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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판, 하늘·땅·바다가 온통 ‘놀이 천국’
- [경향닷컴 제공] 햇살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5월, 직장인은 여름 휴가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20·30대는 연인 혹은 친구와 신나는 여행을, 40·50대는 가족과 편안한 여행을 꿈꾼다. 이들의 욕심을 모두 충족시키는 땅이 바로 사이판이다. 사이판은 우리에게 휴양지로 익숙하다. 115.39㎢의 자그마한 섬이지만 산호초가 만든 천연 방파제가 둘러싸고 있어 1년 내내 잔잔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따뜻한 햇살을 즐길 수 있는 사이판은 머무는 것만으로도 휴식을 준다. 신혼여행지라는 편견에 휴가지 목록에서 사이판을 제외한다면 큰 실수다. 마나가하섬에서 즐기는 유유자적한 스노클링이나 목요일마다 열리는 가라판의 시끌벅적한 야시장은 놓쳐선 안 된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인 사이판은 액티비티의 천국이기도 하다. 자연 보호 정책으로 날 것 그대로 보존된 바다, 하늘과 땅에서 신나게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바다 사이판에서 꼭 가야 할 곳은 마나가하섬. 사이판의 진주로 불리는 이곳을 보지 않았다면 사이판을 가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푸른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떠 있는 마나가하섬은 산책로를 따라 10분이면 한바퀴 돌 수 있다. 섬 앞쪽은 개나리색 파라솔과 라이프 가드 초소로 발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뒤쪽은 바다에 누운 나무가 기묘한 풍경을 만든다. 마나가하섬에 갔다면 스노클링은 꼭 즐겨야 한다. 가시거리가 30m나 될 정도로 물이 맑고 조금만 들어가도 각종 산호와 물고기떼를 볼 수 있다.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며 산호 사이에 숨은 물고기를 찾다 보면 나도 물고기가 된 기분이다. 잔잔한 바다와 일렁이는 파도가 공존하는 마나가하섬은 다이빙도 즐기기 좋다. 매혹적인 푸른색 물빛을 봤다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 것이다. 사이판의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는 그로토다. 물 속에 3개의 터널이 있고 그 터널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은 바다를 매혹적인 푸른빛으로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한다. 백사장에서 바로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오브잔 비치는 다이빙 초보자를 위한 장소이고, 깎아지른 비경을 즐길 수 있는 만세절벽이나 라오라오 비치도 다이빙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다이빙은 무섭고 스노클링으로는 부족하다면 공기가 주입되는 헬멧을 쓰고 바닷속을 걸어 다니는 시워커나 노란 잠수함 딥 스타를 타고 바닷속을 구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늘 마나가하섬 위의 하늘은 알록달록한 낙하산이 수놓고 있다. 낙하산에 몸을 싣고 에메랄드빛 바다 위 섬을 바라 볼 수 있는 패러세일링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즐길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보트에 매달려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다. 갑자기 속도를 늦춰 물에 빠뜨리기도 하니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 헬리콥터를 타고 아름다운 산호초로 둘러싸인 섬의 풍경을 둘러 볼 수 있는 헬기투어도 각광받고 있다. 신나게 놀았다면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사이판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석양을 즐겨야 하기 때문이다. 마나가하섬에서 돌아오는 항구와 선셋크루즈가 출발하는 항구는 같다. 배는 해가 지기 전 오후 5시30분에 출발한다. 배가 항구를 출발하면 선실 내 사이키 조명이 돌아가고, 스태프들은 기타를 치며 능숙한 한국어로 ‘만남’,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운다.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도 절로 따라 부르게 된다. 선상 디너파티는 하늘이 깜깜해지는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맥주캔을 들고 갑판 위로 올라가 예쁜 바다빛과 석양을 즐겨도 좋다. 소다류와 맥주는 무한대로 제공된다. 땅 사이판의 바다를 즐겼다면 이번에는 자연을 느껴야 한다. 녹음이 짙은 마피산과 아름다운 해안선이 이어지는 북부의 깎아지른 절벽과 깊고 푸른 바다의 비경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바다 새들의 낙원인 버드 아일랜드는 해질 무렵이면 보금자리를 찾아 돌아오는 새들로 장관을 연출한다. 버드 아일랜드 앞쪽의 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와 닿는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메가트론이 묻혔다 살아나는 곳이기도 하다. 사이판의 중부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해발 474m의 타포차우산이 우뚝 서 있다. 사륜 오토바이 ATV를 타고 비포장길과 정글을 신나게 달려 타포차우산 정상까지 올라가 보자. ATV는 운전을 못해도 탈 수 있지만 바닥이 울퉁불퉁해 지나치게 속도를 내면 차가 뒤집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헬멧, 무릎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는 필수다. ATV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면 가라판과 마나가하섬, 동부 해변과 남부의 수수페 호수까지 섬의 구석구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섬 전체가 폭격을 당할 때 무사했던 성당 산타 루데스도 빠뜨려선 안 된다. 울퉁불퉁한 산길과 울창한 나무를 뚫고 가면 나오는 제프리스 비치는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로 친근한 곳이다. 최재성이 뱀을 잡아먹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사이판은 화산섬이라 실제로 뱀은 살 수 없다고 한다. 제프리스 비치에서 고릴라, 악어, 초가집을 닮은 기암괴석을 보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다.
