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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숙 "여러분이 한-아세안 미래"…아세안 유학생 靑초청 격려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아세안 3개국 유학생 초청행사에 참석하는 유학생들과 함께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3월 순방 예정인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아세안 3국의 한국 유학생들이 초청됐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김정숙 여사는 6일 아세안 유학생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한-아세안 관계의 가교로서 유학생들의 역할을 당부 및 격려했다. 이날 초청 간담회는 다음주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3개국 순방을 앞두고, 한-아세안간 우호와 교류를 증진하고 협력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브루나이 3개국 유학생 29명이 참석했다. 김정숙 여사는 이날 태극기 문양의 옷을 입고 등장했으며, 초청 유학생들도 모두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었다. 김 여사는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되는 날이고 제가 전야제 때 이 옷을 입었다”며 “태극기의 붉은색과 파랑, 검정, 흰색은 평화와 조화를 사랑하고, 창조와 번영을 추구하는 한민족 정신이 담겨있다. 그래서 여러분께 알리고 싶어서 이 옷 입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이날 우리의 절기인 ‘경칩’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오늘 한국에서는 특별한 날로 칭하는 날이다”며 “경칩이라고 그러는데, 혹시 이 경칩이라는 말에서 겨울잠을 깨고 뭐가 튀어나온다는 날인데, 혹시 이거 아시는 분 있나”며 유학생들에게 호응을 유도했다. 유학생들의 대답이 이어지자 김 여사는 “맞다. 개구리이다”며 “한국을 잘 아는 것 같아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어 “경칩은 겨우내 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나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는 날이다. 활짝 열고 움츠렸던 어깨를 펴보는 날이기도 하다”며 “마음 속의 큰 꿈을 품고 저 넓은 세상을 향해 성큼 걸어나온 여러분들을 만나기 좋은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유학생들의 타지 생활의 어려움에 공감을 표했다. 김 여사는 “유학생 여러분, 낯선 나라에 와서 얼마나 힘든 일이 많나”며 “나무 한그루를 옮겨심어도 뿌리를 내리느라 몸살을 한다. 여러분이 겪었을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한다. 하지만 익숙한 것들과 결별 없이는 새로운 나를 만나지 못한다. 여러분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한국과 아세안의 가교 역할을 당부했다. 김 여사는 “우리 정부 들어 한국에 들어와 공부하는 아세안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아주 반가운 소식”이라며 “나라도, 개인도 서로 교류하고 소통해야 관계의 뿌리가 깊어진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브루나이와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김 여사는 “우리 세 나라의 관계는 참으로 오래됐다. 말레이시아와는 내년에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있다”며 “수교 당시인 1960년은 한국이 매우 어려웠던 시절 그 시절에 말레이시아와는 동반자가 됐다. 어려울 때 우정을 나눈 친구는 오래간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또 “캄보디아와는 1997년 다시 수교를 한 이후에 인적 교류와 교역량 눈에 띄게 늘면서 활기찬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수교 35주년을 맞는 브루나이는 한국과 아세안 대화 조정국으로 귀중한 역할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브루나이 동서를 잇는 템부롱 대교를 우리 기업이 건설 중이다. 템부롱 대교는 두 나라의 다리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신남방정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 여사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차원 높은 관계를 위해 한국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람 중심으로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공동체가 우리들의 목표”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 특히 사람 공동체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합한다”며 “여러분처럼 한국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 제공하는 것은 한국과 아세안 공동체를 위한 중요한 걸음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또 “여러분들이 한국에서 또는 본국에 진출해 한국과 아세안 간 가교가 되어준다면 신남방이 이루고자 하는 평화공동체가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학생들의 밝은 미래를 격려했다. 김 여사는 “나라와 나라와의 관계는 정부와 정부의 일만이 아니라 국민과 국민의 관계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의 도전이 여러분 자신을 키우고 여러분의 나라를 발전시키고 우리들 서로를 성장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어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 조국의 미래이며 한국과 아세안의 미래”라며 “‘꽃샘추위 견뎌야 봄이 오고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는 한국의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이 하신 말씀이다. 겨우내 추위를 이기고 봄을 데리고 오는 새싹처럼 꽃들처럼 제자리 안주하지 않고 세상 속으로 씩씩하게 걸어나온 여러분의 찬란한 봄을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 [진서우의 제주살이] ②애월의 숨겨진 비경인 납읍난대림지대, 금산공원
