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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 도레미송을 부른다
-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여행도 세상의 척도가 아닌 자기만의 여행 맵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 오지를 탐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 휴식 그 자제를 위한 특별한 여행지를 선택하는 이, 히피들과 동고동락하며 대륙을 넘나드는 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액티비티 여행 계획만을 고집하는 이도 있으니, 여행은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의 연장선이자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며 삶이 된다. 여행을 하면서 우린 자신을 찾게 되고, 옆에 있는 사람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된다.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특별한 여행지에서 한정된 시간과 공간, 그 안에서는 오로지 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교감이 작동한다. 고단한 아빠의 삶도, 여전히 소녀 감성을 지닌 여자인 엄마도, 감수성 예민한 딸아이의 마음도, 툭 내 뱉은 말에 가슴이 떨렸던 막내 아이의 어른스러움도 여행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숨겨 두었던 마음들이 밥상 위에 올려진다. 어떡해 잘 비며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그 물음에 답하기 가장 좋은 것이 여행이다. 하늘을 보며, 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날 숲길을 걸으며, 시원한 물 한 잔을 나눠 마시며, 무거운 짐을 덜어주며, 활짝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참 잊고 지낸 시간들에 미안함이 몰려올지도 모르니.올여름! 평창으로 멋진 가족 밥상을 차릴 수 있는 맛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최근 다녀온 특별한 여행지가 있어 그날의 기억을 떠 올려본다. 평창군 미탄면과 정선군 사이에 걸쳐 있는 산. 청옥산은 곤드레 나물과 청옥이라는 산나물이 많이 자생 한 데서 유래한 곳이다. 해발 1,256m의 청옥산에는 평탄한 지형으로 그 면적인 볍씨 6백 두락이나 된다 하여 불리게 된 ‘육백마지기’가 산 정상에 펼쳐져 있다. 강원도 미시령이나 한계령 고개를 넘듯 포장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산 정상 부근까지 올라간다. 갈림길이 나오는 정상 부근에 청옥산 육백마지기와 삼신신앙 대본사로 가는 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청옥산 등산로라는 안내판이 보이는 왼쪽 방향 흙길로 달리면 된다. 울퉁불퉁한 흙길은 대관령 목장 정상에 올라가는 느낌 정도다. 험한 길이 아니어서 일반 승용차도 저 속력으로 가면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다. 멀리 여러 개의 풍력 발전기가 보인다. 비 포장 길을 따라 약 2km 정도 달리다 보면 하얀 면사포가 능선 아래로 드리워진 풍경을 마주한다. ‘청옥산 육백마지기’에 활짝 핀 샤스타데이지 꽃은 마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면사포가 하늘거리는 듯 아름다운 꽃길을 만들어 놓았다. 순간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영화 장면이 떠오르고 입에서는 ‘도레미송’이 흘러나온다. 경사진 능선을 따라 데크길이 잘 연결되어 있다. 데크길 아래로 오늘의 주인공, 드레스 입은 여인이 면사포를 드리운 채 내려가는 상상을 해본다. 특별한 결혼식 장소, 셀프 웨딩 장소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포토존 건물 미니어처 뽀 쪽 집 또한 이곳과 하나 되어 잘 어울린다. 그 안에는 테이블과 의자 2개가 놓여 있다. 특별한 이벤트를 만든다면 둘만의 언약식을 해도 좋고, 가족과 함께 간다면 소원엽서 혹은 미래의 꿈을 적어봐도 좋다. 부부라면 ‘늘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여행하며 살게 해주세요’라고 적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빨간 하트도 특별한 포토존이다. 다소 이곳 풍경과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핫한 포토존임은 틀림없다. 사랑스러운 커플들의 예쁜 모습도 보이고, 중년의 부부도 샤스타데이지 꽃 배경에 가장 젊은 날, 행복한 순간을 담는다. 평일이라 아름다운 여운도 오래간다. 천천히, 조용히, 오랫동안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청옥산 전망대 주차장은 잘 정리되어 있다. 차박을 하시는 분들은 간단히 씻을 수 있을 정도로 화장실도 깨끗하다. 화장실에서 중년의 어머님을 만났는데 차박을 하며 이곳에 머문 지 2일째라고 한다. “밤에는 별도 예쁘고 무엇보다 바람이 참 좋다.”라며 저녁이면 서늘해 겉옷을 입어야 하고, 밤에는 이불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남편이 정년퇴직한지 4년이 지났는데 마음을 잡지 못해 한 달에 2~3번 좋은 곳을 찾아 여행을 다닌다.”라고, 여기가 참 마음에 든다고 하시면서 행복한 미소를 보이셨다. 나도 행복해졌다. 청옥산 주변 노지에는 고랭지 채소를 키운다. 비닐하우스 몇 동이 나란히 있는데 그 안에는 활짝 핀 수국이 있다. 바람이 키워내고, 비가 물을 주는 ‘청옥산 육백마지기’ 자연으로의 귀환, 동심으로의 귀환을 꿈꾸는 자라면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가시길. 차박이 어려운 여행자라면 청옥산 아래 펜션이나 민박집을 이용해도 좋다. 산 아래에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많아 더위를 식히기엔 그만이다. 숙박지는 평창펜션 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군 단위별, 여행지 별, 맛집 등 다양한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평창군은 평창 시티투어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결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토대로 본격적인 ‘평창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문화 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당일 여행 코스로 올림픽 로드, 봉평장 로드(2일, 7일), 진부장 로드(3일, 8일)로 이뤄져 있다. 평창에서 인기 있는 더위 사냥 축제 기간에는 축제 코스로 변경된다. 오대산 월정사 일주문에서 시작되는 천년 된 전나무 숲길을 비롯해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 효석 달빛언덕, 이효석 문학관, 진부 전통 시장, 봉평장, 하늘 목장, 스키 점프대 등 다양하다. KTX 탑승객들은 매일 KTX가 정차하는 평창역과 진부역에서 오전 10시 10분과 11시에 각각 출발하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자가용을 이용하는 일반 여행자도 평창 시티투어 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하면 참여할 수 있다. 단 월요일은 운영하지 않는다. 여유가 된다면 평창에서 커피가 맛있는 카페로 알려진 엘림커피를 방문해도 좋다. 오대천이 흐르는 풍경을 보며 신맛이 감돌며 특이한 향이 나는 아리차와 사이폰으로 내린 구수한 메미리카노를 마셔보자. 평창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 [갑자기 국내여행] 동해vs서해vs남해, 국내 바다 여행지 3선
- 여름이란 계절을 만끽하는 데 바다만?한 곳이 없다. 울산 대왕암공원. (사진=공태영 인턴기자)폭염과 장마가 활개치는 무더위의 계절 여름. 최고의 피서지는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실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꾸역꾸역 산으로, 또 바다로 떠난다. 특히 바다는 여름이란 계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하얗게 펼쳐진 백사장,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수평선. 상상만으로도 벌써 그곳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은 무려 3면이 바다다. 동서남북 중 동서남 모두 바다가 있으니, 이 중 한 곳을 고르는 건 은근 고민거리다. 어느 바다로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지 아직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작년 여름에 직접 가본 바닷가 중에서 괜찮았던 곳을 동해, 서해, 남해에서 한 곳씩, 총 세 곳 뽑아봤다. 아마 이 글을 다 읽을 때쯤엔 피서 계획이 대강 정해져 있지 않을까. 대왕교를 건너면 나오는 대왕암 밑에 문무대왕비가 묻혀 있다는 전설이 있다. 울산 대왕암공원. (사진=공태영 인턴기자)동해 : 울산 대왕암공원‘동해 바다’ 하면 속초, 강릉, 동해 정도가 떠오른다. 반면에 ‘울산’하면? 경상도민이 아니라면 울산이 광역시란 사실, 한국지리를 공부했다면 공장이 많다 정도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울산은 바다가 있는 도시다. 간절곶처럼 전국적으로 유명한 핫플레이스도 있고, 피서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해수욕장들은 여름철마다 사람들을 반긴다. 그 울산의 바다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곳이 바로 ‘대왕암공원’이다.울산 시내에서 시내버스로 1시간 15분, 차로는 25분을 달리면 일산해수욕장이 나오는데 그 한 쪽 끝에 대왕암공원이 있다. 소나무와 꽃들이 우거진 공원 산책로를 쭉 걸어 나가면 시원한 바다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 한가운데 ‘대왕암’이 보인다.신라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며 그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을 가진 대왕암. 푸른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바위섬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갖가지 모양을 가진 바위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바다 풍경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덕분에 카메라를 내려놓을 틈새가 없다.대왕암으로 다가가면 육지와 바위섬을 이어주는 대왕교가 나온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으로 다리를 건너는데 시원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다리를 건너 길을 따라 올라가보면 섬의 꼭대기가 나온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뒤를 돌아다보니 왔던 곳이 또 새로워 보인다. 공원에 가득한 크고 작은 바위들이 햇빛에 상아색으로 빛나는데 아무리 봐도 바닷빛과 잘 어울린다. 다시 한 번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는 순간이다.대왕교를 건너 다시 반대편으로 건너왔다면, 공원의 둘레길도 한번 걸어봄직하다. 대왕암 기준 왼편엔 몽돌해변을 끼고 걸을 수 있는 ‘바닷가길’이, 오른편엔 탕건암, 할미바위, 용굴을 지나 일산해수욕장으로 향하는 ‘전설바위길’이 있다. 처음 공원에 들어올 때 걸었던 숲길도 좋은 산책코스다. 시원한 파도소리를 벗삼아 걷고 나서 바다를 보며 회 한 점 집어먹고, 밤에는 공원 내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별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는 곳. 울산 대왕암공원이다. 108층의 계단에 680여개의 논이 있는 가천다랭이마을. (사진=공태영 인턴기자)남해 : 남해 가천다랭이마을이름부터 어딘가 장난스럽고 정겨운 가천다랭이마을은 경상남도 남해군의 끄트머리에 있는 마을이다. 다랭이마을이란 이름의 유래는 마을 도처에 널려 있는 다랭이논(계단식 논)에서 온 것이다. 마을 바로 앞 바다는 수심이 깊고, 마을은 45~70도 사이의 급경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런 지형적 조건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발달한 것이 바로 다랭이논이다. 