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펙사벡, 임상중단 권고 왜?…"예견된 실패"지적도

독립적 위원회 무용성 평가 중단 권고
"경쟁약물 '렌비마' 대비 임상적·경제적 가치 적어"
회사측, 권고 사항 FDA 보고 외 입장 확인 안 돼
  • 등록 2019-08-02 오전 10:14:23

    수정 2019-08-02 오전 10:14:23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항암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치료제를 연구하는 신라젠(215600)이 미국 기관에서 항암제 펙사벡 임상시험 중단 권고를 받았다. 임상시험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아직 회사측의 임상시험 강행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스크래치’(흠)이 난 상황에서 설사 임상시험을 계속해도 시장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일각에선 ‘예견된 실패’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라젠은 2일 공시를 통해 “8월 1일 오전 9시(미국 샌프란시스코 시간)에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와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 3상시험의 무용성 평가 관련 미팅을 진행했다”며 “진행 결과 DMC는 당사에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무용성 평가는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따져 임상 지속여부를 판단하는 임상 3상 과정 중의 하나다. 임상 3상은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부작용과 효능을 보면서 약의 복용량을 결정하는 시판 허가 직전 마지막 단계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신라젠이 진행하고 있는 임상 3상은 기존 치료 경험이 없는 1차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1차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는 넥사바(성분명 sorafenib)투여 이전 5주 동안 펙사벡을 투여받는 투여군과 처음부터 넥사바만을 투여하는 대조군과 비교하는 임상이다. 20개 국가, 140개 임상수행기관에서 약 600여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2016년 1분기 환자등록이 개시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펙사벡 임상 중단 권고를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펙사벡의 경쟁약물이 나타났고 경쟁약물이 펙사벡보다 우수하다는 이유에서다. 바로 다른 간암 1차 치료제로 2018년 8월 미 FDA에서 승인을 받고 등장한 렌비마(Lenvima)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제약·바이오)는 “신라젠의 펙사벡은 경쟁약물인 렌비마에 비해 임상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별 가치가 없다”며 “그런 이유로 임상 중단 권고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펙사벡 경쟁약물인 렌비마의 임상 3상 결과를 보면 전체 생존기간(OS)중앙값은 렌비마 13.6개월, 넥사바 12,3개월로 크게 우위에 있지 않지만 무진행성생존기간(PFS) 중앙값은 렌비마 7.3개월, 넥사바 3.6개월로 2배 가량 길고 전체 반응률(ORR)도 렌비마 41%, 넥사바 12%로 매우 양호한 결과를 보여줬다

여기에 렌비마는 알약처럼 경구 투여가 가능한 합성신약인데 비해 펙사벡은 종양내 투여 방식이라 투약 편의성에서도 경구용 제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민정 수석연구위원은 “임상 강행은 회사 의지가 달린 부분이라 진행 여부는 모르겠다”면서도 “다만 시장에서 ‘임상 중단 권고’사실을 다 알게 됐기 때문에 임상을 하더라도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회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신라젠에 여러차례 전화를 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신라젠은 공시에서 “DMC로부터 권고받은 사항을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보고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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