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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처럼 로그인하고 입장"..넥슨, 국산게임 25주년 기념전시 '눈길'
- 게임을 게임하다 전시회 현판. 사진=노재웅 기자[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로그인하고 입장하세요.”종로 아트선재센터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커다란 키오스크가 관객을 맞았다. 입구에서 오랜만에 넥슨 아이디를 기억해 내 입력하자 ID 밴드를 발급해줬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독특하게도 입구와 출구가 나란히 붙어있다. 안쪽 방향으로 11개의 작품이, 바깥쪽 방향으로 9개의 작품이 전시돼있는 특성 때문이다. 본격적인 ‘국산 온라인게임의 현대미술 체험 게임’의 시작이다.오는 18일부터 9월1일까지 서울 종로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넥슨재단의 ‘게임을 게임하다/인바이트 유_(invite you_)’ 전시를 개관에 앞서 미리 체험해봤다. 넥슨재단은 넥슨의 사회공헌 재단으로, 한국 PC온라인 게임 25주년을 맞아 업계 최초로 국산 게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형상화한 전시회를 마련했다. 전시장 입구의 로그인 키오스크. 사진=노재웅 기자게임처럼 진행되는 전시의 시작은 점과 선으로 이뤄진 추상적 영상작품인 ‘아이트래킹’으로 구성돼있었다. 장르별로 게임 이용자들이 어느 곳을 주로 응시하는지 모은 데이터를 시각화한 예술작품으로, FPS(1인칭슈팅), 액션RPG(역할수행게임),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의 플레이 방식이 시각적으로 구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작업에는 넥슨의 AI(인공지능)·빅데이터 연구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 협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이트래킹을 비롯한 다양한 전시물의 데이터 분석을 제공해 예술작품으로의 재탄생을 도왔다.마비노기를 모티브로 기획한 작품 ‘캠프파이어’. 관람객이 단상 위 구조물에 앉으면 가상의 캠프파이어가 피워지고, 바람이 불고, 연기가 피어오르며 음악이 연주되는 등 공감각적 경험이 제공된다. 사진=노재웅 기자인트로를 지나면 마비노기와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등 넥슨의 유명 온라인게임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체험형 전시작품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특히 ‘로나와 판’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마비노기의 대표 NPC인 로나와 판이 폴리곤 형태로 설치된 이 작품은 마비노기 속 하루인 36분에 맞춰 낮과 밤의 연출이 바뀐다. 또 판 앞에는 360도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맞은편 벽면을 통해 영상이 출력되는데, 이를 통해 머리 위에 게임 속 칭호가 달린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온라인게임 내에 지정된 공간에서 한 방향만을 바라보는 NPC(Non-Player Character)의 시점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넥슨 게임들을 작품으로 체험하며 전시장의 끝을 향한 뒤 다시 뒤로 돌면, 이번에는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연대기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이어진다. 역사 표와 잡지 전시, 옛 게임 영상 등을 통해 국산 온라인게임 25년을 훑어볼 수 있다.1994년 1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발간된 국내 온라인게임 잡지를 전시하는 도서관 형태의 작품. 사진=노재웅 기자로그인이 있으면 로그아웃도 존재한다. 20여분에 걸쳐 관람을 마치면 로그아웃을 하고 퇴장해야 한다. 지하철 안내 방송, 뉴스 앵커 목소리 등과 같은 현실 세계의 사운드를 통해 관람객들이 가상 공간의 게임 속 하루를 마치고 현실의 공간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나타냈다. 관람객은 퇴장할 때 그동안 자신이 즐겨온 넥슨 게임 활동 이력을 영수증 형태로 뽑아서 가져갈 수 있다. 잊고 있던 게임을 영수증에서 확인하면서, ‘내가 이때 이 게임에 빠져있었지’하고 과거를 추억할 수도 있다. 앞서 사전관람을 체험한 한 이용자는 1.5미터에 이르는 방대한 영수증을 출력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최윤아 관장은 “현대미술 전시회도 처음 보러가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어렵다’라고 반응한다”며 “그러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듣고 체험하면서 미술관 속 작품을 이해해나가듯이, 온라인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곳을 통해 게임을 알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최 관장은 전시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게임은 문화예술이다 혹은 게임중독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식의 주장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시회는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재해석을 하길 바라며, 이를 통해 게임을 두고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담론화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게임을 게임하다’ 전시회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재웅 기자
