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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르지 않으면 넘어진다…자전거도 예술도"
  • [시대藝인] "구르지 않으면 넘어진다…자전거도 예술도"
  • 작가 유선태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연 개인전 ‘꿈꾸는 오브제’에 세운 자신의 조각작품 ‘아하!’(2020)를 올려다보고 있다. 국적이 애매하다는 80㎝ 오브제를 330㎝ 대작으로 키웠다. 여느 작품처럼 오른쪽에 자신을 투영한 ‘자전거 탄 남자’를 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신기한 노릇이다. 문 너머로 새로운 세상이 자꾸 열리니. 나무에 걸린 문으로 들어서면 높은 산 깊은 호수가 펼쳐지고, 바위와 나무가 엉킨 숲 끝에 난 문으로 들어서면 광활한 들판과 푸른 하늘이 보인다. 하얗고 까만 격자형 타일이 끝나는 낭떠러지에선 투명문을 만나기도 한다. 그 뒤로 허연 폭포수가 무섭게 떨어지는.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이 아닌가. 가로막는 게 한 가지가 있다면. 그 문을 통과하는 두려움. 그런데 그것도 괜찮다. 혼자가 아닌 듯하니. 항상 문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한 사람이 있으니. 자전거에 올라탄 채 안을 응시하는, 아니면 이미 저만치 그 세상에 들어서 있는. 어서 오라고도, 다시 돌아가라고도 하지 않는. 그래. 그를 ‘자전거 탄 남자’라고 부르자. 마치 벽에 걸어둔 인터넷세상인 듯, 클릭하고 클릭해 자꾸 안으로 빨려드는 듯, 그림 안팎으로 한참 밀당을 하던 그때. 진짜 ‘자전거 탄 남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작가 유선태(63)다. 오랜만의 외출이라고 할까. 개인전으론 4년 만이고,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선 5년 만이다. 책이 날고, 축음기가 떠다니며, 누워 있는 시계에, 꽃·풀을 잃은 화분 등. 한 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하는 특유의 회화작품에 조각·설치작품까지 얹은 45점을 걸고 세운 뒤, ‘꿈꾸는 오브제’란 전시타이틀을 달았다. 유선태의 회화작품 ‘시간의 사원’(2019). 서양의 건축물에서 볼 법한 기둥을 문으로 삼고 안으론 동양화에서 자주 보이는 산수를 배치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48번 이사한 인생… 삶도 예술도 ‘노마드’ 그동안 무엇이 변했는가를 물으니 “변한 건 내가 늙은 것”이란 익살스러운 ‘현답’이 돌아왔다. “작품이란 건 변한다기보다 추구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갈지자 행보이긴 하지만, 예전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간다는 말이 맞을 거고.” 인간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저 바뀌는 호기심을 찾아가는 것뿐이라고. 어쩔 수 없이 질문을 바꿔야 했다. 그동안 무엇을 채워왔던가로. 그제야 듣고 싶은 얘기가 나왔다. ‘오브제의 확장’이다. “예전에 오브제는 그저 벽에 붙어 있거나 좌대에 몇 점 올려 있을 뿐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각으로 여러 점을 빼냈다. 사실 내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오브제가 있고, 그 오브제가 튀어나와 조각이 되고, 그것을 흡수한 다른 오브제가 만들어지고.” 그렇게 결국 “그림도 조각도 오브제도 다 한통속이 돼간다”는 거다. 유선태의 회화작품 ‘나의 정원’(2020). 풍경 속의 풍경 위로 책·축음기·시계 등 작가가 아끼는 오브제가 떠다닌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지난 30여년을 오브제와 씨름해왔다. 도대체 그이에게 오브제가 뭐길래 이젠 장르를 넘나드는 열쇠까지 쥐어준 건가. “샘물이다. 영감의 원천이다.” 어떻게? “하나하나가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것들이 말을 한다. 시간을 말하고, 삶의 흔적이라고 말하고.” 그러곤 “오브제 그 자체가 이미 작품이 아니겠느냐”고 되묻는다. “예술이란 게 창작이지만 때론 발견이기도 하다. 삶의 구석에 버려진 것을 재발견하는.” 하지만 그렇게 좋아한다는 오브제 때문에 고생도 만만치 않았단다. 풍물시장에서 사고, 길에 떨어진 것을 줍고, 지인들이 가져다주고. 그렇게 수집한 오브제가 이사 땐 몇 트럭씩 나온다니.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브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고.” 그러니 힘이 배로 들 수밖에. 작가 유선태가 자신의 회화작품 ‘나의 정원’(2019) 앞에 섰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라고 말한 하얗고 까만 타일 뒤로 허연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고생을 그이는 ‘자전거 타기’로 풀어냈으려나. 자신을 투영했다는 그 ‘자전거 탄 남자’를 기어이 작품마다 들였다는 얘기다. “동물을 좋아했다. 수의사가 꿈일 만큼. 고향 전주에서 어린 시절 닭을 많이 키웠는데 어느 날 이사를 하면서 내다 팔아야 했다. 이후론 닭을 오래도록 못 먹었지만, 어쨌든 열네 살 그때 그 돈으로 중고 자전거를 샀다. 10년을 탔나 보다. 자전거처럼 좋은 게 없더라. 주말에는 낚싯대를 들고 강이나 호숫가로 가서 한참을 있다가 왔다.” 이제야 고리 하나가 풀린다. 바로 이 장면이 그이의 작품세계가 아니던가. 낚싯대를 드리워야 할 듯한 산과 물만 넘실대는 풍광. 자신 외에 아무도 없으니 그 앞에 앉으면 누구나 미지의 세계를 꿈꿔야 할 듯한 전경. ‘예술과 예술 사이’(2020), ‘시간의 사원’(2019), ‘나의 정원’(2019·2020), ‘말과 글: 세 개의 시간’(2017), ‘말과 글: 책 위에서의 명상’(2017) 등등의 그림이 줄줄이 엮여 나올 수밖에. 그 위로 ‘자전거 탄 남자’의 예술철학은 이 대목에서 절정에 이른다. “자전거라는 게 구르지 않으면 넘어지는 거다. 예술도 마찬가지더라. 한 달을 놀고 여섯 달을 쉬고 한 해를 건너뛰면 쓰러지게 돼 있다.” 유선태의 ‘나의 정원’(2020) 왼쪽 디테일과 ‘나의 정원’(2019) 오른쪽 디테일. 대부분의 작품에 덧입혔다는 ‘말’과 ‘글’이란 글자가 비로소 선명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예술에 대한 확신이 없다…신념은 있다” 세상에 다 있는 오브제고, 현실에 다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결코 실제처럼 보이지 않는 그곳. 그이의 작품에 왕왕 ‘초현실주의’란 단정이 붙는 이유다. 하지만 유 작가는 고개부터 가로젓는다. “내 그림은 초현실주의가 아니다”라고. “그냥 상상이라고 보면 된다.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모든 사람들은 자기 독백을 하고 자기 삶을 말한다. 그게 어떻게 이즘이 될 수 있겠나. 각개전투지. 난 지극히 현실에 바탕을 둔 사람이다.” 그저 바쁘게 경계를 넘나들 뿐이라는 유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방점을 찍은 건 조각으로 보인다. ‘시간의 화살’(2020), ‘문’(2020), ‘세 여인’(2020) 등 1m 안팎의 브론즈 작품이 여러 점인데 그중 유독 시선을 끄는 대작이 한 점 있다. “10여년 만에 괜찮은 작품”이라고 스스로 평가한, 알루미늄을 주재료로 쓴 ‘아하!’(2020)다. 장정 9명이 붙어 전시장으로 옮겼다고 할 만큼 무게감도 대단하지만 일단 330㎝의 높이로 압도한다. 모델은 역시 오브제. “국적이 애매한 80㎝ 정도의 여인상”이다. 그 크기만큼 나무로 깎았다가 성에 차지 않아 결국 3m 대작으로 키웠다. 비스듬하게 기울인 몸체가 특징인 이 여인 옆에도 ‘자전거 탄 남자’를 둔 건 물론이다. 유선태의 조각작품 ‘문’(2020). 115㎝ 높이의 브론즈로 제작했다. 문 위에 ‘자전거 탄 남자’가 도드라져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유선태의 조각작품 ‘문’(2020). 중앙에 거울을 넣고 테두리는 철과 나무로 둘렀다. 거울작품은 작가가 최근 새롭게 시도하는 영역. “그림도 조각도 오브제도 다 한통속”이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거울 속에 비친 작품은 ‘예술과 예술 사이’(2020)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열네 살 이후 끝없이 떠돌아야 했다는 이 ‘자전거 탄 남자’의 인생은 과연 어땠을까. “내 삶은 노마드(유목민) 같다. 이사를 마흔여덟 번 했으니까. 집에 누워 있어도 내 집이 아니다 싶을 만큼.” 그 때문인가. “세상은 즐겁고 아이러니하고 풍자스러워야 한다”는 게 그이의 생각이다. 그래서 ‘꿈꾸는 오브제’란다. 잠시나마 다른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어차피 예술은 던져보는 거고, 과정이고 음모”라며 웃는다. 다만 그 길에 ‘문’은 필요하다고 했다. “내 호기심으로, 오브제의 시간으로 들어가게 하는 통로”라고. 이렇게 엄청난 세계를 꺼내놓고도 그이는 “예술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한다. “내 앞길을 모르겠고 그림이 잘 될 거란 장담도 할 수 없으니.” 하지만 “신념은 있다”고 했다. 죽을 때까지 작업은 하겠다는 의지 말이다. 위트로 진지함으로 ‘들었다 놨다’한 게 몇 차례인가. 그이의 페달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을 닮았구나 싶다. 전시는 26일까지. 유선태의 회화작품 ‘말과 글: 100만 달러’(2017). 작가에게 지폐는 상생을 의미한단다. 사람과 사람 관계, 또 그 관계에서 서로 필요한 것을 연결하는 도구로. 지폐 가운데 자신의 작품 ‘나의 정원’(2019)을 박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유선태의 설치작품 ‘예술은 오래된 가방’(2018) 두 점과 ‘시간을 나르는 가방’(2019). 가방이란 오브제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어 완성했다. “노마드(유목민)의 필수품이 가방이 아니겠느냐”고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유선태의 330㎝ 조각작품 ‘아하!’(2020)를 뒤에서 바라봤다. 비스듬하게 기울인 몸체가 제대로 드러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20.04.13 I 오현주 기자
설악산과 소통하며 절경 감상…'설악산 아모르' 출간
  • 설악산과 소통하며 절경 감상…'설악산 아모르' 출간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설악산은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이다. 연간 300만 명 이상의 내외국인이 찾는다. 설악산의 매력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대청봉 정상에 서면 주변 산군과 어깨동무를 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공룡능선을 넘다 보면 야생화 천국을 만나게 된다. ‘십이선녀탕-남교리 구간’은 단풍의 백미를 즐길 수 있는 코스다.단풍과 폭포가 어우러진 설악산(사진=연합뉴스).설악산을 마실 다니듯 다니면서 편안하게 서술한 산행 에세이 ‘설악산 아모르 야생화 아모르’(HNCOM)가 출간됐다. 농수축산신문의 대표이사 겸 발행인을 맡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체험을 생생한 글과 사진으로 전한다. 설악산 등산로 곳곳의 시간과 거리에 대한 정보, 산행길의 풍경과 생명체들의 삶, 사람과 자연의 동반적 관계 등을 음미하며 ‘설악산 즐기는 법’을 제시했다.책은 ‘인연’ ‘속살’ ‘환희’ ‘꽃’ ‘못 다한 이야기’ 등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속살’ 편을 읽다보면 산길을 걸으며 설악산과 대화하고 풍광을 즐기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산행을 하면서 걸린 등산로의 구간별 경과시간도 상세히 기록했다. ‘환희’ 편은 자신만의 설악산 즐기기 노하우를 담고 있다. 대청봉, 공룡능선 신선대와 나한봉, 귀때기청봉 등 설악산의 진수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꽃’ 편은 설악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산솜다리(일명 에델바이스)를 비롯해 등산로별·계절별로 만날 수 있는 야생화를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저자는 봉우리와 계곡, 나무와 꽃, 안개와 빛, 돌과 풀, 사람과 자연의 모든 관계를 새롭게 음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 전반에 걸쳐 설악산 절경을 감상하고 야생화와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눈높이 소통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키 작은 야생화를 사진으로 담으려면 먼저 꽃 앞에 납작 엎드려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야말로 눈높이 소통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설악산은 빼어나기가 비길 곳이 없다”며 “능선은 장엄하고 장쾌하며, 주변 산군들이 연출하는 산그리메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 준다”고 말한다. 이어 “굳이 정상인 대청봉에 오르지 않더라고 산행의 진수를 누릴 수 있다”며 “계곡산행이든 능선산행이든 달려온 삶을 반추하게 하고, 삶의 의미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설악산의 매력”이라고 꼽았다.
