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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공동 핵 연습' 두고 해프닝…공동 핵 모의훈련 등 검토
- [이데일리 김관용·송주오 기자] ‘공동 핵 연습’을 두고 한미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한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핵무기는 미국 것이지만 정보 공유·계획·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기자의 ‘한국과 공동 핵 훈련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단답형으로 “아니다”(No)라고 잘라 말해 논란이 일었다.이에 대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 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의 공유, 공동 기획, 이에 따른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핵전쟁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노’(No)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김 수석은 해당 기자가 사용한 ‘Joint nuclear exercise’라는 용어는 ‘핵 전쟁 연습’이라는 말로, “핵 보유국들 사이에 가능한 용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핵무기를 이용한 공동 훈련(Joint exercises using U.S. nuclear assets)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 이후 미국이 추가적으로 내놓은 설명 역시 이와 비슷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핵 보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과 공동 핵 연습(Joint nuclear exercises)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한미는 정보공유 강화, 비상계획 확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의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지난 달 20일 한미 연합공군훈련을 위해 한반도 인근에 전개한 미 B-52H 전략폭격기 및 C-17과 한국 공군의 F-35A가 함께 비행하고 있다. (사진=국방부)핵전력 운용 공동기획(Joint Planning)과 공동연습(Joint Exercise)은 작년 11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공동기획은 미국의 핵 정책·전략, 작전계획, 신속억제·대응방안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미간 통합국방협의체(KIDD),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억제전략위원회(DSC) 등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동연습은 미국의 핵 투발 전략자산을 동맹국이 재래식 수단으로 지원하는 시나리오를 실전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미국의 핵 투발 전략폭격기 B-2나 B-52의 작전을 동맹국 전투기가 지원하는 ‘스노캣’(SNOWCAT·Support of Nuclear Operations with Conventional Air Tactics)이 대표적이다. 스노캣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과 하는 공동 핵 연습으로 재래식 항공기를 통해 핵 임무를 지원하는 것이다. 핵 탑재가 가능한 B-52 전략폭격기가 우리 공군과 함께 연합훈련을 한 것도 낮은 단계의 스노캣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아직 NATO 수준의 스노캣 훈련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향후 한미간 협의에 따라 스노캣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SCM에서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의 연례 개최에 합의한바 있다. TTX는 2011년 시작됐지만, 지난 정부에서 2019년과 2021년에만 진행됐다. 올해부터 우리 군은 미측과 북한 핵전략 및 능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TTX를 매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 "北인권재단 설립 시급…통일부 실무 조직도 확대해야"[인터뷰]
- 김범수 세이브NK 대표가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 문제이면서 통일의 문제다. 여야, 보수·진보가 없어야 한다.”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 탈북민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세이브NK`의 김범수(사진)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인권재단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 인권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이 같이 밝혔다.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돼야 하는 법정기구이나, 더불어민주당에서 재단 이사 추천을 거부하고 있어 7년째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북한인권증진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을 수행해야 하는 재단은 12명 이내의 이사를 두도록 했다. 이 중 2명은 통일부 장관, 나머지 10명은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5명씩 추천해 통일부 장관이 임명한다. 김 대표는 통일부 몫의 재단 이사로 지난달 추천됐다.김 대표는 재단 출범이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될 정도로 핵심 사안 중 하나임에도, 정치적 계산에 휘둘리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이미 여야가 합의해서 법(북한인권법)을 만들어 놨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건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법이 있는데 집행을 하지 않는 건 무법이고 불법이다. 당장 설립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소위 진보 정권에서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모순을 보여왔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통과된 대북전단금지법이 그 예다. 그는 “과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민주당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선 외면을 넘어 저해하고 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북한이 아파하는 진실을 알려주기 위한 행태를 막아서 매우 안타깝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달라져야 한다”고 호소했다.