경사진 마을을 따라 계단식으로 쭉 이어진 다랭이논은 정형화되고 구획된 직선 모양 아닌, 자연 본래 모습에 가까운 곡선을 뽐낸다.푸른 남해바다를 마주한 다랭이마을에선 경험할 수 있는 게 다양하다. 손그물낚시, 소 쟁기질 체험, 모내기, 짚공예 등의 다채로운 체험은 마을 홈페이지에서 미리 신청만 하면 맛볼 수 있다. 숙박을 할 생각이라면 아예 팜스테이를 신청해볼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떠나는 것보단 이렇게 마을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활동을 해보는 것도 추억을 더 입체적으로 남기는 방법 아닐까.사실 이곳에선 길을 따라 그저 걷기만 해도 재미있다.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는 여러 갈래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민가 벽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벽화들, 마을 곳곳의 안내판에 쓰인 갖가지 농사 이야기들, 마을의 상징인 다랭이논을 눈에 담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다랭이마을의 집마다 이런 벽화가 그려져 있어 골목길을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마을 경사를 따라 비탈길을 쭉 내려가면 남해바다가 나온다. 쪽빛 바다에선 끝없이 파도가 밀려오고 눈앞의 바다는 무한히 넓다. 비록 마을에 접해 있지만 이곳은 물고기를 잡고 배를 띄우는 곳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바다다. 이 마을에서 산은 있는 그대로의 산이고, 바다는 있는 그대로의 바다다. 그래서 더 생명력이 넘친다. 사람이 자신에게 맞게 자연을 개조시키는 게 아니라 그 자연에 자신을 맞춰서 사는 게 이곳의 생활 방식인 듯하다.다랭이마을에서의 마지막은 저녁 노을로 끝난다. 날이 저물수록 붉어지는 하늘이 바다와 다랭이논들을 붉게 적시면 세상이 모두 진한 분홍빛으로 물든다. 이 분홍빛은 강렬하지 않고 포근하게 모든 것들을 감싸는 느낌을 준다. 그렇게 점점 더 선명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마무리하는 하루의 끝맛은 순하다. 선유도에서 보는 해넘이는 말로 다 못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서해 : 군산 선유도동해에 해돋이가 있다면, 서해엔 해넘이가 있다. 그 중에서 군산 선유도는 그냥 석양이 아니라 ‘인생 석양’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선유도는 수십 개의 섬이 바다와 어울리는 경치 덕분에 서해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피서지 중 하나로 꼽힌다. 섬이란 특성상 예전엔 군산에서 선유도까지 가기 위해선 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다리가 생겨서 버스(99번)로도 선유도와 주변 섬들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선유도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섬에서 대여해주는 전동카트나 전동킥보드, 자전거 등을 이용해서 둘러보는 방법, 또 하나는 직접 두 발로 걷는 방법이 있다. 선유도 자체가 큰 섬은 아니지만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처럼 인접한 섬에도 가볼 곳이 많아서 걸어서 다 둘러보기엔 하루도 빠듯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웬만한 곳은 직접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이곳에서 탁 트인 경치를 보고 싶다면 선유도의 트레이드마크인 ‘망주봉’이나 ‘선유봉’에 올라보자. 선유도는 둘레길과 트레킹 코스가 잘 갖춰져 있어서 20분 정도만 걸으면 금세 봉우리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 정상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선유도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올라오면서 흘렸던 땀이 싹 날아간다. 혹은 선유도 바로 옆 대장도에 있는 ‘대장봉’에 올라 고군산군도의 전경을 조망할 수도 있다. 대장봉에 올라서 내려다본 선유도와 주변 섬들의 모습. (사진=공태영 인턴기자)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선유도에 해수욕장이 없을 수 없다. 그 중 ‘선유도해수욕장’은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쭉 펼쳐져 있어서 ‘명사십리’로도 불리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파도에 발을 담그는 것 외에 아찔한 ‘짚라인’을 체험할 수도 있다. 45미터 높이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약 700미터를 하강하는 짚라인은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해서 등골이 서늘해진다. 선유도해수욕장에서 해안 데크로 10분 거리에 있는 ‘옥돌해수욕장’도 가볼 만하다. 파도가 다듬은 둥글둥글한 자갈들이 깔린 아담한 해변은 인적이 드물어서 파도 부딪히는 소리, 자갈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귀를 정화하기 좋다.애초에 석양을 보러 온 곳이니 하이라이트는 단연 해질녘이다. 저무는 해를 보기에는 망주봉이 좋다느니, 선유도해수욕장에서 봐야 한다느니, 대장봉에 올라서 보는 게 일품이라니 얘기가 많다. 사실 어디서보든 선유도의 낙조는 명품이다. 하늘 높이 떠 있던 해가 조금씩 바다에 가까이 내려올수록 주변을 뒤덮은 주황빛이 더욱 짙어진다. 바다에 닿을락 말락 하던 해가 바닷속으로 서서히 잠기다가 마침내 자취를 감추면, 부연 선홍빛 하늘만이 남아 해가 있던 흔적을 비춘다./스냅타임
- 낭만도시 여수, 사부작사부작 느린 여행 더하기
-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물결 잔잔한 밤바다 앞. 얼굴을 살짝 스치는 살랑거림이 귀에 간지를 무렵, 어쩐지 없던 낭만도 생길 것 같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이 바다는 일정 간격으로 놓인 조명 하나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길 것 같은 곳, 전라남도 여수다. 한 때는 세계 1위의 석유화학단지로 밤낮 가리지 않고 불이 켜졌던 곳이지만 이제는 느긋한 울림의 노랫말 한 구절로 명실상부한 남해의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365개의 섬을 거느리며, 어떤 이에게는 섬 여행을 가기 위한 기착지가 되었지만 섬 여행만 다녀오기에는 어쩐지 2%의 아쉬움이 남는다. 사부작사부작 느린 걸음 도시 여행으로 낭만 도시라는 여수 여행의 모자람을 채워 본다.역사적으로 여수는 조선 시대에 경상, 전라, 충청을 말하는 3도 수군 통제영이 설치되었을 정도로 전라도 해안 방어의 중심지였다. 그래서인지 여수 시내에는 좌수영과 관련된 여러 곳이 옛것이라는 이름으로 현대적인 것들과 어울려 있어 역사와 문화의 동시 여행이 가능하다. 여수 연안여객선 터미널을 뒤로하고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중앙동 로터리 앞 이순신 광장에 도착한다. 광장에는 거북선의 실제 크기로 복원한 전라좌수영 거북선에는 당시 수군의 흔적들과 배 안에서의 생활상 등을 볼 수 있다. 이순신 광장에서는 매년 5월이면 호국정신을 기리고, 전통 예술을 계승시키는 목적으로 ‘여수 거북선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53회를 맞이한 거북선 축제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되어 해마다 그 열기가 뜨겁게 올라 문화관광 축제로서의 한 축을 이룬다.여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중앙동 언덕에는 국보 제304호로 지정된 진남관이 자리한다. 조선조 삼도수군통제사 이시언이 전라좌수영 객사의 주사로 지은 건물로 한 때는 완전히 소실되었던 것을 조선 후기 전라좌수사 이제면이 재건하며 오늘에 이른다. 역대 임금의 궐패를 봉안하고, 국경일이나 나라의 제사 때 관민이 모여 봉도식을 올렸던 곳이었지만 일제시대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는 학교 교실로도 사용이 되었었다. 막힌 것 없이 통간으로 개방된 기둥에서는 시원함과 여유가 돋보이며 현존하는 군사용 목조건축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만 현존하는 군사용 목조건축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진남관에서 좌수영 다리를 건너면 고소동 천사벽화골목이다. 고소동은 여수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부락으로 이곳에서는 바다와 돌산대교, 거북선대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고소대는 임진왜란 당시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작전을 세우고 명령을 내리던 곳으로 이를 기념해 좌수영대첩비와 타루비가 있다. 전망 쉼터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며 여수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좋다. 시간이나 국가의 위급 사항을 소리로 알려주던 오포대는 이곳의 볼거리 중 하나이다.전형적인 달동네였던 고소동은 지난 2012년 여수 엑스포를 계기로 시와 주민들이 힘을 합쳐 좁고 어둡던 골목에 그림을 그려 전국의 벽화 명소 중 한 곳으로 자리 잡았다. 진남관부터 시작해 고소동 언덕과 여수 해양공원에 이르는 거리의 길이가 1004m로 천사벽화골목으로 불린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그림부터 시작해 해양, 역사, 문화를 주제로 그린 벽화는 이곳 여수의 특색을 고스란히 나타냈다. 골목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커피집도 여러 곳 있어 여수 바다를 즐기는데 한 몫을 한다.벽화골목이 끝나는 곳에는 여수해양공원이 조성되어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나들이 장소가 되었다. 장군도와 돌산대교, 남해도, 아기섬을 마주하며, 대형 공연장이 있어 주말이면 젊은이들의 버스킹 공연이 더해져 눈과 귀가 즐거운 곳이다. 방파제 끝에는 조선을 최초로 유럽에 소개한 네덜란드인 하멜을 기념해 세운 하멜등대가 이곳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등대가 세워진 곳은 제주도에 표류해 전라좌수영으로 배치된 후 억류생활을 이어가다가 일본으로 탈출한 하멜이 조선을 떠난 곳이다. 가로등이 켜지면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 하멜 등대에 불이 켜지며 노랫말에서 듣던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여수 낭만밤바다펜션 리조트는 낭만포차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아 여행자들에게 인기인 곳이다. 리조트형 펜션으로 옥상에 하늘수영장이 있어 하늘과 바다를 맞닿아 수영이 가능하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 용품과 보드 게임의 무료 대여를 할 수 있으며 공용 바비큐장에서는 인근 어시장에서 구매해온 해산물을 구워 먹을 수 있어 보는 바다와 먹는 바다가 동시에 만족된다. 전객실 오션뷰로 룸 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어 일출 여행 숙소로도 좋다. 스파룸을 비롯해 온돌룸, 최대 10명까지 입실 가능한 패밀리룸까지 다양한 객실 타입으로 여행 동행자의 스타일에 따라 룸 선택의 폭이 넓다. 여수는 바다를 접한 지역이니만큼 풍부한 해산물로 차려진 먹거리가 유명하다.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막걸리 식초를 넣어 무쳐 새콤달콤한 서대회는 무침으로도 먹지만, 대접에 밥을 넣어 비빔밥으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샛서방(기둥서방)에게만 준다는 금풍생이 구이는 고약하게 생긴 것과는 달리 그 맛이 고소하며, 게장 백반집은 푸짐한 게장과 반찬으로 여행자들의 입을 행복하게 만든다. 터미널 근처 수산시장은 온갖 싱싱한 해산물과 건어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선어회는 그 부드럽고 찰진 맛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여수 중앙시장이 으뜸이다. 뜨끈뜨끈한 짱뚱어탕은 진하고 고소한 풍미로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속을 달래주기에 그만이다.