2020.03.18 I 이윤정 기자
‘아내의 맛’ 함소원·마마 고부대첩…3주 연속 최고 시청률 경신
  • ‘아내의 맛’ 함소원·마마 고부대첩…3주 연속 최고 시청률 경신
  •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아내의 맛’이 순간 최고 12.9% 전국 시청률 10.6%를 기록, 3주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아내의 맛’(사진=TV조선)지난 17일 오후 10시 방송된 TV CHOSUN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하 ‘아내의 맛’) 89회분 시청률은 10.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순간 최고 시청률은 무려 12.9%(수도권 기준)를 돌파하며 동시간대 지상파-종편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이날 방송에서는 김현숙 윤종 부부의 ‘요.망한 현숙의 쿠킹 클래스’와 노지훈 이은혜의 ‘미스터트롯 탈락, 그 후’, 홍잠언 임도형의 ‘나는 너의 에어백 최초 공개’, 함소원 진화의 ‘위기일발 고부 대첩’이 펼쳐졌다.특히 이날 방송은 오프닝에서부터 뜨거웠다. 지난 85회 녹화 후 ‘시청률 10%를 돌파하면 다 같이 에어로빅복을 입자’고 시청률 공약을 했던 ‘아맛팸’들이 지난 87회와 88회가 각각 전국 시청률 10.9%, 10.4%를 기록한 것을 기념, 에어로빅복 풀착장을 한 채 저세상 텐션으로 막춤 파티를 벌여 시선을 강탈했다. 김현숙 윤종 부부는 아들 하민이와 함께 캐나다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감상하며 김현숙은 아름다운 물줄기와 무지개에 감탄,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르면서 윤종과 로맨틱한 포옹까지 선보였다. 뒤이어 윤종은 이에 화답하듯 가족 모두 탄 헬기에서 김현숙의 손을 잡은 후 “현숙아, 사랑한다”라고 외쳐 사랑꾼의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로맨틱한 시간이 지난 후 식사 자리에서 윤종이 갑작스럽게 ‘요리 파업’을 선언하는, ‘윤종의 난’을 벌였던 것. 다음 날, 홀로 ‘쿠킹 클래스’를 찾아간 김현숙은 캐나다판 백종원인 쉐프 스캇을 만나 찰떡궁합으로 요리를 배웠고, 리액션 부자인 쉐프님을 위해 깜짝 노래와 “맛있쥬?”라는 백종원의 유행어까지 전수하면서 남편 윤종을 위한 ‘사슴 안심 스테이크’를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노지훈 이은혜 부부는 ‘미스터트롯’ 탈락 다음 날의 행보를 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부스스하게 일어난 노지훈은 평소와 다르게 ‘미스터트롯’ 다시 보기를 거부한 후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위해 손 편지를 쓰며 쓰린 속을 달랬다. 이어 아내 이은혜 표 ‘콩나물 해장라면’으로 해장을 한 노지훈은 ‘미스터트롯’에서 부르고 싶었던 ‘칠갑산’을 가족 앞에서 열창해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이후 씁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재래시장 쇼핑에 나선 노지훈과 이은혜는 가는 데마다 노지훈을 알아보는 인산인해 팬들에게 둘러싸였고, 기분이 좋아진 노지훈은 즉석에서 ‘손가락 하트’를 불러 재래시장을 들썩이게 했다.홍잠언 임도형은 듀엣곡 ‘나는 너의 에어백’ 녹음을 위해 조영수 작곡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디테일의 장인, 조영수 작곡가의 나노 디렉팅으로 인해 ‘녹음 지옥’을 맛본 ‘트롯둥이’들은 처음엔 긴장했지만, 점차 자신감을 찾았고 결국 6시간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쳤다. ‘트롯둥이’는 ‘아내의 맛’을 통해 신곡 ‘나는 너의 에어백’을 최초로 공개함은 물론, 깜찍한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까지 선보여 ‘히트의 맛’을 예감하게 했다. 함소원과 중국 마마는 어린이집 휴원에 이어 이웃집 아이들까지 찾아오자 ‘짠소원 표 어린이집’을 오픈, 고군분투했다. 함소원과 마마는 마마의 서커스, 그리고 함소원과 마마가 합작한 구연동화까지 열의를 보였지만, 옆집 둘째 아이가 잠이 들면서 허무한 마무리를 맞았던 터. 잠시 후 일이 있던 함소원이 외출하면서, 아이들과 홀로 남은 마마는 비장의 카드로 물감이 든 물총놀이를 제안,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신나게 놀아줬다. 엉망이 된 집안 꼴에 함소원의 반응이 걱정된 마마는 물총놀이를 중지한 후 열심히 수습했지만, 때마침 등장한 함소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결국 마마에게 한소리를 터트리고 말았다. 싸한 분위기에 마마는 연신 사과를 하며 눈치를 살폈지만, 함소원의 화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고, 집에 온 진화에게 하소연을 하다가 급기야 부부 싸움으로 번지는 ‘함진 대첩’이 벌어지고 말았다. 함소원의 목소리가 격해지자 싸움을 중재하던 마마는 미안한 마음에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했고, 함소원이 욱한 마음에 중국행 티켓을 발권하면서 위기가 발발, 긴장감이 높아졌다. 더욱이 스튜디오에서 화면을 보던 마마가 순간 눈물을 흘리면서 다음 주에 이어질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한편 ‘아내의 맛’은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2020.03.18 I 김가영 기자
 조선 최고의 화가가 반한 '삼부연폭포'
  • [인싸핫플] 조선 최고의 화가가 반한 '삼부연폭포'
  • 물이 고이는 못이 마치 가마솥을 닮았다고 해 ‘삼부연’이라고 이름 붙은 ‘삼부연폭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삼부연은 강원도 철원에 있는 폭포다. ‘철원읍지’에 의하면 삼부연은 용화산에 있으며, 시냇물이 뒤섞여 갈수록 깊고 넓어지다가 절벽에 거꾸로 걸리면서 3층의 물구덩이를 만들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지만, 세 개의 가마솥 모양이니 삼부연이라 했다.실제로 삼부연은 물이 층암으로 된 바위벽을 세 번 걸쳐 내려온다. 물이 고이는 못이 마치 가마솥을 닮았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는 도를 닦던 네 마리의 이무기가 있었는데 세 마리가 폭포의 기암을 각각 하나씩 뚫고 용으로 승천했다고 한다. 그때 생긴 세 곳의 구멍에 물이 고인 것이 삼부연. 상단의 못을 노귀탕, 중간 못을 솥탕, 하단의 가장 큰 못을 가마탕이라 부르고 있다. 물이 고이는 못이 마치 가마솥을 닮았다고 해 ‘삼부연’이라고 이름 붙은 ‘삼부연폭포’삼부연은 정말 편하게 만나는 폭포다. 폭포는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의 군청에서 그리 멀지 않다. 읍내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바로 폭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난다. 보통 산 중턱에 있는 폭포와 달리 길가에 있어 산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편하다고 해서 폭포의 감동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폭포를 가까이 가서 볼 수는 없지만 장쾌함은 그대로 전해져온다. 20m 암벽을 타고 거대한 물줄기가 수직 낙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바위를 투박하게 뚫어 만든 오룡굴 앞이 바로 폭포가 있는 자리다. 1970년대 군인들이 뚫은 것이라고 한다. 터널은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않아 동굴의 날것 분위기가 물씬하다. 지금은 확장공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차 한 대가 들어가면 꽉 찰 정도다. 굴 밖으로 나서면 개울가를 따라 2㎞ 상류에 용화저수지가 있다.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도 금강산을 그리러 가다 삼부연 폭포를 화폭에 담았다. 정선은 삼부연의 특징을 그대로 시각화했다. 첫 웅덩이를 거쳐 두 번째 웅덩이에서 멈칫하고 마지막 세 번째에서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를 연출했다. 폭포 아래 언덕에 서 있는 여행객은 세 웅덩이를 전부 볼 수 없다. 그러나 정선은 ‘삼부’, 즉 세 개의 가마솥을 전부 담고 싶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가감하고 편집하는 진경산수화의 특징인 셈이다. 물이 고이는 못이 마치 가마솥을 닮았다고 해 ‘삼부연’이라고 이름 붙은 ‘삼부연폭포’
2020.03.13 I 강경록 기자
 얼음 녹고 철새 떠난 자리, 어느새 봄이 스며들다
  • [여행] 얼음 녹고 철새 떠난 자리, 어느새 봄이 스며들다
  • 한탄강 최고의 비경으로 불리는 송대소. 한탄강 강 위로 놓인 부교 위로 어느 여행객이 걷고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사회적 동물임을 자처하던 인간에게 가혹한 시간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사람과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게 이 캠페인의 핵심. 한참을 고민하다 강원도 철원을 찾았다. 철원은 코로나19, 앞선 아프리카돼지 열병으로 지난해 9월부터 비무장지대(DZM) 안보관광과 생태관광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물론 땅굴 견학도, 평화전망대도, 민통선 출입도 불가능하다. 그래도 지난 겨울 설치한 부교(浮郊)는 일부 남아 있다. 부교를 따라 한탄강을 천천히 걸어볼 참이었다. 인적 드문 한탄강을 걷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것 같아서였다. 손 소독제와 마스크도 넉넉히 챙겨 쇠 비린내 나는 북쪽으로 향했다.한국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리는 한탄강 ‘직탕폭포’◇얼음이 녹고 봄기운으로 물든 한탄강송대소 직벽과 주상절리대 옆으로 놓인 부교를 따라 걷는 여행객3번 국도를 타고 경기도 연천을 지나 철원으로 들었다. 이어 곧장 한탄강을 향해 달렸다. 한탄강의 이름은 은하수 ‘한’(漢)자에 여울 ‘탄’(灘)자를 쓴다. 우리말로 ‘큰 여울’이란 뜻이다. 한탄강 걷기길의 이름도 ‘한여울길 1코스’이다. 한탄강 기암절벽 위에 만든 길이다. 근대문화유산인 승일교에서 시작해 고석정, 송대소, 직탕폭포까지 이어지는 길. 물론 반대로 걸어도 상관없다. 고석정 관람 동선을 빼면 경사도 거의 없어 노약자와 함께 걷기 좋은 길이다.직탕폭포를 들머리로 잡았다. 철원 8경 중 하나인 이 폭포는 드라마 ‘덕이’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폭은 80m 정도지만, 높이는 3m 남짓에 불과하다. 높지 않고 옆으로 긴 폭포다. 높지는 않지만, 힘찬 물살이 우레 같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장관이다.직탕폭포에서 약 300m를 내려가면 송대소다. 한탄강 트레킹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직탕폭포에서 이어지던 낭만적인 풍경이 송대소로 접어들면서부터 갑자기 묵직해진다.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석벽의 병풍에 주눅이 드는 탓이다. 지난 겨울 띄워놓은 부교(浮橋) 위를 걷다 보니 거대한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초라함이 느껴진다. 송대소는 이무기를 잡겠다고 찾아온 개성 송도 사람 삼형제 중 둘이 물려 죽고 나머지 하나가 이무기를 잡았다는 전설이 깃든 한탄강의 깊은 소. 높이 30m가 넘는 거대한 현무암 기암절벽에는 결대로 떨어져 나간 주상절리들이 촘촘하다.한탄강은 용암이 흘러 파인 자리에 흐르는 강으로, 평지에서 보면 땅이 갈라진 모습이다송대소를 지나 승일교까지는 너덜지대다. 제법 강폭이 넓다. 여인네의 허리가 연상될 만큼 부드러운 곡선의 마당바위를 지나면 한탄강 제1경인 고석정이 나온다. 고석바위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우뚝하다. 무려 20m 높이의 장대한 화강암이다. 정상부의 소나무 군락이 수묵화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맞은 편으로 조선 왕들이 사냥하러 왔다가 들러 연회를 베풀었다는 2층 누각도 멋들어진다.이런 곳에 숨은 이야기 하나 없으랴. 조선시대 의적인 임꺽정이 이곳에 등장한다. 그는 고석정 일대를 근거지로 활동했다. 건너편 산등성이를 따라 석성을 쌓고 자연 동굴에 은신했다. 관군이 몰려오면 꺽지로 변해 물속에 숨었다고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꺽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학저수지는 철새들의 쉼터로 많이 알려진 곳으로, 철마다 수많은 철새들이 이곳으로 찾아온다.◇자연의 소리로 가득 채운 ‘학저수지’고석정을 나와 노동당사로 향하던 중 생각지 않은 볼거리를 만났다. 수십마리씩 떼지어 몰려다니며, 먹고 지껄이는 철새떼와 마주친 것이다. 가시울타리도, 철조망도, 엄중한 분단 현실도 날개짓 몇 번으로 가볍게 뛰어넘는 철새들. 이 모습만으로도 철원의 봄은 멋지고, 아름다웠다.최근에 정비한 듯한 2차선 도로를 따라가니 ‘학저수지’가 나타났다. 동송읍 오덕리에 자리한 이 저수지는 1921년 일제가 설치한 인공 저수지다. 광복 후 1975년 중앙농지개량조합이 확장·보수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면적은 185ha, 저수량은 2만5628t 규모. 철원 오대쌀 주요 생산지인 오덕리와 장흥리 일부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학저수지 이름은 인근 ‘금학산’에서 따왔다. 저수지 인근에 우뚝 솟아 있는 금학산은 ‘학이 막 내려앉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산. 901년 궁예가 태봉을 건국하고, 철원에 도읍을 정할 때 도선이 ‘이 산을 진산으로 정하면 300년을 통치할 것이다’고 예언했던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다. 학저수지가 있는 오덕리 역시 ‘학마을’로 불렸다.학저수지 위를 날고 있는 백로의 모습이 저수지에는 해마다 1500여 마리의 백로가 찾는다. 인근 철원평야의 가을 추수가 끝난 뒤 떨어진 벼를 먹기 위해 백로뿐만 아니라 두루미 등 철새들이 쉼터로 찾는 곳이다. 최근에는 저수지 주변으로 둘레길을 설치해 사람도 쉬어갈 수 있게 했다. 약 4.5㎞의 호반길. 데크와 마사토 흙을 깔아 오르막길이 거의 없도록 했다. 노약자도 1시간 30분이면 넉넉히 걸어볼 수 있을 정도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원점 회귀하는 코스라 어느 방향으로 길을 잡아도 상관이 없다. 가까이 고개만 내밀고 있는 수초와 멀리 보이는 저수지 건넛마을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어느 방향에서 돌아보아도 멋진 산수화 한 폭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다. 여기에 철새들의 울음소리와 바람 소리까지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가 가득하다.석양이 질 무렵이면 철새들이 분주해진다. 석양빛과 어우러진 수면 위의 무대에서 환상을 연출하는 백로사단은 어느새 향연을 마치고 보금자리를 찾아간다. 황량한 호반과 들판은 철새 떼의 날갯짓과 화려한 군무로, 순식간에 생명 가득한 대자연의 풍경으로 거듭난다. 한바탕 군무를 선보인 새떼들은 다시 내려앉지 않고 고공행진으로 산너머 북녘땅을 향해 사라져갔다.산수화 같은 전경의 ‘학저수지’◇여행메모△가는 길= 서울외곽순환도로 의정부 나들목에서 나가 의정부 시내를 거쳐 3번 국도를 타고 대광리역~신탄리역을 지나면 철원 땅이다.△여행팁= 한국관광공사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게 여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안전여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여행 전부터 여행 중, 여행 후까지 3단계로 나눠 숙지하거나 지켜야 할 사항을 수록했다. 여행 전 단계에서는 ▲대중교통보다는 개인 차량을 이용한 여행계획 수립 ▲사람이 덜 밀집한 여행장소 선정 ▲마스크, 휴대용 손세정제 등 준비 ▲개인용 휴대용 컵과 상비약(해열제·감기약 등) 준비 ▲여행지 폐쇄 여부 확인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확진환자 이동경로 확인 등이다. 여행 중에는 ▲적절한 휴식 ▲물을 자주 마시고 익히지 않은 음식 주의 ▲발열과 호흡기 증상 발생시 무리하지 말고 여행 중단 등의 내용을 담았다. 여행 후에는 ▲확진환자의 이동경로와 날짜가 겹칠 경우 발열과 호흡기 증상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또는 관할 보건소에 상담 후 조치하기 등이 있다.학저수지 철새들의 비상
