌렀는데…환율 폭주
-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물가가 재반등할 수 있다는, 이른바 ‘라스트 마일’(Last mile·목표에 이르기 전 마지막 구간) 경계감에 7월 금리 인하를 바라보던 시장 기대를 누른 것이다. 채권시장은 금리 인하 시점과 그 폭에 대한 조정에 나섰지만, 외환시장은 오히려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럭처럼 직진했다.[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에…‘중립 기어’한은은 지난 12일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으로 동결했다. 작년 2월부터 이어진 10회 연속 동결이다.여전히 물가가 목표(2%) 수준에 수렴한다는 확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은이 금리 동결을 결정한 배경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전년동월대비 3.1%를 기록하는 등 두 달 연속 3%대를 보였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개월 만에 반등했다. 특히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까지 오르는 등 한은 전제치(80달러대 초중반)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은 1380원 직전까지 치솟은 상황이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꺾는 데 주력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2월 금통위 당시 ‘5월 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한 입장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근원물가는 예상대로 움직이지만 소비자 물가는 농산물,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 총재는 현 상황을 ‘깜빡이를 켜지 않은 자동차’에 비유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월평균 2.3%를 보이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고, 2.3%보다 높으면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조정을 자동차 깜빡이에 비유하곤 하는데, 현재 깜빡이를 켠 상황은 아니고 깜빡이를 켤지, 말지 자료를 보고 고민하는 단계”라고 했다.특히 이 총재는 데이터를 더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6월 전 세계 경제와 여타 중앙은행의 결정을 봐야할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두 번 정도 데이터를 더 봐서 (통화정책에 대한) 확신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5월 수정경제 전망과 6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을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리겠다는 셈이다.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이 기존 1명에서 추가되지 않았다는 점도 7월 인하 가능성을 낮췄다. 지금부터 3개월 뒤는 7월이기 때문에 7월 금리 인하를 위해선 이번 금통위 회의 때 3개월 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위원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었다.시장은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긴축 기간을 수식했던 ‘장기간’ 표현이 삭제되면서 환호했지만, 이 총재 기자회견을 거치면서 전망을 수정했다.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고, 인하 폭은 하향했다. 기존 ‘5월 금리 인하 소수의견, 7월 인하, 연중 세 차례 인하’ 전망에서 ‘7월 금리 인하 소수의견, 8월 인하, 연중 한두 차례 인하’로 전망을 수정한 것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긴축기조의 ‘장기간’ 부담은 벗었지만, 인하의 깜빡이를 켜기 위한 조건으로 소비자물가 안정 확인에 향후 2개월 정도가 필요해졌다”며 “환율, 유가가 현 수준에서 추가 상승할 경우 3분기 금리 인하 기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금리 인하 시그널이 3분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4분기에 실질적인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지붕 뚫은 환율외환시장의 금통위 해석은 사뭇 달랐다. 이 총재 기자회견 직후 환율은 1370원을 넘어서며 장중 1375.5원까지 올라섰다. 마감 가격도 1375.4원으로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최고치를 1거래일 만에 경신했다.발단은 이 총재의 환율에 대한 평가였다. 이 총재는 “달러 강세 속에 중국, 일본 등 주변국 통화 약세의 영향에 원화가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절하되는 면이 있지 않은지 유심히 보고 있다”면서도 “달러 강세 영향으로 우리나라만 환율이 절하되는 것이 아니다. 해외 순자산이 늘어나는 등 선진국형 외환시장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쏠림 현상’이 있을 때 개입할 의지나 여력이 있다는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현재 환율 수준에 대해 불편하다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시장은 외환당국의 개입의지가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시장에서는 환율 상단이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총재가 예상을 뒤집었다”며 “외환당국이 당분간 이 수준을 용인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유일한 하방압력 재료는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이었는데 상단이 많이 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뼈 아픈 실책이 됐다. 환율의 중요성 역시 기자회견에서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가 미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것이 우리 통화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환율로 인해 우리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한은은 소통 오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14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시장에서 한은이 환율 수준을 안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잘못 이해한 것 같다”며 “현재 이란·이스라엘 사태를 주시하면서 환율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남해안과 제주 중심으로 많은 비…"출근길 우산 챙기세요"[오늘날씨]
