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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당신은 성매매에서 자유로운가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극단 신세계의 연극 ‘공주들2020’이 공연 중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티켓 부스에서 표를 찾으면 극장 안내 직원이 ‘윗구멍’ ‘아랫구멍’ ‘뒷구멍’이라는 이름이 붙은 3개의 출입구 중 어느 쪽으로 입장할지 묻는다. 독특한 입장 방식이라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흥미로움은 공연이 끝나는 순간 ‘아차’ 싶은 생각과 함께 뒤통수를 맞은 기분으로 돌아온다.제목을 보고 동화 속 공주를 떠올렸다면 큰 오산이다. 지난 9일 이곳에서 개막한 ‘공주들2020’은 ‘구멍(孔)의 주인(主)’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구멍은 입, 생식기, 항문 등 사람이 가진 구멍을 가리킨다. 작품은 주인공 김공주의 지난 90년 인생을 찬찬히 따라가며 김공주가 지닌 구멍의 주인은 누구인지를 질문한다.연극 ‘공주들’의 2019년 공연 장면(사진=극단 신세계).김공주의 인생은 그야말로 기구하다. 일제강점기 말, 열 살이 되던 해 삼촌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버마(현 미얀마)와 싱가포르, 만주를 떠돌았다. 해방 이후 한국에 돌아온 뒤 한국전쟁이 벌어지자 ‘제5종 보급품’으로 한국군에 ‘보급’됐고, 미군을 위한 ‘양공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렇게 김공주의 인생은 기지촌, 용산, 미아리 등 성매매 집결지로 흘러간다. 그야말로 성매매로 돌아보는 한국 근현대사라 할 만하다.193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성매매와 관련한 중요한 사건들이 당대를 대표하는 대중가요와 함께 숨 가쁘게 흘러간다. 사실이라고 믿기 힘든 이야기도 등장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전신인 국제관광협회 ‘요정과’에서 70년대 기생관광을 관리했다는 이야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집결지 미관정화사업을 추진하며 유리방을 만들었다는 내용은 허구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그러나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이 관객에게 나눠주는 프로그램북에 빽빽히 적힌 온갖 자료와 참고문헌은 이 연극이 철저히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2004년 제정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을 둘러싼 여성·시민단체와 성매매 여성들의 갈등처럼 여성들 사이에서도 각기 다른 성매매에 대한 관점 차이를 낱낱이 그려내며 관객을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연극 ‘공주들’의 2019년 공연 장면(사진=극단 신세계).2018년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공주들’이라는 제목으로 초연한 작품은 지난해 재공연에 이어 올해는 ‘공주들2020’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무대에 올라왔다. 올해는 N번방 사건과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의 갈등을 작품에 녹여내 동시대성을 강화했다. 장자연 사건,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 운동, 버닝썬 사건 등 지난 10여 년간 벌어졌던 성매매 및 성폭력, 여성 폭력 사건 뉴스 보도를 편집한 영상이 등장하는 장면은 지금도 성매매, 나아가 성을 통한 착취와 폭력 문제가 여전함을 돌아보게 만든다.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소재로 관객을 때때로 불편하게 만드는 극단 신세계는 ‘공주들2020’에서도 어김없이 씁쓸한 뒷맛을 안긴다. 공연은 커튼콜 없이 끝난다. 관객은 의자에 홀로 앉은 김공주를 뒤로 하고 다시 뒷구멍을 통해 극장 밖을 나서야 한다. 공연이 끝난 뒤에야 극장 입장 전 세 구멍 중 하나를 골랐던 나의 행위가 성매매에 대한 일종의 은유였음을 알게 된다. 당신은, 아니 우리는 성매매에서 과연 자유로운가. ‘공주들2020’은 우리 사회가 이 질문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공연은 14일까지.연극 ‘공주들’의 2019년 공연 장면(사진=극단 신세계).
- [장병호의 PICK]성매매의 어두운 역사, 무대로 끄집어내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극단 신세계는 현재 연극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일상에 스며든 포르노 현상을 고발한 ‘그러므로 포르노’, 집단주의의 광기를 그린 ‘파란나라’,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고전을 도발적으로 재해석한 ‘이갈리아의 딸들’ 등 내놓는 작품마다 파격적인 이야기로 연극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왔다.오는 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공주(孔主)들2020’은 극단 신세계의 올해 첫 공연이다. 2018년 ‘혜화동 1번지 6기 동인 가을 페스티벌-막판 스퍼트’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이듬해 제40회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으로 재연해 우수상, 신인 연기상(양정윤), 관객평가단 인기상을 수상했다.연극 ‘공주들2020’ 콘셉트 이미지(사진=극단 신세계).‘공주들2020’이 던지는 화두는 ‘성매매’다. 제목의 ‘공주’는 구멍 공(孔)과 주인 주(主)를 합친 말로 ‘구멍의 주인’을 뜻한다.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를 시작으로 한국군 위안부와 미군 위안부, 그리고 베트남 한국군 민간인 학살과 기생관광, 집결지를 거쳐 가장 최근의 N번방 사건까지 ‘대한민국의 성매매 100년 역사’를 무대에 올린다.이번 공연은 초연, 재연과 달리 제목에 ‘2020’이 더 붙었다. 2020년인 바로 지금의 시선으로 성매매 문제를 새롭게 다룬다는 의미가 담겼다. 극단 신세계 고유의 공동창작 작업 방식으로 동시대성을 반영해 공연을 새롭게 창작했다. 출연 배우도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나 인물 구성을 다양하게 했다.극단 신세계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수정 연출은 “2018년 ‘미투’ 운동으로 시작한 ‘공주들’은 지난해 버닝썬 사건, 올해 N번방 사건과 최근 있었던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등이 연결되며 계속해서 작품이 달라지고 있다”며 작품이 다루는 성매매 문제의 동시대성을 강조했다.올해는 버마(현 미얀마)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한 문옥주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에서 미군 위안부로 살아오며 아들을 베트남으로 파병 보낸 사실을 증언한 심순악 할머니, 미군 위안부 피해자에서 여성 운동가로 살아온 김연자 할머니 등의 증언이 추가됐다. 긴 역사를 통해 지속돼 온 성매매가 과거의 일이 아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 아닌지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함께 나눈다.작품은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성매매를 ‘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바라보는 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김 연출은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지금도 ‘성매매’라는 인권침해는 계속되고 있다”며 “‘공주들2020’은 성매매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성을 구매하는 것은 우리 주변의 사람이라는 이야기다”라고 강조했다.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중장기창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배우 강주희, 고용선, 권주영, 김보경, 김선기, 김정화, 김해미, 김현규, 남선희, 민현기, 양정윤, 이강호가 출연한다. 코로나19 대비를 위해 극장 입장 시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필수를 안내하고 ‘거리두기 객석제’를 도입해 공연을 진행한다. 공연은 14일까지.연극 ‘공주들2020’ 콘셉트 이미지(사진=극단 신세계).