2020.03.13 I 강경록 기자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 투박하고 억척스럽게
  • [시대藝인]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 투박하고 억척스럽게
  • 작가 이명복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인사아트센터 ‘삶’ 전에 건 자신의 작품 ‘수원 해녀삼춘’(2020) 옆에 섰다. 압도할 여인의 삶의 무게를, 장지를 캔버스에 배접한 뒤 아크릴로 채색한 가로세로 177×227㎝ 규모의 대작으로 옮겨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멈칫한다. 누구든 그럴 거다. 주름이 잔뜩 팬 얼굴과 마주치고, 그 얼굴의 아련한 눈빛을 읽어내면 말이다. 머리에 내린 하얀 서리에 마음이 쓰일 듯도 한데, 아는지 모르는지 여인들은 하나같이 미소를 띄우고 있다. 폭 또는 길이가 2∼3m쯤 되는 광대한 화면의 위압감 때문인가. 마치 달려들 듯도 하니. 그런데 참 신기한 노릇이다. 그네들의 얼굴이 누군가의 그것과 오버랩되니. 내 어머니인지, 내 누이인지, 아니면 미처 기억해내지 못한 어느 세월의 것인지. 생각이 복잡해질 무렵 그 얼굴들을 캔버스에 빚은 화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산해진 주말의 서울 인사동. 그래도 바이러스 공포 따위가 막아설 길이 아니라며 찾아준 관람객에게 그이는 성심껏 ‘제주의 삶’을 전하고 있었다. 현실 속 자신의 제주와 그림 속 여인들의 제주, 그 둘이 엉켜 있는 삶의 인연에 대해. 작가 이명복(62). 정확히 10년 전인 2010년 2월에 그이는 돌연 제주로 향했다. 연고가 있던 것도 아니고, 야심찬 목표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손들어 환영해주는 이도 없었고, 우격다짐으로 막아서는 이도 없었다. 다만 ‘찾아야 하는’ 것은 있었다. 육지에선 보지 못한 풍광, 육지에서는 만난 적 없는 사람, 육지에는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게 아무에게나 그냥 툭 던져지는 것이었겠나. 그이도 결국은 섬으로 찾아든 외지인일 뿐인데. 결국 10년쯤 걸렸나 보다. 풍광으로, 얼굴로, 이야기로 ‘제주의 삶’을 품게 되는 데 말이다. 인사동길 인사아트센터에 연 개인전 ‘삶’은 그 흔적이다. 새긴 듯 선명하게 제주 여인들의 인생을 각인한 인물화, 제주 풍광이 바람결에 흘려준 그들의 쓰린 이야기를 담아낸 풍경화 등 22점을 걸었다. 이명복 ‘삶’ 전의 전경. 왼쪽부터 ‘수원 해녀삼춘’(2020), ‘증인-오태순’(2019), ‘삼춘 초상-변씨’(2020)가 걸렸다. 제주살이 10년 만에 작가가 캐낸 가장 ‘사실적인 흔적’들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제주 풍경은 책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아프다” “사실 풍광 때문에 내려갔다. 그런데 너무 아름다우니 고역이더라.” 처음 제주에 내려갔을 때를 묻자 털어놓은 얘기다. “그림도 안 되고, 그려야 할 이유도 없더라”고 했다. 막상 아름다움에 취해 내려가긴 했는데 풍경보다 못한 걸 왜 그리고 있는지 회의가 들었단다. 몸도 마음도 어울리지 못한 탓이다. 말이 좋아 답사지, 좋은 계절, 좋은 날에 유람하듯 나섰던 그 제주가 아니었던 거다. 3년은 헤맸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가의 화업은 아름다움을 좇는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반대였다. 어두운 곳, 그림자에 숨어 벌어진 추한 현실을 다뤄왔으니까. 이른바 ‘역사화’. 때론 은유로, 때론 적나라한 묘사로 그는 남들이 애써 피해간 아픈 역사와 현실을 꼬집었더랬다. ‘아름다운 풍광’이라고? 어차피 가당치가 않았다. 이명복의 ‘모정-춘화삼춘’(2020). 굽은 허리, 낡은 옷가지, 거친 손에 들린 호미로 자식을 위해 일터로 나온 어머니의 마음을 대신했다. 척박한 땅에 싹을 틔운 연두잎조차 애처롭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렇게 힘겹게 시작했다. 명화를 패러디한 작품을 내고 ‘말’ 그림을 그렸다. “적응을 못했으니까. 그렇다고 그림 그리러 간 사람이 놀 수도 없는 거 아닌가.” 그 고비가 버거울 즈음 그이를 자극하는 소재가 보였는데. ‘제주4·3사건’이었다. 이제껏 나 몰라라 했던 그 일에 비로소 눈이 틔었다고 할까. “내가 할 일이 있구나 하는 위안이 생기더라. 작가에게 던져진 먹잇감이라고 할까.” 중요한 모티프였다. 그렇다고 4·3사건을 본격적으로 옮겨놓은 건 아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에 스미듯 얹었다. 깊은 지하공간 위로 불그스름한 오름과 마을이 솟은 ‘침묵’(2014), 정방폭포 앞에 선 소녀의 뒷모습 위로 별빛을 쏟아부은 ‘기다리며’(2015), 초록·푸른·붉은 톤으로 앞이 안 보이는 우거진 숲을 헤쳐본 ‘4월’(2018), ‘긴 겨울’(2019), ‘붉은 숲’(2020) 등이 나왔다. “제주 풍경은 책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아프다. 숲은 감춰진 역사적 현장이려니 하고 그린다. 누가 들어가고, 왜 들어가야 했는가를 단초로 삼았다.” 이명복의 ‘4월의 숲’(2020). ‘제주4·3사건’을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에 스미듯 얹은 풍경화다. 작가는 “감춰진 역사적 현장이려니 하며 숲을 그린다”고 말했다(사진=인사아트센터).△“투박한 삶…그네들이 신화의 주인공이더라” 그러던 그이에게 ‘다른 것’이 보였다. 여인이었다. 집 앞 한림 수원리 앞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들. 물질뿐인가. 그네들은 바다에서 돌아오는 대로 들로 밭으로 나가 억척같이 일을 한다. “모든 여성은 남성보다 일을 많이 하지만, 제주 여인들은 정말 엄청나게 하더라. 땅과 바다를 구분하지 않고. 인간이 어떤 노동을 해야 하는지 정해지진 않았지만, 운동을 하기 위해 밭으로 나가는 건 아니지 않나.” 그 광경을 목도한 후 자연스러운 말 걸기가 시작됐다. “3월 이맘때가 되면 밭에 나오는 여인들이 많아진다. 둘러메고 나간 카메라로 사진 몇 컷을 찍고 어디서 태어났느냐, 시집은 어떻게 오게 됐느냐, 자식들은 어떻게 지내느냐 등 사는 일을 묻고 들었다.” 이명복의 ‘해녀 옥순삼춘’(2020). 작가는 ‘옥순삼춘’ 이야기를 유독 많이 했다. “물질할 때 밭일할 때를 다 지켜본 여인”이라고. 그래선지 전시작 중에는 ‘옥순씨 초상’(2018), ‘옥순삼춘’(2019)까지 ‘옥순삼춘’을 그린 작품이 세 점이나 된다(사진=인사아트센터).해녀를 그리겠다고 작정한 적은 없다. 평범하지만 열심히, 아니 지독하게 투박했던 삶을 보니 자연스럽게 붓길이 열리더란 소리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다. “제주 신화에는 여인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가. 그런데 굳이 멀리서 그 주인공을 찾을 게 아니다 싶었다. 내가 그리는 사람이 신화의 주인공인 것을.” 제주생활 10년이 다 돼서 발견한 또 다른 삶. 이내 그네들의 얼굴이 화면에 올려졌다. ‘옥순삼춘’(2019)을 앞세워 ‘해녀 옥순삼춘’(2020), ‘삼춘 초상-변씨’(2020), ‘수원 해녀삼춘’(2020) 등, 거대한 캔버스에 흑백톤으로 박아넣은 해녀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밭일을 하는 굽은 허리, 낡은 옷가지, 거친 손에 들린 호미를 유심히 본 작품도 등장했다. ‘봄’(2020), ‘모정-춘화삼춘’(2020), ‘추수’(2020) 등. 작가 이명복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인사아트센터 ‘삶’ 전에 건 자신의 작품 ‘봄’(2020) 옆에 섰다. 척박한 풍경에 얹은 투박한 삶을 장지에 채색한 가로세로 177×227㎝ 규모의 대작으로 옮겨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장에 걸린 신작 대부분은 지난해 시작해 올초까지 마무리한 것들이다. 영감과 반향으로 멈추지 않는 붓질을 가까스로 추스른, 제주 여인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라고 할까. “여신은 우리 주변에 항상 있더라. 그들이 우리의 신적인 존재지. 다른 데서 더이상 신을 찾지 말자 싶었다.” 묵은 짐을 털어내고 이제야 좀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을까. “맞다. 보람도 있고 성과도 있다. 제주의 상처를 개인사로 집중해볼 기회를 얻은 셈이니. 얼굴은 곧 기록이 아닌가.” 더 감출 것도 더 드러낼 것도 없는 삶. 마주친 그 얼굴에 멈칫했다면 그건 마주친 삶에 멈칫했던 것일 터.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고 나지막이 읊조리고 있는. 전시는 20일까지다. 이명복 ‘삶’ 전의 전경. 왼쪽부터 ‘추수’(2020), ‘모정-춘화삼춘’(2020), ‘봄’(2020)이 걸렸다. 제주살이 10년 만에 작가가 캐낸 가장 ‘사실적인 흔적’들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20.03.09 I 오현주 기자
제주국제유스축구, 성공적 마무리...팔메이라스 우승
  • 제주국제유스축구, 성공적 마무리...팔메이라스 우승
  • 제주국제유스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 명문클럽 SE팔메이라스. 사진=HM스포츠강창학경기장에서 열린 SE팔메이라스 대 성남FC의 결승전. 사진=HM스포츠[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가 전세계 축구 유망주들의 축제인 ‘2019 제주 국제 유스 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제주국제유스축구대회는 18일 결승전을 끝으로 일주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지난 11일 조 추첨식을 시작으로 12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귀포시 관내 5개 천연잔디구장에서 치러졌다.이번 대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대한축구협회의 대회 승인을 얻어 공식 국제대회로 개최됐다. 글로컬(글로벌+로컬) 축구도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축구협회가 주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서귀포시체육회가 후원했다. 스포츠마케팅 전문기업 HM스포츠가 공식 대행사로 선정되어 대회 운영을 진행했다.이번 대회 우승은 브라질을 대표하는 SE 팔메이라스 유스팀이 차지했다. 팔메이라스는 예선리그 3승으로 본선에 진출한 뒤 8강과 4강에서 PSV아인트호벤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결국 18일 강창학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성남FC 유스팀을 접전 끝에 2-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대회 최우수선수에는 팔메이라스의 알란 안드라데 엘리아스가 선정됐다.이날 오전에 열린 3-4위전에서는 포항 스틸러스가 도르트문트를 연장 접전 끝에 4-2로 이기고 3위를 차지했다. 포항은 2골을 먼저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이후 내리 두 골을 넣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간 뒤 연장전에서 2골을 추가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이번 대회는 2018년 2회 대회에 비해 참가팀들의 수준이나 대회 운영 면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을 받았다.대회 우승팀인 팔메이라스의 루카스 감독은 “태풍의 영향으로 대회가 불가피하게 하루 늦춰졌지만 전체적으로 대회가 잘 조직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서로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여러팀들이 참가하는 제주유스축구대회가 내년에도 지속 개최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각 팀들은 승패를 떠나 서로 다른 축구 스타일과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지난 11일 각 팀의 유소년 육성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지도자 컨퍼런스’가 열렸다.경기가 없는 시간에는 각 팀별로 제주월드컵경기장, 서귀포올레시장, 주상절리, 천지연폭포, 성산일출봉 등 서귀포시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2019.08.19 I 이석무 기자
롯데호텔, 지방시와 애프터눈티 프로모션 ‘2019 머스트 비 르 루즈’
  • 롯데호텔, 지방시와 애프터눈티 프로모션 ‘2019 머스트 비 르 루즈’
  • 지방시x 롯데호텔 애프터눈티 프로모션 ‘2019 머스트 비 르 루즈’. (사진=롯데호텔서울)[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롯데호텔서울의 페닌슐라 라운지&바는 프랑스 럭셔리 꾸뛰르 뷰티 브랜드 ‘지방시 뷰티(Givenchy Beauty,지방시)’와 함께 애프터눈티 프로모션 ‘2019 머스트 비 르 루즈(Must Be Le Rouge)’를 오는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선보인다고 18일 밝혔다.이번 행사는 음식과 뷰티에 모두 관심이 많은 여성 고객들의 취향을 한번에 저격할 하반기 최고의 디저트 프로모션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2019 머스트 비 르 루즈 프로모션은 지방시 뷰티의 대표 아이템으로 꼽히는 립스틱 ‘르 루즈’를 오마주하여 특별한 디저트를 내놓는다. IKA 세계요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나성주 제과 명인이 선보이는 웰컴 디쉬 3종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레드립 초콜릿’은 프랑스 발로나산 가나쉬 크림 초콜릿으로 붉은 입술 모양을 형상화 했다. ‘쓰리톤 루즈 젤리’는 지방시의 신상 루즈 3종의 컬러를 신선한 산딸기, 딸기, 블루베리로 재현했다. 프랑스산 산딸기 퓨레를 사용한 프랑스식 마쉬멜로우 ‘산딸기 기모브’는 국내에서는 쉽게 맛보기 힘든 디저트 메뉴이다. 이외에도 도넛 모양 퍼프 페이스트리에 망고크림을 가득 채운 슈로 장식한 생또노레, 엄선한 프랑스산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초콜릿 까눌레, 레드커런트 퓨레를 이용하여 망고볼로 마무리한 파나코타 등 지방시의 립스틱처럼 매혹적이고 강렬한 컬러, 부드러운 텍스처가 돋보이는 디저트의 향연이 펼쳐진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디저트는 지방시에서 특별 제작한 티 트레이로 제공된다. 트레이에 제공되는 13종의 디저트를 2인이 함께 커피 또는 티와 즐길 수 있으며, 가격은 6만 2000원이다(2인 기준). 저녁 6시 이후에는 1만 8천원을 추가하면 기본 음료 대신 알코올 음료로 교체 가능하여 칵테일 4잔 혹은 스파클링 와인 무제한 중 선택할 수 있다. 2019 머스트 비 르 루즈 프로모션은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된다. 네이버 예약으로 8월 31일까지 얼리버드 예약 시 15% 할인 혜택이 있다.프로모션 이용 고객들에게는 지방시의 프리즘 프라이머 매트 등의 샘플 제품과 메이크업 서비스, 파우치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사은 쿠폰을 증정한다. 빨간색 아이템을 착용하고 인증사진을 개인 SNS에 업로드 시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멋진 조명과 인공폭포로 을지로의 숨은 포토스팟으로 꼽히는 페닌슐라 라운지&바에서 실력파 국내 뮤지션들이 월~토 밤 8시부터 11시 40분까지 선보이는 멋진 라이브 재즈 공연도 예정돼 있다.