- 英윌리엄 왕자 `세기적 결혼식` 거행…20억 지구인 축하
- ▲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이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다.[뉴욕= 이데일리 문주용 특파원] 세기적 이벤트인 영국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이 세계 20억명의 지구촌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거행됐다. 29일 오전11시(현지 시각, 한국시각 오후 7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 윌리엄 왕자와 평민 출신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직접 참석한 세계 주요 인사들과 전세계 20억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됐다. 결혼식은 신부인 케이트 미들턴이 부친 마이클 미들턴의 손을 잡고 성당에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먼저 식장에 도착해 신부를 기다리고 있던 윌리엄 왕자가 신부를 맞았다. 이어 영국 성공회 수장인 켄터버리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의 집례로 이들의 혼인예배가 진행됐다. 미래 영국의 왕과 왕비가 될 신랑 신부는 혼인 서약에서 "I will"이라는 단 두단어로 남편과 아내로서 새로운 삶을 약속했다. 미틀턴은 알렉산더 맥퀸의 사라 버튼이 디자인한 아이보리색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머리에는 왕관 모양의 `티아라`를 장식했다. 윌리엄 왕자는 진홍색의 아일랜드 경비병 정복을 입었다. 윌리엄 왕자의 동생인 해리 왕자는 정규군복을 입었다. 식장에는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부부, 고 다이애나비와 절친했던 팝스타 엘튼 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부부, 에드 밀리반드 노동당 당수 부부등 1900명이 참관했다. 결혼식이 거행된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은 지난 1997년 고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이 엄수됐던 곳이다. 혼례가 끝난뒤 신랑 신부는 버킹엄궁까지 왕실 마차를 타고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어 버킹검궁 발코니에 나와 수많은 축하객에게 답례하고, 전통에 따라 두차례 키스 장면을 연출했다. 버킹엄궁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하객 650명을 초청, 오찬을 베출었고, 저녁에는 윌리엄 왕자의 부친인 찰스 왕세자가 가족과 친구 300명초청, 만찬 및 무도회를 연다. 앞서 신랑신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첫번째 왕실선물로 `캠브리지` 공작부부 작위를 부여받았다. 올해 28살인 윌리엄 왕자와 29살인 케이트 왕자비는 지난 2001년9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에서 처음 만나 사귀어오다가 지난해 10월 케냐에서 여향 도중 약혼했다. 신랑 신부는 왕실 숙소에서 첫날밤을 보낸 뒤 신혼여행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혼살림을 군복무중인 웨일스에 차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혼식은 영국 공영방송 BBC와 미 NBC 등 주요 방송사가 생방송으로 중계됐으며, 실시간 블로그, 트위터로도 생중계됐다. AP 통신은 이 세기적 결혼식에도 앞으로 수년동안 계속될 가장 큰 궁금증은 "이들부부가 앞으로 행복하게 살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로 부부생활 64년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공처럼 이 커플이 잘 참고 살 것인지, 그의 부모인 찰스 왕자와 다이애나 왕자비처럼 파탄의 길을 걸을 것인지 결혼식을 지켜본 지구촌 사람들이 벌써 걱정하고 있다. 올해 85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자녀 4명중 3명이 모두 첫 결혼에서 이혼했다. 한편 이날 결혼식으로 영국 증시는 휴장했다.
