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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산업 1세대’ 구자학 아워홈 회장 별세
  • ‘대한민국 산업 1세대’ 구자학 아워홈 회장 별세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과 함께 정말 바쁘게 달려왔다. 오직 잘 사는 나라, 건강한 나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그동안 같이 달려와 준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아워홈을 설립한 구자학 회장이 향년 92세로 12일 별세했다.▲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 (사진=아워홈)◇ 대한민국 산업화 역사의 산 증인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1930년 7월 15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진주고등학교를 마치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해 1959년 소령으로 전역했다. 군복무 시절 6.25 전쟁에 참전했으며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호국영웅기장 등 다수의 훈장을 수여 받았다. 이어 미국으로 유학해 디파이언스 대학교 상경학과를 졸업 후 충북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한창 산업화가 진행되던 당시 “나라가 죽고 사는 기로에 있다. 기업은 돈을 벌어 나라를 국민을 부강하게 해야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일념으로 산업 불모지를 개척했다. 이는 해국사관학교 출신으로 6.25 참전과 다수의 훈장이 증명하는 ‘보국’에 헌신한 남다른 경력에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196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제일제당, 중앙개발, 럭키(현 LG화학), 금성사(현 LG전자), 금성일렉트론(현 SK하이닉스), LG건설(현 GS건설)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일선에서 뛰었다. ▲지난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고 구자학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하는 모습. (사진=아워홈)1980년 럭키 대표이사 재직 시절 구 회장은 기업과 나라가 잘 되려면 기술력만이 답이라고 여겼다. 80년대 당시 세계 석유화학시장 수출 강국인 일본과 대만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구 회장은 당시 “우리는 지금 가진 게 없다. 자본도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도 없다. 오직 창의력과 기술로 지금 우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모든 현장을 찾았다. 어느 공장을 가도 그의 손때가 묻지 않는 곳이 없었다. 기술력을 중요시했던 구 회장은 “남이 하지 않는 것과 남이 못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가 걸어온 길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는다. 럭키는 1981년 ‘국민치약’이라는 수식과 함께 당시에 없던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페리오 치약을 개발했으며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를 만들어 한국 화학산업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 1983 한·독 수교 100주년 기념사업 행사 참여한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 (사진=아워홈)이어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을 해외에 수출했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에서는 세계 최초로 램버스 D램 반도체를 개발했으며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굴지의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현재 LG의 근간이 된 주요사업의 시작과 중심에는 늘 그가 있었다.◇일개 사업부를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만들기까지구 회장은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 FS사업부(푸드서비스 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의 회장으로 취임해 20여년간 아워홈을 이끌었다. 그동안 아워홈 매출은 2125억원(2000년)에서 지난해 1조 7408억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현재 식품사업, 외식사업과 함께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지난 1986년 금성사 대표이사 재직 시절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공장 준공식 참석. (사진=아워홈)LG에서 화학, 전자, 반도체, 건설,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핵심사업의 기반을 다진 경영자가 LG유통에서 가장 작은 아워홈 사업부를 분사 독립할 때 주변에서 의아해 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역량에 비해 너무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 사업부를 몸 담았던 거대 조직의 어떤 도움도 없이 2조에 가까운 지금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으로 성장시킨 것이다.구 회장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먹는 만큼이나 만드는 과정을 좋아했다. 미국 유학 중 현지 한인마트에 직접 김치를 담가주고 용돈벌이를 했다. LG건설 회장 재직 당시 LG유통 FS사업부에서 제공하는 단체급식에 불만이 있었다. 개선할 점이 많다고 느꼈다. 구 회장은 2000년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맛과 서비스, 제조, 물류 등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지난 2009년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 (사진=아워홈)특히 그는 미래를 내다보고 대비하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구 회장은 단체급식사업도 화학, 전자와 같이 자신이 몸 담았던 첨단산업분야에 못지 않은 연구개발(R&D)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워홈은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2000년 식품연구원을 설립했다. 당시 임원들은 “단체급식 회사가 대량 생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연구원까지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구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설립 이래 지금까지 1만5000여 건에 달하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현재 연구원 100여 명이 매년 약 300가지의 신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또 업계 최초 노로바이러스 조사기관, 축산물위생검사기관, 농산물안전성검사기관 등 공인시험기관으로서 역할도 수행하며 국내 안전 먹거리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다.