-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15일 전국은 곳곳에 비가 내려 흐리다. 비 온 뒤 기온이 떨어지면서 오후에는 평소보다 선선한 날씨가 나타나겠다. (사진=연합뉴스)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2~18도, 낮 최고기온은 17~21도로 예측된다. 오전 12시부터 6시 사이에 수도권과 충남권, 전라권, 경남 서부에서 시작된 비의 영향으로 낮 기온은 대체로 20도 내외에 머물겠다. 비는 오전 6시 이후부터 전국으로 확대되다가 오는 16일 오전에 그치겠다. 이튿날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과 인천, 경기에 5~40㎜, 강원 내륙·산지와 대전, 세종, 충남, 대구, 경북에 5~30㎜, 광주, 전남과 부산, 울산, 경남은 20~60㎜, 제주도는 30~100㎜로 예상된다. 특히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제주도 산지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10~20㎜의 강한 비가 내리면서 각각 80㎜와 120㎜ 이상 빗방울이 떨어지겠다. 서해상과 남해상, 제주도 해상에서는 돌풍과 함께 물결이 매우 높게 일면서 풍랑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항해하거나 조업하는 선박은 파도를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대기는 미세먼지 없이 종일 청정하겠다. 원활한 대기 확산과 강수의 영향으로 전국의 미세먼지 등급은 ‘좋음’ 또는 ‘보통’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 축산물계의 블룸버그 꿈꾸는 ‘미트박스글로벌’…"데이터 사업에 속도"
-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 10년간 ‘미트박스’를 운영하면서 축산물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데이터 사업을 하고자 계속 밭을 갈고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최고 수준의 데이터 분석가를 통해 고객 맞춤형 데이터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블룸버그처럼 기존 시세 데이터에 인사이트까지 제공하는 가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기봉 미트박스글로벌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미트박스글로벌 본사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기준으로 삼을 만한 축산물 가격 지표조차 없었던 국내외 시장에 현재·예측 시세 등 각종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이는 미트박스글로벌을 데이터를 활용하는 ‘미트테크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봉 미트박스글로벌 대표이사가 서울 강남구 미트박스글로벌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미트박스글로벌)◇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미트박스’ 성장 가속화미트박스글로벌은 지난 2014년 김기봉·서영직 대표가 손을 잡고 함께 설립한 기업으로,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미트박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미트박스는 기존의 복잡한 축산물 유통구조에서 중간 유통과정을 없애 1차 도매상과 식당·정육점 등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해 시장의 호응을 이끌었다. 김 대표는 “기존 축산물 시장에선 생산과 출하, 도매·소매 단계를 거치는 동안 최종 구매자가 부담하는 유통 비용이 판매가의 40%에 육박했다”며 “미트박스는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혁신해 판매자에겐 미수금 부담을 해결하면서 전국 단위 판매가 가능하게 했고, 구매자에겐 15~30% 이상의 원가를 절감하면서 합리적으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축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MD를 통해 입점 업체를 관리하고 완벽한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시스템 방식을 적용해 품질과 유통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미트박스는 이러한 모델을 구축한 덕분에 출시 10여년 만에 누적 거래액 1조4000억원을 넘어서며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75.8% 증가한 2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미트박스는 국내 축산물 유통시장에 축산물 도매 시세와 시황 리포트를 제공하며 시장의 정보 투명성을 제공하는 데도 힘을 썼다. 김 대표는 “매일 세분화한 축산물 가격을 공개하는 시스템은 미트박스만의 특징”이라며 “시장에 가격을 공개하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축산물 유통시장을 효율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트박스가 제공하는 ‘미트박스 종합 지수’ 리포트 (사진=미트박스 홈페이지 갈무리)◇‘데이터 사업’ 구축 속도…“글로벌 시장 공략 계획”미트박스글로벌은 지난 10년간 미트박스 운영을 통해 모은 시세와 시황, 판매 데이터를 활용한 ‘축산물 데이터 플랫폼’ 사업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자체 데이터와 예측 데이터, 외부 데이터를 통합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달 15일 베타버전을 출시한다. 