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그는 안전행정부(안행부)에서 생활안전과장직을 맡고 있었다. 지방행정에 관심이 많았던 홍 과장은 지자체 관련 업무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물거품이 됐다. 부처가 쪼개지면서 홍 과장은 안전처로 소속을 옮겼고 지자체 업무는 행정자치부에 남았다.
공직사회에 평지풍파가 일었다. 많은 사람들이 좌천됐다. 동료들의 이름이 날마다 언론에 오르내렸다. 한산했던 안전부서에 취재 열풍이 불면서 홍 과장의 전화에도 불이 났다. 업무 처리할 시간조차 부족할 지경이 됐다. 이 와중에도 운 좋은 일부는 승진했다. 부처가 나눠지면서 새로운 자리가 만들어진 때문이다.
홍 과장에겐 승진 대신 ‘일폭탄’이 떨어졌다. 홍 과장은 국가안전대진단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전국 100만개 시설이 대상이다. 시민들로부터 하루 평균 250건 정도 신고되는 안전신문고 내역, 제2롯데월드·싱크홀 등 굵직한 사건·사고 및 안전점검도 안전점검과 소관이다. 야근은 일상이 됐다. 책상 옆 간이침대에 눈을 붙이는 날이 잦아졌다. 지방에 사는 가족들과 주말상봉도 힘들어졌다. 친구들 얼굴을 본지는 언제인지 기억이 없다. ‘안전처 생겨도 달라진 게 없다’는 비난이 많지만, 그의 일상은 달라졌다.
안전에 대한 그의 관점·가치관도 달라졌다. 홍 과장은 안전 관련 보직을 처음 받았을 때는 낙담했다고 했다. 그는 “안전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고, 안전 부서는 ‘공무원 3D 부서’, ‘승진에 불이익이 있는 한직’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안전에 무관심한 우리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봤습니다. 희생당한 아이들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 ‘내가 먼저 나서자’라는 다짐을 했죠.”
“사고 이후에도 부처별 소관 법령이나 제도가 바뀌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아요. 각 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민들께도 안전사각지대가 눈에 띄이면 바로 안전신문고에 신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전처도 컨트럴타워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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