-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이사회가 제역할 해야…`현대차·KB금융 이사회 모범`
-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공사(APG) 아시아·태평양 지배구조 대표[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 기업은 글로벌 기업이고, 글로벌 기업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있다. (그 기준으로 볼 때) 한국 기업에게 부족한 부분의 핵심이 이사회다.”2009년부터 10년간 국내 기업에 투자, 기업 경영 활동에 주주로서 목소리를 높여왔던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공사(APG) 아시아·태평양 지배구조 대표는 11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기업들이 예전보다 투자자들의 인게이지먼트(적극적인 주주 활동, engagement) 활동에 전향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이사회’를 꼽았다. 권한이 집중돼 있는 데 비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그나마 이사회가 잘 작동되고 있는 기업으론 현대차(005380), KB금융(105560)지주를 꼽았다. 행동주의 펀드인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I)의 타깃이 된 한진(002320)그룹에 대해선 “지금까지 이런 기업은 본 적이 없다”며 한진그룹이 삼성전자(005930)나 현대차처럼 마음을 열고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사회는 모든 주주들의 꿈, 야망이 담긴 곳”박 대표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한국에 올 정도로 한국을 자주 찾는다. 한국에 투자한 기업들을 관리하는 것 외에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바람을 타고 각종 공청회, 토론회 주요 연사로 초청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과 투자 문화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쓴소리를 뱉어낼 수 있는 유일한 인사로 꼽힌다. 박 대표는 베어링증권, 샐러먼스미스바니증권 등에서 10년 이상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기업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졌고 2009년 APG에 합류했다. 박 대표는 “연기금이 사회, 경제, 환경, 인권 등에 좋은 영향을 주도록 활동하면서도 돈까지 받을 수 있다니 처음엔 깜짝 놀랐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월급을 받으면서도 공익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일자리란 얘기다. 10년간 국내 기업들의 의사결정 체제, 주주를 대하는 자세를 지켜봤던 그는 아쉬움과 긍정적인 면을 모두 제시했다. 아쉬운 부분으론 ‘이사회’를 꼽았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은 이사회 권한이 엄청 큰데 이사회가 잘 안 돌아간다는 것에 있다”며 “상법에 의하면 이사회를 통해 기업의 모든 액션이 취해지는데 이사회 구성원의 전문성이나 독립성이 부족하거나 그런 것들을 할 수 있게끔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것이다. 이사회가 잘 안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기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30분 만에 몇 조원의 투자가 의결되는 일도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사회가 주주들을 대신해서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데 이사회가 잘 안 돌아가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주주의 모든 꿈과 야망을 이사회가 현실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이사회가 경영진을 뽑아야 하는데 거꾸로 경영진이 이사회 구성원을 뽑는 구조로 돼 있다”고 말했다. 통상 경영진이 사외이사, 사내이사를 추천하고 이들이 대부분 주주총회에서 통과돼 이사회 구성원이 되는데 이사회가 경영진을 선택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경영권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없어져야 할 말”이라며 “경영진은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가 잘 안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대규모 투자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홍콩, 중국, 인도 등에선 회사채 발행, 투자 등을 주주총회에서 결정한다”며 “우리나라도 자산규모의 20% 이상의 투자 건에 대해선 주총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현대차, 이사회 구성원 가장 다양”..KB는 주주소통 모범 그래도 박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주주를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주주 활동에 대해 과거엔 왜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 회장이 알아서 어련히 잘 하지 않겠냐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주주 활동이 