- `현대판 신데델라` 케이트 미들턴, 英 왕자비에 등극
- [노컷뉴스 제공] `현대판 신데델라`로 떠오른 평민 여성 케이트 미들턴이 마침내 영국 왕실의 왕자비 칭호와 함께 케임브리지 공작부인에 올랐다.영국의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28) 왕자와 평민 여성 케이트 미들턴(29)이 현지시각으로 29일 오전 11시(한국시각 29일 저녁 7시)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영국 역사상 왕위 계승권자와 평민 여성간의 결혼은 1660년 이후 350년 만이다. 결혼식 장소인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은 정복왕 윌리엄이 1066년 대관식을 가진이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38명의 왕과 여왕들의 대관식이 열려온 곳이다.특히 신랑인 윌리엄 왕자에게는 지난 1997년 모친인 고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을 치렀던 아픈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세기의 결혼식`은 영국성공회 수장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의 주례로약 75분간 진행됐으며, 결혼식 행사 시작 2시간 전인 오전 9시께부터 1900명의 초청 인사들이 차례로 행사장에 도착했다.신부 고향 마을의 정육점 주인과 우편배달부를 비롯해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부부, 다이애나비와 친했던 팝스타 엘튼 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부부, 에드 밀리반드 노동당 당수 부부, 그리고 각국 외교 사절이 축하객에 포함됐다.윌리엄 왕자와 동생 해리 왕자에 이어 왕실 가족,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순으로 성당에 도착했고, 제일 마지막으로 오전 10시 55분께 신부 케이트와 부친 마이클이성당에 도착한 뒤 곧바로 오전 11시부터 혼인 예배가 시작됐다.이날 예배에서는 관례대로 왼쪽에 신부 측 가족이, 오른쪽에 여왕을 비롯한 왕실 가족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케이트 미들턴은 혼인서약 때 `순종`이라는 단어 대신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사랑하고 위로하고 존경하고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전통적으로 영국 왕실의 결혼에서는 신부가 남편에 대해 순종(obey)하겠다는 서약을 해왔지만, 지난 1981년 고 다이애나비가 찰스 왕세자와 결혼할 때 이 관례가 깨졌다. 윌리엄 왕자도 "나는 캐서린 엘리자베스를 아내로 맞아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부자일 때나 가난할 때나, 병들었을 때나 건강할 때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하고 아낄 것"이라고 맹세했다.두 사람의 결혼서약에 따라 케이트 미들턴은 남편의 이름을 따라 `프린세스 윌리엄(Princess William of Wales)` 즉 왕자비의 칭호를 갖게 됐다. 이와 함께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은 '케임브리지 공작(Duke of Cambridge)' 부처라는 작위도 부여받았다.버킹엄궁은 이날 결혼식에 앞서 "여왕이 윌리엄 왕자에게 공작 칭호를 내렸다"면서 "윌리엄 왕자의 칭호는 케임브리지 공작이 되고, 미들턴 양은 결혼하자마자 케임브리지 공작부인(Duchess)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시간 가량의 혼례의식이 끝난 뒤 신부는 전통에 따라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 무명용사비에 부케를 바쳤고, 이어 신랑과 신부는 기병대의 에스코트속에 18마리의 말이 이끄는1902년에 제작된 덮개가 없는 마차를 타고 버킹검궁으로 향하면서 수많은 축하객들과만났다.이동 경로는 의사당 앞, 정부 청사가 늘어선 화이트홀, 세인트 제임스 파크 옆길을 거쳐 버킹엄궁까지. 버킹엄궁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600명의 하객에게 샴페인을 베풀었고, 오후 1시25분 윌리엄과 케이트가 버킹엄궁 발코니에 등장해 수많은 군중들에게 인사하고 키스하는 모습을 연출한 뒤 공군기가 축하비행을 하는 것으로 결혼식은 마무리됐다.이날 `세기의 결혼식`은 영국 공영방송인 BBC와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CNN 등주요 방송 등을 생중계됐으며, 영국 왕실의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theroyalchannel)과 실시간 블로그, 트위터로도 결혼식이 생중계됐다. 이날 결혼식 실황은 전 세계 20억 시청자가 지켜본 것으로 추산됐으며,결혼식 취재와 보도를 위해 각 국에서 몰린 취재진도 8천여명에 달했다.BBC 방송은 결혼식뿐만 아니라 식장에서 버킹엄궁으로 이어지는 축하 행렬까지 실황중계를 위해 이날 하루에만 취재인력 550명, 카메라 100대를 동원했다.또 '세기의 결혼식‘을 직접 지켜보기 위해 런던을 찾은 관광객은 60만명에 달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영국 로열웨딩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최대 10억파운드(약 1조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한편, 영국 왕실 결혼식에 이처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다양한 흥행요소 때문이다. 평민 출신 왕자비가 탄생하면서 미들턴은 `현대판 신데렐라`로 떠올랐고, 윌리엄 왕자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아픔을 이겨내고 성년이 돼 결혼한다는 따뜻한 `성장담`도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대지진과 전쟁, 경제위기 등으로 세계가 홍역을 앓는 상황에서 윌리엄과 케이트의 결혼식은 모처럼 지구촌에 즐거움과 호기심을 선사했다.