2019.08.18 I 이윤화 기자
한국인 부녀 사망 크로아티아 국립공원 수영금지 논란
  • 한국인 부녀 사망 크로아티아 국립공원 수영금지 논란
  • 크르카 국립공원 모습 [사진=크르카 국립공원 홈페이지 캡처][이데일리 김은비 인턴기자]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국인 부녀가 익사체로 발견됐던 크로아티아 크르카 국립공원(krka national park)이 별다른 안전관리 없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인 부녀가 익사한 지역은 매년 익사자가 발생하고 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영금지 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국립공원측은 안전관리 규정만 준수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지 언론 N1에 따르면 사고 발생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많은 관광객들은 이곳을 찾아 수영을 즐겼다. 한 관광객은 인터뷰에서 “(수영하는데)문제가 없었고,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크르카 국립공원은 크로아티아 남동부에 위치한 곳으로 하루 1만3000명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포브스지와 인터뷰에서 여름 휴가지로 이곳을 추천해 유명세를 탔다. 특히 이번dp 사고가 발생한 지점인 스크라딘스키 부크는 거대한 폭포 아래서 수영을 즐길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문제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임에도 불구, 물살이 세고 바닥이 고르지 못해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등 위험해 매년 익사자가 나오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수심이 깊은 곳은 수온이 급격히 낮아져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크로아티아 현지에서도 한국인 부녀 사망을 계기로 수영금지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국립공원 측은 관광객 감소 등을 우려해 신중한 모습이다. 크르카 국립공원 관계자는 “입수금지 조치는 수세기동안 이어져온 전통과 방문객들의 안전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크르카 국립공원이 위치한 스크라딘시 시장도 “크르카 국립공원은 매일 수천명이 방문하는 평화로운 곳으로 하이킹이나 수영을 할 경우 규칙과 경고사항을 잘 준수하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한편 현지 경찰은 사망한 한국인 부며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12일 부검을 실시했다. 경찰은 물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부친이 물속에 뛰어들었다가 두 사람 모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9.08.13 I 김은비 기자
  • [피서핫플 터널③] 깊은 동굴 속, 들어서기만 해도 목덜미가 '서늘'
  •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연일 폭염이 계속된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햇살에 등과 어깨가 따갑다. 어디 시원한 곳 없을까. 본능적으로 그늘을 찾지만, 그늘에서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불어오는 바람마저 열기가 느껴진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가득한 실내로 들어가도 마찬가지. 역시 자연이 주는 바람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올여름에는 깊은 동굴 속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들어서기만 해도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냉기 가득한 곳. 터널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뼛속까지 시원해진다. 동굴 가운데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도 있지만, 사람이 만든 동굴도 있다. 그런 동굴에는 대개 아픔이 서려 있게 마련이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강제로 만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순창 향가터널도 그렇다.◇일제강점기 아픔이 서려 있는 향가터널순창에서 곡성 방향으로 한적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향가유원지 표지판이 보인다. 향가유원지는 이름 그대로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 향가마을에 있는 유원지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가 모래밭에 자리 잡은 향가유원지에는 캠핑장을 비롯한 위락 시설이 들어서, 주말이면 지역민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이 여가를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다. 강폭이 약 100m인 향가유원지 근방은 낚시터로도 유명해, 가을에는 제법 큰 돌붕어가 잡힌다. 그래서인지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이 자주 보인다.유원지로 진입하기 전에 있는 향가터널은 일제강점기?말?순창과 남원, 담양 지역의?쌀을?수탈하기?위해 일본군이 만든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목포와 나주, 송정, 담양, 순창 등 호남의 곡창지대를 관통하던 철도가 이 터널을 지나갔다. 단단한 암벽을 뚫고 만든 터널은 길이 384m에, 차 한 대가 너끈히 지나갈 정도로 넓다. 얼마나 많은 순창 군민의 노동력을 착취했는지 짐작이 간다.1945년 광복 후에는 마을을 오가는 터널로 사용되다가, 2013년 섬진강종주자전거길을 조성하며 터널 내부를 새롭게 정비하고 조명도 설치했다. 향가터널 주변은 섬진강종주자전거길 전체 구간 중 경치가 빼어나, 자전거 동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간이다.터널 입구에는 곡괭이로 굴을 파는 농민과 총이나 곤봉을 든 일본 순사의 모형이 있다. 일본 순사의 악랄한 표정이 생생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냉기가 피부에 와 닿는다. 터널 속으로 한 발자국 들어왔을 뿐인데, 기온이 10℃는 낮아진 것 같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도 터널 속으로 침범하지 못한다.천장에는 하얀 비둘기 모형이 매달렸다. 수탈과 억압의 현장에서 평화의 상징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터널 벽에는 당시의 공사 현장과 미곡 수탈 과정을 재현해놓았다. 욱일기 아래 힘겹게 돌을 짊어지고 가는 농민의 모습에 최근 한일 상황이 맞물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소름이 돋는다.터널을 지나는 데는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시원하다 보니 몇 번이나 왕복하게 되고, 어느새 더위가 잊힌다. 터널에서 빠져나오면 섬진강종주자전거길 인증센터가 있다.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를 닮은 인증센터에는 자전거길 안내도와 인증 스탬프가 있다. 섬진강종주자전거길은 섬진강댐에서 시작해 장군목과 향가유원지, 횡탄정, 사성암, 남도대교를 지나 배알도수변공원에 이르며, 총 149km에 달한다. 향가유원지에서 자전거를 빌려 잠깐 바람을 가르며 달려도 좋을 듯.◇향가터널만큼 시원한 ‘강천산’순창에서 향가터널만큼 시원한 곳이 강천산이다. 산세가 수려하기로 소문난 강천산은 국내 첫 군립공원으로,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과 닮아서 용천산이라고도 부른다. 강천산 최고의 자랑거리는 맨발산책로. 매표소부터 2.25km 이어지니 꼭 걸어보시길. 울창한 숲길을 맨발로 걷다 보면 시원함이 발바닥에서 온몸으로 퍼진다. 가파르지 않아 아이들도 함께 걸을 수 있다.초입에 높이 40m, 폭 15m로 조성한 병풍폭포가 청량감을 준다. 폭포에서 이슬처럼 흩날리는 물방울을 맞노라면 더위가 저만큼 달아난다. 강천산 허리에 걸쳐진 길이 75m, 높이 50m 현수교 역시 아찔한 스릴을 준다. 매표소에서 3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어 가족과 산책 삼아 걷기 좋다.순창에서 강천사로 가는 지방도 792호선은 메타세쿼이아길이 유명하다. 차에서 잠깐 내려 걸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울창한 메타세쿼이아길은 인근 담양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여름 드라이브의 묘미를 만끽하는 곳이기도 하다.순창 하면 고추장이 떠오른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는 가문의 비법대로 고추장을 담그는 명인이 수두룩하다. 순창군이 전통 고추장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1997년 조성한 곳으로, 순창군 곳곳에 있던 고추장 제조 장인을 아미산 자락 백산리 일대에 모았다. 한옥 마당에는 장항아리가 가득하고, 시식할 수 있는 판매장이 들어섰다.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맛보다가 마음에 드는 집에서 구입하면 된다.순창 여행은 장군목에서 마무리한다. 임실군과 인접한 순창군 동계면 어치리 내룡마을에 있다. 길이 212km가 넘는 섬진강에서도 경치가 가장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수만 년 동안 거센 물살이 만들어낸 기묘한 바위가 약 3km나 이어진다. 용이 꿈틀거리며 파헤친 것만 같다. 강 한가운데 요강바위가 있는데, 이름처럼 움푹 파였다. 한국전쟁 당시 토벌대에 쫓기던 빨치산 5명이 이 바위에 몸을 숨기고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 바위에 기도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도 있다.◇여행메모△여행 코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지방도 792호선 메타세쿼이아길→강천산→ 향가터널→장군목△가는길=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국도 26호선→조촌교차로에서 군산·익산 방면→호남로→구이교차로에서 순창 방면→모악로→순창고교교차로에서 남원·벌교·순창 IC 방면→담순로→대동로→향가로→향가터널△먹을곳= 전통순대는 남계로의 2대째순대와 남계로의 연다라전통순대, 남계로의 봉깨순대, 산채비빔밥은 강선산길의 강천풍경식이 유명하다. △주변볼거리= 훈몽재 유지, 전라북도산림박물관, 예향천리마실길 등
2019.08.04 I 강경록 기자
 송골송골 땀방울이 '쏙', 더위 피해 도심 속 동굴로
  • [폭염탈출①] 송골송골 땀방울이 '쏙', 더위 피해 도심 속 동굴로
  • 천곡황금박쥐동굴 탐방의 하이라이트, 샘실신당[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동굴 탐방을 위해 꼭 깊은 산골까지 갈 필요는 없다. 도심에도 꽤 운치 있는 동굴이 있다.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은 국내에서 유일한 도심 속 천연 동굴이다. 수억 년 세월을 간직한 동굴 옆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시내버스가 빈번하게 오가는 낯선 풍경이다. 동굴 뒤쪽에는 석회암 지형과 어우러진 탐방로가 조성되어 인근 주민이 산책로로 애용한다.안전 헬멧을 쓰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면 신비한 지하 세계 탐험이 시작된다.◇평균 기온 10~15℃, 천국이네동해시 동굴로의 천곡황금박쥐동굴은 1991년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처음 발견됐다. 1996년 일반에 공개됐으니 알려진 세월이 20여 년에 불과하다. 동굴은 총 길이 1,510m이며, 깊이는 10m에 달한다. 생성 시기는 4억~5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810m가 관람 구간으로 개방된다. 동굴의 본래 명칭은 천곡천연동굴. 올 봄 동굴 훼손을 막기 위한 개·보수를 하고, 지난 6월에 천곡황금박쥐동굴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천곡황금박쥐동굴에는 황금박쥐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박쥐(붉은박쥐)는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적어 멸종 위기종 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 야생동물이다. 동굴 입구에는 황금박쥐 모형이 커다랗게 장식돼 분위기를 더한다. 안전 헬멧을 쓰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면 신비한 지하 세계 탐험이 시작된다. 입구부터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동굴은 피서지로 손색없다. 동굴의 평균기온은 10~15℃.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이 이내 사라진다. 동굴은 석회동굴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바닥에 솟은 석순과 천장에 매달린 대형 종유석, 석순과 종유석이 연결된 석주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흥미진진한 동굴 탐방을 이끈다. 오백나한상, 사천왕상, 피아노상 등 다양한 2차 생성물도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석주가 되려면 보통 수만 년이 걸린다는데, 아슬아슬하게 만남을 기다리는 석회 지형도 볼거리다. 종유석은 1년에 0.2mm 정도 자라며, 손으로 만지거나 부러뜨리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한다.