생산·물류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섰다. 2000년대 초 구 회장은 미래 식음 서비스 산업에서 생산과 물류시스템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70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산·물류센터 부지를 찾아 전국을 돌았다. 현재 아워홈은 업계 최다 생산시설(9개)과 물류센터(14개)를 운영하며 전국 어디든 1시간 내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고 있다. 콜드체인 시스템이 물류 핵심 요소로 대두되기 전에 신선물류 시스템을 누구보다 빠르게 구축했다. 2016년에는 동종 업계 최초로 자동화 식자재 분류 기능을 갖춘 동서울물류센터를 오픈, 업계 최고 수준의 물류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아모리스 오픈행사에 참석한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 (사진=아워홈)해외진출도 빨랐다. 아워홈은 2010년 중국 단체급식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청도에 식품공장을 설립했다. 다양한 중국 식재료를 원활히 수급, 직접 생산해 단체급식 질을 올리기 위해서다. 이어 2017년 베트남 하이퐁 법인 설립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으며 2018년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기내식 업체 HACOR를 인수하며 기내식 사업에도 진출했다. HACOR는 현재 LA국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들에 기내식을 납품하고 있으며 북미 시장 단체급식, 식품사업 확대를 위한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업계 최초로 미국 공공기관 식음서비스 운영권을 수주했다. 미국우정청(USPS)과 구내식당 위탁 운영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어 폴란드에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시장에 진출했고 올해 신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고삐를 당기고 있다.▲지난 2018년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아워홈)◇ 국민이 건강해야 기업도, 나라도 건강하다구 회장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아워홈을 경영했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뒀다는 평가다. 1980년대 럭키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세상에 내놓은 ‘드봉’과 ‘페리오’ 등 생활 브랜드 역시 ‘국민의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탄생했다.와병에 들기 전 아워홈 경영회의에서 구 회장은 “요새 길에서 사람들 보면 정말 커요. 얼핏 보면 서양사람 같아요. 좋은 음식 잘 먹고 건강해서 그래요. 불과 30년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나름 아워홈이 공헌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합니다”라며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2022.05.12 I 백주아 기자
SKT ESG 파트너 누비랩, 글로벌 1위 식품회사 네슬레가 찜했다
  • SKT ESG 파트너 누비랩, 글로벌 1위 식품회사 네슬레가 찜했다
  • 김대훈 누비랩 대표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각)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 22’에 마련된 SK텔레콤의 ESG 파트너관에서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바르셀로나(스페인)=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세계 183개국에서 150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모바일 산업 전시회 ‘MWC 22’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 대형 전시관을 차린 글로벌 통신사들과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한 평 남짓한 테이블 부스가 전부인 스타트업은 참관객이나 글로벌 투자자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숨은 진주 같은 스타트업들은 반짝 빛을 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개막해 나흘 동안 진행되는 MWC 기간 남다른 인공지능(AI)·메타버스 기술력으로 무장한 K스타트업들에 글로벌 유력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개막 이틀째인 1일 MWC 현장에서 만난 AI 푸드테크 스타트업 ‘누비랩’의 김대훈 대표는 이데일리에 낭보를 전했다. 바로 건너편에 부스를 차린 글로벌 1위 식품회사 네슬레에서 누비랩을 찾아 협업을 제안해온 것이다. 김 대표는 “네슬레가 최근 AI 기술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데 우리의 기술과 서비스가 자신들의 추진 방향과 꼭 맞아떨어진다면서 좋게 평가해줬다”며 “매니저급에 이어 혁신센터장을 모셔서 2차 미팅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고 전했다.누비랩은 SK텔레콤(017670)의 ESG 파트너 스타트업 자격으로 이번 MWC에 참가했다. 누비랩은 AI 음식 스캐너로 음식 적정량을 분석, 식당 이용자들의 섭취량 등을 데이터화 해 잔반을 줄여주는 친환경 기술 기업이다. AI 스캐너 밑에 식판을 갖다 대면 1초 이내에 95%가 넘는 정확도로 음식의 영양성분과 칼로리 등도 알려줘 이용자의 식습관 및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김 대표에 따르면 네슬레는 두 가지 협업 모델을 제안했다. 하나는 네슬레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본사 구내식당에 누비랩의 AI 음식 스캐너 ‘누비 스캔’을 적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네슬레가 현재 관심 있게 접근 중인 환자 고객을 대상 한 건강 관리 데이터 솔루션 개발의 협력이다. 김 대표는 “SKT 구내식당에 해당 솔루션을 시범 도입했고,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혁신 서밋에 초청받아 MS 본사 식당에 누비 스캔을 도입하기로 한 사례 등을 네슬레 측에서 주목해줬다”며 “계속해서 추가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조용민 마블러스 전략해외이사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각)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 22’에서 부스를 방문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재웅 기자개막 첫날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직접 부스를 방문해 관심을 보인 바 있는 메타버스 스타트업 ‘마블러스’도 글로벌 유력 기업들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 개막 이틀 동안 30건에 가까운 미팅을 진행했는데, 특히 AWS(아마존웹서비스), 유럽 4대 통신사인 프랑스 오렌지와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다고 마블러스 측은 전했다.