- 여의도의 두 배…가도 가도 청보리밭만 보인다
- [조선일보 제공] 전북 김제 진봉면에서 올해 처음으로 보리밭 축제(5월 8~9일)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 세상은 봄이나 보리는 가을이죠. 수확을 앞두고 들판을 황색으로 물들이기 전에, 마지막으로 청록을 맘껏 뽐내는 시간이 바로 5월입니다. 본래 청보리는 고창의 학원농장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규모로 보면 진봉면 보리밭의 면적은 학원농장의 10배가 넘습니다. 그 많은 보리가 바람에 파도처럼 철썩이며 지평선 끝까지 펼쳐져 있죠. 김제가 아니면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14:00 진봉 평야 김제 진봉 반도는 바다와 평야와 강이 서로 어울리거나 경계를 짓는 땅이다. 북으론 만경강이, 남으론 동진강이 흐르다 반도의 서쪽 끝, 심포항에서 바다와 만난다. 물로 둘러싸인 반도의 모습을 김제 사람들은 "날카로운 부리를 서해 바다로 내민 새의 머리 형상"이라 묘사했다. 이 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진봉산. 해발 72m로 산보다 언덕이란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야트막하다. 진봉산을 비롯, 해안선에 바짝 붙은 봉화산과 미성산을 제외한 땅 대부분이 평야다. ▲ 지금의 김제 진봉 반도는 상반된 풍경을 동시에 품고 있다. 평야는 바람에 철썩이는 보리로 바다를 닮았으되(사진 위), 정작 바다는 물을 잃어 마른 땅이 됐다(사진 아래).마땅히 김제에서 보리를 보기 위해서는 이곳을 찾아야 한다. 반도의 북쪽을 차지한 진봉면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보리를 수확해 내는 곳 중 하나다. 전체 논 면적(2130㏊) 중 1400㏊에서 보리를 키운다. 여의도(848㏊)의 1.6배에 해당하는 크기요, 고창 학원농장의 10배를 넘는 크기다. 여기에 진봉면과 함께 진봉 반도를 남북으로 양분하는 광활면(604㏊)을 합치면, 그 면적은 여의도 2배 크기를 넘어선다. 수확을 2주쯤 앞둔 4월 말, 이곳에서 보리는 대규모 군집으로 모여 하늘을 닮았다. 보리는 청록으로, 하늘은 푸른색으로 똑같이 청명하다. 보리 이삭에서 솟은 까락은 멀리선 새털구름을 닮아 보리의 청명함을 하얗게 흐리고, 가까이선 석양을 머금은 구름을 닮아 붉게 빛난다. 간혹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까락은 파도처럼 철썩이는 소리를 내며 한쪽으로 일제히 누워, 보리는 하늘을 넘어 바다를 닮는다. 진봉 반도의 보리는 하늘의 아득함도 닮아, 지평선에서 서로 만난다. 작가 조정래가 대하소설 '아리랑'에서 "한반도 땅에서는 유일하게 지평선을 이뤄내고 있는 곳"이라 칭했던 지역이 바로 김제다. 특히 남포 들녘 정보화 마을 입구에서 광활면 주민센터까지 이어지는 702번 지방도 위에 서면 직선으로 뻗은 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광활면'이란 이름처럼 전봇대 밖으론 말 그대로 광활한 벌판이다. 하여 진봉 반도의 길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아리랑)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길을 걷다 보면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었다. 간혹 평야 곳곳에 형성된 괴촌(塊村)이 이정표가 되어 주긴 하나, 작은 규모의 촌락은 서로 엇비슷해 어느 순간 얼마나 왔는지 감을 잃게 된다. 이곳이 저곳 같고 저곳이 이곳 같다. 그래서 진봉 반도의 길은 배배 꼬여 있지 않고 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었음에도 미로 같다. 진봉면 주민센터 오승영 산업계장은 "전답 조사를 위해 지적도만 보고 찾아갔다가 헤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17:00 심포항 진봉 평야는 충적 평야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상류에서 실어 내린 토사가 오랜 세월 쌓여 이뤄낸 땅이다. 새만금 갯벌은 그 땅의 평야 바깥에서 똑같은 과정을 거쳐 형성됐다. 진봉 반도를 끼고 바다에 닿는 만경강, 동진강 하구 언저리가 바로 그곳. 여기서 갯벌은 진봉 반도는 물론, 북으론 군산, 남으론 부안을 품으며 폭 20㎞가 넘게 형성되기도 했다. ▲ 포구의 기능을 잃어 적막한 심포항반도의 서쪽 끝에 자리잡은 심포항은 그 갯벌에 기대 생계를 일궜다. 썰물 때 갯벌을 가로질러 끝까지 걸어가면 밀물에 휩쓸려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포구 앞 갯벌은 넓었다. 심포가 아니라 금포로 불릴 정도로 백합을 잡아들여, 지나가던 개가 돈다발을 물고 다녔다는 말도 전해졌다. 그러나 모두 과거의 일이다. 지난달 완공된 33㎞ 길이의 새만금 방조제로 바닷물은 들어올 길을 잃고 심포는 갯벌을 잃었다. 갯벌을 잃어 백합을 잃은 심포항은 지금 봄으로 충만한 안쪽 땅과 달리 겨울의 행색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남은 몇몇 횟집이 주변 항구에서 실어온 횟감으로 과거의 명성을 간신히 이어오고 있을 뿐 대체로 적막하다. 