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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윙스 "일리네어 레코즈, 대중문화에 많은 영향 끼쳐"
-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래퍼 스윙스가 공식 해산을 발표한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스윙스(사진=이데일리DB)스윙스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리네어 레코즈 관련 장문의 글을 올려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이 팀이 힙합씬과 대중문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해당 글에서 그는 “대략 7~8년 전부터 이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점점 알려지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에는 무브먼트라는 크루 출신의 메이저한 래퍼들만 큰 공연이나 행사에 나가는 분위기였고, 저 같은 사람들은 대중적인 레벨로 알려지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 상승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물론 실력의 부재가 문제가 아니었고, 마케팅이나 자본, 그리고 음악적 스타일의 문제로 보고 있었다. 당시에는 SNS 문화도 약했고 우리의 음악은 매니악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윙스는 “그런데 그들이 갑자기 소위 언더 한 친구들이 들어가 있던 바구니를 과감하게 부수고 갑자기 위로 쭉 비상했다”면서 “셋이 모여서 무슨 전략을 그렇게 맨날 짰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갑자기 다 업그레이드 된 모습, 음악적 세련됨도 갑자기 언더를 더 확 뒤로 던져버린 바이브로 모두가 촌스러워보이게 할 정도로 너무 멀리 추월했다”고 일리네어 레코즈의 활약상을 설명했다. 또, “공개적인 곳에서 감정 표현의 절제가 미덕일 때가 훨씬 많은 이 대한민국에서 그들의 가사 스타일과 부를 향해 숨김없이 당당하게 걸어갔던 태도, 어느 음악 장르든 ‘이만큼 멋은 내기가 어렵다’고 묵직하게 냈던 바이브가 우리나라 10, 20대의 문화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끼쳤다”며 “‘털넙’ ‘스웩’ 이런 단어를 누가 유행시켰는지 생각해보면 제 말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스윙스는 “이런 강한 기류를 어느 장르에서든 한 트리오가 다시 가져오려면 꽤나 오래 걸릴 것 같다. 혹시나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들이 그들의 그릇에 여전히 맞게 위험하고 용감한 예술을 할 수 있도록 더 지지해주시면 감사하는 마음”이라며 “그동안 너무 많은 자극과 영양제와 뼈저린 아픔을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기대하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일리네어 레코즈는 2011년 래퍼 도끼와 더콰이엇이 공동 설립한 힙합 레이블이다. 그해 래퍼 빈지노가 합류하며 3인 체제로 자리를 잡았고, ’연결고리‘를 타이틀곡으로 한 정규앨범 ‘11:11’ 등으로 인기를 끌며 국내 힙합씬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산하 레이블 앰비션뮤직을 설립해 창모, 김효은, 해쉬스완, 애쉬 아일랜드 등 재능있는 신예 뮤지션들을 키워내기도 했다.하지만 지난 2월 도끼가 레이블을 떠나면서 팬들의 우려를 샀고, 최근에는 빈지노가 “조금 더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밝히며 결별을 암시했다. 이런 가운데 일리네어 레코즈는 하루 전 SNS에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시작에 많은 응원부탁드리겠다”는 내용의 공지글을 올려 공식 해산을 알렸다.