지배구조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예전엔 외국인 이사를 상상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현대차가 이사회 구성원도 가장 선진적이고 다양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이사회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 지배주주가 있지만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현대차 사장, 유진 오 캐피탈 인터내셔널 파트너, 윤치원 UBS 부회장 등 연구개발(R&D), 금융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KB금융(105560)은 아시아 내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이사회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윤종규 회장이 오고 나서 이사회가 많이 안정됐고 이사회가 경영 철학을 구현하는데 기준점이 되고 있다”며 “1년에 한 번씩 이사회와 주주들이 만나는 간담회를 하는데 모든 이사들이 오고 주주와의 소통에도 굉장히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SK, LG는 이사회 독립성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박 대표는 “여태까진 한 사람의 결단, 용기, 신화가 모든 것을 해왔지만 이제 규모가 커지고 과학, 기술 변화가 빨라져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된다”며 “과거엔 똑똑한 형이 동생을 이끌어 4형제가 잘 사는 구조였다면 이젠 (그 동생들의 숫자가) 1만 명이라 아무리 똑똑한 형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공사(APG) 아시아·태평양 지배구조 대표◇ “한진그룹, 이런 기업 처음..자기 성찰 없어”KCGI의 주주 활동에 대한 한진그룹의 대응에 대해선 강력 비판했다. ‘자기 성찰’이란 단어를 수 차례 반복했다. 박 대표는 “(많은 주주 활동을 해왔지만) 이 정도의 리액션이 나오는 건 처음 본다”며 “경영진 가족의 성찰 정도가 제로”라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한진그룹처럼 행동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기업을 3대째 운영하면 그 가족이 자기 성찰을 해보고 우리 기업이 사회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 사회에 기여를 하는지, 짐이 되는지를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한진이 삼성, 현대가 간 길을 가면 좋을 듯 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행동주의 펀드들도 다른 주주들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아무런 근거 없이 자기 주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CGI는 대주주 일가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한진칼의 이익을 좌우하는 주력 자회사 대한항공(003490)의 신용등급이 3년 만에 A에서 BBB로 떨어지고 부채비율이 700%대로 치솟았다며 적자인 호텔 사업 등의 매각을 권고했으나 대주주 측은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박 대표는 재벌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꼬집었다. 투자자로서 주주 활동이 더 어려운 회사는 포스코(005490), KT&G(033780), KT(030200), 한국전력(015760) 등 주인이 없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는 더 안 좋다”며 “회사 임원들이 3년 일하고 나가니까 장기 비전도 없고 책임도 안 지는 구조이고, 이사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 활동을 하려면 누구를 만나야 할지 몰라 한숨부터 나온다. 결국엔 이들 기업은 단기 투자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미카미유아 "K팝 걸그룹, 쉽지 않지만 포기 안해요" (인터뷰)
- 허니팝콘 (사진=소속사 제공)[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비난의 목소리 있지만, 도전할래요”K팝 걸그룹으로 두번째 앨범을 낸 허니팝콘의 리더, 미카미유아의 말이다. 현역 AV 배우로 활동 중인 그는 ‘한국을 동경하고, K팝을 동경해서’ 두번째 도전장을 냈다. 쉬운 길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왜 K팝 걸그룹을 하느냐”는 비판과 함께 원색적인 비난도 들었다. 한국에서는 AV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해 지탄이 쏟아졌다. 지난 1집 활동때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미카미유아의 걸그룹, 허니팝콘의 국내 데뷔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오르기도 했다. 미카미 유아는 “1집 활동 때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덜 한것으로 알고 있다”며 “열심히 노력하고, 제 진심을 보여드리면 점점 더 저에 대한 인식도 좋아질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허니팝콘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제일라아트홀에서 두 번째 미니 앨범 ‘디에세오스타(De-aeseohsta)’ 발매기념 쇼케이스를 열었다. 1집 당시 멤버 1명이 탈퇴하고 오디션을 통해 새로 3명을 선발해 5인조 걸그룹이됐다. 미카미 유아는 “3인조일때보다 좀더 ‘걸그룹 다운’ 모습을 갖추게 됐다”며 “안무도 더 화려해지고 파트 배분이나 퍼포먼스도 다채로워졌다”고 말했다. ‘디에세오스타(De-aeseohsta)’는 꿈과 희망을 그리는 허니팝콘만의 주문으로 ‘지금의 나를 위해 용기를 갖고 사랑하자’는 뜻이다. ‘디에세오스타’ ‘바보야’, ‘피어나(Violet)’가 수록됐다.