- 한강 물길 따라 흐르듯 다녀오는 양평 여행
-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드라이브 코스로 좋은 북한강변은 언제든 수도권 관광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청평에서 시작해 가평을 지나 양수리까지 오는 북한강의 물길을 따라 가는 1박 2일의 여행. 어느 곳을 다녀오는가를 고민하지 말자.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단어처럼 물길 따라 마음이 가라는 대로 따라가 보자.동방 절집 중 제일의 풍경을 지닌 운길산 수종사세조가 신병치료차 금강산에 다녀오던 길에 지금의 양수리에서 하루를 머물게 되었는데 한 밤중에 인근 산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기이하게 여겨 아침이 되자 산으로 올라가 보니 천년고찰의 흔적과 바위굴이 있었다. 바위굴 속에서 16 나한을 발견 후 찬찬히 둘러보니 굴속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암벽을 울려 마치 종소리처럼 들리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크게 감동한 왕은 이곳에 절을 짓게 하고 그 이름을 수종사라 하였다.수종사는 북한강을 바라는 산줄기의 마지막인 운길산 8부 능선에 자리한다. 절집 마당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되는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경관이 빼어나다. 일교차가 큰 날이면 강물이 이고 있는 하늘에 떠있는 운해가 멋진 곳으로 조선시대 문인 서거정은 수종사를 ‘동방 절집 중 제일의 풍경을 지녔다’라고 했다. 수종사는 창건 설화에 물이 얽혀 있듯 이곳에서 나는 물맛도 좋다. 초의선사가 다산 정약용을 만나고자 수종사에 머무르며 차를 내려 마시며 ‘차와 같이 마시는 수종사 물이 최고다’라고 했다고 한다.그런 이유에서일까. 절집 입구에는 이곳의 최고 공간인 삼정헌이 있다. 詩(시), 禪(선), 다(茶)가 하나가 되는 다실이라는 뜻으로 무료로 내어주시는 차지만 물길을 바라보며 즐기는 차는 그 맛과 향이 훌륭하다. 강물을 마주하는 절벽 가까이에는 세조가 직접 심었다고 전해지는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마치 두 팔을 벌리고 강을 내려다보며 세상을 얘기하는 선인처럼 보인다. 오래된 절집이지만 작은 경내를 오가며 보이는 풍경에 입 밖으로 탄성이 나오다가 절집을 나서려고 할 즈음이 되어야 ‘묵언’이라는 단어가 눈에 보인다.여름을 즐기는 수상 레저의 메카 북한강바야흐로 여름. 물놀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계절이 왔으니 야외에서 즐기는 물놀이만큼 여름과 놀 수 있는 곳은 없다. 수상레저의 메카이며 천국이라는 북한강에는 300여 곳이 넘는 물놀이 업체가 운영 중이다. 많은 수상레저 업체들이 북한강에 워터파크 빠지를 운영하면서 각종 수상 레저를 한 번에 묶어 판매하는 패키지를 선보인다. 빠지는 물놀이를 하는 장소로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바나나보트 등 작은 보트에 줄을 단 물놀이 기구가 물 위에 떠다니는 모습이 마치 바지선과 닮았다고 하여 바지라고 부르다가 빠지로 변형된 말이다.어린이들만 이용하는 키즈 패키지부터 시간에 제한이 없는 무제한 패키지, 수상놀이 기구를 묶어서 타는 패키지까지 업체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수상레저는 이용하기 전 헤드기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체험을 할 수 있다. 물놀이 기구는 별도의 교육이 없지만 수상스키와 웨이크보드의 경우 전문 강사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스키처럼 생긴 넓은 기구를 이용해 모터보트에 이끌려 물 위를 달리는 수상스키는 서핑과 스키의 특징이 결합된 전신 운동으로 조정력, 예측력, 균형 감각을 익힐 수 있다. 웨이크보드는 수상스키에 비해 배우기가 쉬워 여성들이 많이 선호한다. 모터보트가 만들어내는 파도를 이용해 점프, 회전 등의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바나나보트, 플라이피쉬, 디스코팡팡, 밴드웨건, 블롭 점프까지 각종 물놀이 체험기구로 북한강 위에서 스릴을 맛볼 수 있으며, 아이들의 경우 빠지에 설치된 워터파크에서 물과 하나가 되어 놀 수 있다.계곡에서 물놀이, 고기잡기 체험이 가능한 시계꽃펜션바닷가라면 해수욕이고, 계곡이라면 강수욕이다. 통방산과 곡달산을 굽이쳐 흐르며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물길인 벽계구곡은 맑은 물과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 울울창창한 숲에 둘러싸인 계곡은 ‘물길 80리, 산길 50리’라고 불릴 정도로 길다. 깊은 소와 작은 폭포가 많고 물길에는 유난히 푸른 청석이 많아 신비롭기까지 하다.계곡 곳곳에 천연 풀장과 같은 곳들이 여러 곳이 있어 여름이면 찾는 이들이 많은 이곳에 위치한 양평 시계꽃펜션은 물이 들어온다는 뜻의 수입리에 자리한다. 드라이브하듯 호반을 달려 도착하면 수려한 경관 속에 자리한 넓은 잔디정원과 펜션 앞으로 흐르는 청정 계곡을 만난다.꽃이름의 객실처럼 조화를 이룬 객실은 가족, 친구, 소규모 단위 피서지로 좋다. 객실마다 개별 데크가 있어 바비큐가 가능하며 5월부터 10월까지 이곳에서 머무는 투숙객들은 텃밭 야채를 무료로 뜯어 먹을 수 있다.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더위를 싹 잊게 된다.
- 자동차로 다녀오는 수도권 섬 여행
-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수도권 섬 여행이라면 인천의 옹진군 섬 여행을 떠올리다. 옹진군의 속한 섬들이 해안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의당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줄 알지만 그 섬들 중 일부는 자동차로 다녀올 수 있다. 시화호 방조제가 생긴 후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곳, 대부도 권역의 섬 여행을 다녀와 보자.거북이의 전설이 깃든 신령스러운 섬 영흥도영흥도는 거북이의 전설이 이어져 내려오는 섬이다. 옛날 중국에서 오던 배가 풍랑과 암초를 만나 침몰 직전에 있을 때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 배의 구멍을 막아주고는 이 섬으로 인도를 해주었다 하여 ‘신령이 도와준 섬’이라는 뜻을 지녔다. 지난 2001년 선재대교와 영흥대교가 개통되면서 선재도와 다리로 이어진 대부도를 거쳐 자동차 드라이브만으로도 다녀올 수 있는 섬으로 바다를 향해 놓인 다리를 두 번 건너면 도착한다.선착장에서 바다까지의 거리가 십리여서 십리포 해수욕장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바닷물이 차오르면 수평선 너머 바다에 길게 뻗은 인천대교의 풍경이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해안가에는 150년 전 해안방풍림으로 조성한 소사나무 군락지가 이곳을 대표한다. 굵은 파마머리를 연상시키듯 구불구불하고 억세게 자란 소사나무는 바닷가의 풍랑을 맞으며 억척스레 살아온 우리네 어부의 삶과 닮아 더 눈이 간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소사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고 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되어 나무 펜스가 쳐져 겉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해수욕장 끝에는 해안산책로가 놓여 있어 바다의 정취를 보며 걸을 수 있다. 국사봉 전망대에 오르면 인천항뿐만 아니라 날씨가 좋은 날이면 강화도 마니산, 당진 화력발전소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영흥도는 자연산 대광어가 많이 잡혀 낚시꾼들에게는 광어 포인트로 알려져 있지만 계절을 대표하는 해산물들이 있다. 봄이면 입에 착 감기는 영흥뻘낙지, 초여름부터는 암케, 여름에는 간재미, 가을에는 꽃게와 자연산 대하를 맛볼 수 있다. 이즈음에는 간재미가 제맛을 내며 회무침 뿐만 아니라 간재미 묵은찌게의 개운함이 입맛을 당긴다.뻘과 바다가 만들어낸 명소 선재도섬 주변의 풍경이 아름다워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는 선재도는 본래 소우도 또는 독우도라고 불렸다. ‘영흥도를 어미소처럼 따라다니는 송아지 섬’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연초가 되면 당고개에서 풍어를 기원하는 굿을 하며 마을의 풍어를 소원하던 섬으로 대부도와 영흥도를 잇는 징검다리 섬이다. 선재도는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시간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작은 섬들이 있다. 측도와 목섬, 딴두부리섬이 그곳이다.선재대교 초입에 위치한 목섬은 선재대교를 건너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바닷길이 열리면 갈 수 있는 무인도이다. 지난 2012년 미국 CNN 방송이 선정했던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 곳 중 1위에 선정되어 유명해진 곳으로 바다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1km의 갯벌 길과 섬이 아름답다. 측도는 선재도군의 섬 중 가장 큰 곳으로 바닷물이 빠지면 잠수 도로가 나타나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선재대교 아래에는 벽화 골목이 있어 마을을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옹기종기 모인 집 벽에는 꽃이 피었고, 선재도의 바다가 출렁이며 만선을 이룬 고깃배가 떠다닌다. 목섬 주변 갯벌에서는 마을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생태체험 관광이 가능하다. 물때에 따라 하루에 한 번 혹은 두 번 할 수 있는 갯벌체험을 위해 갯벌마차를 타고 목섬 주변의 갯벌에 들어가면 그 순간만큼은 이 너른 갯벌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선재대교 아래 입구에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호미와 통, 장화를 빌려주기 때문에 별도의 준비물은 필요 없으며 갯벌 체험과 바지락, 동죽 등 조개 채취를 할 수 있으며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넌 펜션, 나는 글램핑` 퀸스비치 글램핑펜션선재도 북쪽에 위치하는 딴두부리섬은 선재도의 숨은 비경으로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숲으로 둘러싸여 마치 무인도를 연상케 하는 이곳 해변에 있는 퀸스비치 글램핑펜션은 펜션의 편리함과 글램핑의 낭만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커플, 가족이 많이 찾는 퀸스비치 글램핑펜션은 바다가 한 눈에 담기는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이 갑이다.전 객실과 글램핑이 오션뷰이며, 펜션은 스파룸으로 글램핑은 일부가 야외스파로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펜션 내에 위치한 야외 수영장에서는 일몰을 바라보며 수영이 가능하고, 워크샵, 가족 모임 등을 위한 야외 단체 바베큐장도 준비되어 있다. 790번 버스를 타고 오는 투숙객이라면 사전 연락을 하면 드무리해변 혹은 영흥터미널에서 펜션까지 픽업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저녁이면 인천대교에 들어오는 불빛만 보고 있어도 낭만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 [여행] 남다르고 실속 있는 '요망진' 제주