조용민 마블러스 전략해외이사는 “AWS로부터 SKT도 5G MEC(모바일에지컴퓨팅) 인프라에 적용한 AWS 웨이브렝스(AWS Wavelength)과 우리 메타버스 솔루션을 협업하는 모델이 가능할 것 같다는 제안을 받았고, 오렌지에선 추후에 우리가 해외에 진출할 때 좋은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깔아줄 수 있다는 말을 해왔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MWC에는 작년 온라인 행사 당시 22개사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51개 한국 스타트업이 참석했다. 26개 스타트업들과 한국관을 꾸린 코트라 측은 “이번 MWC에서 유럽·중동지역 10개국 바이어와 투자자 102개사를 한국관으로 유치해 245건의 상담을 주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2.03.02 I 노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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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다른 골목에도 꽃은 핀다[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23>
  •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뚜쟁이’(1656). 햇빛 드는 고요한 실내 정경을 깊은 색채와 정밀한 구도로 그린, 단 35점으로 세계적 화가가 된 페르메이르의 초기작이다. 이후 작품들에 비해 크고 소란스러운 거의 유일한 그림이다. 작은 캔버스에 적은 수의 인물이 든 중산층 가정을 즐겨 그렸던 페르메이르는 17세기 중엽 다른 화가들과는 확연히 구별됐다. 덕분에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등을 먼저 떠올리는 이들에게 대단히 독특한 작품으로 여겨져 왔다. 화면의 왼쪽 인물을 화가 자신일 거라고 추측하기도 하나 확실치는 않다. 캔버스에 유채, 143×130㎝, 독일 드레스텐 알테 마이스터 미술관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큐레이터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큐레이터·미술평론가] 역사적으로 사창가는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했다. 파리·런던·베를린 같은 대도시는 물론이고, 무역이 활발했던 암스테르담 같은 곳에서는 법적으론 금지했으나 못 본 척 눈감아주기도 했다. 사창가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여성들은 법망을 벗어난 사회의 최약체로, 상시 성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생명의 위협까지 안고 살아야 했다. 도시의 후미진 곳에서 호객을 하고 웃음을 파는 여성과 남성 손님들을 그린 사창가의 장면은 특히 17세기 네덜란드의 풍속화에서 크게 유행했는데, 이는 그런 모습이 그저 흥겹고 보기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햇살이 들어오는 실내의 고요한 정적을 밀도 있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도 초기에 사창가를 주제로 한 그림을 남겼다. ‘뚜쟁이’(1656)는 페르메이르가 24세가 되던 해에 그린 것이다. 사건은 동양풍의 러그와 모피코트가 걸쳐 있는 난간의 안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노란 상의를 입은 젊은 여성이 손을 펴 한 남성으로부터 동전 한 닢을 받고 있다. 깃털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 쓴 이 남성은 한 손을 여성의 가슴에 올린 채 다른 한 손으로 반짝이는 동전을 여성의 손에 쥐여주려 한다. 거래가 성사되기 직전인 것이다. ◇돈을 지불하는 남자와 비열한 웃음 머금은 노파 이들의 뒤쪽에 앉은 인물은 검은 천을 머리끝까지 덮어쓴 노파인데, 이 인물의 존재가 그림에 전형성을 부여한다. 17세기에 그려진 이러한 장면, 그러니까 성을 사고팔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이러한 유형의 노파인 것이다. 이 노파야말로 그림의 주인공인 ‘뚜쟁이’다. 여성이 받고 있는 돈 역시 이 노파가 관리할 것이다. 다른 화가들의 그림에는 노파의 손에 직접 돈을 주는 장면이 그려지기도 했다. 이 시기 그림 속 ‘뚜쟁이 직군’의 노파들은 하나같이 수전노의 얼굴에 비열한 웃음을 머금고 있다. 노파의 등장은 이 매매춘이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그림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인물은 화면의 왼쪽에 있는 남성이다. 이 남성은 깃털 모자의 남성보다 더 잘 갖춰 입었고, 난간의 모피코트도 그의 것으로 보인다. 흰 레이스칼라에 벨벳모자를 쓴 그는 악기와 술잔을 들고 화면 앞쪽을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이를 드러내며 싱긋 웃고 있는 듯하다. 이 웃음은 노파의 음흉한 미소와는 어쩐지 좀 달라 보인다. 페르메이르의 자화상은 한 점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마치 거울을 쳐다보며 포즈를 취하는 것 같은 이 남성의 모습에 화가의 자화상이 담겼을 거라 추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페르메이르 자신이든, 아니면 모델이 돼 준 친구일지라도, 이 남성은 우리를 쳐다보며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하다. ‘이것이 지금의 세상이다, 달리 무엇을 말하겠는가’라며 마치 이 장면의 진실을 똑똑히 보라고 하는 것만 같다. 건배를 위해 든 잔을 그림 바깥쪽 우리와 부딪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돈으로 성을 사는 이런 장면은 종종 성경 신약에 등장하는 ‘돌아온 탕자’로 해석하기도 한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모진 고생 끝에 다시 돌아와 따스한 환대를 받는 아들 이야기 말이다. 그렇게 보자면 그림의 깃털 모자 남성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탕자일 것이다. 결국 뼈저리게 후회하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는 과정에서, 허랑방탕하게 벌인 일의 대명사가 성을 사는 일이라는 것, 또 그저 뚜쟁이 노파의 배를 불려주는 일이란 것은, 그림 속 인물들의 포즈만으로도 금세 알 수 있다.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이 살아갈 뿐…담담한 시선 교훈을 깔아두더라도, 이 주제는 화가들의 흥을 돋우기 충분했다. 고요한 화면의 대가인 페르메이르가 이 정도인데, 시끌벅적한 장면을 선호했던 다른 화가들은 얼마나 흥청망청 그려댔겠는가. 옷이 벗겨지고 침대로 뛰어가고 가격을 흥정하는 장면이 넘쳐났다. 어쩌면 하나의 거대한 장르가 된 이 시기의 떠들썩한 그림들과는 달리, 매춘업소에 머물며 관찰했던 19세기 프랑스 화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1864∼1901)의 화면에서 여인들은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실제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의 ‘물랭 가의 살롱’(1894). 19세기 후반 파리의 환락가던 몽마르트르에 아틀리에를 차리고 13년간 물랭루주를 비롯해 술집·매음굴·뮤직홀 등의 정경을 소재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의 작품이다. 