- [e주말 여기어때]“열대야 잡아라”…여름밤 추억 수놓는 여행
- 코레일관광개발 더위사냥이야! 기차여행 부산,울산 코스. (사진=코레일관광개발)[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입추가 지나도 이어지는 무더위에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잠 못 드는 주말 여름밤 시원하고 즐거운 추억 한 조각을 만들러 떠나기 좋은 여행지를 소개한다. 17일 코레일관광개발에 따르면 더위 극복을 위한 여정으로 구성한 ‘더위사냥이야(夜)! 기차여행’을 운영한다. 더위사냥이야(夜)! 기차여행은 전국 각지에 야경을 즐기기 좋은 명소를 선정해 각종 투어 코스를 1박2일로 즐기는 여행 상품이다. 먼저 ‘부산·울산 야경산책 호캉스’는 바다에서 고래를 찾아보고 야경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1박2일 일정으로 준비돼 있다. 부산코스는 해변 사찰로 이름난 해동용궁사, 부산 명소 아난티 코브, 대한민국 대표해변인 해운대, 국제시장과 용두산 부산타워 야경 관람 등으로 꾸려져 있다. 울산 태화강 대공원. (사진=코레일관광개발)울산에서는 장생포 고래바다여행선을 타고 울산 앞바다 유람선 투어를 마친 후 언양읍성 옛길을 산책한다. 해당 코스 출발일은 16~18일로 사전에 부산과 울산 투어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군산·공주·여수행 밤마실 야행열차’는 각 지역의 문화재 야행을 즐기는 당일 일정의 상품이다. 전통문화와 역사체험이 어우러진다군산행 야행열차는 전북 부안상설시장, 선유도 해상관광 및 해변 산책,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등 관광명소를 둘러본 후 군산 근대문화유산거리에서 본격적인 야행을 즐기는 일정이다. 야간 개방하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 동국사, 근대역사박물관, 초원사진관 투어와 다양한 문화 공연도 준비돼 있다. 공주행 야행열차는 오는 30일, 31일부터 출발 할 수 있으며 공주의 3대 고찰 계룡산 갑사, 국립공주박물관을 둘러본 후 공주 문화재 야행을 즐기는 일정이다. 공주산성 야시장과 제민천 퍼레이드, 역사 상황극 등 세계문화유산도시 밤마실을 즐긴다.단양 읍 상상의 거리 야경. (사진=단양읍)코레일 기차여행 외에도 17일 충북 단양읍 나루공연장에서는 여름밤을 빛과 소리로 물들일 ‘2019 단양 달빛투어’가 열린다. 단양팔경으로 이름난 단양은 도담삼봉부터 상진대교까지 7㎞ 물길을 따라 조성된 각양각색의 야경(夜景)으로 유명하다. 은은한 달빛이 쏟아지는 단양의 밤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달빛투어’는 17일 오후 5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이어지며, 그동안 인디밴드들의 잔잔한 음악공연이 관광객들의 흥을 돋운다. 단양의 식도락 명소인 단양구경시장도 달빛투어와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단양구경시장 문화광장에서 ‘향수의 전통시장 만들기’ 행사를 진행한다. 이곳 단양구경시장에서는 마늘순대, 마늘만두, 마늘치킨 등 특색 있는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라이브 앙상블의 연주와 7080가수의 명곡 무대도 마련된다.
