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한은]②판 다 깔아놓고 머뭇…뒷북 인상 재현될라

총재 발언 강도 세지면서 금리 인상 전망 8월로 당겨져
8월에도 코로나 때문에 못 올린다면 '실기론' 커질 듯
2018년에도 성장률 내리면서 금리 올린 적 있어
  • 등록 2021-07-29 오전 6:27:00

    수정 2021-07-29 오전 6:39:01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차라리 7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나을 뻔했습니다.”

채권시장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런 탄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두 달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며 `빚투(빚을 내 투자)로 쌓은 자산 가격 거품`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정작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4%는 달성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 양상이 어떻게 진행될 지 지켜보자는 취지였다.
(그래프=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빚으로 쌓은 자산가격 거품이 시급한 문제라면서도 코로나19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미룬 것은 금통위 스스로 어려운 게임을 시작한 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내년 3월 말 이 총재 임기 종료 전까지 8월, 10월, 11월, 내년 1월, 2월 모두 다섯 차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과연 몇 번이나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금리인상 발언 피로감…동결 여지만 늘었다

이 총재는 5월27일 통화정책회의부터 이달 15일 회의까지 두 달 동안 연내 기준금리 인상 관련 발언 강도를 높여왔다. 5월엔 “서두르지도 실기하지도 않겠다”고 밝히더니 6월24일 물가안정 점검회의 기자회견에선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명확히 했다.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선 “과도한 차입에 의한 자산 투자를 시급히 해소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 (금리 인상을) 자꾸 지연시킬 게 아니라 빨리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상 시그널을 더 선명히 줬다.

두 달 동안 경기·금융상황은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이 같은 총재 발언으로 시장 내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2022년~2023년에서 올 8월, 10월로 상당 기간 앞당겨졌다.

금리 인상의 가장 큰 근거는 빚투에 따른 자산가격 거품 우려다. 상반기 금융권 가계대출도 63조3000억원 증가,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서울 가구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3월말 17.8배로 집계됐다. 월급 한 푼 안 쓰고 18년 가까이 모아야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집값 상승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나 싼 이자에 늘어난 빚이 주택 매입에 사용되면서 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나 16일 이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 “한 두 달 전에 연내 (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그렇게 말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연내엔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톤을 다소 낮췄다. 이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을 주면서도 한쪽으론 금리 동결 여지 또한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총재 발언만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기 때문에 총재 발언이 바뀌면 이런 기대감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며 “시장에 혼선을 줬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상황에 맞춰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두 번, 이 총재 임기 만료 전까지 최대 세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됐으나 이런 전망이 흐트러지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8월에는 어렵고 10월에 올리고 내년 초에 한 번 올려 이 총재 임기 내 두 번 정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 때마다 반복되는 정책 실기론

8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종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또는 유지하면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이미 이런 전개엔 불확실성이 커졌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3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올해 4% 성장률 달성도 어려워진다. 아직까진 한은이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4% 성장률을 유지하고 물가 상승률은 종전 1.8%에서 2%대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한다면 전망 자체가 불확실해진다. 거리두기 강화에도 확진자 수는 28일 1900명에 가까워 역대 최고치를 썼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을 5월 회의 때 강하게 준 후 7월에 인상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1년 반 동안 지켜봤고 소비가 둔화하더라도 성장률을 조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7월에 금리를 올려도 무방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빚투로 쌓은 자산 거품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방치할 만큼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와서 보면 (통화정책에) 아쉬운 면이 있다”며 “자산 거품은 일시적이든 아니든 한 번 터지면 큰일이니 금리 인상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에선 한은의 금리 인상 시그널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4% 성장률을 자신하면서도 자산거품 우려보다 코로나19 재확산을 더 신경써야 한다면 연내 금리 인상 얘기를 성급하게 꺼냈다는 것. 8월이 아니라면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나 10월에도 가을 대유행설, 겨울철 독감철 등과 맞물려 코로나19 전개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릴 때 실기론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10월엔 2018년과 2019년 성장률을 모두 2.7%로 석 달 전 전망치(2.9%, 2.8%)보다 하향 조정했는데 그 다음 달인 11월 금리를 인상했다. 가계부채 급증에 금리를 올리기로 마음 먹었다면 차라리 경기 전망이 괜찮았던 2018년 상반기에 움직였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경기 둔화에 한은은 금리 인상 8개월 만인 2019년 7월 또 다시 금리를 내려야 했다.

2018년과 현재는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8년엔 (최저임금 인상 등에) 노동비용 구조가 급변하던 상황이라 금리를 올리기에 타당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다르다”며 “해외 경기가 회복되는 것에 맞춰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상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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