당시 그린 회화는 50여점, 드로잉은 100여점에 달한다. 툴루즈-로트레크는 날카롭고 박력있는 소묘가 특히 유명한데, 그 소묘의 힘에 바탕을 둔 유화작품들은 어둡지만 강렬한, 부드럽지만 각이 잡힌 특유의 화풍을 입고 있다. 카드보드지에 유채, 111.5×132.5㎝, 프랑스 알비 툴루즈-로트레크 미술관 소장.‘물랭 가의 살롱’(1894)에서는 화려한 기둥과 거울로 둘러싸인 붉은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 여인들이 보인다. 화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검은 스타킹에 속옷 차림으로 등받이에 기대 쉬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서는 피곤함이 느껴진다.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목까지 감싼 옷을 입은 여인도 늙고 지쳐 보인다. 어떤 여인은 사실적으로, 어떤 여인은 코믹하게 과장돼 있지만 그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생각에 빠져 있다. 화면의 오른쪽에 반만 그려진 여인은 속옷 치마를 걷어 올리고, 정기적인 의료점검, 그러니까 매독이나 임질에 대한 검사를 위해 준비하는 중이다. 툴루즈-로트레크는 프랑스의 귀족 가문 출신이지만, 어린시절 다리가 부러져 하반신 성장이 멈춘 채 평생 지팡이를 짚고 살았다. 불완전한 신체에 평생을 알코올중독으로 살았지만 그래도 화구만 주어지면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알아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 덕에 파리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매춘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쉬는 공간을 드나들 수 있도록 허락받고, 그들의 이면을 그릴 수 있었다. 툴루즈-로트레크의 그림 속에서 여성들은 화려하지도 않고 웃지도 않으며 유혹적이지도 않다. 어쩌다가 그곳까지 흘러들게 된 인생의 여정에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모습으로만 그려졌을 뿐이다. 하지만 화가는 모델이 된 여성들에 대한 감정적 공감보다는 화면의 남다른 구성, 과감한 색채와 면 분할, 크고 작은 요소들의 배열이란 조형적 의지를 두드러지게 내보인다. ◇자신보다 더 불행해 보이는 매춘부 향한 연민반면 비슷한 시기에 정말로 한 매춘 여성을 향한 연민과 사랑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그림에서는 깊은 슬픔이 느껴진다. 반 고흐와 한 시기를 같이 살았던 거리의 매춘부 시엔은 임신을 한 상태로 그를 만났다. 임신으로 거리에 더 나갈 수도 없었던 시엔에게 반 고흐는 모델을 제안했고, 그것은 물론 생계를 해결해주기 위한 고안이었다. 그 자신도 늘 가난에 허덕였지만 반 고흐는 시엔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고, 곧 태어난 아기에게도 사랑을 쏟았다. 하지만 반 고흐가 네덜란드에서 잘 알려진 목사의 아들이며, 화상이던 동생 테오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고 있었던 것은 이 관계를 더 지속하지 못하게 한 요인이 됐다. 그들은 2년간 함께한 후 헤어졌고, 시엔은 선원이던 남성과 결혼을 한 차례 했지만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담배를 들고 있는 시엔’(1882). 임신부로 길거리를 헤매던 매춘부 시엔(크리스틴 클라지나 마리아 후르닉)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은 반 고흐는 자신의 빵을 나눠주고 집세를 보태주고 모델로 삼아 그림을 그렸다. 작품은 시엔을 그린 60여점 중 한 점이다. 동생 태오에게 쓴 편지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그녀도, 나도 불행한 사람이지. 그래서 함께 지내면서 서로의 짐을 나눠지고 있어. 그게 바로 불행을 행복으로 바꿔주고,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을 만하게 해주는 힘이 아닐까.” 종이에 연필과 목탄, 45.5×47㎝, 네덜란드 오테를로 크뢸러-뮐러 미술관 소장.반 고흐는 시엔을 모델로 많은 드로잉을 남겼다. 그의 그림들 속에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아기를 돌보는 등 전형적인 부인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시엔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특별히 포즈를 취하지 않은 듯한 ‘담배를 들고 있는 시엔’(1882)에서는 험하게 살아왔던 과거가 지워지지 않은 듯 슬픔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마르고 굽은 등으로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 담배를 든 채 난로를 쬐고 있다. 시엔은 자신이 성실하지 못해 매춘부가 됐다고 자책했지만, 사실 그녀를 부추긴 것은 부모와 남동생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불운은 한꺼번에 몰려와 그녀를 가까이 했던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버렸고 아버지가 다른 자식들을 낳았으며, 반 고흐와의 사랑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엔의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는 알 것만 같다. 반 고흐는 이 여인을 그저 조형적 완성을 위한 모델로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깊이 아끼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윤희 큐레이터는…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2.02.12 I 오현주 기자
 겉과 속이 달콤함이 가득, "자꾸만 손이 가요"
  • [미식로드] 겉과 속이 달콤함이 가득, "자꾸만 손이 가요"
  • 경남 진주에서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간식집 ‘수복빵집’의 입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남 진주의 중앙시장. 100년이 넘도록 인근의 농수산물이 집산하는 진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역사가 긴 만큼 시장 안에는 오래된 노포가 수두룩하다. 천황식당, 제일식당, 하동집이 대표적. 여기에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간식집인 수복빵집도 빼놓을 수 없다.수복빵집의 찐빵은 달콤향 향의 팥이 빵속에만 들어가 있는게 아니라 빵 위에 팥물을 부은 채로 나온다.수복빵집의 메뉴는 간단하다. 찐빵, 꿀빵, 단팥죽, 팥빙수 등 모두 팥이 주재료가 되는 간식들이다. 예전에는 도나스(도넛)도 팔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메뉴에서 사라졌다. 달달한 냄새와 침이 고이게 하는 막강 비주얼 때문에 수복찐빵은 진주뿐 아니라 외지에서도 유명하다.수복찐빵은 여느 찐빵과는 좀 다르다. 진빵 한접시 내용물은 매우 소박하다. 찐빵 4개와 그 위에 팥물을 부었다. 과거에는 한접시에 찐빵 6개를 올렸는데, 가격을 올리는 대신 양을 줄였다고 한다. 그래도 윤기 좔좔 흐르는 고운 질감의 팥이 빵 속에만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찐빵의 온몸을 타고 흐르고 있어 보기만 해도 팥의 단맛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팥물을 가득 묻혀 입안에 넣자마자 달곰함이 밀려온다. 이어 빵 속에 갇혀 있던 팥의 묵직함이 또 한번 입안을 강타한다. 