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도 식후경_ 경남 산청 맛집

  • 등록 2009-09-04 오후 1:15:24

    수정 2009-09-04 오후 1:15:24

[조선일보 제공]산악지역 음식은 좋게 말해서 소박하고 담백하고, 야박하게 말하면 먹을 게 없다. 그런데 경남 산청과 함양의 음식은 이러한 산골 음식의 편견을 깬다. 풍요롭고 다양하다. 넉넉한 지리산이 낳은 다양한 식재료와 사람과 돈 모이는 곳에 손맛도 따라오는 경제 원리 덕분이다.

지리산 재료에 원숙한 손맛까지

◆산채정식


산청군 '춘산(春山)식당'에서 맛본 음식은 의외였다. 산악지역 특유의 소박한 상차림을 기대했는데, 넉넉하고 다채롭다. 그만큼 지리산의 품이 넉넉하기 때문일 것이다.

춘산식당은 1976년 이순이(76)씨가 열었다. '지리산의 봄을 밥상 가득 올리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씨는 친어머니가 운영하던 '풍미관'에서 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도우며 배웠다.

▲ 산청 '춘산식당' 흑돼지불고기(앞)와 비빔밥.

가을이 저만치 보이는 늦여름, 춘산의 밥상을 받았다. 정식은 3인분 이상만 주문 가능하다고 해서 비빔밥을 시켰다. 된장콩잎, 가죽나물, 취나물, 콩비지, 마늘선, 고구마줄기무침, 물김치, 저냐 등 반찬이 10여 가지나 된다. 멍게에 청어알을 무쳐 삭힌 젓갈, 꼬막 등 바닷가 반찬도 있어서 놀랐다. 식당에서 일하는 '할매'는 "삼천포가 멀지 않다"고 했다. 경상도 사람들은 맛을 모른다고들 하는데, 이 식당만큼은 예외로 해야겠다. 모든 음식이 간이 충분히 배 있으면서도 짜지 않다. 균형이 절묘하다. 전라도처럼 화려하게 멋 부리진 않았지만, 정갈하고 우아한 기품이 있다. 모시 적삼 갖춰 입고서 허리를 꼿꼿이 편 종갓집 종부 같은 맛이다.

비빔밥에는 달걀 지단과 각종 나물, 다진 쇠고기 따위가 고추장과 함께 새하얀 밥에 얹혀 나온다. 고명도 고명이지만 밥이 기막히다. 고슬고슬 엉기지 않아 다른 재료들과 쉬 섞인다. 쫄깃하달 정도로 차지고 달다. 이 식당에서는 산청 '탑라이스(Top Rice)'만을 사용한다. 탑라이스는 산청의 쌀 브랜드. 서울 백화점에서도 인기 높다. 탑라이스 생산단지 회장 오대환씨는 "완전미(完全米) 비율이 95% 이상인데다, 단백질 함량이 6.2% 이하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완전미란 깨지지 않고 온전한 모양을 유지한 쌀이란 뜻. 쌀에 깨진 부분이 있으면 익히는 과정에서 전분이 흘러나와 밥맛이 나빠진다. 영양학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지만, 단백질이 많으면 밥맛이 떨어진다. 국내산 쌀은 대개 완전미 비율은 85% 정도이고 단백질 함량은 7%가량이다.

흑돼지양념구이도 훌륭하다. 산청에서 키운 흑돼지의 삼겹살을 살짝 데쳐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식당 앞 연탄 풍로에 구워서 상에 올린다. 꼬들꼬들한 껍데기가 붙은 돼지고기와 달콤매콤한 양념이 아주 어울린다. 쉬는 시간에 찾아가 밥 달라는 손님이 귀찮을 법도 한데, 웃는 얼굴로 음식을 내주는 할머니들 덕분에 더 기분 좋은 밥상이었다.

비빔밥 6000원, 정식(3인분 이상 주문 가능) 1인분 1만5000원, 흑돼지불고기 2만5000원(3~4인분), 추어탕 6000원.

●춘산식당: 경남 산청군 산청읍 옥산리444-1 (055)973-2804


◆한방요리

산청은 허준의 스승 류의태의 고향이다. 산청군은 이를 내세워 산청을 '약초의 고향'으로 인식시키려 하고 있다. 물론 지리산에서 나는 다양한 약초와 나물을 생각하면 억지는 아니다. '한방식당'을 표방하는 식당이 엄청나게 많다. 이 중 '갑을식당'(한방닭백숙), '시골별장식당'(맥문동 호박백숙), '세검정가든'(약초정식) 등이 괜찮다는 평이다.

●갑을식당: 경남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23 (055)973-0053

●시골별장식당: 경남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520-3 (055)973-6066

●세검정가든: 경남 산청군 금서면 주상리 502 (055)973-6564

▲ 산청 흑돼지 삼겹살

참기름 울리는 고소함의 절정

◆흑돼지

지리산 자락 돼지들은 다 맛있는 것으로 소문났다. 청정자연에서 키우는 똥돼지의 맛은 비교할 수가 없는 경지. 그러나 요즘 산청에서 자라는 흑돼지는 '똥돼지'라 불리던 토종돼지는 아니다. 산청군청 농업기술센터 민형규씨는 "지난 20년 동안 전국 각지의 흑돼지를 모아 개량한 품종"이라고 했다. 토종 흑돼지는 육질이 좋지만 새끼를 적게 낳고 살이 덜 올라 경제성이 떨어졌는데, 이런 부분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확실히 '흑돼지와 누렁이'에서 맛본 삼겹살은 쫄깃한 껍질이 붙어 있고 고소했다. 산청군 안에는 '흑돼지'를 내건 식당이 많다. 아직 군 차원에서 산청산 흑돼지만 쓴다는 인증을 해주지는 않는다.

●흑돼지와 누렁이: 경남 산청군 산청읍 옥산리 128 (055)973-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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