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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물가 3%이상 뛸 듯…"월별 물가 3분기까진 3%대 간다"
-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올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뿐 아니라 구리, 알루미늄, 니켈, 밀, 대두, 커피 원두 등 원재료 가격이 올 들어서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외식비, 가공식품 등 가격 인상 랠리가 계속되고 있다. *레인지 전망은 상단을 기준으로 산출(출처: 각 기관)연초 커피 가격 인상에 이어 이달 맥주·소주 등 주류까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작년 미국을 강타했던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의 습격이 시작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우려도 물가 상승을 자극할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올해 물가상승률 3% 오를 듯 이데일리가 8명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올해 물가 상승률을 설문조사한 결과 2.9%(중간값)로 집계됐다. 8명 중 2명은 올해 물가가 3%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고 2% 후반대를 전망한 4명 중 3명도 올해 물가가 3%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3% 물가가 현실화되면 2011년(4.0%)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것이다. 작년 말 이데일리가 11명의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을 대상으로 올해 물가 상승률을 전망했을 때만 해도 2.2%(중간값)로 집계됐으나 두 달도 안 돼 3%를 넘나드는 물가 전망이 제시된 것이다. 내달 4일 발표되는 2월 물가상승률도 설문조사 결과 3.5%(5명 참여·중간값)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3%를 넘는 물가상승률이 제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월 들어 모든 국가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1월 물가 인상이 안 된 품목은 2월, 3월에 걸쳐 물가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월간) 3%대 물가 상승률이 3분기까지 지속될 것이고 올해 3%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까지도 3%를 향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1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2.6%로 2015년 12월(2.6%) 이후 6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1월 물가상승률 3.6% 중 근원물가의 기여도는 2.0%포인트로 식료품(0.9%p), 에너지(0.7%p)보다 높았다. 작년 물가 상승기 초반에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중심으로 올랐는데 최근 들어선 유가 등의 상승 압력이 더욱 강화되는 동시에 기업들의 비용 전가가 본격화되면서 전방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1월 수입물가가 전월비 4.1% 올라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한 점을 고려하면 생산자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로 이어지는 상승 압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전체 458개 품목 중 2% 이상 상승한 품목의 개수가 1월 239개로 절반(52.2%)을 넘어섰고 1년 전(132개)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식비는 5.5% 올라 2009년 2월(5.6%) 이후 가장 높았고 외식비를 포함한 개인서비스는 3.9% 올라 2011년 10월(4.0%) 이후 가장 높았다. 가공식품은 1월 4.2% 올라 2014년 8월(4.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공급 병목에 내구재 가격은 2.8% 상승해 2009년 9월(5.4%)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 유가 100달러 찍고 떨어져도 하락폭 제한적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찍은 후 빠르게 하락하기보다 추세를 유지하거나 하락하더라도 하락폭 자체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의 증산이 제한적인 데다 유가 상승에도 저탄소 정책으로 인해 미국 셰일가스 시추도 활발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우려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전반을 상승시키고 밀 등 곡류 가격까지 급등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돌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다고 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진정 여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 혹은 장기화로 갈 경우 과거 1970~1980년대 오일쇼크와 같이 원유 공급 쇼크에 의한 하이퍼 인플레이션 국면이 재발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주요 