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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우의 FX칼럼)쉽지않은 시장..이유가 있다(?)
  • [edaily] 달러/엔 환율의 갑작스러운(?) 폭락세, 그토록 엔화가치 등락의 뒷꽁무니만 쫓아다니던 달러/원 환율의 지긋함(?), 시장의 허를 찌르듯 이루어진 엔/원 환율의 급등세…. 최근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하나같이 “원/달러 거래는 정말 어렵고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는 것입니다. 답답하기는 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뭔가 갖다 붙일 이유를 찾아보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엔화의 강세전환…일시적 현상인가, 추세전환인가? 지난 2월 27일 네 번째 135엔 돌파시도가 무산된 이후 3월 7일 뉴욕시장에서 126.40의 일중 저점을 기록하기까지 달러/엔 환율은 영업일 기준으로 6일만에 6.37%에 달하는 폭락세(엔화가치는 급등세)를 보였다. 먼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시황이나 언론에서 분석한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 증시의 급등세로 인한 엔화수요를 들고있다. 닛케이 지수는 지난 2월 6일 지수 9420.85엔을 바닥으로 삼아 급등세를 연출하여 3월 7일 1만1648.34로 마감되기까지 한 달 만에 23.6% 상승에 달하는 강세장(Bullish market)을 시현하였다. ‘3월 위기설’의 진원지인 일본 은행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본정부가 증시부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약 37조엔에 달하는 부실여신을 끌어안고 있는 일본 은행들이 3월말 결산에서 새 회계기준에 따라 보유자산을 시가로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주가를 끌어 올리지 않고는 많은 은행들이 파산위기에 몰린다는 것), 그래서 2월 말 경에 일본 정부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사실상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둘째, 3월말 2001 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일본 기업들이 해외의 달러자산을 팔아 이를 엔화로 바꿔 국내로 들여오는 이른바 본국송금(repatriation) 엔화수요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예측이나 전망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또 바빠졌다. 지나고 보면 제대로 맞춘 기관이나 애널리스트를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주식거래나 외환거래를 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뭐가 나아도 낫지 않을까 싶어 “어디 좋은 전망 없나?”하며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오는 전망이란 것도 분류하면 크게 두 가지다. 앞서 정리한 두 가지 요인이 일본 경제 펀더멘털의 근본적인 개선과는 무관한 것이므로 4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엔화는 다시 약세를 재개할 것이라는 것과 일본 경기가 바닥에 접근한 상태에서 미국에서 먼저 시동을 걸고있는 경기 회복세가 유럽과 일본 등의 전세계적인 경기 회복세를 유발할 것이기에 일본 엔화의 약세도 135엔이라는 레벨을 찍고 마무리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의 견해가 옳은지는 약간의 세월만 지나면 확연히 드러날 것이고 필자의 개인적인 전망은 마무리 부분에 정리하고자 한다. ◇안 빠지는 달러/원 환율, 급하게 튀어 오른 엔/원 환율 동경의 달러 값이 꼬꾸라지는 동안에도 서울에서 사고파는 달러 값은 발목이 삐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시장 내 수급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며 애써 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려 했고 “Market is always right.(시장은 항상 옳다)”라는 명제를 되씹어 보던 시장참여자들도 지난 수요일(3월 6일) 엔/원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을 상향돌파 한 뒤 1030원 가까이 다가서는 상황에서는 꼭지가 돌아버리는 듯 하다. “해도 너무 한다.” 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리지만,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는데 왜 이번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사후약방문 격의 해설이야 못 갖다 붙이겠는가? 첫째, 대다수 시장참여자들의 달러/엔 환율에 대한 뷰(View)는 정확했는데 실제 물량이 시장 내에 충분치 못했다. 135엔에서 아래로 돌아서는 달러/엔을 보고 “고점을 봤다. 조만간 130엔 아래의 환율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한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3월 들어서는 달러/엔의 하락에 베팅한 숏(달러과다매도)포지션 구축이 알게 모르게 많이 이루어졌고 아닌게 아니라 달러/엔 환율은 하락을 넘어서 폭락세를 보이며 그들의 전망과 기대에 호응했지만 문제는 시장 내에 부족한 포지션을 채워줄 만한 달러가 실제로 공급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다 못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큰 규모는 아니라 하더라도 주식 순매수를 하는 모양새만 갖춰 주었더라도 “숏”으로 승부를 건 세력들이 좀 더 나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을 터인데 일중 수급에서 확연한 달러공급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밤 사이 급락한 달러/엔 환율 따라 갭 다운(gap-down)으로 시작한 뒤 장 막판으로 가서는 낙폭을 다 까먹는 “전약후강” 장세가 이어졌다. 둘째, 엔/원 환율의 점진적인 하락세를 전망한 엔/원 숏포지션(엔화매도/원화매수 포지션을 의미하는데, 대체로 달러/엔 롱, 달러/원 숏으로 구축된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금년 들어 한국과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에서 한국이 비교우위를 지닐 것이라는 전망 하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엔화에 대해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였음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976.50원 정도를 저점으로 확인한 뒤 1개월 정도 980~990원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엔/원 환율을 지켜보면서 엔/원 숏포지션을 들고있는 세력이라면 초조할 만 했다. 그러던 차에 달러/엔은 폭락하는 와중에 달러/원 환율은 쉽사리 밀리지 않는 모습이 연출됐고, 심리적 저항선인 100엔당 1000원 마저 올라서니 달러/엔 롱포지션에서 손절매도, 달러/원 숏포지션에서 손절매수가 촉발되었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첫째 요인은 마치 경마장에서 1,2위로 들어올 말들을 정확히 짚었지만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우승마를 점쳤기에 내게 돌아오는 배당금이 적다는 사실에 비유할 수 있겠고, 둘째 요인은 “우루루 몰려 다니면 다친다.”거나 “꽃길은 남들이 가지않는 쪽에 열려있다.”는 시장의 속언을 생각케 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엔/원 환율을 1000원 이상으로 안착시킴으로써 수출부진에 따르는 걱정거리를 좀 덜어 보자는 당국의 의지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부분은 확인하기도 어렵고 확인된 바도 없으며, 설령 그러한 “작업”이 이루어졌다손 치더라도 지금의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그러한 변수를 이겨낼 역량을 갖추지 못한 시장이라면 그 문제로 툴툴거릴 것도 없다고 본다. 자기 분수와 능력에 맞게 처신하여 살 길을 찾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달러/엔 환율은 더 떨어질 것인가? 이제 맞고 틀리는 것을 떠나 필자의 개인적인 뷰를 밝힐 차례다.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향후 환율전망을 올린다는 사실에 그다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내로라 하는 기관들이나 세계 유수의 IB(Investment Bank)들이 내놓는 리포트를 보더라도 지나간 환율에 대한 정리는 더 이상 바랄 바 없을 정도로 깔끔하지만 향후 환율에 대한 전망으로 들어가면 너나 할 것 없이 장님 문고리 잡기 식의 코멘트 일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환율이나 주가 등 시장에서 살아 꿈틀거리며 형성되는 “가격”과 그 방향성에 대해 항상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 기관이나 개인은 있을 수가 없고(누차 하는 얘기지만 그 순간 시장은 붕괴된다. 모두가 그 예측대로만 매매하려 할 때 사고자 하여도 살 수 없고 팔고자 하여도 팔 수가 없게 된다), 본 칼럼을 매번 빠뜨리지 않고 읽어주시는 독자들도 “방향”을 얻고자 함이 아니라 “논리”를 듣고자 함임을 알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135엔을 의미있는 꼭지로 본다. 그 이유는… 첫째, 일본 증시가 12년 대세하락의 바닥을 치고 돌아섰다고 본다. 1989년 말 역사적 고점인 3만8915.87엔을 기록한 이후 90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일본 닛케이 지수는 작년 9월 21일 9382.95로 바닥을 쳤고 금년 2월 6일 9420.85에서 이중 바닥(Double-bottom)을 형성한 뒤 겁나게 치솟고 있다. 앞서 말한 3월말 결산을 의식한 일본정부의 증시부양책에 의해 “만들어진 장”으로 보기엔 너무 힘이 좋고, 그리고 미국의 경기지표들이 계속 좋게 나오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줘야 할 것 같아서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이 살아나면 일본 경제도 희망이 생긴다. 그리고 3월 대란설 운운하는 가장 절망적인 시기가 사실은 주식을 사야만 하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지난 911 테러사건이 발생했던 시점을 상기해 보라. 그 폭락장에서 눈 딱 감고 주식을 사놓고 잠수한 사람들이라면 지금 얼마나 느긋할까?) 둘째, 달러강세 시절이 마감되었다고 본다. 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클린턴 행정부 시절 내내 유지되었던 “강한 달러(Strong Dollar)” 정책은 작년 11월 기준으로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을 90년 대비 25% 이상 상승시키고 95년 대비로는 30% 이상 달러를 고평가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작년 여름 한참 강한 달러 정책에 대해 논란이 펼쳐졌을 때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이 부시 행정부 또한 강한 달러를 선호함을 천명하였지만 지금은 다시 한 번 부시 행정부의 내심을 확인할 시기가 되었다. 부시 행정부가 취임 초부터 강한 달러를 포기할 경우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우려가 미국 금융자산에 투자된 해외자본의 유출을 야기할 수 있고 그로 인한 미국 주가 및 채권가격의 하락은 미국 국민들의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며 그 결과 경기침체가 가속화 할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애기는 달라진다. 아버지가 연임에 실패했고 자신 또한 개표부정 시비에 휘말리면서까지 어렵사리 정권을 잡은 부시로서는 “표”에 약할 수 밖에 없다. 어찌 보면 테러를 응징한다면서 황량한 아프가니스탄 땅을 더욱 쑥밭으로 만든 것도 취임 과정에서의 이런저런 약점들을 커버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아예 나라 밖으로 돌리자는 심사였는지도 모르는데(필자는 개인적으로 부시가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 감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바람둥이 클린턴이 오히려 훨씬 포용력이 있고 맏형다운 데가 있었다고 본다), GM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이나 기타 수출시장에서 일본이나 한국 등과 경쟁해야 하는 미국 기업들의 강한 달러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느덧 당연시 하고 있는 “강한 달러”에 대해 의심을 가져볼 때가 되었다는 얘기다. 셋째, 엔低를 통한 일본 경기진작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 제품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은 그들의 가격경쟁력 때문이 아니다. 이 말은 일본의 수출산업은 가격탄력성이 낮다는 말이기도 한데, 과거 데이터에 따른 실증적 분석에 의하면 엔화가치의 1% 하락에 따른 수출증가 효과는 0.1%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또한 일본 GDP 대비 수출비중은 10% 미만으로 GDP 증가율을 1%포인트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엔화가치가 50% 정도 하락해야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마디로 엔화가치를 떨어뜨려 뭘 어떻게 도모해 보겠다는 것은 정답이 아니란 얘기다. 127엔대까지 달러/엔이 급락한 8일 오전에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차관의 “최근 환율변동이 너무 급격하고 필요하면 시장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옛날 버릇(?)이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잠시 128엔대로 올라서는 기미를 보이긴 했으나 “진짜 액션을 취할 의사가 있느냐?”고 되묻기라도 하듯이 여전히 주말의 동경시장이 127엔대 중후반의 환율에서 횡보하다 마감하였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135엔이 서너번에 걸쳐 막히면서 달러화의 급락조짐이 감지되었다. 2000년 1월 101엔 중반대부터 시작된 달러 상승장이 파동이론으로 따져 보았을 때 어느정도 균형감 있는 한 차례의 사이클을 완성할 만한 시기와 레벨에 이르렀고, Daily chart상으로는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삼중천정형(Triple-top) 패턴이나 상승장의 막바지에 추세전환패턴으로 작용하는 다이아몬드 패턴(Diamond pattern)이 나타나고 있었다. 단순한 기술적 조정국면으로 보기에는 최근 며칠간의 달러 급락세가 너무나 가파르고 최근 몇 개월에 걸쳐 관찰되던 환율 하락시 유입되는 저가매수세의 파워 또한 예전같이 힘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단기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이후 다시 127엔이 아래로 밀린다면 시간 문제일 뿐 125.50이나 123엔대 초반을 시도할 수 있는 장세라고 본다. ◇그렇다면 원화는? 솔직히 어렵다. 엔화나 유로화 같은 남의 나라 통화를 가지고 예측하고 거래하라면 더 쉽겠다. 더구나 최근 며칠처럼 “사람 잡는 장”을 경험하고 나면 정말 정이 뚝뚝 떨어진다. 장 중 달러/원 등락은 귀신도 모른다. 밤 사이에 펼쳐지는 외부변수의 급변에는 못 이기는 척하며 개장 초 따라가 주기는 하니 달러/엔의 방향성에 대한 베팅으로 이월 포지션에 승부를 거는 수 밖에 없다. 하루 전만 하더라도 130.50의 지지여부에 주목하던 달러/엔 환율이 127엔대로 주저앉은 날에도 네고보다는 결제수요가 많고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20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았다 하여 전일 대비 20전 하락에 그친 1314.30원으로 마감하는 시장에서는 그 어떤 예측이나 전망도 무위로 그칠 수 밖에 없다. 너무 작은 시장(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을 통틀어 트레이딩을 한다 할만한 곳은 채 스무군데가 안 된다), 하루 동안 치고 박아본들 채 25억불의 거래량이 안될 때도 많은 이 난쟁이 시장에 실제 수급에서 1억불 정도만 수요우위 혹은 공급우위로 쏠려 버려도 모든 재료들이 무시되는 “거꾸로 가는 장”이 가능한 시장, 이 小人國에 걸리버(당국 혹은 역외)가 출현하면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칠 수 밖에 없는 현실… 그럼에도 환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라면 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주말 뉴욕시장에서 이루어진 장세를 보고 짐작하자면, 달러/엔은 다시 128.60 레벨까지 반등하였다. 시장의 예상(5.8%)보다 양호하게 5.5%로 발표된 2월 실업률과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일자리 수가 늘어난 것으로 발표되는 등 고용시장의 안정화가 수치로 나타나면서 뉴욕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간 것에서 달러 강세 이유를 찾는 듯 하지만 그것 또한 마땅찮은 해석이다. 최근 달러/엔의 급락세가 미국 경기지표가 나빠서이거나 증시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 않는가? 130엔대 위에서 순식간에 127엔까지 밀고 내려온 뒤 주말 포지션 정리과정에서 이루어진 단기급락 뒤의 기술적 반등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차라리 주목해야 할 부분은 월요일 아침부터 일본 외환당국의 최근 엔화 급등에 대한 반응과 그에 따른 동경시장의 움직임이다. 뉴욕시장에서의 역외선물환(NDF) 시세도 1315/1316원 정도로 마무리되어 지난 금요일 종가(1314.30원)를 고려하면 약보합세 정도로 파악되고 엔/원 숏포지션 보유세력들의 손절매는 지난 주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고 본다면 문제는 목요일로 다가온 트리플 위칭 데이(Triple witching day :주가지수 선물, 옵션과 개별주식 옵션 만기까지 겹치는 날)를 앞두고 국내 증시가 어떤 양상을 펼칠 것이며 외국인들은 순매도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미국 경기지표의 연이은 호조에 호응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설 것인가에 달렸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거칠다면 1310원 바닥인식에 따라 환율은 달러/엔의 반등 기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고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보인다면 지난 주 채 따라붙지 못한 달러/엔의 하락폭에 맞춰 가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 필자는 지난 주 갭 다운(Gap-down) 개장 이후 반등하여 데일리 캔들을 양봉(陽棒)으로 자꾸 만들어 가며 많은 시장참여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장세를 경험하며 작년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갭 업(Gap-up) 이후 음봉(陰棒)을 만들어 가던 시절이 떠오른다. 1280원 아래가 자꾸 막힌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장이 1300원 위쪽을 시도하던 그 당시, 분위기는 위쪽이 맞았는데 그 분위기 따라 롱플레이를 시도하면 자꾸만 어디에선가 물량이 시장으로 들어와 번번히 롱스탑에 의한 막판 급락세로 마감되곤 하였다. 한두 번도 아니고 2주 정도 그러한 장세가 이어지자 시장에서 나름대로 달러 롱플레이를 선호한다는 딜러들이 롱마인드를 접고 달러매도에 치중하기 시작하자 결국 환율은 1314.50원까지 치솟는 장이 서고 말았다. 지금이 그 때와 비슷하다. 시장은 어느 정도 달러/엔의 급락을 예감했었고 엔화대비 원화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공감대 하에 숏마인드가 충만한데 환율은 잘 안 빠지며 오히려 재료와 뉴스 따라 정석에 따른 트레이딩을 수행하는 세력들을 다치게 만드니 지칠 때가 되었다. 거래에 임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단순한 구석이 있다. 빠질만한 상황에서 안 빠지면 사고, 올라야 할 상황에서 잘 못 오르면 팔아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그리고 항상 큰 장은 그렇게 시장참여자들이 엉뚱한(?) 고집을 부리거나 한쪽 방향으로 흥분할 때 서기 마련이다. 지난 주에 확인되었기에 1310원 아래에서는 매수세가 계속 강하게 붙을 수가 있다. 그리고 1300원 아래의 환율을 보기 위해서는 달러/엔 환율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달러/엔 환율이 그렇게 절대적이고 유일한 변수라면 지난 번 몇 차례에 걸친 135엔 돌파시도 때 우리 원화환율이 1320원대에서 유유자적 하였다는 것도 비정상이라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올라선 1300원인가?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다는 지표가 확인되거나 외국인들이 정말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이런저런 모양새의 직접투자를 실행한다는 것이 가시화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140을 운운하던 달러/엔 환율이 128엔대로 내려섰고, 미국의 경기지표는 이제 “경기 침체”라는 단어는 더 이상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을 갖게끔 하고,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하락세로 접어들기 보다는 그 동안의 급등세에 대한 조정국면이라는 장세판단이 대세를 이루는 시점에 그렇게 급하게 쫓아가며 높은 레벨에서 달러를 매수하거나 나중에 필요한 달러까지 미리 당겨 사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니 좀 더 과감히 말하자면 혹시 시장이 1320원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면 길게 보고 숏(달러과다매도)으로 승부를 걸겠다. 지금 연말 환율이 1400원쪽에 가깝다고 보는 세력보다는 1200원쪽에 가깝다고 보는 세력이 더 많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그래서 달러를 팔다 보면 자꾸 혼나는 상황이 발생해서 그렇다면 사보자는 심정에서 사긴 하지만 그 또한 레벨이 여의치 않으면 별 재미 없었지 않았던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이성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쪽을 택하겠다는 것이며, 문제는 시장의 의외의 움직임에 녹아나지 않도록 좋은 단가의 포지션을 취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2002.03.11 I 이진우 기자
  • (이진우의 FX칼럼)1315원에서의 승부