- [이데일리 트립 in 진서우 기자] 작은 숲으로 알고 왔다. 하지만 마주 선 숲은 오래된 숲이었고 거대한 숲이었다. 마을과 수백 년을 뒤엉킨 채 신비를 간직한 숲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납읍난대림’이라 부르는 숲의 또 다른 이름은 ‘금산공원’이다. 노꼬메오름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애월 곶자왈의 끝자락에서 멈춘 곳이다. 숲에는 상록활엽수림이 울창하고, 후박나무와 종가시나무, 곰솔이 숲의 주인이다. 금산공원은 여행자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숲이다. 도시에서 제주로 이주한 지 두 달째다. 제주살이는 외로웠다. 해가 지면 땅거미가 삽시간에 내렸고, 불 꺼진 동네에서 습관처럼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 이곳에서도 나는 방황을 멈추지 못했다. 시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촌장은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거실 내 책상에서 끄적이는 것을 좋아한다. 해가 지도록 촌장이 오지 않으면 대화를 나눌 사람이 몹시 그립다. 도시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적막한 생활이다. 촌장을 꼬드겨 숲으로 갔다. 숲은 낮은 돌담으로 에워싸여 있다. 돌담으로 숲과 마을이 구분되어 있다. 그 너머로 마을길이 지나고, 초등학교가 있고, 비닐하우스와 집이 있다. 마을이 커지고 경작지가 늘어나면서 숲이 줄었다. 문득 마을 아이들이 부러웠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원시림을 놀이터로 두었으니 말이다. 중산간 코스인, 제주 올레 15코스는 한림항에서 시작해 고 내 포구에서 끝난다. 대략 중간쯤에 금산공원이 있다. 수 킬로미터를 걸어와서 지친 여행자에게는 달콤한 휴식이다.동네 입구에 ‘선비마을’이라고 새겨진 큰 바위가 눈에 띄었다. 왜 선비마을일까 생각했는데 숲에 오니 알겠다. 납읍리는 전통 있는 유림촌이었고 마을 사람들은 큰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금산공원에 들자마자 숲길 양쪽에 널찍한 정자가 두 개 보였다. 인상정과 송석대다. 마을 선비들이 시를 읊고 글을 지었던 정자다. 지금은 납읍 초등학교 학생들의 시화가 걸려 있다. 여름에 돗자리 하나 들고 와서 초록이 흘러내리는 후박나무 아래에서 오수에 빠진 나를 떠올려본다. 생각만으로도 시원하다.숲 안에는 포제청이라는 건물이 있다. 이곳에서 해마다 음력 정월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납읍리 마을제’를 지낸다. 정교하게 현무암을 쌓아 올려 벽을 만들고 그 위에 기와를 얹은 모습이 단아하다. 돌담과 숲의 조화가 아름답다. 오래된 팽나무와 후박나무가 서있는 마당에는 지난가을 떨어진 낙엽이 무심히 뒹굴고 있다.궁금한 생각이 들어 ‘납읍리 마을제’에 대해 신문기사를 찾아보았다. 제주도에 전래되고 있는 마을제 가운데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고 규모가 크다고 한다. 제주 무형문화재 6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마을의 모든 의례는 유교식으로 진행된다. 사진 속에는 옛날 그대로 의관을 차려입은 마을 사람들이 제사를 올리고 있다. 커다란 돼지가 통째로 제상에 올려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 구경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숲은 원시의 모습 그대로다. 사람들이 기억할 수 없는 시간이 흘렀던 걸까, 아니면 숲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과 다른 걸까? 숲의 나무들은 천년을 살아온 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곰솔과 후박나무와 종가시나무가 공중을 점령하고, 땅 위 세상은 마삭줄기와 쇠고사리, 그리고 알 수 없는 풀들이 흙을 덮었다. 나는 수없이 걸음을 멈추고 삼각대를 세워 낯설면서도 정겨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숲의 나무들은 공중에 길을 만들어 끝없이 가지를 뻗어 가고 있다. 허공에서 사라진 나무의 끝을 보고 싶지만 잎사귀 끝에서 부서지고 있는 햇살이 눈이 부셨다. 마삭줄기들이 나무를 타고 오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초록을 뒤집어쓰고 있다.나무들은 하나같이 괴이하다.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종가시나무와 후박나무도 이곳에서는 낯설었다. 오랜 시간을 버텨온 두툼한 몸통은 흉터투성이고 갈라져 있다. 가지는 기이하게 굽었다. 밑동에서는 국수 가닥 같은 줄기들이 솟구쳐 있다. 초록 잎들은 하늘을 가렸고, 한낮인데도 숲은 어둑했다. 금산공원은 생성과 소멸이 공존하는 숲이 아니었다. 어린 나무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층위가 다양한 수종이 함께 자라야 건강한 숲인데, 금산공원의 나무들은 함께 태어나서 긴 시간을 살아온 듯하다. 산책로가 너무 짧다. 촌장과 나는 아쉬운 마음에 숲에 난 모든 길을 왔다 갔다 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숲에서 놀았다. 후박나무숲과 종가시나무숲에 바람 드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울퉁불퉁 현무암에 난 이끼의 감촉을 느껴보고, 데크 기둥을 타고 오르는 덩굴들에게 손끝으로 마음을 전했다. 평상에 앉아서 나무 틈새로 하늘도 올려다보았다. 미세먼지로 흐린 날인데도 숲의 공기는 상큼했다.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내가 흥얼거리는 콧노래 같다. 수다스럽다. 행복했다. 촌장이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눈팔며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숲’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나도 그랬다. ‘숲’을 소리 낼 때 공기를 훅 빨아들이면서 닿는 입술의 촉감이 좋다. 숲의 초입에서 들려오던 새소리가 숲을 빠져나갈 때까지 음악처럼 흘렀다.