미카미 유아 (사진=소속사 제공)연습에 매진하고 한국어를 공부하며 내놓은 앨범이지만 가시밭길이 눈 앞에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양국간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시점이다. 미카미 유아는 “사실 제가 경제나 정치에 대한 것은 잘 알지 못한다”며 “물론 일본과 한국의 사이가 좋아지는것을 바라고 있지만 그것을 떠나 저 자체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기 때문에 진심을 다해 활동하면 양국간의 상황과 상관 없이 인정해 주실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미카미 유아는 1집 당시 앨범 제작비용을 사비로 충당했다. AV 배우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안무와 녹음 작업을 병행하며 한국어 공부까지 틈틈히 해왔다. 그는 ‘그렇게까지 열정을 쏟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양국 관계를 떠나, 한국이라는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 K팝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상당히 험난한 길이고,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3집, 4집까지 이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 강지환 성폭행 피해자 “우리가 왜 꽃뱀? 악플로 가족도 고통”
- 사진=소속사 ‘화이브라더스’ 홈페이지[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배우 강지환 씨(본명 조태규·42)가 함께 일하던 여성 스태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피해 여성들이 “정신적 충격, 대중의 2차 가해, 소속 업체의 협박 등에 의해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피해 여성들은 1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특히 악성 댓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피해 여성들은 “대중은 비난의 화살을 피해자인 우리에게 돌리고 있다. 성범죄로 인해 1차 피해를 당한 상태에서 강지환이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우리의) 직업 등이 본의 아니게 공개됐고, 네티즌들로부터 매도당하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악성댓글로 인해 너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악성댓글에 대해서는 추후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다”라고 전했다. 피해 여성들에게 씌워진 ‘꽃뱀’ 프레임에 대해선 “우리는 강 씨와 갑을관계에 있는 20대 여성들이다. 업무의 연장선상인 회식에 참여했다가 피해를 당했다. 우리는 꽃뱀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다. 판결이 날 때까지 악성댓글이나 근거 없는 추측은 자제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강 씨와 피해 여성들은 지난 4월 처음 만난 사이다. 피해 여성들은 사건 당일 처음 강 씨 집에 방문했다. 이들은 “그날 회사 소속 매니저 2명, 스타일리스트, 강 씨 등 8명과 함께 했다. 스태프들과 함께 단합하는 자리를 가질 겸 피해자 중 1명의 송별회 자리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씨는 평소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고, 그로 인해 사전에 스태프들에게 통지된 업무 연장 선상에 있는 자리였다”라고 덧붙였다. 피해 여성들만 남은 이유에 대해 “중간에 개인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먼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강 씨가 콜택시를 불러 주겠다고 해서 남아 있었다. 강 씨가 2층에 있는 한 방을 (우리에게) 지정해줬고, 우리는 술 취한 강 씨를 3층에 있는 그의 방에 데려다줬고, 다시 내려와서 지정해준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오후 8~9시쯤 잠을 자다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몸을 피했고, 강 씨는 곧이어 잠들어 있는 또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곧바로 범행했다”라고 주장했다. 강 씨가 범행 당시 만취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피해 여성들은 “그렇게 만취해 있었다면 3층에서 2층으로 혼자 내려올 수도 없었을 거다. 범행 과정 중이나 범행 이후 강 씨는 분명한 의식 상태에서 행동했다. 그리고 강 씨는 범행 이전 3시간 정도 숙면을 취할 시간이 있었다. 술이 깬 상태였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피해 이후 상황에 대해선 “우리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강 씨는 방을 나갔다. 곧장 문을 잠갔다. 문을 잠그니 강 씨가 ‘문을 열어달라’고 하면서 문을 막 두드렸다. 겨우 카카오톡 등으로 도움을 청했다. 방에 갇힌 지 1시간 30여분 만인 오후 10시 10분쯤 경찰이 강 씨 집에 도착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강 씨는 지난 10일 스태프 A씨, B씨와 함께 9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A씨를 성폭행하고 B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체포 됐다. 이후 1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한성진 영장전담판사는 강지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더워서 신나는 곳, `평창 더위사냥축제`