- 폭염 피해 밤마실…코레일관광개발 ‘더위사냥이야 기차여행’
- 울산태화강대공원 야경(사진=코레일관광개발)[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코레일관광개발이 장마가 끝나고 시작된 폭염을 극복하기 위한 ‘더위사냥이야(夜)!.기차여행’을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고래탐사와 호캉스 야경 산책,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는 밤마실 등 한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릴 수 있는 상품으로 구성했다.◇고래바다여행선 타고 고래탐사처음 소개하는 상품은 여름더위를 이겨낼 색다른 기차여행이다. 바다를 달리며 확률 10%의 행운으로 만날 수 있는 고래를 찾아보고, 명소관람과 야경 호캉스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상품이다.부산코스는 바다와 용과 관음대불의 조화가 멋진 해동용궁사를 시작으로 부산에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아난티 코브, 우리나라 대표해수욕장 해운대, 국제시장과 용두산 부산타워 야경을 둘러본 뒤 부산역 인근 코모도 호텔에서 휴식하는 코스다. 2일 차에는 호텔조식(제공식)과 장생포 낙지덮밥(제공식)을 식사한 뒤, 장생포 고래바다여행선을 타고 울산 앞바다 유람선 투어를 마친 뒤 언양읍성 옛길을 산책한다. 언양불고기비빔밥(제공식) 식사를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울산코스는 온누리상품권으로 즐길 수 있는 국제시장, 해운대, 해동용궁사,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야경산책, 호텔 휴식, 장생포 고래바다여행선 고래탐사, 고래문화특구, 언양읍성으로 일정을 구성했다.여행코스는 사전에 부산야경과 울산야경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두 코스 모두 서울역을 7시 57분경 KTX로 출발하고, 다음날 울산역에서 18시 9분경 KTX로 돌아온다.◇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다각 지역의 대표행사로 자리잡은 문화재 야행을 즐기는 ‘밤마실 야행열차’가 돌아왔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 몸도 마음도 가볍고,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역사·체험이 고루 어우러져 밤마실로 제격이다.군산행 야행열차는 서해금빛관광열차인 G-train이다. 용산역에서 8시 36분경 출발해 부안상설시장, 선유도 해상관광과 해수욕장 산책,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등 관광명소를 둘러본 뒤 군산 근대문화유산거리에서 본격적인 야행을 즐긴다. 야간개방되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 동국사, 근대역사박물관, 초원사진관 등과 다양한 공연 등을 감상한 뒤 익산역에서 21시 29분경 KTX로 돌아온다. 군산행 야행열차 운영은 8월 16일부터 18일까지 단 3일간만 운영한다.공주행 야행열차는 KTX다. 용산역에서 10시 55분경 출발해 공주의 3대 고찰 계룡산 갑사, 국립공주박물관을 둘러본 뒤 공주 문화재 야행에 들어선다. 공주산성 야시장과 제민천 퍼레이드, 역사 상황극 등 세계문화유산도시 밤마실을 즐긴 뒤 공주역에서 21시 47분경 KTX로 돌아온다. 공주행 야행열차는 8월 30일과 31일 단 2일간만 운영한다.여수행 야행열차는 남도해양열차 KTX로 떠난다. 서울역에서 9시 55분경 출발해 이순신 장군의 자취를 따라 여수 진남관 일대와 오동도 거북선 유람선 등을 관람한 뒤 여수 밤바다 야행을 시작한다. 여수 선소유적지 일대에서 다양한 체험부스와 공연을 즐긴 뒤, 여수EXPO역에서 20시 30분경 KTX를 타고 돌아온다. 여수행 야행열차는 9월 21일 단 하루만 운영한다.
- [여행] 수백년 버틴 고택의 기품, 신록 속 풍경이 되다
- 송악면 유곡리에 자리한 봉곡사로 오르는 길은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로 이름나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오래된 절집 들머리엔 대개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길이 있다. 숲길을 걸어 오르는 동안 세속의 때를 조금이나마 씻어내라는 뜻일까. 수십 수백 년을 함께 서서 숲을 이루고 있는 아름드리 전나무·소나무·참나무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마음속까지 씻길 것 같은, 크고 깊고 서늘한 그늘을 드리운 숲길들이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신라 때 창건했다는 고찰 봉곡사로 오르는 아름다운 소나무숲 길로 간다. 아산과 예산 대술면, 공주 유구면이 만나는 자리에 솟은 봉수산 자락에 들어서 있다. 백 년 안팎씩 묵은 큼직한 소나무들이 맑고 시원한 솔바람을 내어 뿜는 700m가량의 산길이다.봉곡사 천년비솔길◇넉넉한 품에 잠시 안겨 쉬어가는 길봉곡사 만공탑소나무 숲길은 오른쪽에 조그마한 골짜기를 거느리고 오른다. 실낱같은 이 물줄기는 유곡천을 이뤄 마을을 지나 송악 저수지로 흘러든다. 길은 완만한데, 걸을수록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길바닥이다. 굽이쳐 올라간 소나무숲길은 매우 아름답지만,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어 운치를 떨어뜨린다. 스님들을 위해 포장했다지만, 길의 정취는 절반 이상 잃어버린 꼴이다.산길을 오르다 보면 소나무들에서 이상한 표시들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 소나무들의 밑동에 ‘V(브이)’자 모양의 흠집이 새겨져 있다. 일제가 2차대전 당시 비행기 연료 등을 만들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이런 흔적은 이곳뿐 아니라 안면도 등 곳곳의 소나무숲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제가 이 땅에 남긴 또 다른 상처인 셈이다. 소나무 숲길 끝자락에, 대나무숲에 기대앉은 봉곡사가 있다. 봉곡사는 산비탈에 돌축대를 쌓고 지은 아담한 절이다. 신라 시대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는데, 고려 땐 석암사로 불렸다. 