이를 위해,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 내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정작 부처 내 실무 담당 구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3실·2국·1단으로 구성된 통일부 내 북한 인권 담당 부처는 인도협력국 산하 북한인권과가 있다.김 대표는 “북한 인권과 관련한 부서는 1개 과에 불과하다.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며 “북한 인권 관련 조직이 1개 국을 넘어 1개 실까지 개편돼야 한다”고 했다.한편 세이브NK는 1999년 3월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로 설립, 탈북난민 보호를 위해 1180만명의 청원 서명을 받고 이를 유엔과 각국 의회 등 국제사회에 전달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른바 `쉰들러 뉴엑소더스 프로젝트`를 통해 1500여 명의 탈북민을 한국으로 구출했으며, 대북 라디오 방송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2008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김범수 세이브NK 대표가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북한 인권 실태가 대체 어떤가.△북한 인권 문제는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달 유엔(UN)이 채택한 북한 인권 결의안에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비롯해 외국인 고문, 즉결 처형, 납치 등 내용이 포함됐다. 탈북 여성들의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 200만~300만원에 팔려가고 있다. 이게 북한 인권의 현실이다. 지금도 공개 처형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고 아직도 종교의 자유가 없다.-이전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을 평가하자면.△민주당 정부는 소위 진보 정부이면서 과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정부라 알려져 있는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선 외면을 넘어 저해하고 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인권 결의안 나오면 기권을 한다든지, 북한에 정보를 알리기 위한 대북 전단은 금지해버렸다. 북한이 아파하는 진실을 알려주기 위한 행태를 막아서 매우 안타깝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달라져야 한다.-현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30번 넘게 나왔다. 광복절 축사, 유엔 연설에서도 그랬다. 대단히 고무적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게 국가 본연의 가치다. 가장 열악한 곳은 북한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윤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는 게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이다. 반드시 출범시켜야 한다고 수차례 대통령이 얘기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김범수 세이브NK 대표가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북한인권재단 설립은 야당의 비협조로 여전히 요원하다.△아쉽다. 이미 여야가 합의해서 법(북한인권법)을 만들어 놨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건 국회의 직무유기다. 법이 있는데 집행을 하지 않는 건 무법이고 불법이다. 당장 설립이 돼야 한다. 민주당이 전향적으로 나와서 자유의 가치를 공감해주면 좋겠다. 국민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정치가 움직일 수 있다.-북한이 `체제 전복` `내정 간섭` 이유로 인권 문제에 민감하다는 반론이 있다.△궤변이다. 진보 진영일수록 인간의 존엄과 인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제사회 문제이면서 통일의 문제다. 정치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인권 문제엔 여야, 보수·진보가 없어야 한다.-재단 이사가 된다면 계획은.△최우선 과제는, 북한 인권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는 일이다. 여성들이 팔려가고, 공개처형이 이뤄지는 상황을 국민이 알아야 한다. 그걸 알리는 일이 제일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인권 실태 조사도 하고 연구도 하고 홍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 나서, 북한이 실제로 변화하도록 정보를 전달하거나 남북 대화를 펼쳐야 한다. 북한인권재단에서는 조사 연구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 여부에도 관여할 수 있다.-통일부에 조언하자면.△통일부의 고유 업무는 남북 간 원활한 대화와 협력을 통한 통일 준비다. 다만, 지나치게 대화·교류·협력만 강조하다보니 자유와 인권 문제는 도외시했다. 통일부 조직은 3실·2국·1단인데, 북한 인권과 관련한 부서는 1개 과에 불과하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실무 담당 구성이 미흡해 보인다.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주무부처가 먼저 인식하고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 인권 관련 조직이 1개 국을 넘어 1개 실까지 개편돼야 할 필요가 있다.-올해 목표가 있다면.△우리 단체는 그간 대북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북한에 진실을 알리는 활동을 해 왔다. 그 부분들을 강화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송출을 위한 주파수가 확대되면 좋겠다. 통일한국 비전 등 논의가 활발해지고 청년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당 대표 지지율 1위 나경원… “아직 고민 중, 尹과 상의할 것”
-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당 대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이 3일 당 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아직 사실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나 부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제가 맡은 역할과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좀 남아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과 기후 대사 등 정부 내 중책을 맡고 있어 이를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그는 “대통령은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윤심(尹心)은 없다’ ‘정치 개입을 안 하겠다’라는 말씀을 분명히 했다”라며 “‘나가라 말라’ 이렇게는 말씀을 안 하겠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저한테 인구 문제 업무를 맡기셨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씀을 나눠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이어 “초기에 윤심 팔이가 좀 횡행했었다”라며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니 또 무슨 관저 만찬이니 이런 얘기들이 있었다. 