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현대인은 죽(粥)심으로 산다!

(틈새메뉴) <1> 하루 책임지는 아침 죽 한 그릇
  • 등록 2009-05-10 오후 9:33:01

    수정 2009-05-10 오후 9:33:01

[이데일리 EFN 송우영 객원기자] 죽은 곡물로 만드는 가장 원시적인 음식이다. 넣는 재료에 따라 보양식이나 별식이 되기도 했으며 보릿고개 시절처럼 먹을 것이 부족할 때는 구황식으로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기도 했다.

죽은 사람들 곁에서 그들의 속을 달래며 함께 지내온 역사가 깊은 음식이다. 조선시대 문헌만 봐도 수록되어 있는 죽의 종류가 170여 가지에 이른다.

◇ 하루 책임지는 아침 죽 한 그릇

궁중에서는 평소에 이른 아침부터 초조반, 조반, 낮것상, 석반, 야참 등 다섯 번의 식사를 올렸는데 그 중 초초반이나 낮것상, 야참으로 물에 불린 쌀을 갈아 물 대신 우유를 넣고 끓인 타락죽을 자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순조 때 홍석모가 지은 세시풍속서『동국세시기』에서는 궁중 내의원에서 음력 시월 초하루부터 정월까지 왕에게 타락죽을 진상하였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영조 때는 선전관에 명해 종루의 걸인들을 선혜청에 모아 놓고 죽을 내렸다는 죽 배급에 대한 기록도 있다.

허준이 지은『동의보감』에도 백죽(白粥)이라 하여 조반으로 죽을 먹으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나와 있고 순조 때 서유구가 쓴『임원경제십육지』에도 죽기(粥記)를 인용하여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죽 한 사발을 먹으면 배가 비어 있고 위가 허한데 곡기가 일어나서 보의 효과가 사소한 것이 아니다.

또한 (죽은) 매우 부드럽고 매끄러워 위장에 좋다”고 쓰여 있다. 죽은 곡물을 오랫동안 끓여서 만든다. 따라서 곡물의 녹말이 충분히 호화되어 언제 먹어도 소화가 빠르고 위에 부담이 없다.

아침에 먹으면 좋다는 기록이 유독 많은 이유는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는 것보다 소화도 잘 되고 영양소도 빠르게 흡수되어 뇌와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 죽 한 그릇에 가득 담은 개성


죽의 매력은 담백하고 부드럽다는 것에 있다. 그래서 언제 어느 때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예소담'을 운영하는 장미영 대표는 “앉아서 근무하는 시간이 긴 직장인들은 소화력이 많이 떨어지고 자극적인 것을 많이 먹어 위도 약해져 있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도 많다는 점에 착안, 환자들을 위한 죽이 아닌 건강한 사람을 위한 죽을 개발했다”며 죽전문점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죽은 2000년대 초반 죽 전문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면서 환자나 노약자들이 먹는 회복식이 아닌 한 끼 식사 개념으로 부상했다. 식사 전에 먹는 서양의 수프와 비슷한 개념으로 한정식집에서 죽을 내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유동식으로 부드럽게 위 운동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메인요리를 먹기 전에 입맛을 돋우면서 소화가 잘 되게 한다. 일식집이나 한정식집에서는 고객을 맞이하는 전채로 밥공기보다 작은 그릇에 담아내고 있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님'에서는 전채 죽으로 양죽을 내기도 한다. 소의 양을 부드럽게 삶아 잘게 썰어 죽을 쑨 것으로 고소한 맛과 쫄깃하게 씹히는 양의 식감으로 고객들 반응이 좋다.

죽 만큼 계절을 담기 쉬운 요리는 없다. 마늘, 감자, 연근, 해조류 등의 지역 특산물을 활용, 지역특화메뉴로 선보이기에도 무리가 없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수라온'에서는 겨울동안 제철인 매생이죽을 전채 죽으로 내고 있다. 특유의 향긋한 맛을 지닌 매생이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의 함유로 숙취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중국에서는 죽을 콘지(congee)라 하는데 육수를 넣고 끓이는 기본 죽 위에 고명을 달리 얹어 다양성을 지닌 중국인들의 아침 식사 메뉴다.

'칸지고고 신사점'에서는 콘지를 태국산 안남미로 만들어 우리나라 죽과는 다른 독특한 보양식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또한 중국 현지보다 향을 줄이고 미국 스타일을 추구함으로써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센 화력을 사용한 중국 정통 조리법으로 콘지의 독특한 식감을 잘살려내고 있다. 이렇듯 각 나라마다 수프, 콘지 등으로 명칭과 재료는 달리하나 비슷한 형태의 음식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죽은 세계화할 수 있는 메뉴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죽은 멥쌀이나 찹쌀을 불려 6~7배 되는 물을 넣고 40~50분간 약한 불에서 오래 저으며 쑤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생쌀로 죽을 쑤었을 때에 비해 미리 밥을 지어두었다가 죽을 만들면 걸리는 시간도 짧고 식감이 살아있어 최근에는 이런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 도움말 : 월간 외식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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