  • [edaily] 1315원… 최근 반년 남짓 되는 기간동안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목할 레벨로 떠오른 환율이 1315원입니다. 설을 전후한 급등락 장세 속에서도 결국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고민은 “1315원 위냐, 아니면 그 아래냐?”라는 명제로 축약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 이렇게 1315원이 중요한 레벨로 부각되는지를 한 번 살펴보고 갈까요? ◇큰 승부가 펼쳐졌던 레벨 1315원이 처음으로 의미있게 다가온 시기는 작년 7월 24일 1314.50원에서부터 8월16일 1275원까지 환율이 흘러내릴 때였다. 1365.30원의 연중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향추세를 지속해 오던 달러/원 환율이 5월 하순과 6월 초에 걸쳐 1278원 부근이 강하게 지지되는 것을 확인한 이후 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첫 좌절(?)을 맛본 시점이기도 하다. 이후 몇 차례의 공방전을 거치면서 1280원 아래 역시 힘겹다는 점이 공감대를 형성한 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던 환율이 막혔던 것도 10월 4일 일중 고점으로 기록한 1316원에서였다. 이 두 차례의 1315원 돌파실패는 그 당시 분위기상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그 이전에 1270원대의 안착 내지는 그 이하로의 환율하락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의 몇 차례에 걸친 환율하락시도 또한 시장을 컨트롤하는 듯한 모종의 힘에 의해 좌절되었던 미스테리(?)와 상충시키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겠다. 어쨌든 두 번째 1315원 돌파실패는 이후 11월 27일 1261.90원의 일중 저점을 기록할 때까지 다소 큰 폭의 환율하락세를 유발하였고, 그에 이어 달러/엔 환율의 급등세 재개라는 “모든 것을 잠재울 만한 재료”로 인해 12월 28일 1334원까지 환율이 치솟는 72원 급등장세를 일구어내었다.(1262원에서부터 시작된 반등세는 말 그대로 단기급락에 뒤따르기 마련인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점과 따라서 2001년 연말 환율도 1200원대의 환율로 마감되리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135엔대를 위협하는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음으로 인해 그러한 전망들은 “전망에 그친 전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1300.20원(금년 1월 7일)까지의 조정국면, 다시 1335.30원(1월 23일)까지의 2차 급등세, 또 다시 1305.10원(1월 31일)까지 밀리는 등 급등과 급락이 교차되던 시장은 설 연휴를 전후하여 달러/엔 환율이 쓸데없이(?) 135엔과 132엔대를 오가는 와중에 달러/엔의 방향 따라 단기에 큰 수익을 내보고자 의욕적으로 거래에 임했던 시장참여자들에게 상처만 입히고 말았다. 그 이후로는 달러/엔의 132~135엔 박스권 거래가 지속되면서 서울 외환시장도 1314원에서 1320원 언저리까지의 6~8원에 불과한 박스권 거래에 안주하며 일중 거래량 또한 급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웬만큼 환율이 올라도 추격매수세가 따라붙지 않고 또 웬만큼 빠진다 싶어도 따라가며 달러를 파는 세력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고 말았다. 이토록 장황하게 날짜까지 짚어가며 1315원의 족보(?)를 살펴 본 것은, 과거의 기록이 웅변하고 있듯이 1315원 근처에서는 몇 번에 걸친 큰 승부가 펼쳐졌었고 그 승부처 근처로 환율이 접근함에도 롱(Long) 세력과 숏(Short) 세력간에 아직 확실하게 상대방의 항복을 받아낼 만한 명분이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힘겨루기에 접어들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달러/엔의 방향성과 국내외 증시의 향방이 머지않아 “1315원의 위”와 “1315원의 아래”중 어느 쪽이 정답인지를 판별해 줄 터인데, 지금 당장 성급한 판단은 유보하는 것이 낫겠다. 다만 시장에서 읽혀지는 분위기를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데…… ◇곧 움직이긴 움직인다 먼저 달러/엔 시장의 분위기를 살펴보자. 서너 번에 걸친 135엔대 진입시도는 번번히 무산 되었고 시장에서는 그 이유를 3월말 결산을 앞둔 일본 기업들의 본국송금용 엔화수요에서 찾고있다.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2월 둘째 주간동안만 일본계 투자자들이 104억엔에 달하는 해외주식을 매각하고 4,371억엔 규모의 해외채권을 순매도 하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달러매도/엔화매입 실수(實需)거래요인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달러/엔의 급등세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기술적으로도 달러/엔 차트는 굉장히 무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0엔 아래로 쉽게 달러/엔 환율이 내려서지도 못하는 이유는, 아니 당장 132엔 하향돌파조차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그다지 확고한 개혁의지를 찾아보기 힘든 고이즈미 내각의 미적거리는 모습을 볼 때 달러를 내다 팔고 엔화를 매입해야 할 뚜렷한 이유를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기회 있을 때 마다 “강한 달러 선호”를 확인하는 미국 행정부의 태도를 감안하더라도 국제금융시장의 외환 트레이더들이 과감한 Dollar short against Yen 포지션을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달러/엔과 관련하여 지켜보아야 할 사항은 엔화에 대한 Repatriation 수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인 3월 초에 가서 정말 달러 상승세가 급격히 재개될 것인지, 135엔이 금년도의 달러/엔 환율 꼭대기로 굳어지는 것인지의 여부이다. 다음으로 살펴 볼 시장은 국내외 증시다. 미국 증시는 하루하루가 위태롭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엔론사태 이후 기업들의 분식회계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데에다 며칠 걸러 발표되는 경제지표나 기업실적 등이 그다지 시장에 우호적이지 못하다. 몇 개월에 걸쳐 형성된 차트를 보더라도 조만간 급락의 가능성은 농후해도 급등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반면 국내 증시는 요즘 그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외환시장, 채권시장이 공히 뒤늦게 겨울잠에 빠져 들어 맥을 못 추는 가운데에 휘청거리는 뉴욕증시에도 아랑곳 없이 종합지수 800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말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월드컵 개막 이전 1000포인트 달성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뉴욕채권의 등락은 달러/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과(뉴욕증시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면 달러/엔의 상승을 장담할 수 만도 없게 된다) 국내 증시에 외국인들의 자금이 추가적으로 얼마나 더 들어올 것이지 아니면 결국 뉴욕증시와의 연결고리를 끊어 버리지 못한 채 다시 밤새 벌어진 뉴욕증시의 동향을 뒤따라 가는 장세로 회귀하게 될 것인가의 여부이다. 그 다음으로는 오도 가도 못하는 달러/원 시장 차례이다. 달러/엔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외국인들의 과격한 몸짓이 포착되지 않는 가운데에 지수만 꾸준하게 올라가는 증시 또한 큰 모멘텀을 제공하지 못하는 가운데에(예전 같으면 주가가 오르는 날이면 여지없이 채권 값이 떨어졌던 국채선물 시장도 증시와 따로 노는 독립적인 장세를 보이니 더 어려운 시장이 되어 버렸다) 환율이 어디론가 치고 나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메이져들이 거래의욕을 잃은 상태에서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변동성과 파괴력(?)을 지닌 시장이라면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한 시장이다. 다들 연초부터 뭔가를 해야 된다는 조급증에 움직이지 않는 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지만, 1~2월 장사는 이미 글렀다고 마음 편하게 먹고 조만간 닥칠 방향성 잡힌 시장에 대비하여 체력이나 비축해 둬야 할 것이다. 필자도 막연하게 위로 튈지 모르겠다든지 아래쪽을 대비해야 한다든지 하는 소 발에 쥐 잡기식 전망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곧 시기가 도래할 것이고 그 때 시장에 순응하겠다는 각오 밖에는 없다.
2002.02.19 I 이진우 기자
  • (이진우의 FX칼럼)멀미나는 장세에서 할 일은?
  • [edaily] 환율의 출렁거림이 다소 과합니다. 옛날 할머니들이 쓰시던 말로 "아주 짓이 났다."고나 할까요? 11월 27일의 1261.90원에서부터 12월 28일의 1334원까지는 1개월에 걸쳐 72원이나 환율이 상승하는 추세가 있는 장이었지만, 그 이후 1300.20원(1월 7일)까지의 급락세 이후 다시 1335.30원(1월 23일)까지의 급등, 다시 1월 말 1305.10원까지 30원이 빠지다가 2 Big을 하루 사이에 왔다갔다 하는 달러/엔 따라 Gap-up과 Gap-down을 거듭하는 장세... 그야말로 시장참여자들이 정신 차리기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하듯이 환율의 등락을 예견하여 돈을 벌어 보겠다는 세력들로서야 이런 날들이 계속되었으면 싶겠지만 환율의 4~5% 변동만으로도 그 동안의 생산/ 판매를 위한 노고가 수포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기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끔찍한 노릇입니다. 어차피 그 누구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장세 속에서 환율의 움직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에 서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헤지(Hedge)는 해야 한다 지난 1월 22일로 기억된다. 전일 종가 1320.40원에 비해 12원 정도가 치솟았던 날이었는데 거래업체로부터 된통 혼(?)이 났다. "아니, 이렇게 환율이 10원 넘게 오르고 하는 날이면 아침에 미리 귀띔이라도 해 주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같은 기업하는 사람들이야 하루 종일 환율만 쳐다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를 수 밖에 없는데 야속합니다.".... 그 당시는 개장 초 높게 시작하는 환율에 달러를 팔아 놓으면 장 마감 무렵에 짭짤하게 챙길 수 있었던 이른바 "전강후약 (前强後弱)" 장세가 며칠째 이어 오던 때라 그 날도 대부분의 인터뱅크 딜러들이 장 중 숏포지션을 일으켜 놓고 달러/엔의 하락이나 외환시장 내에서의 물량공급을 기대하며 마냥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132엔대 중반에서 횡보하던 달러/엔 환율이 갑자기 134.50까지 치솟으며 135엔대 돌파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여기저기서 숏커버링 매수세가 쇄도했고, 은행권 딜러들의 예상과 달리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은 없자 오퍼공백사태가 벌어지며 환율은 순식간에 1330원대로 진입해 버렸다. 장 마감 후에 들리는 후문에 의하면 그 날 시장에는 온통 시체만 즐비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그러한 업체의 볼멘 소리에 다음과 같이 대답이라 할 수도 없는 대답을 하였다. "오늘은 나름대로 전망과 뷰를 갖고 딜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다 손실을 보는 날이었습니다. 달러/엔의 상승세가 주춤거리는 듯 했고 국내외 증시가 좋아서 웬만하면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짐작하기 쉬웠다 보니 시장 포지션이 과도하게 숏(달러과다매도)으로 몰려 있었던 듯 합니다. 환율이 10원 이상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날은 웃는 사람보다 우는 사람이 더 많은 날로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지금 이 대목에서라도 달러를 사 두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하는 질문에는 "글쎄요, 이제 당장 위로는 많이 가야 10원 정도의 룸이 있어 보이는데 급한 결제수요가 아닌데도 미리 사 두는 것은 또 한 번 마지막 매수세가 되어 단가 좋은 롱들에게 밥이나 되는 것은 아닌지 조금 우려됩니다. 저 같으면 남들 흥분해서 살 때 팔아 두고 시장이 흥분하여 아래쪽을 노릴 때 사 보는 거래패턴을 취하고 싶습니다."... 필자가 요즘 안타깝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는 외환거래가 제법 발생하는 중소업체라 하더라도 그들이 보유한 換리스크 관리(Foreign exchange risk management) 체계는 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얼마간의 비용이 아까워 실시간(real time) 환율보다 5~15분 지연된 "옛날 환율"을(외환시장에서 10분이면 얼마든지 역사가 바뀔 수 있다) 무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보면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으로는 승자가 될 수 없다. 은행을 통한 선물환 거래(Forward transaction)나 선물회사를 이용한 선물거래(Futures trading)--물량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경우에 적합--를 통한 적정 레벨에서의 헤지를 권유하면 "에이, 헤지라고 해 두었다가 안 한만 못한 경우가 나중에 발생하면 우린 짤려요."하는 대답이 돌아 온다. 차트 공부를 해서 어느 정도 레벨이면 매수할 만한 시점인지 아니면 보유달러를 처분할 시점인지 나름대로 판단하시라고 권해보면 "그 차트란 게 어디 늘 맞는다는 보장이 있나요? 무슨 소린지도 잘 모르겠고, 설령 차트 다룬 책에서 본대로 해 봐도 잘 안됩디다."라는 대답을 들을 때가 많다. 필자의 후배 한 명은 이제 막 일어나는 개인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철저한 환리스크 헤지를 병행해 가고 있어 그 예를 들어볼까 한다. 수입 L/C를 개설하고 3개월 후에 결제대금 20만불이 필요한 경우에 그는 L/C 개설시점의 환율이 회사의 적정마진을 보장한다면 요즘처럼 언제 달러/엔 환율이 튀어 오를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형국에서는 지체없이 원/달러 선물 4계약을 매수 함으로써 20만불을 사기 위해 필요한 원화를 확정시켜 둔다. 20만불로 은행에 가서 3개월 선물환 거래를 하자고 요구하기에도 여의치 않은데다 그런 거래에서 수수료(스왑마진+은행 수수료) 부분에서 얼마 정도 바가지(?)를 쓰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기 때문이란다. 물론 3개월 후에 실제 환율이 더 떨어지는 경우라면 이런 헤지거래는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그러나 그는 "헤지는 헤지에서 끝나야 한다."는 개념이 정립되어 있으며, 정말 눈에 보일 정도의 환율 하락반전의 기미가 포착되면 같은 개수의 원/달러 선물 매도포지션을 취하는 기민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이 두 가지 경우 선물거래에 필요한 총 증거금은 2천만원에 해당한다. 한 가지 더 첨언하고 싶은 것은 달러선물 거래의 증거금을 현재의 1계약당 250만원에서 조금 낮추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장된 달러선물이어서 그런지 현행 원/달러 선물거래에 소요되는 증거금은 국채선물에 비해 비싼 편이며, 그 결과 레버리지(leverage) 효과가 낮고 헤지거래에 드는 비용도 높아지다 보니 달러선물 시장은 환율변동폭의 확대추세 속에서도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슨 얘기를 하고싶어 이런 장황설을 늘어 놓는가 하면,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의 위험을 안고 있는 기업체라면 어떤 방식에 의한 것이든 환리스크 헤지 방안을 항상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넋 놓고 있다가 환율이 며칠 사이에 30~50원을 치솟고 신문마다 엔低가 어떠니 원화환율이 불안하다느니 하는 기사로 도배되는 시점에 가서야 뒤늦게 달러매수에 뛰어든다거나 며칠 연속 환율이 급락하여 마치 바닥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시점에 보유달러를 시장에다 던진다면 항상 "내가 사고 나니 환율이 빠지고 내가 팔면 환율은 오르더라."는 탄식만 나올 뿐이다. 엔화 환율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본경제의 악화를 반영하여 여기저기에서 예상하듯 140엔까지는 갈 것 같다. 지금 1310원대에서의 환율에서 결제한다면 우리 회사의 수지를 맞출 수가 있다... 이런 판단이 선다면 매수 헤지를 하는 것이 옳다. 다들 달러/엔이 140엔까지 오른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135엔 이상은 힘들어 보인다. 우리 원화환율도 달러/엔 따라 작년 하반기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1320원이나 1330원대의 환율에서 달러를 팔 수만 있다면 수지가 맞아 든다......이런 상황이라면 매도 헤지를 해 두는 것이 옳다. 두 경우 모두 향후 환율방향이 예측과 맞고 안 맞고는 헤져(Hedger)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헤지(hedge)와 투기(speculation)는 엄연히 다르다. 헤지를 하였다가 오히려 결과가 나빠진 상황만 문제 삼는 기업풍토가 불식되지 않는다면 우리 나라에서 환리스크 관리라는 테마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가 된다.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파는 정도의 기분으로 헤지를 해 나가야 하며, 1년 동안 영업 잘 해 놓고도 환율 때문에 적자 났다는 푸념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헤지는 해야 한다. 실무자는 하고 싶어도 "나중에 깨질까 봐"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높은 분"들의 헤지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1310원대에 갇혀 버린 환율 1334원에서 1300원 근처까지를 두 차례에 걸쳐 왕복달리기를 하고 난 뒤라 지금 외환시장은 다소 피로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출렁거리는 장이 몇 주 동안 이어졌으면 벌어 둔 것 지켜 나가자는 세력들과 심한 타격을 입은 내공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세력들로 크게 나뉘어 지는 데에다 그렇게 해서 엷어진 레인지 장세에서 강점을 보이는 몇몇 군데가 장 중 수급이나 뉴스에 따라 다소 과장된 몸짓을 보이며 하루는 오르고 하루는 내리는 방향없는 장세가 펼쳐지기 마련이다. 2월 들어 국내외 시장은 극심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관심의 대상인 달러/엔 환율은 135엔대 안착이 두 차례의 시도 끝에 무산된 채 조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엔화의 급격한 절하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이는 일본 관료들의 기존 입장과는 다소 상반된 듯한 코멘트, 그리고 연일 하락세를 이어 가며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이는 뉴욕증시의 동향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Weekly candle chart를 살펴보면 이미 지난 주에 큼직한 먹구름 덮힘형의 추세 반전신호가 포착되어 130엔이나 심지어 129엔대까지의 추가조정이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급격한 엔화절하가 야기할 수 있는 해외투자자금들의 유출이 일본으로서는 두려울 수가 있고 시기적으로도 3월 결산을 앞둔 일본기업들의 본국송금용 엔화수요가 부각되는 시점이라 당장 달러/엔 환율이 135엔대를 상향돌파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조정국면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일본 현지의 심각한 경제적 난맥상이 달러/엔 환율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금보다는 훨씬 높은 레벨인 140엔대 이상이라는 점에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시점이라 함부로 달러/엔 환율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에도 겁이 난다. 뉴욕증시 또한 혼조세다.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이 경기침체기의 바닥을 이미 지났음을 시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엔론社의 파산 이후 부각된 기업들의 회계분식에 대한 경계감이 이미 단기급등 이후 추가상승의 모멘텀이 부족해 눈치만 살피던 뉴욕증시를 나락에 빠져 들게끔 하고있다. 나스닥 지수의 경우 이제 50포인트 정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수 1800의 지지여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레벨이 지지된다면 뉴욕 투자자들도 향후 장세를 그리 비관적으로만 보고 있다고 할 수 없어 국내 증시에도 힘을 실어 줄 수 있겠지만, 허무하게 밀리면서 투매현상까지 빚어진다면 국내 증시 또한 이제 막 시작된 조정국면이 깊이 그리고 오래 갈 수도 있겠다. 수출의 급감으로 무역수지가 이미 새해 들어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투자금액 유출입 여부가 올 한 해 달러/원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엔화환율 따라 움직이는 "분위기에 좌우되는 환율"은 결국 엔화 따라 언제라도 원위치를 할 수 있는 반면, 실수급에 따라 오르거나 내린 환율은 그에 상응하는 물량이 맞받아쳐 주지 않으면 적정환율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는 엔화만큼이나 국내 증시에 유입되거나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금 동향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제법 긴 설 연휴를 앞두고 이번 주 환율은 131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정도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 10원 근처에서는 사고 싶고 20원 위에서는 팔고 싶은 것이 요즘 대부분 시장참여자들의 심리인데, 혹 달러/엔이 출렁거리면 1310원 아래나 1320원 위로 훌쩍 튈 가능성은 상존한다. 사흘 정도의 연휴 기간 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럴 때가 헤지 물량이 있으면 헤지를 해 둬야 하는 시점이다.