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천곡황금박쥐동굴은 석회암의 용식작용이 계속되는 현재진행형 동굴이다. 동굴에 물이 차면서 굴곡을 형성한 천장 용식구는 국내 동굴 중 최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용식구 가운데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한 용굴은 크기가 압권이다. 동굴은 몸을 절반으로 낮춰서 통과하거나, 앉아서 올려다봐야 진면목을 관람할 수 있는 코스가 이어진다. 툭툭 머리를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라 헬멧 착용은 필수다.동해의 사계, 반딧불이 등을 감상하는 특수 조명 쇼◇ 특수 조명으로 더 신비로워 져동굴 탐방의 하이라이트는 샘실신당이다. 천장을 떠받친 석주와 좌불상 등이 한자리에 모인 지형으로, 조명 시설도 새롭게 갖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탐방로 중 최근 개방된 저승굴은 어두침침해 오히려 실감 난다. 발을 디뎌야 불이 들어오는 조명효과로 동굴 탐험의 묘미가 전해진다. 저승굴 구역에는 천곡황금박쥐동굴에서 발견된 동물 뼈를 전시한다.동굴 내에서 동해의 사계, 반딧불이 등을 감상하는 특수 조명 쇼도 올해부터 관람할 수 있다. 천곡황금박쥐동굴은 개방 시기가 비교적 짧아 생성물의 원형이 잘 보존된 상태다. 동굴이 들어선 천곡동은 예부터 큰 샘이 있던 마을로, 동네 이름이 여기서 비롯됐다. 구릉에 어미 소와 송아지를 풀어놓으면 송아지만 엉뚱한 곳에서 발견돼, 주민들이 어딘가 지하 비밀 통로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는 사연도 내려온다. 동굴 밖으로 나서면 돌리네탐방로가 이어진다. 돌리네(Doline)는 동굴 생성의 비밀을 간직한 석회암 분지로, 천곡황금박쥐동굴 위쪽으로 군데군데 형성됐다. 나무 데크 탐방로를 따라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으며, 야생화 군락지와 쉼터가 어우러져 산책 코스로 좋다. 동굴관리사무소 2층에는 동굴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화석을 전시한다.시내에서 천곡황금박쥐동굴로 향하는 길은 제법 편리하다. 동해시청에서 10여 분이면 걸어갈 수 있으며, 동해종합버스터미널에서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다. 동해시의 필수 관광 코스인 논골담길, 무릉계곡 등이 동굴 앞에서 시내버스로 한 번에 연결된다. 동굴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주차료 1000원). 여름 성수기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예약하면 문화관광해설사가 동굴에 담긴 흥미진진한 얘기를 무료로 들려준다.논골담길 바람의언덕전망대◇논골담길·대진해변·무릉계곡 등 볼거리 많아어두컴컴한 동굴과 달리, 동해시의 화창한 골목은 논골담길로 연결된다. 묵호 논골담길은 옛 묵호항의 사연과 바다 풍경이 담긴 길이다. 묵호등대로 이어지는 비탈진 골목에는 바다에 의지해 살아간 주민들의 삶이 벽화로 표현됐다. 논골담길은 1길, 2길, 3길, 등대오름길로 구분되는데 무작정 배회하며 느닷없이 일상과 마주하는 것도 골목을 즐기는 묘미다. 오징어와 명태를 지게로 날랐다는 길목 정상은 묵호등대로 연결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에서 하룻밤 묵거나, 바람의언덕전망대에서 바닷바람에 취해 커피 한잔 마셔도 좋다. 번잡한 논골담길을 벗어나 동해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탁 트인 대진해변을 만난다. 대진해변은 서퍼들이 사랑하는 해변이다. 양양 죽도해변이 서핑 포인트로 알려졌지만, 최근 서핑 마니아들은 한적한 파도를 찾아 이곳 대진해변을 찾는다.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진 대진해변 입구에는 서핑 강습을 하는 상가와 민박, 카페 등이 오붓하게 들어섰다. 대진항을 품은 대진마을은 경복궁의 정동방에 위치한 동네다.여름 동해 여행에서 무릉계곡을 빼놓을 수 없다. 무릉계곡은 신선이 노닐었다는 백두대간의 절경을 간직한 곳이다. 무릉계곡 초입의 무릉반석은 희고 커다란 바위가 펼쳐진 경이로운 공간에 다양한 기념 석각이 있다. 그중 조선의 4대 명필인 봉래 양사언이 새긴 석각이 풍류를 더한다. 무릉계곡 물줄기는 비 온 뒤에 더욱 활기찬 소리를 뿜어낸다.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쌍폭포, 용추폭포, 학소대 등이 계곡의 청량함을 완성한다.청량한 무릉계곡 쌍폭포◇여행메모△여행 코스= 천곡황금박쥐동굴→무릉계곡→동해무릉건강숲→숙박→ 논골담길→대진해변→북평민속시장→추암촛대바위출렁다리△가는길= 동해고속도로→동해 IC→동해대로→운동장사거리 우회전→천곡황금박쥐동굴△먹을곳= 짬뽕은 대동로의 덕취원, 물회는 일출로의 부흥횟집, 곰칫국은 일출로의 칠형제곰치국, 해물탕은 한섬로의 천곡해물탕이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추암촛대바위출렁다리, 북평민속시장, 동해무릉건강숲, 묵호야시장서퍼들이 사랑하는 대진해변
2019.08.03 I 강경록 기자
 옛 선조들도 더위 피해 찾아간 신비 동굴
  • [폭염탈출②] 옛 선조들도 더위 피해 찾아간 신비 동굴
  • 2억 5000만 년의 신비를 품은 성류굴 내부[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금장산에서 발원한 왕피천은 61km를 거침없이 흘러 망양정 앞으로 빠져나간다. 왕피천이 바다로 흘러들기 직전에 선유산(199m)이 우뚝하고, 절벽 아래 울진 성류굴(천연기념물 155호)이 있다. 임진왜란 때 불상을 굴에 옮겨 성류굴(聖留窟, 성스러운 불상이 머무른 곳)이라 불렀고, 장천굴 혹은 선유굴이라고도 했다. 성류굴은 총 길이 870m로 주굴 330m, 주굴에서 이어지는 지굴 540m이며, 현재 일반인에게 개방된 구간은 270m다.화랑과 울진현령의 이름이 새겨진 종유석△사계절 내내 20도 이하로 유지성류굴은 2억 5000만 년 전에 탄생한 석회동굴이다. 4억 6000만 년 전 하부 고생대인 오르도비스기, 울진 지역은 얕고 따뜻한 바다였다. 산호초가 번성했고, 죽은 산호들이 퇴적해 석회암 지대가 생성됐다. 이 석회암 지대가 융기한 뒤 지상에서 빗물이 스며들고,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물이 지하의 석회암 지대를 만나 탄산칼슘을 녹이면서 형성된 것이 석회동굴이다. 석회동굴에서는 스며든 물이 떨어지며 종유석과 석순이 자란다. 성류굴의 장엄한 풍경은 2억 5000만 년 전 천장에서 떨어진 물 한 방울에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성류굴은 다른 동굴과 달리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명문과 글, 그림 등을 남겼다. 지난봄에 발견된 동굴 명문에는 임랑, 공랑 등 화랑의 이름과 울진현령 이복연의 이름 등이 새겨졌다. 고려 말 학자 이곡은 성류굴을 탐험하고 《관동유기》에 우리나라 최초로 동굴 탐험기를 썼다. 성류굴과 관련된 시나 그림에는 역사 인물도 등장한다. 매월당 김시습은 〈성류굴에서 하룻밤 자며〉라는 시를 남겼고, 겸재 정선은 포항의 청하현감으로 내려갈 때 이곳에 들러 성류굴을 그렸다. 아마도 성류굴은 신라의 화랑과 승려들이 찾은 수도 공간이자, 고려와 조선 시대 학자와 선비들이 유람하며 글과 그림을 남긴 희대의 명승지가 아니었을까?동굴 호수에 잠긴 종유석과 석순이제 선조의 발길을 따라 성류굴을 탐험해보자. 북부주차장에서 길이 왕피천과 나란히 이어지고, 커다란 암반 사이로 성류굴 입구가 있다. 입구는 한 사람이 허리를 굽혀야 간신히 들어갈 정도지만, 들어서는 순간 넓게 트이며 환상적인 석회동굴의 향연이 펼쳐진다. 12개 광장 가운데 1광장 연무동석실부터 10광장 여의동까지 신비스럽고 기괴한 종유석과 석순이 여행자를 맞는다. 사계절 온도 15∼17℃, 습도 80~90%를 유지해 시원함을 더한다.최근 크게 알려진 8광장 초연광장 전경◇산리부터 조선까지 사람 흔적 고스란히 남아1광장 연무동석실은 임진왜란의 비극이 서린 곳이다. 왜군이 쳐들어오자 백성 500여 명이 성류굴로 피란했는데, 왜군이 이 사실을 알고 입구를 막아 모두 굶어 죽었다고 한다. 5광장에서는 우측으로 길이 잠시 이어진다. 성류굴에 있는 5개 동굴 호수 가운데 용신지다. 동굴 호수 어디엔가 왕피천과 이어진 곳이 있어 물길이 생겼다. 왕피천의 수위가 높아지면 성류굴 호수의 수위도 높아지고, 때로는 호수의 수위가 높아 출입이 통제되기도 한다. 애초부터 호수가 있었다면 석순이 자라지 못했을 터. 종유석과 석순이 만들어진 뒤 동굴에 물이 찬 것이다. 잔잔한 호수 위로 석순과 석주가 있어 여느 동굴보다 신비롭다. 연못에는 향어나 잉어도 종종 보인다니 왕피천과 동굴을 이어주는 경계가 더욱 궁금하다.8광장 초연광장은 최근 크게 알려졌다. 이곳 종유석과 암벽에서 진흥왕이 행차했다는 명문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진흥왕이 누구인가? 신라의 전성기를 누리며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고, 가는 곳마다 순수비를 남긴 정복 군주다. 명문은 6행 총 25자로, “경진년 6월 잔교를 만들고 뱃사공을 배불리 먹였다. 여자 둘이 교대로 보좌하며 펼쳤다. 진흥왕이 다녀가셨다(행차하셨다). 세상에 도움이 된 이(보좌한 이)가 50인이었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진흥왕 행차 명문경진육월일(庚辰六月日)과 진흥왕거(眞興王擧)는 지금까지 풀지 못한 많은 수수께끼의 열쇠가 된다. 먼저 연대와 다녀간 인물이 확연히 드러난다. 경진년은 560년(진흥왕 21)이고, ‘진흥왕거’는 진흥왕이 이곳에 왔다는 증거다. 중국 《북제서》 권 7에는 “신라국왕 김진흥(金眞興)을 사지절 동이교위 낙랑군공 신라왕으로 삼았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성류굴에 명문을 새기고 5년이 지난 565년이다. 진흥왕의 생전 이름이 진흥임을 확인한 셈이다. 또 《삼국사기》 〈신라본기〉 진흥왕 조에는 진흥왕 20년부터 22년까지 3년간 기록이 비는데, 이 명문을 통해서 진흥왕의 공백기가 없음을 알 수 있다.10광장 여의동까지 하마바위, 마귀할멈, 아기공룡둘리 등 형상에 따라 이름 붙인 자연 조형물을 차례로 만난다. 성류굴은 개방된 구간이 270m에 불과하지만, 2억 5000만 년 세월과 신라부터 조선 시대까지 사람의 흔적이 고스란한 역사의 동굴이다. 성류굴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500원, 경로 1000원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다.드라마세트장 ‘어부의집’에서 본 하트해변◇바다와 산, 그리고 온천까지죽변항은 후포항과 함께 울진을 대표하는 항구다. 죽변항 북쪽에는 죽변등대와 함께 〈폭풍 속으로〉 드라마세트장 ‘어부의집’이 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절벽 위에 있어 그림 같다. 어부의집 내부는 개방되고, 뒤쪽으로 나가면 절벽 아래로 하트해변이 보인다. 어부의집 인근에 ‘용의꿈길’이 있다. 구불구불한 대숲을 따라 죽변등대까지 이어진다. 대숲 사이로 조성된 전망대에서는 어부의집과 푸른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죽변등대는 1910년 불을 밝힌 이래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죽변등대까지 다녀오는 데 10분 남짓 걸린다.울진봉평리신라비전시관은 울진 봉평리 신라비(국보 242호)를 비롯해 우리나라 석비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곳이다. 봉평리 신라비는 1988년 논에 거꾸로 박힌 돌기둥이 신라 시대 비석으로 확인되면서 알려졌다. 비석에는 399자가 새겨졌는데, 524년(법흥왕 11) 울진 지역의 반란을 진압하고 후속 조치를 취한 내용이다. 전시관 외부에는 야외비석공원이 있다. 광개토대왕릉비를 비롯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 북관대첩비 등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국보와 보물급 석비 32기를 재현했다. 죽변항에서 울진봉평리신라비전시관 가는 길에 높이 11m, 수령 약 550년이나 되는 울진 후정리 향나무(천연기념물 158호)도 만나보자.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원도와 경상북도로 나뉘는 고포마을울진군 북쪽 끄트머리에는 고포마을이 있다. 동서로 이어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원도와 경상북도로 나뉘어 북쪽은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남쪽은 울진군 북면 나곡리다. 지역번호도 다르고, 주민센터도 다르며, 이장도 두 명이다. 길 한가운데 서면 한 발은 강원도, 한 발은 경상북도에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고포마을 인근의 옛 국도 7호선 변에는 도화동산이 있다. 8월이면 도화동산은 배롱나무꽃이 만발한다. 공원 정상부에서 울진의 웅장한 산세와 동해, 남북으로 새롭게 뻗은 국도 7호선이 한눈에 들어온다.이제 삼욕 가운데 온천욕과 삼림욕을 즐길 차례다. 덕구온천은 42.4℃ 온천수 2000여 t이 날마다 자연 용출하며, 물을 데우거나 섞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보양 온천으로, 스파 시설까지 갖춰 온천욕에 물놀이를 겸할 수 있다. 덕구온천리조트 콘도 뒤로 덕구테마계곡 등산로가 있다. 덕구계곡을 끼고 온천수가 공급되는 원탕을 거쳐 응봉산으로 이어진다. 원탕까지 4km 거리지만 등산로가 대체로 평탄해 어르신과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른다. 등산로 입구에서 1.5km 남짓 떨어진 용소폭포에 다녀와도 좋다. 길이 덕구계곡과 응봉산의 울창한 숲을 끼고 있어 그림 같은 비경은 물론, 삼림욕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덕구계곡은 성류굴, 불영사계곡, 왕피천과 함께 경북동해안지질공원의 지질 명소이기도 하다.덕구계곡 용소폭포의 웅장한 모습성류굴이 있는 왕피천은 불영사계곡을 거쳐 내려오는 광천을 아우른다. 광천을 따라 봉화와 영주를 잇는 국도 36호선이 나란한데, 이 길에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다양한 민물고기와 천연기념물, 멸종 위기종 등을 볼 수 있는 경상북도민물고기생태체험관, 불영사계곡의 풍광이 수려한 불영사가 차례로 나온다. 국도 36호선으로 귀가한다면 꼭 들러야 할 울진의 명소다. 경상북도민물고기생태체험관 인근에 울진 수산리 굴참나무(천연기념물 96호), 행곡리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409호) 등 노거수도 만나보자.아름다운 불영사계곡과 함께하는 불영사 가는 길◇여행메모△여행 코스= 불영사→경상북도민물고기생태체험관(울진 행곡리 처진소나무, 수산리 굴참나무)→울진 성류굴→울진 대풍헌→월송정→등기산스카이워크→덕구온천 덕구테마계곡→덕구온천리조트스파월드→〈폭풍 속으로〉 드라마세트장→울진 후정리 향나무→울진봉평리신라비전시관△가는길= 중앙고속도로 풍기 IC→풍기 방면 우회전, 1.3km 이동→봉현회전교차로에서 봉화·영주 방면 국도 5호선, 9km 직진→가흥교차로에서 봉화·울진 방면 국도 36호선, 42km 직진→현동교차로에서 우측, 현동1교차로에서 울진 방면 국도 36호선, 23.6km 이동→삼근교차로에서 국도 36호선, 23.6km 이동→수산교차로에서 포항 방면 우회전, 다리 건너 노음교차로에서 우회전, 1.9km 직진→성류굴△먹을곳= 회국수는 읍내1길의 칼국수식당, 왕새우볶음밥은 죽변중앙로의 하와이새우트럭 울진점, 물회는 망양로의 울산회식당과 죽변중앙로의 정훈이네횟집, 옹심이칼국수는 덕구온천로의 장모씨암탉이 유명하다.△주변 볼거리= 나곡바다낚시공원,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세트장, 울진과학체험관, 울진아쿠아리움, 금강송에코리움, 십이령옛길, 왕피천생태탐방로, 울진 대풍헌, 월송정, 망양정, 등기산스카이워크국도 36호선에서 만나는 울진 수산리 굴참나무
