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인가…아파트 복도 사는 80대 할머니 '한숨'

  • 등록 2022-08-21 오후 6:59:34

    수정 2022-08-21 오후 9:09:06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딸이 같이 살자고 했는데…”

80대 할머니 A씨는 막내딸 아파트 현관문 앞 복도에서 숙식하며 이같이 말했다. 딸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돌연 이사를 가버리면서 A씨는 자연스레 밖으로 내쫓긴 것이다.

지난 19일 SBS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 전해진 아파트 복도에 사는 80대 할머니의 모습 (사진=SBS)
A씨의 사연은 지난 19일 SBS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 전해졌다. 현재 A씨는 시멘트 바닥에 이불도 없이 잠을 자고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어려워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바깥 생활은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동네 주민은 A씨가 갈 곳이 없다며 경로당에서 며칠씩 잠을 잤다고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가 쓰레기를 버리러 빈손으로 나왔다가 비밀번호를 몰라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라고 증언했다.

비밀번호가 바뀐 이 집은 A씨가 막내딸에게 사준 집이었다. A씨는 이곳에서 2년간 딸과 함께 생활했다. 그러던 중 막내딸은 자신의 이사 날짜에 맞춰 A씨에게 집을 나가라고 통보하면서 비밀번호를 바꿨다고 한다.

그는 “딸이 같이 와서 살자 해놓고 이렇게 날 내쫓았다”라며 “비밀번호 바꾸고 문 잠그고 내쫓았다. 딸은 이사 갔고, 이 집에는 내 짐만 들어 있다”라고 토로했다.

막내딸과 2년간 함께 지낼 당시 할머니의 방 모습. 각종 즉석요리와 주방가구 등이 널브러져 있다. (사진=SBS)
새로 바뀐 집주인은 “옛날에 노인네 버리고 간 거지 뭐냐”라며 “이게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말했다. 집주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연락이 닿은 A씨의 딸은 “그게 다 할머니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딸은 “그래서 인연을 끊었다”라며 “보통 분 아니시다. 그런데도 낳아 준 부모라고 제가. 법대로 하시라고요. 제가 2년 동안 그만큼 했으면 할 만큼 다했다”라고 말했다.

과거 A씨는 남편과 동대문에서 유명 제화업체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 당시엔 사업이 잘돼서 러시아에 수출할 정도였다고. 이후 A씨는 큰딸과 아들에게 수십억짜리 건물 한 채를 막내딸에게는 월세 6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고시텔을 물려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들과 막내딸이 재산 문제로 서로 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가 고시텔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씨는 “재산 다 주니까 나 몰라라 하는 거다. (막내딸이) 오빠는 부잔데 왜 오빠한테만 자꾸 주냐. 그런 거 없어도 먹고 사는데 줬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라고 했다.

A씨의 지인 역시 “아버지가 자식들 다 가게 하나, 집 한 채씩 해주면서 (막내) 딸을 좀 적게 준 것 같다”며 “아들은 딸만 그렇게 감싸고 다 해줬다고 불만이고, 딸은 딸이라 적게 줬다고 불만”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2년 동안 딸이고 아들이고 내게 돈 한 푼도 안 줬다”라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아무것도 안 줬어도 부모한테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하소연했다.

(사진=SBS)
A씨의 사연을 접한 이인철 변호사는 “불효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좀 충격적이고 심한 건 처음 본 것 같다”며 “최소한의 의식주를 마련해야 한다. 도의적인 의무뿐만 아니라 법적인 의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법에 규정돼있는데 자녀들이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모님 같은 경우에는 존속유기죄가 돼 형이 가중처벌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막내딸은 “2000만원 보내면 짐 빼기로 약속하셨죠. 이삿짐 사람 불러두고 연락하면 바로 돈 보내겠다”라면서 A씨에게 2000만원을 보냈다.

그제야 집 안으로 들어간 A씨는 “어디든지 가야지. 갈 데 없어도 어디든지 발걸음 닿는 대로 가야지”라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