- 한림 동명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관광공사(사장 박홍배)는 22일 ‘남다르게 실속 있게, 요망진 6월 제주’라는 테마를 주제로 관광지, 자연, 체험, 축제,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6월 제주 관광 추천 10선’을 발표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번 추천 10선은 똑똑한 실속파의 제주여행을 테마로 기획했다”며 “요망지게(똑똑하고 야무지게) 제주의 6월을 즐겨보시라”고 전했다.◇검은용의 이야기를 따라 ‘한림 동명리’ 명월성지를 끼고 있는 마을, 한림읍 동명리엔 검은 용이 산다. 다름 아닌 밭담이다. 수류촌으로 불릴 만큼 예로부터 맑고 풍부한 물을 자랑하던 이 마을에 이제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밭담이 새로운 자랑이 되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돌무더기 캐릭터 ‘머들이네’를 따라 수류촌 밭담길을 돌아보는 50분 동안, 가만히 엎드려 마을을 지켜온 검은 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지친 다리는 카페 ‘동명정류장’에서 쉬어가도 좋다. 오래된 마을회관을 개조한 아담한 공간은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밭담길을 홍보하고 제주를 알리는 기념품으로 마을과 한데 어우러진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근처 한수리의 한림바다체험마을을 찾아보자. 전통낚시와 바릇잡이, 바다공예까지 온가족이 누릴 만 한 행복이 물결친다.삼다수 숲길◇비밀을 간직한 원시림 속으로 ‘삼다수 숲길’옛 임도를 활용해 조성한 삼다수 숲길은 근처의 사려니 숲길과는 결부터 다르다.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 한 덕분일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천년의 숲 부문 어울림상을 받았을 만큼 꾸미기보다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다. 걷기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원시림에 가까운 숲에 들어서면 자연의 품에 온전히 안기듯 포근하고, 고요한 만큼 더 큰 평온이 숲에 대한 환상을 고스란히 채워준다. 숲길을 걷다 산수국과 때죽나무 꽃비를 만나는 것도 더없는 행운! 교래리 종합복지회관 맞은편 이정표를 따라 목장길을 지나면 숲길이 시작된다. 1시간 반이 소요되는 1코스도 좋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2시간 반이 걸리는 2코스를 골라 걷자. 화장실은 따로 없으니 복지회관에서 미리 이용하는 센스.이승이오름◇화산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승이오름’한라산 허리춤에 자리한 이승이 오름은 한라산 둘레길을 찾는 이들에게는 이미 꽤나 유명하다. 마을공동목장을 낀 목가적 분위기에서 어느새 원시의 자연림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숲이 해를 가린 ‘해그므니소’는 신비롭고 성스런 분위기로 작은 식물들을 보듬어낸다. 바위를 감싸 안은 나무뿌리와 나무를 품은 화산암은 세월의 무게를 더하고 점점이 박힌 화산탄이 섬의 탄생순간을 지금에 전한다. 정상에 올라 올망졸망한 오름을 거느린 한라산을 마주했다면, 옛사람의 온기 스민 숯가마터와 선조들의 피땀 서린 일본군 진지동굴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도 좋다. 오름 입구에 설치된 안내도에 따라 형편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자. 20분의 등반코스를 골라도, 40분의 순환코스를 골라도 오름의 신비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파라세일링◇한 발 먼저 여름을 열고 ‘파라세일링&패들보드’바다를 그리며 제주까지 왔는데, 바다에 뛰어들기엔 이르다니 낭패다. 그렇다고 물러설 텐가, 기다리기보다 한 발 앞서 가기로 한다. 6월의 기온과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며 남들보다 먼저 여름을 열자. 지금 필요한 건? 나만의 취향저격 액티비티를 고르는 일! 언젠가 한번쯤 두둥실 떠오르고 싶던 소원은 파라세일링으로 이룬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몰라도 괜찮다. 별다른 준비 없어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더 반갑다. 균형 감각에 자신 있다면 패들보드를 픽!하자. 바다에 몸을 띄운 채 감행하는 보드 위 요가는 흐트러진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준다. 초보자를 위한 강습코스도 있으니 겁내지 말고 도전할 것. 주머니 좀 가벼워지면 어때, 그 몇 배의 에너지로 돌아올 텐데.(기상상황에 따라 유동적, 사전확인 필수)염나니코지길 벵듸고운길◇태양이 이끄는 길 위로 ‘염나니코지길 벵듸고운길’구좌읍 평대리를 중심으로 인근 마을과 마을을 잇는 벵듸고운길. 편평하고 너른 들이라는 뜻의 ‘벵듸’와 ‘평대’가 어딘가 닮았다 했더니, 예부터 어른들은 평대를 벵듸로 불렀다고. 벵듸고운길 해안도로를 따라 한동리를 향하다 빨간 등대가 놓인 작은 방파제를 찾아보자. 바로 ‘염나니코지’다. 이른 아침 이곳을 찾는다면, 빨간 등대 뒤로 이제 막 걷히는 새벽하늘에 넋을 놓을지도. 염나니코지길을 돌아 나오다 반여동산에서 잠시 기지개를 켜고 막 깨어난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자. 걷다가 만날 평대리 어촌계의 건물벽화는 평생을 바다에 흩뿌려온 해녀들의 생애와 그들이 거두어온 바다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침 해가 전하는 감동에 그네들 삶의 경이로움이 더해져 조용하고 은근한 응원으로 다가온다. 이 순간, 이름부터 곱고 사랑스러운 이 길 위에서 나는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다. 원도심 심쿵투어◇가성비 갑 & 가심비 갑 ‘원도심 심쿵투어’,한때 구도심이라며 내물리던 곳이 본래의 이름을 찾아 새 도약을 꿈꾼다. 이름하야 ‘원도심 심쿵투어’는 도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한 원도심 탐방 프로그램. 제주민속박물관을 출발해 삼성혈과 산지천, 동문시장을 경유하는 1코스와 관덕정에서 중앙 성당, 예술 공간 이아를 거쳐 탑동관광안내소까지의 2코스로 나뉘며, 중간 중간 요즘 힙하다는 옷가게, 서점과 맛집도 있어 감각은 젊어지고 인증스탬프를 모아 경품을 받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제주 곳곳을 넓게 살피기엔 시티투어버스와 관광지 순환버스가 제격! 저렴한 가격에 명소를 두루두루 찾는 편리함은 자가운전과는 가성비부터 비교불가. 시내권에서는 시티투어버스가, 중산간 여행엔 관광지 순환버스가 나를 위한 친절한 안내자로 나선다. 마음 머무는 곳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 한들 누구 하나 투정하지도 눈살 찌푸리지도 않는다.산수국◇수수함과 경쾌함 사이, 꽃에 꽂히다 ‘산수국 & 해바라기’6월 제주의 수국이 익숙하다면 산수국은 어떨까. 당당하고 화려함보다 수수한 건 사실이지만 은근하고 진득한 매력을 사람으로 치자면 ‘츤데레’ 같달까? 영주산 천국의 계단에서, 삼의악에서, 그리고 사려니숲길 어디쯤에서 호위하듯 늘어선 산수국을 만나는 반가움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산수국의 은은한 매력에 취했다면 해바라기의 발랄함을 더해보자.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선 삼별초의 역사이야기보다 먼저 해바라기의 경쾌함에 빠져들지 모르니 주의할 것! 해바라기를 가꾸고 소개하는 농장도 있으니 참고하자. 어떻게 담아도 예쁜 꽃 옆에서 환한 웃음은 필수. 맑은 날엔 선명한 추억으로 물안개가 핀 날엔 몽환적인 분위기로 기록될 것이다. 설령 덜 핀 꽃이라도 그 빛깔은 덜하지 않으니...생각만으로 설레는 지금부터 나만의 꽃 여행주간이 시작된다. 명심하자, 꽃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제주의 문화공간◇문화로 감성충전, 제주곳곳 문화 공간들여행자의 감성을 채우는 것이 아름다운 풍경만일까. 제주 곳곳에 자리 잡은 문화공간들은 나와 이웃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시와 공연으로 풀어낸다. 유명 작가가 아닐지라도, 대형 전시장이 아닐지라도, 우리 삶이 예술과 다르지 않음을 이곳에서 확인한다. 산지천 갤러리에선 제주의 어머니, 해녀들의 문화와 일상을 읽고, 서귀포 문화빳데리 충전소에선 밀납으로 빚어낸 매화 ‘윤회매’를 통해 내면의 소리와 자신에 집중한다. 문화공간 양이 젊은 작가의 무의식에 드러난 4.3으로 잊혀져야 했던 역사에 다가서면, 옛 병원건물에서 예술공간으로 변신한 이아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예술과 삶을 이어준다. 국내외 유명 작품을 만나는 호사도 가능한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1,2는 예약 도슨트제로 바뀐다니 참고할 것. 즐기는 만큼 고단해지기 쉬운 여행의 어느 지점에 무심하게 쉼표 하나 찍어두고 삶을 가꿔보자. 제주의 펍&양조장◇한 잔을 마셔도 나는 달라, 제주의 ‘펍&양조장’양보다 질이 중요한 여행자를 위해 아무데서나 맛보기 힘든 이곳만의 양조장이 있다. 4대에 걸쳐 전통방식을 지켜온 제주 술익는 집에선 제주 전통주와 발효음료 만들기 체험이 마련돼 있다.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들의 좋은 반응에 주인장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국토최남단 브루어리, 서귀포에서 만든 신선한 맥주는 탐라에일 탭하우스의 담당. 페일에일부터 바이젠까지, 다양한 수제맥주를 만드는 공장투어는 단체보다 개인에게 열려있다. 국내유일의 멜로멜 와인(과실을 첨가한 벌꿀 술)은 제주허니와인에서 만날 수 있다. 꿀과 감귤과즙 모두 제주산 재료를 고집한 고급와인의 향긋하고 달콤함에 여행의 피로도 녹아내린다. 제주샘주를 찾는다면 오메기떡, 전통주 칵테일, 쉰다리를 만들어보자. 남들과 다른 것을 맛보고 듣고 만들 수 있어 6월 제주여행이 더 신선하고 알차다. 단, 체험프로그램은 예약필수.제주의 실속밥집◇착한 가격 더 착한 맛, 도민 인증 ‘실속 밥집’ 때론 큰 맘 먹고, 때론 무리하며 달려온 여행자들에게 유명 음식점의 메뉴판은 종종 부담을 안긴다. 여행 중 몇 끼 정도 화려하지 않으면 어떤가. 지나는 길에서 만난 빛바랜 간판을 따라 들어가 허름한 식탁을 차지하고 앉아보자.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알쏭달쏭하다면 여기 힌트가 있다. 도민들이 인증하는 실속만점 현지인들이 찾는 밥집! 눈앞에서 익어가는 두루치기를 기다리다 현기증이 나고, 윤기 흐르는 수육정식 앞에서 체면은 사치다. 착한 가격의 정식차림에, 반찬집 운영경력의 사장님 덕에 화려한 반찬을 자랑하는 국수가게에서 국수보다 순두부가 주인공인 건 반전이라면 반전. 소박하고도 진득한 인심으로 배도 채우고 실속도 찾는 이곳이 있어 제주여행의 부담은 반이 되고, 추억은 배가 된다.
