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000건 이상
- “산유국의 꿈, 남은 건 시추뿐”… 연말부터 ‘대왕고래’ 잡는다
-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윤종성 기자] “액트지오사(社)에서 동해에 7개의 유망 구조를 찾았다. (석유·가스 부존여부와 부존량을 입증할 방법은) 이제 구조별로 순서를 매겨 시추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 7일 기자회견)(사진=한국석유공사)산유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연말부터 차례대로 진행된다.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8광구와 6-1광구 일대(영일만에서 38~100km 거리·심해 1km 이상)에서 해저에 구멍을 뚫는 ‘시추공’을 최소 5개 이상 뚫는다. 개당 1000억원의 비용과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유망구조가 7개인 만큼 투입 예산이 불어날 수 있다. 다만 막대한 규모의 예산 편성을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야당이 각종 의혹과 관련한 ‘투명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9일 관가와 국회,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내 1공 시추작업을 위해 최소 1000억원의 비용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예산 당국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1000억원 중 500억원은 석유공사 출자로, 나머지는 정부융자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총괄 태스크포스(TF·팀장은 자원안보정책과장)’와 ‘홍보 TF’를 신설하고 실무에 나섰다. 석유공사도 실무협의체를 꾸릴 예정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연말께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서 1차 시추공 작업을 시작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구체적인 석유·가스 부존여부와 그 양을 알 수 있다. 앞서 발표한 추정량은 석유로 환산했을 때 최대 140억 배럴(한화 약 2000조원)로 액트지오 측의 탐사자료 분석 결과, 최대치다. 심해 개발에 대규모 투자와 기술력이 요구되는 점을 고려해 2025년부터는 외부 투자유치를 진행할 방침이다. 아브레우 고문은 “저희가 분석해 본 7개 구조에 석유와 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이번 프로젝트의 유망성을 보고 세계적인 석유 관련 회사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당장 시추에 나선다고 해도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될지는 미지수다. 야당이 의혹이 있는 부분은 샅샅이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어서다. 앞서 아브레우 고문이 의혹 해소에 나섰지만, 여전히 ‘성공률 20%’ ‘액트지오 선정 과정’ 등에서 의문이 남는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액트지오 선정의 적절성, 입찰 과정, 사업성 평가 결과 자료, 국내외 자문단 명단, 회의록 및 결과 보고서 등의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관련 정부 제출 자료를 검토한 뒤 투입 예산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액트지오사가 작년 2월 석유공사와 계약 당시 법인 영업세를 체납한 상태였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에 석유공사는 “텍사스주법에 따라 행위능력 일부가 제한된 상태에서도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며 “액트지오의 법인격은 2019년 1월 이후에도 지속됐고 지난해 3월 체납 세금을 완납하면서 2019년 1월까지 소급해 모든 행위능력이 회복됐다”고 해명했다.
- "토요타 너마저"…효율 지상주의·품질 '자만' 경영의 민낯
-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토요타는 완벽한 회사가 아닙니다.”도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은 3일 차량 인증 부정 취득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회사에 이어 본사까지 품질 인증의 부정행위가 퍼진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로마를 통치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마르쿠스 브루투스에게 속아 죽임을 당하며 한 말을 빗대 소비자들이 느낄 ‘배신감’을 이해하지만, 결코 부정행위는 의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도요다 아키오 일본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3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토요타식 ‘효율 지상주의’에 자정 능력 상실 2024년 6월3일은 일본 자동차 업계에 최악의 날로 남을 듯 하다. 국토교통성이 토요타자동차와 마쓰다, 야마하발동기, 혼다, 스즈키 등 5개 기업이 38개 차종에서 성능 시험 부정을 저질렀다고 발표하며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던 일본 산업계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특히 토요타자동차가 인증사기 리스트에 오른 건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올 초 계열사의 인증 부정에 이어 본사에서도 인증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토요타식 원가절감 경영의 민낯이 다시금 드러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토요타를 비롯해 일본 자동차 업계에 만연한 ‘효율성 지상주의’, ‘품질에 대한 과신’이 무더기 품질 인증사기 사태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토요타자동차와 마쓰다자동차는 국토교통성의 명령에 따라 지난 6일부터 국가의 형식지정 인증에서 부정이 적발된 차종 생산을 중단했다. 토요타자동차는 미야기현과 이와테 공장에서 야리스 크로스, 코롤라 필더, 코롤라 악시오 등 3개 차종의 생산 시설을 오는 28일까지 멈춰세운다. 연간 차량 생산 규모가 총 13만대에 이르는 두 공장은 직접 거래하는 협력 업체만 약 200개사, 2차 이상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000개사가 넘는다. 이번 가동 중단으로 지역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토요타식 ‘효율 경영의 덫’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요타는 대량의 부품 재고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조달하는 ‘적시 공급(Just in Time·JIT)’과 고객의 주문에 따라 자동차를 생산하는 ‘토요타 생산방식(TPS)’ 원칙에 따라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왔다. 문제는 세계 1위 타이틀 유지에만 급급한 나머지 생산 현장의 목소리가 내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래 TPS는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작업자가 곧바로 생산라인을 멈추고 문제를 해결해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토요타식의 경영 효율을 우선하는 문화는 자정 능력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생산 중지’, ‘국가 인증 절차 준수’는 곧 비용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직원들이 익명으로 사내 부정을 고발할 수 있는 ‘제보 창구’를 갖췄지만, 이번 인증 사기는 국토교통성의 지시에 따라 조사를 하던 중 비로소 드러났다. 앞서 계열사들이 성능 조작으로 사회적 논란이 컸음에도 내부 자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비판을 어렵게 하는 상명하복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그룹사와 계열사 모두 성능 시험 조작까지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일본 국토교통성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도요타 자동차 본사에 검사를 위해 들어가고 있다.(사진=로이터)◇“더 엄격한 기준”…‘품질 자만’도 한 몫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삼는 원칙도 인증사기를 부른 요인으로 거론된다. 차량 인증은 자동차 안전의 핵심이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부문이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각 제조사들은 전동화와 지능화에 따른 인증 검사 항목 수가 늘어나고, 이에 비례해 시간과 비용도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업무량 증가로 효율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강해질수록 부정행위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일본 자동차 업계 전반에 걸쳐 퍼져 있는 ‘품질 과신’도 독배로 작용했다. 토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의 RX 차량의 경우 부정행위 6건 중 절반은 국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지만, 이보다 더 엄격한 조건에서 이뤄진 시험 데이터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돌 검사시 에어백이 자동으로 터지도록 타이머를 설치한 수법이 대표적인 예다. 토요타는 안전벨트 성능 향상을 목적으로 진행한 개발 시험이기 때문에 에어백 작동을 늦추는 게 안전성 검증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가 인증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 시험 방식이다.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엄격한 자체 기준으로 품질을 향상시켜왔으나 국가 인증 체계를 가볍게 여기는 안이한 인식이 무더기 인증사기 사태를 부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오소치 아츠시 와세다대학교 교수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개발로) 품질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비용 절감을 위한 목표 금액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