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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혼질’ “올레에 비할소냐”…풍광 벗하며 느긋한 ‘속살’ 체험
- ▲ 쪽빛바다와 은빛억새 어우러진 여덟질 ‘혼질’은 제주도민의 정신세계를 이어주는 ‘마음의 길’. 주변 풍광이 수려한 것은 물론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스토리텔링투어에 나서볼 만하다. 사진 왼쪽부터 안덕계곡 대나무숲, 함덕해수욕장과 서우봉, 서우봉에서 바라본 일출. [경향닷컴 제공] ‘한질, 두질, 세질….’ 이를 통틀어 ‘혼질’이라 부른다. ‘질’은 ‘길’의 제주도 사투리. 인간의 내면 세계를 이어주는 ‘마음의 길’이다. 현재 제주도 내에 조성된 혼질은 모두 32개. 이중 한질과 여덟질, 열질은 계곡과 바다, 오름을 끼고 있어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길에 놓인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몸을 낮춰 관심을 갖고 보면 제주의 숨은 속살을 온전히 볼 수 있다. 육지가 단풍으로 몸살을 앓는 이즈음 제주도는 억새가 장관이다. 눈길 주는 곳마다 한 줌 가을바람에 넘실대는 은빛물결이 가을정취를 넉넉하게 해준다. 혼질의 첫번째 길인 ‘한질’은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있는 안덕계곡이 출발점. 이곳 상록수림은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될 만큼 보존가치가 높고 풍광이 아름답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진 기암절벽이 압권. 조면암으로 형성된 절벽은 마치 병풍을 둘러친 모양새다. 그 아래 평평한 암반 위로 사철 마르지 않는 담수가 제주도에서는 유일하게 바다 쪽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흐른다. 계류가 모습을 감춘 입구에는 암반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물이 흐르는 착시현상을 볼 수 있다. 계곡 숲에는 조록나무, 가시나무, 말오름나무, 남오미자, 바람등칡, 백량금 등은 물론 희귀식물인 담팔수와 상사화 등 300여종의 식물이 원시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인다. 100여m쯤 들어가자 왼편 ‘바위 그늘집터’라는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탐라시대 때 사용했던 제주도의 옛 야외주거지다. ‘적갈색토기’와 곡물을 빻는 데 사용됐던 ‘공이돌’이 이곳에서 출토됐다. 바로 옆 거대한 바위에 몸을 섞어 생명을 이어가는 폭나무가 이채롭다. 계곡 끝에 이르면 숲길이다. 최근 나무데크로 산책로를 조성한 이 길은 제주도 내에서는 유일한 대나무숲을 거쳐 간다. 산책로가 끝나면 포장도로와 흙길을 번갈아 타고 예래동 연리를 거쳐 대평리까지 이어진다. ▲ 원시자연 그대로 한질 원시자연을 벗 삼아 가는 길에는 남반내, 도고샘, 군산오름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남반내는 고려 때 송나라, 당나라, 몽고를 대상으로 입국허가를 받았던 곳. 당시에 사용했던 군마훈련소와 ‘말을 이동시킨다’는 공말케(공마로·貢馬路)가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제2의 안덕계곡’으로 불리는 도고샘도 절경이다. 계곡에서 생수가 용출되는 곳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고샘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생수가 솟아난다. 자연에 묻혀 호젓한 이 길은 걷는 내내 지나온 삶을 반추하기에 더없이 좋다. ‘여덟질’과 ‘열질’은 조천읍에 자리한 대명리조트를 중심으로 동서로 갈린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서쪽 신흥리로 이어지는 ‘여덟질’은 줄곧 해안도로를 끼고 간다. 쪽빛 바다와 은빛 억새가 어우러진 풍광이 그림 같다. 출발점은 신흥리 앞바다와 마주한 연북정(戀北亭). 1500년대 조천관, 쌍벽정을 거쳐 연북정이란 이름을 얻은 제주도의 옛 관문이다. 연북정은 과거 제주도로 유배된 사람들이 한양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며 임금에 대한 사모의 충정을 보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정자를 한양 방향으로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 북촌리 등명대 바로 앞에는 기원전 3세기 불로초를 구해오라는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불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는 금당포터다. 정자를 둘러친 성벽은 고려 때 축조됐다. 제주도 현무암을 사용한 성벽은 제주의 거센 바람에 맞서기 위해 비스듬히 굴곡지게 쌓았다. 오랜 세월 풍화로 깎이고 패었지만 원형을 잘 지니고 있다. 연북정에서 함덕해수욕장까지는 걸어서 1시간30분 거리. 이 길은 연대, 원담, 해녀불턱, 방사탑, 관곶, 할망당, 환해장성 등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유적을 줄줄이 꿰차고 있다. 마을출신 유명인의 비석을 모아놓은 비석거리를 조금 지나 만나는 원담은 그 옛날 맨손으로 고기를 잡았던 고기잡이터다. 