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文 곁에 항상 金 있었다..불가역적 신뢰 구축에 '온힘'

文대통령, 첫 방북에 金위원장 파격의 연속으로 손님 맞이
예고 없던 19~20일 일정속에 文-金 함께 보낸 시간 20여 시간
나란히 '신뢰' 강조한 文-金, 남북 정상간 만남 상시화되나
  • 등록 2018-09-20 오후 5:01:32

    수정 2018-09-20 오후 5:01:32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의 첫날인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김영환 손의연 기자 평양·백두산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8~20일 2박3일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보낸 시간이 적어도 약 20시간에 달했다. 통상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 통역이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남북 정상이 통역 없이 보낸 20여시간은 그 어느 회담보다 밀도가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뜸을 들이며 만남을 조율했던 방식을 선호한 반면 김 위원장은 여기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만남에 임했다. 예정되지 않았던 일정까지 거듭 제안하고 참여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 성심을 다했다. 양 정상이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다.

파격의 연속..3일 내내 붙어다니다시피한 文과 金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방문 첫날부터 직접 순안공항에 나와 첫 만남을 시작했다. 이후 1시간 가량의 카퍼레이드와 2시간 가량의 정상회담, 공연관람 및 만찬까지 모두 약 7시간 30분을 문 대통령과 함께 했다. 특히 카퍼레이드 후반부는 두 정상이 내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둘째날인 19일에는 예정에 없던 만찬에 참석하며 문 대통령과의 접촉을 늘렸다. 김 위원장은 18일 성대한 만찬으로 남측 인원을 환영했지만 19일 만찬에 다시 문 대통령을 찾아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의 만찬에서는 전날 만찬과 달리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 네 명만이 한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백두산 방문을 깜짝 제안해 20일 천지에 오른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도 백두산 장군봉과 천지 방문, 환송 오찬 등 약 5시간을 함께 보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천지에 오르자마자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간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문 대통령이 여러차례 밝혔던 ‘중국을 통하지 않고 우리땅으로 천지를 가보고 싶다’던 발언을 기억해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자랑에 문 대통령은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궈 보고 싶다”며 천지에 직접 내려가 차가움을 한껏 느꼈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두 차례의 회담을 소화한 것도 앞선 두 차례의 평양 정상회담과 차별됐다. 문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첫날부터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고 이튿날에는 문 대통령이 묵고 있는 백화원까지 김 위원장이 직접 찾아와 오전 10시부터 대면했다. 전날 환영 만찬이 오후 10시53분까지 진행됐던 점을 떠올리면 채 12시간도 되지 않아 양 정상이 다시 마주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의 방북을 코앞에 앞두고도 청와대는 일정 공개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과거 북한이 우리 정상의 방문에 명확한 일정을 알리지 않았던 전례를 우려해서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우에 그쳤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내가 너무 시간을 많이 뺏는 것 아닙니까”라고 웃을 정도로 김 위원장은 많은 시간을 문 대통령에 할애했다. 양 정상의 잦은 만남 속에, 만났다는 사실 자체에 방점을 찍던 과거와 달리 만남의 형식 자체가 소탈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나란히 ‘신뢰’ 강조한 文·金, 상시 정상회담 정착되나

두 정상의 발언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신뢰감이 물씬 묻어났다. 김 위원장은 첫날 만찬부터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쌓은 신뢰가 있기에 평화롭고 번영하는 조선반도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 나에게는 신뢰와 우정이 있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넘어서지 못할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 정상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치 않고 언제든지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남북 간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김 위원장과 나는 다정한 연인처럼 함께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고 넘어왔던 사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에게는 신뢰와 우정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남북정상회담 기간 동안 환대해 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평양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차 정상회담 당시 양 정상은 가을 남북 정상회담을 못박으면서 다음 만남을 기약한 것처럼 이번 평양 정상회담 역시 김 위원장은 연내 서울 방문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역대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양 정상간 서로를 향한 신뢰가 엿보인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 방문의 뜻을 여러차례 밝혔으나 결국 무산됐다. 김 위원장이 이미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 방문했던 만큼 이변이 없다면 양 정상은 남북 역사상 첫 발자욱을 또 찍을 전망이다.

남북 정상간의 만남은 분단 이후 이번 제3차 평양 남북 정상회담까지 모두 5차례 있었다. 이 중 3번이 2018년 한 해, 그것도 반 년 안에 집중됐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예고로 55년간 2차례에 그쳤던 남북 정상간 만남이 1년 만에 4차에 이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특히 2차 정상회담이 양 정상의 필요 속에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떠올리면 남북 정상회담이 상시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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