심포항에서 거전마을로 이어지는 자갈길에서, 평야의 충만함과 죽은 갯벌의 적막함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왼편으로는 청록의 보리가, 오른편으로는 갈색의 간척지가 지평선까지 이어진다. 왼편은 본래 땅의 기능에 충실하며 이룩한 지평선이되, 오른편은 이제 의미를 잃고 이름만 남은 것들이 모인 풍경이다. 대민가도·소민가도는 이제 섬이 아닌 둔덕이 됐고 심포는 포구의 기능을 상실했다. 그 길의 끝에서 만나는 새만금횟집은 상실과 충만의 풍경을 종합하는 꼭짓점이다. 이름은 횟집이나 여기서 내놓는 음식 중 회는 없다. 매콤하고 알싸한 조개무침과 조개국수, 조개쑥칼국수가 전부. 한때 식당 앞으로 바닷물이 넘실댔으나 지금 그쪽을 차지한 건 나문재(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식물)로 뒤덮인 마른 땅이다. 식당 주인 홍병희씨는 "땅이 매립되고 나니 흙먼지가 하도 날려 여기 주민들이 항의하자 부랴부랴 나문재를 심었다"며 "갯벌을 다 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한편으로 그는 미래를 낙관한다. 올해 안에 간척지 위로 산업단지가 들어서기 때문. 이 같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본래 이름이 지닌 뜻을 거둬야 할 것은 하나 더 있다. 진봉산 허리에 매달린 망해사(望海寺)다. '바다를 바라본다'는 이름처럼 망해사는 작되 앞마당에 바다를 품고 있다. 그 바다는 달의 차고 기움에 따라 만경강 쪽으로 깊이 밀리거나 당겨지는 바다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인 만큼 물소리도 크게 울렸을 터이니, 이곳 요사채의 이름은 청조헌(聽潮軒)이다. 그러나 망해사가 품은 바다는 담수호가 될 가능성이 높아, 절은 앞으로 바다가 아닌 호수를 바라보게 될 전망이다. 10:00 벽골제 벽골제는 의미를 잃은 포구와 섬과 절을 닮았다. 본래 벽골제는 저수지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축조된 시기는 330년이요, 다섯 개의 수문 중 가장 먼 것끼리의 거리가 3㎞를 넘는다. 김제시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을 통해 제방을 쌓는 데만 연인원 32만여 명이 동원된 것으로 추산한다. 그렇게 축조해 김제, 만경, 부령(현 부안), 정읍 등 5개 군현을 관개했으니, 당시로서는 최첨단 건축물이었을 터다. 그러나 물이 있던 자리는 현재 모두 논이 됐고, 김제는 그 터에 농경문화박물관·아리랑문학관·벽천미술관 등을 세워 새로운 단지를 만들었다. 단지 내에 벽골제를 구성한 부분 중 아직 남아 있는 건 제2수문 장생거뿐이다. 이런 모습에서 벽골제가 저수지였던 시절은 아득하다. 그러나 벽골제의 훼손은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벽골제 농경문화 박물관은 "1925년 동진수리조합에서 이 제방을 관개용 수로로 개조해 그 원형이 크게 훼손됐다"고 전한다. ▲ 모악산 연리지박물관의 전언은 거기서 그치지만 그 수로는 호남평야를 변모시켰다. 자연사 답사가 이우평씨의 '한국지형산책'에 따르면 현재 김제평야의 주축을 이루는 만경강·동진강 하류 평지 지대는 경작이 거의 불가능한 소택지와 습지로 덮여 있었다. 벽골제가 있긴 했으되 그 기능이 미미했다. 벽골제비 앞에 세워진 안내문은 "고려와 조선시대 여러 차례 수리했으나, 이후로 효용도가 적어 방치됐다"고 적고 있다. 이 같은 옛 관개 체계를 바꾼 것이 일제 강점기 때 형성된 동진수리조합이다. 이 조합은 임실군에 운암제를 설치, 지하수관을 통해 김제 평야 전역에 물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범람원 지대가 수리안전답으로 개간됐다. 대신 이 수로는 벽골제를 통과하며 그 위용을 잃게 했다. 이처럼 벽골제에서는, 현재와 과거가 겹치고 영욕이 교차하며 김제의 속내가 드러난다. 그저 흔적만 남은 땅에서 자꾸만 발걸음을 멈칫하게 되는 이유다. 12:00 모악산 김제는 낮다. 산이라 불리는 것들은 대개 해발고도 100m를 넘지 못한다. 김제를 관통하는 여러 도로 위에서, 시선 역시 낮아져 평온하다. 그 낮은 시선의 흐름은 동남쪽으로 다가갈수록 가파르게 솟아오른다. 김제와 완주군 경계에서 모악산이 지키고 있기 때문. 해발 793m의 모악산(母岳山)은 이름처럼 호남평야에 젖줄을 대며 김제를 내려본다. 금평저수지·구이저수지·안덕저수지가 모두 모악산에서 흘러드는 물을 안고 있다. ▲ 망해사에서 바라본 서해. 여기서 바다는 만경강과 만난다. / 조선영상미디어지도나 위성사진에서, 모악산은 김제의 지형을 배반하는 이단아처럼 보이지만 기실 평야가 갖지 못한 수직의 힘으로 이 지역 신앙의 근거지 역할을 해 왔다. 목조 삼층 미륵전으로 유명한 금산사, '돌아와서 믿는다'는 귀신사(歸信寺) 등 평야에서 설 곳을 찾지 못한 절들이 여기 모였다. 뿐인가. 100년 넘은 한옥 모양의 금산교회도, 1959년 벽돌식으로 재건한 수류성당도, 증산법종교본부도 모악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4월 말, 절이나 교회나 성당이나 앞마당에 햇볕이 들어차 따사롭고 이제 막 피어나는 신록의 잎은 싱그럽다. 그러하니 김제를 찾았다면 모악산에 들르는 것도 좋겠다. ▲ 새만금횟집의 조개국수교통 용산-김제역을 잇는 KTX가 하루 6회 정도 있다. 