- 文대통령, 초임 해군 장교들에 "북극항로 개척, 남쪽 바다 평화 지켜낼 것"
-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73기 해군사관생도의 졸업 및 임관식에서 해양강국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졸업 및 임관하는 신임 해군 장교들에게 “우리 앞에 펼쳐질 새로운 시대의 해군은 선배들이 가보지 못한 바다, 북극항로를 개척하게 될 것”이라며 “더 많은 무역이 이뤄질 남쪽 바다의 평화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해상 입장했다. 대통령의 해상입장은 해양주권 수호와 해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게 해군 측 설명이다. 행사 직전 문 대통령이 탑승한 대통령 헬기는 행사장 앞바다에 도열한 독도함 갑판으로 착륙했다. 문 대통령의 독도함 방문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해군사관학교 제73기 졸업 및 임관식 연설문 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3기 졸업 및 임관식이 끝난 뒤 충무공 동상 앞에서 신임 소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다 ‘사랑의 하트’를 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147명의 해군, 청년 장교들이 임관합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예들을 기쁜 마음으로 함께 축하해주시기 바랍니다.‘이 나라 해양과 국토를 지키는 길’을 기꺼이 선택하여 영광된 자리에 선 해군사관학교 제73기 생도들의 졸업과 임관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들·딸들을 자랑스럽게 잘 키워주신 가족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호국간성(護國干城)의 양성을 위해 노력해주신 교직원, 훈육관 여러분도 수고하셨습니다.오늘 이 자리에는 우리 해군을 창설한 손원일 제독과 민영구 제독의 가족분들이 함께해주셨고, 백두산함 생존 승무원을 비롯한 해군창설 유공자 여러분께서도 자리를 빛내주고 계십니다. 후배들이 “나라를 위해 몸을 잊는” 호국망신, 역사와 전통을 늠름하게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매우 뿌듯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해군의 역사가 대한민국 국군의 역사입니다. 해군의 발자취가 국민 군대의 발자취입니다. 광복 후 불과 6일밖에 되지 않은 1945년 8월 21일, ‘이 나라 해양과 국토를 지킬 동지를 구함’이란 벽보가 거리에 붙었습니다. 독립운동가와 민간 상선사관들이 애국애족의 마음 하나로 자발적으로 모였습니다. 일본군 출신이 아닌, 온전히 우리 힘으로 3군 중 최초로 창군했습니다. 해군사관학교도 1946년 1월 해군병학교로 시작하여 1949년 최초의 사관학교인 해군사관학교로 태어났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의 역사적인 첫걸음이었습니다. 가난한 신생 독립국의 해군은 창군 후에도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우리의 첫 함정 충무공함은 일본 해군이 건조하다 버리고 간 경비정이었습니다. 최초의 전함 백두산함도 군인의 부인들이 삯바느질에 세탁까지 해가며 돈을 보태고 국민 성금을 모아 마련했습니다. ‘바다를 지켜야만 강토가 있고, 강토가 있는 곳에 조국이 있다’는 해군가처럼 바다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한 해군의 노고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창군의 어려운 와중에도 해군은 국민 군대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해방 후 일본에서 우리 동포들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우리 해군의 첫 임무는 이분들을 조국으로 모셔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전쟁 상이군인들을 위해 가장 먼저 나선 것도 해군이었습니다. 해병대 군목사로 재직 중이던 박창번 소령은 군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기술교육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사령부의 결단과 부인회의 모금이 더해져 최초의 군 전직지원 교육기관이 해병대에 설립되었습니다.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의 일입니다.국난의 시기에도 전쟁 이후 조국의 미래를 고민한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진정한 국민의 군대’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으로서 우리 해군의 역사가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도 큰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선배들의 길을 따르길 바랍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청년 장교 여러분, 바다는 변화무쌍합니다. 고요했다가 갑자기 큰 파도를 만나기도 하며, 순풍이 부는 날만큼 폭풍을 만나는 날도 많습니다. 안보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주변국을 둘러보면, 지금은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완화가 최우선 과제이지만, 동시에 세계 4대 군사강국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최강의 해양강국들입니다. 이들 나라 사이에 해양력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합니다.바다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합니다. 해양관할권, 통행의 자유 확보 등 자국의 해양전략을 힘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해군력을 주도면밀하게 확충하고 있습니다. 테러·재해재난 같은 비군사적 위협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도 이에 대응해가야 합니다. 모든 면에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평화를 단지 지켜내는 것을 넘어 평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더 강한 국방력이 필요합니다. 국경을 초월하는 다양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할 새로운 형태의 전력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최대한 전쟁을 억제하되,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군대가 되어야 합니다. ‘국방개혁 2.0’, ‘스마트 해군’ 전략을 중심으로 우리 해군이 하나로 뭉쳐 포괄안보 역량을 갖춰 나가야 합니다. 군 스스로의 혁신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군대, 어떤 위협에도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군대가 되리라 믿습니다. 정부는 해군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해군과 함께 우리의 바다를 끝까지 수호할 것입니다.