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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청정 고을’ 또다른 웰빙 체험
  • 경남 산청 ‘청정 고을’ 또다른 웰빙 체험
  • [경향닷컴 제공] ㆍ버스로 한바퀴…시티투어 매력 바깥나들이가 잦아지는 5월. 하지만 고유가와 교통체증에 선뜻 길을 나서기가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시티투어버스를 활용해 볼 만하다. 기름값을 걱정할 필요없고 장거리 운전의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 때 묻지 않은 청정자연을 만끽하고 문화유적지를 아우르는 산청시티투어는 시기별로 4개의 코스를 운영한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알뜰한 설명과 함께 관광명소를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게다가 초행길의 여행객도 관광지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어 최소의 비용으로 알찬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경남 산청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문화유적을 둘러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것. 단, 산청을 다 둘러보기에는 하루가 짧아 투어 전날(토요일) 미리 방문하는 1박2일 일정이 알맞다. 남사예담촌의 고가 민박집은 하룻밤 묵어가기에 딱 좋은 곳이다. 과거 마을의 배움터였던 사향정사는 방에 훈장의 사진이 걸려 있고 주인 내외가 차려주는 정갈한 밥상과 함께 맞이하는 아침이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 준다. 산청시티투어는 크게 한방관광과 문화유적, 자연경관, 한방약초축제 코스 등 4가지. 한방관광코스는 산청군청 앞 한마음공원에서 출발한다. 첫 코스는 생초국제조각공원. 경호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현대적 감각의 조각품 27점을 전시해 놨다. 산청 국제현대조각심포지엄에 전시됐던 국내외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산책하듯 미술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구형왕릉한방관광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한방휴양관광단지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에 고품질의 다양한 약초가 생산되는 산청은 일찍이 명의 허준 선생과 그의 스승 류의태 선생이 의술을 펼쳤던 고장이다. 국내 최초로 건립된 한의학박물관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곳. 사상체질을 테스트해볼 수 있고, 자신의 몸에 이롭거나 해로운 약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갑돌이가 약초를 구하러 떠난다는 내용의 ‘갑돌이의 약초이야기’가 디오라마 방식으로 전개돼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목면시배유지도 들른다. 문익점 선생의 ‘목화씨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이곳은 ‘삼우당선생면화시배지비’가 있고 전시관 옆에 목화밭을 조성해 놨다. ▲ 지리산 빨치산 토벌 전시관산청은 선비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그중 남명 조식선생의 유적을 빼놓을 수 없다. 남명 조식선생은 산청의 청정자연 속에서 학문연구와 교육에 전념하며 많은 자취를 남겼다. 산천재는 남명 조식선생의 ‘경(敬)’과 ‘의(義)’ 정신이 제자에게 전수된 곳. 또 인근 덕천서원은 제자들이 그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으로 옥산서원, 도산서원과 함께 삼산서원으로 불리는 유서 깊은 곳이다. ‘예스러운 담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남사예담촌에서는 산청 선비의 격조 있는 삶을 엿볼 수 있다. 이곳 돌담길은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운치가 있다. 보존이 잘된 고가는 마을 주민이 실제 생활하고 있어 문화재라기보다 고향집을 찾은 듯 친숙하고 정겹다. 건물배치, 창틀, 문틀, 기둥모양, 정원 등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를 자세히 들려주는 해설사의 설명을 놓치지 말 것. 산청시티투어버스의 문화유적코스도 좋다. 목면시배유지를 비롯해 겁외사(성철스님 생가), 남사예담촌, 내원사, 양수발전처, 상·하부댐 등이 주요 코스. 이중 ‘지리산 빨치산 토벌전시관’이 특히 인상적이다. 중산관광지 내 양민학살지나 빨치산 토벌전시관 등은 민족상잔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부전시관에는 빨치산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유품, 사진자료, 문학작품, 영상물 등을 전시했다. 또 외부전시관에는 실제 이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주거지 모형과 주요 아지트 등을 재현했다. 시티투어버스를 마친 후 산청의 유명한 참숯찜질방을 이용해 여독을 푸는 것도 괜찮다. 참나무만 사용해 가마를 데우는 예담참숯굴랜드는 3초 만에 구워지는 ‘삼초삼겹살’이 유명해 원기회복에도 그만이다. 또 이즈음 황매산 철쭉도 놓칠 수 없는 풍경. 시티투어코스에는 포함되지 않은 황매산 철쭉은 수십만 평의 드넓은 고원을 선홍빛으로 물들이는 철쭉 군락이 가히 환상적이다. ▲ 남사예담촌 돌담길▲찾아가는 길:서울 남부터미널-산청(원지, 생초)터미널/3시간20분 소요 ▲주변 볼거리:겁외사, 영화주제공원, 구형왕릉, 덕천서원, 대원사, 백운동계곡 등 ▲맛집:고향한정식(한정식, 055-974-0307), 청정돈식당(고기류, 011-576-2069), 한우촌(한우, 016-387-9135), 송림산장(한방요리, 055-972-2988) 등 ▲축제 및 행사:한방약초축제(5월), 황매산철쭉제(5월) 등 ▲이색체험:산청 경호강 래프팅. 경호1교-경호강휴게소 코스(12㎞, 3시간 소요) ▲숙박:남사예담촌 민박(055-972-7107), 예담참숯굴 랜드(055-973-5959), 대웅모텔(055-973-8181), 맑은산장농원(055-973-6265) 등 ▲문의:산청군청 문화관광과(055-970-6421) ▶ 관련기사 ◀☞가볼만한 시티투어 5선…경남 통영시티투어 外☞‘이색 체험’ 경기도 테마여행 어떠세요?☞Life is 료칸, 그 행복한 휴식
 달력만 넘겨도 군침이 돈다
  • [맛 다이어리 2008 #4] 달력만 넘겨도 군침이 돈다
  • [조선일보 제공] 10. 낙지|무안 대하|백사장항 낙지를 아는 사람은 가을낙지를 찾는다. 발이 가느다란 세(細)발낙지가 부드럽긴 하지만, 낙지 특유의 진한 맛은 가을낙지가 한 수 위다. 가을낙지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연포탕이다. 맑게 끓인 국물에 낙지를 넣고 살짝만 익혀 먹는다. 낙지의 스태미너는 옛날부터 유명했다. 일하다 지쳐 쓰러진 소에 낙지 세 마리를 먹이니 벌떡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현산어보라는 주장도 있다)’에 나온다.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타우린이 많아서다. 인삼 한 근과 견줄만한 양의 타우린이 낙지 한 마리에 들었다. 낙지는 서해안 개펄이면 어디든 산다. 그 중에서 전남 무안이 유명하다. 무안 갯벌이 몸에 좋은 게르마늄 함량이 높은데, 그 갯벌을 먹고 자라서 맛이 좋다고 한다. 대하는 9월이면 잡히기 시작하나, 10월은 돼야 어획량이 늘어나 값이 떨어지고 크기도 커져 먹을 만하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항이 국내 자연산 대하 최대 집하장이다. 11. 굴|통영·천북 방어|제주 한우|횡성 탱글탱글한 살을 씹으면 찝찔하면서도 달고 우유처럼 고소하다. 굴의 대표 산지는 경남 통영. 흔히 먹는 그 굴이다. 서해안 굴은 조금 다르다. 충남 천북면에서 많이 나 ‘천북굴’이라고도 한다. 통영굴보다 크기가 작고 맛은 굴과 조개를 합친 듯하다. ‘여름에는 개도 안 먹는다’는 방어. 하지만 산란을 앞둔 겨울 방어는 ‘한(寒)방어’라고 따로 부를 만큼 맛이 유별나다. 참치 뱃살보다 낫다는 느낌이 들 정도. 양식산보다 자연산이 꼬리가 더 날카롭게 생겼고, 살색도 분홍빛이 선명하다. 제주 모슬포에서는 매년 겨울 방어축제를 연다. 제주 사람들 하듯 신 김치에 방어회를 싸 먹어보시라. 쇠고기가 무슨 철이 있나 싶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소도 겨울을 나려고 가을부터 영양을 몸에 축적하는데, 11월 중순부터 말까지 고기 맛이 최고다. 치솟은 쇠고기 가격에 대한 반발로 ‘한우마을’이 전국적으로 급증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식당에 가져가거나, 식당에 붙은 정육점에서 구입하면 ‘양념값’ 또는 ‘세팅비’만 받고 쌈 채소와 불, 찍어먹을 기름소금 등을 차려준다. 12. 대게|영덕·울진 과메기|포항 복어|부산·마산 대게 마니아들은 12월 1일이 되면 경북 영덕이나 울진으로 달려간다. 금어기가 11월 30일로 끝나고 대게 시즌이 시작된 탓이다. 영덕이나 울진 토박이들은 “1월까지도 살이 덜 차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6월 1일부터 참아온 대게 애호가들에겐 들리지 않는 소리다. 얼마나, 어떻게 더 맛있을 수 있단 말인가. 꽁치 또는 청어가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꾸덕꾸덕 마르면 과메기로 변신한다. 미역이나 김에 과메기 한 점을 얹고 말아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소주 파트너로는 이만한 게 없다. 겨울이면 포항은 신발가게에서도 과메기를 팔 정도. 이번 겨울에는 포항에서 과메기를 맛보아도 좋지 않을까. 복어 한 점 먹지 못하고 겨울을 보내면 섭섭할 일이다. 속을 푸는데 복어국 만한 것이 없다. 그 시원한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술을 잔뜩 먹고 싶을 정도다. ▶ 관련기사 ◀☞[맛 다이어리 2008 #3] 달력만 넘겨도 군침이 돈다☞[맛 다이어리 2008 #2] 달력만 넘겨도 군침이 돈다☞[맛 다이어리 2008 #1] 달력만 넘겨도 군침이 돈다
 달력만 넘겨도 군침이 돈다
  • [맛 다이어리 2008 #2] 달력만 넘겨도 군침이 돈다
  • [조선일보 제공] 4. 녹차|하동 백합|부안  한국에서 처음 차나무를 심은 곳은 경남 하동 쌍계사 근처로 추정된다. 화개천 지리산 골짜기와 바위틈에는 지금도 야생 차나무가 무성하게 자란다. 하동에선 곡우(4월 10일) 앞뒤부터 7월까지 차를 만든다. 무쇠 솥을 아궁이에 걸고 차를 덖는 집이 여럿이다.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차시배지’ 일원에서는 매년 5월 중순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린다. 녹차는 벚꽃 만개 시기와 엇비슷하게 포개진다. 차를 마시는 입도 즐겁고 벚꽃을 구경하는 눈도 기분 좋은 봄 여행지가 되겠다. 백합은 ‘조개의 여왕’이라고 극찬을 받는다.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하다. 조개류 특유의 비린내가 없다. 개흙도 거의 없어서 해감하지 않아도 된다. 껍데기를 꼭 다물고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순결과 정절의 상징으로 전북 부안 혼례음식으로 빠지지 않는다. 회, 찜, 탕, 구이, 죽,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다. 서해안 어디서든 나오지만, 부안 계화도 앞바다에서 나는 백합을 최고로 친다. 5~11월까지 산란기를 앞두고 영양을 축적하는 봄철 맛이 절정에 오른다. 백합뿐 아니라 대부분 조개가 봄에 가장 맛있다. 5. 주꾸미|마량포구·홍원항 죽순|담양 주꾸미가 별미로 대접 받은 것은 아주 최근 일이다. 낙지가 싸고 흔하던 시절, 주꾸미는 못나고 맛없는 낙지의 사촌이었을 뿐이었다. 바다 환경이 나빠지고 낙지 가격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사람들의 젓가락이 주꾸미를 향해 돌아갔다. 낙지만큼 차지고 감칠맛 나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담백해서 오히려 낫다는 칭찬까지 듣는다. 5월 산란기를 앞두고 흔히 머리로 아는 몸통에 알이 가득 찬다. 이 알이 별미다. 반투명한 모양새나, 쫄깃쫄깃 씹는 맛이나 영락없는 찹쌀이다. 충남 서천군 마량포구와 홍원항에선 매년 봄 주꾸미축제를 연다. 아삭아삭 상쾌한 죽순. 아무 맛이 없어 어떤 양념과도 잘 어울린다.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B가 풍부한 웰빙식품이기도 하다. 변비나 숙변에도 특효. 섬유질이 너무 많아 소화가 어려울 정도.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죽순을 먹으려면 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으로 가야 한다. 한국대나무박물관도 있어서 ‘토털 대나무 여행’이 가능하다. 6. 민어|신안·목포 멍게|거제 조선 사대부들은 민어로 끓이는 민어탕을 최고 보양식으로 쳤다. 삼계탕이나 보신탕은 평민들이 먹었다. 몸길이가 70㎝에서 크게 자라면 1m가 넘기도 한다. 민어는 소화흡수가 다른 물고기보다 빨라서 환자 건강 회복에 좋다고 한다. 맛도 보통이 아니다.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다. 민어회는 떡처럼 두툼하게 썰어 나오는데, 부드럽고 차지기가 인절미 같다. 7~8월 산란을 앞둔 여름에 가장 맛이 좋다. 회와 전으로 먹고, 남은 살과 머리 뼈로 탕을 끓인다. 마늘과 소금만으로 맑게 끓이기도 하고, 고춧가루를 풀고 애호박을 넣어 얼큰하게 즐기기도 한다. 전남 신안군 송도어판장 근처 식당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민어를 맛볼 수 있다. 제대로 먹으려면 역시 목포로 가는 편이 낫다. 멍게는 거무튀튀한 자연산 ‘돌멍게’와 울긋불긋 화려한 양식산 ‘꽃멍게’가 있다. 돌멍게는 5~7월이 제철. 양이 적어 부산, 통영, 거제 같은 남해안 지역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꽃멍게는 겨울을 빼고 연중 출하되나, 3월 초에서 6월 초가 가장 맛있다. ▶ 관련기사 ◀☞[맛 다이어리 2008 #1] 달력만 넘겨도 군침이 돈다
말간 국물의 복국, 들이켤수록 혀에 감겨오고
  • 말간 국물의 복국, 들이켤수록 혀에 감겨오고
  • [조선일보 제공]  >> 통영 분소식당 ‘쫄복국’ 바다낚시꾼들에게 ‘쫄복’은 여간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떼로 몰려다니며 미끼를 따먹을 뿐 아니라 여차하면 목줄까지 끊어 놓고 달아난다. 낚시에 물려 올라온 놈이 심통 내듯 온몸을 부풀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갈면서 붉은 눈자위에 녹색 눈으로 쳐다보면 강태공들은 그만 어이가 없다. 잘해야 10㎝밖에 안 되지만 맹독을 품고 있어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다. 숱한 쫄복들이 갯바위에 패대기질을 당한다. 표준 명칭은 복섬이지만 흔히 쫄복이나 복쟁이로 불린다. 몸집 작아 먹을 것 없을 쫄복이어도 복국으로 끓여 놓으면 결코 알량하지 않다. 경남 통영 특유의 쫄복국이다. 여객선터미널 앞 분소식당은 40년 가까이 쫄복국(8000원·사진)을 차려낸다. 말간 국물은 첫맛이 슴슴 밋밋한 듯하다 들이켤수록 혀에 감겨온다. 목을 시원하게 타고 넘어가 이내 속을 가라앉힌다. 끝맛은 달큰하기까지 해서 한 방울 남김없이 비우게 된다. 쫄복 여덟 마리쯤에 콩나물, 미나리만 넣고 소금 간 맞추는 것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깊은 맛이 나는지 신기하다. 쫄복은 건져 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잔가시를 뱉아내며 발라먹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먹을거리 귀하던 시절 가난의 흔적이 밴 음식이지만 그 어떤 복국, 복탕보다 훌륭하다. 아마도 거기 기울이는 정성 덕분일 것이다. 쫄복도 독이 든 내장, 알, 눈, 피를 일일이 제거해야 한다. 쭈그리고 앉은 채로 그 자잘한 것들을 하루 3시간씩 손질한다. 조봉(65) 할머니는 딸에게 가게를 맡긴 뒤 얼마 전 허리수술을 받고 들어앉았다. 평생 쫄복 손질이 남긴 허리병이다. 파무침, 깍두기, 김치, 멸치볶음, 파래무침까지 반찬들이 다 자극적이지 않고 얌전 정갈하다. 직접 담근 전어밤젓에도 정성이 깃들어 있다. 여느 밤젓과 달리 밝은 황갈색을 띤다. 대개 완두콩 모양 밤(위·胃)에 붙은 검은 내장까지 함께 담가 거무튀튀하지만 이 집은 내장을 일일이 떼어내 보기도 좋고 맛도 깔끔하다. 봄 도다리쑥국부터 여름 쑤기미매운탕과 삼벵이매운탕, 겨울 물메기탕까지 계절 차림들도 모두 통영 별미다. 독특한 식당 이름은 예전 수협 분소(分所) 곁에 가게를 차리면서 붙인 것이라 한다. 주인은 웃음을 나눠준다는 ‘분소(分笑)’로 해석해 달란다. 아닌 게 아니라 한 뚝배기 비우고 나면 절로 미소가 솟는다. 이 집을 비롯해 통영에선 ‘졸복국’이라고 하지만 졸복은 35㎝까지 자라는, 완전히 다른 복이다. 그렇다고 ‘복섬국’은 어색하니 방언이긴 해도 ‘쫄복국’이 낫겠다. 초기엔 어선에서 다른 고기에 섞여 잡힌 쫄복을 받아다 썼다고 한다. 지금은 70대 할아버지 세 분이 소일 삼아 낚아올려 하루 20~30㎏씩 대준다. 30석 홀과 열 명쯤 들어갈 방 하나. 새벽 낚시꾼과 어부, 장 보러 나온 통영 사람들에 외지인도 끊이지 않는다. 오전 6시~오후 7시. 첫째 월요일 쉰다. (055)644-0495.