두 시간 소요. 서울 반포 센트럴터미널에서도 김제행 버스가 있다. 세 시간 소요. 먹을거리 한때 바다와 땅의 경계에 서 있었으나 이젠 바다를 잃은 새만금횟집(063-543-6668)이 조개무침(小·1만원)을 내놓는다. 동죽을 미나리, 양파 등에 섞어 매콤하 면서도 상큼하다. 김제시내 '곰돌이네집(063-546-1238)'에선 저렴한 가격(백반·6000원)에 푸짐한 전라도 밥상을 맛볼 수 있다. 보리를 먹인 한우도 김제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청보리한우촌(063-543-0076)'이 김제시 농축산물 브랜드인 지평선청보리한우를 쓴다. '자연사 답사가' 이우평 교사가 말하는 김제 "최대 곡창지대 일궜지만 삶은 궁핍했던 농민들" 인천 신송고 교사 이우평씨는 '자연사 답사가'다. 10년 넘게 전국 곳곳을 직접 답사, 그 기록을 '한국지형산책'이란 책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가 보는 김제는 지형과 역사가 충돌한 지역이다. 전 국토 중 산악지대가 70%가 넘는 곳에서 김제는 단일 규모로 가장 큰 평원이되 그 넉넉한 지형에 뿌리 박고 산 이들은 배부르지 않았다. 적은 강수량으로 사람들은 평원을 버리고 야트막한 구릉에 기대 살았으니, 비로소 평원에 마을이 많이 형성되기 시작한 건 일제 강점기 때다. 관개체계의 대대적 개선과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김제는 광활면을 비롯해 새로운 땅을 얻고, 범람원을 수리안전답으로 바꿀 수 있었다. 당시 일손이 부족해 전국 곳곳에서 조선인이 몰려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중국인까지 동원됐으나 정작 쌀은 군산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땅의 넉넉함을 기대하며 김제를 찾은 이들은 다시 만주로, 연해주로 흩어졌다. 이씨는 "대하소설 '아리랑'(조정래)이 이 지역 일대를 배경으로 한 건 우연이 아니다"고 했다. 지금은 기능을 상실한 벽골제와 하시모토 농장 사무실은 그때의 흔적이다.▶ 관련기사 ◀☞금낭화·작약·모란…본격 ''개화 레이스'' 돌입☞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떠나라~ 피로회복 여행☞''딴청'' 피우다 놓친 봄… ''산청''에서 만나다
- 박신양, '약속'의 땅 전주서 재기 시동
- ▲ 박신양[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고액출연료 논란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박신양이 영화 '약속'의 주 촬영지였던 전주에서 재기의 신호탄을 쏜다. 박신양은 오는 5월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전주에 머물며 일본 팬들과 함께하는 팬투어 '박신양이 연주하는 한국·전주의 소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한류스타 박신양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린다는 취지에서 직접 기획, 제안해 성사됐으며 11만엔(한화 약 130만원)에 달하는 한옥형은 일찌감치 매진이 됐을 정도로 일본 팬들의 호응도 뜨겁다. 전주는 박신양과 인연이 남다른 곳이다. 영화 '약속'에서 전도연과 결혼 서약을 했던 성당이 바로 전주에 위치해 있으며, 드라마 '바람의 화원', '화이트 발렌타인' 등도 전주 로케로 촬영됐다. 이번 팬미팅에서 박신양은 팬들과 함께 전주의 곳곳을 돌며 지난 출연작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향후 연기 계획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예정이다. 한지 만들기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도 갖는다. 모객을 담당하고 있는 일본 여행사 프라우 측은 "박신양 씨가 이번 팬투어에 각별한 열의를 쏟고 있다"며 "투어 코스 사전답사도 여러차례 다녀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신양은 지난해 11월1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서울에서 가진 팬미팅에서도 풍물놀이를 선보이는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한편, 박신양은 지난 2008년 12월 SBS '바람의 화원' 출연 이후 고액 출연료 논란에 휩싸여 외부 활동을 삼가해왔으며, 올해 영화로 연기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에는 영화 '비상'의 엔딩 타이틀곡 '사랑을 줘요'를 직접 불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5월 전주에서 일본 팬 초청 팬투어를 개최하는 한류스타 박신양(사진=프라우)▶ 관련기사 ◀☞박신양, 영화 '비상' OST 참여 日 싱글 발매 전초전☞박신양, 풍물놀이 선보이며 亞팬과 교감☞박신양, 영화로 활동재개…"日서도 공개"☞박신양, 고액 출연료 분쟁 2심도 승소☞박신양, "내년 日서 음반 발매"
- (VOD)진짜 새해 맞으러 소원의 바다로 갑니다