노동·연금·교육개혁의 구조 개혁을 윤석열 대통령이 할 수 있도록 윤심을 당연히 존중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윤심이지 대통령이 누구를 당 대표로 당선시키고 싶다는 이런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나 부위원장은 “대통령께서 구조 개혁을 할 수 있도록 노동 개혁은 특히 강성 노총에서 엄청난 반대를 할 것인데 이것을 뚫고 갈 수 있는 것은 역시 든든한 정당이 있어야 한다”라며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든든한 정당을 만드는 리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유승민 전 의원의 지적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유 전 의원이 조금 심하게 말씀했지만 ‘(윤 대통령) 마음에 들게만 하는 그런 행동’에 대해서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모습의 전당대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아울러 안철수·윤상현 의원이 펴고 있는 ‘수도권 출마 공동선언’에 대해선 “제가 수도권에서 정치한 걸 생각하면 제일 오래 했다. 17대부터 들어왔다”라며 “총선 승리의 최대 승부처가 아무래도 수도권에서 이기는 정당이 1등 정당이 되지 않겠나. 수도권 민심을 잘 알아야 된다는 부분에 대해선 공감한다”라고 말했다.전당대회 진행 과정에서 타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장은 그런 연대에 대해서 염두한 것도 없고, 염두에 둔 것도 없다”라며 “그렇게 인위적인 정치공학에 대해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한편 각 여론조사기관들이 새해를 맞아 실시한 당 지지층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를 종합하면 나 부위원장은 MBC-코리아리서치, SBS-넥스트리서치, 뉴시스-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각각 21.4%, 24.9%, 30.8%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 안 의원이 각각 18.0%, 20.3%, 20.3%를 얻었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연대’를 내세우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각각 12.8%, 9.4%, 15.1%를 얻어 3위권을 형성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독 "주인공 강백호 아닌 송태섭인 이유는" [일문일답]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각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오는 4일 개봉을 앞두고 연출 및 각본에 참여한 원작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연출 비하인드를 담은 인터뷰를 3일 공개했다. 일본에서 개봉 후 ‘아바타: 물의 길’을 누르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 작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각본 및 감독을 맡아 추억을 유발하고 있다. 원작 팬들에게 그 시절의 감동을 스크린에서 또 한 번 선사할 예정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오는 4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Q.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제작은 어떻게 시작되었나?A. 제작 오퍼는 10년 이상 전부터 받았다. 파일럿 영상을 만들어왔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 다만 짧은 영상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힘든데도 계속해서 제안해 주신 제작진의 열의를 느끼고 있었다.Q. 최종적으로 OK를 한 것은 언제인가?A. 2014년이다. 결정적인 요소는 파일럿 영상의 ‘얼굴’이었다. 강하게 호소하는 듯한 느낌으로 만든 분의 영혼이 들어가 있었다. 기술이나 영상의 퀄리티보다 열의나 영혼 같은 감정적인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애니메이션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기술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농구 장면의 CG는 10명이 코트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그리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이기에 채택한 것이다.Q. 제작에 OK를 낸 시점에 직접 각본까지 담당할 생각이었나?A.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OK’라고 대답한 시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내가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파일럿 필름을 보고 ‘여기는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슬램덩크’를 영화화한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관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게 작품에 도움이 되고 독자들도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가장 컸다.Q. ‘관여한다’와 ‘감독을 한다’는 무게감이 다르지 않나?A. 그렇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도달한 결과이지만, 영화 제작에 관해서 초보자인 내가 ‘감독을 하겠다’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의 만화가 활동으로부터의 경험 덕분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만화전’(2009~2010년 일본 전역 순회하며 열린 이노우에 다케히코 전시회)을 진행할 때 이번과 마찬가지로 전시회 관련해서는 초보자로 현장에 들어갔다. 아마추어인데도 중요 인물로 관여했던 수차례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Q.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그림이 그대로 움직이는 듯한 영상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어떻게 실현했나?A. 마음속에 ‘이런 느낌으로 하고 싶다’라는 이미지는 있어도 그 경험이나 지식은 없었다. 대강의 이미지를 제시하면 그것을 경험이 많은 스태프들이 ‘이런 느낌 아니냐’라고 해석하거나 전달해줬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여기가 골이다’라는 한 점을 향해 돌진한 게 아니라, 함께 쌓아 올라가며 최종적으로 ‘도달했다!’라는 느낌으로 완성했다. Q. 사실적인 농구 표현도 큰 특징이다. 경기 장면을 그리는 데 특히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A. 