2019.08.03 I 강경록 기자
오염된 곳에서 물놀이는 피해야...수인성 질병의 원인 될수도
  • 오염된 곳에서 물놀이는 피해야...수인성 질병의 원인 될수도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여름 나들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물놀이지만 이후 각종 질병들에 시달릴 수 있다. 특히 오염된 곳에서 물놀이 했을 때 잘 걸리는 병을 수인성 질병이라고 한다. 물을 매개체로 병균이 전달되어 나타나는 질병을 통칭하는데 오염된 물을 섭취하거나 피부에 닿게 되어 귀, 눈, 장기 등에 영향을 주고 질병을 야기한다. 어린이들은 수영장 물을 먹는 경우가 많고 전염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물놀이 관련 질병 중 대표적인 것이 수족구병이다. 손과 발, 입안에 물집이나 붉은 반점이 생기는 질환으로 고열이 동반될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에게 발병률이 높으나 성인도 걸릴 수 있다. 수족구병 바이러스는 주로 침이나 대변 등의 분비물로 전파된다. 한번 걸려도 다시 걸릴 수 있으며 예방하는 백신도 없다. 전염력이 강해서 격리하지 않으면 쉽게 옮길 수 있다. 입안에 궤양과 수포가 생기면 통증으로 잘 먹지 못해 탈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하면 뇌수막염, 뇌염같은 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서현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물놀이 중 물을 코나 입으로 삼키면 세균이 들어와 설사와 구토, 발열을 야기하는 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잠복기가 몇 시간에서 1-2주까지 길어지기 때문에 물놀이와 연관됐다고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바닥분수, 벽면폭포, 공원의 작은 개울 등에서는 신발을 신은 채 놀면 오염된 물이 흩날리면서 감염원에 노출된다. 이런 시설의 물은 대부분 고여 있기 때문에 세균이 잘 번식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바닷물 속에서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이 증식한다. 세균은 거기에 서식하는 해산물로 옮겨지고 이를 충분히 익혀먹지 않으면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릴 수 있다. 바닷물에서 피부에 상처를 통해서도 이 균이 들어오기도 한다. 발열, 복통과 함께 균혈증이 생기고 주로 다리에 큰 물집이 생겼다가 점차 괴사조직으로 변해가는 경과를 보인다. 이 질환은 특히 간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서 주로 발생하고 이 경우에 치사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물놀이의 대표적 질병이 아폴로 눈병으로 잘 알려진 결막 염증이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아데노바이러스, 급성출혈결막염은 엔테로 바이러스와 콕사키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 질환이다. 눈이 충혈되고 눈곱이 과다하게 끼며 눈에 이물감과 눈부심이 동반되며 눈물을 많이 흘리며, 눈꺼풀이 붓는다. 심한 경우 각막까지 벗겨져 통증이 크고 눈을 뜰 수 없는 증상도 나타난다. 전염성이 매우 높아 자주 씻고 눈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렌즈를 끼고 수영하지 않아야하며 눈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가급적 물놀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 물놀이 하면서 피부질환 예방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주로 무덥고 습하며 비위생적인 환경일 때 피부에 생기는 농가진은 영유아와 아토피 피부염 아이에게 더 잘 걸린다. 지저분해보이는 물집과 고름, 딱지가 생기며 가려워서 긁으면 다시 신체 다른 부위로 전염되어 새로운 병소가 계속 발생하게 된다. 물놀이 중 자외선에 과다 노출되면 피부세포가 손상되어 붉어지고 가려운 일광화상이 발생한다. 태양광선이 가장 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야외 물놀이를 가급적 자제하고 자외선 차단제, 모자와 겉옷으로 피부를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 또한 수영장물을 소독하는 염소, 붕소 등 화학물질이 피부를 자극해 접촉성 피부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물놀이 직후 바로 몸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이서현 교수는 “물놀이 후 귀의 입구에서 고막으로 연결되는 외이도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면서 “귀에 들어간 물은 억지로 빼려 하지 말고 머리를 기울여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귀를 파다가 상처가 생겨 염증으로 진행되면 통증, 가려움, 귀가 먹먹한 느낌이 나타나며 심하면 청력저하를 유발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놀이 관련 질환 예방법 1.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장소에서 하고 전후에 깨끗하게 씻기 2. 물을 삼키지 말고 입에 닿는 것도 주의하기3. 물안경과 귀마개, 수영모자로 눈과 귀 보호하기 4. 피부에 상처가 있으면 물에 안 들어가기 5. 야외에서는 1시간 간격으로 자주 자외선차단제 덧바르기6. 이상증세가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아가기
2019.08.03 I 이순용 기자
 우륵이 반한 남한강에 '풍덩'…가마솥 더위도 '안녕'
  • [여행] 우륵이 반한 남한강에 '풍덩'…가마솥 더위도 '안녕'
  • 충주 탄금대에서 가장 풍광이 좋은 열두대.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크게 패한 신립이 몸을 던진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충주=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길었던 장마가 끝났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이제 시작이다. 무더운 여름날에는 역시 물에서 노는 게 최고. 물놀이라면 계곡이나 바다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이에 못지않은 피서지가 있다. 물의 고장 충북 충주다. 충주호와 탄금호가 있고, 충주시청을 기준으로 남쪽에는 달천이, 서쪽에는 요도천이 흐른다. 남한강은 동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져 흐른다. 호수와 물줄기 중심으로 충주를 대표하는 명소도 많다. 우륵이 가야금을 뜯었다는 ‘탄금대’, 통일신라에 지어진 석탑 중 가장 규모가 큰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중앙탑)’, 달천강이 빚은 최고의 경관인 ‘수주팔봉’ 등등. 청정 물길에서 다양한 수상레저를 즐기고 있노라면 한여름 더위도 어느새 잊힌다. 탄금호에서 수상스키를 즐기고 있는 여행객◇수상레저 메카로 떠오르는 ‘충주’충주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탄금호. 탄금호는 남한강 물줄기가 만든 호수다. 호수 주변으로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 제6호)과 탄금대를 양안에 거느리며 푸른 물빛을 자랑한다.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열렸던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 가면 신나는 수상 레포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한국해양소년단충북연맹이 운영하는 탄금호 수상레포츠 레저체험 아카데미는 다양한 수상 레포츠 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탄금호에서 수상레저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조금 더 스릴을 즐기고자 한다면 사설업체를 찾는 것이 좋다. 탄금호 주변으로 여러 수상레저 업체들이 있다. 수상스키·웨이크보드 강습은 물론 바나나보트, 땅콩보트, 디스코팡팡 같은 일반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물놀이 기구를 갖추고 있다. 체험 전 지상교육을 포함한 기본 교육을 받으면 누구라도 시원한 물살을 가르는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다. 물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디스코 팡팡’ 등 수상 놀이기구를 탑승하는 방법도 있다중앙탑 사적공원에 있는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탄금호 주변으로는 볼거리도 많다. 충주 중앙탑이 서 있는 중앙탑 사적공원은 한여름 저녁 풍경이 낭만적인 곳이다. 중앙탑은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을 말한다. 정식 명칭 대신 충주 사람들이 모두 ‘중앙탑’이라 부르는 이 석탑은 통일신라 때 세운 것이다. 중앙탑이라 불리는 이유도 재미있다. 신라 원성왕이 국토의 중앙이 어딘지를 알아보기 위해 보폭이 같고 걸음의 속도도 같은 사람 둘을 남과 북의 끝 지점에서 동시에 출발 시켜 그 둘이 만난 자리에다 이 탑을 세웠다는 이야기다. 국토의 정중앙에 탑을 세웠다는 것이다.석탑의 높이는 신라 탑 중에서 가장 높은 15.4m. 경주의 다보탑과 닮은 모양새다. 이중의 기단 위에 7층의 탑신을 올렸고, 그 위에 상륜부를 구성했다. 전각부의 작은 구멍은 풍경을 단 자리다. 창건 당시에는 꽤 장엄한 모양새였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 시대에 중수한 흔적도 있다. 1917년 해체·복원 작업을 했는데 6층 탑신에서 서류편과 동경 2점 등이, 기단부에서 청동제 뚜껑 있는 합이 나왔다. 이 가운데 동경 2점은 고려 때 물건으로, 사리를 봉안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탄금대 최고 비경인 열두대◇울창한 숲과 탁 트인 전망 일품 ‘탄금대’탄금대공원 충혼탑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는 탄금대(彈琴臺)도 지척이다. 남한강과 달천이 합류하는 합수머리인 대문산(107m)에 자리했다. 울창한 숲과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충주 시민의 휴식공간이다. 솔바람·강바람이 가야금 선율처럼 맑고 투명하다.들머리는 탄금대공원 주차장. 주차장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울창한 소나무와 길 양편으로 놓인 조각품이 반긴다. 100m 정도 숲길을 걸어가면 높다란 탑 2개가 있다. 앞의 탑은 6·25 한국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순국한 충주 출신 2838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1956년에 세운 충혼탑이다. 왼편에는 임진왜란 때 북상하던 왜군을 저지하다가 탄금대에서 순절한 신립 장군과 8000명의 병사를 기리는 위령탑이다.위령탑 바로 옆의 ‘감자꽃 노래비’도 눈길을 끈다. 이 노래비는 충주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때의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권태응의 동요를 기리는 비다. 노래비에는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그의 대표작 감자꽃이 새겨져 있다. 시인은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강요된 ‘창씨개명’을 반대하는 은유로 시를 썼다고 한다.노래비를 지나 탄금정으로 오르는 길은 솔숲이 일품이다. 나무들이 허공에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 자유롭다. 탄금정은 1955년 충주 관아의 연못에 있던 정자 천운정을 이곳으로 옮긴 것이지만, 정자가 낡아서 최근 새로 지었다. 탄금정에서 가파른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탄금대 최고 절경인 열두대라는 층암절벽이 있다.탄금정은 1955년 충주 관아의 연못에 있던 정자 천운정을 이곳으로 옮겨왔다.열두대에 서면 남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남쪽에서 흘러온 달천과 서쪽에서 온 남한강이 만나 열두대 앞에서 몸을 섞는다. 열두대는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크게 패한 신립(1546~1592)이 몸을 던진 곳으로 알려졌다. 신립은 최후의 싸움을 펼치며 군사를 독려하느라 또는 뜨거워진 활줄을 식히느라 이 벼랑을 열두 번이나 오르내렸지만 끝내 이곳에서 몸을 던졌다고 한다. 