안팎으로 흥건한 팥에 너무 달 것 같지만 또 그렇지가 않다. 추억의 팥맛이 입맛을 당기는 정도다. 빵도 퍽퍽하지 않고 쫄깃쫄깃하다.이 집 팥맛의 비결은 바로 국내산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주인이 매일 직접 팥을 쑨다. 보통 국내산 팥은 수입산보다 값이 2~3배 비싸다. 국산을 고집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산 팥만 쓴다. 주인 부부에게 빵집은 생계수단이기도 하지만 돈을 벌려고만 하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억과 그리움, 허기진 배를 찐빵 하나가 과하지 않게 채워준다. 테이블 5개가 놓인 작은 빵집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손님이 줄을 서는 일도 태반이지만 낮 12시 정각에 문을 열고 그날 만든 빵이 다 팔리면 그대로 문을 닫는다.찐빵 외에 꿀빵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다. 찐빵과 다른 점은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고 튀긴 다음 물엿을 바른 후 깨를 뿌렸다는 점이다. 외관상으로는 통영의 오미사꿀빵과 비슷하지만 더 오리지널에 가깝다. 얼핏 보면 무척 달 것 같지만, 막상 먹어보면 지나치지 않은 단맛에 고소한 맛이 깃들어 자꾸 손이 간다. 물엿이 굳으면서 빵의 겉면이 딱딱해지는데 이가 약한 사람에게는 조금 먹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경남 통영의 오미사꿀빵과 비슷한 진주의 수복빵집 꿀빵
2021.12.17 I 강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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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세의 자리 욕망의 해방구…聖과 性, 한끗 차[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5>
  • 귀스타브 쿠르베가 1866년 그린 ‘잠’. 파리에 거주하던 터키(당시 오스만제국) 대사 할릴 셰리프 파샤가 주문해 제작하게 된 작품이다. 주문자는 신화 속 ‘비너스와 프시케’를 테마로 부탁했다는데, 쿠르베는 그 모티프로 금발과 갈색의 머리카락만 가져와 여성 품에 안겨 잠든 여성을 그렸다. 가로길이가 2m에 달하는 대작으로, 1800년대 중반으로선 매우 드문 큰 캔버스도 화제가 됐다. 캔버스에 유채, 135×200㎝, 프랑스 프티팔레 소장.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학예연구관이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기록으로, 때론 상징을 담아, 때론 비틀린 풍자를 숨겨낸 ‘그림으로 읽는 공간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사람이야기’입니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아트인문학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편집자주> [이윤희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 잠 자는 곳, 침실은 인간이 가장 무방비 상태로 머무르는 공간이다. 잠이 든 동안은 코를 골거나 침을 흘리거나 팔다리를 대자로 뻗거나, 그 모습이야 각자 습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러한 날것의 광경이 그림으로 그려진 일은 거의 없다. 일부 있다면 그것은 특수한 목적에 따른 것일 뿐, 대부분 관음을 만족시키기 위한 주문자의 요구, 혹은 그림을 그리는 자의 욕망 때문일 것이다. 그 한 예로 1855년 사실주의를 선언하고 “나는 천사를 본 일이 없다. 천사를 보여준다면 그릴 것이다”라고 말했던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의 ‘잠’(1866)을 들 수 있다. 마치 레즈비언 커플의 침실을 그린 것 같은 이 그림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두 여성이 이불도 덮지 않은 누드로 몸을 기대어 자고 있는 것만으로도 깜짝 놀랄 일이지만, 그것이 사실주의를 선언했던 쿠르베의 손에 의해 그려졌다는 점도 충격이기는 마찬가지다. 두 여인이 침실에서 이런 포즈로 잠든 것을 쿠르베가 직접 보았을까. 붓과 팔레트를 든 남성 화가를 침실에 그대로 두고 두 여인은 이렇게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을까. 아니, 그보다 동성애란 것이 19세기 중반에 이렇게 과감하게 그려질 수 있는 주제였을까. 답은 간단하다. 쿠르베의 ‘잠’은 파리에 머물던 터키 대사 할릴 셰리프 파샤의 주문에 의한 그림이고, 공개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당시 동성애는 당연히 불법 중 불법이었고, 둘 중 최소 한 명의 실명을 알 수 있는 이 여성들이 동성애자였는지조차 의문이다. 단지 에로티시즘을 목적으로 했다면 남성과 여성이 침대에 있는 것보다 여성끼리 있는 것이 남성 주문자의 눈에 더 편안한 감상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최근의 해석이다. 물론 쿠르베는 이들이 실제로 잠자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렸다기보다는 두 사람의 누드를 따로 그려 합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신체의 형태나 기법 자체는 매우 사실적이어서 한 다리를 다른 사람에게 걸치고 그 다리에 손을 얹고 자는, 흐트러진 자세는 눈앞에서 이 광경이 벌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놓인 술병과 잔, 침대 위에 흐트러져 있는 머리핀과 끊어진 진주 목걸이는 이 장면의 현장감을 북돋워 준다. ◇가장 성스러운 ‘수태고지’의 공간…순결함 상징하기도 이러한 예외적인 작품을 제외하면, 미술사에서 침실을 배경으로 가장 즐겨 그렸던 소재는 오히려 성스러운 의미를 가진 ‘수태고지’ 장면에서였다. 물론 현실적인 침실에 비너스나 여러 신화적 인물을 끌어들인 작품들도 있지만, 화가가 당대 침실 광경을 아무 거리낌 없이 묘사할 수 있는 소재는 성모 마리아의 방이었던 것이다. 플랑드르의 화가 한스 멤링(1430?∼1494)이 그린 ‘수태고지’(1480s)는 당시 북유럽 침실의 광경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붉은 침구와 침대를 감싼 붉은 캐노피, 침대 옆 테이블과 독서대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한스 멤링의 ‘수태고지’(1480s). 사실주의에 입각한 정교한 초상화·종교화를 제작했던 멤링은 초상화에 풍경을 그려 넣은 최초의 플랑드르 화가로도 꼽힌다. 작품에서 마리아와 천사들 앞뒤로 묘사한 정교한 배경이 그 기량을 슬쩍 엿보게 한다. 나무패널에 유채, 186.1×114.9㎝,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그림 속 마리아는 가브리엘 대천사의 등장에 충격을 받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마리아는 막 성경 읽기를 마치고, 평소 정갈하게 올림 장식을 했을 머리를 풀고 잠자리에 들 예정이었지만, 날개 단 천사들이 등장해 “예수를 임신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자 놀라 두 무릎이 꺾였다. 두 천사는 마리아가 넘어지지 않도록 부축하고 치맛단을 밟지 않게 들어 올려주는 중이다. 이 와중에도 마리아는 한 손은 성경에, 다른 손은 가슴에 얹어 신의 메시지를 수용하는 자세를 잊지 않고 있다. 마리아의 머리 위에는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가 떠 있고, 뒤쪽 사이드테이블에 올려진 유리병 안 맑은 물, 앞쪽 독서대 옆의 백합이 그녀의 순결함을 상징하고 있다. 