또 물질 나간 해녀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불을 쬐던 해녀불턱, 마을의 액운을 막기 위해 돌을 쌓아 올린 방사탑, 제주도에서 육지에 가장 가까운 관곶, 유일하게 남자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는 할망당,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축조된 환해장성 등 길 위에서 만나는 제주의 문화와 역사가 흥미롭다. ▲ 역사현장 고스란히 열질함덕해수욕장 우측 서우봉에서 출발하는 ‘열질’은 해안선을 따라 북촌마을까지 간다. 111m 높이 서우봉은 함덕리와 북촌리 경계에 솟아오른 오름이다. 바다를 향해 줄기를 뻗은 오름은 2개 봉우리를 얹고 있다. 북쪽 봉우리는 ‘망오름’, 남쪽 봉우리는 ‘남서모’라 부른다. 서우봉 진입로 초입에는 조선시대 때 기와를 굽던 와요지가 있다. 속칭 ‘와막밧’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현무암과 진흙으로 빚어 만든 가마가 남아 있지만 훼손이 심해 온전한 모습은 볼 수 없다. 이즈음 정상으로 가는 비탈길에는 볼래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열매를 따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툭 터진다. 쪽빛 바다의 이국적 풍광은 물론 북촌리의 아기자기한 해안가 마을이 한눈에 잡힌다. 성산 일출봉에 버금가는 일출도 장관.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자살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만든 진지동굴도 볼거리다. 송악산과 수월봉, 삼매봉, 일출봉에 만들어진 것과 같은 동굴은 총 23기. 이중 19기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옛 것 그대로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은 제주의 아픈 과거사를 품은 ‘4.3기념관’을 비롯해 ‘환해장성’, 신년제와 영등굿, 백중제를 지내는 ‘본향기릿당’, 옛 등대인 ‘등명대’, 선사시대 유적지인 ‘고두기언덕’을 거쳐 가 아이들의 역사체험을 겸할 수 있다. 북촌리 끝 지점에 이르면 다려도가 코앞이다. 3개의 섬이 한 몸을 이룬 다려도는 작은 정자 하나와 등대가 전부인 무인도. 물개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달서도(獺嶼島)’라고도 부르는 섬은 겨울철 원앙의 서식지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외로운 섬’이지만 제주도의 숨겨진 일출·일몰 명소다. - 귀띔 - ▲주변 볼거리:안덕계곡 인근에는 중문단지를 비롯해 대평리 올레길, 용머리해안, 건강과성박물관, 여미지식물원, 천제연폭포, 제주조각공원 등이 있고 대명리조트가 위치한 조천읍에는 제주아트랜드, 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장, 돌하르방공원, 불탑사 오층석탑, 만장굴, 김녕사굴, 용천굴, 비자림, 산굼부리 등이 있다. ▲ 말고기 초밥▲맛집:‘제주본섬’(064-742-0700)은 흑돼지전문점. 육질이 쫄깃하고 특유의 냄새가 덜한 흑돼지를 숯불에 구워 멸치젓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한 ‘원조 바스메식당’(064-787-0399)은 말고기요리 전문점이다. 토종 제주산을 사용해 육사시미, 육회, 구이, 간 등 말고기 본래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메밀수제비를 곁들여 먹는 샤브샤브가 별미. 대명리조트 내에 자리한 일식전문점 ‘이어도’(064-780-5056)는 호텔 출신 주방장의 손맛이 담긴 싱싱한 활어회와 전복회, 향토음식 등을 맛깔 나게 즐길 수 있다. ▲ 전복회 ▲숙박:대명리조트(1588-4888), 귤림성(064-739-3331), 제주B&B펜션(064-792-5670), 통나무하멜빌(064-792-4479) 등 ▲여행상품:풍치이벤트투어(080-749-6886)에서는 ‘생태관광’ ‘혼질투어’ ‘역사기행’ 등을 묶은 2박3일 일정의 ‘제주알짜여행’ 상품을 운영한다. ■ 자전거·조깅·산책코스 대명리조트 제주서 개발 대명리조트 제주에서는 신흥리에서 함덕해수욕장까지 자전거 및 조깅코스를, 함덕해수욕장에서 서우봉을 거쳐 북촌마을까지는 산책코스를 개발해 이달 중 운영할 예정이다. 5㎞ 거리의 함덕해수욕장~신흥 코스는 오르막이나 내리막 없이 평탄하게 이어져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에 부담이 없고 해안선을 끼고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소요시간은 자전거 왕복 1시간, 조깅은 왕복 2시간 걸린다. 7㎞ 거리의 함덕해수욕장~서우봉~북촌마을 코스는 바다와 오름, 해안선을 모두 조망할 수 있고 중간 중간 고망낚시나 배낚시를 즐길 수 있다. 대명리조트 제주에서는 또 렌터카와 숙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제주 혼디모앙 패키지’(26만원, 064-780-5023)를 내년 7월까지 운영한다. 주중 및 잔여객실에 한해 이용 가능한 패키지는 렌터카(48시간)와 패밀리룸(2박), 2인 조식(2회), 사우나(2인) 등으로 구성됐고 객실 타입을 변경할 수 있다. 이외에 감귤시즌을 맞아 숙박고객을 대상으로 제주감귤 체험이벤트를 진행한다. 1588-4888▶ 관련기사 ◀☞천혜의 자연, 구기자·고추의 고장 ‘칠갑산의 무대’ 충남 청양☞몽촌토성 산책길 가을이불 덮었네☞강촌엔 첫사랑 말고 낙엽이 지천이다
- 구두 신고 정상을 밟았다…그것도 5분 만에