밀 수출국(2017~2019년 전 세계 5위)이라는 점도 곡물 가격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급 병목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저탄소 정책에 의한 그린플레이션, 오일쇼크발 인플레이션, 애그플레이션 등 동시다발적 물가 리스크가 현실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이 임금 인상 압력까지 자극하거나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등의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임금 인상 요구, 기대인플레이션 급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우려에 한은의 기준금리가 2.0%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전망기관 중 금리 상단(1.25%)을 가장 낮게 전망한 노무라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8~3.1%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깊어진 만큼 4월 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 터키 리라화 폭락에도 대통령은 '마이웨이'
- (사진=AFP)[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극대화하고 있는데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하를 추켜세우면서 “경제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리라화 가치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으며, 터키 내부는 물론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르도안 “금리인하로 경제 독립전쟁서 승리할 것”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내각회의 직후 진행한 연설에서 “금리(인하) 정책이 물가상승을 억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터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옹호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18일 기준금리인 1주일 레포금리를 16%에서 15%로 1%포인트 내리며 세 달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앞서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19%에서 18%로, 10월에는 18%에서 16%로 각각 인하했다. 이는 터키 중앙은행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굴복한 영향이다. 오랜 기간 높은 금리를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는 ‘적(敵)’으로 규정해 온 그는 터키 중앙은행 총재는 물론 부총재와 통화정책 위원 등까지 자신의 요구를 듣지 않은 인사들을 즉각 해임·교체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가 올라 수입이 줄고, 수출 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 적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이 선순환으로 이어져 리라화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고, 수입물가도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도 “터키 정부의 정책 우선 순위는 성장에 있다. 고금리와 저환율의 악순환 대신 투자와 생산, 고용, 수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금리인하는) 터키를 위한 올바른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터키 경제의) 종말을 말하는 이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터키의 나홀로 금리인하 행보를 1923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터키 공화국 기반을 다질 때 외세에 맞섰던 투쟁에 비유하며 “신의 도움과 우리 국민들의 지지를 토대로 우리는 이번 경제 독립전쟁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터키 경제학자들을 “기회주의자”로 묘사하며 맹비난했다. “글로벌 금융 곡예사들(acrobats)에게 굴복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설 이후 리라화 가치는 폭락했다. 장중 달러화 대비 15% 가량 하락해 1달러에 13.44리라까지 치솟았다. 이후 낙폭을 11%까지 줄이긴 했지만, 심리적 저항선인 11리라를 돌파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FT는 “리라화는 올해 달러화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면서 “지난 2018년 터키의 외환위기를 넘어선 하락세”라고 설명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AFP)◇“터키, 금리 더 내릴수도…하이퍼 인플레이션 우려”금융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스탄불에 본사를 둔 테라 인베스트먼트의 엔베르 에르칸 애널리스트는 “공포 영화와 같다”며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내릴 의향이 있는 만큼 리라화 가치가 얼마나 더 폭락하게 될 지 말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리걸 앤드 제너럴 인베스트 매니지먼트의 이머징 마켓 부채 책임자인 우데이 팟나이크는 “리라화 폭락을 막을 수 있는 건 터키 중앙은행의 신호 뿐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를 연속적으로 내리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8일 3개월 연속 금리인하 이후 “기뻤다”고 표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에 논리적 결함이 있다고 경고한다.