-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평창은 대표적인 여름휴가지다. 산, 계곡, 바다를 고루 접할 수 있는 지리적 특징으로 비교적 선선한 여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워지는 요즘, 갑작스레 내리는 비도 반가울 지경이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의 열기,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 숨 막히는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진다. 더위를 탈출하고 싶다면 ‘평창 더위 사냥 축제’에서 동심으로 돌아가 보자. 아이들과 물총쏘기를 하거나 물풀장에서 한바탕 놀다 보면 아이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축제장에 왔으면 사람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말고 신나게 즐겨도 된다. 그래야 여행의 만족감도 여운도 오래동안 간직되니까. 축제는 평창 대화면 땀띠공원에서 7월 26일(금요일)부터 8월 4일(일요일)까지 진행된다. 대표적인 여름 축제로 귀신 사냥 WATER WAR (물총 대전), 더위야 놀자 에어바운스 (물 풀장), 송어 맨손 잡기, 신비의 땀띠물 체험으로 더위를 잊게 된다. 축제장은 꿈의 대화 캠핑장도 함께 운영한다. 그 외 광천선굴 체험은 약 4억 년 전의 시간이 흐르는 곳을 탐방한다. 해설사가 함께 600m의 석회동굴을 둘러보며 동굴에 대한 역사와 진기한 석회암석과 석순을 직접 볼 수 있다.오롯이 평창의 하루를 즐기려면 숙박지 선정도 중요하다. 평창펜션 협의회에서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에는 지역별 펜션 정보와 추천 상위 1% 펜션 등 안전하게 관리 잘 되는 펜션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숲속 별장 느낌의 운치 있는 펜션, 청정계곡 물이 흐르는 1급수 펜션, 안전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수영장 펜션까지 가족이 좋아하는 요소에 따라 선택하기도 편리하다. 숙박지 외 평창여행에 꼭 필요한 맛집, 특산물, 계절별 축제, 여행지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된다. 펜션 중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자를 위해 픽업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평창 전나무 숲 쉼터 ‘밀브릿지’. 반세기 동안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유지하며 사람들이 편하게 숲을 오갈 수 있게 마든 곳이다. 여행을 자주 다녔던 사람이라면 예전 방아다리 약수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약수터로 향하는 숲길도 약수터도 오래 방치되어 가기 꺼려지기도 했으니. 그 후 약수를 떠로 다니시는 분들 이외는 이곳을 찾는 이는 거의 없었다. 긴 시간 동안 숲은 점차 변화기 시작했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약수터로 향하는 잠시 머물다 가기 아쉬운 이는 하룻밤 숙소로 이용하면 된다.전나무 숲 쉼터 입구에서 방아다리 약수까지 걸어가는 길 옆에는 숲에서 읽기 좋은 시를 만날 수 있다. 천상병 시인의 ‘빗소리를 듣는다’ 등 아름다운 시를 곱씹어 보며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기도 한다. 잠시 걸음을 멈쳐 읽어 내려가 보자. 시원한 그늘 아래 편히 쉴 수 있는 데크와 의자, 자연 탐방로도 조성되어 있다. 약수터까지 가는 길은 불편함이 없다. 벤치 옆에서 맨손체조를 하는 분, 벤치에 누워 명상을 즐기시는 분, 아이들과 야생화 꽃을 보며 산책로를 걷는 이도 있다. 두 눈을 감고 가장 편한 자세로 가슴속 깊은 곳까지 건강한 숲속 공기를 흡입해 보자.느린 걸음으로 전나무 숲길을 걸으면 산 바람이 향긋한 솔향기를 코로 가져다준다. 하늘 높이 뻗은 전나무 숲은 뜨거운 태양도 가려준다. 숲에 사는 다람쥐는 사람을 보고도 제 할 일을 한다. 숲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르고 선한 곳으로 이끄는 마법을 지닌 듯하다. 숲 여행을 자주 하다 보면 행복지수도 쭉 뻗은 전나무처럼 위로 향한다. 잘 정리된 약수터에서 약수 한 모금 넘겨보자. 똑 소는 탄산의 떨떠름한 맛은 건강에 좋다는 약수다. 미리 물병을 준비한다면 여행의 여운을 집에까지 되려 갈 수 있으리라.
- 마음을 다스리는 느린 여행 `합천 해인사`
-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이번 여름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면 더더욱 느린 여행이 필요한 시기다. 새소리, 바람 소리, 풍경소리, 불자들의 불경 소리만 들릴 뿐. 산사의 하루는 마음이 이끄는 데로, 발길이 멈추는 데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지내기 아주 좋은 장소다. ‘나를 위한 행복여행 템플스테이’를 신청하지 않아도 해인사 품에서는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지금 떠나보자.가야산 국립공원 깊숙한 곳에 해인사가 있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양옆으로 뻗은 아름드리나무들이 반가운 듯 도로 옆을 따라온다. 에어컨 보다 시원한 바람에 창문을 내리고 천천히 해인사의 품으로 들어간다. 연신 입에서는 “참 좋구나, 시원하다”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구불구불 휘어진 계곡 길 옆에는 하늘 향해 뻗은 곧은 소나무와 멋진 바위들이 문지기 역할을 하듯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여전히 좋은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팔만대장경을 향해 걸어간다. 