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500년전 한국은 스키 강국이었다

경기도 광주 한국 스키 역사 기행
1912년 함경남도 발견한 '한반도 고대스키'
현재 일본스키발상상기념관에서 보관하고 있어
현존 최고의 스웨덴 고대스키와 동일 방식
  • 등록 2018-02-11 오전 6:00:00

    수정 2018-02-11 오전 6:00:00

강원도 전통스키인 ‘고로쇠스키’를 타고 설원을 내려오는 사람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스키는 모든 스포츠의 왕자다”. 근대 스키의 정신적 아버지이자, 노르웨이 극지탐험가인 프리드초프 난센(Fridtjof Nansen, 1816~1930)이 스키로 그린랜드 횡단에 성공한 후 남긴 말이다. 스키는 동계스포츠를 대표하는 종목이다. 특히 유럽인들이 특히 사랑하는 스포츠이자, 레저다. 아무래도 눈이 많은 북유럽이 스키의 중심이었다는 그들만의 우월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낸 것이 바로 1912년 함경남도에서 발견한 ‘한반도 고대스키’다. 고대 스키 원형이 작은 아시아 소국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스키발상기념관에서 보관 중이던 이 스키가 최근 잠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한반도 스키 역사는 물론 세계사를 다시 쓰게 만든 이 스키를 찾아 경기도 광주로 향했다.

강원도 전통 설피를 신고 설원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


◇한반도 비밀 품은 고대스키 100년 만에 돌아오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1월 중순. 서브원 곤지암리조트 내 한국스키 100년관을 찾았다. 이곳에 ‘한반도 최초 고대스키 특별전’(1월21일~3월2일)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여기서 전시하고 있는 스키는 현존 최고(最古, 2500~4000년 전)인 스웨덴 고대스키인 칼브트라스트와 동일한 ‘네 구멍식 스키’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유일하다. 길이 160cm, 너비는 앞뒤가 6.4cm와 5.5cm, 한가운데는 7cm. 잘록한 요즘 스키와는 정반대다. 재질은 고로쇠나무를 깍아 만들었는데, 한가운데 네 구멍은 발 묶는 끈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다. 선조들은 이를 ‘썰매’라고 불렀다. 순수 우리말을 한자로는 ‘설마(雪馬)’로 표기했다.

한반도 최초 고대스키전이 열리는 곤지암리조트 ‘한국 스키 100년관’에 전시 중인 ‘한반도 고대스키’(사진=서브원 곤지암리조트)
이 스키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 한반도에 주둔했던 일본 육군 제8사단의 아부라카와 데이사쿠(油川貞策·1885∼1953) 중위(당시)가 함경남도에서 찾아냈다. 이후 니가타현 조에쓰시 소재 제13사단에 보냈다. 부대 해산 후에는 조에쓰 시가 시립종합박물관에 전시한 데 이어 1992년 가나야산 일본스키발상기념관(조에쓰 시립종합박물관 산하)으로 옮겨졌다. 이번 전시는 곤지암리조트가 조에쓰시의 스키발상기념관에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협조를 요청해 이뤄졌다.

‘한반도 고대 스키’는 한국 스키 역사를 뒤바꿀 만큼 의미가 있다. 일단 고고학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료다. 앞서 설명했듯이 한반도 고대스키는 스웨덴의 칼브트라스트와 동일한 ‘네 구멍식 스키’다. 하지만 칼브트라스트는 길이가 2m가 넘어 크기에서는 우리 ‘한반도 고대스키’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네 구멍식 스키’가 한반도에서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사에 충격을 줄만한 사실이다. 스키가 유럽부터 유라시아에 걸친 지역에 전해졌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어서다. 이에 한반도 고대스키를 ‘4세기 북구형 스키’(출처 ‘스키70년사’·대한스키협회 1999년 발간)로 평가하고 있다. 또 ‘세계스키의 원형’(손경석 초대 대관령스키박물관장·1999년)이란 주장도 나온다. 일본 야마자키 시호우는 저서 ‘일본스키발달사’(1936년 발간)에서 “북유럽 서쪽의 스칸디나비아 지방에 태고로부터 전해진 스키와 똑같은 것이 1912년 함경남도에서 발견됐는데 이는 퉁구스족이 동방에 이동할 때 지니고 온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더 이상 스키의 시작을 유럽이라고 단정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부라카와 중위가 발견했을 당시 상황이 전혀 전해지지 않은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할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를 증언해 줄 아부라카와 중위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스키를 한반도 최초의 스키 또는 고대 스키의 원형으로 부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고대스키를 소유하면서 전시하고 있는 일본스키발상기념관(사진=곤지암리조트)


◇ 100년 전 한국은 스키 강국이었다.