- [조선일보 제공] 모세의 기적.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을 흔히 그렇게 부릅니다. 하지만 과학의 눈으로 해부하면 기적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주위보다 높은 해저지형이 간조 때 해상으로 노출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막상 그 바닷길을 걷고 있자면 느껴지는 감정이 간단치 않습니다. 경외감과 덧없음, 간절함을 세 꼭짓점으로 둔 삼각형 안 어딘가에 자기가 서 있는 듯합니다. 이 특별한 감정 때문에 이 현상은 '기적'이라거나 '신비의 바닷길'로 꾸준히 불리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제안합니다. 이번 설엔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바닷길을 걸으며 소원을 빌어보는 건 어떨지요. 울산 진하리 명선도와 충남 보령 무창포, 이 두 곳 외에도 바닷길이 열리는 곳은 많습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진하리 해수욕장 너머 바다가 보이는 길 위에 올라섰을 무렵이다. 문득 스치는 풍경에 두 눈을 의심했다. 섬과 육지 사이, 푸른 물만 보여야 할 공간에 하얀 길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파도와 파도가 부딪혀 생긴 포말이다. 물거품은 해변과 직각 방향으로 하얗게 부풀었다가 사그라지길 반복했다. 목적지가 그곳이었다. 음력 2월이면 간조 때마다 평소 수심 1.5~2m에 이르는 바닷물이 갈라져 진하해수욕장에서 명선도까지 걸어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바닷길이 올해는 유난히 빨리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선 길이었다. ▲ 조수간만의 차가 서해보다 작은 동해에서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은 드물다. 그 드문 현상을 볼 수 있는 곳 중 한 곳이 울산 진하리 해수욕장이다. 4일 오후 4시 30분쯤, 사람들이 활처럼 휜 바닷길을 건너 명선도에 간다. 도착한 건 4일 정오쯤. 아직 달의 힘이 물을 온전히 잡아내지 못한 시각이었다. 다만 길을 예비하듯 보이지 않는 길 양쪽으로 파도가 밀려오며 하얀 거품을 쌓고 있었다. 길은 없었지만 그 모습이 기이했다. 명선도와 해변을 잇는 가상의 경계선을 향해 파도는 휘몰아쳤고 그 경계선에서 양쪽의 파도가 만나 서로 섞였다. 진하리 김영수 이장은 "섬 때문에 해류의 방향이 바뀌어 생긴 일"이라고 했다. 김 이장은 "오후 두세 시쯤이면 바닷길이 열릴 것"이라 예측했으나 바닷길은 쉬이 열리지 않았다. 세 시간 넘게 기다리는 동안 두 손을 꼭 잡은 연인이나 부부, 친구 등 숱한 무리가 그 앞에서 망연히 서 있다 떠나곤 했다. 대부분 바닷길이 열리는 '기적'을 보러 온 이들이었다. 그들 앞에서 파도는 밀리고 쓸리며 파도의 잔영으로 멀어졌으나 그 뒤를 금세 다른 파도가 뒤따라 길은 늘 물로 흥건했다. 오후 네 시쯤이 되자 명선도는 코앞까지 가까워졌다. 보이진 않지만 분명 달의 힘이 물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서고 물러서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파도는 조금씩 먼 곳에서 멈춰 섰다. 양쪽으로 후퇴하는 파도 사이로 모래사장이 길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정오쯤 해변에서 명선도까지 50여m였던 거리는 10여m까지 좁혀졌다. 어린 여학생들이 신발을 벗고 환호성을 지르며 그 10여m의 거리를 가로질렀다. 그로부터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마침내 온전히 길이 열렸다. 아니, 길이긴 길이되 길인 척하지 않는 길이었다. 남의 시선을 차단하려는 담과 담 사이에서 소통의 공간인 골목이 발생하듯, 명선도와 육지를 잇는 길은 양편의 파도가 서로 만나지 못해 발생한 빈자리처럼 보였다. 그 빈자리가 '기적의 길'로 불리는 공간이었다. 일 년에 길어야 석 달간만 모습을 내비치는 바다의 속살 위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물이 내쉰 숨으로 짠 비린내를 실어오는 서해와 달리, 양쪽으로 와 닿는 동해의 파도는 냄새 없이 다만 철썩거리는 소리로 출렁였다. 두 걸음을 내딛자 마음 한구석에 경건함이란 감정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바닷물을 양쪽에 끼고 걸어본 사람은 안다. 그 길이 성당이나 절, 혹은 일출의 풍경과 얼마나 비슷한지. 이 공간들은 무욕(無慾)의 공간이되, 무욕으로 빈 자리를 사람들의 소원으로 채운다. 공간의 무욕과 소원의 간절함은 불화하지 않고 성스러움으로 조화한다. 그 경건함의 시간은 짧았다. 오후 5시가 되자 파도는 곧 파도를 만나 바다가 됐고, 바다 속살은 다시 물속으로 몸을 감췄다. 그와 함께 세상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분명 바닷길을 걸었던 이들의 마음은 어딘가 조금씩 바뀌어 있을 것이었다. 울산 바닷길 ◆ 먹을거리_ 진하리 해수욕장에서 차로 약 20여분 떨어진 곳에 짚불 '곰장어(먹장어)구이'의 원조로 꼽히는 집 중 하나인 김양집이 있다. 석쇠에 올린 먹장어를 짚불로 까맣게 굽는다. 