서비스 이용자에겐 1~6개월 예측 시세와 함께 차별화된 축산물 시장 정보, 인사이트 등을 제공한다. 김 대표는 “이미 유통·외식 등 축산물을 구매하는 기업들이 우리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미트박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종합적 지표인 ‘미트박스 지수’ 등은 증권·금융 시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축산업계 관계자들이 유용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미트매치’라는 플랫폼도 다음 달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기존 미트박스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거래하기 어려웠던 홀세일러(wholesaler·도매상)끼리의 거래를 돕는 플랫폼이다. 김 대표는 “중고 거래 플랫폼처럼 진입 장벽 없이 거래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대신 거래 데이터를 확보하고, 추후엔 거래 시 금융업과 연계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트박스글로벌은 플랫폼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데이터 사업의 확장을 위해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기흥 물류센터 구축과 해외 진출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데이터 분석을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이를 활용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미트박스 거래액이 매년 20%씩 증가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이룬 만큼 앞으로 빅데이터와 플랫폼 선순환 효과를 통해 업계 선두주자의 지위를 확고히 해나갈 것”이라며 “축산물 데이터 플랫폼 사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영역으로, 상장 이후엔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닫혔던 지갑 열린다…M&A 시장 잠재 매물은
-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차가웠지만 시장에 매물은 넘쳐나고 있다. 작년부터 지갑이 닫히면서 매물들 역시 쌓여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1분기 딜로 연결되지 않았던 조 단위 매물도 수두룩하다.먼저 올해 M&A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폐기물 처리업체 에코비트는 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매물 중 하나다. 에코비트는 상반기 중 인수 후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에코비트 매각 주관사인 UBS와 씨티글로벌마켓(씨티증권)은 최근 인수 후보군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상반기 중 인수의향서(LOI) 접수 등을 거쳐 예비 인수자 선정까지 마치겠다는 목표다. 매각 대상은 에코비트 지분 100%다에코비트는 국내 매립시장 1위 사업자로 지난 2021년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지분은 50%씩 나눠 보유하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올해 1월 워크아웃을 선언한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자회사 에코비트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채권단에 약속한 바 있다. 이후 KKR의 동의를 얻어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 중이다.인수 후보군도 쟁쟁하다. 인프라 투자 경험이 있는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맥쿼리자산운용, EQT파트너스 등이 거론된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인수 후보군 중 하나다.문제는 역시 몸값이다. 태영그룹 측이 원하는 기업가치는 3조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평가하는 몸값은 1조~2조원 수준인만큼 원매자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오는 25일로 본입찰이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역시 시장에서 관심이 높은 매물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자금은 약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예상 매각가는 5000억~7000억원 사이지만 여기에 부채까지 더해진 금액이다.현재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는 제주항공(대주주 AK홀딩스),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에어프레미아(JC파트너스), 에어인천(소시어스) 등 총 4곳의 저비용항공사(LCC)가 선정됐다. 인수 후보자 모두 LCC인만큼 가장 중요한 자체 자금력 부분에서 취약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히고 있다.보험사 매물은 말 그대로 ‘쌓여있는’ 상태다. 현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KDB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등이다. 보험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몸값이 높아진 상태인데 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금융 지주사를 중심으로 인수 성사 기대감이 커져있는 상태다.이밖에 SK렌터카와 케이카 등 중고차와 렌터차 업체는 물론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와 여행·숙박 플랫폼 여기여때 등 여행업체 역시 매물로 나와있다.