- [강원바다여행③] 동해에 숨겨둔 나의 ‘전망 좋은 방’
- 논골 게스트하우스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일몰[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여행을 하다 보면 한 번쯤 평생 머물고 싶은 장소와 마주친다. 복잡한 일상이 반복되는 도심을 떠나 나만의 휴식처를 갖고 싶은 원초적 로망 때문이다. 수수하고 깨끗한 방 한 칸에 미세먼지 제로의 하늘과 푸른 바다가 발끝으로 펼쳐진다면, 7성급 호텔의 오션 뷰가 부럽지 않다. 치열한 삶의 애환을 마을벽화로 만나는 야외미술관, 논골담길에서 일주일 아니 한 달쯤 살고 싶은 ‘전망 좋은 방’을 찾았다. 논골담길의 시작점, 논골1길◇새도 검고 바다도 검은 ‘묵호’에 빠지다동해시 묵호동의 묵호(墨湖)는 바닷가에 물새가 유독 많이 모여들어 ‘새도 검고 바다도 검다’는 의미로 ‘먹 묵(墨)’자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다. 묵호동 논골 벽화마을에 가면, 묵호는 골목 어귀 판잣집 사는 아이의 이름처럼 친근하다. 묵호에는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등대까지 걸어가는 동안 몽실몽실 정겨운 이야기가 피어나는 논골담길이 있다. 그 골목 어디엔가 하룻밤이든 며칠 밤이든 일상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위한 ‘전망 좋은 방’이 기다리고 있다. 오징어를 지게 나르던 시절의 모습이 담긴 벽화묵호동 논골마을은 1941년에 개항해서 성업을 이루었던 묵호항의 역사와 치열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마을이다. 무연탄과 시멘트 운송으로 묵호항이 호황이었던 시절, 논골마을 사람들의 삶은 남루하지만, 활기로 넘쳤다. 항구 뒤편 묵호동의 비탈진 언덕에 지어진 판잣집 사이의 골목은 질퍽한 흙길 때문에 논골마을이라 불렸다. 사람들은 언덕 꼭대기에 생선을 말리는 덕장으로 오징어, 명태를 지게나 대야로 날랐다. 오징어 더미에서 떨어지는 바닷물로 늘 질었던 골목은 ‘남편과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이 못 산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래서일까. 논골담길에는 유난히 장화 그림과 소품이 많이 등장한다. 담벼락 위, 아이가 신던 장화에는 들꽃을 심어놓았다. 땀과 바닷물에 젖었던 장화도 이젠 아련한 추억의 풍경이 되었다. 논골1길에 인생샷 포토존으로 그려진 바닥 벽화논골담길은 4개의 골목으로 이어진다. 논골1길과 논골2길, 논골3길, 등대 너머에 등대오름길이 있다. 묵호항 수변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논골1길에서 시작한다. 논골1길에서 바람의 언덕 전망대를 지나 논골2길, 논골3길을 걷고 나면 끝자락에 묵호 등대가 나오고 등대오름길로 향한다. 막상 걷다 보면 마음을 당기는 그림을 향해 발이 먼저 가서 어느새 코스는 별 의미가 없어진다. 최근 논골1길 가는 길에 바닥 벽화와 감성 벤치가 새로운 포토존으로 등장했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이 위태롭게 이어지는 언덕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 자락이 어지럽지만, 세월의 더께가 앉은 벽화 그림은 가던 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한다. 만선의 기쁨과 고단함을 막걸리 한 잔에 풀고 있는 어부의 술상, 생선 좌판에서 싱싱한 문어를 손질하는 아낙네, 지게를 내려놓고 잠시 쉬는 어르신의 모습 등 담벼락 한 칸에 그려진 그림만으로 마을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성큼 다가온다. 골목의 벽화는 햇볕과 바람에 아련하게 바래가지만, 애잔한 감성은 여운이 오래 남는다. 논골 게스트하우스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바다 전경논골담길을 슬렁슬렁 다니다 보면 어느새 햇볕이 기운다. 성수기가 아니라면,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간판이 있는 숙소 앞에서 기웃기웃 집 구경을 하는 여정도 재미있다. 논골1길부터 등대오름길까지 2시간여쯤 걸었을까. 그 사이 마음에 점 찍어둔 숙소에서 하룻밤 묵어갈 생각에 두근두근 마음이 설렌다. 오늘의 숙소는 바람의 언덕 전망대 옆집, 논골 게스트하우스다. 묵호 최고의 오션 뷰는 논골1길, 바람의 언덕 전망대다. 눈앞에 들어오는 건, 비현실적으로 푸른 바다뿐이다. 전망대에는 마을 주민들이 출자하여 만든 ‘논골담길 협동조합’의 논골 카페와 논골 상회, 논골 식당, 논골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논골카페나 논골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파노라마로 찍어야 할 만큼 시야가 넓다. 시원한 테라스에서 직접 떠온 자연산 회 한 접시를 놓고 노을이 물드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먹는 저녁상은 최고의 미각과 추억을 선물한다. 논골마을에선 숙소만 잘 정하면 집에 앉아서 일출을 보는 행운까지 잡을 수 있다. 묵호 최고의 오션 뷰는 바람의 언덕 전망대다◇등대에 올라 동해를 내려다보다어느 길로 오르든 논골담길의 끝자락엔 묵호 등대가 나타난다. 해발고도 67m에 위치한 묵호등대는 동해, 백두대간의 두타산, 청옥산과 동해시를 한눈에 조망하는 곳에 있다. 하얀 등대 아래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풍경의 카페와 펜션들도 아름답다. 코발트블루의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음료 한 잔으로 땀을 식히는 순간, 힐링이 따로 없다. 한여름 밤 묵호항 일대를 오가는 오징어잡이 어선의 현란한 불빛은 동해에서 누리는 황홀한 야경이다.수변공원부터 항구까지 걷다 보면 비릿한 바다냄새가 물씬 풍기는 묵호항 활어센터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숙소에서 먹을 해산물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싱싱한 횟감은 자연산이고 저렴한 편이지만 휴가 시즌이나 날씨의 영향에 따라 가격대가 들쑥날쑥한 편이다. 횟감을 고르면, 회 손질과 초장 값은 별도로 받는다. 묵호항 활어센터에서 떠 온 싱싱한 자연산 회동해에서 꼭 맛보아야 할 물곰탕(곰치국)은 바닷가 사람들의 소울 푸드다. 물곰은 여름에 많이 잡힌다. 신 김치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국물이 시원하다. 30년 전통의 ‘칠형제 곰치국’은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7형제 중에 넷째 아들이 이어가고 있다. 오전 8시 오픈해서 오후 5시면 영업이 끝나는데, 일찌감치 재료가 소진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 필수.천혜의 자연인 무릉계곡 입구에는 친환경 힐링센타인 동해 무릉건강숲이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되찾기 위해 몸과 마음의 휴식을 찾는 교육 체험프로그램, 체류형 힐링 치유프로그램 등이 운영 중이다. 숲속의 맑은 공기와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는 힐링 숙박동은 황토와 편백, 화이트 견운모로 마감한 친환경 숙소다. 그 외에도 다양한 테마 체험실과 자연식 건강식당, 어린이 건강체험관 등 건강한 여행을 위한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동해 사람들의 소울푸드, 곰치국천연비누와 편백베개, 에코백 등 자연친화적인 재료를 이용한 만들기 체험과 테마체험실은 방문객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다. 테마 체험실에는 소금 동굴, 황토찜질방, 견운모찜질방, 힐링산소방 등이 있다. 체류형 힐링 치유프로그램인 1박 2일 이상의 건강 캠프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주말 가족 여행으로 인기 있다. 명사십리로 사랑받는 동해안의 망상해수욕장은 얕은 수심과 드넓은 백사장, 울창한 송림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여름철 피서객들의 핫플레이스인 망상오토캠핑리조트는 오토캠핑장, 캐라반, 캐빈하우스 등 친환경적이며 자연경관 보존형 시설로 만든 상설 캠프장이다. 동해안 산불피해 지역으로 잠시 운영을 중단했던 제2 오토캠핑장도 다시 문을 열었다. 캠핑장에서 바다로 뛰어드는데, 1분이면 될 만큼 여름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친환경 힐링센타, 동해 무릉건강숲◇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동해 무릉건강숲→망상해수욕장→논골담길△1박2일 여행 코스= 추암촛대바위→천곡황금박쥐동굴→망상해수욕장→논골담길→ 무릉건강숲→삼화사→무릉계곡△가는길= 동해고속도로→망상IC→동해대로 묵호항 방면 2.8km→해안로 1.3km→발한로 343m→일출로 975m→논골담길 △먹을곳= 일출로 131-1 ‘칠형제곰치국’은 곰치국, 일출로 125-1 ‘진모래횟집’은 모둠막회, 일출로 91 ‘구이전문점’에서는 모둠 생선구이, 일출로 10 ‘대우칼국수’에서는 장칼국수가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묵호일출공원, 망경대, 북평민속오일장, 가원습지 생태자연공원, 동해향교 명사십리로 사랑받는 망상 해수욕장
- [강원바다여행①] 눈과 사진, 마음으로 담다 '뉴트로 속초여행'
- 드라마 ‘남자친구’의 배경이 되었던 아름다운 외옹치바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뉴트로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으리으리하고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멈춰버린 시간이 쌓여있는 것, 오랜 세월이 담긴 낡은 것이다. 외할머니가 쓰시던 낡은 돋보기안경이나 어릴 적 쓰던 먼지 쌓인 책상처럼 소중하고 뭉클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스피드 시대의 고단함을 담담하게 위로하는 감성처방전이다. 속초는 지금 뉴트로 여행지로 인기다. 드넓은 하늘을 넣어 찍으면 나도 드라마주인공◇그리움과 사랑의 배경이 되다 ‘외옹치’“송혜교는 좋겠다. 출근하면 박보검이랑 일하고, 퇴근하면 송중기가 기다리니.” 드라마 ‘남자친구’가 한창 인기를 끌 때 유행하던 말이다. 그 드라마의 매력은 박보검과 송혜교라는 주인공만큼이나 아름다운 속초바다가 배경이었다. 바다를 끼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산책길에서 마르지 않는 그리움을 달랬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던 시집 너머로 쪽빛바다가 반짝였다. 그들의 그리움과 사랑의 배경으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바다는 속초 외옹치다. 속초로 와서 첫 번째로 달려야 하는 이유다. 외옹치는 바닷가로 삐져나온 항아리처럼 생긴 언덕이다. 외옹치의 둥그스름한 해변을 따라 산책로를 내고 ‘외옹치바다향기로’라는 예쁜 이름을 붙였다. 외옹치는 지난 수십 년간 군사시설로 통제됐던 곳이다. 2005년 해수욕장이 개방되고, 지난해 4월에야 산책로를 오픈했다. 왜 이제야 우리 곁에 왔나 아쉬운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눈이 부시도록 푸른 바다를 겯에 두고 걷는 길외옹치항에 차를 세우고 항구 안쪽으로 몇 걸음 옮기면 외옹치항 바다향기로 입구가 보인다. 입구에는 커다란 문이 눈에 띄는데, 태풍이나 바람이 심한 날에 출입통제를 위한 안전장치다. 문을 통과하면 입이 떡 벌어진다. 역시 이것이 속초바다다. 박보검이 카메라에 담던 한없이 푸른 바다, 그 바다를 곁에 두고 나도 함께 걷는다. 짙푸른 네이비블루에서 달콤한 코발트블루까지 일곱 빛깔의 바다가 눈앞에 있다. “마음이 따뜻하면 일곱 빛깔을 볼 수 있다.”던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장소로 왜 이곳을 택했는지 알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어느 곳에서나 셔터만 누르면 드라마주인공 각이다. 넓은 전망대 끝에 서서 바다나 하늘을 바라보자. 그리고 카메라 앵글 안에 하늘을 최대한 많이 넣어보자. 드넓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나. 박보검 송혜교가 따로 없다.바다향기로는 외옹치항에서 외옹치해변을 지나 속초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총 1.74km, 걸어서 1시간이 걸린다. 외옹치항에서 외옹치해변까지 덱이 놓인 구간은 890m다. 속초시 관광 홈페이지에는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하는데, 고개가 자꾸 바다를 향하는 통에 걸음이 느려지는 걸 감안한다면 그보다 넉넉하게 잡아야한다. 외옹치해변에서 외옹치항으로 거꾸로 걸어도 마찬가지다.카페와 전시공간으로 변신한 칠성조선소 입구◇조선소의 화려한 변신 ‘칠성조선소’바다향기로 마음을 채웠다면 이제 배를 채울 차례다. 외옹치해변과 속초해수욕장 중간쯤 작은 골목 안에 우동당이 있다. 테이블 몇 개 없는 작은 가게다. 이곳 인기 메뉴는 붓가케와 수제돈까스다. 일본식 돈가스답게 두툼한 수제돈까스는 보자말자 입에 침이 가득 고인다. 한입 베어 물자 ‘바사싹’ 소리가 뇌를 강타하고, 뒤이어 촉촉한 속이 두 배로 부드럽게 느껴진다. 붓가케가 처음이라도 당황할 필요없다. 병에 있는 간장소스를 우동면에 붓고, 수란을 잘 저은 다음 찍어먹으면 된다. 탱글탱글한 면발과 고소한 수란 그리고 깔끔한 국물이 기가 막히다. 먹기 전에 사진 찍는 걸 잊지 말자. 인생우동 사진 한 장 안 남겼다 후회하기 전에 말이다. 그냥 찍기보다 붓가케에 간장국물을 부어놓고 찍는 게 훨씬 예쁘다. 우동당 문을 연건 1년 전이다. 서울생활을 접고 속초로 온 주인장은 일식요리 20년차 베테랑이다. ‘그저 바다가 좋아서’ 이곳에 왔다지만, 다시마 가다랑어포 멸치 등 순 천연재료만으로 요리하는 그의 재료 욕심은 그대로 맛으로 전해진다.탱글탱글 우동면에 간장소스 부어서 수란에 찍어 먹는 붓가케우동당에서 나와 청초호를 끼고 차를 몰아 청초호사거리를 지나면 칠성조선소가 나온다. 최근 SNS를 휩쓸고 있는 핫한 곳이다. 이곳은 1952년에 세워져 속초 오징어가 전국으로 팔려나가던 시절을 주름잡던 조선소였다. 나무배가 차츰 사라지면서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전시관과 카페로 변신했다.칠성조선소 문을 들어서면 바다와 맞닿은 너른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배가 드나들던 ‘철까지’가 청초호를 향해 뻗어 나가있다. 배를 수리하던 곳에 나무의자가 놓였다.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를 들고 나와 호수와 하늘을 바라보며 마시기 딱 좋은 장소다. 한때 목선을 고치던 조선소에서 일상에 지쳐 삐걱거리는 마음을 치료받는다.칠성조선소는 배를 수리하던 곳을 수리해 호수 풍경을 감상하는 카페 명당으로 거듭났다.속초에는 칠성조선소만큼 오래된 곳이 많다. 1956년에 시작한 동아서점 역시 3대를 이어오는 속초 터줏대감이다. 이곳에서 책 한 권 안 사본 속초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다. 2015년에 신도시로 옮겨와 더 쾌적한 서점으로 만들었다. 환한 창가에 놓인 기다란 테이블은 카페인지 서점인지 헛갈리게 만든다. 책읽기 좋은 자리 곳곳에 쿠션을 두고, 책 사이에 꽃병이 놓였다. ‘오직 동네서점에만 있는 책’, 동아서점 단골로 구성된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들’ 등 독특한 코너들 덕분에 책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1956년에 문을 연 동아서점◇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외옹치바다향기로→우동당→칠성조선소→동아서점→속초등대와 영금정△1박 2일 여행 코스= 외옹치바다향기로→우동당→칠성조선소→동아서점→속초등대와 영금정→숙박→ 속초관광수산시장→척산족욕공원→권금성케이블카△대중교통 정보= 서울-속초,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40분 간격(06:00~21:30) 운행, 약 2시간 25분 소요. 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대포) 버스 이용, 대포농공단지입구 정류장 하차. 외옹치항까지 도보 약 12분.△자가운전 정보= 동해고속도로 북양양IC→양양 방면→강선중앙길 2.2km→밀치천로 1km→동해대로 2.7km→농공단지앞사거리→외옹치항△먹을곳= 속초시 새마을길 우동당은 우동과 수제돈까스, 떡밭재로 229 영광정막국수는 메밀국수, 영랑해안6길 이모네식당은 생선찜이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아바이마을, 척산온천, 영랑호, 테디베어팜, 석봉도자기박물관, 속초엑스포공원
- [갑자기 배낭여행] 뉴트로 감성 폭발...'바쿠'에도 DDP가 있다?