- 故 최숙현에게 '그곳'은 지옥이었다
-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상습적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당시 23세) 선수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커지고 있다.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사진=연합뉴스)◇ 폭행·협박·성희롱까지…故 최숙현 선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의 실업팀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어머니에게 보낸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였다.고인은 경주시청 소속일 때 감독만큼이나 무서운 팀닥터와 선배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최 선수 등 3명은 지난 1월 경주시청 김 감독과 팀 닥터, 선수 등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피고소인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최 선수를 고립시켰다. 이에 최 선수는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쉽지 않았고, 동료들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외로움은 더욱 커졌다.4월에는 대한철인3종협회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호소했지만 기민하지 못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먼저 분리하고 선수와 가족을 안심시켜야 했지만 성폭력 사건과 달리 그런 메뉴얼은 존재하지 않았다.지난 2일 공개된 최 선수의 훈련일지와 녹취록을 살펴보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지옥의 팀이었다. 체중조절에 실패했다고 사흘 동안 굶게 하고 신발과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고 맞는 선수를 보면서 찌개 끓이는 감독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했다.최 선수는 팀닥터를 향해 ‘금전적인 문제’도 제기했다. 고인은 생전에 “팀닥터는 2015, 2016년 뉴질랜드 합숙 훈련을 갈 당시, 정확한 용도를 밝히지 않고 돈을 요구했다. 2019년 약 2개월간의 뉴질랜드 전지훈련 기간에는 심리치료비 등 명목으로 고소인에게 130만 원을 요구하여 받아 간 사실도 있다”며 “(영향력이 있는) 팀닥터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정확한 용도가 무엇인지를 더는 물을 수 없었다. 팀닥터가 요청하는 금액만큼의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고인과 고인 가족 명의 통장에서 팀닥터에게 이체한 총액은 1500여만 원이다. 이번 사건은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의 폭로로 세사엥 알려지게 됐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행에 시달렸다는 추가 피해자들이 더 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 달간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다. 심지어 자살하도록 만들겠다는 폭언까지 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2013년 해양스포츠제전 참가한 최숙현 선수 (사진=연합뉴스)◇ 폭행당하는 최숙현 옆에서 감독은 비지찌개를 끓였다최 선수의 녹취록이 공개된 후 관련된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최 선수의 한 지인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려 “23살의 어린 선수가 그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하늘에 별이 되어 떠났다”라며 “(팀닥터가) 슬리퍼로 얼굴을 치고 갈비뼈에 실금이 갈 정도로 구타했고 식고문까지 자행했다”고 주장했다.이어 “참다못해 고소와 고발을 하자, 잘못을 빌며 용서해달라는 사람이 정작 경찰조사가 시작되니 모르쇠로 일관하며 부정했다”며 “최숙현 선수는 이런 고통과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성토했다.그러면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관계자들을 일벌백계 하고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고 있는 폭언과 폭력을 근절하고, 고통받고 있는 젊고 유능한 선수들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이같은 청원글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현재 최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원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미래통합당 정희용(왼쪽부터), 김예지, 이용, 김석기, 김웅 의원이 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숨진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진상조사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 맡은 대구지검 “최대한 신속·엄정 처리” 트라이애슬론은 종목 특성상 선수 개인을 극한의 상태로 몰아간다. 종목마다 거리 차이가 있지만 올림픽 표준으로 채택된 방식을 보면 선수들은 수영(1.5km), 사이클(40km), 달리기(10km)를 수행해야 한다.총 51.5km의 거리를 남자 선수들의 경우 1시간30분대, 여자 선수들은 1시간 50분대에 주파한다. 이럴 경우 사이클은 평균속도 시속 48km를 넘나들고 달리기 10km 기록이 전문 육상선수들과 비교해서 2~3분 차이밖에 나지 않을 정도다.한 관계자는 “0.01초를 단축하기 위해 선수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스포츠다 보니 단합이라는 명목으로 훈육이 자주 행해진다. 특히 정상급의 선수는 기록 단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선수를 몰아붙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경주시 트라이애슬론팀은 경주시 직장운동경기부로 경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며 관리는 경주시체육회가 맡고 있다. 경북 경주시체육회는 최 선수의 사망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가혹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감독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전 최 선수의 고소로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경주경찰서는 지난 5월29일 경주시 철인3종 경기 감독과 팀닥터, 선배 선수 2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감독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과 강요·사기·폭행 혐의를, 팀닥터와 선배 선수 2명에 대해서는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故 최숙현 사건, 재발 없도록 대책 주문”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와 관련해 “경기인 출신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나서서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에 폭력 신고를 접수한 날짜가 지난 4월 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아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정말 문제라고 문 대통령이 지적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또 “문 대통령이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인 최윤희 문체부 차관이 나서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겨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향후 스포츠 인권 관련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도 지시했다”고 했다.이처럼 인권은 무시한 채 권위만 앞세웠던 삐뚤어진 문화가 젊은 선수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안겼다. 이를 방조한 한국 체육계와 트라이애슬론도 귀한 선수를 잃게 됐다.