- 침대 위 살해된 母子…증거가 가리키는 ‘단 한 사람’ [그해 오늘]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21년 4월 15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조모 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도예가인 조 씨는 왜 아내와 아들을 무참히 살해했을까.사건은 2019년 8월 22일에 발생했다. 관악구 재개발 지구 안 빌라에 살던 여성 박 씨(당시 41)와 아들 조모 군(6)이 침대 위에서 흉기에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됐다. 하지만 용의자를 특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집안 물건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안방의 귀중품도 그대로였다. 피해자들이 불과 30초 만에 다발성 치명상을 입고 사망한 것은 범행의 목적이 살인이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또 피해자들이 상당량의 피를 흘렸음에도 혈흔에 남아 있을 법한 범인의 지문과 족적 등이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범행 과정이 치밀하고 깔끔했다. 범인은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친 뒤 불까지 끄고 빠져나가는 등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 힘든 여유를 갖고 있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경찰이 주목한 것은 외부 침입이 없던 것과 사망 추정 시간에 유일하게 집에 있었던 사람은 조 씨라는 점이었다. 사건 50일 만에 유력 용의자로 특정됐지만 조 씨가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 더군다나 조 씨는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은 피해자이고 누구보다 범인을 잡고 싶어 하는 남편이자 아빠”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 씨 측과 경찰의 줄다리기가 이뤄지던 어느 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피해자들의 위 속에 남은 음식물로 사망 시간을 추정했다. 부검 당시 박 씨와 조 군의 위에서는 다 소화되지 않은 죽 형태의 내용물이 발견됐다. 국과수는 “식후 완전히 소화(위에서 소장으로 모두 이동)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통상적으로 식후 6시간 이내 살해됐을 것”으로 봤다.(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통상 저녁을 오후 6~7시쯤 먹었다면 범행은 새벽 1시 전에 이뤄졌다는 가설이 세워졌다. 조 씨가 집에 머문 시각은 오후 8시 56분부터 오전 1시 35분 사이였다. 경찰은 이를 증거로 조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그렇다면 조 씨가 사용한 흉기와 살해할 때 혈흔이 묻은 옷가지는 어디로 갔을까.사건 현장에서 유일하게 사라진 물건은 주방에 있던 6개의 칼 세트 중 하나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도예가였던 조 씨는 사건 발생 6일 후 기자재 판매 사이트에 자신이 사용한 전기 가마를 매물로 내놓았다. 해당 가마를 구매한 A씨는 “상태가 좋은데 싼 가격에 올라와 바로 구입했다”고 했다.1000도 이상까지는 전기 가마를 이용해 흉기를 없앴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혈액이 묻은 옷가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흉기는 녹지 않았다.흉기도, 피해자들의 혈흔이 묻은 옷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조 씨에 대한 살인 혐의는 짙어졌다. 그 배경에는 5년의 결혼생활이 있었다.박 씨는 고정 수입이 많지 않았던 조 씨에 결혼 전부터 금전 지원을 했으며 결혼 후에는 생활비 및 도예 작업 비용 등으로 매달 2~300만 원을 지원했다. 또 철거를 앞둔 전세 빌라에 지내면서도 남편에게는 수억 원의 대출을 받아 78평형 신식 오피스텔을 매입해 도예 공방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그 외 공방의 공과금, 차량 할부금, 작업 도구 및 재료 구입비, 모발 이식 수술비용 등을 아낌없이 지원해줬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그러다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박 씨는 금전 지원 중단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조 씨는 분노를 나타내며 이혼을 요구했고 별거에 들어갔다.조 씨의 통장 잔액은 1900원까지 내려가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됐다. 아내에 이혼을 철회하며 급변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지만 박 씨의 생각은 견고했다. 부모와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쓰던 조 씨는 경마장을 찾았다가 베팅에 성공하면서 매주 2~3회 경마장을 찾았다. 그러나 카드론 대출, 현금서비스 등으로 마련한 800만 원을 베팅하고 전부 잃는 등 경제적 상황은 악화됐다. 경찰이 조 씨의 노트북을 포렌식 한 결과 보험 사이트에서 아내의 사망 보험금 수령액과 본인이 피보험자인지의 여부를 확인한 것이 밝혀졌다. 아내는 5건의 손해보험이 있었고 사망시 보험금 1억 7500만 원을 수령하도록 돼 있었다.이뿐만이 아니었다. 결혼 6개월 후부터 불륜 관계를 이어온 내연녀가 있었던 그는 내연녀와 월 평균 17회의 만남을 가지는 반면 아내와는 월 1회만 만났다. 조 씨의 부모도 이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내연녀가 일방적으로 아들을 쫓아다녔을 뿐이다. 설사 외도라고 해도 그것이 살인의 동기는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이후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에 제 3자가 침입했을 가능성은 없었으며, 조 씨가 부인과 갈등 관계였다는 점,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였다는 점 등을 범행 동기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항소심 재판부도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 추정 시간 증거는 법의학적 신빙성이 있다”며 “사망 추정 시간과 피고인이 집에 머문 시간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형사재판에서 증거는 반드시 직접증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해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그러면서 “사망 시간 추정이나 3자의 살해 가능성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 살인 동기 등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원심이 판결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