- [조선일보 제공] "워매…저 아래 사람이 걸어 올라가네. 돌 안에다가 가느다란 계단을 누가 세워놨네 그랴." "아이구 성님, 내가 올라가려면 이틀은 걸리겄소." 설악산 권금성(權金城)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 밖을 내다보는 할머니들의 수다에 웃음이 퍼진다. 감탄사를 연달아 내뱉는 건 나들이 복장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뿐만이 아니다. 모자 쓴 어린이, 지팡이 든 할아버지, 하이힐 신은 외국인 아가씨, 아이 업은 젊은 엄마 등등 설악산 기암(奇岩)과 어울리지 않을 듯한 사람들이 케이블카 안에서 '와' '꺅' '아이고' 소리를 내며 신이 났다.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해발 222m)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는 해발 약 700m 권금성까지 5분 만에 닿는다. 산 아래서 고개 들어 간신히 올려다보았던 뾰족뾰족한 능선과 지극히 남성적인 암석이 순식간에 눈높이다. 산 좀 다닌다는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한국 최고'라고 입 모아 꼽는, 이 크고 거친 산의 단풍을 땀 한 방울 없이 두 눈에 담는다는 게 흐뭇하다. ▲ 한 주 후면 설악산에 단풍 물감이 번질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상했다. 단풍을 기다리는 마음엔 어느새 가을이 들어 앉았다. 설악산 권금성.(아직 단풍이 들진 않았고 촬영을 위해 단풍나무를 가져가 찍은 연출사진이다.) / 조선영상미디어 1970년 30인 정원으로 첫선을 보인 한국 대표 케이블카는 2003년 70인승으로 바뀌었다. 70인승이지만 50명만 태우기 때문에 공간이 넉넉하다. 케이블카에서 사방을 빙그르르 돌아보며 권금성에 내리면 '산맛'은 더 짜릿하다. 권금성은 권(權)씨와 김(金)씨인 두 장사가 난을 당하자 가족을 피신시키기 위해 지은 성이라고 전해지며 고려 고종 41년 몽골이 쳐들어왔을 때 백성의 피난처로도 쓰였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편안한 나무 계단과 암석 지대를 지나 봉화대(해발 850m)에 오르기까지는 느린 걸음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구름도, 바다도, 우수수 잎 떨어낼 빼곡한 나무도 모두 발아래서 출렁인다. 나무 계단 지나서부터 반대편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니 봉화대에 꼭 오를 필요는 없겠다. 이용안내_ 케이블카 운행 시간은 오전 8시30분~일몰.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추석 이후(정확한 날짜 미정)부터는 오전 7시30분부터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풍경 좋고 찾기 편한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전화 예약은 불가능하지만(예약해놓고 제시간에 못 오는 사람이 많아서라고 한다) 현장 예약은 가능하다. 단풍 절정기에는 예약 걸어놓고 두세 시간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그 사이엔 신흥사(왕복 약 30분), 비룡폭포, 비선대(각각 왕복 약 2시간)에 들렀다 돌아오면 좋다. 성인 1인 왕복요금(편도는 안 판다) 8500원. 신흥사 입장료 격으로 2500원을 따로 내야 한다. 주소·문의_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146-2·설악케이블카 (033)636-4300 · www.sorakcablecar.co.kr ≫그밖에 케이블카 타고 단풍구경 하기 좋은 산 ●내장산: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올랐다가 내장사를 거쳐 탐방안내소로 내려오면 50분 정도 걸린다. 내장산 탐방안내소(전북 정읍시 내장동 산 256) 부근. 오전 9시~오후 6시.(단풍이 들어 방문자가 많아지면 아침 운행 시간을 당기기도 한다.) 대인 왕복 6000원·편도 4000원. (063)538-8120 ●대둔산: 케이블카에서 내려 아찔한 금강구름다리(50m)와 삼선구름다리(36m)를 지나 정상 마천대(해발 878m)까지 가는 데 편도 1시간 정도 걸린다. 대인 왕복 6500원·편도 3500원. 오전 9시~오후 6시.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 산23-30·(063)263-6621· www.daedunsancablecar.com ●덕유산: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해 향적봉까지 다녀온다. 케이블카에 비해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는 게 장점. 성인 왕복 1만2000원·편도 8000원. 평일 오전 10시~오후 4시, 토요일 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일요일은 오후 4시까지). 전북 무주군 설천면 심곡리 산43-15·(063)322-9000 ▶ 관련기사 ◀☞사도세자에 대한 ‘효(孝)’ 담은 화성 융건륭☞넌 어느 나무에서 왔니? 단풍, 아는 만큼 아름답다☞성곽을 밟는다 한양을 걷는다
- (격변!통신시장)⑬"구매제도 혁신, 끝이없습니다 "
