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위기에…‘강성’ 車업계 임금협상 시기 늦추고 요구 낮출듯

코로나19 위기로 현대차 글로벌 공장 셧다운
노조 "악재多 임금협상에 노조 성과 불리해"
금융위기 때 '기본급 동결'로 위기 극복 경험
  • 등록 2020-04-15 오후 5:05:20

    수정 2020-04-15 오후 7:02:33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생존 위기에 놓인 가운데, 올해 자동차업계의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상도 늦춰질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 데다 공장 가동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회사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할 정도로 노조와 임금인상을 놓고 힘겨루기할 여력이 없다. 국내 자동차 최대사업장인 현대차 노조도 코로나19 위기로 임단협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대차 노조의 선택이 올해 자동차업계 위기 극복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주목된다.

코로나19로 악재 多…현대차 노조 “임금협상 신중하게 접근”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소식지를 통해 “지금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회사의 영업이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며 “2020년도 임금협상에 악재가 많아 노조가 성과를 내기 불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V자 반등’ 실적 개선세가 코로나19로 급제동이 걸렸다. 현대차는 코로나19가 확산하고 문을 닫는 공장이 늘어나면서 3월 판매량이 30만80503대(국내 7만2180대, 해외 23만6323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9% 줄었다. 감소폭으로만 보면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1월(-26.7%) 이후 최대치다. 신차효과와 개소세 70% 인하 효과 등으로 내수는 3% 증가했지만 해외 판매는 26.2% 감소했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영향권에 본격 진입하면서 현대차의 미국, 유럽, 인도, 브라질 등 거의 모든 권역 본부의 공장이 ‘셧다운(일시폐쇄)’ 상태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다음 달 1일까지 거의 한 달 반 동안 문을 닫는다. 그나마 한국 공장은 내수가 뒷받침되면서 정상가동 중이지만,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이 나흘간 가동을 중단하는 등 산발적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차를 생산하는 현대차 노조도 위기의식을 체감하고 올해 임단협 시기를 고민중이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을 당장 진행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며 “모든 지혜를 모아 조금이라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협상시기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노사협의회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기획실을 중심으로 위원회와 사업부별 안건을 신청받아 확대 운영위원회에서 올해 임금협상 안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이달 말 경영설명회를, 노사협의회는 다음 달 초나 중순경으로 잡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현지 판매사들이 대부분 영업을 중단하는 등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 이달 13∼17일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8일 현대차 울산공장 야적장과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기 때 ‘기본급 동결’…“고용보장에 초점 맞춰야”

자동차업계 임단협은 통상 5월부터 현대차 노사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진다.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을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으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고용보장마저 힘든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가 임금협상 요구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주목된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이 그룹사인 기아차 노조는 물론 한국GM과 르노삼성차, 부품업체인 금호타이어 등 노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교섭을 이어오며 파업과 교섭 결렬 등 진통을 이어온 한국GM과 르노삼성차는 지난 14일 2019년도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으며 고비를 넘겼지만, 올해 임단협이 남았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에 더해 강성 노조로 꼽히는 금호타이어까지 모두 2~3년 연속 ‘기본급 동결’을 한터라 보상심리로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는 늘 강성 노조, 강경 투쟁의 대명사였다.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거의 매년 파업을 되풀이했다. 그러다 현대차 노사에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해부터다. 현대차 노사는 일본 수출규체 등의 대외적 여건을 고려해 2011년 이후 8년 만에 파업 없이 무분규로 임단협 교섭을 타결했다.

올해 ‘실리·중도’를 표방하는 새 집행부의 출범으로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노조 리스크’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상수 노조위원장이 이끄는 현대차 새 집행부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파업은 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강경 투쟁 중심의 이전 노조와 달리 노조원 전체의 실익과 고용 안정을 중시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흐름에 현대차 노사는 지난 2월 25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합의’를 도출했다. 비상 대응을 넘어 협력사를 위한 임금교섭 기간 단축과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까지 결의한 것.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올해 임단협도 2년 연속 무분규로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1998년 외환위기 때 36일 동안 공장을 세우고 투쟁했지만, 결국 1만2000명의 정리해고(희망퇴직 포함)를 막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이 같은 학습효과 때문인지, 노사는 위기 때 화합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임단협에서는 기본급을 동결했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으로 파업 없이 사측과 임단협에 합의했다.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사측이 매년 300%+5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했고, 실리 성향의 집행부가 노조를 이끌면서 불필요한 파업을 하지 않았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유동성 위기는 물론 생산시설 일부 폐쇄나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처럼 매우 급한 상황에서 임금이나 복지보다는 고용보장에 초점을 맞춰 임단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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