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이 정부 통제를 벗어나 수십·수백 퍼센트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는 상황을 뜻한다. 터키 물가는 이미 1년 전보다 20% 폭등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 맞섰다가 지난 달 해임된 세미 투멘 전 터키 중앙은행 부총재는 트위터를 통해 “터키 정부는 성공 가능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이 말도 안 되는 실험을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리라화 가치와 터키 국민들의 복지를 보호하는 고품질 정책으로 즉각 돌아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 [김유성의 금융CAST]왜 21세기에는 대공황이 없었을까?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금도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지만 20세기 초중반의 경제대공황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입니다. 이때의 혼란상은 군국주의와 파시즘의 출현을 낳았고, 온 세계를 세계대전의 전화로 몰아 넣었습니다.21세기 글로벌금융위기가 공황으로 가지 않았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왜 20세기에는 공황을 피하지 못했을까요? 인류, 정확히 말하자면 위정자들이 생각하는 ‘화폐의 관념’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경제대불황이란?대중적으로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20세기 경제대공황 전에 19세기 대불황기가 있었습니다. 20년 가까이 디플레이션, 그러니까 물가 하락에 따른 불경기를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때를 대불경기라고도 부릅니다.1873년부터 1896년까지 20년 넘게 이어진 것이죠.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이 심각할 정도의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었습니다. 1990년부터 지금까지 디플레이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과 비견될 수 있을 정도입니다.대불황기의 시작점인 1873년 뉴욕 제4 국립은행의 뱅크런 사태 (사진, 위키피디아)이때의 시기를 요약하자면 영국 중심의 세계 경제 체제가 성장의 정점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인류가 겪는 첫 국제적인 경제불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로 간에 무역으로 연결되면서 어느 한 나라의 위기가 다른 나라의 위기로 전이되는 게 인지되던 시기였던 것입니다.왜 ‘인지되는가’라고 하냐면은 이전에도 각 나라는 교역망이 연결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황 자체는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하다못해 고대 이집트나 고대 로마 사회에서도 각 나라의 교역망은 지중해 바닷길과 육로 등을 통해 연결이 돼 있었습니다.그러나 19세기와 고대, 혹은 중세와 다른 점 하나는, 이때가 이성의 발달과 더불어 기술·공업화에 따른 생산력 증대가 있었던 시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17세기 증기기관이 영국에서 실용화되고, 이에 따라서 기계공학이 발달하게 됩니다. 증기기관이라는 동력기관을 통해서 대량의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기계의 출현으로 그 이전 인간이 분업해서 생산을 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양의 생산물을 산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기술의 발달은 생산력의 증대를 뜻하고, 이 즈음 금융도 고도화됩니다. 17세기 주식회사의 발달과 그에 따른 자본 거래가 체계화되면서 대형 금융가문, 대형 금융사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단순하게 돈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게 아니라 그 돈을 갖고 투자를 하고 대출을 해주면서 이를 늘려가는 금융 자본가들이 생겨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투기의 시대 대다수 자본가는 패가망신의 길을 걸었겠지만, 성공적으로 투자를 했던 금융가문들은 더욱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됩니다. 그리고 남의 돈을 갖고 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금융공학의 발달인 것이죠.그 이전 인류는 경험하지 못할 정도의 생산력 증대를 이뤄냈지만, 문제는 수요에 있었습니다. 늘어나는 공급에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다보니, 남는 생산물이 생기게 되고, 이는 가격 하락, 더 나아가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됩니다.20세기 대공황도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문제에서, 공급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던 수요의 문제입니다. 