-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마치고 나니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카자흐스탄을 여행하는 것, 다른 하나는 ‘카스피해(Caspian Sea)’를 건너서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으로 넘어가는 것. 애초에 ‘중앙아시아 여행’을 떠난 것이니 카자흐스탄까지 여행을 하는 게 원 목적에 부합하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중앙아시아 대신 좀 더 새로운 환경, 예상치 못한 곳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국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아제르바이잔행 티켓을 끊었다.이름도 생소한 아제르바이잔에서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은 수도 ‘바쿠(Baku)’였다. 아는 게 없어서 기대도 없었지만 웬걸, 바쿠는 첫 만남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밤에도 환한 바쿠 시내. 유럽풍 건물들이 늘어선 뒤쪽으로 불꽃 모양의 ‘플레임 타워’가 보인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중세 반 현대 반 불맛 많이, 바쿠바쿠의 첫인상은 ‘요즘것들’이었다. 작지만 세련된 디자인의 최신식 공항부터 시작해서 유럽풍 건물들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는 시내까지. 도착 전까진 이름도 모르는 도시였는데 도착하고 나니 ‘왜 바쿠를 몰랐었지?’로 생각이 바뀌었다.현대적인 도시 느낌이 물씬 드는 바쿠를 상징하는 건 바로 세 개의 불꽃 모양의 ‘플레임 타워(Flame Tower)’다. 불을 숭배한다고 알려진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조로아스터(Zoroaster)’의 출생지, 그리고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을 상징하는 플레임 타워는 도시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만큼 우뚝 솟아 있다. 또 밤에는 빌딩 전체를 둘러싼 LED 조명이 형형색색으로 바뀌어 살아 있는 불꽃처럼 보인다.플레임 타워가 바쿠의 현재라면 ‘메이든 타워(Maiden Tower)’가 있는 ‘올드 시티(Old City)’는 바쿠의 과거 그 자체다. 현대적 도시의 심장부에 위치한 올드 시티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채 7~12세기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궁전, 모스크(mosque, 이슬람 사원), 탑을 간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유명한 메이든 타워는 12세기에 건축된 탑인데, 그 위에서는 성벽 하나를 두고 과거와 현재가 같이 서 있는 바쿠의 기묘한 풍경이 보인다. 역사가 좀 오래됐다 싶은 도시에 항상 붙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이란 수식어는 사실 바쿠를 위한 말이 아닐까. 조로아스터교 세계 3대 성지인 아테시카 사원. (사진=공태영 인턴기자)플레임 타워가 보여준 ‘불맛’을 더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아테시카 사원(Ateshgah Temple)’으로 가자. 바쿠의 동쪽 외곽에 있는 사원은 세계 3대 조로아스터교 성지로 꼽히는데 불을 성스럽게 여기는 종교답게 사원 중앙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 천연가스와 석유가 풍부하니 과거부터 불을 접하기 쉬웠을 것이고, 거기서 생긴 불에 대한 경외심이 조로아스터교로 이어진 게 아닐까 추측을 해봤다.원래 수도원이었던 사원 내부는 박물관으로, 각 방마다 조로아스터교에 대한 설명문과 사진, 모형들이 배치돼 있다. 그 중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건 ‘배화교(拜火敎, 불을 신격화해서 섬기는 종교)’로도 불리는 조로아스터교가 불을 숭배하는 종교가 아니란(!) 점이었다. 박물관 설명에 따르면 조로아스터교의 유일신은 불의 신이 아닌 빛과 지혜의 신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이며, 불은 그 존재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다. 그럼에도 조로아스터교에서 불을 신성시하는 것은 사실이다.기독교나 불교, 나아가 힌두교나 이슬람교도 아니고 조로아스터교에 대해서 배우는 경험을 바쿠가 아닌 어디서 해볼 수 있을까?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와 같은 건축가의 작품인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 (사진=이미지투데이)조금 뜬금없는 얘기지만 바쿠와 서울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같은 건축가가 디자인한 건물이 있다는 것. 아제르바이잔 3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Heydar Aliyev Center)’는 물결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곡선형 디자인으로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 건물은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디자인했는데, 이 사람이 바로 서울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디자인했다. 어쩐지 익숙한 감성이다 싶었다면 제대로 봤다. DDP의 외국 버전을 보고 싶다면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로 가보자. 박물관, 도서관, 공연장 등 내부 시설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그 독특한 외관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곳이다. 다른 나라 사람은 몰라도 한국 사람이라면 반가워서라도 한번 가보지 않을까 싶다. 고부스탄 암각화 공원에는 선명하게 그려진 암각화가 사방에 널려 있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2만 년 전 암각화와 진흙 화산을 한 번에, 고부스탄바쿠를 둘러본 다음엔 약 2만 년 전 암각화들이 있는 ‘고부스탄(Qobustan)’ 암각화 공원으로 갔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의 암각화들은 약 5천 년에서 2만 년 전에 그려졌다고 한다. 소나 말, 낙타 등 동물의 모습, 사냥을 하는 모습 등 맨눈으로도 선명히 보이는 그림들이 넓은 사암지대에 흩어져 있어 길을 따라 돌아다니며 찾는 재미가 있다. 또 나무 하나 없이 풀과 돌, 바위벽만으로 이루어진 공원의 풍경도 이색적인 장소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주 요인이다.암각화 공원 입구에 있는 현대식 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고부스탄의 역사, 암각화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선사시대 생활상 전반을 보기 쉽게 설명해놓은 박물관은 여태 갔던 곳 중 손에 꼽힐 만큼 세련되고 알찼다. 암각화 공원에 올라가기 전에 박물관부터 살펴본다면 공원 구경을 더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용암 대신 진흙이 흘러내리는 고부스탄의 진흙 화산. (사진=공태영 인턴기자)고부스탄의 또 다른 볼거리로 진흙 화산(Mud Volcano)이 있다. 전 세계 700여 개의 진흙 화산 중 대부분이 아제르바이잔에 분포하는데 고부스탄에서도 진흙 화산을 만나볼 수 있다. ‘화산’이라고 해서 한라산이나 백두산처럼 큰 화산을 기대하고 간다면 규모와 크기 때문에 실망할 수도 있다. 정확히 그 이유 때문에 첫인상이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자그마한 화산 분화구에서 진흙이 끊임없이 부글거리는 모습은 볼수록 은근히 중독성이 있었다.분출된 진흙은 화산을 타고 흘러내려 빠르게 식은 뒤 굳기 시작하는데, 이때 완전히 굳지 않은 진흙을 잘못 밟는다면 발이 깊숙이 빠질 뿐 아니라 굳어 가는 진흙의 점성 때문에 신발을 빼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물론 실제로 겪은 일이다./스냅타임
- 'YG' 양현석, YG 떠났다...영욕의 20년
- 양현석 (사진=YG제공) [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YG(양군, 양현석)가 YG를 떠난다.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는 14일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20년간 직접 키워온 YG엔터테인먼트에서 손을 뗀다는 의미다.서태지와 아이들의 ‘양군’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댄스가수는 1996년 ‘현기획’을 설립하고 제작자의 길에 접어든다. 97년 M.F엔터테인먼트, 98년에는 설립자 양현석의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별명 ‘양군’을 딴 양군기획을 거쳐, 99년 ‘YG엔터테인먼트’를 세웠다.초기 지누션과 1TYM, 렉시 등을 키워내며 트로트와 발라드, 댄스곡 중심의 가요계에 흑인음악을 심었다. 이후 세븐, 빅뱅, 2NE1의 초대형 성공으로 회사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양현석은 최고의 제작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빅뱅은 투어를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왔고, 2NE1은 히트곡을 양산했다. 풍족해진 환경에서 위너, 아이콘 등 ‘미래’들이 속속 데뷔했고, 싸이와 에픽하이 등이 영입됐으며, 악동뮤지션, 이하이 등 오디션 스타들도 YG에 합류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 안’이 드라마처럼 대중에게 공개됐고, 회사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양현석의 권력과 안목이 대중에게도 전달되며 실제 YG엔터테인먼트의 성공과 함께 높게 추앙받았다. ‘음악 방송 출연’, ‘언론 대응’ 등에 있어 기존 가요계의 공식을 따르지 않으며 ‘YG만의 길’을 걸었다. 조금씩 YG엔터테인먼트만의 자존심과 ‘스웨그’는 ‘멋’으로 치환됐다.소속 가수들은 촌스러운 단체복 보다 명품 옷을 입었고,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협업했다. 그 사이 소속된 가수와 제작자들은 하나같이 ‘인플루언서’로 등극했다. 그들이 입는 옷과 착용하는 악세서리는 곧 ‘유행’ 이 됐고, 라이프 스타일은 ‘트렌드’가 됐다. 무엇보다 무수히 쏟아진‘명곡’들이 YG엔터테인먼트에 차별점을 줬다. 제작로서 입지를 다진 양현석은 배우 영입 , 부동산 추자, 사업 영역 확장으로 사업가로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양현석 (사진=이데일리DB)거침없이 질주하던 YG였지만 ‘구설수’로 인해 회사는 흔들렸다. 그 멋진 ‘인플루언서’들은 마약, 성접대 등 논란을 일으키며 얼룩져갔다. 한류의 선봉장이었던 빅뱅은 탑과 승리로 이어지는 마약-버닝썬 사태로 멍들었다. 승리는 팀과 회사를 떠났다. 2NE1은 박봄의 마약 스캔들 등 홍역을 치르다 전성기를 오래 이끌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 사이 YG와 양현석의 자존심은 점차 ‘아집’, ‘고집’ 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아이콘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전부터 ‘스타’에 등극하며 기대주로 손꼽혔지만 작사, 작곡에 프로듀싱까지 도맡던 선장 비아이가 마약 구매 투약 의혹으로 YG를 떠났다. 위너 역시 남태현을 내보낸 후 이승훈의 한서희 관련 구설수로 위기를 맞이했다.블랙핑크의 활약과 함께 제 2 사옥을 짓고, 빅뱅의 전역을 기다리며 트레저 데뷔를 준비하던 YG의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비난이 끊이지 않았고, 구설수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약국’ 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양현석이 백기를 들었다. 23년간 영욕을 맛 본 양현석은 이제 사업가, 제작자가 아닌 또 다른 인생을 설계한다. 대표이사 직을 맡으며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던 친동생 양민석 역시 YG를 떠난다.양현석은 “저는 지난 23년간 제 인생의 절반을 온통 YG를 키우는데 모든 것을 바쳐왔습니다”라며 “최고의 음악과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지원하는 일이 저에게 가장 큰 행복이었고 제가 팬들과 사회에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라 생각해 왔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더 이상 YG와 소속 연예인들, 그리고 팬들에게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물러나는 것이 그들이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하루빨리 YG가 안정화될 수 있는 것이 제가 진심으로 바라는 희망사항”이라고 전했다.
