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반도 전역이 한눈에...비행기로 체험하는 '전국일주'

국내 최초 `목적지 없는 비행`…해외서는 `관광비행` 활성화
코로나 우려로 대학 실습으로 축소…기내 실습, 전 세계 최초
탁트인 풍경에 여행 느낌 물씬…난기류 시 관광 불가능 `맹점`
에어부산, 기내 면세 상품 추가한 국제선 상품도 추진 중
  • 등록 2020-09-21 오후 4:02:37

    수정 2020-09-21 오후 9:39:20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국내 최초 구름 위 국토순례에 참가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지난 18일 오후 1시 20분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가 한창인 에어버스 A321LR 항공기 내에서 평소와 다른 방송 안내음이 들려왔다. 평소라면 ‘안전하게 모시겠다’ 등의 상투적인 방송 안내음이 들렸을 테지만, 이날 만큼은 ‘구름 위 국토순례’라는 생소한 안내음이 탑승객들을 맞이했다.

에어부산의 ‘목적지 없는 비행’의 탑승권. 출발지와 목적지 모두 부산이다. (사진=송승현 기자)


이날 항공편은 에어부산(298690)에서 국내 최초로 내놓은 ‘목적지 없는 비행’이라는 이색 상품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약 2시간 비행동안 포항과 서울을 거쳐 제주, 광주 상공까지 운항한 뒤 부산으로 돌아와 출발지와 목적지가 모두 ‘부산’이다.

에어부산이 항공사 최초로 내놓은 목적지 없는 비행은 ‘관광비행’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시도된 적 없는 상품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국제선이 막히고 국내선마저 저비용항공사(LCC) 중심으로 출혈경쟁이 이어지자 생존을 위한 몸부림 끝에 처음 탄생했다.

에어부산은 애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국제노선을 이용해 면세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관광비행을 계획했지만, 당국의 코로나19 우려에 따라 항공 관련 대학 실습 목적 및 국내노선 운항으로 축소했다.

이날 67명의 부산여대 항공관광학과 2학년 학생들은 국내 최초 관광비행 및 전 세계 최초 기내 실습 프로그램 경험으로 한층 상기된 얼굴로 항공기에 탑승했다. 실습 제복을 차려입고 머리를 한껏 동그랗게 말아올린 윤예진(21)씨는 “코로나 때문에 항공사가 어려워져 승무원이라는 꿈이 좌절될까 걱정했는데 가까이서 실제 승무원들의 시연을 보고 도움까지 받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웃음을 지었다.

지난 18일 에어부산의 에어버스 A321LR 항공기 내에서 부산여대 항공관광학과 2학년 학생들이 전 세계 최초 기내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송승현 기자)


이륙 후 대기 안정 구간인 약 1만 피트(3048m)에 도달하자 본격적인 실습이 이뤄졌다. 이날 실습 프로그램은 ‘기내 안전 브리핑’, ‘기내식 및 음료서비스’, ‘유상판매 서비스 시현’ 등 67명의 학생이 사전에 배정된 각 항목에 따라 4명씩 직접 시연하고 현직 승무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직접 기내 방송을 시연하고, 현직의 조언을 받는 부산여대 학생들의 눈에서는 호기심과 입에서는 웃음이 가시질 않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비행의 ‘하이라이트’는 하늘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전역이었다. 14시 09분 “오른쪽 창문에 서해안이 보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흘렀다. 부산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포항을 거쳐 서울에서 제주도로 가는 방향으로 틀자 서해안 앞바다가 위용을 뽐냈다. 반대 창문에는 한껏 계획된 도시가 일정한 간격으로 블록을 이루고, 아파트는 ‘성냥갑’처럼 일정한 크기와 모양으로 줄 지어선 장관이 펼쳐졌다. 혈관처럼 이어진 고속도로, 강 줄기를 따라 이어진 네모반듯한 논 등 생소한 풍경들은 코로나19로 외출길마저 막혀버린 마음을 속시원하게 뚫어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18일 에어부산의 에어버스 A321LR 항공기 내에서 찍은 모습. (사진=송승현 기자)


승무원 실습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도 창문을 통해 펼쳐지는 풍경을 만끽하며 서로 ‘셀카 공세’를 펼치며 기뻐했다. 실습을 끝마치고 풍경을 감상 중이던 최수민(21)씨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과 외출 자제 권고 때문에 우울했었는데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좋다”며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도 여행 기분을 낼 수 있어 일반인들에게도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양손의 엄지를 세웠다.

하지만 항공기 창문을 통해 구름 밑 풍경을 보는 게 주된 재미인 관광비행은 약점도 있어 보였다. 군산에서 제주도로 가는 항로에서 급격한 불안정 기류를 만나자 항공기가 심하게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실습도 중단될 정도의 심한 흔들림이었다. 몇 차례 기체 불안정이 지속되자 항공기가 1만 피트 이상 올라가 약 15분가량 구름 밖에 보이지 않게 돼 관광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18일 에어부산의 ‘목적지 없는 비행’에서 제공된 기내식. 이날 기색은 코로나19 우려에 따라 짝수열과 홀수열이 번갈아 먹어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사진=송승현 기자)


이날 관광비행은 코로나19로 인해 제약도 많아 아쉬움도 있지만, 항공사 직원들에게는 단순 상품이 아닌 ‘희망’의 메시지다. 지난 4월부터 휴직을 이어 온 7년차 승무원 김지애(32)씨는 “코로나로 인해 손님들을 응대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져 힘들었지만, 관광비행이라는 이색상품을 통해 복직의 기회를 얻어서 기쁘다”며 “부산여대 학생들이 이날 비행을 통해 좌절된 꿈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는 말을 해줘서 보람도 느낀 하루였다”며 미소를 지었다.

에어부산은 추후 당국과 협의해 관광비행을 일반인들도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2시간가량 이어지는 국내선 비행은 기내식을 포함해 약 2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줄어드면 가까운 국제선도 관광비행 노선으로 개발해 기내 면세까지 이용하게 해 고객들의 만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지난 18일 에어부산의 에어버스 A321LR 항공기는 부산에서 출발해 포항을 거쳐 서울에서 크게 돌아 제주도를 거치는 항로로 비행했다. 사진은 내에서 찍은 서해안의 모습. (사진=송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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