굉장히 세세한 부분이지만 발을 밟는 방법이나 공을 받는 순간의 신체 반응, 슛하러 갈 때의 약간의 타이밍 등 나 자신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농구다움’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스태프들이 다 농구를 해본 사람이 아니라 그런 뉘앙스를 어디까지 전달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는데, 제작진들이 실제로 농구를 배우러 가서 직접 플레이를 해봤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바라건대 아직도 농구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번 작업에 질려 ‘이제 농구는 쳐다보기도 싫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Q. 원작에 나왔던 경기 중간중간 혼잣말이나 코믹한 장면은 전부 사라졌다.A. 이것도 진행하며 느낀 것이지만, 원작의 세세한 개그는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만화라면 간단한 코믹 신을 막간에 넣거나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스크린 사이즈가 일정하여 구석구석에 개그를 넣어도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화면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만화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만화라면 칸 나누기 등으로 답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 방법을 찾지 못했고 거기에 너무 집착하는 것보다 만화는 만화, 영화는 영화만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농구다움’을 우선시하는 결론을 내렸다.Q.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라 송태섭이라는 점에 놀란 팬들도 많았을 것 같다.A.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다.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3학년에는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와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 사이라서 2학년인 송태섭은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태섭을 그리기로 했다.원작에서 캐릭터의 가족 이야기는 잘 그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서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가 상당히 깊게 그려졌다. 연재할 때 나는 20대였기 때문에 고등학생의 관점에서 더 잘 그릴 수 있었고, 그것밖에 몰랐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시야가 넓어졌고 그리고 싶은 범위도 넓어졌다. ‘슬램덩크’를 그린 이후, ‘배가본드’나 ‘리얼’을 그려온 것도 영향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에서 그린 가치관은 굉장히 심플한 것이지만, 지금의 나 자신이 관련된 이상, 원작을 그리고 난 후에 알게 된 것 ‘가치관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어도 그 사람 나름의 답이 있다면 괜찮다’라는 관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Q. 이번 작품의 성우 캐스팅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A. 성질(목소리의 질감)이다. 만화를 그릴 때 목소리가 내 안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의 윤기, 높낮이, 좀 쉬어 있다든가 굵고 심지가 있다든가 그런 질감이 어렴풋이 있었다. 거기에 맞는 사람을 골랐다.Q. 녹음을 할 때는 어떤 디렉션을 했나?A.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연기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들이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는 느낌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성우들에게 ‘이 캐릭터는 이런 놈입니다’라고 캐릭터 설명을 한 뒤, ‘가급적 평소 톤과 비슷하게 부탁드립니다’라고 디렉션 했다. 녹음을 진행하며 만화를 그릴 때 캐릭터의 목소리까지 들리지는 않지만, 말풍선에 글자를 넣으며 글자의 크기나 말풍선의 모양, 장소 등에서 목소리의 크고 작음이나 말하고 있는 동안의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그 속에 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었다. 그 점이 구체적인 디렉션을 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Q. 녹음을 마치고 난 소감은?A. 감동했다. 성우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몸 하나로 와서 목소리만으로 승부하고 돌아가는 느낌이 검 하나로 싸우는 검사 같아서 멋있었다. 모든 분들이 ‘어떻게 이 녀석을 연기할까?’라고 고심해 주셨다. 녹음을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는 걸 들으며 정말 고맙다고 느꼈다.Q. 주제가를 The Birthday와 10-FEET에 맡기게 된 계기는?A. 오프닝의 경우는 하나의 음으로 시작해서 점점 여러 가지 소리로 늘어가는 조금 불온한 분위기의 긴 인트로를 원했다. The Birthday의 팬이었기 때문에 꼭 이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10-FEET는 엔딩이나 극중 음악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주었다. 좋은 데모곡을 많이 내주어 ‘좀 더 이렇게 해도 될까요’라고 요청하면 다른 제안을 주고, 거기서부터 또 몇 번이고 마다않고 세세하게 고쳐주고 정말 고개를 숙여도 부족할 만큼 감사하다.Q. 곡에 대해 구체적인 요청을 한 부분이 있나?A. 기본적으로는 아까 말한 이야기와 동일하게 ‘이런 느낌을 원한다’라는 이미지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조율했다. 곡을 들을 때마다 소리의 힘은 굉장하구나 하고 감탄했다.Q. 스태프들은 감독님의 판단의 정확성에 놀랐다고 한다. 조금밖에 차이 나지 않는 음원이라도 ‘이쪽은 OK고 이쪽은 NO’라고 흔들리지 않고 판단했다고.A. 내가 전문성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좋게 말하면 ‘선입견이 없는 만큼 플랫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라는 것일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하면 ‘나도 처음이라 뭐가 정답인지 모르기 때문에 내 감각을 총동원해서 처음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는 탓에 쉴 수 있는 사람들도 못 쉬게 해버렸다고 해야 할까. 모두들 많이 힘들었을 것 같지만 참을성 있게 많은 도움을 주고 최선의 길을 함께 모색해 준 스태프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Q. 이노우에 감독은 지금까지도 항상 도전을 계속해온 사람이다. 이번 작품도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나?A. 그건 만화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만화 이외의 것들을 여러 가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 안에서는 단 하나의 길이다. 전부 만화가로서 마주하고 있고, 모든 경험이 만화가로서의 나에게 돌아온다. 미술관 전시나 일러스트 일, 이번 영화도 나에게는 전부 ‘만화는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신을 깎아 다듬는 것이 결국 좋은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Q. 마지막으로 ‘슬램덩크’ 팬분들께 전하는 메시지는?A.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슬램덩크’를 만들었다. 만화는 만화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는 영화로, 새로운 하나의 생명으로 만든 작품이다. 결국 뿌리는 다 같고, ‘슬램덩크’를 이미 알고 있더라도, ‘이런 슬램덩크도 있구나’라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