- [진서우의 제주살이]④ 바람이 키운 산수국, 사려니숲길
- [이데일리 트립 in 진서우 기자]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라는 드라마의 대사처럼 숲과 함께하는 모든 날이 좋았다. 햇살이 따스해서, 날이 흐려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서, 눈이 내려서, 숲은 모든 게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사려니숲길’이라는 이름은 사려니오름 가는 길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동안은 사려니오름을 오르지 못한 채 사려니숲길을 걸었는데 드디어 오늘, 사려니오름 가는 길 위에 있다. 길이 평탄해서 걷기 좋은 숲길은 입구부터 삼나무가 피톤치드를 뿜어내며 맞이한다. 고도가 높은 지대라 5월의 마지막 날인데도 활엽수들이 연한 초록으로 물들어 있어 숲은 더 생생하고 더 깊다.사려니숲길의 화산송이는 자연적으로 깔려있던 것이 아니다. 숲길을 조성하면서 깔았다고 하는데, 색감도 예쁘지만 사그락 사그락 나는 소리가 음악소리처럼 들린다. 비가 와도 물 빠짐이 좋아서 질퍽대지 않는다. 화산송이길과 함께 사려니숲길의 산수국은 환상적이다. 파랗고 하얀 산수국이 길 양쪽을 따라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꽃봉오리만 잔뜩 맺힌 채 아직 피지 않아서 2주만 늦게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입구에서 3.6km 지점에 있는 월든삼거리이다. 옆 길로 빠지면 사려니오름 가는 길이지만 물찻오름을 향해 직진했다. 한낮인데도 햇빛은 숲을 장악하지 못한다. 초록 잎새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청량하다. 하늘을 이불 덮고 살아가는 사려니숲에는 오래된 침묵이 있다. 때로는 침묵보다 더 큰 위로는 없을 것이다.드디어 물찻오름 입구다. 남조로 쪽 입구에서 5.4km 떨어져 있다. 뱀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라고 안내판이 떡하니 있지만 여행자들은 사진 찍는데 열중하고 있다. 이곳에서 모여 30분 간격으로 물찻오름에 오른다. 일 년에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즐거운 표정으로 모여 있다. 물찻오름은 전체 길이가 1.42km이고 50분 정도 소요되는 작은 오름이다. 분화구에 물이 고인 화구호를 가지고 있다. 물찻은 ‘물이 차있는 성’이라는 뜻이다. 오랜 세월 분화구의 화산송이(스코리아)가 점토질로 바뀌면서 물이 고이게 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라고 표현했지만 겨우 몇 십만 년 전일까? 아님 겨우 몇 만 년 전일까? 내 머리로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 물찻오름에 들어서자마자 박새꽃이 기다리고 있다. 숲을 여행한다고 해서 단번에 모두와 친구가 되는 건 아니다.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이름을 알아가야 하고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친구가 되기 어렵다는 걸 안다. 이 아이도 ‘박새꽃’이라는 것을 아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추위가 물러가지 않은 이른 봄, 사려니숲길에 연둣빛 잎을 피워내는 모습이 신기했었는데 이제야 이름을 알았다.물찻오름 탐방로는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 매우 좁다. 그래서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따로 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야자수 매트 위로만 걸었다. 숲은 나무와 조릿대로 빽빽하고 빛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물찻오름의 화구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호수에 하늘이 잠겨있다. 봄에 새로 깨어난 초록들도 잠겨있다. 마음이 설레었다. 호수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통행로가 제한 구역으로 되어 있다. 올해부터는 평상시에도 개방하려고 했는데 심하게 훼손된 오름의 복원 속도가 늦어서 어쩔 수 없이 개방이 연기되었다고 한다.물찻오름 정상이다. 어둡고 깊은 숲을 한참을 지나온 후 바라보는 한라산이 눈부시다. 이 느낌이 좋아서 오름을 오른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숲, 알콩달콩 모여 있는 오름들과 바닷가 마을까지 모두 내게 주어진 선물이다. 보라. 한라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초록의 원시림에 마음이 설레지 않나? 저 끝없는 깊은 숲은 무엇을 감추고 있을까?물찻오름에서 내려와 월든삼거리 쪽으로 갔다. 사려니오름 가는 길을 평소에는 갈 수 없다니 아쉽다. 해마다 초여름에 열리는 에코힐링 체험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길은 넓지만 공중 위에 천막이라도 쳐놓은 듯 시원하다. 사려니숲길은 여름에도 걷기 좋다.사려니오름으로 가는 월든삼거리이다. 사려니오름까지 8킬로미터를 가야 한다. 이미 8킬로미터를 걸어왔는데 앞으로 걸어온 만큼 더 걸어야 하고, 오름까지 올라야 한다. 이때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숲길인 지라 어떻게든 걸어야겠지.사려니오름 가는 길에 접어들자 평평한 곳부터 찾았다. 아까부터 몰려온 허기를 채우려 돗자리를 깔고 김밥과 김말이 튀김, 닭강정을 꺼내놓았다. 막걸리로 목부터 축이니 행복한 기분이 두 배로 부푼다. 지나가는 어느 부부가 맛있겠다며 말을 건넸다. 시선이 돗자리 위에 잠시 머물렀다. 몇 초 후에 같이 먹자는 말을 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행동과 생각이 엇박자가 잘 나는 편이라 굼뜨고 곧잘 후회가 뒤따른다.화산송이 밟는 소리가 경쾌하다. 동영상을 찍어도 배경음악이 따로 필요 없다. 화산송이의 노래가 더 근사하니까. 때때로 내가 사려니숲길을 걷는 건지 사려니숲길이 나를 걷는 건지, 집에 돌아와 누우면 내 마음을 오래도록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그 길이 생각난다.숲길을 걷다 보면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을 향해 걸어갈 때도 있고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향해 걸어갈 때도 있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지금 나도 어두운 곳을 통과해 가고 있다. 다섯 달 전, 상실감에 망가진 마음으로 제주에 내려왔다. 숲에서 울고 또 울었는데, 뿌려진 눈물만큼 숲은 나를 위로했다. 마음이 가득 채워져서 제주를 떠나는 날에는 더 이상 슬프지 않겠지. 그리고 제주에 다시 돌아오는 날에는 강해진 모습으로 숲을 여행하겠지.오래되어 갈라진 표피층과 이끼를 뒤집어쓰고 있는 이 나무는 몸통을 봐서는 알아보기 쉽지 않다. 잎을 보니 후박나무 같다. 이 정도 굵기가 되려면 아마 백 개의 나이테를 몸에 숨기지 않았을까. 봄이 되면 내면에 잠들어 있는 연둣빛 싹을 깨워서 사려니 숲을 온통 초록으로 뒤덮었을 테지. 후박나무를 어루만지며 빛나고 있는 저 태양은 백 년 동안 교감을 나누고 있는 친구일 테지. 사약의 재료로 쓰였던 천남성이라는 독초가 숲에 널려있다. 머리를 쳐들고 있는 독사의 형상이라 더 신기하다. 작년에 치유의 숲에서 빨간 천남성 열매가 예뻐서 손에 들고 걸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열매의 맛이 궁금했는데 먹어보지 않은 것은 조상의 은덕이다. 거문오름에서 만났던 한 해설사의 말이 생각난다. 앞으로 과학이 발달하여 이 독초로 어떤 불치의 병을 치료하는 약을 만들지 모르므로 자연이 키우는 대로 그대로 두는 게 옳다고.나는 직선의 길보다 굽은 길이 좋다. 저 길을 돌면 뭐가 있을까 상상할 수 있으니까. 때로는 구불구불한 길이 우리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숲에 들면 하늘을 향해 나뭇잎 사진 찍는 일에 열중하기도 한다. 빛 때문에 나뭇잎의 농담이 수묵화를 그려놓은 것 같다. 사려니오름 가는 길에는 하천이 몸의 혈관처럼 여기저기 뻗어 있다. 제주 화산섬의 특징상 평소에는 건천이지만 오늘은 이틀 전 내린 비로 물이 고여 있다. 제주 산간지역은 비가 오면 하룻밤에도 몇 백 밀리미터씩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그 빗물이 거대한 물길이 되어 온 숲길을 적시며 지나간다.월든삼거리에서 4km 정도 걸었을 때 여행자들을 태운 트럭이 지나갔다. 세워 달라고 손짓 한 적 없는데, 트럭이 저 앞에 멈춰 서 있다. 두 다리의 애원에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트럭에 올라탔다. 뚜벅뚜벅 걷다가 트럭을 타고 숲길을 달려가니 편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건성으로 보고 지나쳤을 숲이 궁금하다. 트럭은 사려니오름 앞에서 멈추었다. 제주의 숲길에는 삼나무가 많다. 하지만 사려니오름에 있는 삼나무는 보기에도 아찔하다. 심한 경사 지역에서 자라고 있어서다. 화산체에 우뚝 버티고 서서 무슨 생각에 잠겨 있을까? 계단의 경사가 꽤 가파르다. 계단이 모두 770개다. 작년에 올랐던 물영아리오름의 계단은 천 개가 넘고 경사도 훨씬 가팔랐다.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계단 사이에 좁은 오솔길이 있다. 흙길을 밟는 게 좋아서 오솔길로 걷는다. 급경사를 크게 지그재그를 그리며 완만한 길을 걸어 올라가는지라 고도가 높아지지 않는다. 빽빽하게 자라는 삼나무 때문에 하늘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삼나무 아래 세상에는 다양한 식물이 형성되지 못한다. 어린 나무가 큰 나무로 자라지 못하고 스러진다. 삼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새와 벌과 나비의 접근도 막는다. 삼나무 숲에 들면 새소리가 안 들리는 이유다. 그런데도 사람에게는 피톤치드가 좋다고 하는데, 과학을 잘 모르는 나는 이해하기 어렵다.결코 끝나지 않을 듯 뻗어있더니 계단 끝에 하늘빛이 보였다. 조금 후에 정상에 서 있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정상에 오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 그냥 오른다. 숲을 떠나면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나는 아주 조금 성숙해져 있을 테지.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먼 바닷가 마을에는 창백한 하늘이 내려앉아 있다. 그러면 그런대로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빠져든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제주의 숲이 더 이상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지 않기를 빌었다. 숲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울창한 숲을 걸어갈 수 있기를 소망했다.먼 길을 걷고 또 오름을 두 개나 올랐으므로 전체 여정이 19km쯤 되었을까? 트럭 타고 온 거리를 빼도 대략 15km 이상 걸은 듯하다. 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셔틀버스를 타는 곳이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십여 분을 못 참고 고사리 서너 주먹을 따다가 버스 한 대 놓치고 마지막 버스를 잡아탔다. 사려니숲에 아침 10시에 들어와서 오후 5시에 떠났다. 나는 숲에 어떤 이로움도 주지 못하고 숲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숲은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내 몸의 세포들이 숲이 주는 시원으로 인하여 깨어나는 순간들은 기쁨이다. 내 안의 아픔을 강물처럼 흘려보내라는 숲의 이야기도 들었다. 다음에 사려니숲에 가면 오랜 친구처럼 진한 포옹을 해 주어야겠다.[여행 Tip]사려니 숲길은 비자림로 쪽보다 남조로 쪽에서 진입하는 것이 편하다.사려니 숲길을 끝없이 수놓을 산수국은 6월 중순 이후 활짝 필 것으로 기대된다.