오늘 헬기로 독도함에 내렸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바다를 통해 이순신 장군이 최초로 대첩을 거둔 이곳 옥포만에 왔습니다. 지난해 국제관함식에 이어 우리 해군의 위용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지스함과 잠수함이 우리나라 해군의 달라진 위상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2045년, 해군창설 100주년에는 온전히 우리 과학과 기술로 만든 한국형 이지스함과 구축함, 잠수함, 항공기가 우리 앞에 있을 것입니다. 더욱 강력한 위용으로 해양강국의 모습을 구현하게 될 것입니다.병영문화와 장병의 복무여건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장병들이 발전하는 기술 속에서 인격을 존중받으며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군대문화를 확립할 것입니다. 조국에 대한 헌신은 언제나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정부는 오늘 이 늠름한 청년 장교들과 함께 이 나라의 아들·딸들이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건강하게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청년 장교와 생도 여러분, 올해는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의 뜻깊은 해입니다. 새로운 100년은 진정한 국민의 국가, 평화로운 한반도를 완성하는 100년입니다. 우리는 국군의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길에 나섰습니다. 우리의 용기있는 도전으로 한반도는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남북 간의 만남으로 한반도의 바다와 땅, 하늘에서 총성이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의지를 갖고 한결같이 평화를 추구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반드시 올 것입니다. ‘평화경제’의 시대가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해군에게 많은 역할이 주어질 것입니다.우리의 고대, 중세 왕조들은 발달한 조선기술을 바탕으로 산동과 요동, 일본, 나아가 이슬람권까지 오가며 해양력을 떨쳤습니다. 우리는 해양력의 쇠퇴가 국력의 쇠퇴로, 나아가 아픈 역사로 이어졌던 지난 날을 성찰하며 절치부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1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강한 해양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바다를 지키고 대양으로 나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강한 국가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 국익을 빼앗기고 홀대받을 수밖에 없습니다.우리 앞에 펼쳐질 새로운 시대의 해군은 선배들이 가보지 못한 바다, 북극항로를 개척하게 될 것입니다. 더 많은 무역이 이뤄질 남쪽 바다의 평화를 지켜낼 것입니다. 해군에서 배운 결속과 단합, 기술력과 전문성, 세계시민의식은 항상 여러분을 빛나게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 앞에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려있습니다. 가끔은 지도를 뒤집어 한반도의 눈앞에 열린 광활한 해양을 보기 바랍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기회 앞에서 거침없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마음껏 꿈꾸고, 막강 해군의 기개를 떨쳐주길 바랍니다. 청년 장교들의 꿈이 국민의 꿈과 만나 해양강국, 평화로운 한반도로 꽃피기를 희망합니다. 청년 장교 여러분, 오늘 해군사관학교 제73기 신임 해군 장교들에게 국군 통수권자로서 첫 명령을 내립니다. 첫째, 함께 고된 훈련을 하며 쌓은 전우애,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경험한 동기들과의 추억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둘째, 사랑하기에 부끄러움 없는 조국, 헌신하기에 아깝지 않은 조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 주십시오.2년 전 여름, 진해만에서 전투수영훈련을 하던 여러분의 싱그러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때의 꿈을 항상 가슴에 품고 키워야 합니다. 언제나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은 여러분이 선택한 군인의 길에 언제나 함께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무운과 영광을 빕니다.
- 경사노위, 플랫폼 노동자 등 안전장치 마련 사회적합의
- 경사노위 산하 디지털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사진=경사노위)[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의제별위원회인 디지털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고용시장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에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노동자들의 일자리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특히 다음달까지 집중적으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개념부터 사회안전망 등 안전장치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이날 전병유 위원장(한신대 교수)는 5일 서울 경사노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노사정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 대비하기 위해 협업 모델을 모색하고, 일자리 이동지원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며 “노사정이 공동조사·연구체계를 마련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변화하는 직무와 숙련에 대응하기 위해 평생직업교육 혁신 방안을 강구하고 재교육 강화에도 동의했다. 1기가 만료하는 오는 7월까지 디지털 전환에 따른 노동의 미래를 준비하는 기본 방향과 정책 과제를 담은 녹서를 발간하기로 했다.지난해 7월 20일 발족한 위원회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개념을 비롯해 산업·기업의 적용실태, 해외의 대응 실태, 노사정 준비정도, 대응과제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한 사회적 합의는 구체적인 정책·법 개정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큰 틀에서 노사가 디지털 전환에 따른 변화에 대응방안을 함께 찾겠다는 선언적 내용에 그쳤다. 그 이유에 대해 전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현재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며 “고용부와 관련 연구 기관에서 실태 조사를 진행 중으로 이달 초 결과가 나온다.