조선 말기 고승 만공 스님이 도를 깨우친 절이라고 한다. 이를 기리는 만공탑이 있다. 경내 한쪽엔 꿈에서 계시를 받은 뒤 땅에서 캐냈다는 부처 모습의 돌에 얼굴 상을 새겨놓은 커다란 돌들을 모아놓았다. 석축 아래엔 까치집을 머리에 인 200살이 넘은 은행나무와 더 오래된 듯한, 텅 빈 나무 밑동에 새들이 세들어 사는 고목이 절을 지켜보고 서 있다. 절 앞엔 관리되지 않는 듯한 작은 연못도 두 곳 있다. 봉곡사에는 이렇다 할 문화재는 없다. 다만 대웅전과 창고로 쓰던 고방 건물은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절 앞의 갈림길에서 산길로 2㎞쯤 오르면 봉수산 정상(534m)이다. 꼭대기가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봉수산(鳳首山)이다. 산의 형세가 남북으로 날개를 펼친 채 동쪽으로 날아가는 봉황새의 모습이라 한다. 꼭대기엔 베틀을 닮은 베틀바위가 있다. 옛날 전쟁이 났을 때 주민이 이 돌 밑으로 피신해 베를 짰다는 얘기가 전해진다.충남 아산 외암마을에 있는 건재고택은 외암마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다.◇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곳 ‘건재고택’충남 아산 외암마을에 있는 건재고택은 외암마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고 있다. 이 정원에 있는 수백 년 묵은 소나무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가지를 크게 휘어 자라고 있다.외암마을은 아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다. 안동 하회마을, 제주 성읍마을처럼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마을을 찾은 진짜 이유는 ‘건재고택’ 때문. 조선 숙종 때 문신 외암 이간(1677~1727) 선생이 태어난 집을 건재 이상익(1848~1897)이 고종 6년(1869)에 지금 모습으로 개축했다. 문간채·사랑채·안채가 있고, 안채의 오른쪽에 나무광·왼쪽에 곳간채·안채 뒤편 오른쪽에는 가묘를 배치했다. 안채와 사랑채는 ‘ㄱ’자형 집으로 마주해 튼 ㅁ자형을 이루고 있다. 사랑채 앞은 넓은 마당으로 연못과 정자 등으로 꾸민 정원이 있다.건재고택은 외암마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가졌다. 그런데 아는 이가 드물었다. 그동안 건재고택의 솟을대문이 꼭꼭 잠겨 있어서다. 짐작하듯이 여기에는 파란만장한 사연이 있다. 고택의 주인은 뜻밖에도 현재 아산시다. 지난 3월 열린 경매에서 36억원에 낙찰받았다. 이전 주인은 예금보험공사였다. 고택을 지키던 후손이 이 집을 담보로 수십억 원을 빌렸다 갚지 못해 남의 소유로 넘어가서다. 당시 건재고택 소유권을 넘겨받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 현재 그는 불법대출로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횡령 혐의로 8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김 회장과 외암마을은 인연이 깊다. 과거 김 회장의 아버지가 외암마을에서 소작했다. 그런 외암마을에서 김 회장이 건재고택을 손에 넣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주인이 누구였든 건재고택은 여전히 이름처럼 ‘건재’하다.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감동이다. 정원은 진초록의 이끼와 기기묘묘한 나무들로 가득하다. 사랑채 앞에서 자라는 수백 년 묵은 소나무 두 그루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가지를 크게 휘어 자라는 두 그루의 소나무에서는 용 두마리가 연상된다. 정원 여기저기 배치한 괴석들도 기이하다. 처마의 현판은 물론이고 사랑채 기둥마다 추사를 비롯한 옛사람의 글씨를 볼 수 있다.드비즈 신부가 설계한 공세리 성당은 충남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다.◇충남 최초의 서양식 성당 ‘공세리 성당’ 드비즈 신부가 설계한 공세리 성당은 충남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다.공세리 성당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공세리 성당은 1922년 건립한 충남 최초의 서양식 성당 건축물이다. 성당이 서 있는 자리는 한때 아산·서산·한산을 비롯해 멀리 청주·옥천 등 40여개 고을로부터 세금으로 걷은 곡식을 보관하던 공세창고가 있던 곳이다. 공세리 성당은 착공 1년 만에 완공했지만, 땅을 사서 성당을 짓기까지의 기간을 합산하면 20년이 넘는다. 파리외방선교회 소속 에밀 드비즈 신부가 1903년 국유지였던 성당 부지를 사들인 것이 첫 단추였다. 드비즈 신부는 ‘이명래 고약’을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성당은 ‘드비즈 신부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계획을 세우고 비용을 마련한 것도 그렇지만, 프랑스의 이름난 건축가 아버지를 둔 드비즈 신부는 성당을 직접 설계하고 감리·감독까지 했으니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처음 지어졌을 때 공세리 성당은 지금보다 더 소박했다. 크기도 지금의 절반 이하였다. 한국전쟁 중에 인민군에게 점거당해 공회당으로 쓰이기도 했던 성당은 1970년 신자가 증가하자 북측의 제대 쪽을 헐어내고 317㎡(96평)를 증축해 495㎡(150평)로 늘려 오늘에 이른다.공세리 성당은 천주교 초기 순교성당이라는 종교적 가치도 훌륭하지만, 소박한 정신과 우아한 건축적 미감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단정한 아름다움도 뛰어나다. 언덕 입구에서 자라는 수령 300년이 넘는 늙은 느티나무와 언덕 위의 붉은 벽돌 성당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공세리 성당은 인근 당진의 솔뫼성지와 신리성지, 예산의 여서울성지, 홍성의 홍주성지, 서산의 해미성지와 함께 천주교 순례길의 성지다. 공세리 성당에서 솔뫼성지를 잇는 길이 천주교 순례길을 여는 ‘첫 구간’이다.충남 아산 송악면 유곡리에 자리한 봉곡사로 오르는 길은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로 이름나 있다.