해산물 천국 '제주마씸'(제주입니다)
  • 해산물 천국 '제주마씸'(제주입니다)
  • [조선일보 제공] 제주도 가서 해산물 안 먹고 오면 섭섭하다. 1㎏에 14만원이나 하는 전복회처럼 ‘초고가’ 요리도 있지만 큰 돈 들이지 않아도 감동하며 먹을 수 있는 맛깔진 해물 요리가 제주도에는 가득하다. 1인당 5000원, 1만원, 1만5000원으로 배터지게 즐길 수 있는 저렴한 해산물 식당을 찾아 제주도를 뒤졌다. 항구식당_ “참기름을 발라 구운 건가요?” “뭣 하러 그런답니까. 자리 이 놈 자체가 참기름인데.” 서귀포시 모슬포 항구에 있는 ‘항구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퉁을 주듯 대답했다. 자리는 몸 길이 10~15㎝의 작달막한 생선. 경상도 통영에선 ‘생이리’라고 부른다. 프라이팬에 소금만 깔고 굽는다. 자리 자체에서 나오는 기름 자체가 진하고 고소해, 굳이 다른 기름을 바를 필요가 없다. 바삭한 생선구이 몸통은 뼈째 씹어먹어도 맛있다. 1년 내내 제주도 연안에서 잡히지만, 5~6월이 제철이다. 자리구이 백반(6000원) 1인분을 시켰더니 네 마리가 나왔다. 조기에 미나리를 썰어 넣고 얼큰하게 끓인 잡어매운탕(5000원)과 함께 먹으면 더 감동이겠다. (064)794-2254 산호전복_ 제주연안여객터미널 부근에는 산호전복 등 전복죽 식당들이 모여 있는데 실력도, 가격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보통 오전 7시부터 문을 연다. 주문 후에 죽을 끓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20~30분 정도는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뜨끈한 죽을 후후 불어 한 숟갈 먹는 순간 짜릿한 고소함이 입안을 감싼다. 오이무침, 오징어젓, 물김치 등 밑반찬이 제법 구색을 갖췄는데도 고소함의 해일에 휩쓸려 반찬 생각이 전혀 나지 않을 정도다. 아이보리색인 서울의 전복죽과 달리 제주도 전복죽은 옅은 초록 빛을 띤다. 전복 내장을 버리지 않고 함께 넣어서다. 쌉쌀한 전복 내장 맛이 더해지니 고소함이 한결 살아난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전복이 한 숟갈 뜰 때마다 꼬드득 씹힌다. 1인분 1만원, 특(양은 같지만 전복이 더 많이 들었다) 1만5000원. 입에 착착 붙는 시원한 성게국 1인분 1만원. (064)758-0123 삼보식당_ 투박한 뚝배기에 성게알, 오분자기, 바지락, 새우가 넘칠 듯이 가득 들어있는 해물 뚝배기(1인분 9000원, 오분자기와 성게가 더 든 ‘특’ 뚝배기는 1만5000원)는 든든한 한끼다. 오분자기는 전복의 축소판처럼 생긴 제주 특산물인데 오독오독 씹는 맛이 일품. 여기에 성게 알의 쌉쌀하고 향긋한 내음까지 더해져 ‘밥도둑’ 노릇을 단단히 한다. 시원한 국물에 된장을 풀고 싱싱한 자리와 오이를 썰어 넣어 얼음을 동동 띄워 주는 자리물회(6000원, 공기밥 포함)는 여름에 특히 인기지만 언제 먹어도 상큼하다. (064)762-3620 &nbsp;▲ 오분자가 들어간 해물 뚝배기&nbsp;진영수산_ 고소한 제주옥돔을 싸게 사서 집에서 즐기고 싶다면 ‘진영수산’을 찾아가볼 것. 제주 인근 바다에서 잡아 얼리지 않은 옥돔을 ‘당일바리’라고 하고, 보다 먼 바다에서 한국 어부들이 잡아와 얼려 배송하는 것은 ‘원양바리’라고 부른다. 국산 옥돔은 꼬리부분이 노란색과 분홍색 등이 어우러진 ‘무지갯빛’이 난다. 몸통과 대가리의 색깔도 중국산보다 선명한 선홍색을 띤다. 당일바리는 1㎏에 5만원(1일 시가), 원양바리는 1㎏에 3만5000원이다. 김 사장은 “바로 집에 가서 구워먹지 않는다면, 가격 대비 원양바리가 더 나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택배로도 부쳐준다. (064)733-5548 &nbsp;&nbsp;돌하르방식당_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하는 ‘거만한’ 해장국집. 된장 푼 물에 배춧잎과 전갱이를 넣고 끓인 각재기국<사진>이 전문이다. 가게는 허름하다. 테이블은 달랑 9개, 주방에서 74세의 강영채 사장님이 야구모자를 쓰고 직접 뚝배기에 해장국을 끓인다. 그래도 손님만 많다. 오후 3시가 되면 강씨 할아버지는 가게 문을 닫아 걸고 양복으로 갈아입는다. 중절모에 흰 구두로 멋을 내고 외출한다. 6·25 참전용사였던 그는 “사람이 일을 너무 많이 하면 이상해지니까 빨리 가게를 닫는다”며 “일 끝내고 향우회 친구들 만나는 재미에 산다”고 말했다. 국물 맛을 보면 사장님의 ‘여유’가 이해가 된다. 배춧잎에서 우러나는 단맛과 전갱어의 부드러운 지방질이 어우러져 감칠맛이 난다. 한 그릇 5000원. 무를 깍둑썰기로 잘라 된장에 바특하게 졸인 ‘촐래’를 곁들여 배춧잎에 쌈을 싸먹어도 맛있다. (064)752-7580 석다원 휴게소_ 끝도 없이 이어지는 트로트 메들리가 흥을 돋운다. ‘이 집 주인은 해녀입니다’라는 간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싱싱한 해물을 낸다. 스쿠터 일주 중이라면 얼큰하고 뜨끈한 해물 칼국수(5000원)가 제격이다. 딱새우(껍데기가 단단한 새우), 조개 등 각종 해물을 넣어 끓인 맑으면서도 걸쭉한 국물에 직접 밀어 만든 쫄깃한 칼국수를 푸짐하게 넣어준다. 바닷바람에 살짝 얼었던 몸이 일순간 녹아 내린다. 뒤뜰에서 직접 기른 늙은 호박을 큼지막하게 쓸어 넣어 씹는 맛도 제법이다. 전복죽(1만원)과 해산물(전복 소라 멍게 해삼 제주돌낙지 문어 중 선택해서 한 접시에 1만원) 등 다른 메뉴도 싱싱하다. 좁쌀 막걸리 한 잔을 곁들여도 좋겠지만, 스쿠터를 몰고 있다면 잠시 마음을 접자. 바로 앞에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064)784-2329 &nbsp;만부정_ 12년 된 복 요리 전문점. 복은 성산포, 서귀포, 마라도 같은 제주 연근해에서 많이 잡힌다. 가을부터 겨울이 제철이라, 지금 가면 살이 꽉 찬 복어를 맛볼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하게 먹고 싶다면 까치복을 먹어도 괜찮다. 김치를 넣고 끓인 ‘김치복’은 1인분에 1만5000원. 얼큰한 김치국물에 곁들여 먹는 복어살이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좀 호사를 누리고 싶다면 복 튀김을 시도해보자. 얇고 바삭한 튀김 옷을 깨물면, 복어 특유의 은은한 향기가 코로 스민다. 한 접시에 3만원. 서울보단 싸고 더 싱싱한 느낌. 활어로 잡은 참복을 탕으로 먹을 경우엔 1인분에 3만원이다. (064)721-9977 괸당네_ 갈치는 10월부터 알이 들어 더욱 맛있다. ‘3인분’이라고는 하지만 네 명이 먹어도 남을 세트 메뉴 ‘괸당네 스페셜 I(사진·6만원)’에는 갈치 회·조림·구이·국이 함께 나온다. 소금을 솔솔 뿌려 짭조름하고 바삭 하게 구운 갈치 구이는 입에 넣는 순간 녹아 내린다. 달아서 고구마같이 느껴지는 감자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갈치 조림과 매운 고추와 호박을 넣은, 얼큰한 갈치국도 아주 맛깔지다. 다소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갈치회는 막장에 찍어 생마늘 하나 넣고 상추에 싸먹으면 고소하다. 반찬으로 나오는 자리물회를 다시마에 싸서 먹다 보면 “한라산 소주 한 병 주세요”란 말이 절로 나온다. ‘괸당네’는 ‘친척집’이라는 뜻의 제주 사투리. 괸당네 스페셜 II(3, 4인분, 갈치 회·조림·고등어구이) 5만원. (064)732-3757 ▶ 관련기사 ◀☞제주의 바람따라… 스쿠터는 달린다☞이 지도 한 장만 있으면 어떤 길도 두렵지 않아
 블랙콩, 검은인삼, 까만흑염소…여름의 힘!
  • [블랙 보양식] 블랙콩, 검은인삼, 까만흑염소…여름의 힘!
