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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이 제약업 하면 필패? 편견깨는 SK케미칼
- SK케미칼 백신제조시설인 L하우스에서 연구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SK케미칼 제공)[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제약업은 신약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부를 창출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최소 10여년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단기 성과에 급급하는 대기업의 경영 특성상 제약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맥을 못추는 이유다. 실제 태평양, 한화 등이 제약업에 진출했다 포기했고 다른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도 이름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하지만 예외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이런 척박한 대기업 제약업 환경 속에서 성공적으로 제2의 도약을 이뤄내고있는 SK케미칼이 대표적이다. SK케미칼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최근들어 연타석 ‘홈런’을 날리면서 업계의 부러움과 주목을 받고있다.SK그룹은 30년 전인 1987년 의약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100여년 국내 제약업 역사에서 국산신약 1호와 천연물신약 1호 기록을 가지고 있다. 각각 1999년 선보인 항암제 ‘선플라’, 2000년 선보인 관절염치료제 ‘조인스’가 주인공이다. 이외에도 세계 최초의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엠빅스S), 세계 최초의 관절염 패치 ‘트라스트’ 등 개량신약을 개발하기도 했다.◇백신·혈액제제 R&D 4000억원 집중 투자SK케미칼은 2000년대 후반까지는 화학 제제, 천연물신약, 바이오 제제 등을 모두 개발했지만 지금은 다른 부분은 모두 정리하고 혈액제제와 백신에 집중하면서 제2도약을 꾀하고 있다. 지금까지 SK케미칼이 혈액제제와 백신 분야의 인프라 구축과 R&D에 투자한 비용이 4000억원이 넘는다. SK케미칼의 생산 허브는 경북 안동의 L하우스다. 이곳에는 현재 백신센터가 운영 중이고 혈액제제 공장은 준공 이후 적격성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르면 2018년부터 상업생산을 할 예정이다.L하우스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 등 백신 생산을 위한 최신 기술과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2010년 설계 단계 때부터 한국, 유럽, 미국의 우수의약품제조기준(GMP)에 맞출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홍균 L하우스 공장장은 “한정된 국내시장은 처음부터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외국 진출을 위해 처음부터 그들의 기준에 맞췄다”고 말했다.◇개발기간 짧고 안전한 ‘세포배양백신’ 특화SK케미칼의 백신은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주입해 만드는 경쟁사의 백신 제조공정과 전혀 다른 ‘세포배양방식’이다. 이 방식은 살아 있는 세포에 바이러스 같은 항원을 넣어 항체반응을 일으킨 후 세포를 배양 정제해 백신을 만드는 방법으로 3개월이면 백신 생산이 가능하고 세포를 키우는 탱크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량생산할 수 있다. L하우스는 2000L 규모의 세포배양 탱크가 두 개 있는데, 각 탱크 당 50만~80만명 분의 백신을 만들 수 있다.세포배양방식은 유정란을 이용해 백신을 만들 때 걸리는 기간(6개월)의 절반이면 백신을 만들 수 있다. 유정란 생산을 위한 무균 양계장 같은 특수 시설이 필요 없으며 항생제나 보존제를 쓰지 않아도 돼 과민반응 우려가 없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최대 생산량 기준 연간 1억4000만 도즈(1회 접종량) 분량 규모”라며 “세포배양방식이라 새롭게 발생하는 전염병에 대한 신규 백신도 개발과 함께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현재 L하우스에서 생산하는 백신은 3·4가 독감백신, Td(파상·풍디프테리아)백신 등 세 종류뿐이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독점한 대상포진, 폐렴구균, 자궁경부암, 장티푸스 등 다양한 프리미엄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상포진백신은 현재 허가 심사 단계를 밟고 있고 폐구균백신은 일부 적응증은 이미 허가를 받았다. 박 사장은 “SK케미칼은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BMGF)’이 지원하는 저개발국을 위한 장티푸스 백신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경쟁력 갖춘 혈우병치료제 美·유럽서 곧 시판사업의 다른 한 축인 혈액제제도 눈길을 끈다. 2000년부터 연구개발을 시작한 혈우병 치료제 후보물질 ‘NBP601’은 국내 개발 바이오 신약 최초로 2009년에 기술수출됐다. 2012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에 선정되기도 한 NBP601은 호주의 CSL社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해 지난해 美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고 최근에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매허가 권고 결정이 내려져 조만간 유럽에서도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이 약은 기존 혈우병 치료제들이 두 개의 단백질을 이어 붙여 만드는 데 비해 두 단백질을 하나로 합쳤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고 주 2회만 투여해도 되기 때문에 편의성이 높아졌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인 중화항체반응이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김훈택 SK케미칼 혁신 R&D센터장은 “혈우병 치료제는 전 세계 시장 규모가 71억 달러(약 8조4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라며 “NBP601은 뛰어난 효과와 편의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