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포맷 수출 성적도 좋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중국판은 4%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40여개가 넘는 채널을 가진 중국에서 보통 시청률이 1% 넘으면 성공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가히 기록적인 수치다. 또 다른 포맷 수출 형태인 ‘나는 가수다’도 대박을 냈다. 이 방송을 제작한 후난 TV는 27주 만에 3000억원을 벌었다.
한국 대중문화가 중국에서 사랑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중 수교 이후 지난 1990년 후반부터 ‘한류’라는 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중국 당국의 견제와 중국 내 반감 여론 등이 형성되면서 한류는 한풀 꺾인 듯한 모습을 보이다 최근 다시 흐름을 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얼마 전 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중국 권력서열 6위 왕치산(王岐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지난 5일 전인대 정부공작(업무)보고 심의에 참석해 한국 드라마를 거론했다. 중국 지도부까지 관심을 둘 정도로 한류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다.
중국 콘텐츠 시장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그러나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과 유통구조의 불투명성 등으로 우리가 챙길 수 있는 몫이 한계가 있다.중국 당국의 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별그대’와 ‘쓰리데이즈’는 이런 규제 문턱을 피해 인터넷 사이트로 수출했지만 이 탓에 챙긴 돈은 많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별그대’는 회당 2470만원, 총 5억1800만원에 판매됐고 ‘쓰리데이즈’는 회당 5360만원에 팔렸다. 쓰리데이즈의 제작비 규모가 100억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초라한 금액이다. 그리고 중국이 3000억원 이상을 벌었다는 ‘나가수’ 도 한국이 챙긴 돈은 30억원에 불과했다.
‘별그대’에 등장한 ‘치맥’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 내 닭 소비가 늘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고기를 꺼리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또 드라마 주인공이 입었던 옷이나 액세서리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대부분 중국에서 ‘짝퉁’ 제품이 쏟아져 판매되고 있다.
우리는 한류라는 좋은 기회를 얼마나 알차게 활용하고 있는 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 저작권이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 서방이 챙기는’ 씁쓸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