- '저출산' 백약이 무효…가족 형태 다양화, 미혼율도 신경 써야
-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2021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3.4%) 감소했다.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지난해 7월 24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웨딩박람회를 시민들이 구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NN “경제적 불안감, 가정 갖지 못하게 해”지난 2021년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194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시행계획(예산안 기준)에 따르면 2006년부터 출산율 저하를 막겠다고 2020년까지 225조원을 쏟아부었지만 퍼부었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이를 두고 CNN은 지난달 4일 “이 문제는 일반적으로 높은 부동산 가격, 교육비 및 더 큰 경제적 불안같이 젊은이들이 가정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경제적 요인에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윤석열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양육·보육으로 지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부모급여’를 신설해 만 0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에는 월 35만원을 지급한다. 2024년부터는 만 0세 월 100만원, 1세 50만원으로 오른다.이밖에 시간제 보육을 어린이집 기존 반에 통합해 운영해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고, 아이돌봄서비스도 내년부터 제공 시간(일 3시간 30분→4시간)과 대상(7만 5000가구→8만 5000가구)을 확대한다. 여기에 현재 1년인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1년 6개월로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 대상자는 고용보험 가입 임금근로자에서 고용보험 가입 특고·예술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그래픽=김일환 기자)계획은 그럴듯하지만, 이같은 정책으로 떨어지는 저출산 추세를 막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우리나라에서 아이 1명을 대학까지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약 4억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이제 걸음마를 뗀 보육 정책 때문에 출산을 결심할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출산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유교 의식도 걸림돌로 꼽힌다. 프랑스는 선진국 가운데 대표적인 ‘다산 국가’로 꼽힌다. 지난 2021년 유럽연합(EU) 인구가 줄었지만 프랑스 인구는 EU 내 인구 증가율 1위, 합계 출산율 1위(1.83명)를 기록했다.눈여겨볼 점은 양육·보육 지원에 더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한다는 것. 프랑스 출생아 중 혼외 출산 비율은 62.2%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의 혼외 출산율(2%)과 대조된다. CNN 역시 “한국에서 아기를 갖는 것은 결혼한 부부에게 기대되는 것”이라면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한부모 가정에는 편견을 보인다”고 전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의 인식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동거부터 시작해 아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살다가 기회가 생겨서 집을 마련하려는 시점도 있다”며 외국 사례를 연구 중이라고 언급했다.(그래픽=김일환 기자)◇ 결혼 ’안’·‘못’ 하는 세태출산을 위한 선결과제인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아니 못하는 세태도 큰 문제다.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30대(662만 7045명) 가운데 미혼인구는 281만 5227명(42.5%)으로 조사됐다. 미혼 비중은 직전조사인 5년 전과 비교해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했지만, 30대 미혼율은 2015년(36.3%)보다 6.2%포인트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해당 조사에서 30대 남성의 절반이나 ‘싱글’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30대 남성 미혼율은 50.8%로 2015년(44.2%)보다 6.6%포인트 증가했다. 30대 여성 미혼율은 33.6%로 같은 기간 5.5%포인트 늘었다. 이들 30대 미혼 인구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의 비율은 54.8%였다. ‘소득이 적어서’ 결혼을 못 하는 경우도 15.0%(30대 미혼남)로, 결국 경제 문제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저출산은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연결된다”면서 “‘단순히 비용을 지원한다고 아이를 낳는다’는 기대보다는 경제상황, 일자리, 집값, 교육문제를 종합적으로 끈기 있게 진행해야 그나마 해결이 가능하다”고 피력했다.전반적인 사회구조를 바꿔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해 출생아가 70만명이던 사회 경쟁시스템이 40만명이 태어나도 그대로 적용되다 보니 여전히 과열된 경쟁시스템에서 개인 생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열된 경쟁시스템을 개선한다면 개인 생존에 집중했던 인식이 재생산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봤다.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지금은 저출산이 아니라 사회구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며 “그걸 바꾸면 출산율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