  • ▲ 오골계 / 심장 편하게 하고 몸 붓는 증상 완화&nbsp;[조선일보 제공] ::::: 연산 화악리 오골계 오골계가 몸에 좋다는 건 다들 안다. 그런데 오골계가 천연기념물이란 사실은 알고 계신지? 충남 논산시 연산군 화악리 오골계는 천연기념물 265호로 지난 1980년 지정됐다. 오골계 지정사육인 이승숙씨는 "옛날에 연산에서는 어느 집이나 오골계를 키웠다"고 말했다. "육계(肉鷄)가 들어오면서 오골계가 사라졌어요. 오골계는 병아리 때 부터 요즘 사육되는 닭보다 작은데다가, 성장기간도 5배나 더 길어서 경제성이 떨어지거든요." 이승숙씨 집안은 오골계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이씨의 5대 조부(이형흠)가 철종에게, 증조부는 고종에게 오골계를 진상했다. 그의 할아버지(이계순)가 오골계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했고, 아버지(이래진) 대에 오골계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이씨 집안이 지정 사육인으로 선정됐다. 그런데 천연기념물를 먹다니, 불법 아닌가? "오골계 5000마리를 키웁니다. 매년 10월 토종 오골계 유전형질을 가장 잘 보존한다고 판단되는 500마리를 선발합니다. 몸 길이가 수탉 30㎝, 암탉은 25㎝ 정도에 다리가 가늘고 짧아야 좋은 오골계입니다. 수탉과 암탉 비율이 1대8 정도로, 3년 동안 알을 낳는 종계(씨닭)로 활동합니다. 나머지 4500마리는 먹어도 되요. 종계는 3년 지나면 퇴역하는데, 약효가 높다고 해서 한방에서 '약닭'으로 사용합니다. 오골계는 관절염에 좋다고 알려졌지요." 오골계의 맛은? 요즘 닭에 익숙한 입이라면 솔직히 별로일 수 있다. 육질이 탄탄하다 못해 질긴데다 기름기가 없어 팍팍하다. 하지만 국물은 맑으면서 맛이 진하다. 여기에 한약재가 더해지면, 맛을 떠나 몸에 좋겠다는 느낌이 혀에 감돈다. 이승숙씨가 오골계 농장 옆에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여름철 '황기탕(2만5000원, 2인분 이상 주문 가능, 조리시간 50분)'이 많이 나간다. 황기는 땀을 많이 흘리고 허약한 사람에게 좋다는 약재. '만삼탕(蔓蔘湯, 3만5000원, 2인분 이상 주문 가능, 조리시간 50분)'은 종계에서 '은퇴'한 '약오골계'에 해발 100m 이상 깊은 산속에서 나는 만삼을 넣는다. 이씨는 "만삼은 중국문헌에 '고려인삼보다 고려만삼이 더 좋다'고 기록된 약초"라고 설명했다. '오계전복탕(2만5000원, 3인분 이상)', '황기백숙(햇닭 3만원, 약닭 5만원), '엄나무지네백숙(햇닭 3만5000원, 약닭 5만5000원)' 등도 있다. 한의사가 말하길 "대표적 자양강장제. 본초강목에 의하면 정력을 강화시켜주고 열을 물리쳐 간장과 신장을 이롭게 한다고 하니, 더위를 물리치면서 떨어진 체력을 보하는 데 으뜸이라 할 만하다. 몸의 열을 꺼주므로 혈압을 낮추는 작용도 있다." - 화악리이래진오골계 (041)735-0707 www.ogolgye.com -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다 계룡 톨게이트에서 빠지면 대전-논산 국도와 만난다. 논산 방향으로 가다가 연산 개폐사 조금 전 오른쪽으로, 철도건널목을 넘으면 내수면개발연구소가 나온다. 연구소를 지나쳐 오른쪽에 하얀 건물이 보인다. ▲ 흑삼 / 암의 전이를 막고 당을 억제&nbsp;::::: 흑삼 홍삼(紅蔘)은 익숙해도 흑삼(黑蔘)은 생소하다. 흑삼을 최초 개발했다는 장석열 목사(민들레수도원)의 '흑삼연구소'를 찾아갔다. 충남 금산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시골마을, 부리면 어재리에 있다.흑삼은 인삼을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려 만든다. 홍삼은 인삼을 한 번 찐 것이다. 장석열 목사는 17년 전 흑삼을 처음 만들었고, 2001년 인삼축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반드시 무쇠솥에 넣고 소나무 장작으로 찐다. 그는 "소나무 송진이 인삼에 스며들면서 약효가 더욱 좋아진다"고 주장했다. 쪄낸 삼은 건조실로 옮겨 햇볕에 말린다. 이 과정을 50일에 걸쳐 아홉 번 반복한다. 남자 어른 팔뚝만하던 6년근 삼이 손가락 굵기로 줄어든다." 건조기를 쓰면 너무 뜨거워 삼이 타는 경우도 있어요. 삼이 타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삼의 유익한 성분은 사포닌이 대표적이다. 암의 전이를 막고 당을 억제한다고 알려졌다. 홍삼은 사포닌 함량이 수삼보다 12배 더 많다. 그런데 흑삼은 40배나 더 많다. 장 목사는 "2002년 담배인삼공사에 의뢰해 검사를 받았는데, 사포닌 함량이 홍삼은 70이었고 흑삼은 210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흑삼연구소에서 음식은 팔지 않는다. 1근(600g)에 10뿌리 짜리 흑삼을 150만원, 30뿌리 짜리는 45만원에 판다. 흑삼 액기스는 3병(한 병 50g)에 30만원이다. 대리점에서는 여기에 조금 붙여서 판다. 인삼의 고장 금산까지 왔다가 그냥 가기 섭섭하면 금산군 남이면 성곡리 '개삼터 관광농원'이 가볼 만하다. 일반 '삼계탕(1인분 8000원)'도 있지만, 가능하면 '토종닭 백숙(3만원)'을 추천한다. 흑삼은 아니지만, 홍삼과 수삼을 넉넉히 넣고 끓여낸다. 국물만 떠먹어봐도 홍삼의 존재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한의사가 말하길 "인삼의 신수(腎水·신장의 기운) 성질이 더욱 보강된 식품.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불을 끄는 체온 조절 시스템 성능을 최대화한다." - 흑삼연구소 (041)752-1261, 개삼터 관광농원 (041)751-1444 - 흑삼연구소|경부선이나 중부선 타고 내려오다가 대전-통영 고속도로 금산 톨게이트를 나와 '우주' 방향으로 가다 적벽강쪽으로 간다. 그후로는 입간판을 따라간다. 길이 애매하니 반드시 전화 확인한다. - 개삼터 관광농원|추부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 추부면소재지. 계속 직진해 신호등 있는 사거리 3곳을 지나면 공설운동장이 오른쪽에 보인다. 공설운동장을 지나면 팻말에 이어 농원이 오른쪽에 나타난다. ▲ 블랙 보양식-흑삼 /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 Tagstory에 올라온 동영상 ▲ 흑염소 / 인삼-녹용 넣어 끓이면 힘이 불끈~::::: 흑염소 시골 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허름한 간판, 정체를 알 수 없는 한약 팩…. 전통 보양식 흑염소에서 '약' 대신 '요리'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 '갈매기 식당'은 흑염소 요리 전문점이다. 메뉴부터 '흑염소 전문 식당'답다. 탕, 전골, 수육, 찜 등 식당 주인 강춘자씨가 직접 개발했다는 흑염소 요리가 약 10가지에 달한다. 인삼, 녹용 등이 들어가 여름에 가장 힘낼 수 있게 생긴 '흑염소 한방탕'부터 주문했다. 흑염소 갈비에 밤, 녹용, 대추, 마늘, 인삼, 오가피, 헛개나무, 마늘 등 몸에 좋은 재료가 큼직하고 풍성하게 들어있다. 뽀얀 국물이 바글바글 끓으면 한 소쿠리 풍성하게 담아 나오는 팽이버섯과 부추를 얹어 잠시만 더 끓여 먹는다. 흑염소 갈비와 약재에 가까운 각종 재료가 우러나 국물은 걸쭉하고 진하다. 남은 국물로는 죽을 끓여 먹는다. 윤기 도는 간장 양념에 흑염소 갈비와 호두, 마늘, 밤, 대추, 가래떡 등을 넣은 '흑염소 갈비찜'은 육질이 탕보다 탱탱해 씹는 즐거움이 있다. 자른 부추에 얹어 나오는 '흑염소 수육'은 소고기 수육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결이 훨씬 거칠고 퍽퍽하다. 처음 먹는 흑염소가 거북해 술 생각이 난다면 부근 '대강 양조장'에서 개발한 '검은콩 막걸리'를 곁들여도 좋겠다. 검은콩 두유와 비슷한 맛이다. 흑염소 한방탕 4만원, 흑염소 전골 2만5000원, 흑염소 갈비찜 4만원, 흑염소 수육 2만원(이상 2~3인 용 작은 사이즈 기준), 흑염소탕(1인분) 7000원, 검은콩 막걸리 5000원. 한의사가 말하길 "속을 덥히고 내장을 보호한다. 기력을 증진하고 관절을 부드럽게 한다. 특히 생후 12개월 이전 흑염소는 더위에 지쳐 떨어진 입맛과 정기를 북돋는다. 하지만 열이 많거나 비만하거나 심장이 약한 사람은 맞지 않을 수 있다." - 갈매기 식당 (043)421-0020 - 중앙고속도로 단양 톨게이트로 나와 '단양' 방향으로 우회전 한 후 500m 정도 가면 오른쪽에 있다. ▲ 쥐눈이콩 / 독성물 해독기능 뛰어나 만병 예방&nbsp;::::: 쥐눈이콩 반짝반짝 작은 까만 콩을 반으로 쪼개니 속은 예쁜 연두색이다. '약콩'이라고도 불리는 쥐눈이콩이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쥐눈이콩 마을'에서 내놓는 10여 개 메뉴 모두에는 쥐눈이콩이 들어있다. 매일 아침 쥐눈이콩을 갈아 만든 손두부는 잘게 갈린 구수한 콩의 결이 느껴진다. 두부를 찐 다음 만든다는 투박한 모양의 비지떡은 파삭파삭 고소하면서 달콤해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쥐눈이콩이 동글동글 박혀 있는 버섯 탕수는 소스까지 쥐눈이콩 삶은 물로 만들었다. 쥐눈이콩 비지로 빚은 완자, 쥐눈이콩 된장을 푼 물에 푹 삶은 돼지고기 보쌈, 2년 묵은 쥐눈이콩 막장, 쥐눈이콩 간장으로 담근 간장게장까지…. 요리조리 들여다볼 때마다 쥐눈이콩 천지다. '쥐눈이콩'은 쥐의 눈처럼 새까매 붙여진 이름이다. 강원도 정선과 충북 괴산 농가에서 재배한 쥐눈이콩을 가져다가 직접 메주를 쑤어 된장·고추장·흑초 등을 만든다. '쥐눈이콩 마을' 류미정 이사는 "쥐눈이콩을 발효하면 섭취율이 60%대에서 90% 이상으로 높아진다"며 "된장에 밀가루를 섞지 않아 색상도 검고 텁텁한 듯 느껴지지만 자연에 가까워 몸에 더 좋다"고 했다. 막장에 감자, 양파, 고추 등을 잘게 다져 넣고 바글바글 끓여 만든 '빠글장'을 7월 한 달 간 무료로 준다.(매일 선착순 50명, 한 개 한정) 쥐눈이콩 두부, 비지떡, 버섯탕수, 된장찌게 등 약 10가지 요리와 밑반찬이 나오는 '매화정식' 1만6500원, 간장게장이 추가된 '산수유 정식' 2만2000원. 한의사가 말하길 "음을 보하고 위장의 열을 내리며 신장의 기운을 도와 부종을 내리고 모든 독을 푼다. 검은콩 중에서도 쥐눈이콩은 효과가 가장 크다. 최근 검은콩 음료가 출시되는 등 붐이 일고 있지만, 조선시대 이미 왕실에서 여름철 자양강장을 위해 복용했다." - 쥐눈이콩 마을 (031)965-5990 www.yakong.co.kr - 자유로 '고양시청' 쪽으로 나가 고양시청 사거리에서 '의정부·벽제 방향'으로 간다. 길 따라 가다 왼쪽으로 '일산 칼국수', '양평 해장국'이 보이면 맞은편 길로 우회전한다. 여기서부터는 '쥐눈이콩 마을' 표지판이 나온다.
지금부터 5월까지… 우리 집 식탁 위로 죽순이 솟아오른다
  • 지금부터 5월까지… 우리 집 식탁 위로 죽순이 솟아오른다
  • [조선일보 제공] 바람이 불었다. 댓잎들이 기분 좋은 듯 서로 몸을 부비며 “사라락 사라락” 상쾌한 소리를 낸다. 대나무 사이를 걷는데, 무언가 발에 걸린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죽순(竹筍)이다. 밤새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대밭 바닥이 온통 땅을 헤집고 올라온 죽순으로 가득하다. 경남 거제시 하청농협 여경모 과장대리는 “지금은 죽순이 막 솟기 시작해 이 정도지, 한창 때는 걷기 어려울 만큼 죽순이 많다”고 말했다. 하청면은 한국에서 죽순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다. 국내 전체 죽순의 90%가 하청에서 생산된다. 매년 4월 초부터 5월 초순 한 달 동안 300여 농가가 1000 가량의 죽순을 최근까지 생산해왔다. 올해는 4월 중순부터 죽순이 나오기 시작했다. ▲ 땅을 헤집고 올라온 죽순죽순은 대나무의 땅속 줄기 마디에서 돋아나는 어린 싹이다. 왕대, 솜대, 죽순대 등 여러 대나무의 새순을 죽순으로 먹는다. 이 중 가장 크고 굵은 맹종죽(죽순대)을 최고로 친다. 하청에서 생산되는 죽순은 모두 맹종죽에서 나온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처럼, 죽순은 성장이 엄청나게 빠르다. 아침에 겨우 머리만 땅 위로 내밀고 있다가도 저녁이면 사람 키만큼 자라기도 한다.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건 죽순이 작지만 대나무의 형질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꽉 누른 용수철처럼 대나무 전체가 죽순으로 압축돼 있다가, 생장에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는 순간 튕겨 오르는 셈이다. ▶▶죽순은 중국음식과 일본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고급 음식재료이다. 죽순은 무미(無味)할수록, 즉 아무런 맛이 없을수록 고급으로 친다. 아무런 맛이 없기 때문에 어떤 재료나 양념과도 잘 어울린다. 동시에 살캉살캉 씹는 맛이 좋다. ▶▶죽순은 좋은 음식재료일 뿐 아니라 몸에도 좋다. 단백질이 많고 무기질과 비타민B가 풍부하다. 식이섬유 함량이 23.3%이나 된다. 그래서 변비 해소나 숙변 제거, 대장암 예방 효과도 있다. 섬유질이 너무 많아 소화가 어렵기 때문에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먹지 않는 편이 나을 정도다.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해소하고 이뇨 작용을 돕기도 한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비만이나 고혈압에도 권할만한 음식이다. 매년 봄이면 죽순을 채취하는 옥무근씨는 “대나무수액은 고로쇠수액보다 10배 더 좋다는 말도 있다”면서 “해마다 이맘 때면 죽순과 대나무수액을 약처럼 드시는 고혈압, 중풍 환자들에게 택배로 보내준다”고 말했다. ▲ 반으로 쪼개 껍질을 벗긴 죽순▶▶죽순은 오랫동안 하청사람들에게 논농사보다 나은 소득을 보장하는 효자 작물이었다. 하지만 중국산이 밀려들면서 하청 죽순도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매년 1000씩 생산하던 죽순은 지난 2005년 300여으로 급감했다. 작년에는 12년 동안 운영하던 죽순 통조림 공장까지 매각했다. 쉬 상하는 죽순은 대부분 통조림으로 유통된다. 하청농협은 죽순 수매를 계속하기는 하지만, 과거처럼 통조림으로 만들지 않고 생 죽순을 부산 등 공판장에 출하할 계획이다. 하청농협 주영포 상무는 “중국산은 가격이 국산의 4분의 1에 불과한데다 품질도 떨어지지 않아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년전 죽순 수매가가 400원이었습니다. 논 농사보다 수익이 5배 이상 높았어요. 그런데 죽순 수매가는 지금도 400원입니다. 저장하기 어려워 유통도 어렵죠. 죽순은 물이 많아 그냥 두면 하루만 지나도 쉰내가 납니다. 거제에 다른 일거리가 없다면 죽순에 악착같이 매달리겠죠. 하지만 조선소에 가면 월급 많이 주는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누가 죽순만 잡고 있겠습니까.” 그래도 옥무근씨 같은 몇몇 하청 주민들은 죽순 채취를 계속할 계획이다. 고급 한정식집·일식당·중식당과 중풍·고혈압 환자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죽순으로 만드는 대표적 음식으로는 죽순회와 죽순장아찌가 있다. 죽순회는 얇게 썬 죽순을 오이, 풋고추, 미나리 등과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린다. 죽순장아찌는 죽순을 항아리에 담아 돌로 눌러둔 다음, 진간장을 끓여 식혀 붓기를 2~3회 반복해 만든다. 간장게장을 담그는 과정과 비슷하다. 1개월 정도 삭여 먹는다. 죽순은 딱딱하고 아린 맛이 있어서 날로 먹기 힘들다. 1시간을 삶아야 한다. 그런 다음 물에 4~5시간 담가둬야 아린 맛이 없어진다. ▲ 죽순 채취 현장 / 김성윤 기자 가는 길|(서울에서 출발할 경우)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거치면 거제의 관문 충무IC까지 단번에 이어진다. 신거제대교를 넘어 14번 국도를 따라 15분쯤 달리면 하청이다. 교통체증이 없는 평일 기준 4시간 30분쯤 걸린다. 왕복 휘발유값은 11만원쯤 들었다. 죽순 맛보기·구입하기|하청에 죽순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없다. 죽순철이면 하청 식당마다 죽순회·장아찌·나물·두루치기 등을 밑반찬으로 내기는 한다. 죽순을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생 죽순은 물이 많아서 하루만 지나도 쉰내 나기 십상이다. 옥무근씨(055-635-5525, 016-694-5255)처럼 죽순을 채취하는 하청 주민에게 전화 주문하면 택배로 부쳐준다. 삶고 물에 담가 아린맛을 뺀 죽순을 얼음과 함께 스티로폴 상자에 담아 택배로 부쳐준다. 1㎏당 3000원씩 받는데, 5·10㎏ 단위로 판다. 택배비는 따로 부담해야 한다. 하청농협(055-636-5805)에 연락하면 죽순 채취 농민을 연결해준다. 그밖에 볼거리|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달리는 해안 드라이브가 즐겁다. 14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장승포가 나온다. 장승포를 지나 남쪽으로, 지세포를 지나 와현, 구조라에 다가갈 무렵이면 다도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동그랗게 뭍으로 둘러싸인 와현 앞바다가 멋지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로 덮인 윤돌도와 마주한 구조라 해수욕장에서 봄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 "싱싱한 해산물 집에서 받으세요"