-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하루는 이석채 회장이 `이렇게 바꾸면 구매제도 혁신이 끝난 것인가요?` 묻길래 `개혁에는 끝이 없습니다`고 답했지요"경기도 분당 KT본사에서 만난 박정태 구매전략실장(사진) 눈빛에는 열기가 가득했다. 온화한 미소와 조근조근한 말투, 그러나 KT의 개혁과 업무를 설명하는데는 열정이 넘쳐났다. 지난 84년 KT(030200)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 품질보증단으로 입사한 그는 당시 군에서만 쓰던 품질보증 개념을 통신기업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 현실에 안주하던 납품업체들은 "품질보증제도를 통신분야까지 적용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며 반발도 많이 했지만, 2∼3년이 지난 뒤엔 오히려 반응이 좋아졌다. 품질보증단 시작 당시 2명 뿐이던 인력은 88년 시험검사단과 합쳐지면서 260명의 대조직으로 성장했다. 박 실장은 조직 성장을 지켜보면서 90년 전략부서 등으로 이전했다. 그런 그가 19년만에 다시 컴백했다. 개혁을 위해 새로운 인물을 찾던 이석채 회장에게 박 실장의 열정과 경험이 어필된 것이다. "처음 구매전략실장으로 발탁되자, 이석채 회장이 `실추된 KT의 명예를 빠른 시간내 회복하라. 구매제도에 대해 밖에서 들어보니 여러 문제점이 있더라`고 하시더군요"그래서 박 실장이 시작한 일은 중소기업의 목소리 듣기와 개선방안에 대한 밤샘 공부였다. 그가 협력사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지적은 역시 최저가 입찰제의 병폐. 공기업 시절에는 최저가 입찰제를 시행했어도 어느정도 가격선은 보장해줬는데, 민영화가 되면서 가격인하 압력이 심해진 것이다. 박 실장은 "최저가 입찰제가 2007년 또는 2008년에 와서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면서 "최처가 입찰제가 나쁜 제도였다기 보다 이제는 제도변경을 할 타이밍에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보다는 조금 더 일찍 변경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래서 박 실장은 개념조차 없었던 종합평가 입찰제도, 일몰복수가 인정제도, 개발전략구매(DSP)제도, 사업전략구매(BSP)제도 등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 KT에 가장 적합한 구매제도를 고안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실장은 "외부에서는 구매제도 변경으로 비용이 더 들어가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는 목표가격 아래로 터무니없이 내려가던 것을 적정가격으로 조정한 것 뿐"이라면서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너무 품질이 떨어져 자칫 운용비가 더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을 오히려 예방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 실장은 또 "구매제도는 100% 가까이 전산시스템으로 이뤄져 임직원들이 자의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면서 "수의계약도 사라지고, 임직원과 협력사가 대면할 일도 없어져 문제발생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시켰다"고 말했다. 만약 협력사와 만날 경우라도, 본사 면담실에서 이뤄지며 언제, 어디서, 누구와 왜 만났는지 보고서를 작성하게 돼, 자연스럽게 윤리경영 마인드가 상기된다고 설명했다.박 실장은 "구매분야에서 아직도 최저가 입찰제가 남아있는 곳은 공사와 용약 파트"라면서 "여기에는 일회성 발주도 많고 기본가격을 알아볼 데이터도 부족해 바꾸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그래서 박 실장은 입찰가격제한제도를 도입시켰다. 입찰시 일부업체가 터무니없이 낮은 입찰가격을 써서 산업을 붕괴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목표가격 이하로 입찰된 가격들만 모아 전체수준의 80% 이하로 쓴 업체는 탈락시키고 입찰하는 시스템이다. 공사·용역현장에도 감독 책임제를 도입했다. 과거에는 여러 사람들이 관여해 비리발생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금은 책임자를 정해 문제발생시 책임소재가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실장은 "내년부터는 구매전략실 내 가격조사기능을 강화시킬 것"이라면서 "가격조사기능이 강화되면 적정한 구매가격을 미리 알고 선계획을 짤 수 있어 효율적 경영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 (격변!통신시장)⑫`협력사 잘돼야 KT도 잘된다`
-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KT와 같은 기업과는 협력관계를 맺지말라는 조언을 들었다"(A중소기업 대표) "10여년을 KT와 협력관계 맺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우린 아무 가치도 없는 기업이 됐다"(H협력사 대표) "KT는 IT 관련기업을 육성한게 아니라 그 기업가치를 파괴하면서 존재하고 있다"(K중소기업 대표) 이석채 KT 회장이 취임후 협력사 CEO들을 만나 들었던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쌓였던 협력사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차례 중소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처음에는 주저했던 이들이 이내 거침없는 말들을 던졌다. 이 회장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KT(030200)의 과거 기업문화를 확실하게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상생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뭔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뼈저린 각성이 있었다"면서 "협력사 상생경영 추진내용은 이같은 각성아래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선 경영진과 달리 실무선으로 내려가면 상생 의지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앞으로는 찻잔속 태풍이 아니라 분명히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예고했다. ◇"KT 미래, 협력사에 달렸다" 올초까지만 해도 협력사의 가장 큰 불만은 최저가 입찰제 였다. 