한반도 고대스키 존재를 배제해도 우리 스키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과거 문헌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이익(1681~1763)의 성호사설에는 설산에서 교통수단으로 쓰이는 썰매에 관한 기록이 있었고, 1895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출한한 ‘한국의 게임’이라는 책에서 ‘설 탄 사양군’(썰매 탄 사냥꾼)이라는 기록이 있다.

근대 자료로는1934년 당시 조선스키연맹 기술이사였던 일본인 이이야마 다쯔오가 스키장 답사 도중 함경남도 부전고원 연화산 서어수리 부근의 화전민 마을에서 촬영한 전통스키(썰매) 영상자료가 있다. 이후 1940년 전후에 북한 장진지방에서 근대 크로스컨트리 스키처럼 폭이 좁고 길이가 180cm의 스키에 220cm의 긴 장대로 밀고 나가는 전통스키를 발견했다. 또 1949년 대한스키협회에서 대관령을 답사했을 당시 지역주민들이 사용하는 전통스키를 접했다. 당시 스키는 폭 5.5~24cm, 길이 90cm 전후에 발에 묶은 후 긴 장대로 이동을 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전통스키는 주로 고로쇠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벚나무를 사용해 만들었다. 스키를 만들기에 적합한 나무를 선택해 며칠간 물에 담근 후, 끌이나 대패로 깎았다. 길이는 북방형이 약 6자(160~190cm) 정도였고, 남방형은 약 2자(60~90cm) 정도였다. 스키 중간에 네 곳의 구멍을 뚫어 짐승의 가죽이나 삼 껍질, 짚 끝 간은 것으로 발에 메고 긴 막대기로 몸의 균형을 잡으며 눈 위를 내려왔다. 이러한 전통스키는 1980년대까지 한국의 강원도 산골에서 교통이나 취미 등으로 사용했다.

한반도고대스키를 소유하면서 전시하고 있는 일본스키발상기념관(사진=곤지암리조트)


근대 스키는 구한말에 들여왔다. 선교사들이 국내 포교활동을 하면서 겨울철 눈 덮인 산에서 스키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기록상으로는 일제강점기 원산중학교 교사로 부임한 일본 나가노현 출신인 나카무라가 오스트리아 산 스키 2대를 들여왔다는 기록이 가장 신빙성 있는 내용이다. 나카무라는 원산중학교 부임 후 스키보급에 나서 한국 최초의 스키장인 ‘신풍리 스키장’ 등 스키장 발굴과 스키 대중화에 기폭제가 되었다. 유럽에서 발달한 근대스키가 1910년 일본에 보급된 후 1921년 한국 산악지방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1927년에는 일본은 원산 근교 신풍리에 한국 최초의 스키장인 ‘신풍리 스키장’을 개설했고, 1929년에는 당시 가장 큰 규모였던 상방협 스키장, 1936년에는 성진 스키장과 금강산 온정리 스키장, 1939년에는 와룡 스키장, 1940년에는 라남 스키장을 개장하며 알파인과 노르딕, 점프경기가 가능한 종합 스키장을 선보였다. 이후 철도국을 중심으로 스키장과 스키산장, 여관 등이 들어섰고, 주말마다 스키열차를 운행하는 등 겨울을 대표하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한반도 최초 고대스키전이 열리는 곤지암리조트 ‘한국 스키 100년관’에 전시 중인 한반도 고대스키(사진 왼쪽)


◇여행메모

△가는길=곤지암리조트는 경강선 곤지암역 신설과 성남∼장호원 간 고속화도로 임시개통,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가는 길이 한층 수월해졌다. 무료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있어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전철을 이용하면 더 빠르다. 성남 분당에서 20분, 강남에서 40분이면 리조트에 도착한다. 경기 서·남부권인 군포, 안양, 평촌 지역에서도 새로 놓인 고속화도로를 이용할 경우 50분이면 곤지암에 도착할 수 있다

△한반도 고대스키 특별전시전= 곤지암리조트 한국스키 100년관은 한국의 스키 역사와 발전상을 비롯해 지난 1960년 한국 스키 최초로 참가했던 동계 올림픽 사진기록과 동계 올림픽 국내 최초 스키 국가대표 선수였던 임경순 선수 등 스키계 원로들의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관람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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