  •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이제는 해산물도 인터넷을 통해 가정에서 손쉽게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온라인 배송서비스 향상으로 당일 배송이 가능해짐에 따라, `싱싱함`이 생명인 농수산물 인터넷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온라인 쇼핑몰업계에 농수산물 산지직배송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오픈마켓 G마켓(www.gmarket.co.kr)은 오는 31일까지 수산특가와 축산특가 기획전을 열고 20여가지 상품에 대해 반값 혜택과 산지직배송, 무료배송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먼저 돌김한박스(10봉)를 판매가의 반값인 4900원에 제공하고 돈등뼈(5kg/5900원)를 구입할 경우 하나 더 제공하는 `1+1` 행사를 펼친다. 이와 함께 대게 10마리(3만3000원)와 활멍게(3kg/9900원)를 산채로가정에 직배송해주고 전복(1kg/3만6200원)과 굴(3kg/1만8500원)을 무료배송 혜택까지 제공한다. 엠플(www.mple.com)은 통영 멍게 직배송 할인 이벤트를 벌인다. 활멍게 3kg를 1만1800원으로 당일 직배송한다. 오후 4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잡은 멍게를 바로 배송하여 다음날 도착하므로 신선하게 받아볼 수 있다. 참꼬박 2kg(1만3600원)도 전남 여수에서 직배송한다. GS이숍(www.gseshop.co.kr)은 `농수산물 산지 직배송 특별전`을 갖고 산지의 싱싱한 수산물, 농산물을 판매 중이다. 영덕군에서 지정한 영덕대게 원조마을 차유마을의 영덕대게 5마리를 5만5000원에 선보이고 킹크랩 1.2kg 을 3만6060원에 판매한다. 인터파크마트(mart.interpark.com)에서는 완도산 참전복(1kg/5만)을 다시마와 함께 포장해 신선도를 그대로 살려 배송한다. 국산 자연산 대하(18~20마리/8900원)도 서해안에서 갓잡은 싱싱한 자연산 대하를 영하 40도로 급냉한 후 바로 배송해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디앤샵(www.dnshop.com)도 깨끗한 완도 앞바다에서 자란 완도전복(500g, 7~10미)을 2만7900원에 산지 직배송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싱싱한 전복을 받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맛 좋고 영양이 풍부한 강원도산 홍문어(1.2kg 1~2미, 4만원)와 한려수도 청정 지역의 싱싱한 생굴 1박스(1kg/1만9000원) 등의 다양한 생물수산물들도 신선하게 냉장 포장해 산지에서 직접 배송한다.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해산물, 모듬회 등 각종 수산물을 산지 직배송해주는 `집에서 즐기는 수산물 요리 진검승부`코너를 열고, 오픈기념으로 각종 생선, 건어물, 해산물 등을 시중가 대비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할인판매한다. 통영산지에서 직배송되는 모듬회 1인분은 9405원, 오돌낙지 1.3kg은 7900원, 바다장어구이 1kg은 1만425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진영 G마켓 식품팀장은 "매월 온라인을 통해 제철 농수산물을 판매하려는 산지 농어민들이 늘고 있어 고객들은 다양한 산지 농수산물을 저렴하고 신선하게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03.20 I 류의성 기자
입 속에서 폭발하는 바다의 ‘날맛’ 거제서 멍게 珍味를 찾다
  • 입 속에서 폭발하는 바다의 ‘날맛’ 거제서 멍게 珍味를 찾다
  • ▲ ""바다의 꽃""이라고 불리는 멍게. 붉은색과 주황색, 노란색이 꽃보다 화려하고 화사하다. 서호시장에서 구한 멍게를 미륵도 해안 이끼 낀 바위에 놓고 찍었다.[조선일보 제공] 경남 통영 중앙시장. 시장통 여기저기 주홍색 꽃이 피었다. ‘우렁쉥이’라고도 부르는 멍게다. 물에서 꺼내자 말랑하던 멍게가 고무공처럼 탱탱하게 화를 냈다. 울퉁불퉁 도깨비 방망이처럼 돋은 뿔 끝에서 물을 ‘찍’ 쏜다. 멍게의 영어 이름이 어째서 ‘바다 물총(sea squirt)’인지 알겠다. 요즘 통영과 거제에는 멍게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자연산도 더러 있지만, 대개 양식장에서 자란 2년산 멍게다. 어린애 주먹만하다. 자연산은 초여름에서 여름이 제철. 큰 것은 몸 길이가 18㎝까지 자라기도 한다. “(그만큼 커지려면) 3년은 되야 되는데 우찌 기다립니꺼. 요즘 양식 멍게를 막 따기 시작했어예. 진달래꽃 필 때 더 맛 있어예. 요즘 나오는 건 ‘꽃멍게’. 여름에 아(아이)들이 수영하러 가서 따는 거는 자연산은 돌멍게라카고. 지금은 꽃멍게가 맛있고예, 돌멍게는 여름에 맛있어예.” 서호시장이 식당 주인이나 상인들이 들리는 곳이라면, 중앙시장은 통영 주민들이 찬거리를 사러 오후에 들리는 소매시장이다. 멍게를 먹겠다고 하면 껍데기를 까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싱싱한 멍게가 선명한 주황색이 홍시 같다. 후루룩 입에 넣으면 야들야들 부드러운 육질은 곶감 같다. 첫 입에는 찝찔하면서 달큼한데, 끝 맛은 씁쓸하면서도 신선하다. 서울 멍게와는 선도(鮮度)가 다르다. 껍질이 붉을수록 신선하단 증거. 시장통에 앉아 멍게를 씹는 맛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식당이 편하다. 시장 골목 안에 주로 회를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멍게나 생선 등을 사면 시장 상인이 자신과 안면 있는 식당으로 데려다준다. 생선을 사다가 먹는 손님을 ‘초장손님’이라고 하는데, 1인당 3000원만 내면 간장과 초고추장, 쌈장, 쌈용 채소와 밑반찬 서너 가지를 챙겨준다. 매운탕은 5000원(4인 기준) 내면 끓여준다. 공기밥 1000원. 가격은 시장 내 모든 식당에서 똑같으니 걱정할 필요없다. 멍게는 1만원어치만 사면 둘이서 소주 한 병 비우기에 충분하다. 멍게의 진미를 맛보려면 거제로 가야 한다. 14번 국도를 달리다 신거제대교를 넘으면 20분이 채 안되 거제 시내다. 신현읍 고형리 세무소 앞에 있는 ‘백만석(055-637-6660)’은 ‘멍게비빔밥(1만원)’으로 전국적 명성을 떨치는 집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멍게젓비빔밥’이다. 백만석 주인 김성태(54)씨는 “멍게비빔밥은 거제에서는 오래 전부터 먹어왔던 향토음식이지만, 요즘 전국적으로 유명한 건 우리가 지난 2005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 백만석 멍게젓비빔밥백만석에서 개발했다는 멍게젓비빔밥 만드는 법은 이렇다. 4~6월 주로 거제에서 나는 멍게에서 모래를 제거한다. 양념을 약간만 넣고 싱겁게 간 해 5일 정도 저온 숙성시킨 다음 잘게 다져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살짝 얼려둔다. 푹 삭힌 멍게젓 대신, 싱겁게 간해 살짝만 삭힌 멍게를 쓴다는 점이 과거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다. 멍게젓비빔밥을 주문하면 대접에 직사각형 멍게 4쪽과 김가루, 깨소금, 참기름이 담겨 나온다. 따로 나오는 뜨거운 밥을 대접에 더해 쓱쓱 비비면 얼었던 멍게가 녹으면서 밥과 함께 스르르 섞인다. 한 숟갈 듬뿍 퍼서 입에 넣었다. 바다가 입 속에서 폭발한다. 도다리쑥국이 온화한 봄바다라면, 멍게젓비빔밥은 뜨겁지만 동시에 시원한 바람을 동반한 여름바다다. 싱싱한 멍게의 ‘날맛’이 살아있으면서도, 살짝 간하고 삭혔기 때문에 세련되고 둥글게 다듬은 듯한 맛이다. 짜지 않지만 싱겁지도 않다. 여기에 자연산 우럭으로 끓인다는, 뜨겁고 맑은 생선국이 곁들여지면서 멍게젓비빔밥의 싱싱함이 한층 살아난다. 멍게젓비빔밥보다 더 진한 맛을 선호한다면 ‘고노와다정식(2만5000원)’이 딱이다. 고노와다는 해삼 창자로 담근 젓갈로, 일본에서 최고급 반찬에 속한다. 고노와다정식은 멍게젓 대신 해삼창자젓이 들어간다. 뜨거운 밥과 비벼먹으면 기름지고 고소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돼지고기나 쇠고기 같은 ‘육고기’처럼 느끼하지 않다. 멍게젓이나 해삼창자젓을 시도하기 겁난다면 광어회와 상추, 오이, 풋고추를 넣고 초고추장 양념장에 비벼 먹는 ‘생선회비빔밥(1만2000원)’이 있다.
도다리, 어린 쑥과 만나 통영의 봄이 되다
  • 도다리, 어린 쑥과 만나 통영의 봄이 되다
  • ▲ 한산섬식당 도다리 뼈회[조선일보 제공] 경남 통영시 ‘한산섬식당’. 문을 밀고 들어서자 허름한 식당 안은 봄 냄새로 가득했다. 대단히 귀하고 값비싼 별미라도 대접 받는 양 식당을 가득 채운 손님들은 커다란 스테인리스 국그릇에 코를 박고서 허겁지겁 국물을 퍼먹는 중이었다.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투명한 국물 속에서 생선살이 하얗게 빛나고, 쑥 향이 향긋하게 피어 오른다. 따뜻한 봄 바다가 국그릇에 그대로 담긴 듯하다. 도다리쑥국이다. 도다리쑥국에는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냄비에 물과 납작하게 썬 무를 몇 조각 넣는다. 물이 팔팔 끓으면 남자 어른 손바닥만한 도다리 한 마리와 파, 마늘, 풋고추를 조금 넣는다. 극상에 오른 도다리 자체의 맛을 살릴 정도로만 간을 할 뿐이다. 도다리가 슬쩍 익을 즈음 쑥을 손으로 뚝뚝 뜯어서 넣고 숨이 죽으면 그릇에 담아 손님상에 낸다. 광어와 거의 똑같이 생긴 도다리는 남해안이 아니면 통 보기 힘든 생선이다. 양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영 서호시장 상인들은 “아직까지 통영에서 양식 도다리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통영도촌동수협공판장에 만난 한 거래인은 “도다리가 다 자라려면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도다리는 맛이 워낙 좋은 생선. 생선에 대해선 누구보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통영 사람들이 잡히는 족족 먼저 먹어 치운다. 이곳 주민들은 “(도다리 맛 모르는) 서울 사람들은 광어를 최고로 치더라”며 안타깝단 듯 말한다. 특히 봄 도다리를 최고로 친다. 지금 도다리는 산란을 앞두고 살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이다. 운이 좋으면 배에 알이 가득 찬 암컷이 나오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물론 “알이 찬 도다리는 영양을 몽땅 알에 빼앗겨 버려 살이 푸석푸석, 맛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통영 토박이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도다리가 좋아도 쑥이 없으면 도다리쑥국은 미완성. 반드시 요즘 막 나오기 시작한 어린 쑥이 들어가야만 한다.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햇쑥은 여리지만 특유의 향기가 강렬하다 못해 코가 아릴 지경이다. 쑥은 보통 음력 정월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날씨가 따뜻해 지난 1월 말부터 쑥이 나왔다. 그러나 도다리 살이 덜 올라 맛이 덜하다. 그래서 쑥도 먹을 만하고, 도다리도 통통한 요즘부터 앞으로 한 달 가량이 ‘도다리쑥국’이 가장 맛있는 철. 이때가 지나면 쑥이 ‘뻐세서’(질겨서) 맛이 떨어진다. 강렬한 쑥향이 먼저 코를 잡아채고 기름기 없이 맑고 담백한 국물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도다리 살은 눈처럼 뽀얗고 하얗다. 목구멍을 타고 스르르 사라진다고 느껴질 만큼 생선 살이 연하면서도 기름이 올라 푸석하지 않다. 통영에서는 정량동 기업은행 뒤 ‘한산섬식당’(055-642-8330)이 도다리쑥국을 잘 끓이기로 소문 났다. 한 그릇 8000원. 생선회는 4만·5만·6만원짜리가 있다. 여러 생선회가 섞여 나오는데, 도다리회만 달라고 해도 된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도다리를 뼈째 자른 뼈회(세꼬시) 스타일로 주로 나온다. 반찬으로 나오는 ‘볼락젓’이 별미다. 무와 고춧가루를 더해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가볍게 삭힌다. 시큼하면서 가벼운 감칠맛이 깍두기처럼 매콤달콤하게 익은 무와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작은 볼락이 통째로 나오니 비위 약한 분이라면 굳이 권하지는 않겠다. 이외에 여객선 터미널 주차장 앞 ‘터미널회식당’(055-641-0711), ‘통영회식당’(055-641-3500), ‘분소식당’(055-644-0495)도 도다리쑥국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통영 바로 옆 거제에서도 도다리쑥국을 즐겨 먹는다. 거제에서는 맹물 대신 쌀뜨물에 된장을 조금 풀어 맛을 내는 집이 많다. 하지만 역시 슴슴하게 도다리와 쑥의 맛과 향을 살리는 정도로만 자제한다. ‘평화횟집’(055-632-5124), ‘웅아횟집’(055-632-7659) 등이 유명하다.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 8000원~1만원 받는다.&nbsp;▲ 멸치밥, 멸치회, 멸치튀김, 멸치쌈, 멸치젓, 멸치전, 멸치볶음, 멸치시락국(시래기국), 멸치액젓으로 무친 파김치…. 통영 멸치마을의 멸치요리는 주인의 멸치 사랑만큼 다양하다.
거제도 ''빨간 동백·노란 유채·파란 바다, 그리고 바람''
  • 거제도 ''빨간 동백·노란 유채·파란 바다, 그리고 바람''
  • [노컷뉴스 제공] 거제도의 해안도로는 봄에 특히 아름답다. 제도 남단인 남부면 다포리의 남쪽 해안도로는 바다 위로 솟은 다도해의 섬들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봄의 정취와 함께 환상적인 바다를 보고 싶다면 여기를 적극 추천한다. &nbsp;다포리 해안도로 봄 절경 으뜸 제주도 다음의 큰 섬으로 알려진 거제도는 10개의 유인도와 50개가 넘는 무인도로 이뤄졌다. 무엇보다 거제도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풍경은 해금강이다. 갈곶에서 떨어져 나간 바위섬을 일컫는데 그 풍경이 금강산의 해금강만큼이나 아름답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일월봉, 병풍바위, 신랑신부바위, 돛대바위, 거북바위, 미륵바위 등 온갖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솟아 있고, 십자동굴과 만물상 석문도 자연의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다포리를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거제대교를 건너 우회전해서 1018번 지방도로를 따라 쭉 남쪽으로만 가면 된다. 좌회전해도 사곡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남쪽으로 달리면 앞서 말한 도로와 만난다. 해안 따라 달리다가 남부면에 들어서서 탑포마을-저구마을-명사해수욕장을 차례로 지나면 여기서부터 남해안 제일의 해안드라이브 코스라는 홍포-여차 해안도로가 시작된다. 이곳이 아름다운 이유는 거제도 명물 남쪽 대·소병대도를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대병대도 5개 섬과 소병대도 3개 섬을 합쳐 8개의 무인도가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나앉아 있다. 다시 차를 몰아 여차 몽돌해수욕장을 구경하고 홍포마을에서는 여유롭게 걸어볼 만도 하다. 해안도로를 벗어나 14번 국도로 접어들면 여기서부터는 화려한 봄꽃들을 볼 수 있다. 3월초에 이곳을 지나게 되면 빨갛게 핀 동백꽃을 만날 수 있으며 유채꽃을 볼려면 해금강 입구인 도장포 쪽이 좋다. 홍포마을 동백·대금산 진달래 유명 진달래로 유명한 곳은 북쪽 장목면의 대금산이다. 신라 때 쇠를 생산한 곳이라 하여 '대금(大金)'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곳 산 허리와 정상 주변을 중심으로 진달래가 워낙 많이 피어나 '대금산 진달래 축제'가 매년 4월 열린다. 14번 국도를 타다가 함목 해수욕장을 지나면 해금강으로 우회전하는 길이 나오는데 MBC드라마 '회전목마'의 촬영지인 바람의 언덕이 있다. 동네 어른들이 예로부터 '띠밭늘' 이라고 부른 곳이다. 예전에는 잔디가 많이 심겨있는 밭이라는 뜻으로 '띠밭늘'이라 불렀다. 2001년께 '바람의 언덕'이라 명명됐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찾고 싶어하는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 거제도 가는 길◎ ▶거제도 가는 길 구마고속도로 칠원 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 탄다.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진주분기점이 나타나면 이곳에서 다시 한 번 통영-대전고속도로로 옮겨 타고 통영IC에서 내린다. 이후 장승포 거제 방향으로 10여분 달리면 신거제대교가 나오는데 다리를 건너면 거제도다. ▶거제도 먹을거리 해송횟집 영화 '종려나무숲'과 '파랑주의보'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바다를 바라보고 먹는 회맛으로 더 유명하다. (055)636-2878 평화횟집 거제도의 겨울 별미가 물메기와 생대구였다면 봄에는 도다리다. 예로부터 가을 전어, 봄 도다리라 했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싱싱한 도다리와 갓 뜯은 쑥을 넣어 끓여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055)632-5124 백만석 대구요리뿐만 아니라 이 집에서 개발한 멍게비빔밥이 입소문난 별미집이다. (055)637-6660 ▶ 그 밖에 볼거리 외도 마치 천국에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외도는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지상낙원이다. 거제도 안에 작은 거제도로 불릴 만큼 수려한 기암절벽으로 둘러쌓인, 개인소유의 섬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 외도 해상문화시설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지심도 거제도 일운면 지세포리에 속하는 약 10만평의 작은 섬이다. 늘 푸른 상록수종으로 언제나 울창한 숲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3월은 동백꽃이 가장 예쁘게 피는 시기다. 포로수용소유적공원 거제시 고현리에 자리잡은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비참했던 포로수용소의 모습을 당시의 자료를 바탕으로 재현한 곳이다. 도움말 l 거제시청 관광진흥과 (055)639-3196
휴게소 밥 그만 먹고 싶었는데 고속도로 옆에 이런 맛집이!