가는 길목에 선재 카페에 들러 차 한 잔의 여유도 부려보자. 느린 여행은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오래 머물 수 있는 한적한 장소를 찾는 것부터 시작된다.일주문에서 봉황문으로 가는 길에는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 있는 천년 노목을 지난다. 제3문인 해탈문까지는 일주문에서 33계단을 거치는데 이는 도리천 곧 33천의 궁을 상징한다. 해인사의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은 수행 및 예불 공간이다. 법당 안에는 석가모니 부처님 대신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있다. 해인사 가장 깊숙한 곳까지 와야 장경판전이 있다. 모두 4개의 동으로 팔만대장경판이 보관되어 있다. 해인사에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록된 두 개의 문화재가 있다. 팔만대장경으로도 불리는 고려대장경과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판전이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불교 경전을 종합적으로 모은 것으로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장경판이다. 이 대장경판을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 목판 보관용 건축물이 장경판전인데 자연환경을 가장 과학적으로 적용한 건축물로 손꼽힌다. 삼보 사찰인 해인사는 불교에서 중시하는 세 가지 보물인 불보(석가모니 부처님), 법보(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경전), 승보(부처의 말씀을 수행한 큰스님)가 있는 사찰 중 한 곳이다. 사찰의 규모만큼이나 해인사 곳곳에 숨은 쉼터도 많다. 장경판전 주변 한적한 소나무 그늘 아래 잠시 쉬면서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자. 스르르 부는 바람에 걱정은 날아가고 향긋한 솔 향기만 가득할 것이다.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을 감상하기 좋은 추천 코스가 있다. 해인사 장경판전 계단 수다라장 중앙 통로 수다라장 동쪽 동사간판전 법보전 동쪽 법보전 법당법보전 서쪽과 서사간판전 장경판전 뒤쪽 언덕으로 이동하면 된다. 해인사 백련암(白蓮庵). 해인사 암자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해인사 올라가는 우측으로 경사가 높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10여 분 이동해야 백련암에 도착한다. 백련암 주차장에서 우측, 가파른 돌계단이 보이는 일주문으로 올라가자. 일주문을 지나 감로수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점령당 계단을 오르면 부처님 얼굴을 닮은 불면석을 만나게 된다. 암자 좌우에는 용각대, 절상대, 환적대, 신선대로 불리는 바위들로 백련암을 지키는 호위 무사처럼 늠름해 보인다. 이곳 고심원에는 성철 큰 스님의 좌상이 모셔져 있다. 살아생전 스님이 기거했던 염화실도 있다. 스님은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예외 없이 3,000배를 하고 난 후 만났다고 한다. 성철 스님의 유명한 법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과 가르침을 주었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不欺自心(불기자심)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마라’는 스님의 말씀처럼 일상의 번뇌를 잠시 벗어두려 백련암을 오간다. 적광전 내 석가모니 삼존불 앞에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불자들의 마음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인사 매표소 가기 전 우측 구원리 마을에 산정 갤러리가 있다. 2001년 10월에 갤러리를 오픈한 후 2006년 10월에 별관을 만들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은 화백 부부인 장윤진, 정선희 씨다. 서양화가 정선희 씨가 관장을 맡고, 남편인 장윤진 씨는 동양화 연구소를 운영한다. 두 화백의 작품은 전시회를 통해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도 가능하다. 이 공간은 느린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장소다. 앵두가 빨갛게 익어가는 정원, 자연 그늘이 되어 주는 소나무, 계절 꽃이 핀 갤러리는 넓진 않지만, 두 사람의 작품을 감상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화가가 설명해 주는 작품 이야기에 쏙 빨려 들어간다. 자연과 사람에 관한 화가의 특별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갤러리 옆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다도의 즐거움도 나누며 정답게 담소를 주고받는 시간이다. 직접 담근 차와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고, 차값은 별도로 정해진 것은 없으나 좋은 만큼 내면 된다. 산정 갤러리는 체험 코스를 운영 중이다. 한국화 그리기, 천연 염색체험은 사전 예약으로 가능하다.해인사는 가야산 국립공원 내에 있어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수 없다. 하지만 가야산 삼정 야영장과 치인 야영장에서는 계곡에 내려가 발 담그며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가야산 국립공원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자.
- [줌인]초행길 헤매고 음식그릇 뒤엎고…“배달 알바 리스펙트!”