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실태와 객관적 증거를 풍부하게 전제한 상태에서 논의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디지털 전환에 따른 새로운 노동형태 등장으로 기존의 제도나 틀 안에서 노사 입장 정리를 쉽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하는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위원회는 다음달까지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안전망 보장, 노동법 적용 등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플랫폼 노동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기반으로 일하는 배달 대행, 대리운전 기사, 가사도우미 등을 말한다. IT를 기반으로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중간지대 프리랜서로 이른바 ‘디지털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불린다.위원회는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어느정도까지 볼 수 있는지를 중점 논의하게 된다. 다만 노사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쉽게 합의안을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전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자를 전통적인 노동자로 간주할 수 있느냐를 놓고 아직까지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있다”며 “기존의 노동법을 적용해 플랫폼 노동자 조직화나 교섭권 확보가 가능한 지, 플랫폼 노동자를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정부는 특고·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전 위원장은 “특고는 고용보험, 사회보험 적용이 급한 의제”라며 “이런 방식으로 플랫폼 노동자도 적용할 수 있을지 합의를 도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송명진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현재 규제완화나 노동법 제도를 유연화하는 근거논리로서 4차 산업혁명·디지털 전환 등이 작용된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지금까지 정부관료나 전문가 차원에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노사정이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 [김지현의 IT세상]산업간 경계 붕괴하는 구글과 아마존
- (그래픽=김정훈 기자)[김지현 IT 칼럼니스트]구글, 아마존은 산업의 도메인을 넘나들며 기술 혁신을 통해 타산업의 터줏대감에 위협을 줄만큼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심지어 공중전, 해상전의 구분 없는 양동작전을 펼치는 것처럼 B2B(기업 간 거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영역을 자유자재로 오가고 고객조차도 다르게 정의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 구글이 이제 통신사의 헤게모니마저 흔들어대고 있다. 구글은 픽셀2, 픽셀2 XL 등의 스마트폰에 기존 USIM이 아닌 eSIM(Embedded SIM)이라는 새로운 인증 식별 장치를 적용시키고 있다. 또한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 태블릿 등의 아마존이 제조하는 기기들에도 eSIM을 지원하고 있으며 애플 역시도 eSIM을 신규 아이폰 뿐 아니라 애플워치에도 적용해가고 있다.손톱만한 크기의 카드 형태로 된 USIM이 아닌 5mm 길이·넓이의 칩셋 같은 eSIM이라는 물리적 장치를 기기에 내장하는 방식으로 동작된다. eSIM을 이용하면 스마트폰 뿐 아니라 통신 네트워크 연결을 필요로 하는 기기를 신속하게 인터넷에 연결시킬 수 있다. 휴대폰을 구입 후 이 기기를 통신망에 등록하려면 통신사의 대리점에 가서 개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eSIM을 지원하는 기기라면 대리점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발급받은 코드를 등록해서 바로 개통이 가능해진다. ◇이동통신 환경변화, 5G만 있는 게 아냐이렇게 기기의 통신망 등록을 쉽게 할 수 있고 크기가 작은 칩셋 형태로 기기에 내장되다보니,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이르기까지 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를 필요할 때마다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 특히 eSIM의 최대 장점은 번잡한 절차 없이 즉시 개통, 변경 등이 가능해 필요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한 번 통신사를 결정하면 타 통신사로 변경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요금제 역시도 매월 다르게 바꿔가며 사용하는 것이 번거롭다. 하지만 와이파이(Wi-Fi·무선 데이터 전송 시스템)의 경우 커피숍, 집, 레스토랑, 사무실에서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통신망 역시 필요에 따라 바꿔가며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eSIM의 최대 강점이다. 그렇다보니,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에도 스마트폰 요금을 굳이 비싼 로밍을 이용하지 않아도 현지에서 값싼 통신사의 요금제를 선택해서 개통할 수 있다.이렇게 스마트폰 뿐 아니라 다양한 사물 인터넷의 통신 요금제 선택과 개통을 eSIM으로 하게 되면 기존 통신사는 점차 고객과의 접점을 잃게 될 수 있다. 마치 은행이 지점과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을 찾는 고객과의 접점을 점차 잃어버리면서 카카오뱅크 등과 같은 모바일 은행이나 카카오페이, 토스 등과 같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로 인해 고객과 멀어지는 것과 같다. 즉, 헤게모니의 주도권이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의 선택과 다양한 요금제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eSIM과 같은 새로운 수단의 등장과 그 과정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접점을 제공하려는 구글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활약은 기존 통신사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여전히 통신사가 통신망을 제공하겠지만 고객과 만나는 채널을 잃어버리게 되면 신문지와 TV를 통해 고객과 만나던 언론사, 방송사가 포탈과 유튜브로 인해 위협을 받았던 것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아마존 역시 산업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대해가고 있다. 