- [이승희와 함께 하는 한국의 섬] 다시마의 고장 완도 금일도
- [이데일리 트립in 이승희 기자] 밤새 내린 비는 수도꼭지가 고장 난 것처럼 멈출 줄을 모른다. 여행 전날 목포에 내려온 일행들과 아침 일찍 약산도 당목항으로 갔다. 서울에서 워낙 먼 곳이기에 시간을 버는 방법을 썼다. 항구에 도착하니 비가 멈춘다. 좋지 않은 날씨에 입도 허가증을 받은 것 같다. 당목항에서는 ‘항상 오늘인 섬, 금일도’와 ‘매일 생일인 섬, 생일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이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생일도 선착장에는 생일케이크 조형물이 있다. ‘약산 당목~금일 일정’이라고 쓰여 있는 완농페리3호에 올랐다. 당목항을 떠난 지 20여 분 만에 금일도 일정항에 도착한다. 금일도(金日島)의 원래 이름은 평일도(平日島)다.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로 외침을 받지 않아 ‘평화로운 섬’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1896년 완도군이 생기면서 평일면이 되었다. 1914년 읍면 통합으로 금당면의 ‘금’ 자와 평일면 생일면의 ‘일’ 자를 합쳐 금일면으로 편제되었다. 그러다가 1980년 금일읍으로 승격되었다. 이후 1986년 금당면이 분리되고, 1989년 생일면이 분리되었다. 금일읍의 행정기관과 교육기관은 평일도에 있었다. 이런 이유로 평일도는 행정명 금일읍이 금일도로 고착되었다. 섬사람들은 평일도라고 부르고, 외지인들은 금일도라 부른다.섬여행을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지인이 일정항에 마중 나왔다. 지인의 안내에 따라 소나무 숲이 좋은 월송리 해변에 여장을 풀었다. 소나무 위로 떠오르는 달이 아름다워 ‘월송’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월송리 해송림은 웅장하고 멋진 소나무 2,500여 그루가 1.2km 해안선에 줄지어 서 있다. 150~200년 전 마을주민들이 방풍림으로 심어 놓은 해송들이다. 산림욕을 하며, 조용히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금일도 서쪽 동백리로 갔다. 금일도 맞은편 생일도 백운산을 보기 위해서다. 금일도 동백리 해변에서는 생일도 백운산이 투명 산으로 보인다. 백운산 능선이 일정하게 겹쳐 산이 투명하게 보인다. 착시현상이다.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신비로운 곳이다. 금일명사십리해수욕장을 갔다. 10여 년 동안 여행한 국내 450여 개 섬을 비교해 봤다.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신지도 명사십리해수욕장과 함께 국내 3대 섬 지역 해수욕장으로 손꼽을 수 있는 곳이다. 아직 다리가 놓지 않은 섬이라 사람의 손때를 타지 않은 곳이다. 그래도 입소문 때문인지 여름 휴가철에는 방문객들로 섬에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한다.비가 내리면 부침개에 막걸리가 생각난다. 금일도에서 다리로 연결된 소량도 에는 유명한 막걸릿집이 있다. 여수 개도 막걸리, 낭도 막걸리와는 규모 면에서 비교는 안 되지만 이 지역 섬사람들에게는 낭만이 있는 곳이다. 일행은 소랑도 막걸릿집에서 목을 축였다. 김치맛이 일품이다. 비결을 물어보니 전라도 지역에서 많이 쓰는 젓갈 대신에 생새우를 갈아 넣는다고 했다. 계속되는 비는 막걸리 집에 일행을 잡아두는 명분이 되었다. ‘소랑’은 소라의 사투리다. 소라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섬 이름이다. 소랑도 또한 다시마 농사를 한다. 소랑도를 나와 금일도 명물 용굴에 갔다. 용굴은 금일도 바다에 살던 용이 승천할 때에 생겼다는 전설을 간직한 해안동굴이다. 금일도에 여러 번 왔지만 용굴은 처음이다. 용굴은 기대 이상으로 웅장하고 정교한 예술작품이었다. 금일도의 명소를 알게 되었다. 관광명소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용항리 갯돌해변에 갔다. 해수욕장 옆으로 새로 조성된 도보여행 코스가 있다고 했다. 지인이 꼭 알려 주고 싶어라 했던 곳인데 비로 인해 걷지를 못했다. 거친 파도에 갯돌은 사르르 사르르 연주하는 것 같다. 갯돌해변 앞으로 거북바위를 보인다. 갯돌해변에 거북 알을 낳고, 큰 바다로 나가는 어미 거북을 닮았다. 금일도를 다니면서 ‘다시마건조 인부모집’ 현수막이 보인다. 국내 최대 다시마 산지답다. 일행이 방문하기 일주일 전에 다시마 축제가 열렸다. 국내 다시마 생산량의 70% 정도를 이 섬에서 생산한다. 연 순수입 5억 원 이상 하는 사람이 많단다. 부자 섬이다. 금일도에는 밭이 없다. 밭이란 밭은 다시마 건조장으로 쓴다. 밭농사보다 바다 농사가 수익 면에서 월등하다는 이야기다. 다시마 건조장 풍경은 이 섬만의 특색이다. 신안의 섬에 염전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금일도 최고봉 망산(234.5m)에 올랐다. 몇 년 전 방문했던 평일정사를 지나 마법같은 편백나무 숲을 지났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아카시아 꽃향기가 난다. 정상을 향해가는 꿀벌이 되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높지는 않지만, 금일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정상에는 작은 돌탑이 있고, 폐허가 된 초소가 있다. 남쪽으로 금일명사십리해수욕장과 월송리해변이 보인다. 북쪽으로 신도, 충도, 금당도가 보인다. 서쪽으로 이웃 섬 생일도가 보인다. 섬 산행으로 매력적인 곳이다. 숙소로 돌아와 제철인 낙지요리로 저녁 식사를 했다. 밤새 내린 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파도 소리가 철썩이는 해변의 민박집에서 사내들은 밤새 섬 이야기로 잠들지 못한다.다음 날 아침에도 바람난 바다의 욕정은 거친 파도가 되었다. 가랑비 속에서 금일읍에 속한 부속 섬을 돌아본다. 먼저 간 곳은 충도다. 충도 선착장에 내리자 맞은편으로 보이는 신도는 구름 모자를 썼다. 충도 마을 입구에는 ‘충도리’라는 비석이 있다. ‘충성할 충’ 자를 썼다. 섬에 곤충이 많아 충도(蟲島)라고 했지만 마주 보고 있는 조도(鳥島, 현재 신도)가 충도를 잡아먹는 형국이라고 하여 충도(忠島)로 조도는 신도(身島)로 개명했다. 어장을 둘러싼 갈등은 도서 지역에서 번번이 일어났으니 그럴싸한 이야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라에서는 해준 것도 없으면서, 충성을 강요하던 시기에 지어진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것을 증명하듯 마을 입구에는 효자비와 열녀비가 한 울타리 안에 멋있게 조성되어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입맛이나 편의 때문에 지명을 개명한 곳이 많다. 우리 고유지명을 되찾아야 할 이유다. 충도도 밭마다 다시마 건조장이다. 이 섬이 외국인가 하는 착각이 든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동남아, 몽골, 러시아 젊은이들이다. 한국말도 제법 한다. 우리 농어촌의 현실이다. 마을 넘어 섬 뒤편까지 걸어간다. 해무가 섬을 삼키고 있다.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 마을 입구 보건소 뒤편에는 유관순 열사 동상이 있다. 초등학교 자리였음을 알 수 있다. 섬에 가장 좋은 땅은 학교 자리와 교회 자리다. 정자에서 갑오징어 파티가 열렸다. 일행 중 한 분이 주민에게 갑오징어를 샀다. 현지에서 먹는 싱싱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섬에 다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싱싱한 먹거리에 있다.충도에서 신도로 넘어왔다. 신도란 이름의 섬이 전국에 꽤 많다. 선착장 인근에는 재미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그 옛날 힘들었던 섬살이를 상징하던 뗏마와 현재 어촌의 부를 상징하는 에쿠스 자동차가 앞뒤로 나란히 세워져 있다. 신도는 이웃 섬과 다르게 멸치막이 보인다. 조만간 신도에는 멸치 삶는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신도마을 안으로 갔다. 아주 작은 마을이다. 초등학교 자리는 철거되어, 다시마인지 멸치인지 알 수 없는 건조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건어물이 건조되어 뭍으로 나가듯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건조되어 뭍으로 나갔으리라. 마을 꼭대기에는 신도교회가 있다. “이 섬은 신도가 없어서 고생할 일은 없겠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비속에 신도를 찾은 일행을 걱정해 주신 교회 사모님의 다정한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완도 금일도 여행 정보]금일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은 완도 약산면 당목항과 고흥 녹동항 두 곳에서 출발한다. 약산면 당목항에서는 아침 6시 30분부터 저녁 7시 20분까지 30여 분 간격으로 수시로 운항한다. 소요시간 20분. 편도요금 3,300원. 완도군청 홈페이지->생활복지->여객선정보란 참조고흥 녹동항에서는 6:00, 9:15, 13:00, 16:30 하루 4회 운항한다. 소요시간 1시간 15분. 편도 9,900원. 평화해운 홈페이지 참조 * 함께 하면 좋은 여행지완도 약산면 당목항을 이용할 경우 강진과 완도 고금면을 거친다. 강진의 다산초당, 백련사, 사의재, 영랑생가, 가우도와 고금면 묘당도 이충무공유적지 등을 함께 여행할 수 있다.고흥 녹동항을 이용할 경우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 보성여관, 홍교와 고흥의 쌍충사, 소록도, 거금도, 연홍도 등을 함께 여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