◇여행메모△가는길=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를 타고 천안나들목을 나가 1번 국도와 21번 국도를 번갈아 타고 아산으로 간다. 서해안고속도를 타고 서평택나들목에서 나가 아산호 건너 39번 국도 따라가도 된다. 외암리는 아산 시내에서 39번 국도를 타고 가면 나온다. 봉곡사는 외암마을 지나 공주·유곡 쪽으로 11㎞쯤 가면 대술·유곡 쪽으로 갈리는 삼거리를 만난다. 616번 지방도 쪽으로 우회전해 900m쯤 가서 봉곡사 팻말 보고 좌회전해 1㎞를 들어가면 마을 끝 주차장에 닿는다.◇잠잘곳= 아산은 숙소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온양온천·도고온천·아산온천에다 충무온천까지 더하면 아산의 온천은 4곳. 여행 일정에 온천욕을 끼워 넣는 게 좋겠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에게는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를 추천한다. 가족형 종합 스파 시설로, 실내 바데풀부터 실외 유수풀 등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카라반 캠핑장도 있다. 스탠다드(4인) 카라반 30대와 디럭스(4인) 카라반 20대 등 모두 50대 카라반을 보유하고 있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최근에 재개장한 글로리콘도 도고도 괜찮은 선택이다. 2인 기준 16평 객실과 조식, 천연 온천 사우나, 수영장, 아메리카노까지 포함한 가격이 10만원대 초반이다. 곡교천에는 야영장도 있다. 곡교천을 따라 4㎞ 남짓 이어진 은행나무 숲길을 끼고 있다. 67곳의 야영 면이 있고 개수대·화장실·샤워장은 물론이고 야간조명시설 등도 갖추고 있다. 온양민속박물관·현충사 등이 차로 10분 거리다. 온양민속박물관
- 충남도, 관광지 8곳서 영상산업 관계자 초청 팸투어
- 충남 서천과 부여, 공주 일원에서 영상산업 관계자 초청, 팸투어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충남도 제공[서천=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남도는 9~10일 서천과 부여, 공주 일원에서 영상산업 관계자를 초청, 팸투어를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이번 팸투어는 영화·드라마 촬영 유치를 위해 도내 주요 명소와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를 방문·소개하는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마련됐다.행사에는 충남영상위원회,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개별 영상산업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지역 관광지 8곳을 방문 및 탐방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팸투어 첫날인 지난 9일 참가자들은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판교마을, 국내 최대 규모 생태 박물관 국립생태원을 둘러보고, 영화 ‘극한직업’의 촬영지 장항읍·장항항을 방문했다. 이어 10일에는 부여 성흥산 사랑나무, 백제문화단지를 탐방한 뒤 공주 송산리 고분군, 공산성으로 이동해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살펴봤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번 팸투어를 통해 방문한 도내 관광 명소들과 이동하며 둘러본 장소들 모두 영화·드라마에서 매력적인 공간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며 “도내에서 촬영을 진행할 경우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여행하기 좋은 봄 "역사 속 설화 가득한 경기북부로 떠나자"
- 포천 산정호수 둘레길의 말을 타고 있는 궁예의 모습을 형상화 한 동상.(사진=경기도)[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 봄이 왔다. 4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2019년도 봄 여행주간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의미 있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김효은 경기도 평화대변인은 “한반도의 중심 경기북부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명소들이 많다”며 “여행하기 좋은 봄을 맞아 역사와 이야기가 가득한 경기북부에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대중교통으로도 충분히 갈 수 있고 청정의 자연 속 역사와 이야기가 넘실대는 경기북부 여행명소 5곳을 추천했다.포천 명성산.(사진=경기도)◇후삼국시대, 궁예의 한이 서린 ‘포천 명성산’후삼국 시대 태봉국의 왕 궁예의 전설이 내려오는 포천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이곳에서는 왕건에게 패배해 도망가던 궁예가 이 산에서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생에 최후를 맞이한 궁예가 망국의 슬픔에 통곡하자 산까지 따라 울었다고 해 ‘울음산’으로도 불린다.한 시대의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역사적 명소인 셈이다. 과거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태조 왕건’의 팬이라면 더욱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특히 이곳은 전국 5대 억새군락지 중 하나로 정상 부근에는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5월초에는 곳곳에 철쭉들이 완연한 봄을 드러내고 기암괴석마다 숨어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산행객을 환영한다. 인근에는 국민관광지인 산정호수가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객에게 좋은 소풍 장소다.양주 회암사지.