  • 휴게소 밥 그만 먹고 싶었는데 고속도로 옆에 이런 맛집이!
  • [조선일보 제공] 고향 오고 가는 길, 고속도로에서 휴게소 밥만 먹으면 재미없다.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20~30분 정도만 차로 달리면 별미를 맛 볼 수 있는 맛집을 소개한다. &nbsp;▲ 봄의 맛! 도다리 쑥국.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 금산나들목 금산관광농원(충남 금산군 제원면 저곡리)은 인삼어죽(5000원)을 잘 하는 집이다. 빠가사리와 메기 등 민물고기를 삶은 후 살코기만 체로 걸러낸 다음 육수에 인삼을 넣어 잡내와 비린내를 제거하고 쌀·국수·수제비를 담아 어죽을 끓인다.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얼큰한 맛을 살리고 집 된장으로 구수한 맛을 보탠다. 설 연휴 기간 중 18일 하루만 쉬고 17, 19일에는 영업한다. 금산나들목→제원면 소재지→제원대교 직전 우회전→식당. (041)754-8388 ● 고성나들목 벌써 남해안 지방에 도다리쑥국이 등장했다. 하얀 도다리 살과 초록빛 쑥의 이중주를 혀와 위장으로 감상해보시라. 장원식당(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리)은 겉보기에는 허름해도 입 안 가득 봄의 향기가 감돌고 국물 맛이 깔끔한 도다리쑥국(8000원)을 맛보기 좋은 곳이다. 지금부터 4월 초까지가 도다리쑥국의 계절. 17일에만 영업. 고성나들목→고성군청에 주차→군청 뒤편에 식당. (055)674-4475 ● 통영나들목 굴은 남성의 스태미너 증진과 여성의 피부 미용에 좋다. 굴의 본고장 통영에 가서 굴 요리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유람선터미널 인근 나폴리식당(경남 통영시 도남동)의 굴 해장국(6000원), 생굴회(1만5000원), 굴구이(2만5000∼3만원), 굴무침과 굴전(각 2만원)이 기다린다. 설 연휴 내내 문 연다. 통영나들목→통영대교→유람선터미널→식당. (055)646-0055 서해안고속도로 ● 춘장대나들목 춘장대해수욕장 북쪽의 아침햇살횟집(충남 서천군 서면 도둔리)에서는 도미회(1㎏에 7만원선)와 감성돔(1㎏에 8만원선)이 주인의 추천 메뉴. 전복·낙지·생선구이·초밥·튀김 등이 상에 푸짐하게 오른다(철 따라 음식의 종류는 달라진다). 설 연휴 내내 문 연다. 춘장대나들목→서천군 서면→춘장대해수욕장→식당. (041)952-3948 ● 무안나들목 돼지짚불구이는 ‘무안 5미’ 가운데 하나. 녹향가든(전남 무안군 몽탄면 사창리)에서 짚불 냄새에 취하고 고소한 맛에 빠져보자. 삼겹살 부위를 석쇠에 끼우고 후루룩 짚불에 구워내는 것이 돼지짚불구이(1인분 7000원). 양파김치를 곁들여 고기를 다 먹은 후에는 게장비빔밥(3000원)으로 마무리. 연휴 사흘간 문 연다. 무안나들목→무안읍내 직전 삼거리에서 좌회전→무안역식당. (061)453-8360 ▲ 무안의 별미 중 별미라는 ""돼지 짚불구이"".천안논산고속도로 ● 서논산나들목 나루터식당(충남 부여군 부여읍 구아리)의 대표 메뉴는 장어구이(1인분 1만7000원)와 메기매운탕(3만원·3만5000원·4만원). 17일과 19일 영업. 서논산나들목→4번 국도→부여읍내→구드래조각공원 입구→식당. (041)835-3155 동해고속도로 ● 현남나들목 주문진 등대와 아들바위를 이어주는 해안도로변에 위치한 뽀빠이횟집(강릉시 주문진읍 주문5리)의 복어회(1㎏에 8만원선)와 잡어회(1㎏에 7만원선)가 시원한 해풍과 잘 어울린다. 오징어물회(1만원)도 놓치기 아깝다. 설 연휴 동안 쉬지 않는다. 현남나들목→주문진해수욕장→해안도로→아들바위→식당. (033)661-9898 ▲ 매끈하고 통통한 감자떡.영동고속도로 ● 문막나들목 감자떡 만드는 모습을 구경하고 그 자리에서 사먹을 수도 있는 곳이 만낭포감자떡집(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리). 만낭포감자떡은 1.7㎏에 1만원, 흑삼이감자떡은 1만5000원. 17일과 19일 영업. 문막나들목→간현유원지 방면 42번 국도→만낭포주유소→지정초등학교 옆에 떡집. (033)731-9953 경부고속도로 ● 천안나들목 생태찌개(2인분 1만4000원) 전문점으로 이름을 날려 점심시간만 되면 손님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곳, 바로 운집생태찌개다. 일본산 생태를 사용하며 꽃게, 새우 등을 갈아서는 삼베보자기에 넣고 육수를 우려내는 것이 이 집의 맛내기 노하우. 얼큰한 생태찌개에 들어가는 두부는 초당두부. 설날 하루만 쉰다. 천안나들목→성거읍 방면 우회전→기름나라주유소 못 미쳐서 비보호 좌회전→식당. (041)556-5509 ● 옥천나들목 구읍할매묵집(충북 옥천군 옥천읍 문정리)은 50여년 전통을 자랑한다. 메밀묵과 도토리묵(각 4000원)만으로 부족하면 공기밥(1000원)을 추가한다. 17일과 19일 영업. 옥천나들목→정지용생가 사거리에서 좌회전→식당. (043)732-1853 중앙고속도로 ● 북단양나들목 비원강쏘가리(충북 단양군 단양읍 도전리)는 육식성 민물고기인 쏘가리를 회(싯가)로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쏘가리회를 주문하면 매운탕과 약선요리가 딸려 나온다. 주변 콘도나 펜션 투숙객들이 식당 이용 시 교통편을 제공한다. 쏘가리회가 입에 맞지 않는다면 산채더덕구이정식(1만원·2인부터 주문가능)을 추천한다. 설 연휴 내내 영업. 북단양나들목→5번 국도→대명콘도 입구→청소년문화의 집→식당. (043)423-0408 ● 예천나들목 예천 한우를 육회(400g에 2만원)로 맛볼 수 있는 곳. 바로 백수식당(경북 예천군 예천읍 남본2리)이다. 육회비빔밥(7000원)과 등심(400g에 3만2000원)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17, 18일에는 문 닫고 19일부터 영업. 예천나들목→예천읍내 방면→공설운동장 신호등에서 좌회전→남본삼거리에서 우회전→식당. (054)652-7777 중부내륙고속도로 ● 충주나들목 운정식당(충북 충주시 문화동)은 올뱅이(표준어는 다슬기)해장국 전문점. 1978년 김숙제씨가 창업했다. 올뱅이는 괴산이나 충주 남한강 일대, 철원, 무주구천동 등지에서 잡아온 것을 사용한다. 올뱅이 해장국은 5000원. 포인트는 아욱을 넣는다는 것. 연중무휴. 충주나들목→충주KBS→대전지방노동청 충주지청이나 농협은행에 주차→식당. (043)847-2820 ● 점촌함창나들목 ‘약돌 돼지’는 게르마늄, 셀레늄 등 특수 성분을 함유한 거정석(일명 약돌)이라는 돌가루를 사료에 첨가해서 키운 돼지로 문경시농업기술센터에서 연구 개발했다. 이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약돌돼지샤브샤브점촌점(경북 문경시 모전동). 약돌돼지샤브샤브(2만원·2만5000원·3만원)와 솔잎·은행·밤·대추를 넣은 약돌돼지한방찜(2만원·3만원)을 차려낸다. 17, 19일 문 연다. 점촌함창나들목→문경시청 앞→문경여중 정문에서 좌회전→식당. (054)556-7192 호남고속도로 ● 논산나들목 붕어찜 팬은 산수장가든(전북 완주군 화산면 화평리)으로 가시라. 경천저수지 주변에는 10여개의 붕어찜 전문 식당이 몰려있는데, 24년 역사를 지닌 산수장 가든도 그 중의 하나. 붕어찜(1인분 1만원·혼자 갔을 경우에만 1인분 주문 가능)에 들어가는 시레기는 매년 가을 1년치를 준비해 둔다. 19일만 영업. 논산나들목→논산시 가야곡면 삼전리→완주군 화산면 소재지→식당. (063)263-5078 ▲ 얼큰한 붕어찜이 차량 정체 때문에 짜증난 속을 풀어준다.● 유성나들목 평양냉면의 명성을 4대째 이어가는 숯골원냉면(대전시 유성구 신성동)은 평양꿩냉면(8000원)과 평양냉면(6000원)을 시원한 동치미국물에 담아낸다. 수육 같은 메뉴도 없이 오로지 냉면으로만 승부한다. 17일과 19일 영업. 유성나들목→충남대 후문→대덕연구단지 입구 농협 바로 뒤편→식당. (042)861-3287
‘고향의 맛’으로 짭짤한 ‘돈맛’
  • ‘고향의 맛’으로 짭짤한 ‘돈맛’
  • [조선일보 제공] 전통 토속음식을 취급하는 한식점이 장기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몸에는 우리 음식이 최고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토불이 음식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패스트 푸드’ 대신 ‘슬로푸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는 것도 토속음식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선두 주자는 보쌈. 족발, 감자탕 전문점 전통 음식점 중 프랜차이즈로서 가장 빠르게 정착한 업종은 보쌈 전문점이다. 원할머니보쌈과 놀부보쌈이 양대 산맥을 이루며 경쟁하고 있다. 특히 이 두 브랜드는 20여 년 동안이나 대중성을 확보해 와 전통 음식도 충분히 프랜차이즈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족발 전문점 역시 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송가네 왕족발, 장충동 족발, 뚱뚱이 할머니 족발 등이 있다. ▲ ‘원할머니보쌈’주방에서 보쌈제품이 나가고 있다. 보쌈은 대표적 전통식품 중 하나로 인기 품목중 하나다.오랜 시간 서민들에게 사랑 받아온 감자탕은 2000년대 초부터 전국적으로 많이 퍼져 나갔다. 대표적인 업체인 ‘행복추풍령 감자탕&묵은지’다. 김선권 사장은 “메뉴와 맛을 젊은층 입맛에 맞게 개발하고 있어 최근 들어 10~30대의 젊은층들도 감자탕을 즐기는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향토음식, 신구세대 입맛 모두 충족 지방 향토음식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수도권에 진출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안동 간고등어 전문점은 최근 등장해 각광받고 있는 메뉴 중 하나다. 간고등어는 안동 사람들의 밑반찬으로 애용됐던 메뉴로 내륙지방인 안동에서 생선을 상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도록 고등어에 굵은 왕소금을 뿌려 절여 먹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경남 통영의 유명한 먹거리 굴국밥도 최근 굴요리 전문 프랜차이즈 등장과 함께 별미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굴사랑, 굴마을 등의 브랜드들이 있다. 충청도는 곡식의 생산이 많아 죽, 국수, 수제비와 같은 음식이 흔한 편이다. 특산품인 호두를 이용한 호두죽, 병천순대, 올갱이전 등이 충청도의 토속음식에 속한다. ▲ ‘행복추풍령 감장탕&묵은지’에 들른 소비자들이 감자탕을 시켜 식사하고 있다.‘병천아우내영양순대’는 병천 고유 제조 공법으로 만든 병천순대만을 고집하는 순대요리 전문점이다. 병천순대는 타지방의 순대와 달리 돼지의 창자 부위 중 가장 가늘고 육질이 부드러운 소창에 20여 가지의 야채와 양념, 선지를 버무려 넣어 만든다. 팔도 음식 중 최고로 치는 전라도 음식은 여러 가지 젓갈류를 풍부하게 사용하고 전반적으로 간이 진한 맛을 낸다. ‘완산골명가’는 전북 전주의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을 무기로 서울 입성에 성공한 프랜차이즈업체다. 지난 2001년 말 목포에 1호점을 연 이후 6년 만에 140여 개 가맹점을 개설했다. 한규용 사장은 “칼칼한 국물에 생계란을 따로 먹는 것이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 국밥의 특징”이라며, “맛 유지를 위해 육수를 아예 티백에 담아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에서 해안가 사람들이 50년 전부터 별미로 먹던 우럭회 뼈다데기쌈도 프랜차이즈화 됐다. ‘최부자 강릉집’과 ‘이경자 강릉집’ 등이 있다. 제주도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던 갈치회와 고등어회 등도 서울에서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음식 전문점 ‘제주물항’은 싱싱한 갈치회와 고등어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두 세 번씩 항공편으로 직접 공수해 온다.