아마존은 쇼핑몰로 B2C 고객 접점을 만들었고, AWS와 풀필먼트 사업을 통해 B2B 접점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알렉사라는 음성 비서 서비스를 통해서 B2C 채널을 만들고, 이 알렉사를 다양한 사물 인터넷 기기에 탑재하면서 제조사들과 B2B 접점을 구축해가고 있다. 아마존의 고객은 일반 소비자 뿐 아니라 기업 고객도 있으며 그 대상의 범위가 다양하다. 아마존의 사업 도메인이 유통, 클라우드, 물류, 제조 등으로 다양하다는 것보다 더 눈여겨볼 것은 고객의 범주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쇼핑몰의 관점에서 보면 일반 소비자와 상품을 판매하려는 공급사, 알렉사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서비스 사용자와 기기를 제조하는 제조사 그리고 보이스 인공지능(AI) 플랫폼에 참여하려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로 정의될 수 있다. 이처럼 산업 도메인을 넘어 고객에 대한 다양한 재정의를 통해서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고 확장해가고 있다.CES 2019에 전시된 다양한 제조사들의 기기에 탑재된 알렉사의 모습.◇기존 산업생태계 변화, 주도적 대응전략 고민해야 구글과 아마존은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기존의 가치 사슬을 해체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개척해가고 있다. 전혀 다른 산업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한 두 기업은 이제 모든 산업 분야에서 경쟁 중이다. 검색에서 시작한 구글과 쇼핑몰로 시작한 아마존은 이커머스, 디지털 디바이스 제조업, 클라우드 비즈니스 그리고 AI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싸우고 있다. 이 두 기업은 전통적인 방법이 아닌 가치 사슬을 뒤흔들면서 혁신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해오던 기존 굴뚝기업들은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통신과 제조 분야에서 구글과 아마존이 eSIM과 AI 플랫폼을 이용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면서 사용자와 통신사, 제조사간에 형성된 기존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PC, 스마트폰, 태블릿에 이어 보다 많은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이 속에서 고객과 최우선 접점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따라 시장의 경쟁구도는 크게 바뀔 것이다. 이 변화 속에서 기존 기업은 그리고 후방의 다른 사업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떤 대응 전략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타계…그는 누구인가
-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3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박용곤 명예회장은 1932년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6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에서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해군에 자원 입대해 참전용사로 활약했다. 박 명예회장은 전쟁 당시 통신병으로 비밀훈련을 받고 암호를 취급하는 부서에 배치된 후 해군 함정을 타고 함경북도 청진 앞바다까지 북진하는 작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조용한 성품 때문에 이 같은 공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뒤늦은 2014년 5월이 돼서야 6.25전쟁 참전용사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 받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큰 어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업적 결단의 순간 때도 고인은 실무진의 의견을 다 듣고 나서야 입을 열어 방향을 정했던 것으로 안다. 한 번 일을 맡기면 상대방을 신뢰하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믿음의 경영’을 실천했다”며 “고인에 대해 두산 직원들은 사람의 진심을 믿고, 존중하던 ‘침묵의 거인’, 주변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큰 어른’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남의 밥 먹는 것’부터 시작…두산서 첫 업무는 공장 청소군을 전역한 그는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귀국해 1960년 한국산업은행 공채 6기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첫 시작을 두산이 아닌 산업은행을 택한 데에는 선친 박두병 그룹 초대회장이 있었다. “남의 밑에 가서 남의 밥을 먹어야 노고의 귀중함을 알 것이요, 장차 아랫사람의 심경을 이해할 것이다”는 선친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3년 동안 은행 생활을 한 박 명예회장은 1963년 4월 마침내 동양맥주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했다. 첫 업무는 공장 청소와 맥주병 씻기였다. 이후 선진적인 경영을 잇따라 도입하며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했고 한양식품, 두산산업 대표 등을 거쳐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했다.1968년 6월 한양식품 독산동공장에서 코카콜라 국내 첫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새로운 시도, 부단한 혁신…‘글로벌 두산’ 기틀 닦아두산그룹 회장 재임 당시 그는 ‘글로벌 두산’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다. 1985년에는 동아출판사와 백화양조, 베리나인 등의 회사를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1990년대에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두산창업투자, 두산기술원, 두산렌탈, 두산정보통신 등의 회사를 잇따라 설립했다. 국내 기업 처음으로 연봉제를 도입하고 대단위 팀제를 시행하는 등 선진적인 경영을 적극 도입했다. 1994년에는 직원들에게 유럽 배낭여행 기회를 제공했다. 1996년에는 토요 격주휴무 제도를 시작했으며, 여름휴가와 별도의 리프레시 휴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두산그룹 출신 한 원로 경영인은 “바꾸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분이다. 새로운 경영기법이나 제도가 등장하면 남들보다 먼저 해보자고 하셨다”고 회고했다.그는 부단히 혁신을 시도한 리더이기도 했다. 창업 100주년을 한 해 앞둔 1995년의 혁신이 대표적이다.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당시 주력이던 식음료 비중을 낮추면서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조치를 단행, 33개에 이르던 계열사 수를 20개 사로 재편했다. 