- [김유성의 금융CAST]근대 축구가 탄생했던 19세기 '대불황기'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유럽 축구 리그가 하나씩 재개되는 가운데 영국 프로축구 리그 ‘프리미어리그’가 다시 열린다. ‘잉글리쉬프리미어리그’의 약자로 EPL로도 불리는 프리미어리그는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토트넘의 손흥민의 주무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손흥민이 25일(현지시간) 영국 사우샘프턴의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 잉글랜드 FA컵 4라운드 사우샘프턴과의 경기 후반 13분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시장성 면에서 전세계 최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화려한 EPL이었지만 그 시작은 조촐했다. 1871년 시작한 영국 FA컵이 시작점이었다. FA컵은 잉글랜드내 젊은 부호와 귀족들이 모여 중구난방이었던 축구 규칙을 정하고 자기들끼리 즐기면서 시작한 대회였다. 럭비만큼 거칠지는 않았지만 남자들이 몸을 맞부딪히면서 땀을 흘리고 우정을 나눈다는 의미가 컸다. 이런 ‘우정의 무대’에 뛰는 플레이어가 ‘돈을 밝히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넷플릭스에서 올해초 공개한 드라마 ‘잉글리쉬게임’을 보면 초창기 축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의 럭비처럼 스크럼을 짜 우르르 상대편의 진영에 몰려가 우격다짐으로 골을 넣는 식이었다. 현대 축구의 시각으로 보면 무식하기 짝이 없는 형태지만 나름 지역 유지와 귀족의 자제들이 모여 진행하는 게임이었다. 고매한 귀족의 수염을 기른 젊은이들이 꽤 값비싸 보이는 스웨터 형태의 유니폼을 입고 우르르 공을 쫓아 뛰어간다. 극중 무대는 1879년, 노동자 축구팀 다웬FC가 준준결승에 오르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돈이나 밝히는 천박한 노동자들이 만든 팀이 귀족들의 명문팀 올드 에토니언스에 도전을 하는 ‘큰 일’이 벌어졌다. 당시 팀의 에이스이자 뱅커(은행가)의 아들 아서 키네어드는 이들의 도전에 코웃음을 쳤다. 드라마 잉글리쉬게임의 한 장면. 극중 은행가의 자제인 아서 키네어드가 드리불하면서 뛰어가고 있다. ‘떼’ 축구 형태 근대 축구 모습이다.1870년대 맨유급의 최강팀이었던 올드 에토니언스의 구성원은 또 FA 이사진들이기도 했다. 게임을 하다가 중간에 자기들끼리 룰을 바꿔도 뭐라 할 사람들이 없었다. 아마추어 정신을 숭앙하면서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왔는데 ‘천한 것들’이 도전해왔으니 기분이 안 좋을 만도 했다. 다웬FC에는 에이스 ‘퍼거스 수터’가 있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촌뜨기였던 수터는 패스 플레이를 할 줄 알았다. 초창기 축구에서 스코틀랜드는 ‘패스 연계 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주며 축구를 한층 발전시키고 있었다. 수터는 그런 스코틀랜드의 에이스이자 최초의 프로 축구 선수였다. 극 스토리는 우리가 흔하게 봐왔던 ‘스포츠드라마의 엔딩’을 그대로 따라간다. ‘가난한 주인공 수터는 숱한 난관에도 이를 해치고 잉글랜드 축구계 정상에 오른다. 무시받고 천대받던 노동자 축구팀은 콧대 높은 귀족 축구팀을 꺾고 FA컵 정상에 오른다. 최고가 된 수터와, 수터를 보면서 ’각성‘한 아서는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주목할 부분은 시대적 배경이다. 근대 축구가 시작했던 1870년대는 대불황의 시기가 시작하던 때였다. 이탈리아 사회학자 조반나 아리기 등 여러 사회·경제학자들은 1873년부터 1896년까지 약 23년간을 ‘대불황기’로 규정하고 있다. 1930년대 경제대공황 전 최초의 글로벌경기침체 시기였다. 각 시기별 경제 순환기. 이미지 출처 : ‘장기 20세기’그렇다면 19세기말은 어떤 시기였을까. 산업혁명 이후 서구 열강등의 자본주의 경제가 극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기술의 발달은 영국을 비롯한 독일, 미국 등의 산업국의 생산력을 극대화시켰다. 생산력의 향상은 필연적으로 비용 절감을 가져오게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지치지 않는 기계를 가져다 놓는 것이다. 수십에서 수백에 이르는 노동자들에게 급여를 주지 않고도 거의 무한으로 돌릴 수 있다. 물론 전기와 재료, 소수의 관리자가 필요하긴 하다. 조반나 아리기의 사회학저서 ‘장기20세기’(영문명 The Long Twentieth Century)를 보면 한 통계가 나온다. 1813년 영국의 방직 산업에는 20만명 이상의 수동 직기 직공이 있었다. 1860년이 되면 40만개의 동력직기가 가동하게 된다. 수동 직기 직공은 사라진다. 수십년에 걸친 변화지만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산업을 낳지만, 기존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효과를 낳는다. 