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2심 재판부 "삼성 승계작업·부정청탁 인정"…이재용측 `긴장`

"지배권 약화 대비해 승계작업 과거부터 존재" 인정
이재용 2심·朴 1심 판단 뒤집어…"朴도 인식·지원"
승마지원 70억 인정…특경법, '5년 이상' 범죄 해당
  • 등록 2018-08-24 오후 12:40:53

    수정 2018-08-24 오후 4:12:22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항소심 판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 인정됐다. 자신의 항소심 재판에서 승계작업이 인정되지 않으며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이 부회장에게 또다시 먹구름이 끼게 됐다.

24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이 무죄로 판단한 삼성 제3자 뇌물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1심에 비해 징역형은 1년, 벌금은 20억원 가중된 형량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방인권 기자)
이번 판결에선 그동안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렸던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재차 인정됐다. 삼성이 최씨 지배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한 것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승계 현안에 대한 대가라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포괄적 현안뿐 아니라 그동안의 다른 국정농단 재판에서 한 번도 인정되지 않았던 일부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까지 인정됐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에 대한 공통 인식과 영재센터 지원이 대가관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청탁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 내용과 지원이 직무집행 대가라는 점에 대해 두 사람 사이에 공통된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이 경우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청탁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法 “이재용 승계, 삼성 안팎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이에 대한 판단 근거로서 여러 구체적 정황이 나열됐다. 재판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지분을 상속한 후 지배권 약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미래전략실을 통해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배권을 최대한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해 왔다”고 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후계자로서 삼성 지배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사실은 삼성 내외부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사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 등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최소 비용으로 이 부회장 남매에게 계열사 지배권을 이전하는 경영권 승계작업은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방인권 기자)
재판부는 단독 면담 당시 상황에 대해 “지배권을 약화시키는 금산분리 원칙 강화,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 등에 대한 논의와 요구가 증대되고 있었고 이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에 따라 상속문제가 임박했다고 보였다”며 “대주주 일가의 지배권 축소가 필연적으로 예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권 교체, 국회 의석수 변동, 대기업에 대한 여론 악화 등으로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할 경우 이 부회장 지배권에 심각한 위협이 제기될 수 있었다”며 “이 부회장으로선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 개인 지분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 지배권을 최대한 강화하는 승계작업이 필요했다”고 결론 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근혜 청와대 내부에서 작성된 민정수석실 보고서와 ‘말씀자료’ 등을 근거로 “2015년 7월 단독 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 현안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청와대 참모진 내에서 승계작업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었고 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유래한 것이거나 적어도 공유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 합병 지원, 朴 지시나 靑 공통된 인식 하에 진행”

재판부는 실제 삼성의 승계작업 현안과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삼성물산 합병안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어 “단독 면담 이후 박근혜정부가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순환출자고리 관련 처분 주식 최소화 등에서 삼성에 우호적으로 업무처리를 했다”며 “박 전 대통령 지시나 승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적어도 청와대 내의 우호적 공통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부정한 청탁이 대상이 되는 제3자에 대한 금품공여는 영재센터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이는 승계작업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던 상황에서 이뤄진 2016년 2월 단독면담에서 영재센터에 대해서만 박 전 대통령의 지원요구가 있었던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승계작업에 대한 포괄적 현안뿐 아니라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바이오 사업 지원이라는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도 인정했다.

이번 판결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이 부회장으로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박 전 대통령 2심 재판부는 삼성 뇌물 사건의 본질에 대해 “정치권력과 경제권련의 부도덕한 거래”라고 판시해 사실상 이 부회장을 ‘국정농단 공범’으로 지목했다.

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현안에 대한 판단은 그동안 여러 차례 엇갈렸다.이 부회장 1심 재판부는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 부회장을 ‘정경유착 공범’으로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고 정유라 승마지원에 한해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을 ‘강요형 뇌물의 피해자’로 보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 역시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재용, 승계작업 유무에 따라 “정경유착 공범” vs “강요 피해자” 운명 엇갈려

대법원에서 승계작업에 대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운명도 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승계작업이 인정될 경우 이 부회장은 재차 ‘국정농단 공범’으로 판단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항소심 판결은 파기되고 파기환송심에서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 반면 대법원에서 승계작업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강요형 뇌물 피해자’로서 2심처럼 중형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이번 재판에선 정유라 승마지원 금액에 대해서도 다른 재판부와 판단이 달랐다. 재판부는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 금액을 70억5281만원과 마필 차량 사용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정유라 승마지원 금액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이 부회장에게 대가없이 수수한 뇌물액수다. 다른 국정농단 재판에서도 이 금액은 제각각이었다. 이 부회장 1심은 72억9427만원, 2심 36억3483만원에 마필·차량 사용이익, 박 전 대통령 1심에선 72억9427만원에 차량 사용이익으로 판단됐다.

승마지원 액수는 곧바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자금 횡령액수로 이어진다. 특별법이 없는 뇌물공여죄와 달리 횡령죄에 대해선 금액에 대한 하한 형량이 정해져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부회장으로선 승마지원 금액이 50억원 이상으로 판단될 경우 징역 5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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