이어 당시 두산의 대표사업이었던 OB맥주 매각을 추진하는 등 획기적인 체질 개선작업을 주도해 나갔다. 이 같은 선제적인 조치에 힘입어 두산은 2000년대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미국 밥캣 등을 인수하면서 소비재 기업을 넘어 산업재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이렇게 박 명예회장은 새로운 시도와 부단한 혁신을 통해 두산의 100년 전통을 이어갔고, 더 나아가 두산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1996년 5월 두산그룹 신 CI 선포식에서 새로운 심벌이 새겨진 그룹기를 흔들고 있다.◇몸에 밴 겸손…“분수를 지켜라”박 명예회장은 어려서부터 선친에게서 “늘 겸손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라 “내가 먼저 양보하면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얘기다. 주위 인물들에 따르면 그는 또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품었으며, ‘수분가화(守分家和)’를 가훈으로 삼았다. 형제와 자녀들에게 ‘수분가화’라는 붓글씨가 적힌 액자를 선물하곤 했다. ‘수분가화’는 ‘자신의 분수를 지켜야 가정이 화목하다’는 뜻으로, 더 나아가면 ‘능력 범위 안에서 행동하라’ ‘조금씩 양보하고 참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가정에서의 모습에 대해 유족들은 “아내에 대해 평생 각별한 사랑을 쏟은 남자”로 기억한다. 부인 고(故) 이응숙 여사와는 1960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 여사는 박 명예회장에게 있어 인생의 동반자이자 조언자였다. 하지만 이 여사는 1996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박 명예회장은 암 투병 중이던 부인의 병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오랜 기간 간병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일찍 떠나 보낸 아내를 한결 같이 그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23년 간의 ‘사부곡((思婦曲)을 써내려 왔다.2010년 10월 선대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인화 중시, 인재 중심박 명예회장은 인화를 강조했다. 고인은 평소 “인화로 뭉쳐 개개인의 능력을 집약할 때 자기실현의 발판이 마련되고, 여기에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나온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화란 공평이 전제되어야 하고, 공평이란 획일적 대우가 아닌 능력과 업적에 따라 신상필벌이 행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모든 사원이 일생을 걸어도 후회 없는 직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고인은 “인재가 두산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다”고 항상 강조했다. 그의 생전 발언들을 보면 사람에 대한 생각이 잘 담겨있다. “두산의 간판은 두산인들입니다. 나야 두산에 잠시 머물다 갈 사람이지만 두산인은 영원합니다”, “나는 무엇보다 사람을 강조합니다. 사람들이 잘나고 못나면 얼마나 차이가 있겠습니까. 노력하는 사람, 그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능력을 발휘하도록 합니다”, “기업은 바로 사람이고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곧 사람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며 인재를 강조해왔다.1996년 8월 두산그룹 창업 100주년 축하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다음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약력이다. ◇고인 약력 박용곤(朴容昆)△1932년 서울 생 △경동고등학교 졸, 미국 워싱턴 대 경영대학 졸업(1959) 충남대학교 명예경영학 박사(’82), 연세대학교 명예법학 박사(1995)△1960년 한국산업은행 입행 △1963년 동양맥주㈜ 입사△1966년 한양식품㈜ 대표이사 사장△1973년 동양맥주㈜ 대표이사 부사장△1974년 두산산업 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1974년 합동통신사 대표이사 사장△1974년 한국신문협회 이사△1978년 두산산업㈜ 대표이사 회장△1978년 주한 볼리비아 명예영사△1981년 두산그룹 회장△1981년 한국능률협회 부회장△1981년 국제상업회의소(ICC-KNC) 의장△1982년 프로야구단 ‘OB BEARS’ 구단주△1983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1985년 주한 Ireland 명예영사△1996년 두산그룹 명예회장△1998년 두산건설㈜ 대표이사 회장△2008년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이사1995년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 한국시리즈 제패 기념식
- [IR라운지]①불황 뚫는 사업다각화의 힘…LG화학 글로벌 톱5 노린다
-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대표적 사이클 산업인 석유화학 산업이 최근 3년간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끝으로 지난해 말 다운사이클(불황)으로 접어들었다. 다만, 이같은 다운사이클 조짐도 업계 1위 LG화학의 지속 성장 가능성은 가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화학학회가 발간하는 전문잡지 C&EN이 선정한 ‘글로벌 톱 50 화학 회사’ 순위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톱 10’에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이에 만족할 LG화학이 아니다. 이 회사는 2025년까지 글로벌 ‘톱 5’ 화학 회사로 진입한다는 방침이다.LG화학을 지탱해온 힘과 향후 미래를 이끌 힘 모두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꼽힌다. 전통적인 석유화학 산업으로 꼽히는 기초소재부문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해 꾸준히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등을 맡고 있는 전지부문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수처리 사업, 그린(농업)·레드(의약)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들을 담당하는 정보전자소재부문과 생명과학부문도 점차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선진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다운사이클에 국내 석유화학 ‘털썩’…LG화학 더욱 빛나다지난해 4분기에는 석유화학 업계 다운사이클 진입이 뚜렷하게 가시화됐다. 슈퍼사이클이 한창일 때 LG화학과 어깨를 견줬던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5.8% 줄어든 영업이익 1016억원을 기록했고, 한화케미칼은 급기야 적자전환하며 영업손실 959억원을 기록했다.