기술의 발전과 생산 효율성의 상승이 일자리 숫자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19세기 말 노동자들이나 21세기 월급을 받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나, 그들이 맞부딪히는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19세기 노동자들은 기계의 발달에 따른 일자리의 상실을, 21세기 노동자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할 일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드라마 내 ‘퍼거스 수터’(왼쪽)와 공장주. 방직공장이런 슬픈 현실의 단면은 드라마에 잘 나온다. 다웬FC 선수들은 방직공장 노동자들이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다웬FC 구단주는 선량한 중소 자본가라고는 나오긴 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의 선수들은 낮에는 방직공장에서 일해야 한다. 쉬는 날 혹은 공장주가 특별히 연습 시간을 부여할 때 축구를 할 수 있었다. 귀족들 입장에서는 이런 가난한 이들과 한 운동장에서 똑같은 룰을 적용해 게임을 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못마땅했다. 그러던 중 이들의 경기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섬유산업의 업황 부진 때문이었다. 물건이 팔리지 않자 공장주들은 임금을 삭감하기로 결의한다. 공장주들의 길드에서 ‘10% 삭감합니다. 땅땅땅’하면 끝이었다. 왜 영국의 섬유 산업은 업황 부진에 빠졌을까. 앞서 언급했다시피 기술의 발전은 생산량의 증가를 불러온다. 수요 이상의 공급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과잉 생산에 따른 수요 부족을 겪게 된다. 공급되는 물품은 많은 데 사줄 사람은 한정돼 있으니 물건은 남게 된다. 게다가 그 물건을 사줄 사람들 중에는 일자리를 잃어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시장에 물건이 남아돌게 된다. 다시 말해 그 재화를 덤핑해서 팔거나, 그렇지 않으면 공장이 문을 닫아야한다. 디플레이션이라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더욱이 값싼 임금으로 무장한 후발공업국들의 도전을 받게 된다. 19세기 공업 선진국의 입장에서 그렇다. 신흥강국 미국과 게르만민족 독일의 도전이다. 이들 나라는 저렴한 임금을 바탕으로 물건의 가격을 낮춘다. 영국산 제품은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만성적인 수요 상황에서 경쟁국들의 도전까지 받게 되니 영국 경제는 휘청일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수요를 찾아 식민지를 개척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이 시기는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이 극에 달했던 때다. 이 쟁탈전은 후에 1차 세계대전의 단초가 된다. (1차대전을 사실상 일으켰던 독일 입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식민지가 없었다. 남이 가진 것을 빼앗는 수 밖에 없었다.)대불황기였던 1873년부터 1896년까지 영국은 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 기간 영국의 물가가 40% 하락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 때 또 한가지 특징점이 있다. 영국 주도의 국제 질서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서구 유럽 세계에서는 미국과 독일의 도전에,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부상에 직면했다. 1873년부터 1896년까지 겪었던 대불황은 이런 체계 변화를 가속화시켜줬다. 1873~1896년 대불황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호황과 불황으로 이어지는 경제 순환의 구조는 19세기나 21세기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경제 순환기 속에 국제적인 질서가 바뀐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구조적인 장기 침체에 들어와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수요 부진이다. 기업들이 생산하는 재화를 소비자들이 전부 사줄 수 없다. 시장에 공급이 남아도니, 기업이 생산한 물건의 가격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발전에 따른 고용없는 성장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더 떨어뜨리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월급이 오르지 않거나, 혹은 깎인 상태에서 일을 해야하는데, 더 소비를 늘릴 수 있겠는가.)작금의 국제 현실도 19세기 영국 상황과 비슷하다. 그때 영국은 미국과 독일의 도전을 받았지만, 21세기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의 20세기 도전자였던 소련은 광대한 영토와 국방력을 갖고 있었지만 경제력 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또다른 20세기 도전자 일본은 우수한 제조업 역량을 갖고 있었지만 국방력과 국제적인 영향력면에서 미국에 상대가 안됐다. 