2002.02.05 I 이진우 기자
  • (edaily리포트)뉴스는 비아그라가 아닙니다
  • [edaily]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격언이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소문에 무감각하고 뉴스에 놀라 흥분하다가 꼭지에 사서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권산업부 이진우 기자가 패스21 사건과 증권시장을 바라보면서 뉴스 생산자로서 느꼈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패스21"이라는 기업이 요즘 세간에 화제를 뿌리고 있습니다. 그 회사 주식을 받은 언론사 기자들도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구속되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며 한숨을 쉽니다. 패스21을 둘러싼 부패의 메커니즘은 매우 간단합니다.벤처기업인이 뇌물을 주고 기사를 쓰게 하고, 기자는 그걸받고 기사를 쓰고, 그 기사를 본 투자자들은 흥분해서 주식값을 띄우고, 기업인은 다시 그 주식을 뇌물로 쓰고..... 그런데 이 메커니즘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인 기업인, 기자, 투자자 중에 기업인과 기자는 윤리성이라는 잣대를 치우고 단순히 경제성,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바라보면 지극히 "괜찮은 거래"를 한 셈입니다. 기업인은 적은 비용으로 기업가치를 높여놨고 - 기자에게 뇌물을 주지 않고 고지식하게 신문에 광고를 냈으면 수백배의 돈이 들었을 겁니다 -, 기자들은 늘 하던 일을 돈을 받고 "더 신경써서" 했을 뿐입니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조그만 신경쓰면 훨씬 큰 보상이 돌아오는, 매우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거래를 한 겁니다. 그리고 그 기사를 본 투자자들은 양측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만큼 충분히 "흥분"해 주었고 그 덕분에 주가는 다시 몇배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흥분한 투자자들은 각자의 흥분지수 만큼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별로 윤리적이지도 않고 매우 비효율적인 거래를 한 셈입니다. 그러나 이런 메커니즘은 그 어떤 기업에서도 가능한 "지렛대 공식"입니다. 그러니 기업인과 기자들은 늘 그런 유혹에 휩싸이게 됩니다. 기사를 쓰면 투자자들의 흥분지수가 높아지고 그만큼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지렛대 효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체없는 막연한 흥분에 따라 상승한 기업가치는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되지만 그 시간은 농간꾼들이 "먹고 튀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뉴스에 흥분한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범까지는 아니라도 "악순환의 윤활유" 역할은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신문에 났다"면 무조건 진실로 착각하는 습관에서 기인합니다. 어떤 분은 "그럼 불량식품을 만들어 팔아도 사먹은 사람 잘못이라는 것이냐?"고 항의하시는 분도 있을 줄 압니다. 제 말씀은 불량식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계속 잡아들여야 하지만 사먹는 쪽도 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좀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몇몇 언론사들과 기자들이 정신차리는 것보다 차라리 수백만 투자자들이 냉정하고 현명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이기도 합니다. 자칫하면 생명이 날아갈 판인데도 무턱대고 "브랜드"하나만 믿고 아무 음식이나 사먹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피같은 쌈지돈을 모두 날릴 위험 앞에서 "뉴스" 하나만 보고 몰빵을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증권시장을 취재하다 보면 정말 작은 뉴스 하나에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것을 목격할 때가 많습니다. 그 중에는 정말 황당한 경우도 허다합니다. 우선 기사에 들어가는 다양한 미사여구가 만만찮은 강적입니다. "이미 세계시장을 석권한 바 있는.."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난.." "불과 1개월 만에 거둔 쾌거라는 점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등의 찌라시성 문구들은 순진한 투자자들에겐 강력한 "최음제"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투자자들도 문제입니다. "A사, 00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해제" 같은 기사로 상한가를 기록하는 걸 보면 참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불성실 공시가 있은지 6개월안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자동으로 해제되는 당연한 것임에도 투자자들은 흥분합니다. 무슨 부도난 기업이 갑자기 살아난 것처럼 말입니다. "투자유의종목 해제" 같은 기사는 정부에서 맘껏 투자하라고 도장을 콱 찍어준 것 쯤으로 착각합니다. 이런 기사는 정말 쓰기가 겁이 납니다. 해제된 게 맞으니 안 쓰기도 그렇고, 쓰고 나서 벌겋게 달아오르는 호가창을 보면 제 얼굴도 같이 붉어지니 말입니다. 가끔은 새로운 소식이 아닌 것에도 흥분지수가 높아지는 것을 목격합니다. 요즘 "B사, 지난해 순익 300% 증가" 같은 실적 기사들도 알고보면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때 이미 예상된 것일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30억원의 순익을 올려 400%이상 순익이 증가한 P사의 경우 이미 지난해 3분기 말에 순익이 29억이라고 발표했었습니다. 이 뉴스를 뒤집어 보면 4분기에는 1억밖에 못벌었다는 안좋은 의미인데도 투자자들은 마치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처럼 "가격제한폭"까지 흥분합니다. 이미 며칠전에 다른 매체를 통해 기사화된 것임에도 비슷한 뉴스가 나가면 다시 흥분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투자자들이 모든 매체의 뉴스를 다 챙길 수는 없으므로 잘 모르겠으면 안사면 되는데 남들이 흥분하니까 덩달아 같이 사들입니다. 그럴땐 정말 서로를 너무도 신뢰합니다. 이렇게 사들인 기업의 주식이 그 가격을 유지하느냐 하면 결코 아닙니다. 빠르면 5분만에 늦어도 하루면 원래 가격으로 돌아갑니다. 패스21 같은 장외주식은 그 기간이 더 길 뿐이지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자들이 기사를 신중하게 쓰는 겁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투자자 여러분들이 그런 기사를 냉정하고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신중한 기사만 쓰기엔 언론 시장이 너무 치열하고 험한 곳이지만 자기 돈을 기자의 손끝에 맡기는 건 더더욱 무책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여러분, 제발 뉴스에 흥분하지 맙시다. 뉴스는 비아그라가 아닙니다.
2002.01.17 I 이진우 기자
  • (Credit Research)하나로통신②-자금조달이 최대과제
  • [edaily] 하나로통신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다. 재무지표 상으로만 보면 하나로통신의 신용등급은 실제보다 후한 점수를 받은 셈이다. 사업개시 4년만인 올해가 되어서야 흑자전환이 가능한데다 예전보다 줄었다지만 기간망 및 가입자망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비도 아직 상당하다. 그러나 업계 2위라는 위상과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성장성을 고려한 신용평가사들은 BBB-를 부여해 투자적격 등급에 턱걸이하도록 만들었다. 하나로통신이 지속적인 유상증자를 통해 소요자금의 상당부분을 조달해왔다는 것이 긍정적 요인이 됐다. 외형신장에도 불구하고 운영자금 부담이 적은 사업특성상 순영업활동현금(NCF)이 이익규모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는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업계에 따르면 "원리금 지급확실성이 있지만 장래 환경변화에 따라 저하될 가능성이 내포돼있다"는 것이 BBB급의 정의다. 하나로통신은 설비투자 마무리단계 및 적정가입자 확보 때까지는 영업손실이 불가피하여 향후 필요자금의 상당부분을 외부차입에 의존해야 한다. 이 점을 두고 하나로통신을 보는 평가업계의 시선은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불꽃튀는 찬반양론 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등급하향 요인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흐름 창출력의 개선이 보이고 앞으로 점점 호전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 정책변화를 감안할 때 이 시장에서 최소 2개업체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나로통신이 자기 혼자 먹고살기도 벅찬 재무구조를 가지고 경쟁사를 인수한다며 두루넷과의 통합을 폄하하는 의견이 많지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워콤 입찰준비는 하나로통신의 수익원구조를 다양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지적. 또 "어차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올해 안에 포화상태에 접어들 것이 확실하며 월 사용료 싸움은 의미가 없다"며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이용한 부가적 수익사업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리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상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평가업계 관계자는 "드림라인은 물론 두루넷과의 합병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부채비율이 100%가 넘는 하나로통신이 부채비율 400%대인 두루넷과 합병한들 당장 무슨 효과를 보겠느냐"며 "가시적인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려면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하나로통신이 등급상향을 논하려면 적어도 연간으로 영업이익은 3000억~4000억, 경상이익은 1000억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는 하나로통신의 재무구조를 감안할 때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드림라인 신용등급은 하나로통신에게 인수된 직후 BB+로 한 단계 하향조정됐다. 제일제당이라는 사업자금의 계열지원 배경이 떨어져나갔다는 것을 우려한 평가. 하나로통신은 인수대상자이므로 처지가 다르지만 방심하다간 등급하향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 ◇"통신사업자+온라인 미디어" 연합 붐도 주목해야 지난 4일 한국통신은 "한통하이텔과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지분 교환을 통한 전략적 제휴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사업의 관건이 컨텐츠와 우량한 가입자 기반이라는 점에서 사상초유의 통신사업자와 온라인 미디어 업체의 빅딜이 일어난 것이다. 양사 모두 기존의 가입자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현재 초고속인터넷의 이용패턴은 음성에서 데이터 위주로 바뀌고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가입자 위주 성장에서 통화량 위주의 질적 성숙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점에서 막강한 가입자를 보유한 포털과 탄탄한 설비망을 구축한 통신사업자 간의 결합은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흐름에 적절히 편승하지 못한다면 하나로통신에겐 업계 2위라는 이름만 남을지도 모른다. 동원경제연구소 양종인 연구원은 "하나로통신의 포털인 하나넷이나 드림라인의 드림엑스를 둘 다 합쳐도 다음의 위력에는 당하지 못한다"며 "두루넷의 코리아닷컴과 연합하여 추진할 수 있는 사업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2위 사업자가 1위 사업자의 모든 것을 따라잡을 순 없지만 업계 구조개편의 중심에서 밀려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동성문제 해결하려면 산 넘어 산 현대증권은 지난해 7월 보고서를 통해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안정궤도에 진입했지만 추가 가입자 증가에 따른 신규투자비, 장기차입금 상환 등을 감안할 때 자금조달이 절실하다"며 "향후 하나로통신은 2003년까지 총 1조4000억원의 추가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파워콤 인수를 위해서는 최소한 8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처지다. 하나로통신은 국내은행 차입, 해외 DR발행,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 특정 장비업체에 장비공급권을 우선 부여하는 대신 대금회수 기간을 늘려주는 방법 등을 사용하는 자금조달 기법)을 통해 자금난을 해결하려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어느 것 하나 만만치않다. 주가가 액면가를 겨우 웃도는 상황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힘들다. 지난해 10월 3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증권 발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하나로통신의 향후 자금소요를 감안할 때 해갈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아직까지 내부현금창출능력이 미진하다는 점에서 자금조달 해결능력이 하나로통신의 향후 성장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하나로통신 IR팀 홍기범 팀장은 "우리 회사에 관한 여러 위기설이나 우려를 잘 알고있지만 과장된 면이 많다"며 "현재 추진중인 외자유치나 CBO발행 등이 착실히 이뤄지고 있어 올 한해 유동성문제는 걱정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신용등급이 하나로통신의 향후 성장성에 비해서는 분명히 저평가 상태"라며 "자금 조달금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동사 현실을 감안해서 꾸준히 등급상향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로통신은 지난해 EBITDA 흑자전환을 이룩했고 올해는 영업이익, 내년에는 순이익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결코 안된다. 정보통신산업은 국가경쟁력 판단의 기준이며 21세기 세계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결정하는 중요산업이다. 하나로통신 역시 이 흐름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내외 경쟁업체들에게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라고 자신있게 외칠 그 날까지.