- [글·사진=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픽업 예정 시간은 이미 5분여가 초과한 상태. ‘식당 주인은 화가 나 있을까, 이제라도 포기한다고 말할까.’ 서울 송파구 송파동 일대 아파트 단지와 빌딩 숲 사이를 헤매다 겨우 방향을 잡았다. 음식 픽업지로 향했다. 전기자전거 페달을 밟는 속도도 빨라졌다. 길 가던 사람을 칠 뻔했다. 한숨이 나왔다. 낯선 도시 숲에서 건당 수당 4000원인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는 결코 쉽지 않았다. 지난 12일 본지 김유성 기자가 배달의민족 측이 제공한 배달가방과 헬멧, 개인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숄더백을 건네받고 배달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용품들은 보증금 5만원을 내면 개인이 휴대할 수 있다. 전기자전거는 배달의민족 측이 체험을 위해 잠시 대여해준 것으로, 실제 개인은 자신의 이동 수단을 갖고 배달해야 한다.◇“죄송합니다” 연발한 2시간지난 12일 금요일 저녁 시간, 퇴근길 음식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직원들과 입직(入職) 계약서까지 썼고 급여 통장과 신분증 등록까지 마쳤다. 진짜 ‘배민커넥트(배달의민족 커넥트)’ 라이더가 된 것이다. 전기자전거를 끌고 배달 일을 나설 때만해도 자신만만했다. 2000·2005년 택배 픽업·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 덕분이다. 14년이 지났다고는 해도 감(感)은 남아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실전 배달은 달랐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배달·배송지인 송파구 롯데월드 일대 지리를 전혀 모른다는 게 컸다. 학창시절 이후 근 20년 간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본 경험도 없었다. 배달의민족 측이 추천해준 스마트폰 지도 서비스(카카오맵)도 초보자가 사용하기에는 만만치 않았다. 롯데월드 앞에서 5분, 송파구청·송파보건소 근처에서 5분을 허비했다. 식은땀이 났다. 우여곡절 끝에 주문음식 픽업 장소인 경양식집에 도착했다. 주문 접수 후 20분 정도가 지난 때였다. 약속한 픽업 시간보다는 10분이 늦었다. “점주님도 우리 고객입니다”라는 배민커넥트 직원의 말이 생각났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음식점 사장님한테 연신 고개를 조아리고 음식을 받아들었다. 소형 피자와 파스타가 포장돼 있었다. 배달 가방에 넣고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았다. 배달지에 도착해서도 난관은 이어졌다. 잠실 고급 아파트는 입구부터가 달랐다. 경비원들에게 일일이 확인받고 들어가야 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헤매고 있자 지나가던 ‘요기요’(배달의민족 경쟁사) 배달기사가 길을 알려줬다. 엘리베이터 출입구 문을 여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요기요 감사요’였다. 배달은 20분 정도 늦었다. 주문자에게 또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행히 늦었다는 질책은 없었다. 배달 완료를 누르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포기 직전까지 갔다 겨우 성공한 배달 일이었다. 4000원을 벌었다. 배달 시작 전(왼쪽)과 배달 후(오른쪽) 배달지 아파트 복도에서 찍은 사진.◇오토바이·자전거·킥보드…거리 곳곳 배달 기사들픽업지에서 다른 배민커넥트 라이더를 만났다. 지난주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는 중년의 지역 주민이었다. 송파구 거주민으로 주변 지리에 밝았다. 그는 본인의 자전거로 배달 일을 했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2~3시간 정도 일을 한다고 했다. “운동도 되면서 돈도 벌어 쏠쏠하다”고 했다. 여유가 생기자 길거리가 보였다. 배민라이더(오토바이 기사)와 배민커넥트 라이더(자전거·킥보드 이용 기사), 각종 배달 플랫폼 전문기사들이 넘쳐났다. 이후에도 초보자의 실수는 계속됐다. 두 번째 배달지에서도 “죄송하다”고 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음식이 배달되는 동안 접시가 가방 안에서 뒤집혀 있었다. 다행히 국물이 없는 베트남 음식이었다. 주문자도 별 말이 없었다. 두 번째 배달까지 마치자 시간은 오후 7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시간50여분 동안 두 건의 배달 일을 해 8000원을 벌었다. 시간당 약 4000원이다. 나름 뿌듯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8590원)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많이 (배달) 하는 사람은 한 시간에 4건도 한다”고 했다. 익숙한 동네라면 시간당 3건은 가능해보였다. 왼쪽부터 숄더백, 헬멧, 배달가방. 배민커넥트 기사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물품이다. 단 보증금 5만원을 내야한다. 숄더백에는 휴대용 충전기 등 개인 용품을 넣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 찍힌 행로대로 가다보면 픽업과 배달이 완료된다.