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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크엔드]"빵·샴푸로...콩의 변신 쭉 계속 됩니다"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8일자 28면에 게재됐습니다.[청주=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하루 200만개(38만리터)의 베지밀을 생산하는 충북 청주의 정식품 공장을 찾았다. 1984년 준공한 이 공장은 당시만 해도 두유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했다. 두유가 일상적인 건강음료로 자리매김한 지금은 이보다 더 큰 규모의 공장들이 적지 않지만 약 30년이 흐른 지금도 베지밀 청주공장은 한국 두유산업을 이끈 산실로 손색이 없었다. 입구에는 "인류건강문화에 이 몸 바치고저"라는 설립자 정재원 명예회장의 창업정신이 새겨진 비석이 방문객을 맞았다. 베지밀은 음료가 아닌 치료식으로 처음 개발됐다. 소아과 의사였던 정 명예회장이 유당불내증으로 고통받던 아기들을 위해 개발한 치료식이 베지밀이다. 유당불내증이란 모유나 우유를 먹어도 체내에 분해효소가 없어 소화시키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정 명예회장은 지금의 정식품 본사가 있는 서울 회현동 소아과에 별도의 실험실을 차려놓고 베지밀 개발에 몰두했었다. ▲ 이균희 소장(오른쪽)이 베지밀과 관련해 연구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식품공학에 반평생 쏟아 청주공장은 분수대를 사이에 두고 2~3층 높이의 야트막한 건물들이 모여 마치 공원을 연상케했다. 화려하진 않아도 도심생활에 찌든 심신을 잠깐이나마 달랠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곳에 두유연구를 담당하는 정식품 중앙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소아과 한쪽에서 시작한 실험실이 2층짜리 단독건물을 통째로 사용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셈이다. 중앙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는 이균희(52·사진) 소장은 식품공학 분야의 전문가다. 서울대 농과대 재학시절부터 따지면 이 분야를 파고든지 34년이 넘는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과정을 밟을 때 같은 연구실에 있던 선배의 소개로 1984년 정식품과 인연을 맺었다. 벌써 28년 전 일이다. 그때의 선배는 정식품 사장(손헌수 대표)이 됐고 선배가 이끌던 연구소는 후배인 이 소장이 대신 맡았다. 30년 가까이 콩 연구에 매달린 이 소장에게 우유와 두유는 무엇이 다른지 물었다. 흔히 베지밀을 콩과 우유를 섞어 만든 제품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베지밀에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다. "우유와 두유는 동물성 단백질이냐 식물성 단백질이냐의 차이일뿐 영양성분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과거엔 우유업계와 심지어 의사들조차 아이들에게 두유 먹이지 말라고 했어요. 지금은 두유의 효능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 이런 오해는 풀렸지만, 우리나라도 두유에 대한 우유업계의 견제가 심했습니다." ▲ 이균희 소장은 두유가 인기를 끌면서 우유업계의 견제가 심했다고 했다. 단맛경쟁도 그 일환으로 여겼다. (사진=한대욱 기자)◇ "단맛경쟁 일으킨 우유업계" 이 소장을 만나기 전 연구소를 소개하던 이윤복 연구지원팀장으로부터 `우유의 역습`이라는 책을 선물받았다. 이 소장에게 보여주자 "괜찮은 책입니다. 꼭 읽어보세요"라며 일독을 권했다. 이 책은 억지로라도 먹어야할 것 같은 우유에 대한 믿음이 낙농업자와 유제품 가공업자들이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장도 국내 유제품 시장에 대해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했다. 특히 우유업계가 두유시장을 공략하면서 생긴 부작용을 걱정했다. "콩을 들여와 까고 씻고 갈아 두유원액을 만들려면 그에 걸맞는 설비를 갖춰야합니다. 그런데 두유가 주력제품이 아닌 회사들은 이런 비용을 줄이려고 분말(콩가루)을 씁니다. 문제는 분말을 물에 풀 땐 독특한 냄새가 나거든요. 이걸 감추려고 우유회사들은 단맛을 강화하고, 여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계속해 더욱 단맛을 찾고…." 두유시장을 둘러싼 과도한 경쟁이 탐탁찮은 기색이 느껴졌다. 정식품은 우유업계가 단맛을 강화하며 두유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자 지난 2010년 당도를 높인 제품을 출시했다. 설탕 대신 올리고당, 팔라티노스(천연당의 일종) 등 대체단맛을 사용했어도 설립초기부터 모유수준의 당도를 강조해왔던 정식품 내부적으로는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 "콩으로 성공사례 만든다" 그가 맡고 있는 중앙연구소는 제품개발뿐 아니라 원료나 완제품이 자체 기준에 적합한지를 가려낸다. 정부 산하 기관에서도 걸러내지 못한 유전자변형(GMO)콩을 중앙연구소가 확인해 되돌려 보낸 일이 있을 정도. 베지밀은 GMO콩을 사용하지 않는다. 중앙연구소는 현재 두유뿐 아니라 콩을 활용한 다른 상업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빵이나 아이스크림, 과자 원료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파우더(가루)를 만들거나 베지밀 원액을 짜낸뒤 남은 콩비지 등 부산물을 제품화하는 일이다. ▲ 정식품은 콩으로 두유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장품, 세제 등으로 활용도를 넓혔다. 