2002.01.10 I 하정민 기자
  • (이진우의 FX칼럼)뒤쫓아다니면 늘 당한다
  • [edaily] 중심 못 잡고 남들 하는대로 뒤쫓아 다니기만 하다보면 당하기 쉬운 곳이 시장입니다. 최근 몇 회에 걸친 본 칼럼 내용에 불만이 있었던지 가까운 지인 한 명이 다음처럼 충고를 하더군요. "남들 다 환율 오를 거라고 흥분하는 시점에 당신은 왜 맨날 어디서 환율이 다시 떨어질까 하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느냐? 그런 식으로 계속 쓰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잘 생각해 보라."... 뭣 때문에 욕(?)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1320원 이상의 레벨에서 환율이 움직일 때 마냥 달러매수를 외치기에는 좋은 레벨을 다 지나쳐 온 것 같다는 코멘트가 그리 잘못되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번 주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늘 그랬던 것처럼 또 불투명합니다. 달러/엔이 132엔대 안착을 앞두고 조정 폭을 넓힐 것인지, 화끈하게 불붙은 증시가 계속 그 랠리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인지, 결국 135엔을 향해 달러/엔은 달려갈 것인지, 달러/원 환율도 엔화를 따라서 다시 고점을 높여 갈 것인지, 확신있게 얘기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환율예측보다는 시장에서 거래를 해 나가면서 덜 휘둘리는 방법같은 다소 한가한 얘기나 좀 나눌까 합니다.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는다(?)(!) 거래를 해 나가면서 덜 휘둘리는 방법이라... 큰 결제수요나 네고물량으로 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업체이거나 그러한 업체들을 끼고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메이져 은행권에서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없는 사항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시장을 휘두르며 남들이 누리는 평균수익률 이상을 항상 거두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개미들은 그 와중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 헤매고(개미들 손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뉴스나 정보라 할 수도 없는 단계이지만...) 큰손들이 만든 차트라도 분석해 가며 조심스레 거래에 임할 수 밖에 없다. 과거 주식시장에서도 현물주식을 사서 그 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던 시절, 시카고에서 선물·옵션거래기법이 막 그 꽃봉오리를 피울 무렵 서울에서 옵션을 처음 시도해 보고자 했던 선배 딜러가 옵션을 선전하면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이건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는 거야. 죽이는 거지."... 그렇다. 이후 증시에서도 주가지수 선물옵션거래가 도입되고 선물거래소가 설립되면서 채권을 비롯한 웬만한 금융상품을 취급할 때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올라도 터지고 내려도 터지는 시장이 되었으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만큼 빨리 깡통을 찰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거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게 모르게 롱(Long)을 좋아하거나 반대로 숏(Short)을 편안하게 여기는 습성들을 지니고 있다. 물론 아주 유연하고 탄력적인 뷰를 지니고 시장에 순응하면서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는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오르는 장에 강한 사람과 내리는 장에 강한 사람들로 나뉘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입사 이래 1~2년 동안 주가가 빠지기만 하는 장을 경험하며 직장생활을 시작한 증권맨은 주가가 마구 오르는 장이 불편한 반면, 환율이 급등하는 장세 속에서 딜링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롱쪽으로 손이 쉽게 나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수입업체나 수출업체의 외환담당자들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들이 원하는 환율 방향은 정반대이며, 그러다 보니 그들이 민감해지는 장세도 정반대이다. 수입업체는 환율이 오를 기미가 있으면 불안해지고 그에 따른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수출업체라면 그 반대가 될 것이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장황설을 늘어 놓는가 하면 시장에서 덜 휘둘리기 위한 첫째 방법으로 자신은 (환율이) 오르는 시장과 내리는 시장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편안했으며, 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가를 먼저 살피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롱돌이(?)라는 판단이 선다면 내리는 장에서는 바닥신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로, 난 숏돌이(?)에 가깝다고 판단된다면 오르는 장이 꺾이는 조짐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분명 자신이 보다 확신을 갖고 강하게 시장과 어울릴 수 있는 시점과 레벨이 있는데 아무 시점, 아무 레벨에서나 올라도 먹고 내려도 먹어 보겠다고 덤비다가는 시장(Market)이라고 하는 만만치 않은 거인에 휘둘리기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기다리는 세월이 더 많을 것 아닌가? 한 가지만 얘기하고 마치기에는 서운하여 몇 가지를 더 짚어 본다. 둘째, 모두가 간다고 할 때는 조심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1995년 4월, 급격한 엔화절상으로 인해 역사적 저점(Historical low)인 1달러당 79.80엔이라는 두 자리 숫자 엔화환율을 갖고 시장에서 치고 박을 때 대다수가 60엔까지 간다고 얘기했었다. 가깝게는 작년 4월 초 달러/엔이 127엔 등정을 앞둔 시점에서는 모두가 금방 130엔을 돌파한다고 얘기했지만 그 130엔의 돌파를 이루기 전에, 아니 127엔대의 안착을 이루기 위해서도 달러/엔은 116엔 초반까지의 깊은 조정을 거쳐야 했다. 요즘은 인터넷을 이용해 웬만한 금융상품을 거래하면서 남들이 희망하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감 잡을 수가 있다. 외환관련 사이트마다 환율이 잘 오르지 않는다고 조급해 하거나 짜증을 내는 듯한 글들이 많이 눈에 띄면 한 번 팔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살 만한 세력들은 이미 다 사 놓은 상태에서 그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추격매수세를 기다리고 있는데 생각만큼 매수세가 달라붙지 않을 때 이미 롱을 들고있는 사람들은 조급증을 내기 마련인데, 내가 마지막 매수세력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셋째, 신문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1면 톱으로 환율이 언급되거나 2~3일 연속 환율이 주요 뉴스로 떠오르면 먹고 있는 포지션은 빨리 정리 할 필요가 있다. 예측을 위주로 하는 전문 사이트들과는 달리 신문은 사실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매체이다 보니 가장 늦을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연초 1350원까지 환율이 튈 것 같다는 보도 때문에 지금 마음고생 하는 사람들 제법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필자는 경험적으로 신문에서 어디까지 간다라는 기사가 제목으로 올라 올 때면 이미 다 왔다고 보는데, 이러한 뷰는 앞서 말한 남들이 모두 간다고 할 때가 위험하다는 견해와 함께 나름대로 족보가 있는 이론이다. 이른바 시장심리(Market sentiment)를 이용한 반대의견(Contrary opinion) 기법인데, 이미 열 명 중에 여덟, 아홉의 포지션이 한 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에서 다음 펼쳐질 상황은 뻔하다는 어느 정도 과학적인(?) 배경을 지닌 거래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 환율은? 월요일 오전 장에서 지금 시장은 극도로 피로를 느끼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막상 동경 장이 새해 들어 시작되었음에도 달러/엔은 135엔 등극을 위한 132엔대 안착조차 힘겨워 130엔대에서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고, 원화 환율은 1270원대부터 1334원까지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조정다운 조정 한 번 없이 거침없이 올랐던 후유증으로 30원 가까운 급락세를 보인 터라 위도 아래도 다 지신없어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달러/엔의 경우 130엔, 달러/원의 경우 1300원의 지지여부가 1차적인 관심사항이 될 것이고, 대다수 시장참여자들이 지금의 달러하락세는 엔화나 원화시장 할 것 없이 그 동안의 급등세에 대한 조정국면이라 보기에 어디서 다시 반등세를 재개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급등 후의 급락장세를 경험했고 지금은 조정장세라는 데에 대해 의견이 모아진 만큼, 이번 주 환율은 급등락보다는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달러/엔의 추이를 살피며 이루어지는 시장참여자들의 포지션 정리차원의 움직임이 예상된다. 서울 외환시장은 지난 주 누적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소화과정이 필요해 주초 급격한 상승세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인다. 이미 1000원 아래에서 움직이는 엔/원 환율에 대해서는 시장이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 접어 들었는데, 매수 타이밍을 조율하는 측이라면 달러/엔의 조정 폭에 따라서는 1295원까지는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시장을 살펴야 하겠고, 채 정리가 안 된 롱포지션을 들고 있는 측이라면 1310원대 환율이 보이면 일단 던지고 나서 향후 장세를 관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냥 오르기만 할 것 같던 달러/엔이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그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달러/엔만 추종하기에는 최근 국내외 증시가 너무 좋다. 2002년 달러/원 시장은 예년에 비해 훨씬 어려워질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려운 시장에서는 지나친 흥분은 금물이다.
2002.01.07 I 이진우 기자
  • (기업탐방)"맛과 서비스의 퓨전을"-신세계푸드
  • [edaily] "당신 회사의 구내 식당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맛 없고 영양가 없는 식사를 하고 계십니까?" 단체급식 전문업체 신세계푸드시스템이 고객들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신세계푸드시스템의 하장근 사장은 "그동안 단체 급식의 이미지는 주로 한 끼를 떼운다는 식이었죠. 음식이 무엇이냐 보다는 먹을 것을 내놓는다는 데에 더 의미를 두었습니다"라며 말을 시작한다. 그러나 먹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철학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인간의 본질과 상통하는 것 아닌가? 오죽하면 "밥은 법이다"란 말도 있을까? "아무거나""되는대로""그냥 있는것" 하 사장은 우리의 음식문화는 개성이나 창조성 보다는 획일성이 강조돼왔다고 꼬집는다. 이같은 급식문화에서 신세계푸드시스템은 "맛과 영양을 겸비한" 음식으로 단체급식시장 진출을 선언했다.여기에다 서비스까지 첨가해 단체 급식의 "전문화"를 외쳤다.물론 식자재의 유통과정을 단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단체급식시장에서 신세계푸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위생"이다.위생은 단체급식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기 때문이다. "위생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갖춰지는 것입니다. 조리장에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조리복을 입고 모자를 쓰며 손 소독 기계를 통해 손을 씻도록 하는 등 사전관리부터 철저히 감독해야 하죠" 하 사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게 "위생"이라고 말한다. "신문 사회면에 식중독 기사만 봐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신세계푸드는 97년 ISO9002 인증을 획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까다롭다는 'HACCP 인증'도 따냈다.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인 HACCP는 3개월간 시범 사업장에서 꾸준한 개선작업과 교육, 시설보강 등을 통해 얻어낸 성과다. 그렇지만 위생은 그저 기본일 뿐이다.못하면 안되는 것이지만 잘한다고 해서 튀지도 않는다.경쟁자보다 앞선 경쟁력이 되기는 힘들다.그렇다면 전문 급식업체의 플러스 알파는 무엇일까? 바로 "맛과 서비스"여야 한다는 게 하 사장의 지론이다. "보통 직영 구내식당 음식은 맛도 없고 또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무표정해 음식 더 달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급식도 엄연한 서비스 산업입니다" 그래서 신세계푸드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고 직원들의 서비스 정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교육과 이벤트를 개최한다. 매년 두차례에 걸쳐 사내 조리경연대회를 개최, 우승한 조리사에게는 포상을 하고 출품된 음식은 메뉴로 개발돼 고객들 앞에 선보이게 된다. 또 일본 급식전문업체인 MEFOS와 업무제휴를 맺고 메뉴개발과 구매, 식단운영 노하우 등을 공동개발 뿐만 아니라 직원 교환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고객에게 직원들의 친절도나 음식 맛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고객만족'을 추구하기도 한다. 위생과 맛, 서비스의 3박자를 갖춘 전문 급식업체라고 해서 모두 성장할 수 있었을까?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와 발전 정도에 따라 크게 영향받았다"고 하 사장은 귀뜸한다. "IMF 이후에 아웃소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많아지더군요. 투자나 관리면에서 아웃소싱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특히 단체 급식분야가 관리나 경영측면에서 무척 낙후돼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외부로부터 급식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단체 급식시장이 커져가면서 신세계푸드의 고객도 하나둘씩 늘어갔다. 현재 신세계푸드는 주로 기업체나 학교를 대상으로 급식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최근 병원 급식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만 해도 지난해 1개에 불과했던 병원 급식 사업장이 올해들어 8개로 늘어났죠. 또 중소기업들은 사업체 규모가 작아서 단체급식을 도입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벤처빌딩이나 아파트형 공장 등이 생기면서 작은 기업들이 한 곳에 모여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도 하죠" 작은 틈새시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하 사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급식 시장만이 신세계푸드의 영역이 아니다. 외식사업과 식자재 유통사업 등 연관 사업에서 영역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할인점인 이마트 내에 패밀리 레스토랑인 이투게더를 운영하고 있다. 이투게더는 가족들이 이마트에 쇼핑 와서 식사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18개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내에 추가로 2개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투게더는 자주 가기는 어렵더군요.자주 가면 사장이 감시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나 또 다른 외식 브랜드인 까르네스테이션은 즐겨 찾는 편입니다. 뷔페식이라 정해진 비용 안에서 마음껏 먹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30대를 대상으로 회식이나 모임 등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차별성을 갖고 있죠" 하 사장은 패밀리 레스토랑의 성공 비결은 정확한 타겟 고객층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누가 우리 고객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을 파악해야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까르네스테이션은 IMF를 맞으면서 위축되기도 했지만 정확한 타겟 마케팅 덕에 올들어 매출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신세계푸드의 매출도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여 10월까지 이미 작년 매출액을 넘어선 105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도시락 사업에도 진출했다. 일본 이또추 상사 및 패밀리마트와 연내에 합작법인 패밀리푸드를 설립하고 도시락 생산 공장을 건립키로 한 것이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도시락 문화가 발달한 곳입니다. 이또추 상사의 노하우를 빌어 도시락 사업에서도 한번 '전문성'을 발휘해 볼 생각입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하 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유통사업도 전개, 신세계푸드를 종합 식품업체로 키울 계획이다. "급식을 위해 산지에서 자재를 직구매하게 됩니다. 급식사업장에 10만명분의 쌀을 공급해야 한다면 한꺼번에 20만명분의 쌀을 구입해서 나머지 10만명분의 쌀은 유통마진을 받고 팔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시작된 유통사업의 꿈은 단순한 유통이 아니라 원재료를 가공하고 여기에 자체 브랜드를 달아 유통시킴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으로까지 연결됐다. 신세계푸드는 이를 위해 서울 근교에서 유통센터 및 식품가공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부지를 탐색 중이다. 이처럼 하 사장이 유통까지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은 신세계백화점에서 오랫동안 유통을 담당했던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75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신세계백화점에서 일한 시간만 20여년이다. 신세계 백화점 내 특판사업부가 분리돼 신세계푸드시스템으로 설립되면서 당시 법인 사업부장이었던 하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유통은 현장에 무게를 둬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꼭 현장에 나간다는 하 사장은 유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식품사업을 전개하는 '전문업체'로 신세계푸드의 비전을 조망했다.
