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5%가 넘는 물가상승률에 ‘물가’에 초점을 둔 통화정책을 폈다면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되 경기, 금융시장 안정 등도 같이 보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 출석해 모두말씀을 통해 “올해는 국가별로 통화정책이 차별화되는 가운데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와 관련해선 주요국보다 더디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작년 유로지역의 전기·가스 요금 등 에너지 요금 상승률은 40%를 상회한 반면 한국에선 13%에 그쳤다”며 “올해 유가 수준이 작년보다 낮아지더라도 한국의 경우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올해중 전기·가스 요금 등에 뒤늦게 반영되면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소비자 물가)의 둔화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인플레이션이 나타나게 된 배경, 환율의 상승 속도와 대응, 높은 가계부채 비중 등은 주요국과 다른 한국의 특수성으로 꼽았다. 이 총재는 “작년 유로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공급 측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초래됐고 미국은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의 늘어난 재정지출, 노동시장 구조 변화 등으로 물가 압력이 더 크게 나타난 반면 한국의 경우 수요, 공급 요인의 기여도가 양 지역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근원품목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작년 한국의 경우 54.7%, 미국은 66.8%로 비교적 높았고 유로지역(11월 누적 평균)은 33.1%로 낮았다.
이어 “물가충격 요인의 차이가 향후 에너지 가격 하락시 각국 인플레이션 조정 양상의 차별화로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각국의 통화정책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융안정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부채 문제로 한국의 금융시스템에 단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가계부채 구조는 통화정책 결정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한국의 단기 부채 및 변동금리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만기가 1년 이하인 가계부채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수준이며 가계부채의 80%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로 이줘져 있어 통화 긴축 및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소비지출 및 경기민감도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런 점을 고려해 “작년에는 5% 이상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 및 금융안정과의 트레이드 오프(Trdae-off, 상충관계)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기존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앞으로 통화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시장과의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