◇일반인도 원하는 요일·시간에 배달 알바 가능배민커넥트는 지난 4일 송파·강남·강동·서초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은 시범 단계다. 배민커넥트와 계약한 일반 사용자는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기구를 타고 다니며 배달한다. 배달의민족은 2km 이내 음식배달 주문 건을 이들에게 추천한다. 배달 완료 시 건당 4000원의 수입이 올라간다. 배민커넥트는 이 분야(일반인 배달) 후발주자다. 우버이츠가 이미 2014년(국내 서비스 2017년) 시작했다. 지난 5월 쿠팡이츠까지 합류했다. 이들 3개 업체는 도보나 자전거로 가능한 근거리 배달 주문을 일반인 라이더들에게 배분한다. 배달 플랫폼 입장에서는 배달이 몰리는 시간대(점심·저녁)에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반인은 하루 3~4시간 원하는 요일에 ‘쏠쏠한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아직 시범 단계이지만 이들의 경쟁은 ‘치킨게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초반 플랫폼 장악을 위한 목적이다. 쿠팡이츠는 건당 배달비를 7000원까지 올려놓았다. 가끔은 건당 1만원 파격 가를 제시하기도 한다. 우버이츠는 2년째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배민커넥트는 전문기사보다 500~1000원 정도 우대해서 배달비(배달완료 시 받는 금액)를 주고 있다. (디자인=김다은 기자)배달 시장에 새롭게 나타난 경쟁자에 전문 배달기사들은 크게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다. 배달 속도와 가격 경쟁력 면에서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전문 배달기사들은 한 번에 3~5건의 배달을 처리한다. 성수기 때는 월 500만원 이상 벌기도 한다. 그래도 저녁 시간대 몰리는 배달 주문을 전문기사들이 전부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예로, 배달대행업계 1위 바로고에 따르면 하루평균 배달 건수(바로고 접수 배달콜 수 기준)는 지난 5월 20만건을 돌파했다. 연초(1월 평균치)와 비교하면 70% 정도 늘어난 수치다. 이중 대부분은 점심과 저녁 시간에 몰려 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라는 생각으로 플랫폼사들은 일반인으로까지 배달업 문호를 개방했다. 이 같은 방식의 일자리에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소비자 보호와 노동자 인권에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일종의 초단기 아르바이트로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면서 “사회 취약계층이 이 일에 내몰리기 쉽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달 사고에 따른 안전문제 등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도 동시에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올해 ‘배민신춘문예’ 대상작.
- '타인은 지옥이다' 임시완·이정은 등 '고벤져스' 완벽 싱크로율
-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영상화 되는 ‘타인은 지옥이다’의 티저 속 배우 싱크로율이 눈길을 끈다.웹툰 ‘타인은 지옥이다’는 영화와 드라마를 결합한 ‘드라마틱 시네마’로 오는 8월 31일부터 방송된다. 이에 앞서 공개된 티저 이미지에는 수상한 고시원에 들어선 주인공 종우와 고시원의 멤버 ‘고벤져스(고시원 어벤져스)’로 분한 배우들의 모습이 담겼다.작가 지망생으로 서울 어귀에 위치한 허름한 고시원의 문을 두드리는 윤종우 역은 임시완이, 종우의 낯선 서울 생활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치과의사 서문조 역은 이동욱이 열연한다. 또 언뜻 보기엔 친절하고 푸근한 사람인 것 같지만 행동이 늘 어딘가 의뭉스러운 고시원 주인 엄복순 역은 이정은이 맡아 활약이 기대된다. 그 외 연기파 배우 이현욱, 박종환, 이중옥이 고벤져스로 뭉쳤다.지난 4월 상암동에서 진행된 ‘타인은 지옥이다’의 대본 연습 현장에는 배우 임시완, 이동욱, 이정은, 이현욱, 박종환, 이중옥, 현봉식, 안은지, 김지은, 이주원, 차래형, 김한종 등이 참석했다.임시완은 종우가 고시원에서 변화를 겪는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살가운 듯 어딘가 의뭉스러운 고시원 주인 아주머니 복순역을 맡은 이정은은 “캐릭터들 중에서 제가 제일 평범하다”는 말로 모두의 웃음을 터뜨렸다.고시원 302호에 사는 비밀스러운 남자 유기혁을 연기하는 이현욱은 단정하지만 서늘한 목소리를 이목을 끌었다. 고시원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임을 단박에 각인시킨 대목이었다.고시원 307호에 사는 변득종 역의 박종환은 캐릭터 특유의 말을 더듬는 버릇과 과장된 웃음까지 디테일하게 재현했고, 이중옥은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을 자극해 소름 끼치는 313호 홍남복 역을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