2001.12.03 I 권소현 기자
  • (환리스크관리의 주역들)SK글로벌 이명석팀장(중)
  • [edaily] 이번주 대상자는 SK글로벌 이명석 팀장입니다. (상편에서 이어집니다) ◇황소론과 착시현상(Vertigo) -외환위기 당시는 어땠습니까. ▲사실 저희는 700원에서 900원으로 상승할 시기에 헤지를 많이 했습니다. 환율이 심상치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정책적으로도 헤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씀드렸고요. 사실 나중에 한국은행이 고백했지만 1997년12월 당시 국내 외환보유액은 실질적으로 20억달러 정도였습니다. 200억달러 중 180억달러 가량이 인출불가능한 금액이었으니까요. 당연히 시장에서는 이미 그런 얘기가 돌았었고 저희가 헤지에 열을 올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환율이 900원에서 1000원 올라갈 때 헤지비중을 100%로 높였습니다. 물론 저희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할만큼의 헤지는 못 해서 손실을 좀 봤어요. 다만 다른 곳 처럼 넋 놓고 당하지는 않았으니 회사에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가니까 그때부터 헤지한다고 달려드는 회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회사들이야 당연히 실패하죠. 외환위기가 터지고 환율이 1996원 고점을 찍었는데 왜 그때부터 죽 빠지기 시작했겠습니까. 더이상 달러를 사는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기업들이 1500~1700원대에서 달러매집에 나서는 바람에 살 사람은 다 산 거죠. 많은 기업들이 품의서 쓰고 1억달러 사라는 결제받아가며 달려들 때는 이미 "꼭지"였습니다. 매물이 나와도 받아줄 곳도 없었구요. 자연스레 1400원대로 하락하게 된 겁니다. 머니게임에서는 다수가 피를 보게 돼 있어요. 소수가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황소무리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쭉 달려가다가 갑자기 맨 앞의 황소가 확 돌아서요. 그럼 나머지 황소들은 이유도 모른채 돌아서는 대열에 정신없이 동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뒤에서 쫓아오던 황소들이 피 흘리고 쓰러질 밖에요. 1700원에 달러 산 기업들은 뒤쫓아오는 황소들이죠. -맨 앞의 황소가 아무나 되는건 아닐텐데요(웃음). 선두대열에 서기 위해 따로 노력하는 점이라도 있으세요. ▲저는 누구나 선두대열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시장참가자들이 저만큼의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닐테구요. 남는 건 자신감 문제죠. 머리를 믿느냐 가슴을 믿느냐 하는 문제. 사실 저도 오늘 1296원이 깨질 때 많이 불안했어요. 사람인데 왜 안 그렇겠습니까. 하지만 저에겐 이 두려움을 어떻게 이길거냐는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즉, "내가 두려워하는 이유가 내 머리가 경고신호를 보내서 두렵냐, 내 심리상태가 두려워하는 것이냐"를 구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제가 공군중위 시절 비행기에 대한 이론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전투기를 몰고 바다로 한참을 달려가면 나중에는 위쪽이 하늘인지 아래쪽이 하늘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이 온다고 하더군요. 바로 버티고(vertigo, 착시현상)이죠. 몸이 꽉 달라붙은 상태에서 여압장치때문에 몸이 거꾸로인지 아닌지를 인식할 수 없는 거에요. 때문에 비행 전에는 매일매일 교관들이 교육을 시키죠. "너를 믿지말고 기계를 믿으라"고. 기계는 분명히 어느 쪽이 하늘인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어 이거 고장났네"라는 자기중심적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바다 쪽을 하늘로 착각하고 고도를 높이려다 추락하는 사고가 나는 겁니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제 노력이 늘어날수록 차트를 믿으려고 합니다. 제가 열심히 분석해서 1294원70전이라는 저항선을 설정해놨다면 이게 깨지지않는 이상 제 자신을 믿을 수 밖에요. 가슴이 아닌 머리를 믿어야 합니다. 전문가도 시장을 두려워합니다. 1분1초 시장이 두렵죠. 만약 제가 저항선을 설정해놨지만 60% 정도의 확신밖에 없다면 평소 거래규모의 60%만 거래하면 돼요. 그 저항선이 깨지면 손절매하면 되고요. 돈 벌 기회는 다음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거래할 때 수리력을 연습하지는 않아요. 그런 능력은 기본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타고난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선 다음부터는 철저히 밑바닥 노력싸움입니다. 아까 제가 보여드린 차트는 제가 일일이 숫자를 입력해서 만든 겁니다. 요즘 블룸버그니 로이터니 단말기 안에서 클릭하나만 하면 차트가 줄줄이 나오지만 전 그렇게 안 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머리 속에 안 들어옵니다. 자기가 직접 차트를 그리고 출력해서 더듬어봐야 "과거에는 이런 움직임이 있었구나"가 머리 속에 펼쳐지거든요. 그래야 어떤 시점에서 "아 과거에 이렇게 움직인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그럴 수 있겠다"는 감을 받게 되죠. 인간의 속성상 똑같이 행동하는 습성이 있으므로 시장에서는 반드시 과거 사례가 되풀이되는 순간이 옵니다. ◇꾸준히 일정수준 이상을 벌어라 -수익을 가장 크게 낸 적은 언제인가요. ▲남 부장님이 계시던 시절입니다. 6000만달러 팔았는데 환율이 3일만에 30원이 빠졌어요. 18억원을 단시간에 번 거죠. 그것도 정확히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다시 잡았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차트를 항상보니까 늘 움직임을 감지하죠. 이번에 얼마가 부러졌다 싶으면 막 쏟아붓고 얼마가 뚫렸다면 달러를 사들이는 식 말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언제나 한 번에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에요. 1, 2, 3 이런 식으로 지지선이나 저항선을 차례로 건드리면서 이동합니다. 그러니 미리미리 대비를 해 놓아야죠. -항상 하는 일과의 연속인데 거래규모가 커서 수익이 더 커졌단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이 쪽으로 움직일 것이란 확률을 높게 평가했으니까요. 사실 매일매일 거래하는 사람들이 극적인 순간을 경험하기란 극히 어렵습니다. -손실을 크게 입은 적은요. ▲손실이야 늘 입죠.(웃음) 그러나 손절매 기준을 철저히 지키니까 한건에 대해 1억원 이상 잃어본 적은 없습니다. 금액승률과 거래승률이란 말이 있습니다. 금액은 얼마나 이익을 남겼느냐, 거래승률은 몇 번 거래중 얼마나 이겼느냐를 뜻합니다. 이상하게 시장에는 거래승률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일인데 말이죠. 사실 남부장님처럼 수준이상의 경지에 오른 분들이야 금액승률도 좋고 거래승률도 70% 낼 수 있지만 보통 사람은 힘들어요. 9번 읽고 1번 따더라도 그 금액이 손실보다 크면 됩니다. 금액승률은 최소한 70%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거래승률도 50% 정도는 돼야죠. 요즘 거래 잘하는 주니어딜러들이 많습니다만 이런 말을 해주고 싶군요. 한순간 10억을 번 사람은 한 순간에 10억을 날릴 수도 있어요. 그러니 꾸준히 일정수준 이상을 벌어들이는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올해 6월 이상하게 거래가 너무 안됐어요. 잡기만 하면 고점이고 팔면 다시 환율이 튀어오르고...그래서 거래볼륨을 10분의 1로 팍 줄였습니다. 지금부터는 수익이 중요한게 아니라 죽어가는 내 감각을 살리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6월에 9000만원 정도 손실을 봤지만 7월에는 5억원 수익을 냈어요. 이게 중요합니다. 당기순익이 200억 나는 회사가 하루거래 규모가 2억~3억이라는 건 말이 안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거래하는 회사가 꽤 있어요. 하루에 2억을 잃으면 어떻게 할 겁니까. 지극히 경계해야죠. "적절한 수익을 내고 위험도 동시에 지되 수익이 위험보다 좀더 많아야한다" 는 것이 제 신조입니다. ◇당국개입에 연연하지 말라.."시장이 절대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로 손해를 입은 기억은 없습니까. 뭐 기습적인 당국의 개입이라던지 하는 일들 말입니다. ▲음..우선 그런 일을 믿지 않습니다. 아침에 전화받을 때가 있습니다. 한은이 개입한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아서요. 전 신경 안 씁니다. 한은도 분명한 시장참가자입니다. 단지 힘이 크고 거래규모가 많을 뿐이죠. 근데 한은을 절대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한은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외환위기 때 그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 거 아닙니까. 조지 소로스가 영란은행을 이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장의 힘을 당해낼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어디서 1억달러 달러팔자 나올거 있대더라"고 전화를 받으면 전 속으로 그렇게 말합니다. "누군데? 누가 그러는데?"라고. 제가 1억달러 들고 있어도 오늘 팔지 내일 팔지 저 자신도 모릅니다. 그런데 남들이 이렇게 할 거라는 걸 또다른 사람이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저는 저희 팀원에게도 "귀가 두꺼워야한다"고 누누이 강조합니다. 남들이 이렇다고 다 우겨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게 옳은 거라고. 오늘 제가 롱이었는데 여기저기서 환율하락한다고 전화가 온다고 가정하죠. 전 그럼 "야 오늘 먹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소수가 이기는 게 머니게임이니까요. 물론 언제 어디서나 들어맞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달러매도초과(숏)이란 소문이 도는 건 자기가 팔아야 할 입장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시장이 이미 숏이면 환율은 더이상 못빠집니다. 돌아서는 황소가 생기면 쭉 상승할 거구요. -작년은 어땠습니까. 극도의 정체 후에 하반기부터 환율급등이 일어났는데. ▲한동안 1130원대에서 환율이 꼼작않던 시기가 있었죠. 그 때 제가 어느 분에게 질문받고 그런 말을 했어요. "1150원이 무너지면 1250원이 보인다. 1250원 뚫리면 1370원도 생각해야 한다"고. 1150원 무너진다고 100원, 200원씩이나 높여잡느냐고 하지만 1400원에서 떨어진 환율이기 때문에 다시 그 정도까지는 갈 수 있다고 덧붙여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1360원까지 갔고요. 위가 강력한 힘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막히니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1300원이 안 뚫린다는 믿음이 너무 강했습니다. 그 무렵 타겟포워드 옵션(target forward option)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 옵션은 두가지 상품을 하나로 묶음으로 해서 옵션을 살 때 지불하는 가격(Premium)이 0인 Zero Cost 옵션이었습니다. 당시 환율은 1100~1130 박스권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편이었죠. 옵션구조는 행사가격이 1150원인 달러 풋옵션 1개 매수, 그리고 행사가격이 1170원인 달러 콜옵션 2개 매도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때 풋 옵션은 기초자산 가격<행사가격이니까 in-the-money고 콜 옵션은 기초자산 가격<행사가격이니까 out-of-the-money가 돼요. 당연히 풋 옵션 가격이 더 비싸므로 "풋 하나-콜 두 개"를 하는 거죠. 작년에 기업들이 이런 거래를 굉장히 많이했습니다. 환율은 1100~1130원에서 안 움직인다고 믿고 20원을 더 비싸게 팔 기회를 노린 겁니다. 효과적일 때도 있었지만 1300원이 뚫리면서 몇십억원의 손실을 한 순간 입은 겁니다. -한국에서는 통화옵션 거래가 거의 안된다고 들었습니다만. ▲저도 굉장히 아쉬워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거래하고 싶어도 마음에 드는 상품이 없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타겟포워드 옵션도 미국 같았으면 소송대상이에요. 미국에서라면 "나는 무식해서 파생상품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데 얘네가 와서 하라고 꼬드겨서 거래를 했다. 그래서 손해봤으니 배상하라"는 주장이 나올거고 이 옵션이 전형적인 대상이 될 겁니다. 사실 기업들이 이 옵션 구조의 위험을 잘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아요. 저에게도 타겟포워드 하자는 제안이 상당히 많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환율이 1170원, 1200원 가면 어떡하냐고 물으면 "에이 안 가요" 그러거든요. 이 옵션이 3~6개월 짜리인데 그 사람들이 6개월 후 환율이 1170원 안된다고 어떻게 보장합니까. 아무도 보장 못하죠. 그렇다고 이 옵션을 산 사람이 바보냐. 그것도 아닙니다. 제가 수출업체라고 치죠. 천만달러가 들어올 예상인 수출업체가 풋 옵션을 금액의 반인 오백만달러만 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금융기관에서 천만달러를 다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환율이 상승하면서 엄청난 손해를 입은 기업들이 생겨난 겁니다. 금융기관도 잘못이지만 유수의 대기업에 근무하는 딜러라면서 그런 가능성을 돌아보지 않고 거래했다는 것이 답답합니다. -현재 거래상품의 비중은 어떻게 됩니까. ▲스팟이 20%, 스왑이 70% 정도고 나머지 10%에 이것저것 섞여 있습니다. 옵션시장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거래하기가 쉽지않습니다. 일단 기업에 있으니까 옵션 셀을 하긴 힘들고...옵션을 팔려면 델타헤지, 감마헤지 등 꾸준한 관리를 해야하는데 이 시간 내기가 쉽지않아요. 이것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보강되면 모르겠습니다만. 기업들은 은행과 달리 양 방향으로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사실상 델타헤지도 안 됩니다. 또 서울 외환시장은 유동성이 부족해서 옵션을 살 때 프리미엄이 상상이상으로 높아요. 옵션 거래를 할 이유가 더욱 줄어드는 겁니다. (주: 델타는 기초자산 가격의 한 단위 변동에 대한 옵션가격 변화를 나타내는 용어로 헤지비율을 의미한다. 감마는 기초자산 가격의 한 단위 변동에 대한 델타의 변화.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라 헤지비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대부분 롱인 상태에서 거래하십니까. ▲종합상사니까 일방적으로 달러가 들어오고 나가고 그렇진않습니다. -수익, 손실을 떠나서 재미있었던 스왑거래는 없었나요. ▲12월이 되면 각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결산한다고 야단법석입니다. 이때 기업들이 달러네고를 굉장히 많이 내놓는데 요즘은 다들 헤지에 관심을 기울이니까 기업들도 sell&buy 스왑을 합니다. 그냥 달러를 팔자니 두려운거죠. 때문에 12월달에는 비이상적으로 스왑레이트가 높아집니다. 저는 11월말이나 중순에 sell&buy 를 미리 해 둡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짧게짧게 buy&sell을 해 나가면서 양자의 만기를 일치시킵니다. 제가 만약 buy&sell을 1당 0.1로 10일간 했다치면 손해가 1원이 나지만 마지막으로 매치시키면서 1당 0.4로 하면 손해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시장상황을 이용한 거래라고 할까요. ◇기업체 외환담당자=인터뱅크 딜러+코퍼레이트 딜러 -승진을 무척 빨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작년 환율급등 시기때 계열사 중 한 곳이 환차손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저희 SK글로벌 환관리 시스템에 대한 문의가 자주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그 쪽 담당자들이 여기와서 배우고...뭐 그런 정도죠. 작년말 환율이 1290원에서 1360원으로 급등할 때 국내 정유사들의 탓도 컸습니다. 환율이 올라도 원유를 안 사다가 1290원부터 막 사들였거든요. 뭐 어쨌든 저희 시스템에 대한 평가가 좋게 났으니 제 윗분들의 체면이 섰다고나 할까요.(웃음) SK글로벌 직제로는 입사 후 대리 3년, 이후 과장 5년이란 기간이 소요됩니다. 저는 대리가 된 지 2년만에 과장으로 승진했으니 좀 빠른 편이죠. 회사 안에서 환관리 업무는 전문가가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저희는 일반경영직과 전문직 직원들로 나눠져있는데 저는 전문직이에요. 1999년12월31일자로 퇴사를 하고 2000년1월1일자로 과장으로 다시 입사했습니다. 남 부장님이 SK증권으로 가시면서 한동안 팀장직은 공석이었습니다. 1년 동안 팀장없이 저 혼자 거래했습니다. 성과가 괜찮다 싶었던지 다른 팀장님들에 비해 제가 한참 어린데도 올 9월 팀장발령을 받았습니다. -작년에 트레이딩을 통해 번 돈이 어느 정도입니까. ▲정확한 액수는 밝혀드릴 수 없고 금융기관에서 연봉 1억을 받는 딜러가 딜링해서 번 규모보다 5배 정도 벌었습니다. 연봉협상도 일반 경영직 직원들과는 다른 식으로 이뤄집니다. 사실 연봉이야 금융기관 종사자들보다는 상당히 작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회사에서 "너는 이 분야 전문가다"라고 인정해준 것이 더 큰 의미죠. 돈 문제야 제가 아쉬우면 금융기관으로 옮기면 그만이거든요. 그럴 마음은 아직까지 없지만 말입니다. -금융기관과 기업체에서 딜링하는 분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은행의 인터뱅크 딜러들은 자기 포지션만 관리하면 되지만 기업체 딜러는 그건 기본으로 하고 영업 쪽 환위험도 관리해야 합니다. 인터뱅크와 코퍼레이트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는 거죠. 각기 장단점은 있겠습니다만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하려면 훨씬 많은 노력과 재능이 필요하겠죠. 금융기관으로 옮길마음이 없다고 한 이유도 그겁니다. 여기에서 좀더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2001.11.14 I 하정민 기자
  • 채권수익률 소폭 하락.."주가 꺼림칙"(마감)
  • [edaily] 채권수익률이 소폭 하락했다.(채권가격 상승) 단기간 수익률 급락에 따른 경계 심리에다 주식시장 상승 등으로 매수 강도가 약해졌다. 장 막판 국채선물 가격이 튀어 오르고 선네고 거래도 일부 있었지만 주말이어서 매수세가 지속되지는 않았다. 다음주 국고채, 통안채 정기입찰과 예보채 7년물 입찰 등으로 수급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6일 미국의 공개시장위원회, 8일 금융통화위원회도 예정돼 있어 수익률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2일 채권시장에서 국고3년 1-9호는 전날보다 1bp(0.01%포인트) 낮은 4.81%에 거래된 후 선네고 시장에서 4.79%에 사자 호가가 나왔다. 국고5년 1-10호도 선네고 시장에서 전날보다 7bp 낮은 5.85%선까지 떨어졌으나 막판에 매물이 집중돼 5.88%로 소폭 밀렸다. 전날 선네고 거래가 없었던 국고5년 경과물은 1-10호 수준에 맞춰 수익률 레벨이 하향 조정됐다. 통안2년은 전날 수준을 유지했는데 9월6일물이 4.86%, 8월23일물은 4.85%로 2bp 정도 떨어졌다. 예보채는 거래가 뜸했다. 국고3년 지표물은 4.8%선, 국고5년은 5.9%선에 막혀 한동안 고전했다. 선네고 시장에서 저항선을 하향 돌파하기는 했지만 다음주 이벤트가 많아 수익률이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다음은 주요 채권의 최종 호가. ▲국고3년 1-9호 4.79%(-3), 1-6호 4.93%(-1), 1-3호 4.88%(-2), 1-1호 4.86%(보합) ▲국고5년 1-10호 5.88%(-4), 1-7호 6.04%(-10), 1-4호 6.04%(-8), 1-2호 5.98%(-16) ▲통안2년 9월6일 4.86%(-1), 8월23일 4.85%(-2), 8월10일 4.85%(-2) 5월31일 4.73%(-2), 2월8일 4.62%(보합) ▲예보 3년 61호 5.41%(-7) 63호 5.46%(?) 증권협회가 고시한 최종 호가 수익률은 국고3년이 전날보다 8bp 내린 4.79%, 국고5년은 10bp 내린 5.88%, 통안2년은 1bp 내린 4.86%, 회사채3년 AA-는 5bp 내린 6.46%, BBB-는 4bp 내린 10.57%를 기록했다. ◇오전 미국의 NAPM 지수나 개인 소비 등은 채권시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표됐다. 미국 채권가격은 장기물은 상승, 단기물은 하락했다. 전날 수익률 급락에 따른 차익매물과 미국 주가 상승 등으로 개장초 호가는 강보합선으로 시작했다. 국고5년 1-10호는 전날보다 2bp 낮은 5.90%까지 떨어졌으나 저항선에 걸려 추가 하락에 애를 먹었다. 국고3년 1-9호역시 전날보다 2bp 낮은 4.80%까지 떨어졌다가 4.85%로 상승했다. 오전장 마감을 앞두고 국채선물 가격이 상승 폭을 넓히면서 4.82%로 되돌아왔다. 한국은행은 통안채 창구판매를 실시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 등이 회자됐지만 시장에 이렇다할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오전장 마감 직전 국채선물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스프레드 거래가 이뤄졌다. ◇오후 국고3년 4.8%선, 국고5년 5.9%선 저항선에 걸려 제자리 걸음을 계속했다. 경제지표는 채권시장에 유리하지만 주가 상승 폭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됐다. 장마감이 다가오면서 이번에도 국채선물 가격이 상승할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마침 예보채 7년물의 다음주 발행설이 유포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시장이 어느정도 안정됐다고 판단하고 다음주 중으로 1조5000억원의 예보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보채 입찰 소식으로 잠시 흔들렸던 국채가격은 예외없이 장 막판 급등했다. 현물 채권시장에서도 선네고 거래가 이뤄졌다. 국고3년 1-1호는 4.79%, 국고5년 1-10호는 5.85%로 떨어졌다. 그러나 국고5년의 경우 매물이 집중돼 5.88%로 상승했다. 한미은행의 한 딜러는 "주식시장에 대해 "유동성 장세다. 내년 상반기를 봐야한다" 등 다양한 분석이 있는데 채권 투자자들은 경기관련 지표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의 한 딜러는 "다음주 수급이 빠듯해서 랠리를 벌이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미국 금리인하, 콜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남아있어 수익률이 충렁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2001.11.02 I 정명수 기자
  • (이진우의 FX칼럼)다시 숏으로 돌아서면서...