미국의 뉴딜정책의 골자도 결국은 정부가 이 수요를 창출해줘서 국민들에게 쓸 돈을 공급해주고, 생산물을 소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대불황의 진화, 급격한 수요의 창출 결국 뉴딜과 최근의 코로나19, 그리고 글로벌금융위기 등의 위기 진화 과정을 보면 시중 통화량을 늘려 수요를 살리는 게 있었습니다. 고전경제학자들이 주창했던 ‘작은정부’론에 입각해서 방관했다가는 수요도 죽고 공급도 죽으니, 정부가 직접 나서 소방수 뿌리듯 현금을 살포하는 것이었습니다.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수십년간 이렇게 돈을 뿌리는 정책에 익숙해져 있어, 크게 특이하게 느껴지지 않긴 합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정부 재정 적자와 이에 따른 빚을 우려하고 있긴 합니다.출처 : 이미지투데이또 일각에서는 통화량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물건은 그대로인데 통화량이 증가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물가 상승을 의미하게 됩니다.만약 19세기에 살던 사람이 21세기에 와서 이런 정부의 정책을 본다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아니 이 사람들은 어디서 저렇게 많은 돈이 나와서 마구마구 화폐를 찍어서 뿌릴까’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돈에 대한 관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관념의 세계에 있던 ‘돈’이 현실화된 게 ‘화폐’ 그들이 생각하는 돈의 관념은 무엇일까요. 현대 우리가 생각하는 돈의 관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교환 가치가 있으면서 모아두고 있으면 가치가 축적이 되고, 누구나 선망하는 물건으로, 내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바꿀 수 있어야죠.그리고 그 가치의 평가가 계량적으로 돼야 합니다. 양이 늘어나면 그에 따른 가격도 일정하게 올라가고, 그러면서 희귀하면서 또 그러면서 너무 구하기 힘들면 안되고. 흔해서도 그렇다고 너무 진귀해서도 안됩니다.이런 이상화된 돈의 관념은 사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 보듯 이상의 세계에나 있습니다. 실상 이렇게 완벽한 돈은 현실 세계에 없는 것이죠. 사람들이 머릿속에 완전한 신의 형상을 상상하듯, 또 완전한 돈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것입니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상화된 돈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 게 바로 ‘금’입니다. 지금은 흔한 금속 중 하나가 됐지만 ‘은’도 과거부터 수천년간 내려오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돈의 모습에 가장 근접하게 접근했습니다.금은 썩지 않습니다. 금속이란 특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보물로 취급이 될 수 있는데 또 한편으로는 잘 만들어 주조하면 화폐도 될 수 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금을 다들 갖고 싶어합니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과거부터 지금까지 금과 은을 주된 화폐로 봤어요. 단지 금과 은을 들고다니기 힘들고 보관의 문제도 있다보니 지폐가 대용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출처 : 이미지투데이◇‘금’의 굴레에 갇혀 있던 19세기 화폐 19세기와 21세기의 결정적 차이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입니다. 19세기에 사는 사람들은 금에 기반하지 않은 채 지폐를 찍어낸다는 것을 ‘속이는 행위’로 볼 것입니다.만약 왕이 찍어낸 지폐가 알고 보니 금과 상관없이 마구 찍어낸 것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 지폐를 신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물 금화로 만들어서 유통시키지 않는다면 말이지요.이런 상황 속에서 19세기 대불황이 20년 넘게 유지됐던 것은, 그때까지 사람들이 ‘통화량 증가에 따른 착시’를 활용할줄 몰랐던 게 컸습니다.달리 보면 생산된 물건은 많이 늘었는데, 이를 사줄 통화량은 한정돼 있다면 물건의 가격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깊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이죠. 계속 생산되는 재화보다 양이 일정한 화폐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입니다. 당시 화폐의 수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던 데는 오늘날의 기축통화가 없었던 데 있습니다. 채굴량이 한정된 금이 그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당시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각 나라들의 통화는 각자 나라에서 유통될 뿐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국제 통화라고 할 수 있는 것, 믿을 수 있는 교환의 매개체가 금과 은 등 광물에 의존하고 있었고, 이러다보니 급속한 공급 증가를 받아줄 돈의 양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달러 중심의 체계를 만들자2차세계대전 말미에 각국 열강들이 모입니다. 승전국들 말입니다. 20세기 전반기에만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과 국제 질서 체계를 잡기 위해 논의합니다. 이 와중에 미국이 세계 주도 국가로 발돋움했고, 유럽은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한 정치 경제 통합을 합니다.