누구도 보지 않는 가장 내밀한 장소에서의 이 맹세는 곧 이뤄져 마리아는 예수를 잉태하고 그의 고난을 지켜보는 어머니가 될 것이다. 세속의 장면에서도 침실은 약속과 맹세의 장소로 그려졌다. 네덜란드 화가 얀 반 에이크(1395?∼1441)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에서 결혼을 약속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한 가지 의외의 사실을 덧붙이자면, 의심의 여지없이 침실이라고 여겨지는 이 공간이 침실 겸 응접실이었다는 점이다. 진짜 사생활의 장소로 외부인이 드나들지 못하는 침실은 18세기까지 드물었고, 조반니 아르놀피니의 방처럼 거대한 샹들리에와 거울·침대, 의자가 놓인 공간이 집안에서 가장 잘 꾸며놓은 장소로 손님을 맞는 응접실을 겸했던 것이다. 그림 양 옆으로 한쪽에는 창문, 다른 쪽에는 붉은 침대가 있는 모양은 성모 마리아의 ‘수태고지’ 그림과 유사하다. 침대를 감싸는 천의 일부가 정갈하게 매여 있고, 침구는 잘 정돈돼 있다. 그렇다면 일상의 매우 평범한 공간 속 두 인물을 그린 이 장면이 왜 그냥 초상이 아니고 결혼을 맹세하는 장면이라고 추측하는 것일까.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 부유한 상인 부부를 주인공으로 세운 작품은 옷의 질감까지 묘사한, 사물 하나하나의 살아 있는 디테일이 특징. 그 위에 도덕적·종교적 상징을 대거 들여 ‘말할 거리’가 많은 그림을 만들었다. 대부분 작품에 서명을 한 최초의 플랑드르 화가. 관찰자인 화가를 그림에 함께 그리는 형식은 후대의 초상 작품에 좋은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나무패널에 유채, 82.2×60㎝,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화가는 사랑의 증인…미술사 길이남을 문제적 거울 등장손을 잡고 있는, 잘 차려입은 한 쌍의 커플은 상상에 의한 인물이 아니고 틀림없는 실제 인물이다. 남성의 날카로운 눈매와 지나치게 긴 콧날, 턱의 갈라진 부분 등은 이상화된 모습이 아니라 특정 인물의 초상이란 것을 말해주며, 아르놀피니의 단독 초상이 여러 점 남아 있어 이 개성적인 얼굴을 다른 이로 착각할 순 없는 것이다. 얼핏 보이는 창문 밖 나무에 체리가 매달린 것을 보면 계절은 봄이지만 아르놀피니는 한겨울에나 입을 법한 털코트를 입었고, 여인 역시 푸른 옷 위에 녹색 겉옷을 걸쳤는데 목과 소매, 옷 안쪽이 흰 털로 마감돼 있다. 이는 두 사람 모두 실내에서 걸치는 옷이 아니라 성장을 한 것이고, 그저 일상 속 한순간을 그림으로 남긴 게 아니라 어떤 예식의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남성은 한 손을 들어 맹세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대개 부부의 연을 맺는 약속은 왼손이 아닌 오른손을 잡는 것이 상례기 때문에, 이 그림은 아르놀피니의 두 번째 부인과 언약을 맺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인 것이다. 여기에는 미술사에서 가장 문제적인 거울도 한몫한다. 뒤쪽 벽에 걸린 큰 볼록거울 안에는 당연히 그림을 그리는 얀 반 에이크의 모습이 들어있어야 하지만, 화가가 아닌 주인공들을 마주보고 서 있는 두 남성이 작게 그려져 있는 것이다. 이 두 남성 중 하나가 화가 자신일 것으로 생각되는 지점은, 거울 위 벽에 적힌 문구에 숨겨져 있다. “얀 반 에이크가 여기에 있었다, 1434”라는 한 문장이 매우 장식적으로, 화가의 사인이라기에는 그 존재감이 너무도 크게 남겨져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사인은 얀 반 에이크가 이 결혼의 증인 역할을 했다는 표시로 해석된다. 한스 멤링의 ‘수태고지’(1480s·왼쪽)와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1434) 부분을 클로즈업했다. 성스러운 침실과 세속의 침실을 각각 들여다본 두 작품 모두 정교하고 세밀한 묘사에 얹은 도덕적·종교적 상징이 특징이다.‘미술작품 속 침실’이라고 하면 그저 잠을 자는 장소로 그려지거나 갖은 에로틱한 상상들이 난무하는 장소가 아닐까 넘겨짚을 수 있지만, 전혀 다른 내용의 그림들이 수도 없이 많다.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침실그림인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르의 침실’마저도 좁고 별것 없는 초라한 광경에 눈물이 날 것 같으니 말이다. 미술작품 속 침실은 그저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한 인간의 운명, 맹세와 약속, 혹은 고독한 실존을 상징하는 장소로 기능해 왔던 것이다. △이윤희 학예연구관은… 1970년생. 대학을 다니던 20대 어느 겨울, 해외여행 자유화 덕분에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 인생에 미술을 들인 결정적 계기가 됐다. 누구나 들렀던 어느 미술관에서 뜻밖에 렘브란트의 ‘어머니 초상’이란 작품이 발을 붙들었다. 뭔가 꿈틀거리는 게 올라왔다. 세상을 감동시킨 그 수많은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도 함께였다.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미술의 역사, 미술의 말을 공부했다. 이후 ‘공간’ 지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거치며 오래전 그 렘브란트의 감동을 현장으로 옮겼다. 지금은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으로 일한다. 일터에 나가면 미술작품들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전시기획을 하고, 글을 쓴다. 번역서로 ‘그림자의 짧은 역사’(2006), ‘포토몽타주’(2003), ‘바디스케이프’(1999)가 있으며 저서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미술 키워드’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1.10.09 I 오현주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서울형 도시재생, 벽화만 그리다 끝났다
  •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다음은 19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서울형 도시재생, 벽화만 그리다 끝났다-‘바이오, 숨은 진주 찾자’ 비상장기업 훑는 개미들-“서울 세 가구 중 하나 재산세 30% ↑…공시가 동결해야‘-G2경제 ‘백신호황’ 시작됐다.-[사설]경제단체장 “이재용 사면” 호소, 통큰 결단이 답이다-[사설]정신 못 차린 여권, 이런 물갈이로 민심 수습 바라나△줌인&-文정부 마무리투수 등판…집값·백신·협치에 성패 달려-알바비 감당 안된다…‘나홀로 사장님’ 26개월 연속 증가△백신 맞고 살아나는 G2경제-마스크는 썼지만…예약 꽉 찬 호텔, 대기 줄 늘어선 식당가·쇼핑몰-“연휴 땐 사람 많아 일부러 피해서 휴가 내요”△비상장 바이오 주식 투자 열풍-경쟁률 높아진 공모주…될성부른 바이오株 찾아 ‘장외거래 플랫폼’ 북적-“K-OTC, 등록기업에 공시의무 부과 준거래소 성격 ‘투자보호 장치’ 가동”-비상장 기업 정보 깜깜이…“잘 아는 분야에 투자해야”△뿔난 도시재생지구 주민들-“소방차 진입 힘든 도로, 비오면 악취 진동…동네 슬럼화만 가속”-文정부 50조원 도시재생뉴딜사업 ‘용두사미’ 우려-“재개발·재건축 포함한 오세훈式 도시재생 필요해”△정치-내달 美서 바이든 만나는 文대통령…‘백신외교’로 수급 불안 해소할까-與 윤호중 의식한 듯…출사표 던진 김기현·김태흠 “전략 능해야”-김부겸 총리 인준 끝나면 홍남기 교체 무게-“민주당 이름 빼고 다 바꿔야”-방한 존 케리, 日 오염수에 대해 “美 개입 부적절”△국제-바이든-스가 첫 정상회담…52년 만에 ‘대만’ 언급하며 中 노골적 견제-美中 기후 대응 손잡았지만…美, 탄소 중립 中 압박 땐 ‘무역전쟁 2차전’-“이란, 우라늄 순도 60%까지 농축 성공”△경제-EU 사인 기다리다…공정위 ‘소전 M&A 심사’ 1년 9개월째 감감무소식-고용 한파에…9급 공무원시험 응시 포기 줄었다-中 진출 