펑펑 터지는 굴구이에 묵은 피로 날아가네
  • 펑펑 터지는 굴구이에 묵은 피로 날아가네
  • ▲ 천북 굴구이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이 굴을 푸짐하게 쌓아놓고 구워먹고 있다.[조선일보 제공] 가족을 위해 부지런히 일한 당신. 스스로에게 여행이라는 부상을 내리시라. 제철 맞은 별미가 쇠잔해진 미각을 자극하고, 겨울바다의 매운 바람이 무뎌진 감각을 살려주고, 천수만 바다 건너 안면도 뒤로 넘어가는 낙조가 잊고 지낸 감성을 일깨워준다. 서해안고속도로 광천나들목이 여행의 출발점이다. 오천항부터 들렀다가 북쪽으로 올라가면서→천북면 굴구이마을→홍성 남당리포구→어사포구→속동전망대→궁리포구 등을 차례로 들러본다. 홍성방조제부터 궁리포구까지는 거의 바닷가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한적한 해안 드라이브 코스다. ▲ 홍성군 서부면 상황리 바닷가의 속동전망대는 가족이 한 해를 마무리하기 좋은 낙조 감상 포인트다.◆ 키조개 집산지 오천항 키조개 집산지인 오천항(보령시 오천면)에 가서는 먼저 오천성에 올라본다. 조선 중종 때 서해안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이다. 보령방조제와 오천항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포인트. 항구로 내려가면 곳곳에서 키조개를 씻는 모습이 보인다. 원산도, 삽시도, 외연도 등지의 주변 바다에서 채취해오는 키조개는 1990년대 말까지는 90% 이상 일본으로 수출됐으나 지금은 80%가 국내에서 소비된다. 키조개는 회, 무침회, 전, 죽, 데침(샤브샤브), 전골, 구이 등으로 요리해먹는다. ‘해양횟집’(041-932-4074)에서는 3~4명이 먹기 좋은 키조개 양념구이가 4만원. - 오천항 맛집(지역번호 041): 우리횟집(932-4055), 청해수산(932-4017), 등대횟집(932-4023) 등. ◆ 천북 굴구이마을 다음으로 가볼 곳은 장은리 굴구이마을(보령시 천북면). 100여곳이 넘는 굴 구이집들이 성업 중이다. 주말이면 공용주차장을 중심으로 교통체증이 빚어지기도 한다. 여행객들은 저마다 목장갑을 끼고, 집게를 들고 불판에 둘러앉아 굴을 구워먹는데 여기저기서 펑펑 소리가 들린다. 굴껍데기가 폭발하면서 내는 소리이니 조심하시길. 굴 구이집 주인의 말에 따르면 천수만과 안면도에서 생산하는 굴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경남 통영이나 전남 여수 지방의 굴도 들여온다고 한다. 굴구이는 한 소쿠리에 2만5000원 정도. 지난 2일 시작한 천북굴축제는 10일까지다. - 장은리 굴구이집(지역번호 041): 깐돌네굴집(641-8816), 오륙도굴집(641-7410), 천수만굴집(641-7003), 희정굴구이(011-9421-6138) 등. ◆ 새조개가 유혹하는 남당항 홍성방조제를 타고 모산 전망대에 들렀다가 북으로 올라가면 대하 집산지 남당항(홍성군 서부면). 겨울철의 남당항은 새조개로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천수만에서 잡히는 새조개(속살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동시 물을 뿜으면서 거의 1m 정도 날아가기도 한다. 남당리 어촌계장 신건식(52)씨에게 한 마디를 듣는다. “올해의 경우 수온이 따뜻해 12월 하순이 지나서야 어획량도 많아지고 조개의 맛도 살아날 듯 합니다.” ‘신토불이횟집’(041-632-8000)에서 새조개가 1㎏에 4만원. - 남당항 맛집(지역번호 041): 나들이회센터(633-0501), 신만횟집(634-6456) 등. ◆ 천수만을 내려다보는 속동전망대 어사포구와 궁리포구 중간의 임해관광도로변 바닷가에 들어선 속동전망대에서 바로 앞의 자그마한 모섬까지는 나무계단을 이용한 산책로로 이어진다. 겨울바다 여행에 나선 가족들은 이곳에 차를 세우고 천수만을 건너온 바람을 맞으면서 모섬까지 걸어보기도 하고 안면도 뒤로 숨어드는 낙조를 감상하며 하이 파이브를 주고받는다. - 궁리포구 맛집(지역번호 041): 갯마을횟집(631-3969), 궁리회센터(634-9040), 광신횟집(634-1213) 등.
 쫀득쫀득 갑오징어… 김밥을 유혹하네
  • [통영 5味+1] 쫀득쫀득 갑오징어… 김밥을 유혹하네
  • [조선일보 제공] 1. 꼬지김밥 ▲ 꼬지김밥 알고 보니 충무김밥의 원형.충무김밥하면 맨밥을 만 김밥, 그리고 접시 한쪽 옆을 차지한 오징어무침과 깍두기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뭉뚱그린 오징어무침이 반찬으로 나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여러 종류 반찬을 꼬지에 끼워 내다가 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지금처럼 편하게 바뀐 것이라고 한다. 옛맛을 되살리기 위해 그 손 많이 간다는 ‘꼬지김밥’을 5년 전 다시 시작한 옛날충무꼬지김밥(055-641-8266) 집을 찾았다. 통영 토박이들이 어릴 적 먹던 충무김밥 맛과 흡사하다고 칭찬하는 집. 느지막한 오후 들어선 가게엔 손님은 없고 주인 할머니가 자잘한 갑오징어 새끼를 꼬지에 하나씩 하나씩 끼우고 있다. 꼬지 재료는 어묵, 오징어, 갑오징어, 주꾸미, 홍합 등 다섯 가지. 삶은 재료들을 한 꼬지에 한 종류씩 끼워 냉장 보관했다가 손님이 오면 고춧가루 양념을 발라 내놓는다. 1인분(3500원)에 김밥 8개, 3~4가지 종류의 꼬지 6개, 섞박지 깍두기가 시락국과 함께 나온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쫀득쫀득 갑오징어와 고소한 홍합 꼬지가 먹기 좋다. 매콤달콤한 오징어무침과 깍두기 맛에 길들여졌다면 싱겁다고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담백한 맛. 양념이 진하지 않아 해산물 맛과 향이 살아있다. 서호시장 시내버스정류소 맞은편. 2. 멍게비빔밥 ▲ 멍게비빔밥 야들야들 향긋한 멍게 속살과 고소한 밥의 만남.갖은 해산물이 들어간 통영 비빔밥은 통영 사람들이 특히나 자랑하는 음식이다. 충무공 탄신일 행사의 제사음식을 주관해오는 등 전통 통영 음식을 전수해온 제옥례(91)할머니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통영 맛’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통영 비빔밥”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숙주·박나물 같은 육지 나물에다 미역·톳나물 같은 싱싱한 바다 해산물이 함께 들어가고, 단백질을 보충하는 민어·조기·가자미 같은 생선 한 마리가 함께 나오는데다, 조개로 만든 장처럼 재료의 맛과 향을 살려줄 수 있는 양념을 쓰는 게 통영 비빔밥의 특징. 멍게비빔밥도 그런 통영 비빔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메뉴 중 하나다. 통영시 문화해설사분들이 추천한 밀물식당(055-646-1551)을 찾았다. 멍게비빔밥이라고 해서 밥 위에 멍게를 조금 얹었겠지 했다. 하지만 웬걸, 멍게 반·밥 반이다. 1인분에 8000원이지만, 비싸다는 생각까지 싹 가실 정도로 일단 멍게 양이 만족스러웠다. 숟가락으로 아무리 뒤집어 봐도 잘게 썬 멍게 속살과 김, 통깨가 재료의 전부. 양념도 참기름, 깨소금, 소금 약간 밖이다. 공기밥은 따로 나온다. 통통한 조기 한 마리가 딸려 나왔다. 쓱쓱 비벼서 한입 먹었는데 싱싱한 멍게 향이 콧속에 훅 끼친다. 씹기도 전에 입 속에 멍게향이 번졌다. 참기름·참깨가 싱싱한 멍게 맛과 어울려 고소하다. 멍게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든든한 한끼 식사, 평소 흐물흐물 멍게를 피해온 분들도 ‘바다 영양별미’로 한번 먹어볼 만한 메뉴인 듯하다. 멍게비빔밥 이외 메뉴는 매운탕(6000원), 장어탕(6000원), 생선구이(6000원) 등. 항남동 국민은행 골목 20m 안쪽. 3. 굴요리코스 ▲ 굴코스 요리 굴전·굴회·굴찜·굴구이·굴밥까지. 입맛대로 골라먹기.통영에서 굴맛을 보고 싶다고 하면 대부분 향토집(055-645-4808)을 추천한다. 13년간 굴요리만 해온 전문점으로 10가지에 가까운 굴 요리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기 때문. 굴철이 시작되는 10월이 돼야 굴회를 먹을 수 있고 그 전엔 살짝 익힌 숙회가 회를 대신한다. 굴밥, 굴전, 굴회, 굴구이, 굴찜 등 5가지 나오는 굴 A코스(3인 이상 주문가능, 1인분 1만 5000원)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굴밥. 하얀 쌀밥 위에 적당한 크기의 굴이 먹음직스럽게 올려졌다. 참기름과 진간장을 조금만 넣고 비볐더니 굴 향은 그대로 살아있고 맛은 담백하다. 굴구이는 껍질을 깐 상태로 그릴에 구웠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적당히 익은 속살은 씹을 수록 고소하다. 달걀 속에 도톰한 굴이 2~3개씩 들어있는 굴전은 모양도 굴이다. 조금 싱거워서 양념장에 자꾸 손이 갔다. 굴찜은 가장 실망스러운 메뉴였는데 모양도 맛도 아구찜 양념에 굴만 폭 파묻어놓은 듯 특색을 찾기 힘들었다. “굴 자체가 짭쪼롬한데다 굴향을 살리기 위해 굴찜 양념을 싱겁게 한다”는 설명이었지만 맵지도 달지도 않은 양념은 영 밍밍했다. 역시 산지에 왔음을 느낄 수 있었던 메뉴는 굴회. 아직 알이 완전히 차지 않아 크기가 크진 않지만 보기에도 싱싱한 우윳빛 속살이 달짝지근하다. 세 명이 다섯 가지 음식이 총출동하는 굴A코스를 시키기엔 돈도, 음식양도 부담스럽다. ‘통영 온 김에 온갖 굴 요리를 다 먹어보겠다’고 작정하고 온 사람이 아니라면 먹고 싶은 요리를 한 두 가지씩 주문하는 것이 나을 듯싶다. 굴밥, 굴전, 굴숙회가 나오는 굴B코스는 1인분 1만원(2인 이상 주문가능) 개별메뉴로는 굴숙회(1만원), 굴전(8000원), 굴밥(6000원), 갈치구이(1만 5000원) 등. 무전동 롯데마트 뒤쪽. 4. 우짜 - 우동·자장 둘 다 먹고 싶다면&nbsp;▲ 우짜 우동이랑 자장이랑 둘 다 먹고 싶을 때? 추억의 우짜드세요.40여 년 전, 서호 시장에서 우동을 먹던 사람이 주인에게 물었따. “우동을 먹으면 자장을 먹고 싶고, 자장을 먹으면 우동을 먹고 싶은데 이를 우짜면 좋은교?”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하나 둘 자꾸 늘어나자 주인이 우동 위에 자장소스를 한 국자 쫙 끼얹어 내준 것이 우짜라고 하는데. 바로 통영에만 있다는 ‘우짜’(우동+자장) 탄생이야기. 새벽까지 일하던 노동자들과 밤늦게까지 항남동 유흥가에서 즐기던 통영 젊은이들의 출출한 배를 달래주던 것이 바로 우짜였다고 한다. 지금도 고향에 오면 꼭 들러서 먹는다는 통영사람들의 추억의 음식이다. 포장마차에서 우짜를 팔아 모은 돈으로 가게를 낸 항남우짜(055-646-6547)는 20년째 우짜를 팔고 있다. 떡볶이, 어묵을 밖에 내놓고 우동, 자장면 등을 함께 파는 작은 골목 분식점이 날이 어두워지자 어른·아이 손님이 들어차 자리가 별로 없다. 우짜는 이름 그대로 우동 위에 자장소스, 고춧가루를 얹은 모양에다 그 둘을 섞은 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기대만큼’의 맛이었다. 자장과 우동의 만남이 외지 사람들 입에는 잘 안 맞는지 먹으면서도 자꾸 따로 담긴 둘 생각이 났다. 느끼하지 않은 국물을 내기 위해 띠포리(밴댕이의 경상도 방언)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 1인분 3500원. 항남동 국민은행 안쪽 골목으로 5분 거리. 5. 볼락매운탕 - 맑은 국물이 “캬, 속 시원하다” ▲ 볼락 매운탕 맑아서 담백~한 매운탕도 있다.통영사람들은 볼락을 ‘뽈’ 또는 ‘뽈래기’라고 부른다. 제철이 따로 없이 일년 내내 맛볼 수 있지만 어획량이 적어 귀한 고기다. 통영에서 잡히는 대부분이 통영에서 소비될 정도. 가을철이 특히 살이 통통하게 올라 가장 맛있을 때라고 한다. 작은 크기는 통째로 회를 해 먹고 조금 큰 것은 소금구이나 매운탕을 해먹는다. 한산섬식당(055-642-8330)은 볼락 요리 잘하기로 통영토박이들에게 인정 받은 집이다. 매운탕은 2인분 이상 시키면 냄비에 한꺼번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볼락 매운탕은 1인분씩 따로 그릇에 나왔다. 볼락의 형태도 살리고 국자로 퍼나르면서 식거나 퍼지지 않게 하려는 배려라고 한다. 공기밥과 멸치·김치·굴젓 등 6가지 반찬이 함께 차려진다. 살이 탱글탱글한 어른 손바닥 만한 볼락 두 마리가 그릇에 꽉 들어찼다. 볼락 매운탕을 먹는다고 하니까 통영 사람들이 “국물이 담백한 것이 통영 볼락 매운탕의 최대 특징이지만 양념 진한 매운탕 맛에 익숙한 타지 사람들 입맛에는 안 맞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과연 국물이 ‘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맑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얼큰하고 뒷맛이 깨끗하다. 텁텁한 매운탕에 질릴 때마다 생각날 것 같은 맛. 주인은 “볼락은 어획량이 적어 항상 준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기 전에 미리 꼭 전화를 해서 확인하라”고 말했다. 볼락 매운탕 1인분 1만원. 볼락 구이 4만~5만원. 장어탕 7000원 등. +1. 오미사꿀빵 - 부드러운 팥의 느낌~ 후식에 딱 ▲ 볼락 매운탕 맑아서 담백~한 매운탕도 있다.통영의 대표적인 ‘주전부리’를 물으면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꿀빵이지뭐.” 밥벌이하러 타지로 떠난 사람들도 고향을 찾을 때면 꼭 한번 들른다는 집이다. 정해놓은 개수만 팔고 가차없이 문을 닫는다기에 점심때쯤 오미사꿀빵(055-645-2467, 사진) 가게로 갔는데, 이런, 가게 앞에 ‘할아버지가 다리를 다쳐 당분간 쉽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닫힌 셔터 앞에서 기운이 쏙 빠져 있으니까 동네사람들이 “비슷한 꿀빵을 제과점에서도 한다”고 일러줬다. 이문당 서점 맞은편에 네프 과자점(055-643-4257). 꿀빵은 물엿이 듬뿍 바른 팥 도너츠였다. 속에 든 고운 팥이 그리 달지 않으면서도 고소한 기름 맛과 잘 어울린다. 아무리 욕심을 내도 달아서 두 개는 먹기 힘들 듯. 점심때쯤 되야 꿀빵이 나온다. 여섯개 들이 한 팩에 3000원. 낱개로는 팔지 않는다.