세계경제가 성장하는 데 있어 통화량 조절 담당을 미국이 하게 됩니다. 아주 힘이 세어진 미국이 순채권국의 입장에서 세계 통화를 달러로 하고 달러의 가치를 금에 페어링 한 것이죠.출처 : 이미지투데이각 나라들은 달러로 교역을 하고, 그 달러를 미국이 금으로 바꿔준다고 약속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각 나라의 통화는 달러에 페어링 됩니다. 이렇게 하면 적절하게 미국이 통화량을 늘려주고, 디플레이션의 반복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죠.그런데 문제는 패전국 일본과 독일 등이 급속 성장을 했고, 세계 경제의 성장에 따라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데 있습니다.경제의 성장은 통화량의 증가를 필연적으로 부를 수 밖에 없고, 통화량의 증가는 돈의 가치 하락을 부르게 됩니다. 고속성장국가일 수록 물가가 높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죠.세계경제가 성장하고 달러화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그 달러화는 금의 고정된 가치로 묶여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금 1온스를 35달러로 바꿔줄게, 우리를 믿어”라고 했는데, 실제 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는 금 1온스에 50달러를 넘을 정도가 되었던 것이죠.미국 입장에서는 이런 불균형을 참을 수 없었고, 가뜩이나 일본과 독일에 대한 무역적자가 심화되던 차에, 이를 포기하게 됩니다. 바로 브레튼우즈체제의 붕괴이고, 이를 1971년 당시 닉슨 대통령이 선언했기 때문이 ‘닉슨쇼크’가 됩니다.미국은 그때부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달러를 마구 찍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세계 경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었고 이에 따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 1차세계대전 직후 바이마르공화국 때처럼 통화 가치의 하락이 없었던 것이죠.동네 최고 부자가 차용증과 어음을 마구 찍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동네 주민들은 미심쩍지만, 그래도 다른 이웃주민들과 거래하는데 필요하고, ‘설마 저 부자가 망하겠어’라는 마음에 이를 부지런히 사서 활용합니다.금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달러 가치가 변화를 하게 됐고 이에 따라서 각국의 통화 가치도 요동을 칩니다. 이른바 환차익을 노린 핫머니, 펀드들의 활동이 시작합니다.(금융이란 것이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고 여기서 이자를 받는 것을 넘어서, 가격의 변동 곡선을 보다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거래에까지 넓어지는 것이지요. 각국의 환율 변동에 따라 누릴 수 있는 이익이 늘어난다는 것에 착안한 것입니다.)◇이젠 화폐가 넘치는 시대, 인류가 안 가본 길? 21세기를 넘어서는 이제 화폐 과잉을 걱정할 때가 됐습니다. 역사적으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가 위기에 빠지면 어김없이 화폐가치는 떨어졌고, 그 화폐는 남발되곤 했습니다. 국민들은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는 약간 신기합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 국가들의 통화량은 경제 성장 규모 이상으로 돈을 풀었지만, 우려했던 인플레이션은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여전히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통화량만 늘린다고 해서 디플레이션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논의될 부분은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 통화 증가량을 서서히 조절해나가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미국 잭슨홀 미팅이 열리는 8월26일 이 같은 힌트가 구체화될까요?
- '마진 스퀴즈' 날라…경기민감주까지 맥못춰
-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붉어지면서 기술·성장주 하락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부진하다. 최근엔 인플레이션에 강한 경기민감주들까지 하락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이란 형식으로 물가 상승이 전개되면서, 제조업에서 ‘마진 스퀴즈(수익성 압박)’가 나타나는 게 아니냔 불안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1일 성장주↓…12일 성장·가치 동반↓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과 이날 각각 1.23%, 1.49% 각각 하락했다. 비슷한 하락률을 보였으나 업종별 등락률로 볼 때 양일 시장의 성격은 다르다. 