(사진=경기도)◇태조 이성계의 별궁이자 조선 왕실 불교의 성지 ‘양주 회암사지’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인도 마갈국(마가다국)에서 태어나 원나라에서 고승으로 이름을 날리던 지공선사가 고려에 찾아와 “산수가 천축국 나란타사와 같아 불법을 펼치면 흥할 것”이라며 이곳에 회암사를 창건했다고 한다.특히 회암사는 조선시대 왕실의 적극적 후원을 입은 조선 최대의 왕실사찰로 한국 불교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왕자의 난 이후 상왕으로 물러난 태조 이성계는 이곳에 머물며 희생당한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일종의 별궁역할을 한 것인데 실제 이곳은 용문기와나 계단 구조, 월대 등이 경복궁과 유사해 태조의 또 다른 왕궁이라 칭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태종의 아들이자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은 회암사의 중창을 추진하며 이곳에서 대규모 불사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명종 시절 문정왕후는 회암사를 중수하고 400점의 불화를 제작하는 등 이곳을 조선불교 진흥의 중심으로 삼았다.안타깝게도 임진왜란 전후로 일어난 화재로 원래의 절은 터만 남았다. 다행히 1998년부터 2012년까지의 발굴 작업으로 다른 사찰과 달리 궁궐과 유사한 건축양식임이 확인됐고 각종 왕실 유물들이 다량으로 출토됐다.현재 이곳에는 회암사의 역사와 가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회암사지박물관’이 들어서 있으며 인근에는 순조의 명으로 이름을 이어 지어진 새로운 회암사도 소재해 있다. 회암사가 위치한 해발 423m의 천보산은 양주의 진산이기도 하다. 곳곳에 핀 봄꽃을 즐기며 산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양주 시내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동두천 소요산.(사진=경기도)◇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찾아서 ‘동두천 소요산’소요산은 통일신라시대의 고승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동두천의 대표 명산이다.원효가 요석공주를 떠나 소요산에 들어와 수행하던 중 아름다운 여인이 그를 찾아와 유혹했다. 설법으로 유혹을 물리친 원효는 그 여인이 관세음보살이었음을 깨닫고 수행을 더 정진하는 의미에서 이곳에 절을 짓고 ‘자재암’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소요산 곳곳에는 원효대, 원효폭포, 원효교, 요석공주별궁지 등 원효대사와 관련된 명소들이 많다.특히 요석공주별궁지는 요석공주가 그의 아들인 설총과 함께 원효대사의 수행지 근처에 별궁을 짓고 아침, 저녁으로 원효가 있는 곳을 향해 절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인근에는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과 자유수호박물관 등 어린아이를 두고 있는 가족이라면 방문하기 좋을 시설들도 소재해 있다.구리 아차산 고구려 대장간마을.(사진=경기도)◇고구려의 혼, 온달장군 최후의 격전지 ‘구리 아차산’아차산은 한강유역을 차지하려던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다툼이 활발하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특히 아차산은 고구려 후기 평강공주의 남편, 온달장군이 전사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삼국사기에 따르면 온달은 “죽령 서쪽을 되찾지 못하면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신라군과 맹렬히 싸웠지만 격전 끝에 아차산성에서 적의 화살을 맞고 전사했다. 이후 고구려인들이 온달을 장사지내려 하는데 관이 움직이지 않자 평강공주가 관을 어루만지며 애원하자 그제야 움직였다는 전설이 내려져 온다.이를 증명하듯 이 산 일원에서는 아차산성, 고구려 보루군(堡壘群) 등 각종 유적·유물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으며 온달이 가지고 놀았다는 지름 3m크기의 ‘공기돌바위’와 온달이 태어났다는 온달샘 등도 유명하다.산을 오르다 보면 서울시내와 한강일대를 조망할 수 있으며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영화사’와 고구려 시대 마을을 재현한 고구려대장간마을 등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매년 10월에는 온달장군 추모제향 행사도 열린다.파주 임진강 화석정.(사진=경기도)◇나라를 구한 율곡이이의 지혜 ‘파주 임진강 화석정’임진강 화석정은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가 벼슬에서 물러난 뒤 시를 짓고 명상을 하며 문인들과 학문을 논하던 곳으로 유명하다.화석정이 임진왜란 시기에 불탔다는 것은 기록으로 남아있는데 여기에는 한 가지 설화가 전해져 온다. 전설에 따르면 율곡 선생은 평소 틈이 날 때마다 들기름으로 화석정의 마루와 기둥을 닦도록 했고 어려움이 있을 때 읽어보라며 봉투 하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율곡이 죽고 8년 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는 급히 피난길을 재촉하게 되었는데 마침 임진강을 맞닥뜨리게 됐다. 문제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강을 건너기가 어려웠다는 것. 마침 율곡 선생의 유언이 생각난 이항복이 봉투를 열어보니 그 속에는 ‘화석정에 불을 지르라’고 쓰여 있었다. 이에 따라 화석정에 불을 붙이니 대낮처럼 밝아져 무사히 피난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현재 화석정은 임진강의 풍광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로도 유망하다. 특히 민통선 내 비경을 간직한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는 물론, 임진각 평화누리와 반구정, 자운서원, 통일촌 장단콩 마을 등 함께 둘러볼 만한 명소들이 인근에 많이 있다.