  • 소문난 전국의 별미
  • [조선일보 제공] 수박향 그윽한 은어, 탱탱하다 못해 딱딱한 전복, 술로 배배 꼬인 속 풀어주는 시원한 오징어국…. 멀리 있어서, 갈 시간이 없어서 군침만 삼키며 별렀던 지방 별미를 맛보기엔 여름 휴가가 최적기다. 먹는 일이라면 남한테 뒤지지 않는 사람들이 “올 여름에는 반드시 먹고 말겠다”는 음식을 소개한다. 음식값은 7월 19일 기준. 음식에 따라 1인분 주문을 받지 않는 곳도 많다. 전라도 김은조 레스토랑평가서 ‘블루리본서베이’ 편집장-여수 갯장어(하모) 바닷장어의 한 종류인 ‘갯장어’(속칭 ‘하모’)는 그동안 전량 일본에 수출하다가, 최근 시중 유통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아직 맛보기 어렵지만, 전남 여수에는 갯장어 전문식당이 여럿 있다. 잔뼈가 씹히지 않도록 칼집 넣은 갯장어를 팔팔 끓는 육수에 샤브샤브식으로 살짝 데쳐먹는 ‘유비키’와 회가 있다. 원조격인 ‘미림횟집’(061-666-6677)과 ‘경도회관’(061-666-0044), ‘경운횟집’(061-665-3004) 등이 알려졌다. (미림횟집은 유비키를 ‘대’ 5만원·‘소’ 4만원, 회를 ‘대’ 5만원·‘소’ 3만원에 낸다.) 조정용 와인경매사·‘올 댓 와인’ 저자-완도 전복 여름 해산물의 왕은 역시 전복 아닐까. 전복회는 단단한 살을 오독오독 씹으면 달큰하다. 와인은 질감이 두터워야 어울릴 듯하다. 소비뇽 블랑(포도 품종)과 세미용을 섞은 화이트와인 중에서 골라보면 어떨까. 프랑스 보르도 무통 로칠드에서 생산하는 ‘엘 다르장’(Aile d’Argent)이 떠오른다. 전복을 구우면 구수한 맛이 더해져 강하고 복합적인 맛으로 변신한다. 질감과 구조가 강건한 화이트와인이 어울린다. 프랑스 루아르 ‘쿨레 드 세랑’(Coulee de Serrant)을 추천한다. 전복 양식으로 유명한 전남 완도에서 전복을 실컷 먹고싶다. (‘해궁횟집’(061-554-3729), ‘대도한정식’(061-554-3537) 등에서 전복죽·구이·볶음 등을 맛볼 수 있다. 전복죽 1만~1만5000원, 구이·볶음 5만원선. ‘전사마’(061-555-0838)는 전복에 삼겹살, 묵은 김치, 다시마를 더한 ‘전복사합’(4인 기준 10만원)등 독특한 전복요리를 낸다.) 임우석 프리랜서작가·박재은 요리사 부부-땅끝마을 ‘갈매기둥지’ 오징어국 땅끝(전남 해남)에서 우리는 곧잘 취해버린다. 바다를 바로 옆에 둔 밤이면 소주 한 잔 할 수밖에. 전날 밤 거나하게 해치운 남해 횟감과 소주가 아직도 뱃속에 남아있던 어느 아침, 뜻밖의 해장을 했다. 횟집 ‘갈매기둥지’(061-534-9192)의 금슬 좋은 주인 내외가 끓여준 따끈한 오징어국과 소박한 찬에 맨김구이. 얇은 무 몇 조각과 야들한 오징어 살로 달게 우려낸 그 국물 맛이 속쓰린 아침마다 생각난다. (임우석·박재은 부부가 감동한 ‘아침백반’ 5000원. 여주인은 “국물은 미역국, 토장국, 된장찌개, 바지락국 등 그때그때 다르다”며 “오징어국을 맛보고 싶으면 미리 예약해달라”고 당부했다. ‘갈치조림’(소(小) 2만5000원, 중(中) 3만원, 대(大) 3만5000원도 맛나다.) 주희선 홍보대행사 KPR 대리-광주 ‘산수팥죽’ 올 여름에는 광주광역시 산수시장에 있는 ‘산수팥죽’에서 팥죽 한 그릇 꼭 먹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팥죽 아닌가 싶다. 진하디 진한 팥죽에 찹쌀로 만든 새알심과 직접 뽑은 칼국수가 가득 들었다. 한 그릇 4000원. 새알심으로만 채우면 5000원이다. 탄수화물로 배를 가득 채우면 흐뭇하고 행복하다. 광주가 고향인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단골이라는 게 주인 설명. (062)225-4933 강원도 석창인 수원 SNU치과 원장-양양 여름송이 송이버섯은 가을이 제철인 건 누구나 안다. 문제는 눈 튀어나오게 비싼 가격. 강원도 양양에서는 8월 중순이 지나면 송이가 나기 시작한다. 이걸 ‘여름송이’라 한다. 여름송이는 물을 먹어 향이 떨어진다. 하지만 가격이 가을송이의 절반이다. 양양 남대천 천변 ‘버섯마을’(033-671-3145)이 단골 식당이다. (버섯마을 주인은 “여름송이는 품질이 아주 좋으면 1㎏에 25만원, 나쁘면 10만~15만원 정도”라며 “여름송이가 언제 나올지는 비가 그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여름송이가 나오기 전까지 전년도에 나온 냉동 송이를 100g 당 2만5000원에 판다.) 정현순 홍보대행사 시너지힐앤놀튼 대표-평창 민물매운탕 나의 고향은 공기 맑고 물 맛 좋은 강원도 평창. 평창군 방림면 방림2리에 가면 ‘거기매운탕’(033-334-1885)이 있다. 간판이 시원찮은데다, 겉에서 보면 평범한 한옥이라 관광객들은 스쳐지난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이 많이 찾는 민물매운탕집이다. 민물 생선은 잘못하면 비린내가 많이 나는데, 이 집 매운탕은 국물이 여간 시원하고 개운한 게 아니다. 주인아저씨가 매일 평창강에서 잡아오는 고기를 맑은 물에 끓여서가 아닐까. 서비스는 뭐 ‘그럭저럭’ 수준. 음식도 더디다. 하지만 방에 앉아 문 열어놓고 시원한 경치를 구경하노라면 시간은 금방 간다. (민물매운탕 소 2만5000원, 중 3만5000원, 대 5만원.) 서상호 서울신라호텔 총주방장-속초·양양 참돔·돌돔 동해에서 회도 먹고 놀다오고 싶다. 참돔, 돌돔이 요즘 아주 좋다. 참돔도 맛있지만 돌돔은 특히 감칠맛이 짙다. 강원도 속초에 갔다가 양양 남애항 ‘처녀횟집’(033-671-7555) 에서 식사할 계획이다. (처녀횟집에서 참돔은 1㎏ 12만원, 돌돔은 20만원, 광어는 10만원을 받는다. 역시 제철인 오징어회는 기본 밑반찬으로 나온다.) 경상도 문태준 시인-다랭이마을 촌막걸리 경남 남해군 남면 가천 다랭이마을 ‘촌할매 막걸리집’(055-862-8530). 바다를 향해 구불텅 구불텅 내려가는 마을 골목을 따라가면 그 길목 끄트머리께 강재심 할머니네 막걸리집이 있다. “막걸리 잡수러 오시다! 막걸리 맛있습니다!”라며 손님을 정겹게 부르는 강재심 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일흔 여덟. 갓 스물에 시집와 시어머니로부터 막걸리 담는 법을 배웠으니 근 60년 막걸리를 담가왔다. 평상에 앉아 마시는 막걸리는 정말 “폭 익었다”. 제대로 익어 술술 넘어간다. 술 파는 강재심 할머니의 말씨나 얼굴도 막걸리처럼 선하디 선하다. 음식을 내놓는 손도 크다. 내가 먹어 본 막걸리 중 제일이다. 마을 좌우로 펼쳐진 다랑논(계단식 논)을 볼 수 있고, 막걸리집에서 조금 내려가면 가슴 탁 트이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는데 그지없이 참 좋다. (막걸리 1병(1.5ℓ) 5000원. 파전(5000원), 두부(3000원), 콩국수(4000원)도 훌륭하다.) 이은숙 음식전문지 월간 ‘쿠켄’ 편집장-섬진강 은어 여름이면 은어가 생각나 참을 수 없다. 깨끗한 1급수에서 물이끼만 먹고 사는 은어는 독특한 수박향이 몸에서 배 나온다. 은어요리는 역시 섬진강이다. 경북 울진 왕피천, 강원 삼척 오십천, 양양 남대천 등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옛부터 은어 구이·튀김·회·밥·탕 등으로 다양하게 발달시킨 곳은 섬진강 유역이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은어는 대부분 양식이다. 담백한 살맛은 비슷하지만, 양식산은 물이끼를 먹지 못하고 사료로 키워 특유의 수박향이 거의 없다. (경남 하동군 화개에 있는 ‘혜성식당’(055-883-2140)은 전문 은어낚시인들로부터 받는 자연산을 다양하게 요리한다. 양식 은어는 대(大·4~5인분)자 4만원, 중(中·3~4인분)자 3만원, 소(小·1~2인분)자 2만원. 자연산은 1만원이 추가된다. 참게탕(3만~5만원)으로 더 알려진 집이다.) 이범준 CJ 운영1팀 과장-통영 시락국 전국에서 해산물이 가장 다양하고 풍요로운 항구, 경남 통영. 요즘 통영에 완전 ‘꽂혀 있다’. 올 여름은 통영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실컷 먹을 계획이다. 서호시장 뒷골목에서 ‘시락국’은 필수 코스. 시락국은 시래기국의 통영 사투리다. 장어 머리를 곤 국물에 무청, 된장을 넣어 끓인다. 구수하고 시원하다. 추어탕에 넣는 산초와 비슷한 재피(초피)가루, 청양고추, 김가루, 부추무침을 입맛대로 더한다. ('원조시락국'(055-646-5973) 말이국밥 3000원, 따로국밥 4000원. '골목집'(055-645-0777), '가마솥'(055-646-8843) 등이 붙어있다.) 충청도 신계숙 배화여대 중국어통번역학과 교수·중국음식 전문가-충주 ‘화이트크리스마스’ 나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듯한 음식과 테이블이 감동을 주는 ‘화이트크리스마스’에서 멋진 식사를 하고싶다. 충북 청주에 있는 이 레스토랑에서는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감동이 시작된다. 손님 이름이 메뉴판에 인쇄돼 있다. 뒤집어진 잔 속에 꽃이 들었다. 잔을 바로 세워 물을 부우면 꽃 향기가 그윽하게 퍼진다. 앞마당에서 직접 키운 허브를 뜯어다 요리한다. 마지막 코스인 커피와는 설탕 대신 사탕수수 결정체가 매달린 막대가 나오는데, 설탕보다 단맛이 은은하다. 사소한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주인 부부의 손길이 감동을 빚는다. (043)856-1225 (5가지 요리로 구성된 ‘안심스테이크 코스’(5만원)부터. 여주인은 “손님들은 대개 8가지 요리가 나오는 ‘샤토브리앙 안심 코스’(7만5000원)를 주문한다”고 했다.) 김종천 다음 ‘일상탈출카페’(cafe.daum.net/trip7788) 대표-칠갑산 지천구곡 참게매운탕 금강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지천구곡’이란 곳이 있다. 칠갑산이 있는 충남 청양군 장평면 지천리를 흐르는 계류가 아홉 번을 꺽이며 흐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지천구곡에 가면 ‘둥지가든’(041-943-0008)이란 참게요리전문점이 있다. 2만여평 양식장에서 키운 참게로 매운탕, 게장, 튀김 등을 요리한다. 물 맑은 지천구곡에서 물놀이하며 참게의 참맛까지 느낀다면 훌륭한 여름휴가가 될 것 같다. (가을이 제철인 참게를 여름에 먹어도 될까? 둥지가든 사장은 “여름게는 껍질을 벗고 살이 빠져 맛이 형편없다”면서 “매운탕에는 작년 가을 잡아서 냉동시켜둔 게를 쓴다”고 했다. 참게매운탕 소 3만원, 중 4만5000원, 대 6만원. 참게백반 1인분 1만5000원.) 제주도 김흥기 레스토랑 ‘타니’ 사장-제주 다금바리 제주 특산인 다금바리는 ‘횟감의 황제’라 불린다. 맛이 워낙 좋은데다, 부위마다 다른 맛을 낸다. 남제주 사계리 산방산 근처 용머리 해안가에 있는 ‘진미식당’(064-794-3639) 주인 강창건씨는 다금바리로 회, 껍질, 뽈살, 혓바닥, 힘줄, 입술, 눈, 간 심지어 비늘까지 무려 30여 가지 맛을 낸다. 강씨는 최근 다금바리 회로 특허까지 받았다. 하지만 다금바리는 역시 지리(맑은탕)가 가장 맛있다. 국물이 그렇게 맑고 깨끗할 수가 없다. (다금바리는 대단한 맛 만큼 가격도 엄청나다. 진미식당에서는 요즘 자연산 1㎏에 18만원을 받고 있다. 있는지 미리 전화 확인해야 안전하다.) 경기도 김지인 스위스관광청 한국사무소 소장-파주 장어 여름 보양식 하면 역시 장어구이 아닐까. 경기도 파주 장어구이집 ‘반구정나루터’(031-952-3472)가 떠오른다. 살랑살랑 바람 시원한 평상에 앉아서 숯불 장어구이로 부모님 몸보신 시켜드리고 싶다. (30년 내공이 만만찮다. 양념구이보다 소금구이가 더 인기다. 1인분 1만9000원. 평일에도 예약해야 안전하다.)