그런데 중국은 광대한 영토에 엄청난 인구, 제조업 역량까지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력까지 신장하고 있다. 이전 도전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다툼이 단순한 ‘투닥거리’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에 있다. 극중 퍼거스 수터이 글을 끝내기 전 또 한가지. 드라마 잉글리쉬게임에서 승자는 퍼거스 수터였다. 물론 실존인물 퍼거스 수터도 프로축구 선수로 꽤 넉넉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승자는 아서 키네어드가 아닐까. 그는 드라마 상 게임에서는 졌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영국 프로축구를 지배했다. 20세기초까지 FA 회장을 하면서 축구계를 쥐락 펴락했다. 이런 아서의 모습은 몰락하는 영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현실과는 대비가 된다. 금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영국의 당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금융요법(제로금리, 양적완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최근의 구조적 불황과도 맞닿아 보인다.
- [무플방지] "아프면 쉬기? 영원히 쉬라고 할까봐 '못' 지켜"
-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아프면 쉬기? 영원히 쉬라고 할까 봐 못 지킨 거겠지”아이디 ‘메가***’를 쓰는 누리꾼의 댓글로,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관련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박 1차장은 지난달 28일 “물류센터 특성상 단시간 내에 집중적인 노동이 이뤄지므로 직장 내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거나 ‘아프면 쉬기’ 같은 직장 내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지적이었지만 대다수 누리꾼은 근로자 입장으로 받아들였고, ‘안’ 지켜진 것이 아니라 ‘못’ 지켜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쿠팡플렉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출근 ‘확정’받은 다음 날 갑자기 몸이 아파서 쉬겠다고 했더니 ‘안 나오면 무단결근’이라고 했다”며 “6개월 이상 결근 없다가 딱 하루, 자고 일어났는데 몸 상태가 정말 아니어서 안 나갔더니 그 이후 한동안 ‘확정’ 안주더라”라고 토로했다.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쿠팡 고양 물류센터 입구에서 보안 요원들과 시 공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고양시는 이 센터 직원 500여 명 명단을 확보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전수검사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특히 ‘쿠팡맨’이 쿠팡에서 직접 고용한 근로자라면 쿠팡플렉스는 자차를 이용해 자신이 시간 날 때만 일할 수 있는 근로자다. 원하는 날짜에 지원한 뒤 쿠팡측으로부터 확정 메시지를 받아야 일할 수 있다. 쿠팡플렉스는 대부분 투잡, 쓰리잡을 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몫이었고 코로나19는 그 고단한 삶을 파고들었다.부천의 한 콜센터에 근무한 코로나19 확진자는 주말에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투잡러’였고, 같은 물류센터에서 일한 또 다른 확진자 역시 인천 동구의 한 학교에서 긴급돌봄사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직원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저도 학교에 교구를 납품하는 사업을 하다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아예 등교가 안 돼서 하던 일이 망했다. 그래서 일용직으로 밀려나게 돼서 안 해 본 일이 없다. 그래서 쿠팡도 시작한 것”이라며 “제가 돈을 못 벌면 제 아이가 굶지 않는가? 저는 갓난아이도 있다”고 토로했다.부천시에 따르면 해당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97%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부천시에 따르면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3673명 중 정규직이 98명이고 계약직이 984명, 일용직이 2591명에 달했다.◇ “아픈데도 출근했더니 ‘꾀병이네’”다른 직장에서도 아프면 맘 편히 쉬기보다 눈치를 봐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아이디 ‘eun***’을 쓰는 누리꾼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회사에 열나고 기침해서 휴가 2일 쓰고 출근한 직원이 있다”며 “다른 직원이 그 직원한테 업무 밀렸다고 화를 내더라”라는 글을 올렸다.