같은 기간 LG화학 역시 52.9% 감소한 영업이익 2896억원을 기록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석유화학 빅3 모두 전통 석유화학 사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LG화학은 신성장 동력의 주축인 전지부문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해냈다는 점이 다른 분위기를 끌어냈다.전지부문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1분기 21억원에서 2분기 270억원, 3분기 843억원을 기록했고 4분기에는 958억원을 벌어들이며 분기를 거듭하며 성장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연간 영업이익은 2092억원을 기록하며 2016년 영업적자 104억원, 2017년 영업이익 289억원 대비 확실히 수익을 창출해내는 모습이다.향후 LG화학이 또 다른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수처리사업과 그린·레드바이오 사업의 수익 창출이 가시화되면 기존 기초소재부문 의존도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사업다각화의 결과로 일반적으로 업·다운이 3년 정도 주기로 반복되는 석유화학 산업 사이클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이미지= 이동훈 기자)◇구광모 체제 힘실리는 LG화학…투자규모 매년 두자릿수 증가특히 LG화학은 매년 투자의 규모를 늘리며 사업다각화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증설 등 예상투자(CAPEX) 규모를 살펴보면 2016년 2조원에서 2017년 2조5000억원으로 25% 증가했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에는 4조6000억원으로 무려 84% 급증했다. 구 회장 체제 아래 그룹 성장의 중심에 LG화학이 자리한 모습이다. 올해 역시 전년 대비 34.8% 증가한 총 6조2000억원이 시설투자에 투입될 예정이다.연구개발(R&D) 분야 투자규모 역시 꾸준히 증가세다. LG화학의 R&D 투자 규모는 2016년 6861억원에서 2017년 8925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1조618억원이 집행됐다. LG화학은 올해에도 R&D 분야에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투자는 사업다각화 전략에 맞춰 전 사업부문에 고루 이뤄지고 있다. 캐시카우인 기초소재부문은 ABS(고부가 합성수지)와 PO(폴리올레핀) 등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LG화학은 지난 연말까지 1억달러을 투자해 중국 화남 공장에 ABS 15만t을 증설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총 200만t의 ABS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 또 지난해 7월 총 2조8000억원을 투자해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및 고부가 PO(폴리올레핀)를 각 80만t 증설을 진행 중이다.전지부문은 올해 1월 중국 남경 전기차 배터리 1공장과 소형 배터리 공장에 2020년까지 각각 6000억원을 증설 투자키로 했다. 현재 LG화학은 국내 오창을 비롯 미국 홀랜드, 폴란드 브로츠와프, 중국 남경 등 전기차 배터리 4각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이같은 투자를 지속해 현재 30GWh 수준에서 2020년 100GWh(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준 170만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재료부문에서 LG화학은 지난해 중국 장시간펑리튬 및 캐나다 네마스카리튬과 13만t 규모 수산화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세계 1위 코발트 정련회사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해 원재료에서부터 전구체 및 양극재, 배터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축에 나섰다.이외에도 생명과학부문은 ‘당뇨 및 연계질환’과 ‘면역·항암’ 분야를 신약 타겟 질환으로 선정하고 연구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정보전자소재부문은 OLED 소재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수처리사업 등 신사업분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LG화학 제공
- 삐에로쑈핑 “작은 용량 술이 대세”…미니 주류 강화
- 삐에로쇼핑 미니 주류 코너 (사진=이마트)[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삐에로쇼핑을 운영하는 이마트는 혼술·홈술을 즐기는 수요가 늘면서 작은 용량의 미니 주류 라인업을 강화한다고 3일 밝혔다. 삐에로쑈핑 매출을 살펴보면 전체 주류 매출 중 미니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6월 10%에서 현재 25%까지 증가했다. 삐에로쑈핑은 이런 트렌드에 맞춰 기존 27가지였던 미니 주류 상품 수를 2배가 넘는 60여가지로 확대했다.특히 일본 여행 경험이 있는 고객들이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사히·기린 미니 맥주를 구매하는 것에서 착안,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국산 맥주와 전통주 미니어처를 대폭 강화했다.국산 맥주로는 카스·하이트 250㎖ 2종(1080원)을, 전통주로는 영월동강 더덕주 100㎖(980원), 금산 인삼주 180㎖(7900원), 부안 참뽕주 90㎖(2000원) 등 15종을 새롭게 선보였다.특히, 500㎖·355㎖가 주류를 이루는 맥주 시장에서 미니 맥주(250㎖·135㎖). 700㎖· 500㎖가 주류인 양주 시장에서 50㎖인 미니 양주 등 미니 주류 구매 고객의 80% 가량이 20~30대 젊은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미니 주류 인기가 높아진 것에는 집에서 혼자 가볍게 소량으로 주류를 먹는 트렌드와 이미지로 일상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때문이다.과거 700㎖ 이상의 와인, 양주를 가져갈 만한 술자리가 많았던데 반해 최근에는 혼술, 홈술 트렌드가 대두되면서 50㎖ 양주, 190㎖ 와인, 135㎖ 맥주 등 부담 없는 용량의 미니 주류가 인기인 것이다. 이마트에서도 미니 주류는 고속 성장하고 있다.지난해 이마트 주류 매출을 살펴보면 양주 전체는 4.5% 신장한 것에 비해 미니 양주는 33% 매출이 올랐다.맥주도 기존 아사히와 하이트 미니 맥주에 카스 미니 맥주를 추가로 선보이며 미니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62% 가량 상승했다.노시정 삐에로쑈핑 주류 바이어는 “술을 취하기 위해 마셨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젊은 세대들은 다양한 술을 맛보고, 귀여운 모양의 병을 수집하는 것을 즐긴다”면서 “삐에로쑈핑 주 고객층인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맞춰 재밌고 다양한 주류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