지난 2002년 KT가 민영화된 이후 이익개선을 위해 다그쳐왔던 원가개선이 한계점에 다다르면서 최저가 입찰제는 협력사의 부실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T는 종합평가 입찰제도와 일몰복수가 인정제도를 도입했다. 종합평가 입찰제도는 일정수준 품질이 보장되는 품목에 대해선 가격만 갖고 구매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품질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다. 또 일몰복수가 인정제도는 경쟁이 과도할 경우 최저가가 아닌 차순위 가격을 써낸 업체들에게도 납품자격을 인정해주겠다는 얘기다. 즉, 납품권을 얻으려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다 보니 협력사도 힘들어지고 품질도 떨어져 유지보수비가 올라가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또 KT는 낙찰 기준가격인 목표가격 결정방식도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계약할 때 마다 목표가격이 내려가기만 해 KT가 산업을 황폐화시킨다는 협력사 불만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과거 협력사의 비용 상승요인에 무관심했던 관행에서도 탈피, 물가·환율 등 비용변동 요인을 목표가격 산정시 반영하기로 했다. 직전 낙찰가격이 과도하게 떨어지면 새 목표가격 결정시 직전 목표가격의 90%를 기준으로 하고, 1년에 2회 이상 계약하면 2회차 목표가격을 나머지 계약의 목표가격으로 인정해 주기로 변경했다. 이밖에도 개발전략구매(DSP)와 사업전략구매(BSP) 제도를 각각 신설했다. 과거에는 개발협력업체라 하더라도 입찰시 혜택이 없었다. 그러나 DSP제도를 도입, KT가 필요로 하는 부품개발에 성공할 경우 일정기간 배타적 구매보장을 해주기로 했다. 또 BSP제도를 통해 사업계획 단계부터 필요한 핵심장비에 대해선 협력사와 가격·물량을 미리 결정,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자기 코가 석자인 KT가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푼이라도 비용을 줄여야 할 시기에 협력사를 위해 비용을 늘리는 격이 아니냐는 걱정이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은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면서 "원가절감으로 협력사를 다그치면 당장의 비용절감이 되더라도 언젠가는 또 다른 비용문제로 다가올 것이므로 지금의 상생경영 활동이 장기적으로는 주주가치를 올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상생경영으로 쌓인 `신뢰`..자산으로 남아 박정태 KT 구매전략실장은 "KT가 처음 구매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을 땐 중소기업들 믿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CEO 결재만 나면 그 다음날로 제도변경을 시행하면서 실천에 옮겼더니 신뢰도가 점차 올라, 지금은 대다수 협력사들이 믿고 따라준다"고 말했다. KT가 이번에 실시한 구매혁신은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일 뿐만 아니라 계약규정 및 내규에 모두 반영됐기 때문에 반드시 실천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과거와 큰 차이다. 협력사들은 과거에도 여러번 상생협력을 경험한 바 있지만, 모두 일회성 행사로 끝나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KT가 발전하기 위해선 건전하고 기술력 있는 협력사가 있어야 한다`는 이석채 회장의 의지가 워낙 강하게 반영됐다. 때문에 최근에는 협력사들이 KT의 변화모습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구매제도에 대한 불만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협력사와의 신뢰구축은 KT의 미래 자산이 된다. 기업간 경쟁에서 기업 네트워크간 경쟁으로 시장상황이 변하고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이 상생경영을 비용만 유발하는 소모성 활동으로 끝내서는 안된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상생경영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우수한 협력사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자사의 시장 경쟁력을 키워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깔려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선진국 수준의 진정한 상생협력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들, MB정부의 규제개혁에 `만족`