  • [edaily] 필자의 지인(知人) 몇 사람이 지난 주 칼럼 "안정적인 혼미장세(?)"를 읽고서는 다음과 같이 얘기하더군요. "당신같이 숏(달러매도) 좋아하는 사람이 왜 11월 가면 달러 롱을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거냐? 근거도 확실치 않고 괜히 분위기에 휩쓸려 평소의 뷰(View)를 버리는 모습이 별로 마음에 안 든다." "가뜩이나 움직이지 않는 시장에 대해 그런 식으로 계속 박스권 장세나 전망하는 글 올리지 말고 맞든 틀리든 환율이 확 튀어 오르겠다거나 푹 꺼지겠다는 식으로 화끈하게 써 봐라."... 국내외 증시나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보면서 필자는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는 옛말이 생각납니다. 과잉투자, 과잉공급으로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는 장기활황 이후의 불경기가 단시일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마음같이 움직여 주지 않는 시장에 대해 조바심과 안달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의 서울 외환시장은 해도 너무했다고 봅니다. 고인 물이 썩어 들어가듯이 지금 달러/원 시장은 썩어 가고 있습니다. 왜 시장이 썩어 간다고 극언을 하는지, 그리고 필자가 지난 식목일 이후 꾸준히 견지해 왔던 숏마인드로 다시 회귀하는 이유를 한 번 정리해 볼까 합니다. ◆룰도 원칙도 없다. 한 때 "예측 가능한 정치"라는 용어가 문민정부 시절에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시장에서야 "예측 가능한 시장"이라는 말 자체가 사는 자와 파는 자가 어울려 거래가 체결되는 시장의 속성상 어폐가 있지만, 그래도 유로화나 엔화같은 번듯한 통화들은 원화에 비해 어느 정도의 예측은 가능한 환율 움직임을 보여 준다. 중요한 지지선이 밀리거나 저항선이 돌파될 때 시장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새로운 추세를 형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장이 흥분상태에 몰입하여 짧은 기간 과하다 싶을 정도의 오버슈팅(over-shooting) 현상도 발생하다가 적정환율로 회귀하기도 하는...... 필자는 작년 11월 20일부터 시작된 달러 급등세와 그 이후의 조정과정에서 금년 7월 24일 1314.50원을 찍고 다시 환율이 내려서는 모습을 볼 때까지는 그야말로 그림같이 형성되는 달러/원 차트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시장이 가고 싶다는 대로 내버려 두니 교과서에서 볼 수 있었던 모든 패턴과 파동, 조정비율 등을 실전 차트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고, Critical level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공방전과 그 공방전에서 힘의 균형이 깨졌을 때 손절 매수세나 손절 매도세가 나오면서 한 차례 일기 마련인 출렁거림 등이 살아 꿈틀거리는 시장의 거친 숨결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끔 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결정적으로 그림이 이상해지기 시작한 것은 8월 16일부터이다. 6월 1일 기록한 전저점(1277.50원) 하향돌파를 시도하던 시장은 외환당국의 필사적인 환율하락방어 의지에 질려 버렸고(이젠 비밀이라 할 것도 없는 내용 아닌가?), 기껏 저점을 1275원까지만 낮춘 상태에서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팔지 않겠다."는 쪽으로 돌아서 버렸다. 아래 쪽이 자꾸 막히니 윗 쪽을 시도해 보는 것은 당연지사...... 이런 저런 주변여건과 어울리며 상승시도에 나서던 환율은 1315원 근방에서 또 누군가가 막아서는 움직임을 감지하고서부터 아예 움직임을 포기하고 박스권에 안주하기 시작했다. 1280~1320원이라던 박스권이 1290~1310원으로 좁혀지더니 최근에는 아예 그나마 5원도 많다 하여 1295~1305원 안에 갇혀들고 있다. 레인지 장세가 허구한 날 이어지면서 달러/원 시장에서는 좋지 않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며칠 아니면 1~2주만 버티면 본전은 하더라는 경험칙에 따라 시장참여자들이 손절매(Stop-loss)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체나 은행권 딜러들의 입에서(특히 개인들은 더욱 심해지고 있지만) "이런 장에서 손절매 하는 놈만 바보다. 박스 상단 부근에서는 매도, 하단 근처에서는 매수해 놓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먹고 나올 수 있다."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일이다. 잃지 않고 벌겠다는데 왜 심각하냐면...... 시장이 항상 이럴 수만은 없는데, 언젠가 장이 위로 열리든지 아래로 터지면 지금처럼 박스권 안에서 안주하며 손절매 없이 마냥 기다리는 식의 거래패턴에 익숙해져 버린 세력들은 그 동안 조금씩 거둬 들였던 과실의 몇 배에 해당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 왜 필자는 다시 숏으로 돌아서는가? 서울 달러/원 시장에서 숏으로 벌어 보겠다는 것이 험한 가시밭길을 자초해서 가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리저리 따져 보아도 논리적으로 수긍이 가지 않는 "환율상승 가능성"을 남들이 다들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서 마음에 없는 롱코멘트를 만들어 내기가 싫어서이다. 첫째, 이 시장이 제대로 된 시장이라면 롱플레이어들은 이미 수 차례 실려 나갔을 것이라는 평소 지론을 포기하지 않는다. 나이 드신 분들이 하는 이야기 중에 "미친 년 애 낳아 씻겨 죽인다."는 말이 있다. 가만히 내버려 둬도 무럭무럭 잘 자랄 아이를 시도 때도 없이 씻기다가 애를 죽일 지경까지 가면 미친 년 소리를 들을 만 하다. 한국시리즈에서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진다는 두산이 삼성을 누르고 2001년 한국 프로야구 판의 챔피언이 되었다.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을 놓친 적이 없었던 맹장 김응룡 감독도 첫 고배를 마신 셈이다. 결국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는 것이며, 감독은 선수들의 기(氣)를 살려 줄 수만 있다면 명감독 소리를 듣게 되어있다. 빠질 만한 상황에서는 빠지기도 했다가 다시 되 튀어 오르기도 하는 것이 환율 아닌가?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징그러울 정도의 환율 하방경직성...... 이미 다 지난 얘기 갖고 뭘 그리 흥분하느냐고 핀잔을 주실 독자도 계시겠지만, 필자는 작금의 달러/원 시장의 가사(假死)상태에 대해서 모처는 어느 정도 고민을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시장이 뭐가 어때서 그러느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분명 지금과 같은 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치 못한 것만은 사실이다. 둘째, 환율의 하락압력을 받아쳐 온 매수세도 어느 정도 한계에 달할 때가 된 것 같아서이다. 서울 외환시장 내에서 달러수급 측면만 따져 보았을 때 달러공급우위 상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역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의 흑자,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직간접적인 투자자금(외국인 주식순매수 자금과 해외직접투자(FDI) 자금)의 유입액이 국내기업의 해외투자를 위한 유출액보다 크다는 점 등이 그 근거이며 1000억불을 넘어선 외환보유고 또한 급할 때 달러공급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항목이다. 97년 말 황망하게 1995원이라는 엽기적인(?) 환율을 눈으로 확인한 후의 환율의 대세하락기는 위와 같은 요인들이 작용하며 원화환율의 적정레벨 되찾기 작업이 진행되어왔던 시기로 보면 된다. 그러던 것이 작년 11월 20일 이후 전 세계적인 불황조짐이 가시화되면서 달러/엔 환율이 폭등세로 돌변하고 국내외 증시가 무너지는 와중에 또 한 차례의 환율 급등세를 경험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실제 달러수급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환율에서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달러를 필요로 하는 세력들은 환율이 조금 떨어졌다 싶으면 앞다투어 달러매수에 나서고(당장 필요한 달러이건 향후 필요한 달러이건), 환율의 하락 기미에 긴장하던 달러보유세력들은 한 번도 어김없이 때 맞춰 시장에 나와 주는 매수세를 확인하고는 아주 느긋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역내만 따진다면 이젠 현물환 거래나 선물환 거래를 통해 헤지(Hedge) 동기에서건 투기적 동기에서건 달러 매수에 나설 만한 세력들이나 자금은 예전처럼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저기 잠겨있는 달러들이 시장에 출회 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상황이 되기 전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끌어안고 있는 달러를 내놓으리라고는 필자는 기대하지 않는다. "역외가 사는 데에야 도리있나?", "좀 빠지면 역외가 또 달라 붙을 터인데 걔들 따라 가야지."... 역외, 역외, 역외타령으로 지샌 날이 얼마인가? 역외세력이 무슨 돈 찍어내는 사람들도 아닌 바에야 역외가 우겨(?) 환율을 끌어 올리면 되받아 칠 줄도 아는 역내 시장참여자들의 역량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서울의 롱 좋아하는 딜러들의 현란한(?) 플레이에 이젠 그만 속아야 한다. 11월 2일 오전 장세가 그러하다. 전날 1295.70원에서 롱으로 베팅을 하여 간신히 그 레벨이 지켜진 뒤 역외매수세가 조금 유입된 것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시중의 숏포지션이 꼬이게끔 환율을 1298.70원까지 끌어 올린 뒤 1298원으로 마감하고 나서 밤 사이에 뉴욕 증시가 NAPM 지수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일구어 내고 달러/엔도 122엔 아래로 흘러내리는 등 모든 주변여건들이 환율 하락을 유도할 만한 상황에서도 1297원대 공방이 지속될 수 있게끔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환율이 빠져 주어야 할 상황에서도 못 빠지게끔 만드는 그 기술(?)이 대단하긴 하나, 그 기술이 통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셋째, 기술적으로 필자는 아래쪽을 보고 있다. 함께 차트를 올리지 못하여 유감이긴 하나 필자가 이따금씩 차트 위에 펼쳐 보는 Fibonacci Time Zones에서 긴장할 만한 시그널을 발견하였다. 연중고점을 찍었던 지난 4월 4일을 기점으로 하여 시간대를 펼쳐 보니 정확하게 10월 31일자로 그 동안의 지루했던 박스권 장세가 마무리되고 조만간 위든 아래든 환율이 크게 한 번 움직일 시점이 임박했음을 짐작케 한다. 장단기 이동평균선들이 촘촘히 모이고 볼린저 밴드도 좁디 좁은 폭을 꽤 오랜 기간 유지해 왔는데, 연말까지 달러/원 시장을 지금같은 박스권 장세로 굳혀 갈 슈퍼파워만 없다면 한 번은 터질 시점이 되었다. 그리고 필자가 개인적으로 세고 있는 파동에 따르면 1140원에서 1365원에 이르는 1-2-3-4-5의 충격파동에 대한 A-B-C의 조정파동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조정 C파의 끝을 채 확인하지 못했다는 뷰를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필자는 그 조정 C파의 저점을 1250원대 중반으로 보고 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필자는 오늘 용감하게 쓰고 말았다. 필자는 앞으로도 앞서 밝힌 환율전망에 따라 거래에 임할 것이고 그 전망이 틀린 것이 된다면 적지 않은 돈으로 때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면피용 발언만 하는 것은 그다지 떳떳하지 않은 것 같아 과욕을 부려 보았는데, 독자 여러분들에게 하나의 참고용 글이 될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
2001.11.02 I 이진우 기자
  • (이진우의 FX칼럼)흥분하면 다친다!