한국기업 “2분기 시장 전망 밝다”△금융-씨티銀 소매금융 철수 공식화…매각 전 인력감축 명분 쌓나-당국, 비트코인 해외송금 ‘뒷북’ 가이드라인 검토-작년 이어 올해도 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 50%로 유지△산업&기업-전 공정 무인화…양극재 품질·생산성 ‘쑥쑥’-손경식 경총회장 등 경제5단체장 사면초가 빠진 K반도체 “사면을”-반도체 대란에 셧다운·감산…車업계 우울한 4월△IT·과학-네이버·카카오 “올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K팝·미술품 거래하는 토종 NFT마켓 기대하시라”-게임업계 ‘중고신입’ 대이동 예고△중소기업·바이오-독성 확 낮춘 필러·보톡스 개발, 전세계 시장 러브콜 쇄도-‘3세대 ADC’ 플랫폼 기술 선도…피노바이오, IPO 시동-디알텍 ‘엑스레이 시스템’ 7종, 유럽 CE 인증 획득△소비자생활-남양유업 사과에도…과거사 소환·불매 확산-“무조건 CJ보다 싸게”…치킨게임 치닫는 택배-‘청약 광풍’에 서울우유가 웃은 까닭△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코로나 진단키트 이어 백신 위탁생산…스피드경영으로 연평균 18% 성장-“빅파마 도약 위해 M&A는 선택 아닌 필수”△증권&마켓-‘천스닥’ 대표주자, 바이오서 전자장비주로 바뀌나-‘초보는 3000만원’…투자 경험 따라 차입 한도 차등-1분기 好실적 등에 업고 코스피 3200 안착 시도△증권-마크로젠·한국테크놀로지…코스닥도 속속 ‘ESG 행보’-구주 매각 아닌 신주 발행 통한 인수 “지분율 50% 미만…몇달 안에 윤곽”-기관투자가들 CIO 찾기 ‘분주’△부동산-吳시장 ‘공시가 동결’ 文대통령 압박…‘협치’할까-한남3구역 감정평가 ‘쑥’…조합원, 분양가 걱정-與, 부동산 ‘규제 완화’ 내놓나 1주택자 보유세·공시가 손질△스포츠-부활한 리디아 고, 3년 만에 ‘V샷’-문도엽, 회오리 바람 뚫고 KPGA 개막전 우승-김시우, 버디 들어갔지만 10초 이상 걸려 ‘파’-톱시드 김학범호, 최선·최악의 시나리오는-김광현 “다음에는 6~7이닝 던질게요”△문화-국립·리움 기증 가닥 잡힌 ‘이건희컬렉션’ 궁금증 다섯-“운명을 알고 싶습니까”…미술관에 차려진 사주포차△오피니언-군대의 허리가 무너진다-집밥의 소중함 되새겨준 ‘집밥포럼’-백신 불안 키우는 정부의 ‘불통’△피플-가장 힘들 때 나누고파…아너소사이어티 가입 결심-LG CNS, 안랩 손잡고 클라우드 보안 시장 공략△사회-‘단속 걱정 없어요, 출장도 OK’…유흥업소들, 집합금지에도 배짱 영업-오세훈표 ‘서울형 상생방역’ 윤곽 4차 유행 우려에 도입여부 촉각-검찰 ‘김학의 사건’ 수사외압 의혹 이성윤 지검장 소환조사
2021.04.18 I 조해영 기자
'학폭 미투' 청학동 서당…5년간 그곳은 지옥이었다
  • '학폭 미투' 청학동 서당…5년간 그곳은 지옥이었다
  •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최근 폭력·학대 폭로가 잇따른 경남 하동 서당을 5년 동안 다녔다는 A(21)씨는 원장이 아이들과 부모와의 연락도 차단해놓고 감금 수준으로 아이들을 관리했다고 폭로했다.5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청학동 서당을 다녔다던 A씨는 중학교 3학년 말 서당을 탈출하면서 지옥 같았던 서당과의 악연을 끊었다고 한다.(사진=이미지투데이)당시 A씨는 사전에 방범 시스템의 전기선을 끊고 창문을 뜯어낸 뒤 밤 9시경 서당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이후 그는 잡히지 않기 위해 하동 청학동에서 산길을 10시간이나 걸었고 다음 날 아침 산청까지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진주로 향했다. 그렇게 A씨는 진주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경기도 집으로 갈 수 있었다.A씨는 “우선 탈출하는 게 목적이어서 집에 전화하기보다는 걷기만 했다”며 “진주에 가서 부모님께 전화했고, 집에 돌아가서 지금까지의 일을 알려 서당을 안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더불어 A씨는 서당의 비위생적인 식당 운영과 여자 아이들의 노동착취에 대해서도 폭로했다.그는 “튀김요리를 한 후에는 사용한 식용유를 주전자에 받아놓고 기름이 검은색이 될 때까지 사용했다. 식사 준비에는 항상 여자아이들을 동원했다”고 했다.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남자아이들도 각종 노동에 동원됐다고 한다. A씨는 “건물을 짓는데 벽돌을 날라야 했고, 고로쇠 수액 채취 시즌에는 매일 아이들을 동원해 고로쇠 물을 날랐다”며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판매했는데 노동을 한 아이들에게는 초코파이 한 개를 줬다”고 폭로했다.뿐만 아니라 원장의 폭행도 지나칠 정도로 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야구방망이 손잡이 정도 두께의 검은색 전기 테이프를 감은 60cm 몽둥이로 아이들을 때렸다”며 “발바닥을 때리다가 부풀어 오르면 엉덩이를 때리고 다시 손바닥을 때리는 등 거의 폭행에 가까운 수준으로 자주 때렸다”고 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여기에 관리자의 관리소홀로 서당에서 함께 지내는 형들도 아이들을 자주 폭행했다고 털어놨다.A씨는 원장이 아이들의 부모와 연락도 차단해놓고 감금 수준으로 아이들을 관리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탈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서당에서 다니지 않기로 했는데 원장이 부모에게 전화해 ‘아이는 밖으로 나가면 큰 사고를 칠 것이기 때문에 나가면 안된다’고 계속 말했다”며 “제가 서당을 나가는 것을 계속 막았다”고 주장했다.최근 하동 한 서당에서 학생끼리 오물을 먹도록 강요하거나 성적 학대에 가까운 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며 세간의 공분을 샀다.이처럼 서당 내 폭력·학대 피해가 커지자 경찰과 교육청, 지자체는 전수 조사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입소자를 대상으로 추가 피해를 확인하는 한편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시설 관리도 나선다.경남도교육청은 “지자체와 협력체제를 강화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1.04.05 I 김민정 기자
오후 6시까지 전국 303명 신규확진…어제보다는 '주춤'
  • 오후 6시까지 전국 303명 신규확진…어제보다는 '주춤'
  •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18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잇따랐다.새로운 방역조치가 시행된 18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취식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가 일부 완화되면서 카페에서도 식당과 같이 오후 9시까지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해지며 수도권의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과 노래연습장 등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은 이용 인원을 시설 면적 8㎡당 1명으로 제한해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사진=방인권 기자)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신규 확진자는 총 30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같은 시간에 집계된 331명보다 28명 적은 수치다.확진자가 나온 지역을 보면 수도권이 218명(71.9%), 비수도권이 85명(28.1%)이다. 