-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가 지난 2분기 이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에 이뤄진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수도권 규제·금산분리 완화 등이 기업들의 체감 규제 정도를 대폭 낮췄다는 평이다. 전경련은 30일 자산규모 5조 이상 40대 그룹 임원 40명과 규제개혁 전문평가단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명박 정부의 규제개혁 평가와 향후 보완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의 규제개혁성과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절반정도(49.0%)가 `만족한다`고 응답하고, 불만족은 7.8%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2월 전경련이 주요 기업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현 정부의 규제개혁만족도(27.1%)보다 21.9%포인트 높아진 것이다.보고서는 "현 정부 들어 규제수가 160여개 줄어들었다"며 "특히 올 상반기에 논란이 됐던 출총제 폐지와 금산분리규제 완화, 수도권 규제완화 등 주요 정책성 핵심규제 관련 법령이 개정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항목별 평가에서는 출총제 폐지와 같은 `정책성 핵심규제개혁 추진`(53.0%)이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규제일몰제 확대 및 한시적 규제유예조치`(51.0%), `기업현장 애로개선 노력`(49%)이 그 뒤를 따랐따. 기업규제평가단이 선정단 `규제개혁 베스트`로는 출총제 폐지 등 대기업규제 개선`(43건, 16.3%)이 1위를 차지했고, `수도권규제 완화`(28건, 10.6%), `각종 세제 개편`(27건, 10.3%), `지주회사제도 개선`(26건, 9.9%),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개선`(22건, 8.4%) 순으로 꼽혔다. 정부의 규제개혁이 기업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 위축(55.1%), 근본적 개혁보다는 단기적 애로 개선에 집중(28.6%), 규제개혁에 대한 국회의 입법 처리 지연(6.1%)등이 꼽혔다. 반면 가장 만족도가 낮은 항목으로는 `공무원의 규제개혁 마인드 개선`(17.7%)이 꼽혔고, `신속한 후속 입법조치 추진` (21.6%), `효율적인 규제개혁 집행체계 구축`(23.6%) 등도 개선이 필요한 항목으로 분류됐다.국회의 소모적인 정치논쟁도 규제개혁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올 7월 말 현재 정부의 규제개혁법안(총 791개)중 국회에서 처리된 법률은 307개로 처리율은 38.8%에 불과하다"며 "국회의 소모적인 정치논쟁으로 입법처리가 지연된 것이 만족도를 더욱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전경련은 근본적인 규제 개혁을 위해 국회의 관련법에 대한 조속한 승인과 공무원들의 규제개혁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장 공무원의 적극적인 규제개혁 참여를 위해 인센티브 위주의 감사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한시적 규제 유예 대상은 향후 과감히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 의원입법을 통해 우회 신설되는 규제에 대한 검증시스템이 없는 것은 큰 문제"라며 "규제영향평가등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료:전경련▶ 관련기사 ◀☞9월 체감경기 42개월래 `최고`··전경련 BSI `117`☞전경련, 대만에 태풍피해 구호성금 전달
- (서민 세제)월세·만능통장 소득공제 신설
- [이데일리 김재은기자] 연봉 3000만원이하의 무주택 세대주는 300만원 한도내에서 월세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5월 신규 출시된 소위 만능통장인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대해서도 불입액(연 120만원 한도)의 40%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희귀병 치료제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품목에 AIDS 치료제 등 7가지가 추가되며, 도서지방 자가발전용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도 2012년까지 3년간 연장된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동거봉양` 활성화 차원에서 부모등 동일세대 구성원으로부터 주택을 상속받는 경우에도 상속전부터 보유하던 주택에 대해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정부는 20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저소득 근로자·농어민 등의 세제지원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 월세·만능통장 소득공제..저소득 근로자 지원 정부는 무주택 세대주인 근로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국민주택규모(85㎡)이하 주택 세입자에 한해 월세 소득공제를 신설한다. 공제금액은 월세금액의 40%로 연간 300만원 한도로 대출 전세자금 원리금 상환 소득공제와 동일한 범위(상환액 40%, 연간 300만원)다. 