  • [edaily] 수많은 매체를 통해 다양한(때로는 천편일률적인) 외환시황과 전망을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시대에 필자 또한 이데일리라고 하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적지 않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칼럼" 형식의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외환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시장의 흐름과 내부 분위기를 정리하고 나름대로의 View를 피력하고자 노력합니다만, 항상 두려운 것은 이 칼럼이 정치나 시사칼럼이 아니라 돈이 오고가는 분야를 다루는 것이다 보니 혹 엉뚱한 소리로 몇 사람에게라도 금전적인 손실을 입히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필자의 칼럼에서는 이코노미스트나 애널리스트의 글에서 접할 수 있는 정교한 펀더멘털 분석이나 무슨 특별한 기법에 따른 중장기 환율전망을 접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며칠 간의 시장 흐름에서 파악되는 미묘한 변화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한 주간 혹은 얼마간의 기간 동안 어떠한 변수에 신경을 쓰며 거래에 임하여야 할 것인가 정도를 파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리라 자부합니다. 또 다시 환율은 1300원 근처라는 아주 중요한 레벨에 이르러 다음 방향성을 결정하고자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까지는 본 칼럼이 큰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대한민국 적정환율 1300원"이라는 가설을 아직은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두 달간의 흐름을 다시 한 번 짚어보면... 악하고 해로운 것도 다 그 쓰일 데가 있도록 조물주께서는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 때로는 많은 이재민과 사상자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태풍은 망망대해를 한 바탕 휘저음으로써 그 바다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유지되게끔 해준다. 지난 여름 태풍이 없는 잔잔한 바다에 적조(赤潮)현상이 발생하여 한 동안 걱정을 했었는데, 극도의 침체장세가 외환시장에도 적조현상을 야기하였다.(8월 31일자 "외환시장의 적조현상" 참조). 업체들도 역외세력들도 잠잠한 가운데에 은행권의 자신없는 포지션 트레이딩만 이루어지면서 환율은 좀처럼 1280~1300원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 당시 시장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1280원 아래였지만 연일 직간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외환당국의 "1280원 방어작전"에 시장참여자들은 쉽게 굴복하였고, 막히는 아래쪽을 밀어 보겠다는 세력도 그렇다고 해서 위쪽을 강하게 시도하는 세력도 찾아보기 힘든 때라 필자는 다소 무식해 보이지만 씩씩하고 용감한 애술장군같은 시장주도세력이 출현하기를 기대했었다.(9월 4일 "외환시장엔 애술장군 없나?" 참조). 9월 첫 주에 일본 재무성의 엔화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집요한 구두개입으로 인하여 달러/엔 환율이 118엔 하향돌파를 시도하다가 일거에 121엔대로 치솟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우리 환율도 위쪽으로 꿈틀거렸지만, 필자는 달러화가 국제외환시장에서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었다.(9월 7일 "달러, 급격한 U턴?" 참조). 달러/원 환율은 1300원이라는 벽에 부딪혀서는 좀처럼 그 레벨을 딛고 올라설 기력이 없었고, 달러/엔 또한 일본 당국의 구두개입만으로는 121엔이라는 두터운 매물벽을 뚫고 올라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121엔에서 다시 흘러내리기 시작한 달러/엔은 이후 116엔까지 추락하였다가 일본의 점심시간과 휴일도 잊은 지속적이고 염치없는 시장개입 덕분에 120엔대를 어렵사리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필자가 기대한 애술장군은 의외의 현상으로 현실화되었다. 9월 11일 초강대국 미국의 심장부가 테러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증시는 폭락세를 기록하고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값 또한 연일 급락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서울 외환시장에서만 달러값이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다.(9월 12일 "테러 이후...환율 예측불허" 참조). 금년 상반기동안 달러/원 환율의 방향을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였던 엔화환율과의 연계고리가 끊기면서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당황하였던 시기이기도 하다. 미국의 보복 공습이 아프가니스탄에 가해지면 향후 테러사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유사를 비롯한 달러를 필요로 하는 업체들이 선취매성 달러 매수세를 형성하면서 환율이 오름세를 타자 수출업체들은 매물을 거둬 들이며 환율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지켜보기 시작했고, 종합지수 550선을 넘나들던 증시에서도 투매현상이 벌어지며 졸지에 주가지수가 460대로 추락하였다. 나라 바깥에서 터지는 악재에 너무나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풋옵션 매수에 열을 올리는 증시참여자들이나 달러매수에 열중하는 환시참여자들이나 모두가 "이 나라 경제가 망가져야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포지션 구축에 열중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그 호들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9월 21일 "불안, 혼돈, 그리고 호들갑" 참조). 테러 직후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 급락세를 반영하는 듯 잠시 1282원대까지 폭락했다가 곧바로 상승세를 재개한 달러/원 환율이 1300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에 부닥쳐 주춤거리고 있을 때에 그 장애물(?)을 훌쩍 뛰어넘게 해준 것은 이번에도 역외매수세였다. 주말 뉴욕 NDF시장에서 환율이 1300원 위로 날아가 버리자 24일 월요일 아침부터 환율은 1300원대 안착을 이룬 뒤 전고점(7월 24일의 1314.50원) 돌파에 이은 1320원대 진입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토록 완강하게(?) 1280원대 아래로의 환율하락을 막았던 외환당국이 1310원대 마저도 올라설 수 없도록 구두개입에 나서며 국책은행을 통하여 달러매물을 내놓기 시작하자 시장 여기저기에서는 볼 멘 소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꼼짝달싹도 하지 말라니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9월 25일 "무늬만 변동환율제" 참조). 10월 8일 마침내 벼르고 벼르던 미국의 보복공습이 아프가니스탄에 가해진 뒤 국제금융시장이 보여 준 반응은 역시 "이미 노출되었던 악재에는 반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뉴욕 증시를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오히려 상승세를 펼쳐 나가고 서울 증시도 연일 거액의 순매수를 보이는 외국인투자자들이 풋옵션 매수에 열중하는 개인들을 상대하며 장을 주도해 나갔다. 유가도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에 증시가 너무 튼튼한 모습을 보이자 공습 이후 불안과 혼돈이 가중될 것이란 예상 하에 구축한 달러 롱포지션들이 여기저기서 매물화되면서 환율은 속절없는 하락세로 진입하여 10월 셋째 주 월요일(15일) 오전 장에서는 1295원대까지의 추가하락을 이루어 내고 있다. 이 장은 테러 이후 몇 주 동안 "불타는 롱마인드"로 무장되어 있던 은행권 딜러들이 갑자기 숏으로 광분(?)하면서 이루어진 장세도 아니다. 껄쩍지근한(?) 롱마인드는 아직도 많은 시장참여자들의 심중에 남아있지만, 차익실현 혹은 손절매 성격의 거액 매물과 외국인들의 주식매수자금 및 NDF Fixing 관련 매도세라는 실수급(實需給)에 기인한 시장 무게에 눌린 환율 하락장세인데, 필자는 체질적으로 과격하게 한 쪽 방향으로만 쏠리는 시장 움직임에는 거부감이 생기면서 1300원이라는 구심점(求心點)을 크게 벗어나는 환율 움직임은 기대하지 않는다. ◇왜 1,300원인가? 필자는 그 이유를 아시아권 통화들의 환율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으로 축약하고자 하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만, 홍콩, 싱가포르, 심지어 일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에서 좀 산다는 나라들은 모두 미국의 경기회복 여부에 따라 그 나라의 경제가 방향을 설정하게 되어있는데, 미국의 경기침체 가속화로 인한 달러화의 약세가 아시아권 통화들의 강세를 촉발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달러의 약세가 유로화, 스위스 프랑, 영국 파운드화 등의 강세로는 이어질 수 있으나 달러 약세를 위에 언급한 국가들의 통화가치 절상으로 논리를 연결시키기에는 무리라는 얘기다. 둘째, 아시아권 특히 일본과 한국의 재무관료들의 "투철한 사명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시장을 불신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과격한 움직임을 체질적으로 반기지 않는다. 그리고 시장이 요동을 치고자 할 때에는 꼭 그들이 무슨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다.(그렇지만 막상 대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이 어떤 액션을 기대할 때에는 무참히 그 기대를 무산시키기도 한다. 작년 환율이 겁나게 치솟던 시절을 돌이켜 보라.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그 당시 환율 급등세를 당국은 방치(?)했었고, 지금쯤은 한 마디 해주겠거니 하는 막연한 기대 하에 달러 숏을 내다가 실려나간 세력들도 얼마나 많았던가?) 어쨌거나 일본의 "달러/엔 120엔 사수의지"는 완강해 보이고 그러한 일본 재무성의 노력은 달러/엔 환율의 Monthly chart를 지속형 패턴인 Flag pattern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110엔의 상향돌파 이후 형성된 꼿꼿한 깃대에 깃발 하나가 펄럭이고 있는 그림인데, 이번 달이나 다음 달 중에 124엔만 돌파하면 또 한 번 달러/엔은 영점조준을 끝낸 탄도가 130엔을 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1280원을 그토록 막던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이번에는 물러설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성급하다. 당국이 잠잠하기 위해서는 정말 국내외 증시가 거침없이 상승세를 이어 나가고 외국인들의 주식매수자금이 연일 1억불 가량 시장에 공급요인으로 작용해 줘야만 한다. 셋째, 10월 4일 1316원에서부터 8영업일에 걸쳐 20원 가량 환율이 떨어졌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수출업체를 비롯한 달러보유세력들이 그 물량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시기상조이다. 욕 먹을 소리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업체들의 "달러 사랑"은 참으로 지극하고 애틋하다. 무슨 대단한 환율전망이나 분석기법이 있어서 달러를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IMF 외환위기와 작년 말의 겁나는 환율 급등장세, 두 차례에 걸친 "피눈물 나는 경험" 이후 달러는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 함부로 내다 팔 성질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가 환율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해서 짤릴 사람은 없지만 섣불리 매도헤지를 해 두었다가 환율이 위로 튀는 바람에 옷 벗은 사람은 주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며, 이로 인한 강력한 달러보유심리 또한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넷째, 기술적인 측면에서 1300원은 참 애매한 레벨이라는 점이다. 5월 하순부터 8월 중순에 걸쳐 1275원 근처를 바닥으로 형성된 큰 이중바닥형(Double-bottom)과 지난 7월 24일의 1314.50원과 10월 4일의 1316원으로 형성된 이중천정형(Double-top) 패턴이 서로 부딪히고 있는데, 아직은 1280원 아래와 1320원 위는 함부로 장담할 수 없는 레벨로 남아있다. 어느 패턴의 기세와 에너지가 강렬한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달러/원 환율은 1300원이라는 구심점을 두고 아래 위 10원 혹은 15원 정도의 변동폭을 두고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살펴 볼 변수들은 많다. 우선 미국에 대한 2차, 3차 테러 가능성이 상존하는 한 환율의 급락은 어렵다. 아홉 차례에 걸쳐 연초 6.5%에서 2.5%까지 떨어진 미국의 금리가 앞으로 더 떨어질 여지가 있는 점도 살펴야 한다. 그 동안의 달러 하락세에는 미국의 경기침체 뿐만 아니라 금리의 지속적인 하락이라는 요인도 작용해 왔다고 본다면, 달러 금리가 더 떨어질 룸이 없다고 본다면 달러의 지속적인 하락예상 또한 다소 조심스러워지는 시점이다. 단기간의 환율 움직임에서 수급(需給)을 당해 낼 장사는 없는데, 일단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급한 매물들(NDF Fixing 관련 매도세, 외국인 주식매수자금)의 소화가 끝난 뒤에는 다시 무역수지를 비롯한 경제 펀더멘털 요인과 테러사건의 전개과정 등 뉴스를 쫓아가는 장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흥분하면 다친다고 오늘 칼럼의 제목을 붙인 이유는 어영부영 우리가 익숙한 레인지의 바닥 가까이에 환율이 접근했기에 최근 일주일 남짓 동안의 환율 움직임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2001.10.15 I 이진우 기자
  • (이진우의 FX칼럼)대한민국 적정환율...1300원(?)(!)
  • [edaily]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테러사건 이후 근 한 달이 지난 시점에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그 황량한 땅에 공습을 퍼 부었습니다. 이것 저것 재어보고 준비하여 꽤나 많은 양의 폭탄과 미사일을 사람도 얼마 없는 황무지에다 쏟아부은 듯 한데, 국내 금융시장은 의외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기야 웬만한 악재란 악재는 이미 주가나 환율에 다 반영되었다고 본다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닙니다. 추석 이후에는, 아니면 공습 이후에는 뭐가 달라져도 달라지겠지 하는 딜러로서의 기대감(?)이 없지 않았으나 지난 주 이틀과 월요일 장세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의 적정환율은 1300원, 적정 주가지수는 500 정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굳히게 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 하면 말이죠... ◇원죄의 해결 없이 신천지(新天地)는 없다. 1998년 10월 중순에 지수 1380을 바닥으로 급등세를 시작한 나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경 지수 5000을 넘나들던 것을 정점으로 하여 끝없는 추락세를 이어 옴으로써 월요일 공습 이후 열린 장에서의 마감지수는 1605.95로 나타나고 있다.(지난 9월 22일 1400 아래로 미끄러졌다가 그나마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 덕분에 많이 회복한 것이 이 수준이다). 그런 물 좋은 시절을 절대 놓칠 리 없는 여의도 사람들도 같은 시기에 종합주가지수 300 언저리를 발판으로 삼아 1999년 7월과 2000년 1월에 두 차례에 걸쳐 종합지수 1000을 넘나 들었었다. 웬만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날 그 날의 마감 주가지수 정도야 훤할 테니까 옮길 필요도 없지만 월요일(8일) 마감지수는 496.13이다. 장 중 한 때 지수 500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권 이웃 나라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나스닥 지수선물이 하락폭을 넓혀 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필자가 자주 쓰는 말 중에 "한 번 망가진 장이 회복하는 데에는 좋았던 시절의 몇 배에 해당하는 고통의 기간이 따른다."는 것이 있다. 다 지나고 나서 뒤돌아보니 한 바탕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건만, 그동안 극소수의 졸부와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별똥처럼 스러져간 스타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몇 푼 안 되는 여유자금과 쌈짓돈이 허공에 날아갔는가? 1년 반 정도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미국과 한국의 기업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주가가 3.5배 이상 튀어 오른단 말인가? 무엇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인지도 애매한 닷컴 기업들의 주가가 천정을 알 수 없다는 듯이 치솟고, "모 아니면 도"이기에 용어 자체가 모험이나 위험을 의미하는 벤처(Venture)인 기업들의 주식이 상장만 하면 상한가 행진을 이어 갈 수 있었던가? 그렇다. 무슨 게이트니 스캔들이니 하며 그 숨겨졌던 내막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지만, 미국의 나스닥 열풍도 한국의 Buy Korea 열풍도 결국은 쉽게 남의 돈을 벌어 보겠다는 탐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한 바탕 어우러져 일구어 낸 "돈 놓고 돈 먹기 야바위판" (조금 듣기 좋게 표현하자면 Money game 정도라 할까?)에 불과했었고, 그 판을 짰던 사람들이 한 몫 단단히 챙기고 나간 뒤 집에 갈 차비라도 건져 보겠다고 빈 지갑 들고 서성거리는 것이 요즘의 국내외 증시다. 지난 7월 모처에서 강의 중 "신문에서는 Summer rally가 있을 것 같다는데, 정말 이번 여름에 주가가 오를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필자는 서머랠리는 없다고 단언한 적이 있다. 지난 99년 장세는 이른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큰 장"이었는데, 그 장에서 돈을 번 사람보다 잃은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오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주가지수 그래프에 함께 나타나는 거래량 막대기들을 짚으면서 그 막대기들의 적분(積分)에 해당하는 자금이 신규로 들어와야 증시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 설명하면서 그 돈이 어디에 있는가 라고 반문 한 적이 있다. 新경제 新경제 노래를 불렀지만 근본적으로 신경제라고 불렸던 그 체제 안에 이전과 다른 그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 한 그 동안 들러 붙었던 거품(bubble)은 철저히 제거되어야 다음 얘기를 해 볼 수가 있으며, 그 이후에도 소위 악성매물이라고 일컫는 "물린 세력들의 대기매물"을 소화해 내는 과정을 거치기까지는 미국 증시도 국내 증시도 그렇게 빨리 좋은 시절을 다시 맞기는 쉽지 않다. ◇환율의 경우는? 먼저 다음 표를 한 번 훓어 보고 얘기를 풀어 나가보자. 달러/원(평균) 연중최고 연중최저 엔/원(평균) 달러/엔(연말) 2001년 1290.75 1365.30 1232.90 1068.62 119.80 2000년 1130.63 1275.00 1103.80 1048.91 114.41 1999년 1189.14 1249.00 1125.00 1048.56 102.23 1998년 1398.88 1840.00 1185.00 1074.41 113.40 1997년 951.11 1995.00 840.00 784.02 131.00 1996년 804.78 846.00 774.60 739.59 115.30 1995년 771.04 745.83 103.38 1994년 803.62 805.80 99.73 1993년 802.73 718.00 111.80 필자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첫째, 수출경쟁력을 논의할 때 이제 더 이상 환율타령은 접어야 한다. 97년 말 황망하게 "IMF 외환위기"를 맞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800원 근처의 환율과 100엔당 800원 근처의 원/엔 환율 하에서도 열심히 수출하며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여 왔다. 원/엔 환율이 1100원을 넘나드는 요즈음, 수출이 부진한 것은 원화가 고평가 되어있어서가(환율이 낮아서가) 아니라 세계경제의 동시불황으로 인해 우리 나라 제품을 사서 이용할 만큼 형편이 넉넉한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손에 잡히는 웬만한 물건들에 "Made in China" 상표가 붙어 있는 판국에 우리 기업들은 이제 예전처럼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여 해외에 나가 물건을 팔 생각은 접어야 한다. 둘째, 엔화의 움직임에 목을 매다는 거래행태도 지양되어야 한다. 최근 10년 동안의 기간 중 엔/달러 환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지난 98년 8월에 기록한 147.50인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당시 원/달러 환율은 1360원이었다. 금년 4월 초 엔/달러 환율이 127엔의 턱 밑에서 꼬꾸라지기 전에 우리는 1365원을 찍었고,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동원한 시장개입 가능성"을 경고하지 않았더라면 그 당시 기세로는 1400원도 기어이 올라서 보겠다는 분위기였다. 유난히 나라 바깥의 위기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울 외환시장의 속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로 국내 외환시장참여자들은 환율하락 요인보다는 환율상승 요인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환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한 쪽으로만 치우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시장체질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셋째, 앞서 언급한 증시의 경우와 같은 논리로 원/달러 환율도 작년과 같은 급등세를 보이기는 어렵다. 작년 11월 하순부터 금년 4월 초까지 이루어졌던 환율 급등세는 아무 때나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몇 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큰 장"이었음은 틀림없고 그 혼란의 시기에 달러를 들고 있다가 큰 돈을 만진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여기에도 "물린 세력"들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800원 900원 하던 환율이 1900원대까지 치솟던 시절, 우리는 그 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데..."하는 느낌을 가졌었다. 이후 급격히 환율이 하락 반전하고서 우리는 "과연 원화의 적정환율은 어디쯤인가?"하는 문제로 고민하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레벨이 1200원 혹은 1300원이었다. 작년 상반기까지 외국인 주식매수자금의 유입으로 인해 도도하게 이루어지던 원화절상 추세를 외환당국은 매수개입을 통해 힘겹게 막아 내던 중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급락하는 와중에 "IMF 이후 최고의 환율상승율"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의 시장 흐름으로 보아서는 결국 1300원 근처가 모두에게 편안한 레벨로 굳어지고 있다. 칼럼이 너무 길어지는 듯 하여 오늘은 여기서 줄이고 왜 1300원 정도가 모두에게 편안한 레벨인지는 다음 기회에 정리하도록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첨가할 내용은 지금 서울 외환시장에는 "당국"이라고 하는 巨人에 맞설 만한 힘을 갖춘 시장참여자들이 없다는 점이다. 역외세력도 이미 이러한 점을 간파하고 필수적인 헤지(Hedge) 매수세 이외에 투기적으로 달러를 매수하고 원화를 매도할 의욕은 잃어버린 듯 하다. 수 차례에 걸친 체면도 염치도 잊은 일본은행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이후 엔/달러 환율은 다시 120엔 아래로 내려서고 유로화는 0.92대를 회복하고 있다. 유가는 안정적인 가운데에 달러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 기미를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 증시가 튼튼히 버틴다는 점에서, 이 나라에 수입업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출업체도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섣부르게 달러 강력매수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2001.10.09 I 이진우 기자