약간 모양이 징그럽지만 껍질을 벗겨 먹는 먹장어는 냄새와 기름기가 없어 담백하다. 1㎏ 3만원. (052)239-5539 언양 불고기도 울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다. 언양시외버스터미널 후문에 있는 삼거리불고기에서 얇게 썰어 양념한 쇠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다. 맛이 달아 밥과 같이 먹기 알맞다. 석쇠 불고기 200g 1만5000원. (052)262-1322 3대째 이어 내려오는 한국식 우동집 '본정'의 우동 이름은 '여우 우동'이다. 여우에게 홀리듯 입맛을 홀린다 해 그런 이름을 붙였다. 멸치 육수에 다시마, 가다랑어 등을 사용해 만든 국물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우동 중 5000원, 대 6000원. (052)268-1164 ◆ 울주관광 홈페이지 http://tour.ulju.ulsan.kr 울산종합관광안내소 (052)229-6350 ▶ 관련기사 ◀☞라이브콘서트와 꽃 그리고 야경, ‘리버사이드 별밤열차’☞“싱가포르에서 맞이하는 특별한 설”☞사찰 들러 차 한잔, 성곽길 트레킹… 설레는 연휴
- 아이티 강진...대참사 우려, 대통령궁도 붕괴
- [노컷뉴스 제공] 12일(현지시간) 중앙아메리카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강진으로 대통령궁을 비롯해 정부기관 건물과 의회, 병원 등이 붕괴되는 등 대참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무너진 건물 더미 아래 수많은 사상자들이 매몰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명피해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지진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서쪽으로 16㎞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으며, 규모 5.9, 5.5의 강한 여진이 최소 13차례 이어졌다.USGS에 따르면 이날 지진은 1770년 이후 아이티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이다.태평양 쓰나미센터는 아이티와 쿠바, 바하마, 도미니카공화국 등 인근 카리브해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실제로 아이티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과 250마일 떨어져 있는 쿠바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는 등 강력한 규모의 지진이었다.AP통신과 CNN방송 등은 이날 강진으로 포르토프랭스의 대통령궁과 재무부, 공공사업부, 문화통신부 등 주요 정부기관 건물들이 붕괴됐으며, 의회와 성당 등도 무너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더욱이 많은 환자들이 입원 치료중인 병원 건물이 붕괴되면서 부상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전화 등 통신이 두절되고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이티 정부 관리는 언론인터뷰에서 "하늘은 먼지로 가득 차 온통 회색빚이며,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떨면서 '대재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고, 구호단체 '가톨릭 릴리프 서비스' 관계자는 "수 천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카리브 해의 쿠바 인근에 있는 인구 850만명의 아이티는 서반구 최빈국으로 국민들의 문맹률이 45%에 달하며 기대 수명도 52세에 불과할 만큼 생활 여건이 열악한 나라다.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아이티 지진에 따른 피해상황 파악과 신속한 복구 지원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이티 주민들의 무사안전을 위해 기도와 염려를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아이티를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이날 하와이대학 동서문화연구소에서 연설하기 앞서 아이티 지진사태를 보고받고, 미국은 아이티에 재난극복을 위한 군사적 그리고 민간분야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아이티와 주변 지역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민간분야와 군사적인 부문에 걸쳐 재해구호와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아이티 유엔특사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유엔과 더불어 현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아이티 주민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