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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러 강력 규탄…“잔혹하고 끔찍·반드시 책임 물어야”
3일(현지시간) CNN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막사가 촬영·공개한 위성사진에선 부차의 대형 교회 앞마당에 집단 매장터로 추정되는 구덩이가 포착됐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는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부차에서 러시아군에게 처형된 뒤 집단 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추정 시신 수십구가 발견됐다. 이는 집단학살”이라며 맹비난했다.
외신들 역시 키이우 인근 지역 곳곳에서 시신 수십구가 발견되는 등 집단학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했다거나 여성들에게 성폭행을 가했다는 주장과 증언이 잇따랐다.
세계 주요 지도자들은 연이어 러시아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철저한 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 이르핀과 부차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러시아군이 자행한 경멸스러운 공격은 푸틴과 그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비난했다.
이외에도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로베르타 메솔라 유럽의회 의장 등 주요 서방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러시아를 향한 분노와 함께 철저한 조사 및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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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추가 제재 예고…독일마저 “에너지 규제 논의해야”
미국과 유럽은 강도 높은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방송에 “지금까지의 조치만으로도 올해 러시아 경제를 10%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러시아의 ‘잔학함’을 감안하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 파트너들과 러시아에 부과할 새로운 제재를 ‘매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존 제재 대상인 금융 부문은 물론, 그동안 타격을 가하지 않았던 광물과 운송 및 기타 다른 산업 부문에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U도 5차 제재를 예고했다.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EU 차원의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퇴출, 기술 상품에 대한 수출 통제 등의 기존 제재를 더욱 촘촘히 하고, 제재 대상 목록을 확대하는 등 제재 허점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대러 제재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독일이 먼저 에너지 규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해 관심이 집중됐다. 민간인 학살 사태를 계기로 강경 대응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유럽 외교관은 “러시아의 전쟁범죄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더 많은 제재가 신속 시행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르면 이번 주 추가 제재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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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부차에서 러시아군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공개한 모든 사진과 영상은 서방 언론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연출한 가짜”라며 “또 다른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지역 주민들에게 폭력이 아닌 452t의 인도적 지원 물자를 전달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