이 소장은 "콩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개발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진=한대욱 기자)"콩을 갈면 파우더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갈아놓은 콩 상태에선 몸에 좋은 식물성 지방이 산화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성분만 추출하되 원래 콩이 가진 효능을 그대로 유지하는게 관건입니다. 우리는 콩의 단백질 성분을 추출해 분말화하는 연구를 진행중이구요. 콩 부산물도 순두부나 콩비지, 사료 정도로 그간 활용도가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다르게 가공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소장은 콩의 가능성을 높이 봤다. 정식품은 이미 계열사인 오쎄를 통해 화장품, 샴푸, 세제 등 콩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시판 중이다. 그는 "한국이나 아시아권 나라들은 콩을 발효시켜 조미소스 정도를 만드는데 그쳤지만, 미국은 콩에서 기름도 짜고, 남은 대두박은 사료로 활용해 사료산업을 키웠다"며 "주식도 아닌데 산업화에 성공했듯 우리도 콩을 활용해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다시 광우병 논쟁]①"누구 말이 맞는거야?"
-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0일자 20면에 게재됐습니다.[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지난달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2008년에 이어 광우병을 둘러싼 논쟁이 또 시작됐다. 정부는 이번에 발생한 광우병이 비정형으로 안전하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광우병 자체가 드물게 발생하고, 특히 비정형은 그 사례가 적기 때문에 학술적인 연구자료도 적다. 적은 연구사례라도 의미 있다고 봐야 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 비정형 L 타입..정형보다 더 위험? 이번에 발생한 광우병은 비정형 L 타입이다. 광우병은 오염 사료에 의해 발생하는 정형과 노화 및 유전으로 발생하는 비정형으로 나뉜다. 비정형은 광우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인 변형 프라이온의 크기에 따라 `L 타입`과 `H 타입`으로 나뉘는데 크기가 작은 쪽이 `L 타입`이다. 문제는 L 타입이 스위스에서 실시한 쥐 실험 결과 전염 가능성이 정형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인정하지만, 비정형은 해당 소만 제거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 눈으로 광우병 확인 가능? 광우병 발생 이후 정부가 취한 유일한 조치는 수입돼 온 미국산 쇠고기 개봉검사 비율을 기존 3%에서 50%로 늘린 것이다. 하루 평균 약 4000개의 쇠고기 수입 상자를 뜯는 셈이다. 문제는 육안으로 광우병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검역 당국은 소의 뇌, 두개골, 눈, 혀, 척추, 편도,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 등 광우병을 유발하는 7가지 부위인 특정위험물질(SRM)이 쇠고기에 포함됐느냐를 확인한다. 그러나 극히 작은 양의 SRM은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엑스레이 검사도 한다지만 이는 개봉 전 다른 이물질이 들어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라 SRM과는 무관하다. ◇ 광우병 걸린 소 먹어도 되나? 광우병이 두려운 이유는 사람에게 전염될까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는 먹어도 될까? 여기엔 극명하게 의견이 엇갈린다. 박선일 강원대 수의학과 교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라도 SRM만 제거하면 먹어도 된다고 밝혔고,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광우병에 걸린 소는 소 전체를 SRM으로 간주해 절대 안 된다는 상반된 생각을 보여 혼란이 가중됐다. ◇ 수입위생조건 미국만 유리하다?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정형이냐 비정형이냐에 관계없이 즉시 검역중단을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유독 미국은 `광우병 위험이 국민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 검역이나 수입중단 조처를 할 수 있다. 광우병이 18번 발생한 캐나다와 고작 4번밖에 발생하지 않은 미국이 같은 조건을 갖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재도 충분히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견해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모두 광우병 발생건수와 관계없이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같이 BSE 위험통제국 지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미국과 같은 수입위생조건을 요구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에 캐나다가 이를 알고도 협상에 응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