남한강은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묵묵히 몸을 뒤척이며 흘러간다.달천강이 빚은 최고의 비경 ‘수주팔봉’◇달천강이 빚은 최고의 경관 ‘수주팔봉’탄금대에서 남쪽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살미면 향산리 남쪽에 솟아있는 수주팔봉.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천강이 빚어 놓은 ‘작품’이다. 높이가 493m로 야트막하지만, 험준한 바위봉을 등에 업어 위엄이 느껴지는 작지만 커다란 산이다.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 등 깍아지른 듯 뾰족한 모양새의 봉우리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산이 지천인 이 땅에 이만한 봉우리야 어디서든 볼 수 없겠냐만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강줄기와 폭포, 모래톱이 어우러진 풍광이 마치 병풍 속 그림 같다.끊어진 수주팔봉 봉우리 사이를 연결하는 출렁다리.속리산에서 발원한 달래강은 충북 괴산군을 적신 후 수주팔봉을 지나 탄금대 앞에서 남한강과 합류한다. 125㎞에 걸쳐 만들어 놓은 풍광은 이뿐 아니다. 인근 화양구곡과 선유동, 쌍곡 모두 달래강의 품에서 탄생했다. 달래강은 불리는 이름이 여럿이다. 그 옛날 강에 수달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달강’이라 부르기도 하고 물맛이 좋아 ‘달천’으로도 불린다. 달천동 주변에 ‘달다’는 뜻의 단월동과 단호사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래강의 물맛은 예나 지금이나 조선 최고의 물로 꼽힌다. 조선시대 학자 허백당 성현(成俔)은 ‘용재총화’에 ‘우리나라 물맛은 충주 달천수가 으뜸이며 오대산 우통수가 두번째, 속리산 삼타수가 세번째로 좋다’고 기록했을 정도다.수주팔봉 출렁다리. 수주팔봉은 달래강변을 둘러친 여덟 봉우리에서 얻은 이름이다. 일제시대 때 본래 물길이 흐르던 유역을 농지로 개간하기 위해 팔봉의 산허리를 끊었다.수주팔봉은 달래강변을 둘러친 여덟 봉우리에서 얻은 이름. 여덟 봉우리가 치닫는 중간이 뚝 잘렸다. 일제시대 때 본래 물길이 흐르던 유역을 농지로 개간하기 위해 팔봉의 산허리를 끊었기 때문. 그 ‘덕’에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는 작은 폭포가 생겨 운치를 더해준다. 30m 높이의 칼바위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는 장마 때 물이 불면 더욱 장관이다. 수주팔봉의 감상 포인트는 수주마을에서 바라보는 것. 암봉마다 수백년생 소나무가 뿌리를 박고 선 모습이 아름답다. 자갈로 뒤덮인 강변에서 멱을 감거나, 낚싯대를 드리우면 세상 모든 시름이 달천에 녹아들 정도로 한적하고 여유롭다.오대호아트팩토리는 쓰레기나 페품, 잡동사니로 만든 정크아트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은 오대호아트패고리의 오대호 관장.◇여행메모△ 가볼만한 곳= 지난 5월 문을 연 정크아트갤러리 ‘오대호아트팩토리’는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강소형 잠재 관광지다. 2007년 폐교한 옛 능암초교 부지에 들어섰다. 정크아트는 쓰레기나 폐품, 잡동사니를 의미하는 ‘정크’(junk)와 ‘예술’(art)의 합성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폐품을 활용해 제작한 예술작품이다. 실내외 전시관과 체험실, 카페 등으로 구성했다. 야외에는 키가 5m는 족히 되는 로봇에서부터 폐타이어로 만든 코뿔소, 영화 속 히어로인 스파이더맨까지 다양한 작품이 있다. 실내 전시관은 주제에 따라 모션갤러리와 키즈갤러리, 어린이체험장으로 나눴다. 모션갤러리는 이름처럼 간단한 조작을 통해 작품을 직접 움직여볼 수 있는 공간이다. 버려진 폐품을 이용했기에 의미가 남다르다는 오대호 관장은 “환경과 과학, 그리고 미술까지 다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오대호아트팩토리
2019.08.02 I 강경록 기자
'명품공원'으로 거듭난 연인산도립공원으로 여름휴가 떠나자
  • '명품공원'으로 거듭난 연인산도립공원으로 여름휴가 떠나자
  • 연인산도립공원 안내도.(그래픽=경기도)[가평=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늦은 장마가 지나고, 어느덧 여름휴가를 떠나기에 딱 좋은 시기가 다가왔다. 이런 때일수록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원한 물소리와 자연이 만든 비경을 즐기며 휴식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1일 경기도에 따르면 가평군에 위치한 연인산도립공원은 천혜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경기북부의 대표 명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5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매년 약 110만 명의 탐방객이 방문하고 있다.연인산도립공원에는 최고의 관광명소로 알려진 용추계곡이 있다.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아홉 굽이의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는 데서 용추구곡(龍墜九谷)으로도 불리며 1876년 성재 유중교(省齋 柳重敎) 선생이 풍광에 반해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용추구곡 1곡인 용추폭포.(사진=경기도)용추구곡은 용추폭포로 더 알려진 1곡 와룡추를 시작으로 9곡 농원계까지 약 6㎞ 코스로 이어지는 2시간 가량의 탐방로를 따라 걸어가면 맑은 물과 기암괴석, 짙푸른 녹음이 어우러진 풍광이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9곳 각 지점마다 특징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이 밖에 여러 종의 고산식물과 얼레지, 은방울, 투구꽃 등 여러 야생화가 서식하고 각 능선마다 원시림과 함께 잣나무, 참나무가 군락으로 자생하고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도는 지난 2018년부터 연인산도립공원을 직접 관리해 명품공원으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기존 건축물 보상 및 철거, 편의시설 개선, 정화 활동, 폐기물 정비, 볼거리 확충 등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또 여름철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인명 구조함과 심장제세동기를 정비했고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물놀이 안전요원 13명을 현장에 배치해 구명조끼 무료대여소를 운영, 탐방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도 관계자는 “연인산(戀人山)이라는 이름을 지닌 만큼 휴가철을 맞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나누고 소망을 기원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용추구곡을 탐방하고자 하는 방문객은 연인산도립공원 탐방안내소에 들러 탐방안내지도를 받고 설명을 들으면 용추구곡을 보다 쉽고 알차게 경험할 수 있으며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019.08.01 I 정재훈 기자
대명, 거제 '오션베이'…위메프 50% 할인 판매
  • 대명, 거제 '오션베이'…위메프 50% 할인 판매
  • 대명 거제 마리나 ‘오션베이’ 전경[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대명호텔엔리조트는 대명리조트 거제 마리나 워터파크 ‘오션베이’ 입장권을 위메프에서 특가에 판매한다고 29일 밝혔다.특가 판매기간은 이날부터 31일까지로 3일간 진행한다. 이 기간에 구입한 입장권 사용기간은 이달 30일부터 내달 25일까지다. 가격은 정상가 6만원보다 50%가량 저렴한 종일권 3만 900원, 오후권 2만 900원(이상 성인 기준)이다. 거제 마리나 오션베이는 총 1만 3526㎡ 규모로 지하 2층, 지상 3층 물놀이 시설을 갖췄다. 특히 부산과 창원, 통영, 김해 등의 지역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어 경남지역에서 접근성이 뛰어나다.오션베이는 실내존과 야외존으로 나뉘며 실내존에는 △5세 미만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키즈풀’ △12m 길이 ‘키즈 슬라이드’ △누운 상태에서 등과 허벅지, 종아리를 마사지하는 ‘드림베스’ △발바닥과 다리에 강한 물을 분사해 근육 이완을 돕는 ‘플로팅’ 등 시설이 있다. 또한 야외존에는 △길이 20m와 폭 60m, 최고 수심 1.8m의 ‘파도풀’ △길이 200m ‘익스트림 리버’ △3개 물 바구니에서 폭포수가 떨어지는 ‘워터 플렉스’ 등이 있다. 이 외에도 5개의 ‘야외 노천탕’과 ‘이벤트 탕’ 등이 있다.
2019.07.29 I 강경래 기자
숲과 바다의 향연 부안 변산반도 휴가 여행
  • 숲과 바다의 향연 부안 변산반도 휴가 여행
  •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짜장면과 짬뽕을 동시에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생겨난 메뉴가 짬짜면이다. 그런데 여행도 그러하다. 산도 가고 싶고, 바다도 가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면 고민하지 말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반도형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변산반도 국립공원이라면 고민의 실마리가 풀린다.전북 부안에 위치한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서해안에 위치하면서 다양한 풍경으로 계절에 관계 없이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변산은 전라북도 부안군 일대 구릉지의 수려한 자연경관, 역사 문화자원의 보존가치를 인정받은 국립공원으로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뉜다. 바다와 육지의 다양함을 품고 있는 곳이니만큼 여러 날의 휴가를 보내기에 지루하지 않다. 내변산은 숲과 산을 이루고 있으며, 외변산은 변산의 해변을 아우른다. 내변산에서는 의상봉, 신선봉, 쇠뿔바위, 쌍선봉 등 기암괴석의 산봉우리가 있어 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개암사, 내소사, 월명암 등은 오래된 절집으로 들어서는 길이 고즈넉해 휴가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직소폭포, 봉래폭포 등은 계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승지이며, 부안댐이 완공되어 물이 찬 중계계곡은 호수로 변해 절경을 이룬다.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내변산보다는 외변산을 이루는 변산의 바닷가가 휴가를 보내기에 좋다. 이 일대는 수심이 완만해 대표적인 곳으로 변산, 고사포, 격포 해수욕장과 적벽강, 채석강의 자연명승이 자리한다. 변산해수욕장은 대천, 만리포 해수욕장과 함께 서해안의 3대 해수욕장의 하나로 꼽힌다. 서해안 같지 모래 백사장이 길게 뻗어 있고, 수심은 1m 내외로 물이 따뜻해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고사포해수욕장은 2km에 이르는 백사장과 방풍림이 어우어려 장관을 이룬다. 이 일대의 해수욕장 중 가장 깨끗하며 모래가 곱다. 해수욕장 앞에는 웅크리고 있는 새우의 모습을 닮은 하섬이 있는데 한 달 에 두 번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섬을 오갈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고사포해수욕장에 위치한 더블힐링펜션은 신축 스파펜션으로 변산의 바다 전경을 만끽할 수 있다. 휴양지의 고급스러움과 자연을 닮은 스페인의 라포마 가구로 디스플레이한 감성 인테리어는 펜션에서도 여유로움을 맛보게 한다. 전 객실 오션뷰 최고급 스파가 설치되어 있으며 스파룸 안에는 냉난방 시설이 따로 시설되어 있는 스파 공간을 자랑한다. 옥상과 야외, 실내에 설치된 오션뷰 바비큐장은 기본양념과 바비큐에 필요한 그릴 등이 제공된다. 실내 2층에 마련된 탁구대에서는 함께 온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갯벌 체험을 하고 싶은 숙박객에게는 갈퀴, 호미와 조개통을 대여 해준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는 투숙객을 위해 예약할 때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면 입, 퇴실 시 변산 정류장과 격포 터미널에서 펜션까지 편하게 오갈 수 있다.격포해수욕장은 수성당과 채석강 사이에 있는 해변으로 절경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이다. 백사장의 길이는 길지 않지만 이곳은 해수욕장보다 해변 풍경으로 이름이 더 알려졌다. 수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 수직 암벽의 채석강은 썰물 때면 드넓은 암반이 드러나며 그 진가를 발휘한다. 닭이봉 아래 층암절벽으로 오랜 시간동안 파도에 깎이고, 바닷물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곳으로 자연의 신비감을 느끼는 곳이다.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빠지면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간조 때는 물 빠진 퇴적암에 붙어 있는 바다 생물을 살펴볼 수 있으며 해식 동굴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 채석강의 북쪽에 있는 적벽강은 죽막마을을 경계로 채석강과 나뉜다. 죽막마을 앞 천연기념물 제123호인 후박나무 숲이 방품림 역할을 하는데 이곳부터 시작해 용두산을 돌아 절벽과 암반으로 펼쳐지는 해안선 2km를 적벽강이라 부른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놀았던 중국의 적벽강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명칭으로 암석과 자갈등이 적갈색을 띄고 있어 신비한 색채의 조화가 절경을 이룬다.