성장주 영역의 서비스업, 화학 등은 연일 하락세를 보였으나 가치주들은 반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상승률 상위 업종은 철강·금속(+2.56%), 음식료품(+2.27%), 섬유·의복(+1.61%), 통신업(+1.59%), 은행(+0.95%), 건설업(+0.66%), 운수창고(+0.59%) 등 경기민감주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이날은 건설업(-3.24%)과 화학(-2.81%), 증권(-3.75%) 등 경기민감 업종이 하락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루 만에 반전된 상황은 최근 한 달 간 철강·금속(+21.83%), 운수창고(+19.92%), 섬유·의복(11.53%), 은행(10.90%) 등 경기민감 업종이 강세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이는 미국 시장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미레에셋증권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속한 유틸리티(+1.01%), 필수소비재(+0.77%), 부동산(+0.35%) 등은 상승했고. IT(-2.53%), 커뮤니케이션(-1.91%) 등은 하락했다. 11일은 에너지(-2.56%)와 금융(-1.67%), 산업재(-1.44%) 등이 IT(-0.24%), 커뮤니케이션(-0.53%)보다 더 크게 내렸다. ◇ 경기민감주 하락한 건 원자재·임금 인플레최근 하락장은 1분기 이후 잠잠했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4월 소비자 기대지수 조사(SCE) 결과에 따르면 물가 상승 기대치(중앙값)는 향후 1년간 3.4%로 집계, 2013년 9월 조사 이후 최고치다. 채권시장에서 집계되는 지난 10일 미국채 10년물 기대 인플레이션(BEI)는 2.54%까지 상승했다. 3월 이후 2.5%대에서 횡보하던 5년물 BEI도 10일 2.71%까지 올랐다. 5년 BEI의 경우 2011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1.6%대 안팎에서 횡보하던 미 국채 10년물도 1.63%까지 올랐다. 할인율에 민감한 성장주가 자극을 받은 이유다. 4월 미국 고용 지표가 애초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시작됐다. 지난 7일 발표된 4월 비농업 신규고용은 예상치 98만건에 비해 실제 26만6000명으로 나오면서 고용 쇼크를 기록했다. 이에 당일 테슬라(+1.3%)와 알파벳(+0.6%), 스퀘어(+4.2%) 등 성장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고용 부진은 인플레이션이 강하지 않다고 해석으로 이어지면서, 중앙은행의 테이퍼링 또한 늦어질 걸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를 계기로 오히려 인플레이션에 대한 주목도가 커져서다. 성장주들은 하루 만에 약세로 접어들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4월 고용지표의 함의는 △경기 개선 기대 유효 △물가 상승 압력 우려 확대 △급하지 않을 연준 테이퍼링 시사로 요약된다”라고 진단했다. 경기민감주까지 하락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공급 부족의 성격을 띤다는 데 있다.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치솟은 원자재값이 마진율을 악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지난 7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는 t당 1만361달러로 마감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철광석도 6일 t당 2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TSMC가 있는 대만의 가권지수가 장중 7% 이상 급락한 것도 IT 기업의 마진 스퀴즈 가능성 때문으로 진단된다. 이밖에 미국에서 고용난이 심각해지면서 임금 수준이 낮은 업종에서 임금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 가권지수 급락은 크게는 코로나19 확산과 부품, 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2분기 생산 차질 가능성과 마진 스퀴즈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선 보조금이 나오면서 직업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데, 이는 구인난을 겪는 임금 수준이 낮은 레스토랑과 여행과 같은 업종에 부담”이라며 “미국 기업들의 이익마진은 임금 상승 속도가 가팔라질 때 축소되곤 했는데, 테크기업에서 시작된 주가 하락이 시클리컬 업종으로 이동한 이유기도 하다”라고 진단했다. ◇ 12일 美 CPI 발표로 변동성 줄 가능성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단기에 그칠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2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면 증시 변동성은 다소 줄 것으로도 기대된다. 시장 전망치는 4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6%, 근원 CPI는 2.3% 상승해 전달 2.6%, 1.6% 상승을 모두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채권시장이 이를 미리 선반영했을 가능성도 있다. CPI가 크게 오른 것이 확인되면 인플레이션과 긴축에 대한 우려가 재차 확대되며 채권 금리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반대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단 것이다. 4월 고용 쇼크 때 빠졌던 금리가 이내 반등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 수 앞을 내다보느냐 두 수 앞을 내다보느냐로 채권시장의 수싸움이 깊어지고 있다”며 “지난주 미국채 시장에서 30년물 금리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금리 인상 발언엔 하락했고 고용 쇼크 땐 올랐던 것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가 실제 단기 유동성을 제한하면 오히려 장기금리는 더 올라갈 이유가 없고, 경기불안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위험 선호와 인플레 기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