월세 소득공제로 총 900억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만능통장으로 호응을 얻은 주택청약종합저축도 연간 불입액(연 120만원 한도)의 40%가 소득공제된다. 현재는 '청약저축'에 가입한 저축불입액에 대해서만 40% 공제된다. 다만 국민주택규모를 초과하는 주택에 당첨될 경우 감면세액을 추징할 계획이다. 자녀 보육수당(월 10만원 한도) 소득세 비과세 범위도 확대된다. 보육수당 소득세 비과세 범위가 현행 자녀가 '만 6세가 되는 달'에서 '만 6세가 되는 날이 속한 연도 말'로 늘어난다. 올해 최초로 시행된 근로장려세제(EITC)도 9월말까지 모두 지급키로 했으나 대상범위 확대는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근로장려금 신청은 72만 세대, 5600억원 규모로 신속한 심사 등을 거쳐 추석이전에 지급할 방침이다. EITC는 부부합산 연소득 1700만원이하, 재산 1억원 이하, 1자녀 등 요건을 갖춘 근로자에게 연간 최대 120만원의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 희귀병 치료제 부가세 면제 등 서민 지원 정부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희귀병 치료제 품목에 AIDS치료제, 보행장애 치료제, 삼킴장애 제거제, 성장지연 치료제 등 7가지를 추가했다. 현재는 혈소판 감소 치료제, 혈우병 치료제 등이 면제품목이다. 추가된 7가지 희귀병 등록 환자수는 6000여명으로 환자 1인당 약 연간 50만원의 지원효과가 기대된다. 즉 10%의 부가가치세를 감면해 약값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금액이 1인당 연간 50만원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서민 생활 세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장, 학교 등의 구내식당 음식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2012년말까지 3년간 연장한다. 지원규모는 연간 5000억원수준이다. 부모님을 `동거봉양`하다가 주택을 상속받을 경우 상속 전부터 소유하고 있는 주택에 대해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종전에는 1세대 1주택 보유자가 부모님과 떨어져 살다가 부모님 주택을 상속받은 경우 1세대 2주택자가 됐더라도 종전 살던 집을 팔 때 양도세가 비과세됐지만 동거봉양의 경우 양도세를 내야 했다. 단 상속받은 집을 먼저 팔 경우엔 양도세가 기본세율로 부과된다. 또 노인복지 주거시설인 노인복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비과세하고, 제대군인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금의 소득세도 비과세한다. '유통이력 관리 대상' 품목에 쇠고기 뿐 아니라 천일염, 대두유, 안경테 등을 추가하고, 12월에는 활장어, 인삼, 한약재 등도 포함해 국민보건과 직결된 품목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품목들에서 유해성이 의심될 경우 유통시장에서 세관으로 즉시 리콜된다. 금융 소외계층에 대해 대출 보증이나 채무재조정 역할을 하고 있는 신용회복기금에 대해 법인세 과세이연을 허용키로 했다. 즉 일시적으로 수익과 손실이 일치하지 않아 법인세가 과세되는 문제를 수익 발생시 손실보전금으로 적립하고 실제 손실발생시 상계해 법인세 과세 문제를 없앴다. 수입된 짝퉁 의류나 신발은 상표권자 동의하에 취약계층에게 무상기증하고, 폐기농산물은 퇴비화과정을 거쳐 농가에 지원키로 했다. ◇ 이자소득 비과세 연장 등 농어민 지원 정부는 농어민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농어가 목돈마련저축의 이자소득 비과세를 2011년말까지 2년 연장한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연 144만원한도내에서 기본이자율 5.5%에 더해 1.5~9.6%의 장려금을 정부가 직접 지급하는 것. 지난해 기준 농어민 비과세 이자소득을 통한 세제 지원은 120억원 규모였으며, 장려금 지급 규모는 1048억원이었다.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특수한 저축상품으로 정비 필요성이 있지만 계속 연장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어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어민이 현물출자해 법인을 설립할 때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규정에 '어업회사법인'을 추가했다. 적용시한도 2012년말까지 3년 연장했다. 올해말 일몰을 맞는 마라도 등 총 74개 도서에 거주하는 주민의 생활용 전기 생산에 필요한 석유류에 대해 부가가치세, 교통세 등을 면제하는 조항도 2012년말까지 연장한다. 8년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세 감면조항도 완화한다. 상속받은 농지의 피상속인 경작기간 뿐 아니라 피상속인 배우자의 경작기간도 상속인 경작기간에 합산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사망후 어머니가 농지를 상속받아 경작하다 어머니가 사망해 아들이 상속받았을 경우 현재는 어머니 경작기간만 아들의 경작기간에 포함되지만 앞으로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 경작기간도 모두 합산해 8년이 넘을 경우 양도세를 비과세하게 된다. 이밖에 영농조합법인 등의 농어업 대행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도 2012년까지 3년 연장한다.