- [도시재생 뉴딜]충남 공주시 ‘역사문화’ 도시 기능 강화
- 충남 공주시 도시재생 뉴딜사업 계획.(이미지=국토교통부)[이데일리 박민 기자] 정부가 8일 선정·발표한 전국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 22곳 중 4곳은 역사문화와 건축경관 등 지역의 특화자산을 발굴·활용해 차별화된 사업모델로 발전시킨 게 특징이다. 이번에 뉴딜사업로 선정된 충남 공주는 역사문화 도시로 강화하고, 전남 구례와 경북 고령은 건축경관을 특화한다. 경기 의정부는 뉴딜사업을 통해 여성 친화도시로 발돋움한다.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문체부와 고용부, 행안부, 중기부 등 13개 부처의 80개의 도시경쟁력 강화 사업이 연계됐다”며 “하반기에는 사업모델을 확대하여 연내 15곳 이상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충남 공주시는 역사·문화 자산을 활용해 쇠퇴한 도심을 살리는 계획을 마련했다. 면적 13만8000㎡에 사업비 498억원(뉴딜사업비 232억원, 부처 연계사업 256억원, 공기업?민간 10억원 등)을 투입한다.사업 대상지는 유네스코에서 지정된 세계유산인 송산리 고분군 및 공산성이 인근(도보 10분)에 위치하고, 문화재청의 고도보존육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이다.지역의 노후화된 건축물을 활용해 거점공간을 조성하고, 지역의 역사문화 자산을 테마로 하는 다양한 골목길·산책길, 마을도서관도 조성할 계획이다.100년의 역사를 지닌 ‘공주 역사 영상관’은 영상박물관과 도서관?커뮤니티 공간으로, 노후화된 극장 부지(구 아카데미 극장)는 주민 커뮤니티센터, 마을주차장, 무인택배함, 폐기물 수거시설 등을 품은 마을 어울림 센터로 재탄생한다.이외에도 야간 조명을 테마로 하는 ‘루치아 골목길’, 제민천변 일대의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프롬나드(산책길)’ 사업 등을 통해 주변 상권 및 혁신거점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지역을 활성화할 계획이다.국토부 관계자는 “공주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완료되면, 공주시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유네스코 유산인 공산성을 둘러본 후 제민천 역사문화광장에서 문화 행사를 즐기고, 이후 루치아 골목길을 걷는 등 역사·문화의 체험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전남 구례군 도시재생 뉴딜사업 계획.(이미지=국토교통부 제공)전남 구례군은 군청 등 공공기관이 외곽으로 이전함에 따라 붕괴된 중심상권을 회복하기 위해 구례군 구도심 내 근대건축물, 구례읍성터 등 지역특화자원을 활용할 계획이다.사업 면적 16만3000㎡에 총 사업비 481억원(뉴딜사업비 133억원, 부처 연계사업 117억원, 공기업·민간 97억원 등)을 투입한다.먼저 거점시설인 ‘통합 어울림센터’를 구축하고, 문화재로 지정된 기존 읍사무소 건물은 리모델링해 역사문화기록관으로 조성한다. 통합 어울림센터에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고 건강·요리·공예 등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지역의 공동체를 활성화할 계획이다또한 옛 구례읍 성터길과 이순신 백의종군로를 연계해 역사문화거리 풍경을 연출하고, 공공건축가와 협업하여 통합 어울림 센터, 역사문화기록관, 구례읍 성터길 및 백의종군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통합디자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례군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완료되면, 과거 구례군의 모습과 변천 과정을 ‘역사문화기록관’에서 영상으로 접할 수 있다”며 “옛 모습에 새로움이 더해진 구례읍 성터길과 백의종군로를 걸어보며 구례군의 역사를 현실 속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여행] 무르익은 봄길따라 제주의 '색(色)'에 빠지다
- 가시리의 조랑말체험공원 일원에도 드넓은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다. 제주도 유채꽃 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제주=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완연한 봄이다. 꽃샘 추위도 지나고 일교차가 있기는 하지만 두꺼운 외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봄이 가장 먼저 도착한 제주는 봄이 만개했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겨우내 잠자던 생명이 잠에서 깨어난다. 제주의 청정 봄빛을 찾아 나선 길. 섬 구석구석 두 발로 걷고, 차로 이동하며 둘러본 제주는 이미 봄이 한창이었다. 한겨울에도 붉은 꽃송이를 여는 동백이나, 봄을 알리는 매화, 노란 산수유는 이미 꽃잎을 떨구고 열매 맺기에 분주하다. 화사한 노란 유채꽃도 제주도에선 이미 흔한 풍경이 됐다. 지금은 봄의 절정을 알리는 벚꽃도 화사한 자태로 봄꽃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진짜 봄이 온 것이다. 제주의 화려한 봄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본다.벚꽃 흐드러지게 핀 전농로◇화려한 자태로 봄의 절정을 알리다 벚꽃 흐드러지게 핀 전농로봄이 절정을 알리는 벚꽃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 지난주부터 꽃봉오리들이 줄줄이 터지기 시작했다. 제주 벚꽃감상지로 빠짐없이 등장하는 곳이 전농로다. 구도심에 있는 전농로는 KAL호텔 사거리에서 남성오거리까지 약 1.2km에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 수십 년 된 왕벚나무들이 줄지서 서 있어 해마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해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가지마다 수북하게 벚꽃이 피어나면서 황홀한 벚꽃터널이 만들어진다. 초입에는 100년 가까이 되는 아름드리 왕벚나무들이 있다. 왕벚나무는 일반 벚나무와 달리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제주도와 전라북도 대둔산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차를 타고 달려도 좋지만, 벚꽃향기를 맡아가며 음미하듯 천천히 걷는 것이 더욱 낭만적이다. 제주 신화가 깃든 ‘삼성혈’도 명소 중 하나다. KAL호텔 사거리에서 전농로 반대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역사 유적지, 삼성혈이다. 탐라국의 시조인 삼신인이 처음 나타난 제주도 원주민의 전설적인 발상지이다. 설화에 따르면 4300여년 전 제주도에 사람이 살지 않았던 먼 옛날 한라산의 신령한 기운을 받고 세 개의 구멍에서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라는 세 명의 성인이 솟아났다. 그 자리가 바로 지금의 삼성혈이다. 