  • [갑자기 배낭여행] 빅토리아 폭포에서 번지점프? 아프리카 최고의 순간 톱2
  • 여행의 매력 중 하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다는 거다. 익숙한 일상이 아닌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그게 좋은 일 혹은 나쁜 일일지 알 수가 없다. 좋은 기대감을 가지고 간 곳에서 실망만을 경험할 수도 있고, 반대로 기대를 안 했거나 곤란했던 상황에서 오히려 좋은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아프리카 여행은 정말 예상 불가 그 자체였다. 처음 떠난 여행이었고 정보도 많이 안 찾아봤던 터라 시행착오는 웬만하면 다 겪어본 것 같다. 그 중에 힘들었던 순간이 상당히 많았지만 또 좋았던 순간도 분명 있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 거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 톱2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번지점프가 가능하단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실제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빅토리아 폭포에서 번지점프를? - 잠비아빅토리아 폭포 옆에는 높이 128m의 ‘빅토리아 폭포 다리’가 있는데 여기서 하는 번지점프는 세계적으로 꽤 유명하다. 물론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한국에 있을 때도 번지점프를 안 했는데, 높이 128m의 다리에서는 더더욱 할 이유가 없다.그런데 공교롭게도 잠비아에 가니 이유가 생겨버렸다. 빅토리아 폭포를 방문했던 11월은 건기였고 폭포의 물 90% 이상이 말라서 없었다. 땡볕 아래서 몇 시간을 걸으며 폭포수를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폭포 하나 보려고 굳이 잠비아까지 왔는데 눈앞에 보이는 건 바짝 마른 절벽뿐이었다.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 채로 정말 여길 떠나야 하나?’더 볼 게 없는데도 쉽사리 폭포를 떠나지 못하는 발걸음은 어느새 번지점프대 쪽으로 와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서서 번지점프만 구경했다. 처음엔 남이 뛰는 걸 보는 것도 아찔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건장한 성인뿐 아니라 노인, 어린이까지 자유롭게 뛰어내리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한 번 뛰는 요금은 약 20만원이다. 수중에 남아 있는 돈과 맞먹었다. 무모한 선택인 걸 알면서도 여기서 번지점프마저 하지 않고 떠나면 두고두고 후회만 남을 것 같아 그냥 질러버렸다. 번지점프대에서 뛰어서 끝까지 떨어지는 데는 10초도 안 되는 시간이 걸리는데, 죽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현장 스탭에게 안내를 받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마음이 의외로 홀가분했다. ‘그냥 뛰기만 하면 되는데 무서울 게 뭐 있어’. 대기 중인 모습을 찍는 스탭의 카메라 앞에서도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막상 차례가 되어 번지점프대 앞에 가서 팔을 벌리고 서보니 갑자기 후회와 걱정이 몰아쳤다. 눈앞엔 내 몸뚱아리를 받아줄 무언가가 하나도 없었다. 말 그대로 허공이었다. ‘여길 뛰어내린다고? 이건 미친 짓이야!’라는 생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등 뒤에서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쓰리’, ‘투’, ‘원’, ‘번지!’와 동시에 몸은 허공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앞서 번지점프를 했던 사람들처럼 소리지르면서 뛰어내릴 계획이었는데 현실은 ‘헉’하면서 아무 소리도 못 내고 떨어졌다. 한 번 끝까지 떨어진 다음 로프의 반동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비로소 맘껏 소리를 질렀다. 아찔함이 지나고 나니 그날 쌓인 모든 스트레스가 풀릴 만한 해방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평생 안 할 줄 알았던 번지점프를 건기의 빅토리아 폭포에서 해보다니. 이건 전혀 예쌍치 못한 전개였다. 콸콸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못 본 건 뼈아팠지만, 대신 인생 첫 번지점프를 빅토리아 폭포에서 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길이 남을 추억이다. 로프에 매달린 채 세상을 거꾸로 보던 그 순간은 아프리카 여행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나미비아의 붉은 사막은 아프리카 여행을 가기 전부터 꽤 기대를 많이 한 곳이었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붉은 사막이 만들어준 인연 - 나미비아잠비아를 간 게 빅토리아 폭포 때문이었다면, 나미비아를 간 건 ‘붉은 사막’이라 불리는 ‘나미브 사막’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문제가 생겼다. 나미비아에 ‘도착!’하면 나미브 사막을 볼 수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사막은 도시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갈 수 있는 대중교통도 없었다. 차를 빌리자니 면허가 없고, 가이드가 동행하는 투어는 1박2일에 40~50만원이 들었다. 혹시 차 있는 여행자가 숙소에 없을까 싶어 며칠 동안 둘러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숙소에서 제공하는 사막 투어를 신청해봤지만 그것도 인원 미달이었다. 그렇게 별 소득 없이 일주일이 지났고, 머피의 법칙처럼 나미비아 비자 만료이 겹쳤다. 빅토리아 폭포에 이어 사막까지 놓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억세게 운없는 녀석은 아니었다. 그때 마침 숙소에 여행자 커플이 새로 왔는데, 사막 투어 가격이 비싸다며 망설이고 있었다. 기회다 싶어 내 상황을 말하니 그들이 제안을 하나 했다. 나미비아인 친구들이 있는데 주말에 나미브 사막으로 같이 가자고 해보겠다고, 너도 같이 갈 생각 있냐고. 길게 생각할 것 없이 ‘오케이’였다. 사실 조금 걱정이 있긴 했다. 영어도 서툴고, 나를 빼고 다들 서로 아는 사이였다. 불쑥 끼어든 불청책이라고나 할까. 그냥 1인 투어를 할까란 생각도 했봐다. 하지만 여태 날린 1주일을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나미브 사막으로의 3박 4일 여행에 6번째 멤버로 껴서 가게 됐다. 함께 나미브 사막 여행을 갔던 5명의 친구들. 이 중 2명의 유럽인 친구들은 이후에 유럽에 가서 다시 만나게 된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결과는 대만족! 눈치 많이 보고 어색할 거란 걱정과 달리, 같이 간 일행들은 오랜 전부터 알던 친구처럼 살뜰하게 대해줬다. 자기네들끼리 얘기 할 때도 항상 신경 써주고,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해 줬다. 일정은 더 만족스러웠는데, 투어로 가면 1박2일 동안 정말 사막‘만’ 보고 오지만, 이 친구들은 3박4일 동안 나미브 사막뿐 아니라 ‘스피츠코페(Spitzkoppe)’, ‘오콤바헤(Okombahe)’처럼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까지 모두 데려가줬다. 은하수 아래서 침낭 하나 달랑 깔고 자고, 한국인은 처음이라는 오콤바헤 마을 축제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나미비아 사람들과 춤추던 일은 투어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사실 3박4일의 모든 순간이 좋았다. 그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건 5명의 친구들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추억은커녕 사막 근처에 얼씬도 못했을 것이다.정말 여행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탄자니아에서 버스를 잘못 타고, 기차와 비행기를 놓치고,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그 모든 순간이 없었다면, 나미비아 숙소에서 1주일 동안 기다리던 그 시간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그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내가 기억하는 나미비아는 어떤 모습일까?/스냅타임
2019.07.28 I 공태영 기자
 정동극장 '적벽'
  • [문화대상 추천작_국악] 정동극장 '적벽'
  • 정동극장 ‘적벽’ 중 한 장면(사진=정동극장).[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적벽’(3월 22일~5월 12일 정동극장)은 정동극장이 전통공연의 창작 활성화를 위해 2017년부터 시작한 기획 프로그램 ‘창작ing’를 통해 발굴한 작품이다. 지난해 정동극장 레퍼토리로 선보인 데 이어 1년여 만에 재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웅장하고 장중한 대목이 많아 가장 어려운 소리로 평가받아온 ‘적벽가’를 판소리 합창과 역동적인 군무로 풀어냈다. 올해는 그림처럼 펼쳐지는 안무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합창, 여기에 라이브밴드 연주를 더해 지난해 공연보다 더 폭발적인 에너지를 무대 위에 선사했다. 후반부 ‘군사점고’ 장면과 함께 새로 추가한 새타령을 통해 판소리 특유의 골계미를 살린 해학과 기지도 돋보였다. 춤에서도 전통무용은 물론 현대무용과 힙합, 스트릿댄스 동작을 활용해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했다. 공연의 백미는 부채를 소품으로 활용한 장면. 20여 명 배우들이 부채를 통해 좁은 무대 위 공간의 한계를 상상의 영역으로 넓히며 적벽대전의 스펙터클한 서사를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펼쳐 보였다. △한줄평=“젊고 매서운 ‘적벽’. 소리·아니리·발림의 극대화. 새로운 타악기로 화려하게 등장한 부채. 무술을 연상시키는 군무. 이 모든 것이 ‘적벽’의 역동성을 충실히 드러냈다”(송지원 서울대 국악과 교수), “소리와 연기, 춤이 모두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삼국지를 가장 입체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판소리 뮤지컬로 완성시킨 작품”(유은선 국악작곡가)정동극장 ‘적벽’ 중 한 장면(사진=정동극장).정동극장 ‘적벽’ 중 한 장면(사진=정동극장).정동극장 ‘적벽’ 중 한 장면(사진=정동극장).정동극장 ‘적벽’ 중 한 장면(사진=정동극장).
2019.07.25 I 장병호 기자
  • [미리보는 이데일리신문]“日 수출규제, 세계 위협” 美 재계도 경고
  •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다음은 25일자 이데일리 신문 주요 기사다.△1면-“日 수출규제, 세계 위협” 美 재계도 경고-카카오, 카뱅 최대주주 길 열려…ICT 대기업 첫 은행 주인 된다-文 “규제혁신, 생존 걸린 문제”…원격의료·블록체인 특구 출범-“중·러 영공 침해 재발 시 한·미 긴밀 협의”-[사설]가중되는 내우외환, 추락하는 한국 기업들-[사설]서랍 속에 뒹굴고 있는 국산 불화수소 기술△줌인&-경상도만 취하면 참이슬 천하…전국 제패 눈앞에 둔 하이트진로-존슨 英총리 취임에 긴장한 세계…“노딜 브렉시트 땐 1달러=1파운드 될 수도”△카카오, 카뱅 최대주주 등극-인터넷은행 특례법 첫 수혜…카카오 “카뱅에 기술협력과 투자 확대할 것”-빅데이터·핀테크 등 서비스 간 융합상품 개발 속도 낼 듯-이르면 연내 유상증자로 자본확충…대출상품 확대키로△규제자유특구 지자체 7곳 지정-최대 테스트베드 서울·수도권 원천 배제…‘반쪽 혁신’ 전략 우려-예산 확보 없이 시작한 사업…“예비비로 지원”-강원서 물꼬 트는 원격의료…전국 확대까진 시간 걸릴 듯△한·일 힘겨루기 본격화-日에 “수출규제 철회” 의견서 전달…美경제단체·국제신평사 ‘우군’ 확보-잔뜩 움츠린 일본 브랜드…기회 노리는 토종 브랜드△볼턴-韓 외교·안보 라인 연쇄회담-한·일 갈등엔 “외교적 해법 모색” 공감…호르무즈 해상안보 협의키로-나경원부터 만난 볼턴…안보, 日수출 보복 관련 한국당 입장 들어-중·러 군용기 韓 영공 침범 볼턴 앞에서 무력시위한 것△정치-“영공 침범 안해…韓 조종사가 안전 위협” 하루 만에 말 바꾼 러시아-日 대응 뭉친다더니 상호 비방만…갈길 먼 ‘초당적 협력’-조국 후임에 김조원 유력…이르면 오늘 靑 수석 교체-손학규, 윤리위원장 임명…유승민 정조준-한국당 ‘두 표정’…입지 넓혀가는 친박, 법원만 바라보는 비박△국제·경제-미·중 무역협상 다음 주 재개…‘화웨이 대북제재 위반설’ 변수로-상반기 취업자 20.7만명 늘었지만 ‘경제허리’ 3040은 25.4만명 감소-도로·염전·유수지…태양광 영토 넓히는 남동발전△금융-신한·KB금융 1위 경쟁 후끈…“해외사업 힘써 亞 리딩뱅크 도약” “디지털 혁신 통해 경쟁우위 확보”-‘제1기 혁신아이콘’ 에스오에스랩 윤대희 신보 이사장 현장 방문-[현장에서]줬다 뺏기식 혜택…소비자 우롱하는 토스△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日, 반도체 필수소재 3종 규제…‘韓, 4차 산업혁명 갈 생각 말라’는 것-“日, 대학은 기초과학 하는 곳 인식…韓 정책 따라 우왕좌왕”△산업&기업-美·印에 손짓하는 韓 굴착기…中 쏠림 해소-현대·기아차 SUV 폭풍 질주에 부품·물류 계열사까지 ‘실적 반등’-배터리 사업 부진에…LG화학 영업익 반토막-‘황소개구리’ 중동항공사, 韓습격 나선다-LG전자, 인공지능 TV에 ‘애플’ 심었다△산업-고의 접속지연vs 규정 소급적용…논리 격돌-네이버페이 분사…미래에셋서 5000억 유치-“1억 포르쉐 경품, 사행성 조장…로한M등급 재분류”-암젠, ‘허센틴’ 복제약 美시장 전격출시△소비자생활-“2분기 사상 첫 적자 전망”…대형마트, 사업 구조조정 속도-롯데슈퍼, 자정까지 배송…강남·서초 지역부터 시작-“고객이 원한다면, 한정판 제품도 정식 출시합니다”-쿠팡 24일 6시간 먹통…소비자·판매자 발 동동△증권&마켓-금리 인하·주가 하락에 배당 매력 ‘쑥’…이 종목 담아볼까-거래 끊긴 ‘유령ETF’ 해마다 늘어…올 들어 3건 상장폐지-광학필름 상보 경영권 바뀌나△증권-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스킬 갭’부터 해결해야-업황 부진에…법원 간 기업들 청산위기-금융위vs중기부 막판 신경전…‘BDC 도입’ 또 늦어지나-NH證, 글로벌 운용사 뱅가드와 자산관리 업계 첫 MOU△이데일리 문화대상-상반기 추천작-중세서 일제강점기로 간 ‘윌리엄 텔’…-노인이 돼 만난 두 형제의 ‘인생 스토리’-로시니오페라 대작 190년 만에 한국무대 초연-완전함·불완전함 사이의 고뇌, 몸짓으로 그려-거장 이창동 감독의 시선, 무대로 고스란히-부드럽고 섬세하게…피아노 선율의 향연-몸과 과거·현재·미래의 의미 새롭게 고찰△이데일리 문화대상-상반기 추천작-경극 품은 창극 2019판 ‘패왕별희’-폭포 같은 적벽가 판소리 합창과 칼군무로 표현-본 적 없는 압도적 무대…믿고 보는 배우들-게스트 없이 93곡…단독 최장 공연시간 대기록-소리의 창극·몸짓의 경극 묘한 어울림-주체적 여성 캐릭터 내세워 신선한 자극-거장의 재즈에 홀리고…힙합 R&B에 취하고△스포츠-LPGA 에비앙 대회 변수는…무더위와 18번홀-‘방사능 올림픽’ 낙인 찍히나-김한별 “왼쪽 겨드랑이 조이면 거리·방향 좋아져요”-최호성 삼세판 PGA 도전…‘배러쿠다 챔피언십’ 출격-안방서도 들러리 신세…한국 수영 어쩌나△피플-퇴사 후에도 통하는 ‘진짜 역량’…회사 다니며 키워야-이재현 “영화 기생충, 문화로 국격 높였다”-윤석헌 “KB브리지, 中企·자영업자 돕는 다리 되길”-“공연 취소했던 ‘색동’…내년에 무대 올릴 것”-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 임명-김용규·하광운·조덕형씨 ‘이달의 기능한국인’ 선정△오피니언-구글 ‘스타디아’의 사슬 끊기-[생생확대경]주민보다 많은 손님 맞는 에비앙△부동산-분양가 상한제 영향…‘입주 폭탄’ 강동구도 전셋값 꿈틀-8~10월 서울 입주 아파트 1만5404가구…38% 급증-“올해 오피스빌딩 거래규모 10조 전망…작년보다 줄 듯”-‘깨알글씨’ 입주자 모집 공고문 10월부터 사라진다△사회-35도 땡볕서 작업 강행…숨이 턱턱 막혀도 쉴 수 없었다-“警, 영장 없이 게임기 압수 업주에 8600만원 배상을”-‘마른 장마’에 수문도 닫았다-AI기반 119구급 서비스 응급환자 골든타임 확보-法 ‘위력 행사’ 폭넓게 해석…안희정 상고심 적신호-[현장에서]반일과 혐일 사이
2019.07.24 I 박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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