  • (이진우의 FX 칼럼)불안, 혼돈, 그리고 호들갑
  • [edaily] 미국의 심장부가 가미가제식 테러 공격을 받은 후 전운(戰雲)이 감도는 가운데에 혼돈스럽던 한 주간이 지나갔습니다. 누가 무엇을 노리고 벌인 만행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채 "곧 전쟁이 벌어진다."는 막연한 얘기만 오갈 뿐, 누가 누구를 왜 죽이고 어디를 공격해야 할 지도 애매모호한 기가 막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그 시장을 컨트롤 해 나가야 할 정부당국은 솔직히 지난 한 주간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분단국에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으며 오로지 수출 하나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테러사건" 이후 보여 준 행태는 뒷맛이 씁쓸합니다. 그야말로 혼돈스럽고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호들갑.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그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투기세력 포함)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테러사건 발생 다음날(9월12일 수요일) 개장을 세시간이나 늦춰 가며 열린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12.02%(64.97포인트)나 폭락하여 세계 최고의 주가하락률을 기록하였다. 물론 바로 다음날 4.97%에 달하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세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도 빠뜨리면 섭섭해진다.(언제부턴가 우리는 아시아권 최고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세계 최고라야 양에 차는 것이다) 증시에 비하면 듬직한(?) 모습을 보인 외환시장이라 할 수 있겠지만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움직임과는 동떨어진 달러 매수열기를 한 사흘 내뿜나 싶던 원/달러 시장은 1300원대에 버티고 있는 매물벽과 "그 이상은 안 된다."는 모처의 모종의 시그널을 확인하고서는 다시 편안한(?) 박스권 거래로 회귀해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용을 써 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진땀을 흘리던 손오공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IMF 외환위기 직전의 37억달러 남짓되는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연말 달러표시 국민소득을 보기 좋고 듣기 좋은 숫자로 만들겠다고 달러매도개입을 단행하다 결국 뚜껑이 열리는 장세를 만들었던 그 때 그 시절의 외환당국에 비하면 요즘은 아주 세련되고(?) 강력해졌다. 1천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는 확실히 아무나 덤벼들기에는 부담스러운 막강한 화력이다) 테러발생 직후인 9월12일 아침에는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급락세를 반영하여 전일 종가대비 13원 넘게 환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우리 원화도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가의 통화인 척 하였으나, 정유사를 비롯한 달러수요가 있는 기업체들의 불안심리에 따른 매수세, 그리고 최근 서울 원/달러 시장을 강하게 주도하고 있는 롱마인드(달러상승 기대심리) 강한 딜러들의 "끌어올리기"가 먹혀 들면서 지난 월요일 일중 고점 1300.50원을 찍기까지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의 하락세는 애써 외면하는 "따로국밥 장세"를 연출하며 원/엔 환율을 100엔당 1100원대로 끌어 올렸다. 9월10일부터 18일까지의 영업일 기준 7일 동안 스위스 프랑(5.6%), 유로화(3.2%), 엔화(3.2%) 등이 달러대비 강세를 보였고 심지어 태국 바트화(1.2%), 싱가포르 달러화(0.9%), 대만달러(0.2%) 등의 아시아권 통화마저 절상을 기록하는 동안 우리 원화는 0.5%의 절하율을 기록하여 인도네시아 루피아화(-5.1%), 브라질 레알화(-3.7%), 인도 루피아화(-1.3%), 필리핀 페소화(-0.5%) 등과 같은 줄에 서게 되었다. 무늬만 OECD 국가였지 아직도 개도국의 반열에 서 있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고 있음이 환율 움직임에서 확인된 셈이다. ◇불안 지난 한 주간의 환율 움직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중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달러보유심리"는 여간 강한 것이 아님이 재차 확인되었다. 국제외환시장에서는 테러사건 이후 미국 경기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달러 매도세가 강하게 일어나는 와중에도 서울에서는 "전쟁 = 달러강세"라는 해묵은 공식과 향후 유가급등과 수출부진에 따른 국내경기의 침체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논리로 달러 매수세가 일고 매도세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엔/달러 환율만 약간의 상승세를 보여 주었더라면 1320원 정도까지도 치달을 기세였으나, 일본의 연일 계속되는 구두개입 및 실제 개입에도 불구하고 118엔 위로 올라서지 못하는 엔화 환율과(엔/달러의 경우 이제는 118.50~60 레벨은 아주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레벨을 딛고 올라서야 달러 상승세에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지금은 일본 당국의 결사적인 방어로 116엔대 진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 보면 되겠다) 예상 외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는 뉴욕증시 및 세계증시의 움직임에 서울의 롱플레이어들도 일단 1300원 근처에서는 선뜻 달러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왜 서울에서는 이토록 달러가 인기가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지않는 것도 아니다. 97년 말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800~900원대의 환율이 1900원대까지 치솟는 것을 경험했고 작년 말부터 금년 4월까지 이루어졌던 환율 급등세에 두 번 놀란 가슴들이니 달러를 보유하고 업체들로서는 웬만해서는 그 물량을 내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원화가 급히 쓰일 데도 없는 시절이고 필요하면 싼 이자 물고 끌어다 쓸 돈이 은행마다 넘치는데 언제 환율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달러는 꼭 끌어안고 있어야 할 "돈 되는 놈"이다. 거기에다 지난 5월 하순부터의 장세에서 확인되었듯이 지금 당장은 1280원 아래는 누군가가(?) 막아 줄 것 같은데 달러 사야 할 사람이 초조하고 급하지 달러 들고있는 입장에서 서두를 건 없다는 논리다. 만약 달러화의 약세기조가 세계적으로 굳어지면서 철썩같이 믿고 있는 1280원이 무너지고 원화강세가 재현된다 하더라도 그 때는 나뿐만 아니라 남들도 다 그러한 환율급락에 따라 망했다는 소리가 나올 것인즉 함께 묻어서 어영부영 넘어갈 수 있지만 괜히 잘난 척 앞서 내다 팔았다가 환율이 튀어 오르기라도 하면 병신소리 듣기 좋은 상황이 아닌가? ◇혼돈 거래하기가 참 힘들어졌다. 엔화환율만 쳐다보든지 증시만 보든지, 하다못해 차트라도 제대로 맞아 주든지 해야 하는데 그 어느 것도 결정적인 지표가 되지 못하고 있다.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의 체면이 많이 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도 한복판에 위치한 국방부 건물에 비행기가 떨어질 때까지 멍청하게 앉아 있었던 미국의 대안으로(이 대목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유럽지역으로의 자금이동이 예상되면서 유로화나 스위스 프랑, 영국 파운드화 등이 강세를 띠고 있다. 일본 엔화도 지난 주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118.50이 무너지면서 117엔조차 일본 재무성의 개입이 아니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 환시의 움직임만 따라 가기에는 국내외 증시의 움직임과 피부로 느끼는 경제 펀더멘털이 여전히 춥다. 그래서 서울의 환율은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는 중이며 아래가 여의치 않아 위를 시도하자니 세계적인 달러약세 현상이 마음에 걸리고 거기에다 더욱 강력한 걸림돌은 당국의 타이트한 환율관리다. 웬만한 시장참여자들은 눈치채고 있겠지만, 지금 외환당국의 입장은 "해외 변수가 급변하지 않는 한 1280~1300원 안에서 놀아라."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경기침체 속에 환율마저 하락하여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면 곤란하다는 것이 환율하락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유인 듯 하고(이 부분은 차후에 상세히 한 번 다루도록 하겠다), 환율이 급등하여 물가에 불안을 주거나 증시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환율급등 또한 불가하다는 이유이다. 지금까지는 당국의 의도에 순응하여 1280원 근처에서는 매수, 1300원 근처에서는 매도를 하는 자들이 승리하는 게임이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러한 거래패턴이 높은 수익률을 올려 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 증시가 다시 열린 이후로 국제외환시장의 분위기는 뉴욕증시 상승은 달러강세, 뉴욕증시 하락은 달러약세라는 추세를 형성 하고 있다. 이 또한 서울의 원/달러 거래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달러가 엔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 달러 사자에 달려들어야 할 것 같은데 뉴욕증시가 오르면 우리 증시도 오르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자금까지 유입되기에 함부로 사자고 덤비기도 어려워진다. 미국이 전쟁을 벌이기에도, 그렇다고 테러사건을 없었던 일로 돌리기에도 마땅찮은 상태에서 향후 미국의 대응과 그에 따른 달러화의 움직임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가장 거래하기 쉬운 경우의 수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뉴욕증시가 오르는 와중에 엔/달러 환율이 추가하락 한다면 원/달러도 빠져야 된다. 반면 뉴욕증시가 무너지면서 달러는 엔화나 유로화 대비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면 앞뒤 잴 것 없이 달러매수에 나서면 된다. 그러나 이런 조합은 좀처럼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 우리를 혼돈스럽게 만든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금까지 롱플레이어들은 버티면 본전은 할 수 있었다. 반면, 이것저것 아는 것 다 꿰 맞추어 가며 환율이 떨어질 만 하다 싶어 매도했던 세력들은 번번이 다쳤다. 복싱 경기에 비유하자면 숏과 롱 둘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레프리가 둘을 떼 놓을 때 마다 꼭 숏의 뒷통수를 때려대는 격이다. 그래서 차트도 이상해지고 딜러들은 환율이 조금만 빠졌다 싶으면 비드(Bid : 매입) 주문을 갖다 대는 습관(?)이 생겼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시장의 자생력(自生力)이나 내성(耐性)은 갈수록 약화되고 시장참여자들의 비굴한 눈치보기 기술만 더욱 단련되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매수 헤지(Hedge)만 있고 매도 헤지는 없는 시장...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환율이 가 줘야 할 터인데…
2001.09.21 I 이진우 기자
  • (이진우의 FX칼럼)외환시장엔 애술장군 없나
  • [edaily] 궁예의 퇴장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대하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견훤의 휘하장수인 애술이 등장하면 기대가 됩니다. 오늘은 또 어떤 엽기적인 발언을 할 것인가 하는 기대 말입니다. 누가 봐도 심하다 싶을 오버 액션으로 인해 애술 역을 맡은 탤런트 이계인 씨가 한참 뜨고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폐하, 신에게 선봉을 맡겨 주십시오!"라고 주청하는 애술을 서울의 원/달러 시장에 스카우트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기본 거래단위인 50만불이나 100만불 정도의 잽, 혹은 가벼운 스트레이트만 난무하다 보니 체중 실린 묵직한 펀치가 교환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구경한 지가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오늘은 가벼운 한담을 좀 나누고 넘어 갈까요? 아마 외환딜러들 중에서도 "노땅" 소리나 듣는 연배들이라야 기억할 것이다. "세기의 대결" 운운하며 잔뜩 바람은 잡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토록 싱겁고 재미없는 경기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한심했던 무하마드 알리와 안토니오 이노키의 대결.. 1라운드부터 이노키는 링에 드러누워 알리가 접근하면 발 기술로 넘어뜨려 어떻게 해보겠다는 작전이었고, 근접전에서라면 누구라도 한 방에 보낼 수 있겠다 싶었던 알리는 누워 버티는 이노키를 어떻게 해 볼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다음 라운드에서는 뭔가 다른 그림이 나오겠지 하며 지켜보던 관객들은 끝내 15라운드까지 가벼운 찰과상 한 번 입지 않고 거액의 개런티를 챙겨 가는 두 스타에게 "사기꾼같은 놈들."이라는 욕을 해주는 것으로 분을 풀 수 밖에 없었는데...... 국민 스포츠인 고스톱 판에서도 요즘 원/달러 시장처럼 기본 3점이나 나가리 판이 계속된다면 그 판은 오래가기 힘들다. 재미없으니 포커나 쳐 보자고 누군가가 제안을 하든가(그래서 요즘 국채선물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벌든 터지든 시장은 움직여야 손님들이 모여들 것 아닌가?) 점 천을 점 이천으로 올려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꿈에서도 그려보는 쓰리고에 양피박같은 대박은 쉽게 터지는 것이 아니다. 패가 엄청 좋든지(이런저런 재료들이 환율의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하든지) 선수들 중에 누군가가 닭플레이를 펼쳐줘야 가능하다.(시장의 결을 무시한 고집스런 플레이로 거액의 롱스탑이나 숏스탑이 나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 동안 시장에서 메이저(Major) 혹은 시장조성자(Market Maker)라 불리우던 은행들이나 그러한 중량급 은행들이 만들어 가는 장세에서 부스러기나마 먹어 보겠다고 끼어 드는 피라미급 은행 할 것 없이 기본거래 단위인 50만불로 비드(Bid: 매입호가)나 오퍼(Offer: 매도호가)를 쳐 보는 수준에 불과한 요즘 원/달러 시장의 참여자들은 그 입장에 따라 반응이 다양하다. 아마 당국으로서야 요즘처럼 시장이 알아서 기어주는(?) 장세라면 더 이상 바랄 바가 없을 것이다. 환율이 조금 빠진다 싶을 때 국책은행의 몇 푼 안 되는 매수세만 비춰 주어도 밀어 보겠다고 덤비던 은행들이 알아서 숏커버링(Short-covering)에 나서주는 데에다 고맙게도 롱플레이까지 펼쳐주고, 조금 오른다 싶으면 업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매물을 출회하거나 그것으로 부족하다 싶을 때 슬쩍 몇 군데에다 차익실현성 매도거래를 부탁하면 더 이상 환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시도를 포기하는 장세 아닌가? 반면, 움직이지 않는 장세임이 확실해지자 평소 2~3원을 노리던 스펙(Speculation·투기적 거래) 세력들은 20~30전, 아니 심한 경우에는 10전 차익이라도 만족하겠다며 짧게 끊어치는 타법을 구사하고 있으니 담장을 넘어가는 시원한 타구를 구경하기에는 힘든 시절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 지금 외환시장에는 애술장군같은 무식한(?) 선봉장이 필요한 때다. 일본 재무성은 이노키처럼 118엔이라는 캔버스에 드러누워 더 이상 껍적대는 놈들은 자빠트리겠다는 기세다. 누워서 겁은 주되 일어나 제대로 ‘맞짱’을 한 번 떠 보자고 나서지 않는 것은 알리의 벌처럼 쏘는 강펀치(대기매물)가 두려운 것이다. 이 비유를 서울에 적용하면 그 레벨은 1275원 정도가 될 것이고, 서울에도 알리의 펀치에 해당하는 물량은 얼마든지 있다. 지난 금요일......아무리 네고가 없다느니 시장에 물량이 없다느니 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월말에 주말 아니었던가? 엔/달러 환율이 118엔대까지 밀려나는 와중에도 국내외 증시의 폭락과 하이닉스 반도체의 법정관리 진입가능성이라는 재료에만 기대어 일부 은행들이 무리한 롱플레이를 고수한 후유증이 장 막판 폐장 20여분을 앞두고 4원 가까이나 환율이 급락하게 만들었다. 당분간은 이런 장세가 불가피할 듯 싶다. 아무래도 역외세력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선봉장의 위치를 자임하며 "내가 정답을 찾았다. 나를 따르라!"고 외치며 깃대 들고 앞서가야만 시장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쪽이라도 좋으니 움직이기만 해라고 생각하는 시장참여자들이 늘어가는 시점인 만큼 이번에 선봉을 서는 세력은 제법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연일 200~300포인트씩 폭락하며 닛케이 지수가 17년만의 최저치를 경신해 가는 와중에도 엔/달러 환율은 좀처럼 위쪽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9월말 결산을 앞 둔 일본 금융기관이나 기업체들의 해외투자자산 본국 송금수요가 저토록 엔화 강세를 유지하게끔 하는가? 그렇다면 9월 중순 그러한 엔화 수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인가? 이렇다 할 해답을 단시간에 도출하기 힘든 하이닉스 반도체의 채권단이 또 어영부영 시간끌기에 돌입했는데, 하이닉스가 법정관리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결정이 나오는 순간 우리 원/달러도 다시 위쪽으로 튈 수 있을 것인가? 엔화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빠지지 않는 우리 원화 환율을 보면서 웬만한 사람들은 엔/달러가 바닥을 보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는 무조건 달러매수에 나서겠다는 생각을 가질만 하다. 앞으로 달러매도로 먹을 수 있는 룸보다는 달러매수로 올릴 수익률이 더 높지 않을까 하는 견해가 우세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필자 또한 그러한 견해에 동조한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좇아야 그마나 스팟딜러로서 하루하루를 견뎌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달러가 더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내심(內心)이라면, 시장은 이따금씩 바닥이라 생각했던 시점에서 지하 5층 주차장을 파 들어 갈 때도 있고, 꼭대기라 여겼던 레벨 위에 전망대를 추가로 건설할 때가 왕왕 있었기에 오늘도 자신있게 "어디로 간다.!"라고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
2001.09.04 I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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