삼신인은 벽랑국에서 온 세 명의 공주와 혼인해 각자 부락을 이루며 살다가 탐라국을 세우면서 비로소 역사에 등장했다. 유적지 안에 벼슬 품(品) 자 모양을 한 세 개의 구멍이 지금도 잘 보존돼 있다. 삼성혈 위로 가지를 낮게 드리운 벚나무들은 성스러운 공간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꽃이 만개할 때면 태초의 신화가 깃든 이곳은 더욱더 신비롭고 엄숙한 분위기를 띤다. 주변에 오래된 벚나무와 사철 푸른 수목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어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벚꽃과 유채꽃이 같이 피어나는 녹산로◇제주를 샛노랗게 물들이다제주도의 봄은 유채꽃과 함께 찾아든다. 제주의 푸른 바다와 검은빛 돌담과 한데 어우러진 유채꽃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바닷바람 속에 풍겨오는 아릿한 유채꽃 향기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산방산 주변, 성산 일출봉 주변, 가시리 녹산로 등이 대표적인 유채꽃 명소다. 가장 유명한 유채꽃밭은 성산의 유채꽃 재배단지다. 고성 교차로에서 일출봉으로 가는 일출로를 따라가다 보면 길 양쪽으로 노란색의 유채꽃 단지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일출 명소와 사진 촬영지로 잘 알려진 광치기 해변 바로 옆이어서 국내외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지금 광치기 해변은 노랗게 피어오른 유채꽃이 한창이다. 산방산 주변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아름다운 절경과 용머리 해안 산책로, 하멜 상선 전시관 등을 같이 둘러볼 수 있다. 우뚝 솟은 산방산을 뒤로한 채 파란 바다, 맑은 하늘이 어우러져 제주다운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다만, 성산과 산방산 주변의 유채꽃밭은 개인 소유의 농지이기에 한 사람당 1000원 입장료를 받는다.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엉덩물 계곡입장료을 받지 않는 곳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녹산로다. 길 양쪽 가득히 유채꽃과 벚꽃이 자리한 봄의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중간쯤에 자리한 큰사슴이오름(대록산)은 오름을 가득 채운 유채꽃의 물결과 멀리 물빛 고운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가시리의 조랑말체험공원 일원에도 드넓은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다. 엉덩물계곡도 입장료가 없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한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옛부터 큰 바위가 많고 지형이 험해서 물을 찾는 동물들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언덕 위에서 엉덩이를 들이밀고 볼 일만 보고 돌아갔다고 해서 엉덩물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만개한 유채꽃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송악산방산해안도로에 핀 유채꽃◇이곳에선 나도 SNS스타 해안도로는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다. 걷거나 자전거나 차를 타며 바다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된다. 그중 인생 사진 찍기 좋은 해안도로는 ‘도두 무지개도로’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정도 거리의 제주시 도두1동에 있는 구간이다. 왜 무지개색일까. 방호벽의 경우 일반적으로 노란색과 검은색 빗살무늬로 도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곳의 방호벽은 침체한 동네를 활성화하기 위해, 화사한 무지개색으로 칠한다. 그 덕분에 주변 해변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경관을 만들어내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했다.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행객들신창해안도로도 사진 찍기 좋은 명소다. 저 멀리 얼핏 풍차 같아 보이는 새하얀 풍력발전기 수십대가 바다 위에서 유유히 돌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파란 하늘과 바다와 현무암이 어우러진 낭만적인 풍경에 저절로 카메라를 갖다 대기 마련이다. 한경면 신창리는 제주에서 가장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다. 이 때문에 한국남부발전의 한경풍력발전소 단지를 조성했다. 거대한 쇳덩어리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이 풍력발전기 덕에 신창리에서 용수리까지 이어진 약 6km 구간의 신창해안도로는 여느 곳과는 다른 이색적인 풍경을 갖게 됐다. 풍력발전 단지를 다 둘러봤으면 인근에 있는 싱계물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일몰시간 때면 바다풍차와 어우러진 낙조를 관람하려는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룬다.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이름난 ‘용머리해안’용머리 해안은 경관이 수려해 광고나 영화 촬영 명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산방산 앞자락에 위치한 용머리 해안은 언덕의 모양이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닮았다 해 붙여졌다. 전설에 의하면 용머리가 왕이 날 훌륭한 형세임을 안 진시황이 호종단을 보내어 용의 꼬리부분과 잔등 부분을 칼로 끊어 버렸는데 이때 용머리해안에는 피가 흘러내렸고 산방산은 괴로운 울음을 며칠째 계속했다고 한다. 이 곳은 수천만년 동안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사암층 중 하나이다. 길이 30~50m의 절벽이 마치 물결 치듯 굽어져 있으며 해안 절벽을 모진 파도가 때려서 만들어 놓은 모습이 절경이다.도두 무지개해안도로◇여행팁=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가 봄여행주간과 연계해 사진 여행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사진작가와 떠나는 ‘제주담은 감성도시락’과 사진여행 이벤트인 ‘제주를 닮고, 제주를 담다’ 등에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아울러 관광공사 제주지사는 지난해 말 인증사진 명소로 총 40개소를 선정해 리플릿을 선보인 바 있다. 제주 동서남북권의 명소들을 계절별로 나눴다. 봄 명소로는 섭지코지, 가파도, 상효원, 마방목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