또 다른 누리꾼도 “회사 동료가 열이 나서 상사한테 말했더니 일단 퇴근하지 말고 좀 있어보라고 하더라”며 “다음날 열이 심해져서 전화로 말했는데 일단 출근해서 사유서 내고 병원 가라고 했다. 출근하니까 또 ‘꾀병이네’라면서 정상 근무를 요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실제로 정부의 방역 수칙 중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가 가장 지키기 어려운 수칙으로 나타났다.정부는 지난 4월 12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온라인으로 8747명의 국민에게 물은 결과, 가장 지키기 어려운 수칙으로 국민은 개인 차원(38.9%)과 사회 구조적 차원(54.0%)에서 모두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 수칙을 꼽았다. 1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지키기 어렵다고 답했다. 반대로 이 수칙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인식(36.4%)한 것이기도 했다.이러한 근무 환경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롤러코스터에 오르게 하는 잠재적 위험요소 중 하나다.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시대, 달라진 세상에서 방역 당국의 실무자로서 솔직한 심정은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못하거나 또 실천할 수 없는 시설과 장소는 사실상 장기간 운영제한이 불가피하지 않냐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편으론 죄송한 마음과 안타까움도 있는데, 최근 발견된 확진자들이 사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근로자들”이라며 “고용주와 사업주들은 사업장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각별히 조치해 주길 거듭 당부한다”고 말했다. ◇ “접촉자도 아닌데…회사 다시 봤다”지난달 초 정부가 ‘아프면 쉬기’ 관련 법적인 제도화를 검토화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키지 않아도 그만인 ‘권고’ 내용을 법으로 강제해 처벌 가능성까지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다만 아프면 쉬기가 ‘문화’로 여겨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담장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직원 100명 미만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남성 A씨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회사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어려운 A씨는 회사 방침에 따라 출근 전 팀원들과 주변 코로나19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평소 야근이 많아 회사에 불만이 좀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에 대해선 회사가 민감하게 대응하더라”라며 “직원 모두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의 코로나 관련 이슈를 공유하고 팀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딸 아이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가 확진자와 접촉자로 분류된 사실을 회사에 알렸다”며 “그랬더니 회사에서 제가 접촉자도 아닌데 모든 비용을 지원해주겠다며 검사를 제안했다. 또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병가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회사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다 보니 스스로 건강을 예민하게 살펴보게 되고 동료들끼리도 서로 염려해주게 되더라”라고 전했다.한편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각 직장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방역관리지침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정 본부장은 “직장 내 방역에 대한 관리지침의 원칙은 고용노동부와 방대본이 만들지만 직장 상황에 따라서 적용해야 하는 범위들이 많이 다를 것”이라며 “방역관리자 또는 직장·사업장의 책임이 있는 분들이 그 직장 단위의 특성들, 위험 요소들을 분석해 실행 가능한, 지속 가능한 방역 수칙을 만들고 정착시키고 교육하는 과정들을 강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또 “방역수칙의 기본원칙은 같지만 그것을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사업장 유형이나 특성에 따라서 조금 더 정교하게 만들어지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