둘만의 추억, 신비의 섬에서
  • 둘만의 추억, 신비의 섬에서
  • [조선일보 제공] ▲ “울릉도 도동항 좌안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세요.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가 얼굴을 스칠 만큼 바닷가에 바짝 붙어있는 길이랍니다.” - 여행작가 최미선경남 거창 수승대, 금원산자연휴양림 - 이시목 늘 혼자 다니는 까닭에 휴가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한다. 고향집에 모여 서로 얼굴 보는 것이 휴가 때마다 하는 연례행사였으나, 올해는 고향집(함양군 안의면)을 벗어나 경남 거창으로 장소를 잡았다. 고향에서 가까워 가족들이 모이기 편한데다 휴양림이 있어 무엇보다 쉬기 좋고, 7월 말~8월 초까지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려 연극까지 관람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숙박은 금원산자연휴양림에서 하고, 주변에 있는 허브농원(민들레울)과 참숯찜질방, 수승대, 송계사 등을 돌아볼 생각이다. 병곡리 빙기실에 있는 전통찻집인 점터에 들러 주인 내외가 산에서 직접 캐온 약초로 끓여내는 차 한 잔의 여유도 부려볼 셈이다. ★우리 부부 예산은 2박 3일 일정에 20만원선. 여행경비는 형제들이 갹출한다. 강원도 영월 - 이동미 아이들이 텐트치고 야영하기를 원하기에 김삿갓 계곡으로 갈 예정. 방랑시인 김삿갓이 이곳에 들러 ‘이곳이 진정한 무릉계’라 칭찬했던 곳. 계곡 주위에 조선민화 박물관, 묵산 미술관이 있고 계곡 위쪽에 김삿갓 문학관에 있으며 문학관에서 바라보이는 곳에 김삿갓의 무덤이 있다. 더불어 영월 시내에 동강사진 박물관과 장릉, 청령포, 한반도 마을 등을 돌아보고 무릉리의 법흥사와 요선정, 고판화 박물관을 돌아 볼 예정. ★예산은 4인 가족 2박 3일 일정에 ▶기름값 10만~15만원 ▶1인당 한 끼니에 5000원씩 7끼를 잡으면 14만원. 그중 한끼는 송어회(1kg에 2만원)를 먹을 예정이라 3만원으로 잡으면 총 15만원 ▶숙박은 지인의 집에서 1박, ‘솔치 펜션’에서 1박해서 8만원▶돌아오는 길에 이웃에게 줄 선물은 황둔 찐빵 2상자 1만2000원 등 총 35만~40만원선. 경남 거제도 - 정보상 서울에서 통영까지 고속도로 완전 개통으로 4시간 30분이면 도착. 팔순 가까이 되신 장인, 장모님과 1년이면 두어 차례 여행을 하는데, 올 여름에는 평소 가고 싶어하시던 외도, 해금강으로 모실 예정이다. 포로수용소, 옥포 해전 충무공 유적지 등 명소가 많다. 외도가 바라보이는 학동 몽돌밭 해변 모텔에서 숙박을 하면 아침 일찍 외도 가는 배 타기가 편하다. ★예산은 4인 기준 2박 3일 일정으로▶기름값, 고속도로 통행료 16만원 ?식대 25만원 (석식 1회 생선회 포함) ▶입장료 12만원 (외도 유람선, 국립공원, 포로수용소 등 포함)▶숙박비 18만원 (2인1실, 2박, 장급 여관) ▶기타 예비비 5만원 등 총 76만원선. 경남 의령 - 김정수 전라도 출신 아내와는 연애시절에, 아들녀석과는 만 3세가 지나면서 자주 여행을 떠났다. 3명이 함께 여행을 떠난 것은 아들이 11개월 때 제주도 여행 이후로는 거의 다녀보지 못했는데, 여름 휴가 때는 내 고향 의령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산천렵마을’(http://yedong.go2vil.org)에서 1박을 하며 대나무 물총도 만들어보고, 의령의 특산품인 망개떡도 만들어보고 싶다. 산천렵마을 인근에는 찰비계곡, 벽계관광지, 의령예술촌과, 동양 최대 석굴법당으로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일붕사 등이 자리하고 있어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다 돌아보기도 어렵다. ★마산서 출발 예정. 예산은 3인 가족이 1박 2일 1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전남 신안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 허시명 올 여름 휴가 목표는 조용한 해수욕장으로 가는 것이다. “아빠 뭐야, 사람만 많고 놀지도 못했잖아!”라는 둘째의 원망을 듣지 않기 위해서다. 혹시 모르니 아주 넓어야 한다. 대광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해수욕장이다. 게다가 해제반도에서 차를 배에 싣고 임자도에 들어가면, 식구들은 색다른 맛에 감동할 게 분명하다. ★예산은 4인 가족 2박 3일 일정으로 ▶기름값 10만원 ▶왕복 배삯(자동차 운임 포함) 3만5000원 ▶숙박비 15만원(되도록이면 텐트로 대체, 텐트 충분히 가능) ▶7끼니 식비 15만원(가고 올 때 2끼 식당이용 6만원, 간식 및 5끼니 식재료 준비) 등 34만5000원~49만5000원. 강원도 평창 펜션 여행 - 유연태 평창군 ‘우리향기 펜션’(용평면 속사리 033-334-5479)에서 푹 쉬다 올 예정이다. 한낮에는 해발 700m의 펜션 앞 개울에서 발 담그고 과일 먹어가며 더위를 식힌다. 물론 틈을 내 책(‘공부의 즐거움’, ‘출판 창업’)도 두 권쯤 읽어야 한다. 저녁에는 귀틀집 앞 마당에서 돼지 목심, 소시지, 해물 모듬 바비큐 파티를 즐긴다. 밤에는 객실마다 설치된 황토가마토방에 들어가서 등짝을 지져가며 편안히 잠 잔다. ★예산은 4인 가족 2박 3일 일정으로 ▶숙박비 24만원(12만원, 2박)▶식비 25만원(7식) ▶기름값과 잡비 10만원 등 총 59만원선. 강화도 펜션 여행 - 전기환 수도권에서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 1박 2일 정도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갯벌과 해변, 아기자기한 펜션 등의 숙박시설이 많아 가족이 함께 다녀도 좋은 곳. 장어요리, 회 등 먹거리도 풍부해서 좋다. 휴가철이면 늘 오랜 운전과 교통체증으로 인해 기분을 망치기 일쑤인데, 올해는 그렇고 싶지 않다. ★예산은 4인 가족 2박 3일 일정으로 ▶(일산 출발기준) 자동차 기름값 3만원 ▶‘나눔 펜션’ 2박 24만원 ▶식료품 10만원 등 37만원선. <관련기사>-휴가계획 잡으셨나요?-엄마 해초 줍고 아빠는 낚시 “나는 인어왕자 잡았어요” -한적한 해안… 어깨 부딪치는 선상 데이트-청량함이 바위 사이 굽이굽이.. 더위, 그대로 얼음!-온 가족이 조용한 계곡으로
너럭바위 웅덩이에 `참방` 천년의 숲 향기에 `첨벙`
  • 너럭바위 웅덩이에 `참방` 천년의 숲 향기에 `첨벙`
  • [조선일보 제공] 경남 함양은 ‘내륙의 섬’이라 불릴 만큼 오지였다. 서쪽엔 백두대간, 남북으로는 지리산과 덕유산이 첩첩이 벽을 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함양은 속세의 때 묻지 않은, 불순물 없는 군자(君子)의 향기를 느끼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지금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무주~함양 구간이 개통 돼 서울에서 4시간 내에 갈 수 있게 됐다(지곡 IC). 정여창 고택에서 옛 선비들의 ‘지(智)와 덕(德)’을 엿봤다면, 이제 그들이 즐기던 음풍농월(吟風弄月)의 현장을 가볼 차례. 선비들의 과거길이었던 화림동 계곡과 신라시대 최치원이 조성한 인공숲 ‘상림’을 권한다. ▲ 과거시험보다 과거 보러 가는 길이 더 험난했겠다. 화림동 계곡 동호정 앞 나무다리.화림동 계곡 ▲ 화림동 계곡 `동호정`함양은 선비 마을답게 정자와 누각이 100여 채 세워져 있다. 벗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학문을 논하거나 한양길에 잠시 머물러 주먹밥을 먹던 곳이다. 서하면 화림동 계곡은 과거 보러 떠나는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60령을 넘기 전 지나야 했던 길목으로 예쁜 정자와 시원한 너럭바위가 많아 예부터 ‘팔담팔정(八潭八亭: 8개 못과 8개 정자)’으로 불렸다. 현재 남아 있는 농월정-동호정-군자정-거연정을 나무다리로 이은 6.5㎞ ‘선비문화탐방로’(2006년 말 완공)는 선비들이 지나쳤던 숲과 계곡, 정자의 자태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다리를 걷다 정자가 보이면 잠시 쉰다. 정자 앞 크고 납작한 너럭바위가 작은 들판처럼 펼쳐져 있다. 바위 이름은 얼마나 낭만적인지. ‘달이 비치는 바위 못’이란 뜻의 월연암(月淵岩)과 동호정(東湖亭) 앞엔 ‘해를 덮을 만큼 큰 바위’인 차일암(遮日岩)이 풍광을 아우른다. 바위 위 물살이 움푹 파 놓은 웅덩이들에 물이 들어차 잔잔한 얼룩무늬를 이룬 모양이 신비롭다. 이 곳에 막걸리를 쏟아 붓고, 꽃잎이나 솔잎을 띄워 바가지로 퍼 마시는 이도 있다고 한다. 진정한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분이다. 상림, 그리고 연꽃밭 &nbsp;▲ `상림` 옆 2000평 연꽃밭물소리에 귀가 즐거웠다면 숲 향기로 코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곳, 바로 ‘상림’(上林)이다. 신라 말, 최치원이 태수로 왔을 때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호안림(護岸林)이다. 국내 최초 ‘인공림’인 셈이다. 하지만 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선 현대식 수목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1.6㎞ 길이, 80~200m 폭의 대지에 100여종의 낙엽활엽수가 울창하게 우거진 모습은 인공 숲이면서 자연과 더 잘 어울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상림은 최치원이 ‘금으로 만든 호미’로 하루 만에 일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마을을 떠나기 전 금호미를 나무에 걸어 놓았는데, “이 호미가 발견되면 그 때 나는 세상을 떴을 것”이라 남겼다고 한다. 최치원의 말년은 발견되지 못한 금호미처럼 묘연해 언제 타계했는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숲 속 느티나무·정자나무·굴참나무·잣나무·떼죽나무·이팝나무·금낭화·꿀풀 등 수종 구경만 제대로 해도 한나절이 간다. 봄엔 이팝꽃, 가을엔 꽃무릇(석산)이 만개한 풍경이 뛰어나다. 불상·그네·운동기구·연못·약수터·인물 공원 등 곳곳에 보고 즐길 곳도 숨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단 음식물 반입은 금지, 떨어진 도토리는 다람쥐 식량이므로 주워가서는 안 된다. 동쪽으로는 2000여 평 연꽃밭이 펼쳐진다. 흙탕물 속에서 피어난 연잎과 붉은 꽃은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동화되지 않는다)을 일깨워줬다. ※관광문의: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055)960-5555 ‘蓮’ 수제비 [하늘바람] 함양의 새로운 명물,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는 ‘연(蓮)’을 이용해 수제비를 만들어 주는 집이다. 원래 이곳의 주 종목은 전통차(4000~6000원). 외관도 찻집처럼 생겼지만, 낮 12시~3시 사이엔 특별히 ‘연잎수제비 세트’(7000원·사진)를 선보인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주인아주머니가 개발한 연잎 수제비와 연잎 차, 연근조림과 연근양갱이 함께 나오는 ‘연 4종 세트’다. 다시마·멸치국물에 연근과 들깨로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연잎을 갈아 넣은 연두빛 반죽으로 수제비를 뜬다. 감자·호박·버섯이 들어간 ‘보양식’으로 고소하고 맛이 깊어 스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저녁엔 1시간 미리 전화주문을 해야 한다. 현미로 뽑은 가래떡과 녹차를 섞은 떡으로 만든 떡볶이(1만원)도 군것질 거리. ‘상림’ 주차장 맞은편. (055)962-8700 <관련기사> 비 오는 날 가면 더 운치있는 함양 한옥처마 끝 노래소리 들으러 가요빗방울과 함께 숲으로 떠나보자
연분홍 꽃구름이 그려낸 천상화원을 거닐다
  • 연분홍 꽃구름이 그려낸 천상화원을 거닐다
  • [조선일보 제공] “마치 하늘 꽃밭을 걷는 것 같아요!”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 분수령에 솟은 덕유산(德裕山·1614m)은 장쾌한 능선으로 이름이 높다. 겨우내 유명세를 떨쳤던 눈꽃이 사그라들면 해발 1500~1600m를 넘나드는 아고산대(亞高山帶) 덕유산 능선 마루는 고지대에서만 자라는 희귀한 들꽃 차지가 된다. ▲ 중봉의 털진달래 군락지와 고사목. 아고산대인 덕유산의 털진달래꽃은 5월 20일쯤에 절정을 이룬다. 작은사진은 왼쪽부터 모데미풀·털진달래·처녀치마·족두리풀.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 정상엔 탐방객들이 제법 많았다. 대부분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해 올라온 사람들이다. 곤돌라를 타면 힘이 부치는 노인들과 어린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높은 능선에 펼쳐진 하늘 화원을 거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덕유산은 삼공리 매표소에서부터 3~4시간 정도 다리품을 팔면서 올라야 제맛이다. 이 코스를 따르면 달빛 아래서야 제빛을 드러낸다는 월하탄(月下灘), 사바세계와 연을 끊는다는 이속대(離俗臺), 풍경소리 고즈넉한 백련사(白蓮寺) 등 무주구천동 33경 중 내구천동의 절경을 덤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주구천동 33경의 정점은 남한의 산 가운데 가장 빼어난 조망을 자랑하는 향적봉. 정상의 바위에 오르면 동쪽으로는 가야산(1430m)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백두대간 첩첩 산줄기 이어진 남쪽으로는 지리산이 그리움처럼 아련하다. 하늘 화원을 이룬 아고산대의 봄을 만끽하기 위해 중봉(中峰·1594m)으로 방향을 잡는다. 뒤늦게 높디높은 산자락을 찾아온 봄의 여신은 백두대간이란 화폭에 고운 때깔을 입히는 중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과 구상나무의 짙은 녹색, 호랑버들과 신갈나무의 연둣빛 신록, 거기에 산기슭에 드문드문 자라고 있는 산벚나무의 연분홍 꽃구름이 그려낸 색상의 조화는 참으로 절묘하다. 산길은 육산(肉山)인 덕유산의 넉넉한 모습을 증명이라도 하듯 완만하다. 하지만 어디 걷는 데만 정신 팔겠는가. 풀숲을 들여다보면 앙증맞은 들꽃의 미소가 넘쳐나는데! 향적봉대피소 주변은 보랏빛 꽃을 피운 처녀치마가 지천이다. 허리를 굽혀야만 하는 결례(?)를 무릅쓰고 우아하면서도 요염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는다. 처녀치마란 주름치마처럼 생긴 통꽃들이 고개를 숙인 듯 피어나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보통 낮은 산에선 3~4월에 피어나지만, 덕유산 같은 고지대에선 5월이 돼야 한창이다. “어머, 저기 좀 봐! 하얀색 꽃도 있네!”덕유산에서도 매우 드물다는 흰처녀치마를 본 이는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환호성을 지른다. 중봉이 가까워지자 샛노란 노랑제비꽃도 자주 눈에 띈다. 꽃의 생김새가 옛날 여인들이 예복을 갖추어 입을 때 머리에 쓰던 족두리와 비슷하다는 족두리풀도 많다. 낙엽을 조심스레 걷어내니 짙은 자주색 꽃송이가 드러난다. 정말로 족두리를 많이 닮았다. 이어 새하얀 만주바람꽃, 연노랑의 흰털괭이눈, 한국 특산종인 흰색의 모데미풀도 이따금 조용히 길손에게 손짓한다. 대부분 높은 지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귀한 들꽃이라 황홀하다. &nbsp;“와,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할 뻔했네!” 가녀린 들꽃 구경에 정신 없던 중년 여인들은 다시 한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중봉 주변을 물들이기 시작한 털진달래꽃 때문이다.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같이 높은 산꼭대기에서 자라는 털진달래는 일반 진달래보다 무려 한 달쯤 늦게 꽃을 피운다. 꽃 색깔은 진달래보다 조금 더 붉은 편이다. 중봉에서 덕유평전(德裕平田·1480m)으로 내려선다. 털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펑퍼짐한 서쪽 사면은 산불이라도 난 듯 온통 붉은빛이다. 작은 몸뚱이를 날려버릴 듯한 거센 바람이 능선을 거칠게 넘나든다. “톡!” 바람결에 꽃송이가 떨어지는 소리일까? 아니, 털진달래 꽃봉오리 벙그는 소리다. 하늘 화원을 붉게 수놓는 중봉과 덕유평전의 털진달래꽃은 이번 주말인 20일쯤에 절정을 이룬다. ●가는 길대전·통영간 고속도로 → 무주 나들목 → 19번 국도(진안·장수 방면) → 적상 → 49번 국가지원지방도 → 37번 국도(거창 방면) → 무주구천동. 무주 나들목에서 30분 소요.● 산행길잡이무주구천동의 삼공리 매표소에서 향적봉을 다녀오는 코스는 산행시간만 6~7시간 소요. 입장료 어른 3200원, 청소년 1200원, 어린이 600원. 주차료 4000원. 노약자와 동행했을 때는 무주리조트에서 설천봉까지 운행(오전9시30분~오후 4시)하는 곤돌라를 이용하면 좋다. 설천봉에서 향적봉 거쳐 중봉까지 다녀오는 데 왕복 1시간30분 소요. 왕복권 어른 1만원, 어린이 7000원. 무주구천동~무주리조트 구간은 무료 셔틀버스가 1일 12회(오전5시40분~오후8시45분) 운행한다.● 숙박(지역번호 063)덕유산 정상 부근에 있는 향적봉대피소(322-1614)에서 묵으면 향적봉의 일몰과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덕유산 들머리인 삼공리, 무주리조트 입구에 깨끗한 숙박시설이 많다.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www.npa.or.kr/togyu) 전화 322-3174, 무주리조트 322-9000.&nbsp;● 맛집 삼공리 관광단지에 있는 원조할매보쌈(063-322-2188·사진)이 유명하다. 부드러운 돼지수육을 맛깔스런 배추김치에 싸먹는 맛이 일품. 두릅, 곰취 등 각종 봄나물을 비롯해 계란찜, 된장찌개 등 20여 가지 반찬이 나온다. 보쌈정식 1인분 1만원. 무주의 토속 음식은 어죽이다. 맑은 강물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푹 고아 뼈를 발라내고 고추장과 된장을 푼 다음 수제비와 쌀을 넣어 끓인다. 맛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무주읍 내도리의 큰손식당(063-322-3605)이 잘한다. 1인분 5000원. 글·사진=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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