시도별로는 경기 108명, 서울 92명, 인천 18명, 강원 16명, 부산 14명, 대구 12명, 경남 11명, 경북 9명, 광주 6명, 충남 5명, 대전·울산 각 4명 충북·전남 각 2명이다.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 전북, 제주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집계를 마감하는 자정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19일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확진자 발생 흐름을 보면 300명대 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에는 오후 6시 이후 58명 더 늘어 최종 389명으로 마감됐다.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두 달 넘게 이어진 ‘3차 대유행’의 기세는 새해 들어 한풀 꺾인 양상이다. 이달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1027명→820명→657명→1020명→714명→838명→869명→674명→641명→657명→451명→537명→561명→524명→512명→580명→520명→389명을 기록해 이틀을 제외하고는 모두 1000명 아래를 유지했다.최근 1주일(12~18일)만 보면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518명꼴로 발생한 가운데 거리두기 단계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발생 확진자 수는 일평균 491명으로, 이틀 연속 500명 이하를 유지했다.주요 감염 사례를 보면 울산에서는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진주 국제기도원, 울산제일성결교회, 기독교 선교단체 전문인국제선교단(인터콥) 등과 관련된 확진자 3명이 추가로 확인됐다.인터콥이 운영하는 경북 상주시 BTJ열방센터(열방센터) 관련 누적 확진자는 768명으로 늘어났다. 이 밖에도 확진자 접촉이나 다중이용시설 이용, 또는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감염된 확진자들이 전국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다.
2021.01.18 I 조해영 기자
대법 "임대차계약 시 용도 확실히 합의 않으면 계약 무효 주장 못 해"
  • 대법 "임대차계약 시 용도 확실히 합의 않으면 계약 무효 주장 못 해"
  •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임대차계약에서 확실한 용도 목적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계약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대법원 전경.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유모씨가 “임대차계약 후 해당 건물이 병원으로 개설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건물 소유주 공모씨에게 계약금 등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한의사인 원고 유씨는 2015년 7월 경남 진주시에서 한방병원을 개설하기 유씨는 피고 공씨를 만났다. 다음달인 2015년 8월 유씨와 공씨는 건물 2~4층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맺었다.유씨는 공씨와 건물 관계자들에게 “용도 부분에 있어 병원이 들어오려면 용도가 인제 병원 용도로 돼야 된다”, “내부적으로 소방시설이나 용도변경에 관련된 것들은 저희가 하겠는데, 임의대로 막 할 수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2015년 9월 원고 유씨는 건축사 사무소 등에 확인한 결과 이 사건 임대차목적물은 도로와의 이격거리가 부족하고, 비상계단이 1개소 부족하여 병원개설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지했다. 이후 피고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협의를 진행했다.그러자 피고 공씨는 임대차 건물 면적 1224㎡ 중 1000㎡ 이하로만 병원으로 용도변경을 하고 나머지 224㎡에는 개인사업자로 식당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2015년 10월 원고 유씨는 병원 개설 허가를 내 주지 않는다는 임대인인 피고의 귀책사유를 들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면서 임대차보증금 등의 반환을 요구했다.피고 공씨는 해당 사건에서 “임대차계약 당시까지 본인이 임대차건물에서 병원을 할 것인지, 의원을 할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용도변경을 해 메디컬 입점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확인을 해 줬다”고 전했다.그러면서 “해당 건물은 병원으로 개설할 경우 1000㎡까지 가능하고, 의원으로 개설할 경우 1224㎡ 전부 가능하다”며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채무불이행이나 이행불능이 없다”고 설명했다. 공씨는 “유씨가 224㎡의 부족으로 인해 병원을 할 수 없음을 인증하지 못하는 한 계약해제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1심은 피고 공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진주시 건축조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문제여서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피고에게 부담시킨다는 약정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던 점 △피고가 ‘의원급 의료기관’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구분 의미와 허가 절차 차이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했던 점 △병원을 개설하려는 건물에 병원급 의료기관 개설 허가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허가 신청을 할 사람인 원고가 잘 알 수 있고 잘 알아봐야 하는 사항인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임대차계약상 병원 개설 허가를 받아줄 의무를 피고가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살필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2심은 피고 공씨가 청구금액 1억 5300만원 중 8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부터 진주시 건축조례를 위반해 병원개설 허가를 받을 수 없어 계약의 목적 달성이 사실상·법률상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해당 임대차계약은 원시적 이행불능으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또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원고와 피고 사이, ‘임차인인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 전부에 대하여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만 개설 허가받아 사용한다’거나 ‘그러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임대인인 피고가 책임지고 이행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2020.12.22 I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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