- 폐업 영세자영업자 `패자부활`등 2조 친서민 세제지원
-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사업에 실패한 영세자영업자의 `패자부활` 지원을 위한 체납세금 면제와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월세 소득공제, 중소기업 가업상속세 감면 요건 완화, 각종 비과세 제도의 적용시한 연장 등 서민·중산층·중소기업에 대한 2조원 규모의 세제지원이 이뤄진다. 정부는 2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0년 친서민 세제지원 방안`을 확정, 9월중 입법예고와 부처협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말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영세자영업자 지원 ▲저소득 근로자·농어민 지원 ▲취약계층 지원 기부문화 활성화 ▲중소기업 지원 등을 기본방향으로 잡았다. 새로 지원되는 세제지원 규모는 9550억원이고, 비과세·감면 제도 일몰 연장에 따른 세제 혜택은 1조원 가량이다. 특히 이번 경기침체의 최대 희생양인 폐업 영세자영업자들이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역점을 뒀다. 이를 위해 올해말까지 폐업한 영세자영업자가 내년말까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할 경우 종전의 사업실패로 세금을 못내 결손처리된 사업소득세, 부가가치세에 대해 아예 500만원까지 납부의무를 없애주기로 했다. 또 신용정보기관에 통보하는 체납정보 제공범위를 현행 500만원 이상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2년동안 한시적으로 올려 소액체납자의 금융기관 이용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세법상 세금을 체납할 경우 국세채권 소멸시효기간인 5년동안 사업자등록과 금융기관 대출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재산이 발견될 경우 세금징수 절차가 진행돼 영세자영업자의 `패자부활` 기회가 사실상 막혀있는 실정이다. 이번 조치로 폐업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체납세금 지원 규모가 2000억원에 달하고 신용정보기관에 통보되는 체납자수가 연간 45만명에서 38만명으로 7만명 줄어들 전망이다. 저소득 무주택 근로자에 대한 월세 소득공제 제도가 신설된다. 공제대상은 부양가족이 있는 총급여 3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 근로자로서 국민주택규모(85㎡)이하 주택의 세입자다. 공제금액은 연간 300만원 한도로 월세지급액의 40%다. 무주택 세대주 근로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난 5월 출시된 일명 만능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의 가입자는 불입액(연간 120만원 한도)의 40%에 해당하는 소득공제를 받게 된다. 다만 향후 국민주택 규모를 초과하는 주택에 당첨될 경우 감면세액이 추징된다. 저소득 근로자에게 연간 최대 120만원을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EITC)는 추석 이전에 모두 차질없이 시행될 예정이나 일각에서 제기된 대상자 확대는 고려되지 않았다. 올해는 72만세대에 5600억원이 지급된다. 정부는 또 부모를 모시고 사는 `동거봉양` 활성화 차원에서 부모등 동일세대 구성원으로부터 주택을 상속받는 경우에도 상속전 부터 보유하던 주택에 대해 1세대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희귀병 치료제 품목에 AIDS치료제 등 7가지가 추가돼 환자 1인당 연간 50만원의 지원효과가 기대된다. 취약계층 지원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도 강화된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이 휴면예금을 소액서민금융재단에 기부하는 경우 손비인정 한도가 현행 소득금액의 5%(개인은 20%)에서 50%로 대폭 확대된다. 또 지정기부금 인정 대상에 사회복지시설을 포함했다. 10년이상 된 중소기업의 가업상속과 관련, 상속재산의 40%를 100억원 한도내에서 공제받을 수 있는 요건이 피상속인이 대표이사로 60% 기간동안 근무했거나 상속개시전 10년중 8년이상을 근무한 경우로 완화된다. 대표이사 재직요건이 80%로 돼 있는 현행 요건이 너무 엄격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국세의 신용카드 납부한도가 현행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어나고, 대상자에 현행 개인 뿐만 아니라 법인도 포함된다. 대상세목도 모든 세목으로 확대된다. 이밖에 성실개인사업자의 의료비 교육비 특별공제 등 영세자영업자, 저소득근로자, 농어민, 중소기업 대상의 한시적 비과세 제도가 대부분 2~3년씩 연장된다.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해의 경우 저소득 근로자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경기침체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영세자영업자의 지원에 역점을 뒀다"며 "재정건정성 문제는 비과세 감면 정비 등을 통해 할 계획으로 자세한 내용은 25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책에 포함된 친서민 세제지원 규모는 기존 발표와 중복된 근로장려세제(EITC) 집행 5600억원을 제외할 경우 1조4000억원이며, 오는 25일 추가로 발표되는 세제개편안과 합쳐 총 3조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